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9년 7월 18일 목요일

‘토이 스토리 4’(Toy Story 4)


우디(중간)와 보 피프(우디 왼쪽)와 로켓맨 버즈 라이트이어 등은 새 장난감 포키(맨 앞)와 함께 액션과 모험을 즐긴다.

새 장난감 캐릭터 등장… 더 신나는 액션과 모험


만화영화를 만드는 픽사(디즈니 소유)가 ‘토이 스토리’ 제1편을 만든 것이 24년 전인 1995년이고 제3편이 나온 것이 근 10년 전으로 이 시리즈는 제3편을 끝으로 할 얘기는 다 했었다. 그런데도 제4편을 만든 것인데 새 내용과 함께 새 인물(장난감)들을 등장시켜 야단스럽고 신나고 활기 왕성한 온 가족이 즐길 작품을 내놓았다.
영화에서 카우보이이자 셰리프인 우디 역을 음성 연기한 탐 행크스와의 인터뷰에서 “제5편에도 돌아올 것이냐”고 물었더니 “물론이지”라고 대답을 한 것을 보면 제5편을 만들 것임에 분명하다.
속도 빠르고 아이들이 장난치듯이 시끄럽고 요란하며 쫓고 쫓기는 액션과 모험이 가득하고 우습고 위트 있고 상상의 날개를 활짝 편 영화로 교훈적이기까지 하다. 두 번째의 기회와 세상에는 쓸모없는 것이 없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는데 아이들에겐 좋은 가르침이다.
우디와 로켓맨 버즈 라이트이어(팀 알렌 음성) 등 구면인 주인공들 외에 새 장난감들이 많이 소개되는데 그 중에서 가장 재미있는 것이 캐나다의 ‘이블 크니블’인 모터사이클 스턴트맨으로 나르시스트인 듀크 카붐. 키아누 리브스가 음성 연기를 아주 우습게 잘 한다.
우디와 버즈 및 둘의 동료들의 첫 주인인 앤디는 이제 대학에 가고 이들의 새 주인은 유치원에 막 들어갈 바니(매들렌 맥그로 음성). 그런데 바니는 유치원 들어갈 생각에 매달려 우디 등에 영 관심이 없다. 이로 인해 우디와 그의 동료들은 맥이 빠졌지만 낙천적인 우디는 자신들의 때가 오리라고 확신한다.
그런데 바니가 유달리 애착을 가지는 인형이 쓰레기통에서 꺼낸 플래스틱 포크로 만든 포키(토니 헤일 음성). 이 포키가 실종되면서 우디 등이 이를 찾느라고 난리법석이 일어난다. 그런데 필자가 보기엔 얘기의 중요한 역인 포키가 별 흥미로운 주인공이 되지 못하는데 여하튼 영화는 포키로 인해 액션과 속도를 갖추게 된다. 포키는 자기가 장난감인줄도 모르고 “나는 쓰레기야”라며 자꾸만 쓰레기통으로 들어가는데 이에 우디는 “너는 이제 쓰레기가 아니고 장난감이야”라며 교육을 시킨다. 그러니까 이 세상에 쓸모없는 것은 없다는 말씀.
바니가 유치원에 들어가기 전에 바니의 부모가 바니와 우디와 그의 동료들을 차에 싣고 마침 카니발이 열리고 있는 옛 서부마을 그랜드 베이신으로 놀러간다. 가다가 실종된 포키를 찾으러 차를 떠난 우디 등은 중고품 장난감들이 있는 가게에 들러 옛 친구인 양치기소녀 보 피프(애니 파츠 음성)와 재회한다. 이와 함께 새 인형들로 오래 방치된 말하는 인형 개비 개비(크리스티나 헨드릭스 음성)와 살인 인형 처키를 연상시키는 4개의 기분 나쁘게 생긴 신사복으로 정장한 인형들과도 만난다.
우디와 보 피프 간의 재회의 기쁨과 함께 둘이 티격태격하며 주고받는 대사가 즐거운데 둘 사이에서 로맨스 기운마저 느껴진다. 영화는 카니발이 열리고 있는 그랜드 베이신에서 본격적으로 추진력을 갖추면서 마치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어지러울 정도로 고속으로 돌아간다. 음성연기들이 일품이다. 신예 조쉬 쿨리 감독. G등급. ★★★★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레토’(Leto)


아름다운 나타샤를 둘러싸고 두 록가수인  나타샤의 남편 마이크(왼쪽)와 빅토르가 삼각관계를 이룬다.

