영화 이야기

2016년 12월 27일 화요일

패신저스(Passengers)


짐(오른쪽)이 우주유영을 하기 전 오로라와 대화하고있다.

고장난 우주선, 90년이나 일찍 동면 상태에서 깨어나…


비행하다 고장이 난 우주선에 단 둘이 남은 남녀의 생존투쟁과 사랑을 그린 액션과 스릴을 약간 겸비한 공상과학 로맨스영화로 재미는 있으나 영화의 전반부와 후반부의 분위기와 톤이 아주 다르다. ‘이미테이션 게임’을 만든 노르웨이 감독 모텐 틸덤이 연출하고 두 빅스타 크리스 프랫과 제니퍼 로렌스가 나오는데 스탠리 쿠브릭의 ‘2001:우주 오디세이’와 ‘샤이닝’ 그리고 맷 데이먼이 나온 ‘화성인’을 연상케 하는 장면이 많다.
오스카 작품상 후보에 오른 영화를 만들고 프랫과 로렌스라는 흥행보증 수표와도 같은 인기배우가 나오는 영화치곤 평범한 수준이기는 하나 특수효과를 비롯해 보고 즐기기엔 큰 손색이 없는 작품이다.
인간이 거주지로 만든 외계의 식민지 행성 홈스테드로 가던 우주선 아발론이 비행 중 유성들과 충돌하면서 컴퓨터가 고장 난다. 우주선에는 258명의 승무원들과 5,000명의 승객들이 동면상태로 탑승중이다. 컴퓨터가 자체 수리를 하는 동안 미캐닉인 승객 짐 프레스턴(프랫)이 누운 누에고치 모양의 탱크에 고장이 나면서 짐이 깨어난다.
짐은 처음에 목적지에 도착한 줄 착각하는데 알고 보니 도착일 보다 90년 먼저 깨어났고 인간은 달랑 자기 혼자. 슬픔과 좌절과 분노 그리고 공포와 고독에 시달리는 짐의 유일한 낙은 무표정의 익살 맞은 로버트 바텐더 아서(마이클 쉰).
그러면 로렌스의 역인 오로라 레인은 어디서 왔는가. 오로라가 후에 자신이 동면상태에서 깨어난 이유를 알게 되면서 별 얘기 없이 진행되던 영화가 어느 정도 긴장감을 갖추게 된다. 망망대해 우주를 나르는 고장 난 우주선에 신체건강하고 잘 생긴 젊은 두 남녀가 있으니 둘이 사랑에 빠질 것은 당연지사. 그러나 모든 러브 스토리가 다 그렇듯이 둘 사이에도 갈등이 인다. 갈등의 계기를 만들어 놓은 것이 아서다.
후반 들어 영화가 신파조로 기우는데 볼만한 것은 무중력 상태의 수영장의 물에 갇힌 오로라의 모습을 비롯해 우주유영 등을 찍은 특수효과. 프로덕션 디자인도 좋다. 그러나 로렌스와 프랫의 연기는 무덤덤하고 둘 사이의 콤비도 화끈하진 못하다. 오락용이긴 하나 다소 심심하다. 로렌스와 프랫은 영화 홍보 차 최근 한국엘 다녀왔다. PG-13. Columbia. ★★★1/2(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시계’와‘에디 아빠의 구애’


