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6년 12월 19일 월요일

울타리(Fences)


트로이 (왼쪽)과 로즈가 다정한 한때를 보내고 있다.

유망한 야구 선수가 몰락한뒤 가족과 겪게 되는 갈등 



심리적으로 또 감정적으로 강력한 극적 경험과 흥분을 느끼게 하는 신맛 나고 유머가 있는 드라마로 호언장담 하는듯한 연기를 하는 덴젤 워싱턴이 감독하고 주연한다. 오거스트 윌슨의 펄리처상과 토니상을 받은 연극이 원작으로 긴 독백과 대화 위주인데 말의 성찬이라 할 만큼 언어가 풍성하고 다양하다.
12일 발표된 골든 글로브상 후보에서 워싱턴이 주연상(드라마부문) 그리고 워싱턴의 아내 로즈역의 바이올라 데이비스가 조연상 후보로 올랐다. 
1950년대 피츠버그의 쓰레기 수거원인 트로이(워싱턴)는 한과 분노에 가득 찬 사람으로 집안의 독재자다. 그 이유는 니그로 리그의 야구선수였던 그가 프로가 되지 못한 것이 인종차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트로이는 툭하면 과거의 자랑을 늘어놓는데 남편을 사랑하는 인내심 깊은 로즈는 남편의 이 같은 허세를 못 들은 척하고 지낸다. 트로이도 아내를 매우 사랑한다. 
트로이의 허세와 변덕 그리고 쓴 맛 나는 독설을 들으며 참아야하는 사람은 로즈 외에도 트로이의 고등학생 아들 코리(조반 아데포). 특히 코리는 아버지가 자기 꼴이 될 것을 우려, 풋볼선수가 되려는 것을 막아 아버지와 갈등이 심하다. 트로이는 “이 집의 주인은 나다”면서 독재자처럼 로즈와 코리를 다룬다. 트로이의 허세를 너그럽게 받아주는 사람이 그와 함께 쓰레기를 수거하는 나이 먹은 친구 보노(스티븐 헨더슨).
트로이의 주변 인물들로는 이들 외에 전처소생의 30대의 재즈음악가 라이언스(러셀 혼스비)와 전쟁에서 머리를 다쳐 정신박약자가 된 동생 게이브리엘(미켈티 윌리엄스)이 있는데 라이언스는 아직도 아버지로부터 경제적 도움을 받는다. 그래서 그는 아버지로부터 온갖 모욕적인 말을 듣는다.
얘기는 거의 집안에서 진행되면서 상당 부분이 한과 분노와 좌절감에 가득 찬 트로이의 허세와 독설과 욕설과 주정 그리고 독백으로 이어지는데 그의 언어가 고약하고 때론 사악할 정도이나 또 한편으로는 유머가 배어있다. 이어 영화후반에 가서 트로이의 폭탄선언이 나온다. ‘울타리’는 트로이가 짓기를 계속해 미루는 자기 집 작은 뒷마당의 담장을 뜻하면서 아울러 그의 삶을 가로막는 장애를 상징한다. 
연기들이 좋은데 워싱턴의 연기는 거의 과장됐다고 할 만큼 화려하다. 자세와 태도와 걸음 그리고 제스처와 얼굴 표정이 득의양양하고 압도적이다. 이에 반해 데이비스의 자상하고 연민하며 참는 연기가 워싱턴의 오만한 연기와 좋은 대조를 이루며 화합한다. PG-13. Paramount. ★★★1/2(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네루다(Neruda)


동조자들과 함께 도주하는 파블로 네루다(앞).