구 소련 젊은이의 해방구였던 록뮤직, 빅토르 최의 음악·사랑 흑백필름에 담아


1980년대 소련 록뮤직의 개척자로 러시아 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밴드 ‘키노’의 창설자 중 하나인 한국계 록가수이자 작곡가요 배우였던 빅토르 최에 관한 기록영화 식의 흑백 드라마로 빅토르로는 독일 태생의 한국인 배우 유태오가 나온다. 빅토르와 유태오가 매우 닮았다. 
빅토르는 공산체제 말기인 1980년대 레닌그라드를 무대로 서방세계의 록뮤직을 들여와 소련 젊은이들의 열화와 같은 인기를 받았을 뿐 아니라 자신도 서방세계의 록뮤직에 러시아적 분위기를 가미한 록뮤직을 작곡, 노래해 러시아 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사람이었다. 1990년 교통사고로 28세로 요절했다. 
영화는 빅토르와 처음에 그를 자기 그룹 안에 받아들인 록그룹 주파크의 리드싱어 마이크 나우멘코(로만 빌리크)의 우정과 마이크의 아름다운 아내 나타샤(이리나 스타쉔바움이 광채가 난다)를 둘러싼 3각 사랑을 실화와 허구를 섞어 얘기한다. 제목은 러시아어로 여름을 뜻한다.
플롯은 없다시피 하다. 공산체제의 억압된 분위기 속에서 록뮤직으로 자유와 해방을 찾으려는 젊은이들의 반항과 음주파티 그리고 이들의 우정과 노래와 공연을 다소 에피소드식으로 보여주고 있다. 가끔 환상적인 내용을 만화로 묘사했다.
때가 때이니만큼 빅토르의 밴드는 공연할 노래의 가사를 미리 정부의 검열관에게 보여주고 허락을 받는데 공연장에도 검열관이 참석해 청중이 박수를 치거나 몸을 흔드는 것을 중지시킨다. 박정희 정부 때를 연상케 한다. 영화에는 데이빗 보위와 이기 팝의 노래 뿐 아니라 빅토르가 작곡한 노래도 나온다. 
그러나 영화는 정치성을 별로 띠진 않았다. 그보다는 러시아 록뮤직의 자초지종과 함께 젊은이들의 록에 대한 갈망과 열광을 통해 구소련의 잘 알려지지 않은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특별한 플롯이 없다시피 하니 만큼 내용이 반복되고 후반 들어 진행이 처지는 감이 있지만 유태오의 카리스마 있는 연기를 비롯해 소련의 언더그라운드 록세계를 들여다 볼 수 있는 흥미 있는 작품이다. 어느 정도 기시감이 느껴지는 작품으로 향수감이 짙은 청춘 찬가라 하겠다.
영화의 감독 키릴 세레브렌니코프는 영화 제작 종료 직전에 예술지원금 횡령혐의로 가택연금에 처해졌는데 그의 동료들은 이 조치를 푸틴 정부의 비판자인 키릴에 대한 보복으로 간주하고 있다. 따라서 이 영화가 작년에 칸영화제서 상영됐을 때 키릴은 참석하지 못 했다. 
★★★★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죽은 사람들은 죽지 않는다’(The Dead Don‘t Die)


클립(왼쪽부터), 민디와 로니가 산송장들의 습격에 대비하고 있다.

