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4년 3월 2일 일요일

스탈린그라드 (Stalingrad)

참혹했던 스탈린그라드 전투 입체영화


독일군들이 탱크의 호위를 받으며 소련군을 향해 진격하고 있다.

과거 여러 차례 영화로 만들어진 역사상 가장 참혹하고 치열했던 전투인 1942년의 스탈린그라드 전투를 그린 러시아 입체영화로 규모만 크고 요란하기만 했지 내용이나 인물 개발 그리고 감정적으로 전연 어필하는 데가 없는 액션 멜로물이다.
전쟁영화의 상투적인 것은 몽땅 빌려다 쓴 부실한 내용의 작품인데 시끄러운 전투 신 하나는 장관이나 매우 단조로운 영화로 전화 속에 피어나는 적과의 동침이 전연 어울리지가 않는다. 그리고 특히 영화의 처음과 끝을 괄호처럼 묶는 일본의 쓰나미로 지하에 묻힌 독일 소년을 구해 주는 러시아 구조대원의 내레이션은 쓸데없는 설정이다.
스탈린그라드를 공격하는 독일군을 한 아파트에서 저지하는 5명의 러시아군과 양념으로 집어넣은 2명의 여자가 주인공들이다. 공격을 일선에서 지휘하는 독일군 대위 칸(토머스 크레취만)은 귀족 출신의 인간적인 군인. 칸의 상관인 새디스틱한 나치 대령(하이너 라우테박)은 틀에 박힌 못된 군인으로 거의 코믹할 지경.  
그는 러시아 여인 마샤(야나 스투딜리나)라는 포로 애인이 있는데 사실 칸은 처음에 마샤를 겁탈하듯 하나 그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된다. 그래서 칸은 독일군이 퇴각할 때 마샤를 위험한 지경에서 구해 주기 위해 가진 애를 다 쓴다.
진격하는 독일군을 목숨을 내걸고 저지하는 5명의 러시아 군인들은 18세난 카티아(마리아 스몰리니코바)의 아파트를 진지로 카티아를 마스코트로 삼고 독일군과 치열한 교전을 벌인다. 
처음과 끝을 장식하는 러시아 구조대원 그로모프(표트르 피오도르프)의 내레이션으로 진행 되는데 이 사람이 구조를 기다리는 독일 소년에게 하는 말이 내가 어떻게 해서 다섯 명의 아버지를 갖게 되었는지를 얘기해 주겠다는 것. 누가 이 사람의 어머니인 줄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온갖 무기가 동원된 전투장면을 찍은 시각효과는 볼만하고 세트도 훌륭하나 그것만 가지고는 제대로 된 영화가 못되는 허우대만 멀쩡한 작품이다. 색깔도 너무 칙칙하고 어두워 눈이 피로하다. 표도르 본다르축 감독. 성인용. 일부 지역. ★★★
                                                                   <한국일보 편집위원 / hjpark1230@gmail.com>

점심 도시락 (The Lunchbox)

잘못 배달된 도시락 먹고 가까워진 남녀


사잔(이르환 칸)이 잘못 배달된 점심 도시락 냄새를 맡고 있다.

