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5년 5월 4일 월요일

어벤저스: 얼트론의 시대 (Avengers: Age of Ultron)


스칼렛 위치 (왼쪽부터)., 퀵 실버, 아이언 맨, 캡틴 아메리카, 토르, 블랙 위도, 호크아이.

널린 게 영웅, 넘치는 액션, 피로감마저…


마블만화가 원작인 ‘어벤저스’의 제3편으로 온갖 수퍼히로들이 나와 때리고 박고 치고 부수면서 난리법석을 떠는 바람에 심신이 다 피곤하다. 스토리는 빈약하고 그냥 무지막지하고 정량이 훨씬 넘는 액션을 비빔밥 만들듯이 마구 섞어 놓아 과식한 기분이어서 영 뒷맛이 개운치가 않다. 모든 속편들처럼 갈수록 제가 제 무게를 견디지 못해 액션 영화인데도 천근만근으로 무겁게 느껴진다.  
이 영화는 액션 신을 서울에서 찍었는데 유감스럽게도 서울의 특징이나 제 모습을 볼 수가 없어 서울인지 아니면 다른 도시인지를 구별하기가 힘들다. 한국 여배우 수현이 어벤저스들을 돕는 과학자 헬렌 조로 나온다.
액션은 어벤저스들이 동구라파의 가상국 소코비아에 있는 하이드라(HYDRA) 기지를 공격하면서 시작된다. 어벤저스들은 아이언 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토르(크리스 헴스워드), 헐크(마크 러팔로), 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반스), 블랙 위도(스칼렛 조핸슨) 및 호크아이(제레미 레너) 등. 이들의 리더는 아이언 맨의 창조자 토니 스타크(다우니 주니어).
그리고 이들은 소코비아에서 만만치 않은 적수들인 쌍둥이 퀵실버(아론 테일러-존슨)와 스칼렛 위치(엘리자베스 올슨)를 만난다. 스칼렛 위치는 마음을 읽는 능력을 지녔다.
그러나 어벤저스의 가공할 적은 토니 스타크가 세상을 악에서부터 보호하기 위한 시스템을  만들려다가 이것이 잘 못돼 태어난 인공지능 얼트론(제임스 스페이더의 음성연기). 얼트론은 말하자면 스타크의 프랑켄스타인인 셈이다.
얼트론이 스스로 근육질의 강철 육체를 만들고 이어 졸개 로보트들을 규합해 이 세상에서 인간과 어벤저스들을 말끔히 제거하려고 하면서 어벤저스들과 얼트론의 필사의 격전이 일어난다. 
여기에 어벤저스들 간의 내분과 함께 궁극적 킬러라는 자신들의 신원에 대한 회의 같은 구차한 플롯이 개입된다. 과다한 액션을 그나마 다소 누그러트려 주는 것은 코믹한 대사인데 그것도 어설프다. 제4편과 5편이 각기 2018년과 2019년에 개봉될 예정이다. 조시 위던 감독. PG-13. Disney. 전지역.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바다의 침묵’