셀레나 고메스 출연 화제… 좀비영화에 바치는 헌사


영화 끝에 숲속의 은둔자 밥(탐 웨이츠)이 산송장들이 마을 사람들을 씹고 뜯어먹는 것을 보면서 “인생은 X판이네”라고 한 말씀하는데 필자가 보기엔 이 영화가 그렇다. 여유만만하고 시치미 뚝 떼면서 은근히 비꼬고 웃기는 얘기를 잘 만드는 짐 자무쉬 감독이 산송장 영화에 바치는 블랙 코미디로 그가 각본도 썼다.
이와 함께 트럼프와 미국의 물질위주의 사고방식을 풍자한 작품인데 지나치게 끔찍하고 어둡고 절망적이며 또 비관적이어서 코미디가 맥을 못 추고 말았다. 어떻게 이런 영화가 올 칸영화제 개막작으로 선발되었는지는 알다가도 모르겠지만 필자가 칸영화제를 크게 신뢰하지 못하는 이유도 영화제 측이 이런 불상사 같은 일을 종종 저지르기 때문이다.
산송장에 관한 헌사이니만큼 과거 이 종류의 영화들이 언급되는데 영화 첫 장면부터 조지 로메로의 ‘산송장들의 밤’을 연상케 만든다. 그리고 F. W. 무르나우의 ‘노스페라투’와 함께 산송장 영화는 아니지만 이 영화에 나오는 모텔이 베이츠모텔을 닮아 ‘사이코’도 거론된다.
영화는 자무쉬의 은근한 자기 자랑이기도 한데 그것이 자기비하와 은근을 지나쳐 지나치게 자의식적이어서 나중에는 희롱당하는 기분마저 느껴진다. 질척거리는 설익은 밥과도 같은 영화로 이름이 잘 알려진 배우들이 무려 20명 정도 나오는데 대부분이 산송장과도 같은 어색한 연기를 하면서 소모됐다.
인구 700여명의 마을 센터빌의 경찰서 직원은 3명. 서장 클립(빌 머리)과 그의 부하들인 로니(애담 드라이버)와 민디(클로이 세비니). 셋이 다 안경을 썼다. 처음부터 자무쉬는 트럼프를 비웃는다. 동네 다이너의 손님 중 하나인 농부 밀러(스티브 부세미)가 쓴 빨간 모자에는 ‘미국을 다시 하얗게’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그가 옆에 앉은 철물점 주인인 흑인 행크(대니 글로버)와 나누는 ‘블랙’ 농담이 웃긴다. 
클립과 로니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컨트리송 ‘죽은 사람들은 죽지 않는다’를 들으면서 차를 타고 순찰을 하는데 이상한 일이 생긴다. 전파가 방해되면서 셀폰 등이 작동을 안 한다. 이어 뉴스로 심각한 환경오염으로 인해 지구가 궤도를 이탈했다는 보도가 나온다. 그리고 어두워질 때가 됐는데도 낮이 밤으로 변하질 않는다.
산송장들의 때가 온 것이다. 이 때부터 영화 끝까지 동네 무덤에서 깨어난 산송장들이 주민들을 뜯어먹고 씹어 먹는데 첫 희생자들은 다이너의 웨이트리스와 여자 청소원. 영화 끝에 가면 동네 사람들이 하나도 살아남질 못한다. 산송장들이 인육을 먹는 장면들이 너무 끔찍해 무섭다기보다 역겹다. 그런데 산송장들은 “커피” “샤도네” “와이-파이”라고 한 마디씩 하면서 살아 있었을 때의 문명의 산물들을 그리워한다.
클립과 그의 두 부하 그리고 사무라이검을 휘두르는 외계인(무슨 소리냐고 필자에게 묻지 마시길) 여자 장의사 젤다(틸다 스윈턴이 돋보인다)가 엽총과 정글용 큰 칼 그리고 검을 쏘고 휘두르면 산송장들의 목이 덜컹 덜컹 날아가면서 피가 튀는데 가관이다. 로지 페레스, 이기 팝, 캐롤 케인 및 셀레나 고메스 등도 나온다. R등급. Focus. ★★½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존 들로리안 함정수사’ (Framing John DeLorean)


존 들로리안으로 분장한 알렉 볼드윈이 들로리안이 고안한 차 본넷에 앉아있다.