잘못 배달된 점심 도시락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두 남녀의 서신교환을 통한 감정의 접근을 상냥하고 우아하며 또 간절하고 정감 가득히 그린 인도영화다. 복작대는 뭄바이의 서민층의 일상을 과장 없이 솔직하고 사실적으로 그려 보는 사람이 현장에 있는 듯한 현실감을 갖게 한다.
매력적인 영화로 인간성이 물씬 풍기는데 무리 없이 또 동정이나 연민하지도 않으면서 도시 서민들의 애환과 희망과 후회 그리고 고독과 두려움을 따스하고 부드럽게 다루고 있다. 마음에 곱게 와 닿는 영화로 주인공들이 참 행복을 찾았으면 좋겠구나 하고 바라게 된다.     
영화의 골격은 매일 같이 배달부들에 의해 뭄바이의 각 직장으로 배달되는 점심 도시락이다. 집에서 주부들이 아침에 마련한 점심이 남편들의 책상까지 전달되는 과정이 재미있는데 똑 같이 생긴 도시락 용기들이 한 치의 착오도 없이 배달되는 것이야 말로 기적과도 같은 일이다. 그리고 저녁이면 도시락 용기들은 주인집으로 반환되는데 아뿔싸 그만 이 점심 배달에서 한 사람의 도시락 용기가 바뀌면서 얘기가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아름답고 현명하고 유머가 있고 음식 솜씨가 좋은 젊은 가정주부 일라(님라트 카우르)는 자기를 거들떠보지도 않는 남편(나쿠르 바이드)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 아파트 위층에 사는 아주머니의 코치(음성만 들린다)를 받아 남편의 점심을 정성껏 마련해 자전거 배달부에게 준다.
그런데 일라의 도시락이 어느 날 은퇴를 얼마 안 남긴 관공서의 회계사인 사잔(인도의 베테런 배우 이르환 칸-‘슬럼독 밀리어네어’와 ‘파이의 인생’)의 책상에 배달된다. 그리고 사잔은 점심을 맛있게 먹는다. 그런데 사잔은 상처를 한 뒤 주위와 담을 쌓고 고독하게 살고 있다.
저녁에 도시락이 엉뚱한 사람에게 배달됐다는 것을 깨달은 일라는 다음 날 전연 타인인 사잔에게 자신의 속상하는 상황을 글로 적어 도시락에 끼워 보낸다. 이를 읽은(주위사람이 볼까봐 조심해 일라의 글을 읽는 사잔의 모습이 우습고 재미있다) 사잔이 일라의 글에 답장을 보내면서 두 사람 간의 서신교환이 이어진다. 그리고 서로 얼굴조차 모르는 둘은 이 서신교환을 통해 감정적으로 매우 친밀한 관계를 이룬다.   
일라와 사잔 외에 제3의 인물로 등장하는 것이 사잔의 자리를 이어 받을 젊은 샤이크(나와주딘 시디퀴). 샤이크는 고아로 가난한 촌사람이지만 역경에 굴하지 않는 용기와 생명력으로 가득 찼다. 그리고 때로 성가실 정도로 곰살맞게 구는 샤이크에 의해 굳게 닫혔던 사잔의 마음 문이 서서히 열린다. 
은밀하고 섬세하며 유머가 있는 영화로 두 남녀 주인공의 연기가 좋은데 특히 과묵하고 조용한 칸의 연기가 돋보인다. 그의 연기에 맞서는 쾌활한 시디퀴의 연기가 좋은 대조를 이룬다. 인파와 자전거와 인력거 그리고 구식 택시들로 바글거리는 뭄바이 거리를 찍은 촬영도 좋다.
 PG. 로열(310-478-3836) ★★★★(5개 만점)  <한국일보 편집위원 / hjpark1230@gmail.com> 