1940년대 칠레… 노벨상 수상 시인 네루다의 삶


현재 상영 중인 케네디 대통령 암살 직전과 직후의 재클린 케네디의 모습과 심리상태를 사실과 상상력을 섞어 역사의 재해석 식으로 묘사한 ‘재키’를 연출한 칠레 감독 파블로 라레인의 영화다.
독특한 작품으로 ‘재키’처럼 칠레의 노벨상 수상시인 파블로 네루다의 삶을 사실과 감독의 상상력을 동원해 재구성 했는데 거의 초현실적인 느낌을 준다. 환상과 현실의 구분이 애매모호하고 또 교묘히 직조된 심각하면서도 시치미 뚝 떼는 유머를 곁들인 영화로 작품의 음색이 고르지 못해 다소 혼란을 일으킨다. 골든 글로브 외국어 영화상 후보작.
1940년대 말. 공산당 출신의 상원의원으로 노동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네루다(루이스 그네코)는 좌파에서 우파로 돌아선 가브리엘 곤살레스 비델라 대통령(알프레도 카스트로)이 공산당을 불법화 하면서 아내 델리아(메르세데스 모란)와 가까운 지지자들과 함께 지하로 잠적한다.
이어 야심에 찼으나 약간 덜 떨어진 형사 오스카 펠루초노(가엘 가르시아 베르날)가 네루다를 집요하게 추적한다. 많은 부분이 오스카의 내레이션으로 진행되는데 애증과 동경과 환상이 뒤엉킨 일종의 추적자와 도주자의 얘기이다.
오만하고 자기 영광을 마음껏 누리고자하는 민중의 영웅 네루다와 이런 거물을 추적하면서 보잘 것 없는 신분에서 유명인사가 되어보고자 하는 오스카(경찰간부와 창녀 사이에서 태어났다)의 관계가 영화의 중심 주제로 둘은 영화에서 거의 만나지 않으면서도 마치 몸이 붙은 쌍둥이처럼 연결된다.
잠복하고 도주하는 네루다는 아내와 동조자들을 돌려보내고 낯선 사람들과 함께 안데스 산맥을 넘어 달아는데 그 뒤를 오스카가 끈질기게 따라 붙는다.
그러나 오스카는 자신의 흔적을 일부러 남기고 도망가는 네루다의 은신처에 늘 한발 뒤 늦게 도착한다.
이런 과정에서 오스카는 네루다의 시 속의 인물처럼 변신한다. 어떻게 보면 네루다와 오스카는 한 인물로 둘이 혼연일체가 된다. 그네코의 밉상스러울 정도로 오만한 연기와 멕시코 배우 베르날의 서푼짜리 같은 어수선한 연기가 조화를 잘 이룬다. 희한한 영화다. R.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LAFCA의 베스트