자동차산업의 풍운아 들로리안의 성공과 몰락… 스릴 있게 담은 다큐영화


영화 ‘백 투 더 퓨처’에 나온 양쪽 문이 마치 비상하는 갈매기의 날개처럼 올라가는 자동차를 고안한 자동차산업의 풍운아로 이상가요 야심가였던 존 들로리안의 기록영화이자 실제 인물들의 역을 배우들이 재연한 드라마이다. 
자동차 산업의 메카였던 디트로이트에서 태어난 절세 절세미남의 들로리안은 자동차산업에 혁명을 일으키면서 자동차산업의 골든 보이로 찬양 받았지만 과도한 야망으로 인해 스스로 몰락을 자초한 극적인 인물이었다. 
영화는 들로리안의 아메리칸 드림의 추구와 성공과 실패와 몰락의 과정을 그의 TV인터뷰와 기록필름 그리고 FBI가 들로리안을 잡으려고 펼친 마약거래 장면을 담은 흑백 필름 등을 통해 상세히 해부하는 식으로 만들었다. 영화와도 같은 그의 실제 삶이 허구보다 훨씬 더 재미있는데 마치 스릴있는 전기영화를 보는 것 같다.
영화는 들로리안으로 분장한 알렉 볼드윈의 해설로 진행된다. 들로리안은 탁월한 디자이너요 기술자로 제너럴 모터스의 간부로 있을 때 기존 폰티악을 개조한 차를 만들어 베스트셀러가 됐었다. 
지나치게 자신만만한 나르시스트였던 그는 당연히 제너럴 모터스의 사장이 될 것으로 기대됐지만 그의 아이디어가 보수적인 경영진의 눈에는 지나치게 위험부담이 커 오히려 해고당했다.
그러나 들로리안은 이에 좌절하지 않고 신·구교도간에 유혈폭력이 자심하던 북아일랜드의 벨파스트에 들로리안 모터스를 설립한다. 영국정부의 자금지원을 얻어냈으나 공장은 얼마 못 가 문을 닫으면서 들로리안의 몰락이 시작된다.
재기의 꿈을 버리지 못하면서 반드시 자기의 아이디어가 꽃을 피우리라고 믿는 들로리안은 자금조달에 혈안이 되면서 FBI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전과자 짐(마이클 리스폴리)의 유혹에 넘어간다. 콜럼비아의 마약딜러들과의 거래 흥정인데 이는 FBI가 들로리안을 잡으려고 파 놓은 함정이다. 그러나 들로리안은 재판에서 무죄로 풀려났다. 
영화는 들로리안의 아들과 딸, 벨파스트의 공장 근로자, 들로리안의 변호사 및 연방마약단속국의 형사를 비롯해 그를 알았던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들로리안의 파란만장했던 삶을 생생히 보여주고 들려준다. 그러나 모델출신의 그의 아내 크리스티나 페리리(모레나 바카린)는 인터뷰에서 빠졌다. 크리스티나는 들로리안이 무죄 판결을 받은 얼마 후 이혼했다. 단 아곳과 쉬나 M. 조이스 공동감독.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레이트 나잇' (Late Night)


캐서린은 자신의 토크쇼의 시청률이 하락하면서 궁지에 몰린다.

