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8년 4월 10일 화요일

TV 스릴러 ‘킬링 이브’ 영국 첩보원 역 샌드라 오




4월 8일부터 BBC 아메리카 TV를 통해 방영될 스파이 액션 스릴러 ‘킬링 이브’(Killing Eve)에서 사이코 여자 킬러 빌라넬(조디 코머)을 쫓는 영국 정보부 MI5의 첩보원 이브로 나오는 샌드라 오(46·한국명 오미주)를 지난 1월 11일 베벌리 힐스의 베벌리 힐튼호텔에서 만났다. 
필자와는 구면인 샌드라는 기자회견 전 필자를 보자 포옹을 하면서 한국말로 “안녕하세요. 오래간만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며 큰 미소를 지었다. 사람이 매우 밝고 생명력이 넘쳐 신선한 느낌을 주었는데 질문에 유머와 위트를 섞어가며 진지하게 대답했다.
캐나다 태생의 샌드라는 TV 시리즈 ‘그레이즈 아나토미’로 골든 글로브상을 탔고 ‘사이드웨이즈’(Sideways) 등 여러 편의 영화에 출연하는가 하면 연극배우로서도 활약하고 있다. ‘킬링 이브’는 런던과 파리 및 베를린에서 촬영했는데 모두 8편의 에피소드로 구성됐다.

“이전과 다른 스파이역 맘에 들어 흔쾌히 출연”


-이브 역을 어떻게 맡게 되었는가.
“어느 날 브루클린 길을 걷고 있는데 내 에이전트로부터 전화가 왔다. 그가 하는 말이 내게 좋은 역이 있는데 각본을 보내주겠다고 하더라. 그래서 읽었더니 의사나 선생 역이 아니어서 어리둥절해 도대체 내 역이 무엇이냐고 에이전트에게 물었다. 대답이 이브라는 것이었다. 처음에 난 그 말이 믿어지지 않았다. 난 이 시리즈의 총제작자인 피비 월러-브리지의 작품들을 잘 알고 있는데다가 각본 내용이 좋아 역을 맡기로 했다.”

-시리즈에서 이브는 아침에 식당 웨이터에게 진 앤 토닉을 주문했는데 실제로도 아침에 그 것을 즐기는가.
“스트레스 때문에 시킨 것 같다. 그런데 영국 사람들은 진 앤 토닉을 진짜로 좋아한다. 난 보드카를 즐기는데 오후 5시 이후에야 즐긴다.”

-이브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들었는가.
“이브는 처음에 책상 일에 충실하나 매우 무료해 한다. 그리고 다소 자신감도 없다. 그러나 그는 안에 정열을 안고 있는데 문제는 그가 이를 다루는 방법을 모른다는 것이다. 난 그 점이 맘에 들었다. 또 하나는 이브가 살인자 빌라넬과 살인이 상징하는 어두움에 관심이 많다는 점이다. 따라서 그 역을 맡은 나의 안에 있는 어두움의 정체에 대해서도 자문해야 한다는 점이 흥미가 있었다.”

-시리즈가 계속될수록 육체적 액션이 맹렬해 지는가.
“물론이다.”

-이브가 빌라넬에게 집착하는 이유는.
“이브는 빌라넬이 품고 있는 어두운 그림자에 매력을 느끼기 때문이다. 시리즈가 계속되면서 이브와 빌라넬은 서로를 상대방에게 잡아끄는 그 무엇인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지만 이브는 그것의 정체를 모른다. 다만 이브가 깨닫게 되는 것은 어두움의 그림자는 결코 희롱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여자도 유능한 스파이가 될 수 있으며 또 킬러도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물론이다. 이 시리즈는 제이슨 본 같은 통상적인 스파이 드라마의 스타일을 뒤집어 놓은 것이다. 책상에 앉아 숫자나 세던 40대의 여자가 스파이가 된다는 것은 흥미 있는 일이다. 이브는 타고난 호기심과 추진력을 지닌 여자여서 좋은 스파이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빌라넬도 단순히 여느 스파이 드라마의 섹시한 팜므 파탈이 아니다. 그는 이들과는 다른 참신함과 새로운 면을 가진 킬러다.”
내근을  하다가  현장에 뛰어든 영국 정보부원 이브는 사이코 여자 시리얼 킬러 빌라넬을 찾아 동분서주한다.