필자가 속한 LA 영화비평가협회(LAFCA)는 2016년도 최우수 외국어영화로 박찬욱 감독의 일제 시대를 배경으로 한 음모와 배신과 욕망 그리고 욕정이 판을 치는 드라마 ‘아가씨’(The Handmaiden)를 선정했다. ‘아가씨’는 이 밖에도 최우수 미술부문에서도 선정됐다.
LAFCA가 한국영화에 상을 준 것은 ‘마더’의 김혜자가 최우수여배우로 뽑힌 것이 처음이었고 이어 윤정희가 ‘시’로 역시 최우수여배우로 선정된바 있다. LAFCA는 차점작과 차점자들도 발표하는데 외국어영화 부문의 차점작은 독일영화 ‘토니 에르드만’(Toni Erdmann)이고 미술부문 차점작은 ‘라 라 랜드’.
최우수작품으로는 마이애미의 리버티시티 인근을 무대로 한 젊은 흑인 동성애자의 삶을 세 개의 시간대로 나누어 그린 가슴에 와 닿는 드라마 ‘문라이트’(Moonlight^사진)를 뽑았다. 이 영화는 이 밖에도 배리 젠킨스가 최우수감독으로 그리고 겉으로는 터프하나 마음은 인자한 드럭 딜러 역의 마헤르샬라 알리가 최우수 조연남우로 각기 선정됐고 촬영부문에서도 최우수작으로 뽑혀 4관왕이 됐다.
최우수영화 차점작은 LA를 무대로 한 향수 짙은 뮤지컬 ‘라 라 랜드’(La La Land)이고 감독부문 차점자는 ‘라 라 랜드’의 데이미안 차젤, 조연남우 차점자는 마틴 스코르세지의 17세기 일본을 무대로 한 엄숙한 종교영화 ‘침묵’(Silence)에서 예수회 선교사들을 핍박하는 일본의 고위관리 역의 이세이 오가타 그리고 촬영부문 차점작은 ‘라 라 랜드’.
최우수여배우로는 강간을 당한 여자의 후유증과 심리상태를 그린 ‘엘르’(Elle)와 느닷없이 남편에게서 버림받은 대학 철학교수의 갈등과 자기치유를 묘사한 ‘딩스 투 컴’(Things to Come)에 나온 프랑스 배우 이자벨 위페르가 선정됐다.
이로써 위페르는 오스카상 부문에서도 후보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는데 그렇게 되면 노련한 연기파 위페르가 처음으로 오스카상 후보에 오르게 된다. 이 부문 차점자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크리스틴’(Christine)의 레베카 홀.
최우수 남자배우로는 ‘패터슨’(Patterson)에서 뉴저지주 패터슨의 버스운전사로 버스를 몰면서 지켜본 삶의 면모를 아름다운 시로 쓰는 패터슨(이름이 도시 이름과 같다)으로 나와 조용하고 깊은 연기를 한 애담 드라이버가 선정됐다. 차점자는 ‘바닷가의 맨체스터’(Manchester by the Sea)의 케이시 애플렉.
최우수 조연여배우로는 3편의 단편모음식의 ‘어떤 여자들’(Certain Women)에서 몬태나주의 말목장의 고독한 레즈비언 일꾼으로 나온 아메리칸 인디언의 피가 섞인 신인 릴리 글래드스톤이 뽑혔다.
LAFCA는 이렇게 본 사람들이 별로 없는 영화의 주인공을 뽑는 버릇(?)이 있는데 지난 2004년에도 ‘다운 투 본’의 베라 화미가를 최우수여배우로 뽑아 화제가 됐었다. 화미가는 이로 인해 빅 스타가 됐는데 글래드스톤도 이로써 스타로서의 앞길이 트이게 됐다. 이 부문 차점자는 ‘바닷가의 맨체스터’의 미셸 윌리엄스.
최우수 기록영화는 흑인작가 제임스 볼드윈의 눈으로 본 미국의 인종차별을 다룬 ‘나는 너의 흑인이 아니다’(I Am Not Your Negro)가 선정됐는데 차점작은 ‘O.J.:미국산’.
최우수 각본으로는 ‘랍스터’(The Lobster)가 뽑혔다. 콜린 화렐과 레이철 바이스가 나오는 이 영화는 독신인 사람이 45일 만에 애인을 못 찾으면 짐승으로 변하는 세상의 이야기로 매우 독창적이다. 영화를 연출한 그리스인 감독 요고스 란티모스가 에프티미스 필립푸와 함께 각본을 썼다. 차점작은 ‘바닷가의 맨체스터’.
편집부문에는 케이블채널 ESPN이 만든 O.J. 심슨에 관한 406분짜리 기록영화 ‘O.J.:미국산’( O.J.:Made in America)이 선정됐다. 미국의 인종문제와 유명세와 미디아 그리고 폭력과 사법제도에 관한 흥미진진한 영화다. 차점작은 ’라 라 랜드‘.
만화영화 부문에는 하야오 미야자키가 세운 스튜디오 기블리 작으로 각기 도쿄와 시골에 사는 10대 소년과 소녀가 서로 몸을 바꾸는 환상적이요 아름다운 일본영화 ‘너의 이름’(Your Name)이 뽑혔다. 음악부문에는 재즈와 스윙과 팝을 골고루 잘 섞은 ‘라 라 랜드’가 뽑혔고 차점작은 ‘재키’(Jackie).
신세대 부문에는 드라마 ‘크리샤’(Krisha)의 주연여우 크리샤 페어차일드와 감독 트레이 에드워드 슐츠가 공동으로 선정됐다. 특별상은 고전영화를 보존하고 보급하는 케이블TV 터너 클래식 무비즈에게 생애업적상은 셜리 매클레인에게 주기로 했다. 올 해 작고한 커티스 핸슨 감독을 기리는 LAFCA의 시상만찬은 1월 14일 센추리시티에서 열린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2016년 12월 13일 화요일

‘신비한 동물사전’에디 레드메인




어렸을 때 마술에 집착, 뉴트 역 맡아 너무 신나


현재 빅히트 중인 환상모험영화 ‘신비한 동물사전’(Fantastic Beasts and Where to Find Them)에서 1920년대 뉴욕의 마녀들과 마법사들이 사는 비밀사회에 도착해 모험을 겪는 신비한 동물 연구가 겸 작가 뉴트 스카맨더로 나오는 에디 레드메인(34)과의 인터뷰가 최근 뉴욕의 포시즌스호텔에서 있었다. 
이 영화는 ‘해리 포터’시리즈의 작가 J.K. 롤링이 쓴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것으로 ‘해리 포터’ 시리즈의 스핀오프다. 각본도 롤링이 썼다. 
레드메인은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의 자전적영화 ‘모든 것의 이론’으로 오스카 주연상을 받은 연기파 슈퍼스타이나 전연 스타티를 내지 않는 소박하고 서민적인 사람이다. 항상 미소를 짓는 밝고 맑은 사람으로 겸손하고 상냥한 친구 같은 느낌을 갖게 한다. 액센트가 있는 발음으로 활발한 제스처를 써가면서 질문에 유머와 위트를 섞어 속사포 쏘듯이 대답을 했는데 개인적인 물음에는 얼굴에 홍조를 띠어가면서 수줍어했다.    