엠마 탐슨과 민디 케일링‘콤비’
TV 토크쇼 뒷얘기 다룬 코미디


두 여자가 주인공인 코미디 드라마로 보고 즐길 만은 하지만 내용이 다소 비현실적이고 끝도 만사형통 식으로 마감돼 어딘가 맥이 빠진다.
요즘도 논란거리가 되고 있는 남성과 백인 위주의 직장(특히 연예계) 내 여성과 소수계의 권리와 균형을 다룬 점이 돋보인다.
오스카상을 탄 영국의 연기파 엠마 탐슨과 인도계 미국인 코미디언 민디 케일링이 좋은 콤비를 이루며 호연을 한다. 탐슨이 의기양양하게 뽐을 내면서 화면을 주름 잡으면 케일링이 조심스럽고 기죽은 듯한 모습으로 탐슨의 뒷바라지를 한다.
각본은 케일링이 썼고 감독은 ‘걸스’와 케일링이 주연하는 ‘민디 프로젝트’ 등 TV작품을 연출한 여류 니샤 가나트라. 영화 내용이 TV쇼에 관한 것이어서 TV통인 가나트라에겐 잘 맞는 작품이다.
무대는 맨해탄. 인기 야간 코미디 토크 프로 ‘투나잇 위드 캐서린 뉴베리’의 사회자는 영국 태생의 위풍당당한 캐서린(탐슨)으로 나이는 56세. 캐서린 밑에는 10여명의 쇼 대사를 써주는 미 명문대 출신의 사람들이 있는데 모두 백인 남자들. 이들이 찧고 까불고 농담하는 부분이 너무 많은데 시간 낭비일 뿐 아니라 천편일률적이며 별로 우습지도 재미있지도 않다. 캐서린은 이들 위에 여왕처럼 군림하는데 수틀리면 즉석에서 해고를 하면서 힘을 과시한다. 그러나 캐서린의 이런 행동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캐서린의 문제는 한때 드높던 시청률이 자꾸 하락하는 것. 특히 젊은 층이 TV 대신 소셜 미디어 등 다른 매체로 이동하면서 낡고 구태의연한 캐서린의 쇼를 외면하는 바람에 캐서린은 궁지에 몰린다. 그래서 캐서린은 궁여지책 끝에 유튜브로 센세이션을 일으킨 젊은 남자를 고용하나 대재난이나 다름없는 결과만 낫는다.
이와 함께 캐서린의 쇼 대사를 써주는 팀이 백인 남자 일색이라는 비판을 받으면서 캐서린은 마지못해 여자 작가를 모집한다. 이에 응모하는 사람이 브루클린의 동네 클럽에서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 활동하는 몰리(케일링). 
유색인종 여자가 백인 남자 일색의 팀에 합류했으니 그 대우가 어쩔지는 명약관화한 일. 그리고 캐서린도 마지못해 뽑은 몰리 알기를 우습게 안다. 그러나 몰리가 서서히 실력발휘를 하면서 팀의 동료들과 캐서린으로 부터 인정을 받기 시작하나 잘 나가던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 몰리는 해고를 당한다.
시청률의 계속되는 하락과 함께 캐서린이 과거 잠깐 저지른 불륜행위가 밝혀지면서 캐서린과 파킨슨병을 앓는 남편(잔 리트가우)과의 갈등이 생기고 캐서린은 쇼무대에서 내려온다. 죽을 지경인 캐서린이 찾아가는 곳이 몰리가 쇼를 하는 클럽. 그 다음은 어떻게 될지는 삼척동자도 아는 일.
현실적인 얘기를 다뤘는데도 사실적이라기보다는 TV 코미디 프로 같지만 여자팬들에게 어필할 영화다. R등급. ★★★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로켓맨’(Rocketman)