오스카 고즈 투



제86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3월2일 할리웃의 돌비극장에서 거행된다. 코미디언 엘렌 드제네레스가 사회를 보는 시상식은 ABC-TV가 생중계 하는데 ABC 측은 전미서 4,000만명이 시청할 것으로 예측했다.
오스카상의 백미인 작품상 부문에는 총 9개 작품이 후보에 올랐는데 이 중 6편이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작품상을 놓고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메리칸 허슬’과 ‘그래비티’ 및 ‘12년 노예’가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그러나 시상식이 가까워 오면서 코미디인 ‘아메리칸 허슬’이 기를 잃고 지금 나머지 2편이 선두다툼을 벌이고 있다.
내가 아카데미 회원이라면 ‘그래비티’에게 표를 던지겠으나 아카데미 사상 공상과학 영화가 작품상을 탄 적이 없다. 이보다는 미국의 치욕적인 역사인 노예제도를 적나라하게 고발한 ‘12년 노예’가 간발의 차이로 영광을 누릴 것 같다. 그러나 이것이 뒤집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작품상 대신 감독상은 미 감독노조상을 비롯해 각 단체가 주는 상을 독식하다시피 한 ‘그래비티’의 멕시칸 감독 알폰소 쿠아론이 받을 것이다. ‘그래비티’는 촬영상과 음향상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남우주연상은 ‘달라스 카우보이즈 클럽’에서 에이즈 환자로 멕시코에서 사제 약을 텍사스로 밀반입해 환자들에게 판 실제인물 론 우드러프로 나온 매튜 매코너헤이가 탄다. 매코너헤이는 역을 위해 체중을 47파운드나 뺐다. 아카데미는 질병을 앓거나 정신상태가 이상한 사람들에게 상을 주기를 좋아하는데 ‘필라델피아’에서 역시 에이즈 환자로 나온 탐 행스가 주연상을 탄 것이 그 좋은 예다.
여우주연상은 우디 알렌의 ‘푸른 재스민’에서 월가의 유한부인에서 알거지가 된 뒤 정신상태가 혼란해진 미망인으로 나온 케이트 블랜쳇이 탄다. 알렌이 최근 양녀 성추행 스캔들에 휘말려 그의 영화에 악영향을 미칠지도 모른다는 설도 있었으나 설은 설로 끝날 것이다.
남자조연상은 ‘달라스 바이어즈 클럽’에서 매코너헤이의 에이즈 약 밀매 파트너로 여성으로 성전환한 에이즈 환자로 나온 재렛 레토가 탄다. 그러니까 이번 오스카 남자주조연상은 모두 에이즈 환자가 타는 셈이다.
여자조연상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메리칸 허슬’에서 날사기꾼의 불같은 성질을 한 젊은 아내로 나온 제니퍼 로렌스가 탈 것이 유력했었다. 그런데 최근 ‘12년의 노예’에서 잔혹한 농장주인의 노예이자 섹스놀이개로 스크린에 데뷔한 루피타 니옹고가 미배우조노가 주는 상을 타면서 로렌스가 다소 밀리고 있다. 
더구나 로렌스는 지난해에 ‘실버 라이닝스 플레이북’으로 주연상을 타 아카데미가 이제 나이 23세 밖에 안 된 로렌스에게 2년 연속으로 상을 줄 것 같지가 않다. 그러나 이 부문도 작품상부문처럼 예측이 뒤바뀔 수도 있다.
각본상은 1970년대 말 뉴저지주를 무대로 한 FBI의 부패 정치인 함정수사인 앱스캠 작전에서 FBI의 앞잡이 노릇을 한 사기꾼들의 실화를 그린 ‘아메리칸 허슬’이 탈 확률이 높다. 이 영화와 함께 각본상을 놓고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는 것이 스파이크 존즈가 쓰고 감독한 ‘허’다. 
‘허’는 가까운 미래 LA의 젊은 연애편지 대필 작가(와킨 피닉스)와 컴퓨터의 인공지능 여인(스칼렛 조핸슨 음성)의 사랑을 그린 영화로 나 같으면 이 영화에 표를 던지겠다.
만화영화상은 디즈니의 ‘프로즌’이 탄다. 흥행서 대박을 터뜨린 이 영화는 이밖에도 주제가인 ‘렛 잇 고’가 상을 탈 것이다.
외국어 영화상은 이탈리아의 파올로 소렌티노가 감독한 ‘그레이트 뷰티’가 상을 탈 것이 거의 분명하다. 65세난 작가의 눈을 통해 본 로마의 호화 방탕한 밤의 삶을 조명한 영화로 내용보다 영상미가 화사하다.
단편기록 영화상을 탈 가능성이 높은 영국의 ‘6호 아파트의 숙녀-내 삶을 구원한 음악’의 주인공인 체코 태생의 유대인 여류 피아니스트 알리스 헤르츠-좀머(사진)가 23일 110세로 별세했다. 
젊었을 때 나치에 의해 수용소에 수감됐으나 음악 때문에 고난을 견디고 살아남은 헤르츠-좀머의 삶을 아름답게 담은 감동적인 영화다. 헤르츠-좀머는 영화에서 “음악이 내 삶을 지탱해 준 양식”이라면서 “증오는 증오를 나을 뿐이어서 나는 결코 독일인들을 증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헬츠-좀머가 자신의 삶을 그린 작품이 상을 타는 것을 채 못 보고 영면했다는 뉴스를 읽으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금치 못했다.                       
                                    <한국일보 편집위원 / hjpark1230@gmail.com>                                                                                 
                                      

2014년 2월 26일 수요일

앤 프랭크 사망 70주년 기념 `시끌'

실제의 앤 프랭크

 TV 미니시리즈 제작 계획에
“학살된 가족에 대한 불경”
 앤 프랭크 재단서 철회 요구
 극영화 두 편은 정상 제작

영화‘앤 프랭크의 일기’에서 앤 역을 맡은 밀리 퍼킨스.