프랑스의 명장 장-피에르 멜빌(원래 성은 그룸바하로 자기가 좋아하는 작가 허만 멜빌의 성을 땄다)은 과묵한 터프가이들의 운명적이요 어두운 범죄세계를 좋아해 여러 편의 갱스터 범죄드라마를 만든 불치의 로맨티스트였다.
미국의 갱스터 소설과 필름 느와르로부터 큰 영향을 받은 멜빌의 반영웅적인 범죄자들은 우정을 자기 목숨보다 더 중시하는 아름다운 고독자들이다. 이들의 우정은 순결한 감정을 보존하기 위해서라면 죽을 수도 있는 사나이들의 약속이나 마찬가지이다. ‘사무라이’(Le Samourai 1967)의 우수에 깃든 암살자(알랑 들롱)와 ‘도박사 밥’(Bob the Gambler·1955)의 은발의 도박사(로제 뒤세스네)가 다 그런 인물들이다. 그의 또 다른 멋진 갱스터영화로는 ‘고발자’와 ‘붉은 서클’ 등이 있다.
그러나 죽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이들 범죄자들을 사랑하던 멜빌의 데뷔작은 범죄와는 거리가 먼 시적 아름다움과 슬픔으로 가득한 ‘바다의 침묵’(The Silence of the Sea·1947·사진)이다.
저널리스트였던 장 브뤼에르가 베르코르라는 필명으로 나치 점령 하의 파리 교외에 살 때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쓴 단편소설이 원작이다. 베르코르는 이 책을 1942년 나치의 눈을 피해 지하 출판했는데 프랑스 시민들의 나치에 대한 저항의 성경으로 사랑을 받았다.
나는 앙드레 지드의 글을 연상케 하는 이 책을 내가 잠시 다닌 서강대학 1학년 때 읽었다. 그 때 나는 따스한 봄볕을 받으며 교정의 잔디 위에 누워 시를 읽으면서 애매하고 몽롱한 삶을 살 때였다. 어느 날 같은 영문과에 다니던 황씨 성을 가진 여학생이 느닷없이 내게 “이 책 한번 읽어 봐”라며 건네준 것이 ‘바다의 침묵’이었다. 큰 키에 긴 생머리를 한 그녀는 내가 좋아한 소녀였다.
‘바다의 침묵’은 1941년 프랑스의 한 작은 마을을 관할하는 음악가 출신의 이상적이요 지적인 독일 장교 베르너 폰 에브레낙과 그가 묵고 있는 집의 주인인 초로의 남자와 그의 젊은 질녀가 주인공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거의 폰 에브레낙의 독백으로 서술된다.
민간인 복장으로 갈아입은 에브레낙은 매일 저녁 노신사와 그의 질녀가 앉아 있는 거실 문을 두드리고 들어와 벽난로 앞에 서서 두 사람을 내려다보면서 독백을 시작한다. 자신의 청춘과 음악과 책과 프랑스 문화에 대한 사랑을 마치 시를 읊조리듯 얘기한다.
그런 그를 노신사와 질녀는 각기 책을 읽고 뜨개질을 하면서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두 사람은 침묵으로 나치의 침략에 대해 저항하는데 방안을 가득 채운 바다의 무게 같은 침묵이 벽시계의 추소리에 의해 해심을 더욱 파고든다.
폰 에브레낙의 독백 중에서도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 것이 독일의 음악 자랑이다. 그는 “프랑스하면 몽테뉴, 라신느, 몰리에르 그리고 위고 같은 문인들로 유명하지만 독일하면 음악가들이지요. 바흐, 헨델, 모차르트. 베토벤 그리고 바그너.” 그리고 그는 방에 있는 하모니움으로 바흐의 프렐루드와 퓨그 제8번을 치면서 “이것은 인간을 초월한 음악이지요. 신의 존재처럼 날 채우는 음악입니다”라며 바흐를 찬양한다.
폰 에브레낙의 독백은 눈을 아래로 내려 깐 채 그의 존재조차를 무시하는 노신사와 질녀의 침묵에 휩싸여 거의 초현실적인 주문처럼 들린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렇게 폰 에브레낙을 침묵으로 거부하고 또 그를 마치 귀신이나 되듯 취급하던 노신사와 질녀의 가슴에 그에 대한 존경의 념이 서서히 일어난다. 그리고 폰 에르낙과 질녀 간에 애매모호한 감정이 아기 눈 뜨듯 한다. 이런 둘의 관계가 폰 에브레낙이 좋아한다는 얘기인 ‘미녀와 야수’를 생각나게 한다.        
독일과 프랑스의 문화적 융합이라는 자신의 이상이 나치 하에서는 허상임을 깨달은  폰 에브레낙이 자원해 러시아 전선으로 떠나기 전날 밤 질녀에게 “아디외”하면서 마지막 작별을 고한다. 이에 비로소 질녀도 “아디외”하고 처음으로 말문을 연다. “아디외”가 바다의 침묵에 잔물결을 일으킨다.
영화 ‘바다의 침묵’(프랑스 제목 ‘Le Silence de la Mer’)은 영화에 시혼을 가미한 미니멀리스트 멜빌이 흑백 속에 잡아 가둔 침묵의 소리와도 같은 작품이다, 거의 영화화가 불가능한 내용(멜빌은 이 영화를 ‘반영화’라고 했다)을 행동과 동작을 배제한 채 이미지와 독백과 침묵을 결합해 아름답고 순수하고 또 슬프게 그렸다. 장소도 폐쇄된 공간(베르코르의 집에서 찍었다)이어서 바다의 침묵의 압박감이 견디기 힘들 정도로 무겁다.
멜빌의 영향을 받은 로베르 브레송의 영화를 연상시키는 ‘바다의 침묵’은 역시 이 영화로 데뷔한 촬영감독 앙리 드카에의 엄격한 흑백촬영이 아름답다. 그리고 세 인물 역을 맡은 배우들도 훌륭하다,
폰 에브레낙 역의 하워드 버논은 언어로 연기를(카메라가 가끔 그의 손 움직임을 통해 그의 느낌을 보여준다)하는 셈인데 노신사 역의 장-마리 로뱅과 질녀 역의 니콜 스테판은 무표정의 연기다. 스테판의 깨끗한 옆모습과 호수처럼 맑은 눈이 버논의 독백에 침묵으로 반향을 일으키면서 소리와 무성의 오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바다의 침묵’이 크라이티리언(Criterion)에 의해 DVD로 나왔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2015년 4월 26일 일요일

‘에피 그레이’ 클라우디아 카르디나레




“함께 일한 가장 아름다운 남자는 록 허드슨”

150여편 영화 출연…‘표범’ ‘8 ½’ ‘부베의 여인’ 애착

브리짓 바르도와는 라이벌 아닌 아주 친했던 사이


1960년대 전성기에 BB로 불린 프랑스의 육체파 브리짓 바르도에 맞서 CC라 불리면서 전 세계 남성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었던 왕년의 이탈리아의 글래머 스타 클라우디아 카르디나레(77)와의 인터뷰가 지난 3월30일 뉴욕의 레파드 식당에서 있었다. 육감적이던 얼굴이 전연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변한 카르디나레를 보면서 세월의 무상을 다시 한 번 깨닫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카르디나레는 그런 세월을 무시나 하듯이 매우 정력적이요 쾌활하고 유머가 많았다. 튜니지아 태생인 카르디나레는 특유의 저음에 다소 서툰 영어로 질문에 간단하면서도 위트 있게 대답했는데 록 허드슨과 케리 그랜트 등 과거 자기와 공연한 스타들의 얘기를 할 때는 그리움에 젖은 모습을 보였다. 카르디나레는 주제가‘시노 메 모로’로 유명한‘형사’와‘부베의 여인’ 및‘가방을 든 여자’로 올드팬들의 기억에 남아 있다. 카르디나레는 최근 개봉된 19세기 영국의 미술평론가 존 러스킨과 19세 때 결혼, 불행한 삶을 산 꿈 많은 에피 그레이의 실화를 그린‘에피 그레이’(Effie Gray)에서 베니스의 귀부인으로 나온다.  