올 해의 마지막 달인 12월이다. 연말 할러데이 시즌에 잘 어울릴 두 편의 영화를 선물로 보낸다. ‘시계’(The Clock·1945·사진)와 ‘에디 아빠의 구애’(The Courtship of Eddie‘s Father·1963).  모두 아름답고 로맨틱하고 또 우습고 선한 영화들로 보고 있으면 가슴이 훈훈해져 가족이 모여 앉아 보기엔 안성맞춤인 클래식들이다.
공교롭게도 두 영화는 다 할리웃 황금기 명감독이었던 빈센트 미넬리가 만들었다. 뮤지컬과 코미디와 멜로드라마가 장기인  미넬리의 영화는 대부분 온순하고 편안하고 로맨틱하며 또 아늑해 보는 사람의 마음을 따스하게 만들어 준다. 미넬리는 ‘세인트 루이스에서 만나요’ ‘밴드  왜건’ 및 ‘지지’ 등 명작 뮤지컬을 많이 만든 감독으로 그의 다른 영화들로는 ‘삶의 열망’ ‘신부의 아버지’ ‘달려오는 사람들’ 및 ‘샌드파이퍼’ 등이 있다.
MGM작인 ’시계‘는 전쟁 중인 1945년에 만든 영화로 가수인 주디 갈랜드의 첫 드라마요 주연영화. 갈랜드가 영화에 적극적으로 나오려고 한 이유도 노래를 안 불러도 됐기 때문이다. 순진하고 깨끗한 이 영화는 뉴욕(컬버시티의 MGM 스튜디오에서 찍었다)의 펜스테이션에서 시작된다. 복잡한 퇴근길의 역 계단에서 앨리스(갈랜드)가 발을 헛디뎌 구두의 힐이 꺽어지며  뒤뚱거리는 것을 이틀간 휴가를 나온 군인 조(로버트 워커-히치콕의 ’기차 안의 낯선 사람‘에서 킬러로 나온다)가 부축하면서 둘의 만남이 시작된다.
조가 구두수선점에서 앨리스의 구두를 수선해주자 앨리스는 조에게 어디로 가느냐고 묻는다. 뉴욕이 처음인 조는 갈 곳이 특별히 없다고 하자 앨리스는 집에 가는 길에 조에게 관광안내를 한다. 여기가 센트럴팍이요 저기는 메트로폴리탄 뮤지엄. 이어 버스를 타고 귀가하는 앨리스를 뛰어 따라온 조는 앨리스에게 저녁데이트를 신청한다. 애스토호텔(타임스 스퀘어 근방에 있던 이 호텔은 지금은 철거되고 오피스빌딩이 섰다)의 시계 아래가 약속장소.
약속 장소에서 만난 둘은 저녁을 먹고 데이트를 하다가 앨리스가 집으로 가는 마지막 버스를 놓치는 바람에 밤새 우유배달차를 타고 새벽까지 데이트를 즐긴다. 아침이 되어 출근인파로 붐비는 서브웨이에서 조와 앨리스는 사람들에 밀려 서로를 잃어버린다. 이를 어쩌나 둘은 상대방의 성도 모르는 처지니 어디서 서로를 찾나.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조를 측은히 여긴 기마경찰이 조에게 너희 둘이 처음 만난 곳에 가보라고 조언, 펜스테이션으로 달려간 조가 역시 역으로 자기를 찾으러 온 앨리스를 만나 뜨거운 포옹을 나눈다. 그리고 조는 앨리스에게 구혼을 한다. 둘이 결혼하기 까진 또 여러 가지 난관을 겪어야하는데. 신랑신부가 된 조와 앨리스는 초야 후 아침을 먹고 조는 다시 전장으로 나간다. 영화가 순진하고 깨끗해 보기 좋다.
뉴욕이 제 3의 인물처럼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조와 앨리스의 첫 데이트 장소인 애스토호텔의 큰 시계와 함께 펜스테이션 안내소 위의 큰 시계가 영화제목을 뚜렷이 강조한다. 그런데 펜스테이션의 시계가 그랜드 센트럴스테이션의 시계를 닮았다. 나는 이 영화 때문에 뉴욕에 갔을 때 펜스테이션에 찾아가 큰 시계를 한참동안 쳐다봤었다.
이 영화 만들기 전 해에 역시 갈랜드를 써 빅히트작 ‘세인트 루이스에서 만나요’를 감독한 미넬리와 갈랜드는 사랑에 빠져 결혼했다. 그들의 딸이 가수요 배우인 라이자 미넬리다.    
‘에디 아빠의 구애’는 8세난 에디(론 하워드-‘뷰티플 마인드’로 오스카상을 탄 감독)가 홀아비인 아버지 탐(글렌 포드)의 중매쟁이 노릇을 하는 로맨틱 코미디로 미국의 황금기인 1960년대 중상류층 시민들의 만사 쾌적한 생활상을 잘 보여주고 있다.
외아들 에디를 극진히 사랑하는 탐은 상처 후 이 여자 저 여자와 교제를 하나 마음을 못 잡고 방황한다. 탐 외에 에디와 집안일을 정성껏 돌보는 사람이 가정부 리빙스턴 부인(로버타  셔우드). 에디를 자기 아들처럼 사랑하고 돌보는 또 다른 여자가 탐의 아파트 앞에 사는 아름다운 이혼녀 엘리자베스(셜리 존스). 에디도 엘리자베스를 자기 어머니처럼 좋아한다. 그런데 탐과 엘리자베스는 서로 친하면서도 의견 대립이 잦다.  
탐이 부유한 사교계 여자 리타(디나 메릴)와 본격적으로 교제를 하면서 결혼할 의사를 에디에게 알리자 에디의 고민이 시작된다. 에디는 리타가 무조건 싫은 것이다. 그리고 리타도 에디와 사귈 생각이 없다. 결국 탐이 냉정한 리타를 버리고 에디를 선택하면서 에디는 그 동안 궁리해온 아버지 결혼시키기 작전에 들어간다. 과연 누가 에디의 새 어머니가 될까요.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2016년 12월 19일 월요일

제74회 골든 글로브 각 부문 후보작


드라마 부문에서 작품상 등 총 6개 분문 후보에 오른‘문라이트’