2015년은 나치의 유대인 수용소에서 죽음을 맞은 앤 프랭크의 사망 70주년이 되는 해다. 이를 계기로 앤에 대한 관심이 새삼 고조되면서 앤의 유명한 일기를 바탕으로 한 앤의 삶을 다룰 3편의 영화와 TV 시리즈가 만들어질 예정이다. 2편은 극영화(라이브-액션 1편과 만화영화 1편)이고 나머지는 TV 미니 시리즈인데 제일 먼저 올 여름부터 제작에 들어갈 작품은 독일의 두 영화사 콘스탄틴 필름과 무비 그리고 공영TV 방송인 ZDF가 합작으로 만들 독일어 TV 미니 시리즈다.
그런데 이 같은 계획이 최근에 발표되자 앤의 일기와 앤의 가족의 문헌의 판권을 소유하고 있는 스위스의 앤 프랭크 펀드는 시리즈
계획을 당장에 철회하라고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다.
이유는 시리즈 제작이 앤 프랭크 펀드의 참여 없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펀드는 “펀드의 참여 없이 제작되는 시리즈는 홀로코스트에서 대량 학살된 프랭크 가족에 대한 불경”이라면서 “제작을 취소하지 않을 경우 법적조치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펀드는 이어 “앤의 유업이 갈수록 지나치게 상업화 하고 있으며 앤의 이름이 상표로 전락하고 말았다”고  개탄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ZDF 측은 “우리는 모든 것을 앤 프랭크의 문헌에 충실하게 만들 것”이라면서 “시리즈를 앤 프랭크를 잘 모르는 젊은층에 어필하도록 만들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앤 프랭크의 라이벌로 앤과 그의 가족이 나치를 피해 숨어 살던 암스테르담의 집을 맡아 돌보는 앤 프랭크 파운데이션과 독일의 유대인 중앙위원회는 이 시리즈를 지원하고 있어 시리즈를 놓고 앤 프랭크의 두 비영리단체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앤 프랭크 펀드는 시리즈와는 달리 두 편의 극영화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지원을 다짐했다. 만화영화는 ‘바시르와 월츠’를 감독한 아리 폴만이 감독하고 독일어 라이브-액션영화는 오스카상 후보에 올랐던 독일영화 ‘소피 숄: 마지막 날들’의 각본을 쓴 프레드 브라이너스도르퍼가 각본을 쓰고 한스 슈타인비클러가 감독한다.
나치를 피해 암스테르담의 한 공장 다락방에 숨어 살다 종전 얼마 전 나치에게 체포돼 베르겐-벨젠 수용소로 이송된 뒤 거기서 사망한 앤이 다락방에서의 삶을 쓴 ‘디어 키티’로 시작하는 일기는 1947년 앤의 아버지 오토에 의해 처음 출판된 이래 전 세계 70개 국어로 번역돼 3,000만여권이 팔렸다.
일기는 연극으로도 만들어져 퓰리처상을 받았는데 이 연극과 일기를 바탕으로 조지 스티븐스 감독(‘셰인’ ‘젊은이의 양지’ ‘자이언트’)이 1959년에 만든 흑백영화가 ‘앤 프랭크의 일기’(The Diary of Anne Frank)다.
앤으로는 밀리 퍼킨스가 나왔고 앤과 같이 다락방에서 숨어 살면서 앤의 애인이 된 피터로는 ‘웨스트사이드 스토리’에서 나탈리 우드의 애인으로 나온 리처드 베이머가 나왔다. 영화의 내부 장면은 스튜디오 세트에서 찍었으나 앤이 숨어 살던 집의 외부촬영은 암스테르담 현지에서 찍었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앤의 가족과 함께 다락방에 숨어 살면서 나치에게 체포될까 봐 늘 공포에 떠는 반 단 부인 역을 맡은 쉘리 윈터스가 오스카 조연상을 받았으며 이밖에도 촬영상과 미술상을 받았다.
앤의 얘기는 이밖에도 1980년에는 멜리사 길버트가 주연한 TV 영화로 만들어져 3개 부문에서 에미상 후보에 올랐고 2001년에는 ABC-TV의 미니 시리즈 ‘앤 프랭크: 모든 이야기’로 만들어져 에미상을 2개 받았다. <한국일보 편집위원 / hjpark1230@gmail.com>