깃털로 장식된 야단스런 의상을 입고 커다란 안경을 쓴 엘튼 존이 공연장에서 노래 부르고 있다

록가수 엘튼 존의 파란만장한 삶을 뮤지컬로


‘로켓맨’을 노래 부른 영국의 수퍼스타 록가수 엘튼 존(72)의 전기영화로 과도하고 과장되고 과격하도록 화려하고 요란하며 야단법석을 떠는 뮤지컬이다. 작년에 나온 록그룹 퀸스의 리드싱어 프레디 머큐리의 삶을 그린 ‘보헤미언 랩소디’와 비교하면 사람의 감정을 휘몰아 감는 감동이 미흡하다.
엘튼이 생각하고 말하는 내용을 노래와 춤을 섞어 환상적으로 묘사한 뮤지컬인데 이런 환상적인 장면이 자주 등장하면서 파란만장한 삶을 산 엘튼의 생애를 극적으로 서술하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 이로 인해 영화는 시각적으로는 눈부시지만 극적으로는 소외감을 갖게 만든다.
그러나 이 영화는 에너지 충만하고 흥분되고 대담무쌍하며 엘튼의 수많은 노래들과 눈이 어지럽도록 화려하고 다채로운 의상 등 보고 듣고 즐길만한 작품이다. 특히 영화에 활화산 같은 불길을 일으키는 것이 엘튼 역을 맡은 영국배우 태론 에저턴(29·‘킹스맨’)의 연기다. 변화무쌍하고 정력적인 연기로 노래도 자신이 직접 불렀다. 
붉은 악마를 연상케 하는 세퀸으로 장식하고 깃털로 만든 날개가 달린 붉은 의상에 커다란 안경을 쓴 엘튼이 약물과 알코올 중독자 치료소에 보무당당하게 걸어 들어와 치료소의 다른 환자들에게 자기 신세타령을 하면서 영화가 시작된다. 영화는 가끔 이 장면으로 돌아와 엘튼의 여러 문제들인 술과 약물과 섹스와 쇼핑과 비만 그리고 성적 정체성에 대한 고뇌와 고독과 불안과 소외의식 등이 노래와 춤으로 된 뮤지컬 형식으로 얘기된다. 
전후 영국의 미들섹스 교외에서 레지날드 드와잇(엘튼의 본명)으로 태어난 엘튼은 어렸을 때부터 피아노와 음악에 천재적 재능을 지녔으나 헛된 꿈에 사로잡힌 어머니 쉴라(브라이스 댈라스 하워드)와 냉정한 아버지의 사랑을 못 받고 자라 커서도 사랑에 갈급하고 자신감을 잃은 사람이 된다. 음악적 재능으로 인해 어린 엘튼은 로열 음악아카데미에서 클래식 뮤직을 공부한다. 
이어 청년이 된 엘튼은 동네 술집에서 밴드를 구성해 활동하다가 한 매니저의 눈에 띠어 영국을 순회공연중인 미국 소울 보컬그룹의 백업가수로 활동하면서 소울뮤직에 젖는다. 엘튼의 가수로서의 생애는 작사자인 버니 터핀(제이미 벨)을 만나면서 꽃 피우기 시작한다. 엘튼과 버니는 오랫동안 함께 활동하면서 많은 히트곡을 내는데 둘의 오랜 우정이 불안정한 엘튼의 삶을 붙들어준다.
엘튼의 미국 첫 공연은 1970년 현재도 샌타모니카 블러바드와 베벌리힐스가 만나는 곳에 있는 클럽 ‘투르바두어’에서 시작된다. 여기서 엘튼은 빅히트곡인 ‘크로코다일 록’을 부르는데 엘튼과 노래에 열광하는 팬들이 공중으로 떠오르면서 환상적으로 처리된다. 이를 보는 사람도 흥분해 하늘로 떠오르는 기분이다. 여기서부터 엘튼은 세계적인 수퍼스타가 된다. 
이어 열린 개인 파티에서 엘튼은 오만방자하고 멋진 음악 매니저 존 리드(리처드 매든)를 만나 그를 자신의 매니저로 고용하는데 지금까지 고뇌하고 의문하던 자신의 성적 정체성 문제도 동성애자인 존과의 관계를 통해 해결된다. 그러나 이기적인 존은 결코 엘튼의 감정적 필요를 충족시켜주지는 못한다. 
엘튼의 자살미수를 비롯해 그가 겪는 개인적 문제들이 산만하게 묘사됐고 LA 다저스구장에서의 공연을 비롯해 여러 공연 장면들이 견본 식으로 그려지는 등 결점도 있는 작품이지만 에저턴의 연기와 노래 및 의상과 촬영 등 볼만한 것도 많은 작품이다. 덱스터 플레처(‘보헤미언 랩소디’ 촬영 종료 얼마 전 해고된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대타로 영화를 마무리 지었다.) 감독. R등급. Paramount.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미 제국의 몰락’(The Fall of the American Empire)