지난 12일 발표된 할리웃 외신기자협회(HFPA)가 수여하는 골든 글로브상 각 부문 후보의 특징은 흑인배우들과 그들이 연기한 작품들이 예년에 비해 많다는 점이다.
주 조연을 비롯해 연기상 후보에 오른 이들은 ‘울타리’(Fences)의 덴젤 워싱턴과 바이올라 데이비스, ‘문라이트’(Moonlight)의 마헤르샬라 알리와 네이오미 해리스, ‘러빙’(Loving)의 루스 네가 및 ‘히든 피겨즈’(Hidden Figures)의 옥타비아 스펜서 등 모두 6명이다. ‘문라이트’로 감독상과 각본상 후보에 함께 오른 배리 젠킨스도 흑인이다. 또 ‘라이언’(Lion)으로 남우 조연상 후보에 오른 데브 파텔은 인도계 영국인이다.
이 밖에도 파렐 윌리엄스 등이 작곡한 ‘히든 피겨즈’의 음악과 스티브 원더 등이 작곡한 만화영화 ‘싱(Sing)’의 노래 ‘페이스’(Faith)도 각기 해당부문에서 후보에 올랐다. 가히 흑인들의 잔치라 부를만한데 2년 연속 연기상 부문에서 흑인이 제외돼 ‘오스카는 온통 백색이다’라는 비판을 받은 아카데미가 내년 오스카상 후보발표에서 HFPA의 선례를 따를지 궁금하다.
이번 발표의 또 다른 특색은 강한 내성과 독립심을 지닌 여성위주의 영화들이 여러 부문에서 후보에 올랐다는 것. 음정과 박자가 전연 맞지 않게 노래를 부르는 뉴욕 사교계 여성이 이에 불구하고 자비로 카네기홀 무대에 서는 실화 ‘플로렌스 포스터 젠킨스’(Florence Foster Jenkins)와 외아들을 파격적으로 키우는 자유사상을 지닌 독립적인 홀어머니의 드라마 ‘20세기 여자’(20th Century Woman), 며칠 전 작고한 존 글렌의 우주비행에 큰 기여를 한 흑인 여성 수학자들의 드라마 ‘히든 피겨즈’ 및 워싱턴의 여자 로비이스트의 얘기 ‘미스 슬로운’(Miss Slone) 등이다.
HFPA는 작품과 남녀주연상 부문에 한해 드라마와 뮤지컬/코미디 부문으로 나누어 시상한다.  HFPA는 매년 상을 다양한 작품에 골고루 나누어 주는 경향이 있는데 올 해도 마찬 가지. 특히 올 해는 작품상 후보에 오른 많은 영화들이 메이저가 아닌 독립영화사들의 것들이다.
모두 7개 부문에서 후보에 올라 최다 후보작이 된 ‘라 라 랜드’(La La Land)와 이에 이어 총 6개 부문에 후보에 오른 ‘문라이트’ 및 총 5개 부문에서 후보에 오른 ‘바닷가의 맨체스터’(Manchester by he Sea)등이 다 독립영화사 작품들이다. 이 세 영화는 오스카상 경쟁에서도 치열한 접전을 벌이게 됐다. 이들에 이어 총 4개 부문에서 후보에 오른 ‘라이언’과 텍사스의 형제 은행강도와 이를 추적하는 텍사스 레인저(제프 브리지스)의 현대판 웨스턴 ‘헬 오어 하이 워터’(Hell or High Water)도 마찬 가지.
이 영화들은 작은 규모의 성인용 영화들로 비평가들의 평에 의해 흥행의 성패가 달린 영화들이다. 이들은 이제 골든 글로브상 후보에 오름으로써 앞으로 흥행 호조가 순풍에 돛을 올린 격이 됐다.
수상 후보 발표 때마다 늘 있는 일이지만 이번에도 뜻밖에 수상 후보에 오른 작품과 배우들이 있다. 만화를 원작으로 만든 폭력적이요 상스럽기 짝이 없는 ‘데드풀’(Deadpool)과 주연배우 라이언 레널즈가 각기 뮤지컬/코미디 부문에서 작품상과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것. 이와 함께 그 누구도 후보에 오르리라고 짐작하지 못했던 사람이 ‘전쟁의 개들’(War Dogs)의 주연배우(뮤지컬/코미디) 조나 힐. 이라크전쟁의 와중에 무기를 팔아 떼돈을 번 두 젊은이의 액션 코미디 드라마인 이 영화는 평과 흥행이 다 신통치 못해 힐의 후보 선정이 한층 더 화제가 되고 있다.
HFPA로부터 완전히 무시를 당한 두 베테런 감독이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마틴 스코르세지. 이스트우드가 감독하고 탐 행스가 주연해 호평과 함께 빅히트한 여객기 사고영화 ‘설리’(Sully)와 스코르세지의 심혈을 기울인 야심작으로 17세기 일본에서 핍박을 받는 예수회 선교사들의 드라마 ‘침묵’(Silence)도 외면을 받았다.
외면을 당한 또 다른 베테런들은 워렌 베이티와 로버트 드 니로. 베이티가 감독하고 하워드 휴즈로 나온 ‘룰스 돈 어플라이’(Rules Don‘t Apply)는 그가 15년 만에 스크린에 컴백한 작품으로 영화사 사장이었던 휴즈가 신인으로 발굴한 앳된 여배우 역의 릴리 칼린스가 주연상 후보에 오른 것이 전부. 그리고 ‘코미디언’(The Comedian)에서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 나와 상소리를 침 뱉듯 하는 로버트 드 니로도 제외됐다.
이들과 달리 할리웃의 망나니로 취급받아온 멜 깁슨은 자기 작품이 세 개 부문에서 후보에 오르는 쾌거를 이뤘다. 그가 감독한 태평양전쟁을 다룬 실화 ‘핵소 리지’(Hacksaw Ridge)가 드라마 부문에서 작품, 감독 및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또 패션디자이너 탐 포드가 자신의 두 번째 영화 ‘야행성 동물’(Nocturnal Animals)로 감독과 각본상 후보에 오른 것도 작은 이변. HFPA가 사랑하다시피 하는 메릴 스트립은 ‘플로렌스 포스터 젠킨스’로 주연상후보에 올랐는데 이번으로 총 30번째 후보에 오르는 기록을 보유하게 됐다.
스트립은 내년에 1월에 열리는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생애업적상인 세실 B. 드밀상을 받는다.  제74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은 2017년 1월 8일 지미 팰론의 사회로 베벌리힐스의 베벌리힐튼호텔에서 열린다. NBC-TV가 전 세계로 생중계 한다.

