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6년 5월 16일 월요일

사랑과 우정(Love & Friendship)


레이디 수전(왼쪽)이 자기를 사랑하는 연하의 레지널드와 대화하고 있다.

케이트 베킨세일 주연 18세기 영국 상류층의 시대극


‘오만과 편견’을 쓴 제인 오스틴의 초기 중편 ‘레이디 수전’이 원작으로 무지무지하게 말이 많은데 사뿐하니 경쾌하나 초경량급이다. 남녀 간의 애정문제를 다루고 있는데도 감정적 열기가 부족하고 깊이는 없지만 올스타 캐스트의 좋은 연기와 수려한 풍경과 화사한 의상 등 보고 즐길 만은 하다.
그러나 영화라기보다 연극이라고 해야 더 어울릴 작품으로 부모와 그들의 자녀 등 직계가족은 물론이요 이들의 친척과 사돈의 팔촌을 비롯해 친구 등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나와 누가 누구인지를 분간하기가 힘들다. 참고 기다리면 알게 되긴 하지만.
18세기 영국의 상류층 사람들의 생활과 관습 그리고 이들의 허세 부리는 태도와 함께 위선과 시기와 질투 및 경쟁의식 등을 악의 없이 비판하고 희롱하는 오스틴의 성질이 그대로 나타난 작품으로 인간의 선의를 믿으면서 맺어질 사람들이 다 맺어지는 해피엔딩이다. 
주인공은 남편도 없고 돈도 없는 레이디 수전(케이트 베킨세일). 수전이 거처를 시댁으로 옮기면서 얘기가 시작된다. 여기서 수전은 잘 생기고 순진한 연하의 레지널드(사비에르 새뮤얼의 역과 연기가 왕년의 휴 그랜트를 연상케 한다)의 마음을 사는데 둘은 자주 대저택의 뜰을 걸으면서 대화를 나눈다.
이어 학교에서 쫓겨난 혼기가 된 수전의 딸 프레데리카(모피드 클라크)가 도착하고 이와 함께 프레데리카를 아내로 삼으려고 애쓰는 나이 먹고 돈 많고 경박하고 멍청한 제임스경(탐 베넷이 재미있는 연기를 한다)이 도착한다. 수전은 이 집에서 있는 것이 불편해지면 런던에 사는 미국인 친구 알리시아(클로이 세비니)를 찾아가 둘이 재잘댄다. 
길고 잡다한 소재의 얘기를 하는 주체는 수전인데 가십을 비롯해 자기 비하와 함께 자기 합리화를 두루뭉술 엮어 계속해 지껄여댄다. 그런데 그 내용이 상당히 시대를 앞서 간 것들이다. 수전은 에덴동산의 뱀과 같은 유혹녀이자 간교한 음모자요 바람둥이이며 또 치밀한 생존투쟁의 승리자로 그의 궁극적 목적은 남자를 잘 골라 자기와 함께 딸이 유복하게 사는 것. 
수많은 사람들이 감나무에 연줄 얽히듯 얼기설기 섞여들면서 얘기도 배배 꼬이는데 마지막은 누이 좋고 매부도 좋은 식으로 끝이 난다. 수전 때문에 한 젊은 유부녀가 울게 되긴 하지만. 베킨세일이 잠시도 쉬지 않고 종알대면서 열심히 연기를 잘 하고 나머지 배우들도 다 잘 한다. 아일랜드에서 찍었다. 인디 영화의 표본인 윗 스틸맨 감독. PG. Roadside Attractions.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