―당신의 영화들은 한국에서 굉장한 인기를 모았었다. 특히 한국 여자들은 당신과 조지 차키리스가 공연한 ‘부베의 여인’을 사랑했는데 그 영화와 차키리스에 대한 좋은 추억이라도 있는지.
“그것은 정말로 멋있는 영화였다. 지난 번 내가 LA에 들렀을 때 차키리스가 날 기다려 만났다. 그리고 내게 선물을 듬뿍 주었다. 그 영화는 정말로 환상적이었다.”   

―다음의 클라우디아 카르디나레가 되려는 젊은 배우들에게 무슨 말을 해 주겠는가.
“모르겠다. 난 배우가 될 생각이 없었으니까. 감독 등 영화인들이 나를 못 살도록 조르는 바람에 배우가 된 것이다. 그들은 마치 연인을 쫓아다니듯이 날 쫓아다녔다.” 

―당신은 맹렬 여권운동가인데 그것이 영화와 사회에서 어느 정도 진척이 되었다고 보는가.
“난 여권신장을 위한 유네스코 대사다. 난 그것을 위해 늘 싸우고 있다. 불행하게도 많은 나라에선 남자들이 왕이다. 난 어렸을 때부터 늘 그런 남자들에 맞서 싸웠다.” 

―남자와 사랑에 대해 배운 것이 무엇인가.
“내가 결코 결혼 안한 것 보면 짐작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내겐 딱 한 명의 중요한 남자가 있는데 그는 내 딸의 아버지인 나폴리 태생의 영화감독 파스쿠알레 스퀴티에리이다. 영화들을 찍을 때 많은 남자들이 내게 구애를 했지만 다 ‘노’했다.”

―영화 ‘표범’에 대해 말해 달라.
“참으로 훌륭한 영화였다. 처음 영화에 버트 랭카스터가 나온다고 하자 사람들이 ‘아니 그는 카우보이인데 이런 시대극을 해낼 수가 없을 걸’이라고들 했다. 그러나 그는 멋있게 해냈다. 그 후 랭카스터와 난 절친한 사이가 됐다.”     
클라우디아 카르디나레가 사랑하는 영화 중 하나인‘부베의 여인’. 왼쪽은 공연한 조지 차키리스.

―영화 선택을 어떻게 하나.
“감독과 각본이 우선이다. 각본이 나쁘면 출연을 거절한다. 그리고 세트에선 감독이 제일 중요하다. 좌우단간에 나는 남들은 다 은퇴했지만 77세에도 일을 하는 것을 기쁘게 여긴다. 지금까지 150여편의 영화에 나왔다.”

―돌아보건 데 당신의 삶에서 무언가를 고쳐 보고 싶은 것이라도 있는지.
“인생은 단 한번 뿐인데 고치긴 뭘 고치는가. 한 가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 직업은 안으로 심지가 굳어야 해낼 수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의 정체조차 모르게 된다. 카메라 앞의 나는 허상으로 촬영이 끝나면 자신에게로 돌아가야 한다.”

―아이들을 어떻게 키웠는가.
“엄마라는 것은 참 멋있다. 난 아이들이 아주 어렸을 때부터 그들에게 자유를 주었다. 지금 내 딸과 아들은 다 혼자 살고 있다. 우린 서로 아주 가깝다.”

―당신에게 있어 성공과 명성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
“그것을 이뤘다고 해서 달라진 것은 없다. 난 거의 정상적인 삶을 살고 있다. 산책하고 신문을 사서 읽고 바디가드도 없다.”

―명성 중에 가장 즐길 만한 것은 무엇인가.
“내가 아랍 사람이어서 날 공주라고 부르는 것이다.”

―성형수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난 그것을 싫어하고 하지도 않았다. 나의 어머니는 나더러 ‘넌 늘 하하하 하고 웃기 때문에 주름살을 찾아보기가 힘들다’고 했다. 성형수술을 하고 난 뒤 거울을 보면 자신을 알아볼 수가 없을 것 아닌가.”                    

―당신은 BB라 불린 브리짓 바르도에 맞서 CC라 불리며 그로부터 가장 섹시한 여배우의 왕관을 빼앗았는데 둘의 관계가 어땠는지.
“파파라치들이 우리를 놓고 금발 대 검은 갈색머리의 대결이라고 부추기면서 우리가 서로 죽이기라도 할 것이라고 했지만 우린 아주 좋은 관계였다. 그녀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였다.”

―할리웃에서의 재미있는 경험은 무엇인지.
“난 늘 바디가드 없이 혼자 걸어 다녔는데 경찰들은 날 보면 늘 세운 뒤 ‘왜 바디가드가 없느냐’고 묻곤 했다. 그 때마다 내 대답은 ‘난 바디가드를 원치 않는다’는 것이었다.”

―당신에게 있어 가장 아름다운 남자는 누구인지.
“난 많은 아름다운 남자와 일을 해서 고르기가 쉽지는 않지만 록 허드슨이라고 해야겠다. 그는 나의 좋은 친구였다. 당시엔 동성애자는 일을 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우리가 함께 있을 땐 마치 연인인 것처럼 행동했다. 그 때 동성애는 배우에겐 독약이나 마찬가지였다.”  

