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8년 11월 14일 수요일

버닝(Burning)


가난한 종수(왼쪽)와 부자 벤은 해미를 사이에 놓고 삼각관계를 이룬다.

극심한 빈부차 속 삼각관계
청춘의 좌절과 분노, 응징
이창동 감독 치밀하게 고찰


수줍고 소심한 작가 지망생인 배달부 청년과 삶의 욕구로 가득 찬 적극적인 젊은 여자 그리고 돈이 많아 일하는 것이나 노는 것이 마찬가지인 플레이보이 청년 간의 인간관계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이 고찰한 이창동 감독의 3인극 성격 드라마다. 이와 함께 계급과 빈부 차 그리고 성적 질투와 질시와 함께 꿈의 좌절과 분노와 응징 및 가족의 유래와 정의 등 다양한 소재를 주도면밀하게 다뤘는데 굉장히 느려 인내심이 필요하다. 불길이 서서히 타 들어가다가 마지막에 가공할 화염으로 작가 지망생의 분노를 태워버리는데 영화가 너무 예술적이어서 관객보다 비평가들이 더 좋아할 작품이다. 올 칸영화제서 국제영화비평가협회상을 탔다. 2017년도 오스카 외국어영화상 후보 출품작.
작가 지망생으로 막일을 하면서 사는 내성적인 종수(유아인)가 어느 날 길에서 자기와 어렸을 때 같은 반이었다는 해미(전종서)를 만난다. 해미는 비록 길거리 상품 선전원이나 생명력 넘치고 상상력 풍부한 여자. 둘은 대뜸 연인 사이가 돼 해미의 손바닥만한 아파트에서 섹스를 즐긴다.
해미는 종수에게 자기가 아프리카로 여행을 간 다음 자기가 키우는 고양이를 돌봐달라고 부탁한다. 그런데 고양이는 정말로 있는 것일까 아니면 해미의 상상의 산물인가. 착실한 종수는 해미가 여행을 간 뒤 가끔 해미의 아파트에 찾아와 고양이에게 밥을 주고 청소도 한다. 그리고 해미의 침대에 앉아 창밖을 내다보면서 성적 욕망도 푼다. 여전히 고양이는 안 보인다.
귀국한 해미는 종수에게 여행 중에 만났다는 미끈하게 잘 생긴 부자 벤(한국계 미국배우 스티븐 연)을 소개한다. 종수는 포르셰를 몰고 다니는 벤 앞에서 완전히 주눅이 드는데 이 때부터 3각관계가 발생하면서 종수는 벤의 심부름꾼 비슷한 처지가 된다. 벤은 종수를 예의 바르게 대하지만 그 태도에서 은근히 종수를 아랫사람으로 깔보는 기색이 느껴진다. 이를 못 느낄 종수가 아니다. 영화는 벤을 ‘위대한 개츠비’의 주인공에 비유하고 있다.
한편 종수는 판문점 부근의 자기 집에 돌아와 글을 쓰는데 확성기로 북한의 선전방송이 들린다. 영화는 한국의 분단상황도 언급하고 있다. 그런데 종수의 농부 아버지는 공무원을 폭행, 수감된 채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해미와 함께 종수를 찾아온 벤은 자기는 빈 비닐하우스를 불태우는 것을 즐긴다고 말한다. 여기서부터 느닷없이 해미가 사라지고 종수와 벤이 함께 갈등과 충돌을 향한 2인무를 추다가 충격적인 클라이맥스에 이르는데 이 같은 결말은 예측이 가능하다. 성격 드라마이자 긴장감을 갖춘 미스터리 서스펜스 스릴러이기도 한데 원작은 하루키 무라카미의 단편 ‘헛간 태우기’. 세 배우가 다 뛰어난 연기를 한다. ★★★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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