피에르-폴(왼쪽)이 자기 애인 아스파시와 훔친 돈의 처리 문제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박사 배달기사와 창녀 “굴러온 돈 어떻게 쓰지”… 자본주의에 대한 냉소와 비판


제목은 미국이지만 영화의 내용은 몬트리올에서 일어나는 얘기로 자본주의의 병폐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프랑스계 캐나다인 감독인 드니 아르캉(각본 겸)의 위트와 비웃음과 사회주의적 이념이 담긴 멜로드라마요 필름 느와르이자 코미디다. 온순한 영화가 가끔 과도한 폭력을 휘두른다. 
다소 믿기 힘든 동화 같은 얘기로 끝이 할리우드 영화 식이지만 아기자기한 내용과 좋은 연기가 있는 다양한 장르를 뒤섞은 재미있는 작품이다. 돈 없는 서민들이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는 소원 성취와도 같은 작품으로 현대판 우화라고 하겠다. 
안경을 쓴 샌님 형의 철학박사 학위를 지닌 피에르-폴 다우스(알렉상드르 랑드리)는 배달차 운전사. 그는 말끝마다 철학가 이름을 들먹이면서(첫 장면에서 자기와 헤어지려는 애인 앞에서도 철학을 운운한다) 트럼프를 비롯한 잘난(?) 사람들과 세상만사를 비웃지만 인자해 거지에게 돈을 주고 빈민급식소에서 봉사활동을 한다. 
피에르-폴이 어느 날 배달을 갔다가 갱의 돈을 보관한 건물에서 일어난 강도총격사건을 목격하게 된다. 사건관계자들은 다 죽고 거액의 현찰이 든 두 개의 더플백이 건물 앞에 놓였다. 이를 들어 자기 차에 싣는 피에르-폴. 
이어 등장하는 인물이 고급창녀 아스파시(마리피에르 모랑). 피에르-폴이 이 여자를 자기 아파트로 부른 이유는 섹스 때문이라기보다 여자의 광고문구가 라신느의 말을 인용했기 때문. 둘은 서로 마음이 통해 곧바로 공범이요 애인이 된다. 거액의 현찰을 처리할 방안에 고민하던 둘은 막 교도소에서 나온 투자전문가 실뱅(레미 지라르)을 찾아가 ‘투자’상담을 한다. 한편 두 명의 형사가 피에르-폴을 뒤쫓는데 이들은 그가 돈을 가졌다고 확신하지만 물증이 없어 어쩌질 못한다. 
실뱅은 피에르-폴의 현찰을 국내에서 소화할 수가 없음을 알고 해외로 빼내 돈세탁을 하기로 한다. 그래서 찾아간 사람이 이 부문의 전문가 윌브로 타쉐로(피에르 쿠르지). 윌브로는 아스파시의 전 고객이다. 윌브로가 컴퓨터 두 대를 자기 앞에 놓고 전 세계를 무대로 돈을 세탁하는 장면이 근엄하게 보이나 아주 우습다. 
빈부차이와 돈 많은 탈세자들의 돈 세탁 그리고 갈수록 약화하는 사회 안전망 및 경찰과 정치가들의 무능과 부패를 시큼한 맛이 나게 비판하고 조소한 영화로 재미가 솔솔 난다. 연기들도 좋은데 특히 지라르와 쿠르지 그 중에서도 말쑥하니 정장한 쿠르지의 연기가 일품이다. R. 프랑스어 대사에 영어자막.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