▶온갖 신비한 동물들이 나오는 이 영화는 상상력을 마음껏 동원해야 되는 작품인데 그에 대해 말해 달라.
“내가 지금까지 나온 영화 중 가장 많은 상상력을 동원해야 했다. 나는 인형극을 하는 사람과 안무가 등과 함께 상상의 동물들과 얘기를 하고 함께 행동하는 방법을 연습했다. 혼자 상대도 없는데 말하고 행동하자니 때론 우스꽝스럽기도 했다. 영화에 나오는 동물의 교미댄스는 유튜브를 보고 연습했다. 연습기간 동안 난 멍청이가 되는 수밖에 없었다.”

▶역을 선정하는데 과감하게 극과 극처럼 다른 것을 선택하는데.
“이 영화는 각본이 좋아서 역을 맡았다. 뉴트는 영웅적인 사람의 모든 자질을 갖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인간관계가 서툴고 사회에 적응을 잘 못하는 사람이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또 그의 걸음걸이 등 동작이 무성영화 시대 최고의 코미디언 버스터 키튼의 그 것을 닮았다는 것도 좋았다. 배우의 꿈과도 같은 역이다.”

▶뉴트처럼 동물들을 좋아하는가.  
“내가 어렸을 때 완전히 귀가 먹은 개 다비를 키웠다. 다비는 늘 뛰어다녀 집안을 온통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곤 했는데 나는 그 개를 무척 사랑했다. 그러나 난 고양이와 말에 대해선 알레르기반응을 보인다.”

▶생애에서 가장 환상적이요 마법적인 때는 언제였는가.
“한나(33)와 결혼 했을 때와 자난 6월에 딸 아이리스의 출생을 맞았을 때이다.”

▶마법적 힘을 지녔다면 이 세상을 보다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하겠는가.
“그 건 너무 거대한 물음이다. 단지 이 세상을 보다 평화로운 곳으로 만들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뉴욕에 도착한 뉴트는 가방에서 달아난 신비한 동물들을 찾아 동분서주한다.

▶역을 어떻게 맡게 됐는가.
“내 에이전트가 전화를 걸어 데이빗 예이츠(영화의 감독)가 날 만나자고 한다고 말했다. 왜 그러는지 몰랐다. 그 때 조(롤링)는 영화의 각본을 쓰고 있을 때로 예이츠는 조가 쓴 만큼 내게 내용을 들려줬다. 우린 그러기를 몇 차례 했다. 그러는 동안에 난 얘기에 반해버렸다. 그리곤 오디션도 없이 역을 얻었다. 이어 뉴욕에 와서야 다른 배우들과 함께 오디션 과정을 거쳤는데 내 역을 위해서라기보다 다른 배우들을 위한 것이었다. 그 후 데이빗으로 부터 뉴트역을 잘 한다고 칭찬을 받았다.”

▶맡은 역들의 대부분은 과거 사람들인데 과거에 대해 특별한 매력이라도 갖고 있는지.
“난 늘 역사를 사랑했다. 내가 역사에 접근한 것은 미술과 건축을 통해서인데 대학에서도 그 것을 공부했다. 미술과 건축의 상관관계야 말로 매력적인 것이다. 난 과거를 사랑하는데 미술을 통해 그 것과 교류한다. 내가 과거 인물 역을 맡을 때면 난 늘 맨 먼저 런던의 국립초상화미술관에 가서 연구를 하곤 한다.”

▶마술에 관심이 있는가.
“난 어렸을 때 마술에 집착했었다. 그래서 스코틀랜드의 할머니를 방문할 때면 졸라서 에딘버러에 있는 마술상을 찾아가곤 했다. 따라서 뉴트 역을 맡게 돼 너무 신난다. 할머니도 내가 언젠가는 마술사 역을 하리라고 믿으셨다.”

▶뉴욕에 처음 왔을 때 느낀 감정을 기억하는가.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다. 14살인가 15살 때 어머니와 함께 왔었다. 밤에 호텔의 21층 방의 커튼을 열자 고색창연한 세인트 패트릭교회가 보였고 그 뒤로 마천루들이 하늘로 솟아 오른 것을 보고 무릎이 얼어붙는 듯한 경이감을 느꼈다. 뉴욕은 에너지와 생동감과 흥분이 가득한 도시다.”