―인간관계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서로가 주고받는 대화요 통신이다.”

―지금 어디서 사나.
“파리다. 31년째 살고 있다.” 

―딸이 혹시 당신의 전철을 밟을 생각은 없었는지.
“그런 제의가 있었지만 딸은 싫단다. 굉장히 예쁘다. 한 번은 LA에서 딸에게 잔 다르크 역이 주어졌는데 딸은 거절했다.”

―요즘 애인이 있나.
“내게 남자란 단 하나 내 딸의 아버지다. 그러나 난 늘 혼자 살고 있다.”

―어떻게 해서 배우가 됐는가.
“우연이다. 튜니지아에서 미인대회가 있었는데 그 때 행사 관계자 한 남자가 거기에 있던 나를 무조건 잡아끌어 무대에 내보냈다. 그리곤 당선 부상으로 베니스영화제에 보냈다. 거기서 비키니를 입었는데 파파라치들이 사진을 찍는다고 난리법석을 떨더라. 그 때 비키니 처음 입어 봤다. 이어 영화감독과 제작자들이 영화 출연을 제의했지만 난 ‘노’라고 했다. 집에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영화를 거절한 여자’라는 제목의 나에 관한 기사를 일고 깜짝 놀랐다. 그 후 영화 관계자들이 내 아버지에게 전보를 수 없이 보내 날 배우로 내보내라고 독촉을 했다. 그래서 견디다 못해 갑자기 로마의 촬영 실험센터에 등록을 하게 된 것이다. 난 성질이 있어 주위 사람들이 다 날 싫어했다.”

―그 때 영화인들이 당신의 섹시한 음성을 싫어했다는 말이 사실인지.
“이탈리아 말을 못하는데다가 음성까지 남자 것 같아서 싫어했다. 내 얼굴을 안 보고 목소리만 들으면 날 남자로 착각했다.”        

―누구의 옷을 입나요. 또 장신구들을 좋아하나. 
“늘 아르마니다. 장신구들을 좋아한다.”

―당신의 가슴에 아주 가깝게 느끼는 영화들은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두 영화는 비스콘티의 ‘표범’과 펠리니의 ‘8 ½’이다. 그리고 ‘가방을 든 여인’과 ‘부베의 여인’이다.”

―할리웃에서의 경험 중 기억나는 것은 무엇인가.
“존 웨인이 주연한 ‘서커스 월드’를 찍을 때 리타 헤이워드가 내 캠퍼를 찾아와 내 얼굴을 보더니 울기를 시작하더라. 난 영문을 몰랐다. 이어 그는 나보고 ‘나도 한 때 아름다웠지’라고 했다. 그는 그 때도 아름다웠는데도 과거의 자기가 더 아름다웠다고 여긴 것 같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워터 디바이너 (The Water Diviner)


아버지 조슈아(러셀 크로우)와 다정한 때를 보내고 있는 조슈아의 장남 아서(라이언 코·왼쪽).

돌아오지 않는 세 아들 찾아 전쟁터로


러셀 크로우가 감독으로 데뷔하고 주연도 겸한 전쟁과 가족애에 관한 멜로드라마로 구식 스타일의 영화다. 크로우는 마치 ‘의사 지바고’와도 같은 자신의 야심적인 서사 전쟁액션 로맨스 드라마를 만들려고 시도했지만 깊이가 모자라는 평범한 오락물이 되고 말았다.
그는 방대한 스케일 속에 감정적이고 내밀하며 또 아주 가깝고 사소하고 작은 것들까지 섞어 넣어 고루 균형을 갖춘 작품을 만들려고 시도했지만 그것들이 썩 잘 배합이 되질 못했다. 내용이 우연이 많고 감정적으로 자연스럽다기보다 조작적인 흔적이 역력한데 특히 그와 올가 쿠리렌코(본드 걸)와의 억지춘향 같은 로맨스 장면은 보기에 낯간지럽다.
그리고 또 다른 문제는 지나치게 전쟁액션이 많은 점이다. 이런 대규모의 액션은 영화의 드라마적인 요소와 감정적인 요소를 저해하면서 작품의 흐름과 초점을 흐리게 만든다. 그러나 촬영과 실화에 바탕을 둔 흥미 있는 내용 또 크로우의 진지한 뜻이 엿보이는 볼만한 작품이다.
갈리폴리 전투에 관한 얘기여서 호주의 피터 위어가 감독하고 새파랗게 젊은 멜 깁슨이 주연한 ‘갈리폴리’(명작으로 보기를 권한다)가 생각날 것이다. 제목은 나뭇가지나 철사를 이용해  광야의 지하수를 찾아내는 사람을 말한다.
호주의 농부 조슈아 코너(크로우)는 1차 대전이 끝난 뒤 4년이 됐는데도 터키의 갈리폴리 전투에 참전했던 세 아들이 귀국하지 않자 아들들이 사망한 것으로 체념한다. 그런데 조슈아의 아내 일라이자(재클린 매켄지)가 슬픔을 못 견뎌 자살하면서 조슈아는 보따리를 싸들고 터키로 아들들의 생사를 확인하려고 간다.
콘스탄티노플에 도착한 조슈아는 호텔 유객행위를 하는 꼬마 오르한(딜란 지오지아데스-호주 배우)에 이끌려 오르한의 전쟁미망인인 어머니 아이셰(쿠리렌코)와 아이셰와의 결혼을 기다리는 삼촌 오메르(스티브 바스토니-판에 박은 역이다)가 경영하는 호텔에 묵는다. 조슈아와 아이셰 간에 어떤 감정이 솟아날지는 삼척동자도 아는 일.
그리고 조슈아는 민간인 출입금지 지역인 갈리폴리 전장에 도착한다. 여기서 그는 터키군 소령 하산(일마즈 에르도간)과 그의 하사관 제말(셈 일마즈)의 도움을 받으며 전사자들의 유해발국 작업을 지휘하는 영국군 장교 휴즈(자이 코트니)의 배려로 차남과 삼남의 유골을 찾아낸다. 조슈아는 유골을 물을 찾는 철사를 사용해 찾아낸다.
마음 좋은 하산이 조슈아의 장남 아서(라이언 코)가 터키군의 포로가 됐다는 정보를 조슈아에게 주면서 조슈아는 하산과 제말과 함께 아서를 찾으러 가다가 터키를 침공한 그리스군의 포로가 된다. 전투와 탈출과 도주의 통속적인 액션이 다른 영화에서 빌려온 것처럼 전체 얘기에 잘 어울리질 않는다.  크로우는 묵직한 것이 보기 좋으나 에르도간을 제외한 쿠리렌코 등 나머지 배우들의 연기는 간신히 합격점이다. 촬영은 아주 좋다.
R. WB. 전지역.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애들라인의 나이 (The Age of Adline)