뮤지컬/코미디 부문에서 작품상 등 총 7개 분문 후보에 오른‘라라랜드’


<골든 글로브상 각 부문 후보 영화들>
▶작품(드라마)
‘핵소 리지’ ‘헬 오어 하이 워터’ ‘라이언’-어릴 때 길을 잃은 뒤 호주에 입양된 고아가 25년 만에 고향을 찾아가는 감상적인 드라마. ‘바닷가의 맨체스터’-가족의 처참한 사고 후 폐인처럼 살고 있는 남자의 후유증과 갱생의 드라마. ‘문라이트’-마이애미의 달동네에 사는 흑인 남자 동성애자의 갈등과 자아 인식을 세 시간대로 나누어 그렸다.

▶여우주연(드라마)
에이미 애담스-지구에 도착한 외계인과 소통하려고 애쓰는 언어학자의 드라마 ‘도착’(Arrival) 제시카 채스테인(미스 슬로운) 이자벨 위페르-강간당한 여사장의 후유증과 변태적 성적 호기심 그리고 반격을 그린 프랑스영화 ‘엘르’(Elle) 루스 네가-흑백결혼이 불법이던 버지니아주에서 백인 남자와 결혼한 흑인여자와 남편의 투쟁실화 ‘러빙’. 나탈리 포트만-케네디대통령 암살 작전과 직후의 재클린 케네디의 이야기 ‘재키’(Jackie)

▶남우주연(드라마)
케이시 애플렉(바닷가의 맨체스터) 조엘 에저턴(러빙) 앤드루 가필드(핵소 리지) 비고 모텐슨-숲 속에서 혼자 아이들을 키우는 히피 아버지의 드라마 ‘캡튼 팬태스틱’(Captain Fantastic) 덴젤 워싱턴-한과 분노에 묻혀 사는 피츠버그의 쓰레기 수거원의 드라마 ‘울타리’

▶작품(뮤지컬/코미디)
‘20세기 여자’ ‘데드풀’ ‘플로렌스 포스터 젠킨스’ ‘라 라 랜드’-옛 할리웃과 뮤지컬에 바치는 로맨틱한 찬미. ‘싱 스트릿’(Sing Street)-1980년대 더블린의 14세난 소년이 자기가 좋아하는 소녀의 마음을 사기 위해 친구들과 밴드를 급조한다.

▶여우주연(뮤지컬/코미디)
엠마 스톤(라 라 랜드) 릴리 칼린스(룰즈 돈 어플라이) 헤일리 스타인펠드-여고 3년생의 성장기 ‘에지 오브 세븐틴’(Edge of Seventeen) 아넷 베닝(20세기 여자) 메릴 스트립(플로렌스 포스터 젠킨스).

▶남우주연(뮤지컬/코미디)
칼린 패럴-독신자가 45일 안에 새로운 짝을 못 찾으면 동물이 되는 우화 ‘랍스터’(LObster) 라이언 가슬링(라 라 랜드) 휴 그랜트(플로렌스 포스터 젠킨스) 조나 힐(전쟁의 개들) 라이언 레널즈(데드풀)

▶감독
데이미언 차젤(라 라랜드) 탐 포드(야행성 동물) 멜 깁슨(핵소 리지) 배리 젠킨스(문라이트) 케네스 로너갠(바닷가의 맨체스터)  

▶여우조연
바이올라 데이비스(울타리) 네이오미 해리스(문라이트) 니콜 키드만(라이언) 옥타비아 스펜서(히든 피겨즈) 미셸 윌리엄스(바닷가의 맨체스터)

▶남우조연
마헤르샬라 알리(문라이트) 제프 브리지스(헬 오어 하이 워터) 사이몬 헬버그(플로렌스 포스터 젠킨스) 데브 파텔(라이언) 아론 테일러-잔슨(야행성 동물)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울타리(Fences)


트로이 (왼쪽)과 로즈가 다정한 한때를 보내고 있다.