▶이 영화의 속편을 네 편이나 만든다고 하는데 전 편에 다 나오고 싶은가.
“소망사항이다. 내가 이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이 것이 스릴러이자 어두우면서도 멋들어지게 경쾌하고 또 코미디와 함께 인간성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속편과 관계없이 이 영화는 혼자서 독립해 즐길 수 있다. 사람들이 이 영화를 좋아해 속편이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팬들의 호응 없이 속편이란 무의미하다.”

▶질적으로 우수한 영화가 아닌데도 자꾸만 보게 되는 영화라도 있는가.
“짐 캐리가 나온 ‘마스크’다. 얼마 전에도 또 봤다. 캐리의 연기야 말로 천재나 할 일이다. 그리고 캐리의 다른 영화 ‘덤 앤 더머’도 좋아한다.”

▶어디에서 사는가.
“런던에 산다. 난 그 도시의 에너지를 사랑하는데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은 디킨스의 소설에 나오는 장소처럼 역사로 가득 찬 곳이다. 우린 또 시골에 집을 빌려 사는데 런던과는 정반대의 분위기다. 지독히 조용하고 아름답다. 배우라는 직업은 너무 광적인 것이어서 조용히 쉴 곳이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마법사처럼 사람을 보면 그들의 정체를 파악할 수 있는가.    
“아니다. 사람을 아는 것 같지만 실제론 생각했던 것과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경험 할 때가 많다. 난 사람을 쉽게 믿는데 종종 그 것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곤 한다. 그러나 난 늘 마음 문을 열어 놓으려고 노력한다. 그렇지 않으면 냉소적이 되기 때문이다. 
나보다  아내가 사람 판단을 더 잘한다.” 

▶내년에 35세가 되는데 생일 축하를 어떻게 할 예정인가.
“난 크리스마스 얼마 후인 1월 6일에 태어나 모두들 내 생일을 잊어버린다. 어떤 사람은 크리스마스와 생일을 함께 축하하는 선물로 일석이조 식으로 축하한다. 그래서 조용하게 보내는 편이다.”

▶당신은 어떻게 해서 그렇게 상냥하고 접근하기가 쉬운가.
“솔직히 말해 모르겠다. 매우 정직한 가족을 가졌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읽었는가.
“나보다 여섯 살 아래인 남동생이 이 책의 열렬한 독자여서 내게도 권해 읽었다. 지금 생각하니 잘 한 일이다.”

▶맡은 역들의 대부분이 국외자들인데 스스로도 그렇게 느끼는가.
“어떤 의미에서 우린 다 국외자들이다. 현실이 그렇기 때문에 난 그들에 대해 관심이 있고 호기심이 간다. 뉴트를 비롯해 롤링 작품의 주인공들도 대부분 국외자들이다.”

▶몹시 바쁜 생활에서 어떻게 한가로운 때를 찾는가.
“다행이도 난 이 영화 후에 다른 영화를 찍고 있지 않다. 오래간만에 맛보는 하늘에라도 오른 기분이다. 그러나 배우란 내면에 늘 연기하고자 하는 본능이 있어 휴식을 취하려면 단단한 결심을 해야 한다.”

▶유머감각이 풍부한데 왜 코미디에 안 나오나.
“이 영화에 코미디 요소가 많아 좋아했다. 나의 어머니도 내게 늘 코미디에 나올 의사가 있느냐고 물으신다. 스티븐 호킹도 꽤 우스운 영화다. 그런데 배우들에게 제공되는 각본이란 그들이 성공한 영화와 비슷한 성질의 것이 많아 내게도 자연 심각한 내용의 각본이 많이 제공된다.”

▶코미디를 한다면 어떤 것을 하고 싶은가.
“난 버디 코미디를(두 친구가 찧고 까부는 코미디) 좋아 한다.”