엘리스(왼쪽)가 애들라인을 애정의 눈길로 바라보고 있다.

벼락 맞은 뒤 영원히 20대 미모로...


20대 미녀가 벼락을 맞은 뒤 늙지를 않고 그대로 있다는 씨도 먹히지 않는 소리를 하고 있지만 영화에선 못할 소리가 없기 때문에 이 공상과학과도 같은 로맨스 영화도 보고 즐길 만하다. 특히 얼굴에서 광채가 나는 주인공 애드라인 역의 블레이크 라이블리(27)의 우아한 아름다움만 봐도 족하다. 배우 라이언 레널즈의 부인은 라이블리는 그녀가 결혼하기 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반해 구애 끝에 몇 달간 데이트를 했으나 헤어졌다.
현재 상영 중인 ‘롱게스트 라이드’의 원작을 쓴 니콜라스 스팍스의 소설을 닮은 로맨틱하고 감상적인 우여곡절도 많은 사랑의 얘기로 영화는 현재의 신년 전날에 시작해 과거로 돌아가면서 내레이션으로 서술된다.
1908년 북가주의 한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애들라인(라이블리)은 결혼해 아이를 낳고 이어 미망인이 된다. 1935년 겨울 밤 애들라인이 몰던 차가 사고가 나고 차 위로 번개가 떨어지면서  애들라인은 영원히 늙지 않는 여자가 된다. 
그래서 영원한 20대가 된 애들라인은 이 같은 저주(?)를 혼자 간직하기 위해 수시로 거처를 옮기면서 자기 신원도 바꾼다. 물론 연애도 안 한다. 그러나 이렇게 예쁜 여자에게 그게 어디 그렇게 오래 갈 일인가. 애들라인의 비밀을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은 할머니 나이인 그의 딸 플레밍(엘렌 버스틴·82).
애들라인은 엘리베이터에 건장하고 잘 생긴 자선가 엘리스(홀랜드 태생의 배우 미힐 후이스만)와 단 둘이 탔다가 엘리스의 구애를 받게 된다. 처음에는 이를 거절하던 애들라인과 엘리스는 결국 뜨거운 정사를 나눈다. 물론 애들라인은 자기 비밀을 깊이 간직한다.
엘리스가 애들라인을 자기 부모(해리슨 포드와 캐시 베이커)에게 소개하겠다며 자기 집에 데리고 가는데 아이구머니나 가만히 보니 엘리스의 아버지가 애들라인이 자기 비밀 때문에 버린 옛 애인이 아니겠는가. 그러니까 애들라인은 자기 애인의 아버지와 옛 날에 동침한 것이다.   
철저히 환상이자 동화 같은 얘기로 믿거나 말거나 식인데 후이스만은 잘 생기긴 했지만 로맨스 배우론 잘 어울리지가 않는다. 따라서 그와 라이블리와의 화학작용도 썩 좋은 편이 아니다. 포드도 자기 역이 어색하다는 듯이 우물쭈물하고 있다. 환상적 로맨스 영화답게 컬러와 촬영이 몽환적이요 꿀빛이다. 라이블리가 의상을 계속해 갈아입으면서 무슨 패션쇼를 하는 것 같다. 데이트용 영화다. 리 톨랜드 크리거 감독. PG-13. WB. 전지역.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베이츠 모텔’