유망한 야구 선수가 몰락한뒤 가족과 겪게 되는 갈등 



심리적으로 또 감정적으로 강력한 극적 경험과 흥분을 느끼게 하는 신맛 나고 유머가 있는 드라마로 호언장담 하는듯한 연기를 하는 덴젤 워싱턴이 감독하고 주연한다. 오거스트 윌슨의 펄리처상과 토니상을 받은 연극이 원작으로 긴 독백과 대화 위주인데 말의 성찬이라 할 만큼 언어가 풍성하고 다양하다.
12일 발표된 골든 글로브상 후보에서 워싱턴이 주연상(드라마부문) 그리고 워싱턴의 아내 로즈역의 바이올라 데이비스가 조연상 후보로 올랐다. 
1950년대 피츠버그의 쓰레기 수거원인 트로이(워싱턴)는 한과 분노에 가득 찬 사람으로 집안의 독재자다. 그 이유는 니그로 리그의 야구선수였던 그가 프로가 되지 못한 것이 인종차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트로이는 툭하면 과거의 자랑을 늘어놓는데 남편을 사랑하는 인내심 깊은 로즈는 남편의 이 같은 허세를 못 들은 척하고 지낸다. 트로이도 아내를 매우 사랑한다. 
트로이의 허세와 변덕 그리고 쓴 맛 나는 독설을 들으며 참아야하는 사람은 로즈 외에도 트로이의 고등학생 아들 코리(조반 아데포). 특히 코리는 아버지가 자기 꼴이 될 것을 우려, 풋볼선수가 되려는 것을 막아 아버지와 갈등이 심하다. 트로이는 “이 집의 주인은 나다”면서 독재자처럼 로즈와 코리를 다룬다. 트로이의 허세를 너그럽게 받아주는 사람이 그와 함께 쓰레기를 수거하는 나이 먹은 친구 보노(스티븐 헨더슨).
트로이의 주변 인물들로는 이들 외에 전처소생의 30대의 재즈음악가 라이언스(러셀 혼스비)와 전쟁에서 머리를 다쳐 정신박약자가 된 동생 게이브리엘(미켈티 윌리엄스)이 있는데 라이언스는 아직도 아버지로부터 경제적 도움을 받는다. 그래서 그는 아버지로부터 온갖 모욕적인 말을 듣는다.
얘기는 거의 집안에서 진행되면서 상당 부분이 한과 분노와 좌절감에 가득 찬 트로이의 허세와 독설과 욕설과 주정 그리고 독백으로 이어지는데 그의 언어가 고약하고 때론 사악할 정도이나 또 한편으로는 유머가 배어있다. 이어 영화후반에 가서 트로이의 폭탄선언이 나온다. ‘울타리’는 트로이가 짓기를 계속해 미루는 자기 집 작은 뒷마당의 담장을 뜻하면서 아울러 그의 삶을 가로막는 장애를 상징한다. 
연기들이 좋은데 워싱턴의 연기는 거의 과장됐다고 할 만큼 화려하다. 자세와 태도와 걸음 그리고 제스처와 얼굴 표정이 득의양양하고 압도적이다. 이에 반해 데이비스의 자상하고 연민하며 참는 연기가 워싱턴의 오만한 연기와 좋은 대조를 이루며 화합한다. PG-13. Paramount. ★★★1/2(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네루다(Neruda)


동조자들과 함께 도주하는 파블로 네루다(앞).

1940년대 칠레… 노벨상 수상 시인 네루다의 삶


현재 상영 중인 케네디 대통령 암살 직전과 직후의 재클린 케네디의 모습과 심리상태를 사실과 상상력을 섞어 역사의 재해석 식으로 묘사한 ‘재키’를 연출한 칠레 감독 파블로 라레인의 영화다.
독특한 작품으로 ‘재키’처럼 칠레의 노벨상 수상시인 파블로 네루다의 삶을 사실과 감독의 상상력을 동원해 재구성 했는데 거의 초현실적인 느낌을 준다. 환상과 현실의 구분이 애매모호하고 또 교묘히 직조된 심각하면서도 시치미 뚝 떼는 유머를 곁들인 영화로 작품의 음색이 고르지 못해 다소 혼란을 일으킨다. 골든 글로브 외국어 영화상 후보작.
1940년대 말. 공산당 출신의 상원의원으로 노동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네루다(루이스 그네코)는 좌파에서 우파로 돌아선 가브리엘 곤살레스 비델라 대통령(알프레도 카스트로)이 공산당을 불법화 하면서 아내 델리아(메르세데스 모란)와 가까운 지지자들과 함께 지하로 잠적한다.
이어 야심에 찼으나 약간 덜 떨어진 형사 오스카 펠루초노(가엘 가르시아 베르날)가 네루다를 집요하게 추적한다. 많은 부분이 오스카의 내레이션으로 진행되는데 애증과 동경과 환상이 뒤엉킨 일종의 추적자와 도주자의 얘기이다.
오만하고 자기 영광을 마음껏 누리고자하는 민중의 영웅 네루다와 이런 거물을 추적하면서 보잘 것 없는 신분에서 유명인사가 되어보고자 하는 오스카(경찰간부와 창녀 사이에서 태어났다)의 관계가 영화의 중심 주제로 둘은 영화에서 거의 만나지 않으면서도 마치 몸이 붙은 쌍둥이처럼 연결된다.
잠복하고 도주하는 네루다는 아내와 동조자들을 돌려보내고 낯선 사람들과 함께 안데스 산맥을 넘어 달아는데 그 뒤를 오스카가 끈질기게 따라 붙는다.
그러나 오스카는 자신의 흔적을 일부러 남기고 도망가는 네루다의 은신처에 늘 한발 뒤 늦게 도착한다.
이런 과정에서 오스카는 네루다의 시 속의 인물처럼 변신한다. 어떻게 보면 네루다와 오스카는 한 인물로 둘이 혼연일체가 된다. 그네코의 밉상스러울 정도로 오만한 연기와 멕시코 배우 베르날의 서푼짜리 같은 어수선한 연기가 조화를 잘 이룬다. 희한한 영화다. R.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LAFCA의 베스트