오마르 (Omar)

팔레스타인 젊은이들의 좌절과 분노·폭력


오마르가 이스라엘군의 불심검문을 받고 있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지인 웨스트뱅크를 무대로 진행되는 정치적 드라마이자 스파이 스릴러이면서 아울러 사랑과 우정과 신뢰의 이야기로 팔레스타인 영화다. 올해 오스카 외국어 영화상 후보작.
비밀과 배신이 잠복해 있는 긴장감 가득한 영화로 거대한 감옥이나 다름없는 점령지에서 사는 팔레스타인 젊은이들의 좌절감과 분노 그리고 폭력과 함께 궁극적 구제를 필름 느와르 식으로 그린 의미심장하고 흥미 있는 영화다.
빵을 굽는 청년 오마르(아담 바크리)는 친구 타렉(에야드 후라니)의 여동생인 여고생으로 자기 애인인 나자(렘 루바니)를 만나기 위해 팔레스타인인들이 사는 동네를 가르는 거대한 벽을 밧줄로 타고 넘는다. 이스라엘군의 총격도 겁내지 않는 사랑의 행위다. 
오마르와 타렉과 농담꾼인 암자드(사메르 비스하라트-그를 통해 살벌하기까지 한 영화에    유머를 첨가한다)는 세 친구로 이들은 좌절감을 풀기 위해 이스라엘군을 쏴 죽이기로 한다. 암자드가 이스라엘군을 사살하면서 이스라엘 측의 보복과 범인 색출을 위한 대대적 수색이 벌어지고 여기서 오마르가 체포된다. 
오마르를 수사하는 라미(왈레드 F. 주아이터)가 오마르에게 풀어줄 테니 타렉의 소재지를 밀고하라면서 석방한다. 라미는 타렉을 사살범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자기 친구를 고발할 생각이 없는 오마르는 타렉이 짠 이스라엘군에 대한 기습작전 계획에 참여한다. 그런데 누군가 이 기습작전을 이스라엘군에 고발하면서 오마르는 다시 체포된다. 
그리고 라미는 다시 타렉의 소재지를 밀고하라면서 오마르를 풀어준다. 오마르는 이 제의를 수락하는데 그 이유는 스스로 자신들 사이의 배신자를 색출하기 위해서다. 한편 오마르가 재차 이스라엘 수사기관으로부터 석방되자 나자를 비롯한 오마르의 주위 사람들이 오마르를 스파이로 간주한다.      
굴욕과 폭력의 환경 속에서 출구가 없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절망적이요 자기 파괴적이자 또 비극적인 행동과 함께 이런 환경 안에서의 인간의 취약성을 매우 사실적이자 감정적으로 그린 훌륭한 작품이다. 대부분 신인들인 배우들의 연기와 함께 현지에서 찍은 촬영이 사실감을 극대화 하고 있다. 하니 아부-아사드 감독. 성인용. Adopt Films. 로열(310-478-3836), 선댄스 선셋(선셋과 크레센트하이츠), 플레이하우스7(626-844-6500), 타운센터5(818-981-9811) 등 일부지역. ★★★★
 <한국일보 편집위원 / hjpark1230@gmail.com>


바람이 분다 (The Wind Rises)


