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5년 5월 12일 화요일

엘리에 관하여 (About Elly)


엘리(오른쪽)는 친구 세피데의 강청에 못이겨 해변으로 놀러온다.

실종 친구는 어디에… 거짓말의 참담한 끝은


2012년 오스카 외국어 영화상을 탄 ‘이혼'(A Seperation)을 감독한 이란의 아스가 파라디가 쓰고 연출한 심리극이다. 많은 배우들이 나오는 대사위주의 영화로 연극 같은 분위기가 나는데 현대 이란 중상층의 위선과 거짓을 통해 이란사회의 병폐와 함께 계급과 남녀간의 차이를 그린 지적이요 세련된 영화다.
전반부가 너무 장황하고 또 같은 상황을 반복하는 경향이 있어 다소 지루하게 느껴지나 후반부에 들어 긴장감 감도는 미스터리 스릴러로 변모하면서 보는 사람의 심리를 바짝 쥐어튼다. 복잡한 얘기를 솜씨 있게 이끌어가는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이는 탄탄하고 흡인력 있는 작품으로 거짓말이 거짓말을 낳으면서 무고한 삶이 파괴되는 결과가 참담하다. 
주말을 맞아 세피데(골쉬프테 파라하니)와 그의 남편 아미르(마니 하기기) 그리고 둘의 친구들인 두 쌍의 부부와 3명의 어린 아이들 및 독일서 갓 이혼한 아마드(샤하브 호세이니)와 세피데의 대학 친구로 유치원 선생인 엘리(타라네 알리두스티)가 카스피해 연안 마을로 놀러온다. 세피데는 오기 싫다는 엘리를 억지로 끌고 오다시피 했는데 그 이유는 아름답고 다정다감한 엘리를 아마드에게 소개시켜 주기 위해서다.
이어 영화는 1시간가량 이들의 놀이와 대화와 잡동사니 같은 일상사를 보여주면서 본격적인 골격을 구성해 가는데 그러기까지 너무 길다. 세피데를 비롯한 사람들은 아마드와 엘리를 가깝게 만들어주려고 선의적인 뚜쟁이 노릇들을 하는데 엘리는 이를 매우 거북하게 받아들인다. 그리고 엘리는 하루가 지나자 만류하는 세피데에게 테헤란의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이어 물결이 센 바다에서 물장난을 치는 아이들을 감시하던 엘리가 행방불명이 된다. 엘리는 테헤란으로 돌아갔는가 아니면 물에 빠져 허우적대던 아이를 구하려다가 익사했는가. 여기서부터 사람들은 공포에 질려 엘리를 찾으려고 동분서주하는데 이 과정에서 세피데는 엘리가 사실은 악혼자가 있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엘리는 이 남자와 파혼하려고 하나 남자가 이를 허락하지 않는다는 것. 그런데 세피데조차 엘리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어 그의 실종이 더욱 미스터리 기운을 조성한다. 
세피데의 선의적인 거짓말은 자꾸 새끼를 치면서 불어나고 이 거짓은 세피데의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전염돼 온통 이들이 하는 말이 어느 게 진실이요 허위인지를 모르게 된다. 그리고 이로 인해 서로들 악다구니를 쓰며 다툰다. 이 과정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는 것이 엘리의 명예다. 엘리의 실종을 놓고 벌이는 주변 인물들의 드라마가 안토니오니의 ‘라벤투라’를 생각나게 만든다.
마침내 이들은 엘리의 약혼자(사베르 아바)에게 엘리의 실종을 통보한다. 약혼자가 이들을 찾아오면서 드라마는 비극적 색채를 띤다. 앙상블 캐스트의 연기가 좋은데 특히 친구의 실종에 간을 태우는 세피데 역의 파라하니의 연기가 돋보인다. 그런데 파라하니는 리들리 스캇의 ‘바디 오브 라이즈’에 나와 이란 당국으로부터 영화 활동이 금지된 상태다. 손으로 카메라를 들고 찍은 촬영이 현실감 강하다. 성인용. 14일까지 뉴아트(310-473-8530) ★★★½(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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