▶남편이 되고 아버지가 된 이후 달라진 것이 무엇인가. 
“배우란 떠도는 곡마단원과 같이 외로운 직업이다. 그런데 남편이 되고 아버지가 되면서 혼자가 아니라 팀이 이뤄졌다. 매 경험이 다 특이한 경험이다. 왜냐하면 특별한 사람과 그 경험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라 라 랜드(La La Land)


세바스찬과 미아(왼쪽)가 황혼 속에 할리웃힐스에서 스윙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황홀하고 아름답고 로맨틱한 뮤지컬 영화


‘라 라 랜드’라는 말은 화려 사치한 분위기에서 “니나노” 하면서 사는 영화인들의 동네 할리웃을 비웃는 말이나 이 영화는 그 조롱의 단어를 빌려 옛 할리웃의 영광과 화사함 그리고 영화와 음악에 대한 정열을 찬양한 헌사다.
할리웃 황금기 많이 만들어진 뮤지컬을 그리워하고 또 재현한 내용과 연기 및 촬영과 조명과 의상 그리고 프로덕션 디자인 등이 다 빼어난 로맨틱 뮤지컬이다. 프레드 애스테어와 시드 채리스 그리고 진 켈리와 레즐리 커론 커플의 기막히게 감미롭고 로맨틱한 콤비와 그들의 춤과 노래를 생각나게 만드는 다이아몬드의 광채를 내는 영화다.
한숨이 나올 정도로 노스탤지아가 가득한 황홀하고 아름답고 로맨틱하며 또 가슴 싸하게 만드는 진짜 명품으로 본격적인 뮤지컬이 외면을 받는 요즘에 이런 영화를 만든 데미안 차젤 감독(각본 겸-‘윕래쉬’)의 대담성에 박수를 보낸다.
영화의 문제점은 과연 이 영화를 뮤지컬에 관심이 없는 젊은 층들이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하는 점. 주인공들로 젊은 팬들이 좋아하는 라이언 가슬링과 엠마 스톤을 기용한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 같다.
첫 장면부터 화면에 확 빨려들게 된다. LA의 다운타운으로 가는 110번 프리웨이와 연결된 105번 프리웨이의 높고 커브 진 램프가 차량들로 마비된 상태. 기다리다 지친 차 안에서 음악을 듣고 있던 남녀운전자들이 차 밖으로 나오더니 프리웨이와 차 위에서 빅밴드의 경쾌한 리듬에 맞춰 신나게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른다. 직접 현장에서 찍은 이 장면이야 말로 감탄이 절로 나오는 영화사에 길이 남을 뮤지컬 신이다. 여기서 두 주인공 세바스찬(가슬링)과 미아(스톤)가 차를 탄 채 스쳐 지나간다. 영화에는 스윙음악과 재즈 그리고 춤과 노래가 많이 나와 눈과 귀가 모두 즐겁다.
워나브라더스 스튜디오 카페 종업원으로 배우 지망생인 미아는 계속해 오디션에 나가나 채택에 안 된다. 그리고 콧대 높은 재즈 피아니스트 세바스찬은 술집과 식당에서 피아노를 치다가  손님에게 불량하구 굴어 해고된다. 둘은 옛날이나 요즘에도 할리웃에 가면 얼마든지 보게 되는 이 동네서 성공하려고 몸부림치는 젊은이들.    
여러 해에 걸쳐 4계절을 지나 진행되는 내용은 두 젊은 남녀가 만나 사랑에 빠지고 이어 문제가 생기면서 갈등이 이는 젊은 남녀에 관한 로맨스영화의 틀을 그대로 따랐다. 미아와 세바스찬은 할리웃힐즈의 연예인 저택에서 열린 풀파티에서 처음 만나나 세바스찬은 미아에게 불손하게 군다. 그러나 미아의 아름답고 똘똘하고 세련된 미아에게 반하지 않을 자가 어디 있으랴. 둘은 이어 불그스름한 황혼 속에 가로등이 로맨틱한 기운을 내는 할리웃힐스의 언덕에서 아름다운 LA를 배경으로 멋진 춤을 춘다. LA가 이렇게 아름답게 그려진 영화 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둘은 커플이 되면서 사랑에 빠져 사는데 미아가 오디션에서 계속해 딱지를 맞자 세바스찬은 미아에게 스스로 각본을 쓰라고 종용한다. 그리고 세바스찬이 성공한 밴드의 멤버가 돼 순회공연차 자주 집을 비우면서 둘 사이에 문제가 생긴다.
스톤과 가슬링이 직접 춤을 추고 노래 부르는데 프로 같지 않아 더 정답다. 가슬링은 직접 피아노도 친다. 그리고 둘의 콤비가 찰떡궁합이고 연기들도 잘 한다. 미풍처럼 경쾌하면서도 우수가 봄비처럼 배인 영화로 음악과 안무 그리고 색깔과 화면 구성 등도 다 훌륭하다. PG-13. Lionsgate.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재키(Jackie)


재키가 TV 방영을 위해  백악관안내를 하고 있다.