마마보이 노만 베이츠가 “마더 마더”하며 식칼로 샤워를 하던 매리온 크레인을 난자해 살해하고 막 돌아온 어머니를 향해 소리를 지르던 노만의 언덕 위의 집은 늦은 하오의 후광을 받으며 음흉하게 서 있었다. 히치콕의 걸작 공포스릴러 ‘사이코’(Psycho·1960)에서 노만이 자기 어머니와 단 둘이 살던 2층짜리 이 집은 언덕 아래 베이츠 모텔을 경영하는 두 사람의 거처로 히치콕이 1959년 유니버설 스튜디오에서 이 영화를 찍을 때 쓴 세트다.
나는 칠흑 같은 밤에 노만이 실루엣을 그리며 서 있던 모텔과 집을 연결하는 계단에서 노만의 흉내를 내면서 얼른 사진 한 장을 찍었다(사진). 아직 낮인데도 몸에서 한기가 흐른다.
A&E TV가 현재 방영중인 ‘사이코’의 전편격인 시리즈 ‘베이츠 모텔’(Bates Motel)을 위한 리셉션이 며칠 전 모텔 앞 마당에서 열렸다. 먼저 ‘Office’라는 빨간 네온사인이 걸린 모텔 사무실에 들어갔다. 
벽에 걸린 텅 빈 모텔 방들의 열쇄와 테이블에 놓인 숙박부를 보자니 비쩍 마른 키다리 노만(앤소니 퍼킨스)이 거액의 현찰을 훔쳐 도주 중인 부동산회사의 여사원 매리온 크레인(재넷 리)을 테이블 뒤에서 호기심이 가득 찬 눈초리로 바라보면서 서 있던 모습이 떠오른다.
매리온이 여장을 푼 사무실 바로 옆의 1호실 침대 위에는 노만의 어머니가 매리온을 살해한 식칼이 놓여 있다. 그런데 매리온이 수십 차례의 칼질에 비명과 함께 욕조에 쓰러지면서 붙잡고 늘어지던 샤워 커튼이 안 보인다. 노만은 어머니가 죽인 매리온을 이 샤워 커튼에 싸 자기 차 포드의 트렁크에 넣은 뒤 모텔 근처의 늪에 빠뜨렸는데 이 범행에 쓴 포드가 모텔 앞에 놓여 있다. 어쩌면 이 차 트렁크에 매리온의 사체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차 주위를 빙글빙글 돌았다. 
이어 나는 2층의 자기 침실 창 앞 흔들의자에 앉아 아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던 노만의 어머니를 만나 보려고 집 뒷문을 통해 2층으로 올라갔다. 흔들거리는 의자에 앉은 노만의 어머니에게 인사를 건네려고 다가가보니 어머니는 몸의 모든 살이 제거된 해골이었다. 텅 빈 검은 동공과 흉한 이빨을 드러낸 채 몸을 흔들거리는 모습에 “아악”하고 절로 비명이 나왔다.  ‘베이츠 모텔’은 남편이 사망한 뒤 10대인 아들 노만(프레디 하이모어)과 함께 새 생활을 시작하려고 오리건주의 한 작은 마을에 있는 모텔을 사 이주한 노마(베라 파미가)의 모자간의 이야기로 현재 시즌 3가 방영중이다. 밴쿠버 교외의 알더그로브에서 촬영한 시리즈는 어머니에게 유난히 집착하는 노만이 시리얼 킬러로 성장하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파미가가 모텔 앞에서 방문객들을 미소로 맞았다. 우아하게 아름다운 파미가(‘업 인 디 에어’)는 연기파로 시리즈에서도 하이모어와 함께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히치콕의 ‘사이코’는 이 영화 이전까지 있던 스릴러의 틀을 완전히 깨어놓은 대담하고 가차 없는 영화로 소위 ‘슬래셔 무비’(난도질해 사람을 살해하는 영화로 존 카펜터 감독의 ‘핼로윈’이 그 대표적 작품)의 효시로 대접 받고 있다. 위스콘신주의 변태살인자 에드 게인의 실화를 바탕으로 쓴 로버트 블락의 소설이 영화의 원전이다.
이 영화는 변태적이요 폭력적이며 냉소적이고 또 음탕한데 가장 유명한 장면이 매리온의 ‘샤워 신’이다. 매리온은 모텔 방에서 샤워를 하다가 아들이 이 여자에게 관심을 갖는데 분노한 노만의 어머니가 휘두르는 식칼에 찔려 피를 흘리며 욕조에 쓰러져 비명횡사한다.
이 소름끼치는 장면은 특히 히치콕 영화의 음악을 여러 곡 작곡한 버나드 허만의 기분 나쁘게 신경을 거스르는 음악 때문에 공포 분위기가 더욱 가증된다. 바이얼린과 비올라와 첼로 등 현악기만으로 연주되는 음악은 마치 한 많은 처녀귀신들이 집단으로 내지르는 비명과도 같아 듣노라면 모골이 송연해진다.
히치콕이 영화를 흑백으로 찍은 까닭은 매리온이 흘리는 피를 필요 이상으로 자극적으로 보이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매리온이 흘리는 피로는 초컬릿 시럽을 썼고 노만의 어머니가 휘두르는 식칼이 내는 바람소리는 칼로 멜론의 살을 찔러 나오는 소리를 사용했다. 그리고 매리온이 지르는 비명은 세 여자의 비명을 조합해 만들었다.
당시 수퍼스타였던 재넷 리를 영화의 제1막 끝에 가서 죽여 없앤 것도 획기적인 일이며 매리온이 찢은 노트북의 조각을 변기에 넣고 물로 씻어내는 장면 또한 할리웃 영화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히치콕은 영화를 완벽하게 즐기도록 하기 위해 영화 중간에 관객이 극장 안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했는데 나도 고등학생 때 지금은 없어진 중앙극장에서 이 영화를 보기 위해 상영시간 훨씬 전에 극장 앞에서 기다렸다가 입장했다. 그 때 영화를 보면서 경악하고 감탄하던 내가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사이코’는 그 뒤 3편의 속편이 나왔고 브라이언 디 팔마 등 여러 명의 감독들이 영화의 장면을 흉내 내면서 히치콕을 치하했는데 박찬욱의 ‘스토커’(Stoker)도 그 중 하나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2015년 4월 19일 일요일