하늘을 나는 비행의 꿈을 찾아서… 


지로가 꿈에서 전투기를 타고 비행하고 있다.
‘모노노케 공주’와 ‘포뇨’ 및 ‘하늘의 성’ 등 시각미와 얘기가 모두 다채롭고 풍성한 손으로 그림을 그리는 일본 만화영화 감독 하야오 미야자키의 11번째 작품(각본 겸)이자 그의 은퇴작이다. 그림이 눈부시게 아름답고 섬세하고 또 다채로운 데다가 전쟁과 로맨스와 비행의 꿈의 실현을 좇는 젊은이의 얘기도 흥미진진하게 서술해 경탄을 금치 못하게 한다.       
그런데 한국인들이 보기에 거슬리는 점은 영화가 일본이 진주만을 폭격하고 또 태평양 전쟁에 사용한 전투기 ‘제로’를 고안한 실존 인물인 지로 호리코시의 삶을 다뤘다는 것이다. 미야자키는 영화에서 자기는 전쟁을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비상의 꿈을 현실화 하려는 지로의 아름다운 꿈을 그리려고 했다는 점을 몇 차례 피력하고 있지만 일제의 오랜 피점령국이었던 우리로선 단순히 이름다운 영화로만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어쨌든 미야자키 영화중에선 가장 사실적이요 또 성인을 위한 작품이다. 제목은 프랑스 시인 폴 발레리의 시에서 따 왔다. 
얘기는 지로가 어렸을 때부터 시작된다. 시골에 사는 지로는 소년시절부터 비행기를 조종하는 것이 꿈이지만 근시안이어서 조종 대신 비행기 제작으로 자기 꿈을 바꾼다. 이를 위해 지로는 영어로 된 항공관계 잡지를 사전을 보면서 열심히 공부한다.
그리고 지로는 밤이면 이탈리아 항공계의 개척자인 지오반니 카프로니가 타고 하늘을 나는 날개 3개의 비행기 꿈을 꾸곤 한다.
이어 시간대는 1923년으로 옮겨진다. 도쿄에서 엔지니어링을 공부하는 지로가 고향을 방문하기 위해 기차를 타고 가는데 칸토 대지진이 일어나면서 기차가 탈선한다. 이 대지진과 그 후의 혼란을 그린 그림이 찬탄을 금치 못하게 한다. 그리고 지로는 역시 열차에 탔던 아름다운 나호코를 도와주면서 평생의 사랑을 만나게 된다.
학교를 나온 지로는 미쓰비시 중공업에 들어가 비행기 제작팀에 합류한다. 그리고 지로는 새 전투기 개발에서 뛰어난 창의력을 발휘해 탑 엔지니어로 승진한다. 여기서 지로는 독일을 방문해 독일의 전투기 디자이너들을 만난다. 1930년대 시작과 함께 지로는 ‘제로’(A6M) 전투기의 전신인 항공모함 탑재기인 A5M을 개발한다.
한편 지로는 휴가를 시골에서 보내면서 일본에 거주하는 독일인 카스토르프를 만난다. 카스토르프는 평화주의자로 지로에게 일본과 독일의 궁극적 패망을 경고한다. 이와 함께 지로는 나호코와 재회하는데 나호코는 폐병을 앓아 몸이 쇠약하다. 지로와 나호코의 아름다운 사랑이 옛 할리웃 영화의 비극적 로맨스처럼 묘시되는데 그림도 아주 곱다.     
그림이 감각적으로 아름답고 내용도 로맨틱 서사극처럼 도도하게 흐르는데 음악도 좋다. 올 오스카 만화영화상 후보작.
PG-13. Sony Classics. 랜드마크(310-470-0492), AMC 센추리15(888-AMC-4FUN), 글렌데일18(818-551-0218), 셔먼옥스 갤러리아(818-501-0753), 할리웃 엘 캐피탄(27일까지. 800-DISNEY6). ★★★★½(5개 만점)   <한국일보 편집위원 / hjpark1230@gmail.com>