케네디 암살 후 아내 재키가 겪은 일을 재구성


케네디 대통령 암살 직전과 직후의 케네디 측근들의 모습 상황을 다큐드라마 식으로 다룬 지적이요 맑은 정신의 흥미 있는 작품으로 재클린 케네디의 눈으로 본 케네디의 죽음과 그 직후의 후유증을 다뤘다. 복잡한 구조를 갖춘 일종의 에세이 스타일의 영화로 시각 스타일이 특이하고 우아한데 너무 지적이요 고급이어서 다소 거리감이 느껴진다. 
이런 지적 접근으로 재키의 감정과 마음을 비롯해 분위기가 차갑게 느껴진다. 칠레감독 파블로 라레인은 역사를 재해석하면서 재키라는 전설적 여자를 인간화 하고 있다. 
케네디 암살 후 매서추세츠주 하이아니스포트 저택에서 기자(빌리 크러덥)가 재키(나탈리 포트만)를 인터뷰 하면서 시작된다. 슬픔과 분노에 찬 재키는 인터뷰의 주도권을 잡는데 이어 장면은 유명한 재키의 백악관 내 가이드 TV촬영 장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새침 떠는 재키가 가는 음성으로 현대판 ‘캐멜롯’을 소개하는 모습이 곱다. 
영화는 에피소드 식으로 마치 직소퍼즐 푸는듯한 구조를 지녔다. 달라스에서의 케네디 암살 직전과 직후의 긴박한 상황, 기내에서의 린든 존슨 부통령(존 캐롤 린치)의 대통령 취임 선서,케네디의 알링턴 국립묘지 안장, 재키와 가톨릭신부(존 허트)간의 오가는 재키의 결혼과 삶과 그것들의 의미 그리고 재키가 백악관을 떠나기 직전의 모습 등이 묘사된다.
나오는 인물들로는 케네디 대통령(캐스파 필립슨), 재키의 비서이자 친구인 낸시 터커맨(그레타 거윅) 그리고 바비 케네디 법무장관(피터 사스가드).       
‘캐멜롯’의 안 주인에서 갑자가 미망인이 되면서 영광과 꿈과 권력을 한꺼번에 잃은 재키의 고독과 좌절 그리고 분노와 슬픔을 가슴이 아프도록 절실하게 다루면서 전설의 파괴를 안타까워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감독은 이 같은 전설의 실상과 내막을 냉철하게 해부하고 있다.     영화에선 케네디가 좋아하던 뮤지컬 ‘캐멜롯’의 노래가 효과적으로 쓰이고 있는데 이와 함께 내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깊은 향수에 젖게 된다.                   
훌륭한 것은 포트만의 고상하고 품위 있으면서 절제된 연기. 매우 차분하면서도 빈 틈 없는 알찬 연기인데 이미 ‘흑조’로 오스카 주연상을 탄 그가 재키 역으로 다시 후보에 오를 것이 분명하다. 포트만은 뤽 브송 감독의 갱영화 ‘프로페셔날’의 아역 배우 출신이다. 촬영과 음악도 좋다. R. ★★★1/2(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승객’크리스 프랫