‘어벤저스: 얼트론의 시대’크리스 에반스·크리스 헴스워드




“고교 여름캠핑처럼 촬영은 장난·재미 가득”


5월1일에 개봉되는 마블만화를 원작으로 만든 올스타 캐스트의 액션 모험영화‘어벤저스: 얼트론의 시대’(Avengers: Age of Ultron)에서 각기 캡틴 아메리카와 토르로 나오는 크리스 에반스(34·오른쪽)와 크리스 헴스워드(31)와의 공동 인터뷰가 11일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에서 있었다.모두 미남으로 건장한 체격을 지닌 에반스와 헴스워드는 인터뷰 시간 동안 시종일관 서로 이름이 같은 것에 대해 농담을 주고받으며 신이 난 아이들처럼 즐거워했다. 특히 전형적인 미국 미남의 얼굴을 한 에반스가 더 장난이 심했는데 옆에 앉은 헴스워드를 놀려가면서 큰 소리와 제스처를 동원, 질문에 대답했다. 이 영화의 일부를 서울서 찍어 에반스는 한국을 방문해 머물렀는데 인터뷰에서“정말로 대단한 경험을 했다”고 서울 방문 소감을 밝혔다. 그는 영화 홍보 차 다시 서울 방문을 위해 15일 출국했는데 기자가 인터뷰 후 사진을 찍을 때“서울을 즐기도록 하라”고 말하자“그러겠다”며 큰 미소를 지었다.           

-왜 이 영화가 그렇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에반스-(헴스워드를 가리키며) “살아 있는 사람들 중에서 가장 섹시한 남자가 나와서다.”
*헴스워드-“캡틴 아메리카가 있기 때문이다. 얘기가 재미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영웅과 정의와 불의 등 여러 가지 얘기를 지닌 현실을 가상화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그들의 상상력을 사로잡아 그 안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고 본다. 나도 이 영화를 생각하면 팬들처럼 흥분하게 된다.”

-(에반스에게) 당신은 영화 촬영차 한국을 방문했는데 소감이 어떤가.
“당신네들 정말로 대단하더라. 공항에서의 환영인파에 진짜로 놀랐다. 어디를 가도 환영일색이었고 팬들도 열광해 참으로 좋았다. 난 이미 봉준호 감독과도 ‘설국열차’에서 함께 일을 해 한국은 반가운 곳이다. 그리고 한국 영화인과 함께 일하는 것에도 마음 설레고 있다. 따라서 자기 작품에 대해 열광하는 곳에 도착한다는 것은 언제나 고무적이며 바로 그것이 영화를 만드는 것에 대한 보답이다. 난 이번 주 안에 서울에 간다.”

-(헴스워드에게) 토르의 힘은 그의 망치에서 오는데 실제로 당신 자신이 힘은 어디서 오는가.
“힘의 능력은 그 안에 있는 것에서 온다. 내 힘이 어디서 오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여러 다른 것에 대한 다른 동기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이기적일지는 몰라도 나의 동기는 내 삶이었다. 그리고 이젠 내 가족 특히 내 아이들이다. 그들이 나의 힘이요 가장 강한 동기다.”

-어머니날이 곧 다가오는데 어린 아이들을 셋이나 키우느라 수고가 많은 아내에게 무엇을 해주겠는가.
*헴스워드-“아이들은 엄마에게 아침을 만들어 대접할 것이고 난 나대로 멋있고 특별한 대접을 할 것이다. 그리고 그 날은 아이들이 울지 않게 돌보겠다. 그런데 어머니날은 전 세계적으로 같은 날인가 아니면 각기 다른 날인가.”              
‘어벤저스: 얼트론의 시대’의 캠튼 아메리카 역의 크리스 에반스(왼쪽)와 토르(크리스 헴스워드).

-이 영화는 전편보다 유머가 많은데 특히 당신 두 사람의 역이 유머가 남달리 많다. 즉흥적인 것이라도 있는가.
*헴스워드-“각본에 따른 것이다. 그 각본은 영화의 성경과도 같아서 난 내 아이디어를 내놓지 않았다. 그러나 영화 제작 초창기에 조스 웨던 감독과 토르를 보다 유머러스하게 만들자고 논의는 했다. 왕처럼 뻣뻣한 신이 아니라 보다 인간적인 신으로 만들자고 했다. 팬들에게 보다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서다.” 
*에반스-“신인 헴스워드는 엄숙하게 말을 해야 해 유머를 구사하기가 힘들었던 것으로 안다. 그의 대사가 내 것이 아닌 것이 천만다행이다. 난 그것을 해낼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헴스워드는 그런 대사를 아주 우습게 잘 처리했다. 이 차이가 바로 내가 헴스워드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곧 있을 세계적 권투경기인 필리핀의 매니 파퀴아오 대 미국의 플로이드 메이웨더의 시합을 보겠는가.
*(둘이 모두)“물론이다.”
*헴스워드-“난 파퀴아오에게 걸겠다. 난 파퀴아오의 힘과 컨디션 코치인 저스틴 포천으로부터 훈련을 조금 받았다. 난 두 사람 모두의 팬이지만 파퀴아오가 이기기를 바란다.”
*에반스-“난 메이웨더에게 걸겠지만 막상막하의 경기가 될 것이다.”