필자가 속한 LA 영화비평가협회(LAFCA)는 2016년도 최우수 외국어영화로 박찬욱 감독의 일제 시대를 배경으로 한 음모와 배신과 욕망 그리고 욕정이 판을 치는 드라마 ‘아가씨’(The Handmaiden)를 선정했다. ‘아가씨’는 이 밖에도 최우수 미술부문에서도 선정됐다.
LAFCA가 한국영화에 상을 준 것은 ‘마더’의 김혜자가 최우수여배우로 뽑힌 것이 처음이었고 이어 윤정희가 ‘시’로 역시 최우수여배우로 선정된바 있다. LAFCA는 차점작과 차점자들도 발표하는데 외국어영화 부문의 차점작은 독일영화 ‘토니 에르드만’(Toni Erdmann)이고 미술부문 차점작은 ‘라 라 랜드’.
최우수작품으로는 마이애미의 리버티시티 인근을 무대로 한 젊은 흑인 동성애자의 삶을 세 개의 시간대로 나누어 그린 가슴에 와 닿는 드라마 ‘문라이트’(Moonlight^사진)를 뽑았다. 이 영화는 이 밖에도 배리 젠킨스가 최우수감독으로 그리고 겉으로는 터프하나 마음은 인자한 드럭 딜러 역의 마헤르샬라 알리가 최우수 조연남우로 각기 선정됐고 촬영부문에서도 최우수작으로 뽑혀 4관왕이 됐다.
최우수영화 차점작은 LA를 무대로 한 향수 짙은 뮤지컬 ‘라 라 랜드’(La La Land)이고 감독부문 차점자는 ‘라 라 랜드’의 데이미안 차젤, 조연남우 차점자는 마틴 스코르세지의 17세기 일본을 무대로 한 엄숙한 종교영화 ‘침묵’(Silence)에서 예수회 선교사들을 핍박하는 일본의 고위관리 역의 이세이 오가타 그리고 촬영부문 차점작은 ‘라 라 랜드’.
최우수여배우로는 강간을 당한 여자의 후유증과 심리상태를 그린 ‘엘르’(Elle)와 느닷없이 남편에게서 버림받은 대학 철학교수의 갈등과 자기치유를 묘사한 ‘딩스 투 컴’(Things to Come)에 나온 프랑스 배우 이자벨 위페르가 선정됐다.
이로써 위페르는 오스카상 부문에서도 후보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는데 그렇게 되면 노련한 연기파 위페르가 처음으로 오스카상 후보에 오르게 된다. 이 부문 차점자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크리스틴’(Christine)의 레베카 홀.
최우수 남자배우로는 ‘패터슨’(Patterson)에서 뉴저지주 패터슨의 버스운전사로 버스를 몰면서 지켜본 삶의 면모를 아름다운 시로 쓰는 패터슨(이름이 도시 이름과 같다)으로 나와 조용하고 깊은 연기를 한 애담 드라이버가 선정됐다. 차점자는 ‘바닷가의 맨체스터’(Manchester by the Sea)의 케이시 애플렉.
최우수 조연여배우로는 3편의 단편모음식의 ‘어떤 여자들’(Certain Women)에서 몬태나주의 말목장의 고독한 레즈비언 일꾼으로 나온 아메리칸 인디언의 피가 섞인 신인 릴리 글래드스톤이 뽑혔다.
LAFCA는 이렇게 본 사람들이 별로 없는 영화의 주인공을 뽑는 버릇(?)이 있는데 지난 2004년에도 ‘다운 투 본’의 베라 화미가를 최우수여배우로 뽑아 화제가 됐었다. 화미가는 이로 인해 빅 스타가 됐는데 글래드스톤도 이로써 스타로서의 앞길이 트이게 됐다. 이 부문 차점자는 ‘바닷가의 맨체스터’의 미셸 윌리엄스.
최우수 기록영화는 흑인작가 제임스 볼드윈의 눈으로 본 미국의 인종차별을 다룬 ‘나는 너의 흑인이 아니다’(I Am Not Your Negro)가 선정됐는데 차점작은 ‘O.J.:미국산’.
최우수 각본으로는 ‘랍스터’(The Lobster)가 뽑혔다. 콜린 화렐과 레이철 바이스가 나오는 이 영화는 독신인 사람이 45일 만에 애인을 못 찾으면 짐승으로 변하는 세상의 이야기로 매우 독창적이다. 영화를 연출한 그리스인 감독 요고스 란티모스가 에프티미스 필립푸와 함께 각본을 썼다. 차점작은 ‘바닷가의 맨체스터’.
편집부문에는 케이블채널 ESPN이 만든 O.J. 심슨에 관한 406분짜리 기록영화 ‘O.J.:미국산’( O.J.:Made in America)이 선정됐다. 미국의 인종문제와 유명세와 미디아 그리고 폭력과 사법제도에 관한 흥미진진한 영화다. 차점작은 ’라 라 랜드‘.
만화영화 부문에는 하야오 미야자키가 세운 스튜디오 기블리 작으로 각기 도쿄와 시골에 사는 10대 소년과 소녀가 서로 몸을 바꾸는 환상적이요 아름다운 일본영화 ‘너의 이름’(Your Name)이 뽑혔다. 음악부문에는 재즈와 스윙과 팝을 골고루 잘 섞은 ‘라 라 랜드’가 뽑혔고 차점작은 ‘재키’(Jackie).
신세대 부문에는 드라마 ‘크리샤’(Krisha)의 주연여우 크리샤 페어차일드와 감독 트레이 에드워드 슐츠가 공동으로 선정됐다. 특별상은 고전영화를 보존하고 보급하는 케이블TV 터너 클래식 무비즈에게 생애업적상은 셜리 매클레인에게 주기로 했다. 올 해 작고한 커티스 핸슨 감독을 기리는 LAFCA의 시상만찬은 1월 14일 센추리시티에서 열린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2016년 12월 13일 화요일