하야오 미야자키



21일 개봉되는 일본의 저명한 만화영화 감독 하야오 미야자키(73)의 최근작이자 그의 은퇴작인 ‘바람이 분다’(The Wind Rises-영화평 참조)가 일본의 침략전쟁을 미화했다는 구설수에 시달리고 있다.
3월2일에 열릴 올 오스카 시상식에서 만화영화 후보에 오른 이 영화는 일본이 진주만을 습격하는데 사용된 폭격기 ‘제로’를 고안한 미쓰비시중공업의 항공담당 공학자 지로 호리코시의 삶을 다룬 것으로 내용과 그림이 모두 뛰어난 작품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왜 하필이면 침략전쟁의 도구인 ‘제로’를 고안한 호리코시의 얘기를 다뤘는가”라면서 “영화가 아름답고 유연한 모양의 폭격기와 그것을 고안한 사람을 미화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영화에는 전쟁을 비판하는 대사와 함께 호리코시가 “나는 전쟁을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아름답고 성능 좋은 비행기를 고안하려는 것뿐”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한국인인 내가 보기엔 그런 말이 그저 사탕발림처럼 느껴졌다.
더구나 요즘 정신 나간 아베 일본 수상의 군국주의적 사고방식과 발언 때문에 한일관계가 극도로 나빠지고 있는 시점이어서 영화가 뛰어나게 잘 만들었다고 감탄을 하면서도 뒷맛이 개운치가 않았다.
한편 미야자키는 이 같은 비판에 대해 “지로 호리코시는 평화주의자로 그가 폭격기를 만든 것은 어쩔 수 없는 시대상황 탓”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태평양전쟁 당시 ‘제로’의 방향타를 고안한 자기 아버지에 대해서도 “나는 그처럼 위험한 시대에 살아야 했던 나의 아버지가 나쁜 일을 했다고 비난할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미야자키는 이 영화로 인해 일본의 극보수파들로부터는 ‘반 일본적 반역자’라고 욕을 얻어먹고 있다. 그 같은 이유는 영화에 나오는 “일본과 독일은 패망하고 말 것이다”라는 대사와 함께 묘사된 반전 메시지 때문이다. 그러니까 미야자키는 군국주의자들과 함께 일본의 침략근성을 비판하는 측 모두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는 셈이다.
미야자키는 평소 평화주의자로 알려진 사람이다. 그는 아베의 전쟁을 금지한 일본 헌법 수정 의도와 전쟁 범죄행위 부정을 비판하면서 아울러 전쟁 위안부들에게 정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그리고 2001년 자신의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Spirited Away)이 오스카 외국어 영화상을 받았을 때도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항의하는 뜻에서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나는 미야자키를 2009년 영화 ‘포뇨’를 위한 인터뷰 차 만났는데(사진) 백발에 흰 구레나룻을 하고 얼굴 가득히 미소를 짓는 모습이 마치 마음 좋은 이웃집 아저씨 같았다.
그는 만화를 손으로 그리는 사람답게 “나는 컴퓨터도 안 쓰고 셀폰도 없다”면서 잔잔한 미소를 지었는데 사람이 아주 소박하고 털털한데다가 인자한 모습에서 진짜로 평화주의자 같은 인상을 받았다.
그래서 이번에 영화를 보면서 더 왜 저런 평화주의자가 하필이면 군국주의를 찬양하는 느낌마저 드는 소재를 골랐을까 하고 고개를 갸우뚱 거렸었다. 영화를 영화 자체로 보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어떤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려는 의도는 다분히 내가 한국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스튜디오 기블리를 통해 ‘하늘의 성’ ‘내 이웃 토토로’ ‘모노노케 공주’ 및 ‘하울의 움직이는 성’ 등 주옥같은 만화영화를 감독(각본 겸)한 미야자키는 작품에서 평화주의와 자연을 찬미하고 있다.
온 가족이 함께 즐겨볼 수 있는 영화들로 마법적 영역 안에서 마법사와 마녀와 요정들이 등장하는데 특히 여러 영화에서 개성과 독립심이 강한 소녀나 젊은 여자가 주인공으로 나온다. 미야자키는 페미니스트인데 ‘포뇨’에서 바그너의 ‘발키리의 기행’에 맞춰 파도를 타고 달리는 브륀힐데가 그 대표적 인물 중 하나다.
미야자키는 얼마 전 “이젠 늙어서 영화를 그만 만들겠다”고 은퇴를 선언했다. 그러나 만화는 계속해 그릴 예정인데 그는 현재 사무라이 시리즈를 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람이 분다’를 둘러싼 논쟁을 보면서 또 한 번 생각나게 된 것이 예술작품을 순전한 예술적 안목으로만 볼 것이냐 또는 거기에 정치ㆍ사회적 의미를 부여할 것이냐 하는 점이다. 나는 순예술파이긴 하지만 이번에 미야자키 영화를 보면서 내내 기분이 언짢았던 것은 결국 내 혈관 안에서 흐르는 한국인이라는 피 때문이었을 것이다  
                             
                               <한국일보  편집위원 / hjpark1230@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