공상과학 액션 스릴러 ‘패신저스’(Passengers)의 주인공 짐 역의 크리스 프랫(37)과의 인터뷰가 7일 베벌리힐스의 한 식당에서 있었다. 수면상태에 들어간 5,000여명의 승객을 태우고 다른 혹성으로 120년간이 걸리는 비행을 하던 우주선의 컴퓨터가 고장이 나자 승객 중 한명인 짐이 혼자 예정일보다 60년 일찍 깨어나면서 일어나는 얘기로 그의 상대 역 오로라로 제니퍼 로렌스가 나온다. 한편 프랫과 로렌스는 영화홍보 차 12일 한국을 방문한다.
늠름한 체구의 씩씩한 청년 같은 프랫은 시종일관 미소를 지어가며 유머를 섞어 질문에 대답했는데 액션전문 배우답지 않게 점잖았다. 농담을 하면서도 매우 진지하고 신중했는데 호인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그에게 서울 가는 소감을 묻자 프랫은 “나는 정말 기대하고 있으며 흥분에 들떠 있다. 한국은 이번이 처음 방문인데 최근에 함께 일한 병헌(‘매그니피슨트 세븐’에서 공연한 이병헌)을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병헌이 당신 나라에서 빅 스타라는 것을 알고 있다. 바라건대 그를 만나 식사를 함께 하고 싶다”고 덧 붙였다.
프랫은 “한편으로는 여러 나라에 들러 영화에 관해 얘기하고 또 파는 것이 상쾌한 일이긴 하나 다른 한편으로 볼 때 체류 일정이 너무 짧아 그 나라에서의 진짜 경험을 할 수 없는 것이 유감”이라고 말했다.
프랫은 “호텔에서 사람들을 만나 얘기하거나 기자회견을 하는 것은 하나의 일”이라면서 “그래서 내 일상에서 가장 바쁠 때인 요즘 서울을 가게 된 것은 불운이라고도 하겠다. 잠시 멈춰 서서 장미꽃 냄새도 맡을 수 없을 정도로 분주하다”고 겸연쩍은 미소를 지었다. 프랫은 “이번 서울 방문에서도 영화에 관해 얘기하는 것이 전부일 것 같으나 잠시나마 머무는 동안 병헌도 만나고 또 한국문화를 가능한 한 많이 경험 하겠다”고 다짐했다.
프랫은 짐과 같이 고독하게 된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물음에 자신은 고독을 느끼지 않고 혼자 있을 수 있다면서 배우라는 직업이 늘 사람들과 함께 있어야 하는 것이어서 혼자 낚시를 가거나 광야에 나가는 고독을 그리워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프랫은 이 영화 외에도 ‘가디언스 오브 더 갤락시’ 등 여러 편의 공상과학 액션영화에 나왔는데 공상과학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 것이 독창적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얘기보다 특수효과를 더 뽐내는 공상과학영화는 싫어한다고.
짐이 5,000여명의 승객 중 유일하게 깨어난 것에 대해 모든 것에는 그 어떤 목적이 있기 마련이라면서 내가 깨어난 것도 내가 원하는 바와는 상관없이 운명이 어떤 임무를 내게 부여했기 때문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것이야 말로 신의 은총이라고 덧붙였다.
예정보다 60년이나 빨리 깨어난 것에 비유해 아침 일찍 일어날 때의 기분 상태를 묻자 그는 “난 아침을 좋아 한다”면서 “내 아내가 이 말을 들으면 눈알을 굴리겠지만 난 아침에 일찍 일어나면 기분이 아주 상쾌하다”고 능청을 떨었다.
제니퍼 로렌스에 대해선 칭찬 일색. 제니퍼는 우습고 재미있고 멋있는 여자라면서 그의 존재는 사람을 취하게 만드는 것으로 곁에 있으면 그의 영혼에 감염이 되게 마련이라고 추켜세웠다. 이어 프랫은 몇 달간 제니퍼와 거의 단 둘이 하루에 16-17시간을 함께 보냈는데 그 것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라면서 우린 만나자마자 즉각적으로 서로 통했다고 자랑했다.
그러면서 무인도에 함께 있을 사람을 고르라면 내 아내(배우인 안나 화리스)와 가족이 먼저고 다음으로 제니퍼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비행기 승객으로서 가장 흥미 있었던 경험에 대해선 15여 년 전 암스테르담에 가는 비행기를 탔을 때 30,000 피트 상공의 기내 화장실에서 섹스를 한 것이라고 깔깔대고 웃으면서 고백했다.
영화가 마치 속편이 나올 것처럼 끝이 나는데 대해선 불가능 한 것은 아니나 자신은 이 영화가 기승전결이 완벽한 하나의 완성품으로 본다면서 그러나 제니퍼만 나온다면 속편을 열 개라도 만들 것이라고 이죽거렸다. 그리고 영화의 각본을 읽고 즉시로 매료돼 출연에 응했다면서 정말로 멋있고 독창적이요 잊지 못할  작품이라고 자화자찬했다.
그는 이어 자기는 ‘메소드 액터’는 아니나 하루의 촬영이 끝나도 역을 집에까지 가지고 가서 아이디어를 곰곰 생각한다면서 자기는 아직도 배우고 있는 중이라고 겸손해 했다. 그리고 연기란 직업은 삶에 있어 생존의 기술이라면서 배우란 직업은 젊은 세대에게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책임이 있는 중요한 직업이라고 강조했다.  
인터뷰 후 기념사진을 찍을 때 내가 “당신 한국에 가면 술 많이 먹어야 해. 우리 나라 사람들 술 아주 좋아하지”라고 권주하자 프랫은 “정말이냐”고 반색을 했다. 내가 다시 “술 많이 먹겠다고 약속하지”라고 다그치자 프랫은 “그래 약속할게. 왕창 취해 한국에서의 경험 다  잊을 거야”라며 나와 같이 박장대소 했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