‘신비한 동물사전’에디 레드메인




어렸을 때 마술에 집착, 뉴트 역 맡아 너무 신나


현재 빅히트 중인 환상모험영화 ‘신비한 동물사전’(Fantastic Beasts and Where to Find Them)에서 1920년대 뉴욕의 마녀들과 마법사들이 사는 비밀사회에 도착해 모험을 겪는 신비한 동물 연구가 겸 작가 뉴트 스카맨더로 나오는 에디 레드메인(34)과의 인터뷰가 최근 뉴욕의 포시즌스호텔에서 있었다. 
이 영화는 ‘해리 포터’시리즈의 작가 J.K. 롤링이 쓴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것으로 ‘해리 포터’ 시리즈의 스핀오프다. 각본도 롤링이 썼다. 
레드메인은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의 자전적영화 ‘모든 것의 이론’으로 오스카 주연상을 받은 연기파 슈퍼스타이나 전연 스타티를 내지 않는 소박하고 서민적인 사람이다. 항상 미소를 짓는 밝고 맑은 사람으로 겸손하고 상냥한 친구 같은 느낌을 갖게 한다. 액센트가 있는 발음으로 활발한 제스처를 써가면서 질문에 유머와 위트를 섞어 속사포 쏘듯이 대답을 했는데 개인적인 물음에는 얼굴에 홍조를 띠어가면서 수줍어했다.    

▶온갖 신비한 동물들이 나오는 이 영화는 상상력을 마음껏 동원해야 되는 작품인데 그에 대해 말해 달라.
“내가 지금까지 나온 영화 중 가장 많은 상상력을 동원해야 했다. 나는 인형극을 하는 사람과 안무가 등과 함께 상상의 동물들과 얘기를 하고 함께 행동하는 방법을 연습했다. 혼자 상대도 없는데 말하고 행동하자니 때론 우스꽝스럽기도 했다. 영화에 나오는 동물의 교미댄스는 유튜브를 보고 연습했다. 연습기간 동안 난 멍청이가 되는 수밖에 없었다.”

▶역을 선정하는데 과감하게 극과 극처럼 다른 것을 선택하는데.
“이 영화는 각본이 좋아서 역을 맡았다. 뉴트는 영웅적인 사람의 모든 자질을 갖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인간관계가 서툴고 사회에 적응을 잘 못하는 사람이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또 그의 걸음걸이 등 동작이 무성영화 시대 최고의 코미디언 버스터 키튼의 그 것을 닮았다는 것도 좋았다. 배우의 꿈과도 같은 역이다.”

▶뉴트처럼 동물들을 좋아하는가.  
“내가 어렸을 때 완전히 귀가 먹은 개 다비를 키웠다. 다비는 늘 뛰어다녀 집안을 온통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곤 했는데 나는 그 개를 무척 사랑했다. 그러나 난 고양이와 말에 대해선 알레르기반응을 보인다.”

▶생애에서 가장 환상적이요 마법적인 때는 언제였는가.
“한나(33)와 결혼 했을 때와 자난 6월에 딸 아이리스의 출생을 맞았을 때이다.”

▶마법적 힘을 지녔다면 이 세상을 보다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하겠는가.
“그 건 너무 거대한 물음이다. 단지 이 세상을 보다 평화로운 곳으로 만들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뉴욕에 도착한 뉴트는 가방에서 달아난 신비한 동물들을 찾아 동분서주한다.

▶역을 어떻게 맡게 됐는가.
“내 에이전트가 전화를 걸어 데이빗 예이츠(영화의 감독)가 날 만나자고 한다고 말했다. 왜 그러는지 몰랐다. 그 때 조(롤링)는 영화의 각본을 쓰고 있을 때로 예이츠는 조가 쓴 만큼 내게 내용을 들려줬다. 우린 그러기를 몇 차례 했다. 그러는 동안에 난 얘기에 반해버렸다. 그리곤 오디션도 없이 역을 얻었다. 이어 뉴욕에 와서야 다른 배우들과 함께 오디션 과정을 거쳤는데 내 역을 위해서라기보다 다른 배우들을 위한 것이었다. 그 후 데이빗으로 부터 뉴트역을 잘 한다고 칭찬을 받았다.”

▶맡은 역들의 대부분은 과거 사람들인데 과거에 대해 특별한 매력이라도 갖고 있는지.
“난 늘 역사를 사랑했다. 내가 역사에 접근한 것은 미술과 건축을 통해서인데 대학에서도 그 것을 공부했다. 미술과 건축의 상관관계야 말로 매력적인 것이다. 난 과거를 사랑하는데 미술을 통해 그 것과 교류한다. 내가 과거 인물 역을 맡을 때면 난 늘 맨 먼저 런던의 국립초상화미술관에 가서 연구를 하곤 한다.”

