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8년 12월 24일 월요일

노새(The Mule)


얼이 마약 운반 후 사례금을 세어보고 있다.

90세 옹고집 노인, 얼떨결에 마약운반책이 되는데…


88세난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감독하고 주연도 한 범죄드라마로 할아버지 이스트우드가 심심파적으로 만든 것처럼 여유 있고 느린 걸음처럼 천천히 간다. 이스트우드가 역시 연출하고 주연도 한 ‘그랜 토리노’(2008)의 분위기를 지녔는데 이스트우드가 까다롭고 고집불통인 노인 역을 우스운 농담을 뱉어내면서 아주 잘 한다.
재미는 있지만 문제는 이스트우드가 별 악의 없이 말하는지는 모르겠으나 “니그로”라는 인종차별적인 말을 하는데다가 멕시칸들은 몽땅 마약범죄자들처럼 묘사해 멕시칸들이 보면 기분이 안 좋을 것이다. 멕시코의 막강한 마약 카르텔인 시나로아 카르텔을 위해 코케인을 십여 차례 픽업트럭으로 운반하고 거액의 사례비를 받은 90세난 노인의 실화로 제목은 마약 운반자를 칭하는 속어다.
아내 메리(다이앤 위스트)와 이혼하고 혼자 일리노이 주 페오리아에서 원예업을 하는 얼 스톤(이스트우드)은 가족보다 자기가 재배한 꽃을 더 사랑하다시피 하는 사람. 그는 손녀 지니(타이사 화미가)의 결혼식도 잊어버리고 자기 기분을 내는 사람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인터넷으로 꽃들을 매매하는 바람에 얼의 꽃장사가 안 돼 그의 꽃밭과 집이 차압된다. 아메리칸 드림의 몰락으로 얼은 인터넷을 증오하는 시대에 한참 뒤진 사람임은 물론이다 .     
파티가 열린 지니의 집을 찾았다가 문전 박대를 당한 얼이 그 자리에서 자기는 평생 교통위반 딱지를 한 번도 인받았다고 자랑하는 말을 들은 멕시칸이 얼에게 다가와 쉽게 돈을 벌수 있는 일이 있으니 하겠느냐고 제의한다. 얼의 구닥다리 포드 픽업으로 멕시코로부터 마약을 싣고 미국으로 운반하는 일.
돈에 궁색한 얼은 이를 수락하는데 처음에는 자기가 운반하는 물건이 마약인지를 모른다. 그러나 이런 플롯은 씨도 먹히지 않는 소리다. 첫 운반이 성공하면서 얼은 거액의 사례비를 받는데 돈 맛을 안 얼은 마약 운반을 계속한다. 누가 90이 다 되가는 노인이 트럭으로 마약을 운반한다고 생각 하겠는가. 얼이 마약 운반으로 돈을 벌기로 한 것은 돈이 필요한 가족과의 화해를 위한 한 수단이기도 하다.
얼은 카르텔의 최우수 마약 운반책이 돼 멕시코의 카르텔 두목(앤디 가르시아)의 초청까지 받고 팔등신 미녀의 섹스서비스 등 융숭한 대접을 받는다. 얼은 마약 운반을 중단하려고 해도 이미 카르텔의 범행에 너무 깊숙이 개입된 상태다. 이와 함께 얼이 운반하는 마약의 양이 갈수록 늘면서 얼은 연방 마약 단속 수사관들(브래들리 쿠퍼와 마이클 페냐)의 집요한 추적을 받는다. 얼은 수사관들과 카르텔의 킬러들의 감시를 받으면서 오도 가도 못하는 처지가 된다.
범죄영화인데다가 이스트우드가 나와 마지막에 액션을 기대하게 되나 이스트우드는 액션을 자제하고 온화할 정도로 부드럽게 연출했다. 각본이 다소 엉성하고 진행 속도가 느리긴 하지만  즐길만한 영화로 특히 이스트우드의 연기가 볼만하다. R 등급. WB. ★★★½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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