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6년 3월 7일 월요일

주토피아(Zootopia)


주디(왼쪽)와 왕년의 라이벌 닉은 팀이 돼 실종사건을 수사한다.

맹수와 초식동물이 모여 사는 대도시


 꿈과 환상을 찍어내는 디즈니의 만화영화로 제목이 말하듯이 맹수와 초식동물들이 평화 공존하는 지상천국과도 같은 곳에서 일어나는 모험과 액션을 양념 식으로 곁들인  수사물이자 걸맞지 않는 짝의 티격태격과 우정의 드라마다.
그림과 내용과 대사와 음성연기 그리고 각기 독특한 모습을 잘 살린 동물들을 비롯해 모양과 색깔과 크기와 식성 및 종류를 초월한 동물들의 공존은 물론이요 ‘하면 된다’는 긍정적 정신을 얘기한 메시지 영화이기도 한데 기차게 재미있다. 아이들과 어른들이 함께 모두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 즐길 수 있는 흥미진진한 작품이다.
특히 알록달록한 색깔로 동물들과 이들이 거주하는 건물과 자연을 무궁무진한 상상력을 동원해 그린 그림이 눈이 아플 정도로 다채롭고 다양한데 한 번 봐 가지고서는 그 변화무쌍함과 아름다움을 채 다 감지할 수 없도록 훌륭하다.
시골에 사는 작고 귀여운 암토끼 주디 합스(지니퍼 굿윈 음성)는 어려서부터 분쟁조정에 실력이 뛰어나 학교의 왈패 여우 닉 와일드(제이슨 베이트만)가 약자를 괴롭히는 것을 재치 있게 처리한다. 성장한 주디는 경찰학교에 입학, 신체적 핸디캡을 극복하고 수석으로 졸업한다. 그리고 보따리를 싸들고 임지인 대도시 주토피아를 향해 기차를 타고 떠난다. 주디가 기차를 타고 가면서 통과하는 열대의 사하라 스퀘어와 추운 툰드라타운 등 여러 형태의 도시들이 마치 디즈니랜드의 갖가지 놀이터를 구경하는 것 같다.
주토피아는 큰 사슴과 백표범이 TV의 저녁 뉴스를 공동으로 진행하고 각기 행동양식이 다른 동물들이 자기 특성에 맞게 직업을 선택해 생활하는 지상낙원. 주토피아의 여러 동물들의 모습과 행태를 스케치 식으로 묘사한 장면이 배꼽 빠지게끔 우습고 재미있다. 그 중에서도 말과 행동이 엄청나게 느린 DMV(당연하다)에 근무하는 나무늘보들의 모습이 매우 재치 있고 또 ‘대부’의 흉내를 낸 뾰족 뒤쥐의 장면도 재미있다.  
경찰서에 와 보니 동료 경찰들은 덩지가 엄청나게 큰 코뿔소와 호랑이와 물소 등으로 작은 암컷(성차별이다) 주디 알기를 우습게 안다. 물소 서장 보고(이드리스 엘바)도 마찬가지로 주디를 주차위반 딱지 발급 일을 맡긴다. 주디에게 다정한 경찰은 치타 리셉셔니스트 클로하우저(네이트 토랜스)와 포유동물의 경찰 복무를 발의한 시장 라이언하트(J.K. 시몬스)의 털북숭이 여비서 벨웨더(제니 슬레이트).
지금 경찰서가 해결해야 할 큰 문제는 관할지역 동물들의 잇단 실종사건. 딱지 발급에 좌절감을 느낀 주디는 경찰 배지를 내던지고 단독으로 수사를 시작하는데 실종된 동물들은 다 전에 육식하던 맹수들. 수사하는 주디의 파트너가 된 동물이 뜻밖에도 오래간만에 만난 닉. 닉은 여전히 술수꾼이긴 하나 더 이상 옛날의 못된 닉이 아니다. 과연 납치사건의 범인은 누구일까. 그런데 이런 플롯은 다소 자연스럽지가 못하다.  
여기서부터 영화는 걸맞지 않는 한 쌍이 서로 협조를 하면서도 경쟁하고 티격태격하면서 우정을 쌓는 전형적인 ‘아드 커플’(odd couple)의 얘기 식으로 전개된다. 낙천적이요 에너지가 충만한 주디와 약아 빠진 닉의 콤비가 절묘한데 이런 화학작용이 두 배우의 음성연기와 함께 생동감과 재치 있게 그려진 애니메이션에 의해 효과적으로 묘사된다. 마지막에 영양(샤키라)이 열창하는 주제가 ‘트라이 에브리싱’도 화끈하다. 바이런 하워드와 리치 모어 공동감독. PG. 전지역.★★★★★(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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