▶마술에 관심이 있는가.
“난 어렸을 때 마술에 집착했었다. 그래서 스코틀랜드의 할머니를 방문할 때면 졸라서 에딘버러에 있는 마술상을 찾아가곤 했다. 따라서 뉴트 역을 맡게 돼 너무 신난다. 할머니도 내가 언젠가는 마술사 역을 하리라고 믿으셨다.”

▶뉴욕에 처음 왔을 때 느낀 감정을 기억하는가.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다. 14살인가 15살 때 어머니와 함께 왔었다. 밤에 호텔의 21층 방의 커튼을 열자 고색창연한 세인트 패트릭교회가 보였고 그 뒤로 마천루들이 하늘로 솟아 오른 것을 보고 무릎이 얼어붙는 듯한 경이감을 느꼈다. 뉴욕은 에너지와 생동감과 흥분이 가득한 도시다.”

▶이 영화의 속편을 네 편이나 만든다고 하는데 전 편에 다 나오고 싶은가.
“소망사항이다. 내가 이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이 것이 스릴러이자 어두우면서도 멋들어지게 경쾌하고 또 코미디와 함께 인간성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속편과 관계없이 이 영화는 혼자서 독립해 즐길 수 있다. 사람들이 이 영화를 좋아해 속편이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팬들의 호응 없이 속편이란 무의미하다.”

▶질적으로 우수한 영화가 아닌데도 자꾸만 보게 되는 영화라도 있는가.
“짐 캐리가 나온 ‘마스크’다. 얼마 전에도 또 봤다. 캐리의 연기야 말로 천재나 할 일이다. 그리고 캐리의 다른 영화 ‘덤 앤 더머’도 좋아한다.”

▶어디에서 사는가.
“런던에 산다. 난 그 도시의 에너지를 사랑하는데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은 디킨스의 소설에 나오는 장소처럼 역사로 가득 찬 곳이다. 우린 또 시골에 집을 빌려 사는데 런던과는 정반대의 분위기다. 지독히 조용하고 아름답다. 배우라는 직업은 너무 광적인 것이어서 조용히 쉴 곳이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마법사처럼 사람을 보면 그들의 정체를 파악할 수 있는가.    
“아니다. 사람을 아는 것 같지만 실제론 생각했던 것과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경험 할 때가 많다. 난 사람을 쉽게 믿는데 종종 그 것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곤 한다. 그러나 난 늘 마음 문을 열어 놓으려고 노력한다. 그렇지 않으면 냉소적이 되기 때문이다. 
나보다  아내가 사람 판단을 더 잘한다.” 

▶내년에 35세가 되는데 생일 축하를 어떻게 할 예정인가.
“난 크리스마스 얼마 후인 1월 6일에 태어나 모두들 내 생일을 잊어버린다. 어떤 사람은 크리스마스와 생일을 함께 축하하는 선물로 일석이조 식으로 축하한다. 그래서 조용하게 보내는 편이다.”

▶당신은 어떻게 해서 그렇게 상냥하고 접근하기가 쉬운가.
“솔직히 말해 모르겠다. 매우 정직한 가족을 가졌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읽었는가.
“나보다 여섯 살 아래인 남동생이 이 책의 열렬한 독자여서 내게도 권해 읽었다. 지금 생각하니 잘 한 일이다.”

▶맡은 역들의 대부분이 국외자들인데 스스로도 그렇게 느끼는가.
“어떤 의미에서 우린 다 국외자들이다. 현실이 그렇기 때문에 난 그들에 대해 관심이 있고 호기심이 간다. 뉴트를 비롯해 롤링 작품의 주인공들도 대부분 국외자들이다.”

▶몹시 바쁜 생활에서 어떻게 한가로운 때를 찾는가.
“다행이도 난 이 영화 후에 다른 영화를 찍고 있지 않다. 오래간만에 맛보는 하늘에라도 오른 기분이다. 그러나 배우란 내면에 늘 연기하고자 하는 본능이 있어 휴식을 취하려면 단단한 결심을 해야 한다.”

▶유머감각이 풍부한데 왜 코미디에 안 나오나.
“이 영화에 코미디 요소가 많아 좋아했다. 나의 어머니도 내게 늘 코미디에 나올 의사가 있느냐고 물으신다. 스티븐 호킹도 꽤 우스운 영화다. 그런데 배우들에게 제공되는 각본이란 그들이 성공한 영화와 비슷한 성질의 것이 많아 내게도 자연 심각한 내용의 각본이 많이 제공된다.”

▶코미디를 한다면 어떤 것을 하고 싶은가.
“난 버디 코미디를(두 친구가 찧고 까부는 코미디) 좋아 한다.”

▶남편이 되고 아버지가 된 이후 달라진 것이 무엇인가. 
“배우란 떠도는 곡마단원과 같이 외로운 직업이다. 그런데 남편이 되고 아버지가 되면서 혼자가 아니라 팀이 이뤄졌다. 매 경험이 다 특이한 경험이다. 왜냐하면 특별한 사람과 그 경험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