-이 영화는 당신들이 초고도의 기술로 만들어진 적을 무찌르는 얘기인데 당신들은 최신기술에 얼마나 익숙한가.
*헴스워드-“난 트위터도 남이 써 준다. 도통 뭐가 뭔지 모르겠다. 그것이 필요가 없다고 거절하다가도 세상이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기 때문에 결국은 받아들여야 한다고 본다. 아니면 뒤처지게 마련이다. 그런 것이 두려워도 미래는 인공지능 등 새로운 기술들이 나올 것이기에 그에 관한 지식으로 무장해야 할 것이란 생각이다.”
*에반스-“나도 트위터는 요즘에야 알았다. 처음에는 그것을 안 쓰려고 하다가 2년 전에야 시작했다. 헴스워드 말이 맞다. 뒤처질 수는 없지 않은가. 나의 부모님께 온라인 사용법을 가르쳐 드린 기억이 나는데 아마 후에 내 아이들도 내가 새 기술을 몰라 당황해 하면 웃을 것이다. 따라서 어느 정도 새 기술에 대해서 알고 있어야 한다.”  

-세상에서 없으면 못 살 것이 무엇인가.
*에반스-“커피다.”
*헴스워드-“크리스 에반스다.”

-보통 때 날을 어떻게 보내는가.
*헴스워드-“영화에 나올 때와 안 나올 때가 서로 다르지만 아이들 때문에 새벽 5시에 깬다. 그리곤 소란을 떨면서 장난들을 치기 때문에 나도 일어나야 한다. 아이들은 보통 오후 8시에 자는데 난 그 때 한 30분간 TV를 본 후 취침한다.”
*에반스-“난 새벽 5시나 돼야 취침하는데.”

-당신들은 마블만화를 원전으로 한 영화에 나오면서 유명해졌는데 소감이 어떤가.
*에반스-“마블은 우리 둘에게 좋은 결과를 가져다주었고 그로 인해 많은 문들이 열렸다. 연기란 뜨거웠다 차가워졌다 하는 것으로 문이 열렸다 닫혔다 한다. 항해하기가 까다로운 뱃길이다. 그러나 우린 예술가요 창조자들로서 계속해 창조하기를 원하고 또 그것이 지속되길 바란다. 그러나 결국 모든 것은 개인에게 달렸다. 현재에 만족해 계속해 비슷한 작품을 만드는 것과 새 길을 개척하는 것은 개인에게 달렸다. 그것은 어느 정도 도박이다. 그러나 마블이 없었다면 선택의 여지도 좁았을 것이다. 그 선택을 미래의 기회에 어떻게 투자하는가는 개인 문제다.”
*헴스워드-“마블영화에 나왔다고 해서 직업보장이 됐다고 느낀 적은 없다. 이런 영화에 나오다 보면 ‘이것이 언제까지 계속되지, 속편이 끝나면 나도 끝인가’하는 생각을 하는 경우도 있다. 난 이런 생각이 중요하다고 본다. 왜냐하면 그로 인해 자신을 계속해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수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약간의 불확실은 나쁜 것이 아니며 공포란 아주 좋은 동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에서 당신들이 하는 행동을 보면 아이들 장난 같은데 재미있나 아니면 어려운가.
*헴스워드-“무지무지하게 재미있었다. 우리들은 세트에서 마치 고등학생들처럼 웃고 난리법석을 떨며 즐겨 감독으로부터 장난 그만치고 작품에 신경 쓰라는 말까지 여러 번 들었다.”
*에반스-“재미 만점이었다. 재미를 못 느낀다면 왜 영화에 나오는가. 이 영화는 수퍼히로의 영화로 우리 역은 다 초인적인 것이다. 따라서 즐겁지 않을 수가 없다. 마치 여름캠핑 같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것이 무엇인가.
*에반스-“나의 부모는 나보고 누구도 믿지 말라고 가르쳤다. 내가 보스턴에서 LA로 거처를 옮기자 나의 어머니는 내게 절대로 누구도 믿지 말라고 강조했다. 어머니는 내가 사람 잡는 날사기꾼들의 동네로 갔다고 믿고 가족 외에는 아무 것도 또 그 누구도 믿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그래서 처음 LA에 왔을 때 신경을 바짝 세우고 누구도 믿으려 하지 않았다. 그러나 LA에도 믿을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헴스워드-“난 그 정반대다. 내가 호주에서 이곳에 왔을 때 나의 부모는 무엇이든지 하라고 조언했다. 네 몸도 팔고 영혼도 팔라고 조언했다. 우린 배가 고프고 먹어야 하니 무슨 짓이라도 다 하라고 했다. 그리고 즐기라고 충고했다.”

-아이들로 인해 당신 삶이 어떻게 변했는가.
*헴스워드-“여러 가지로 변했다. 일을 하는데 이유와 함께 새 초점을 갖게 되었다. 따라서 자신에 대해 더욱 신경을 쓰게 됐다. 과거에는 주로 나에 대해서만 내 내면과 대화를 나눴는데 이젠 아이들을 어떻게 돕고 또 그들이 어떻게 생존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 생각을 몰두하고 있다. 좋은 일이다. 그리고 난 아이들로 인해 보다 좋은 사람이 되었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