-이브가 강한 여자여서 역을 택했는가.
“아니다. 내가 이브를 선택한 것은 반드시 그가 자신의 진정한 목소리를 발견한 강한 여자여서라기보다 먼저 그 역이 내 안의 창조적 불꽃을 점화했기 때문이다.”

-당신의 이름을 할리웃 스타의 반열에 올려놓은 ‘사이드웨이즈’는 당신의 배우로서의 생애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었는가.
“그 영화가 내 생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다. ‘사이드웨이즈’ 출연은 지극히 즐거운 경험이었다. 그 영화 성공의 여파가 1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느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나는 지금 이 시리즈로 내가 배우로서 성장하고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고 있다.”

-‘그레이즈 아나토미’에 다시 잠깐이라도 출연할 생각이 없는가.
 “매년 내가 되돌아온다는 말이 나돌지만 난 그럴 생각이 없다. 그 시리즈가 내 인생의 큰 한 부분이요 또 나는 그 경험을 아끼고 있지만 내가 성장하기 위해선 시리즈를 떠나야 했다. 그래서 떠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할리웃에는 아직도 아시안 배우들이 극히 소수에 지나지 않는데 이를 바꿀 무슨 운동이라도 하는가.
“그것은 매우 중요하고 까다롭고 또 어려운 문제다. 유감스럽게도 아시안 아메리칸 커뮤니티는 우리가 희망하는 대로 성장하지도 못 했고 우리의 현실을 만족스럽게 반영하도록 크지도 못 했다. 가슴 아픈 일이다. 그러나 BBC 아메리카의 이 시리즈에 아시안인 내가 주연으로 나온다는 것은 뜻 있는 일이라고 본다. 내가 아시안 커뮤니티가 모자라는 것을 조금이나마 메울 수 있다는 것에 대해 행복감을 느끼고 있다. 나는 아직도 여기 있으며 내 일에 대해 정열을 느끼고 있다.”

-즐기는 일은 무엇인가.
“내가 사랑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난 막중한 책임과 촬영장에 항상 있어야 한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이 시리즈를 찍으면서 완전한 자유를 느꼈다. 그런 것이 내겐 즐거운 일이다.”

-당신은 훌륭한 스파이가 될 자질이 있는가.
“없다. 난 거짓말에 아주 서투르다. 난 포커 페이스도 잘 짓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스트레스를 느끼면 신경질을 내곤 한다. 그리고 난 분석적이지도 못하다. 그러나 난 내 직업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 따라서 각본을 읽으면서는 내가 맡은 역이 무엇이 필요하며 육체적으로 어떻게 느끼는가 하는 것 등을 따지면서 분석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그 밖에는 전연 분석적이지 못하다.”

-2명의 강한 여자가 스파이 시리즈의 주인공이라는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시리즈의 장르는 오랜 스파이 스릴러이지만 이 시리즈는 과거 스파이들의 전형을 완전히 탈바꿈시키고 있다. 빌라넬은 과거의 킬러인 팜므 파탈과 1/8만 닮았고 이브도 역시 그렇다. 그러니까 옛 장르 안에 전연 새로운 2명의 여자 주인공이 나선 것이다. 난 그 점이 좋다. 난 스파이 장르의 추격과 스릴을 좋아한다. 또 하나 내가 이 시리즈를 좋아하는 이유는 주인공들이 유럽 곳곳을 돌며 추격과 도주의 액션을 펼친다는 것이다. 현장에서 직접 찍는 것은 세트에서 찍는 것과 냄새나 느낌이 아주 다르다. 그야 말로 국제적 감각이다.”

-다녀본 중에 어디가 제일 마음에 들었는가.
“루마니아의 부쿠레슈티다. 정말 좋았다.”

-소셜 미디아에 적극적인가.
“난 그게 무엇인지도 잘 모른다. 따라서 매우 서툰데 어쩌다 내 의견을 올릴 때면 매우 조심스럽게 한다. 왜냐하면 예술인인 배우는 사적인 것과 신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언가를 올릴 때면 심사숙고한다.”

-어떻게 창조적으로 작품에 접근하는가.
“작품 제작자와 협동적인 관계를 수립하는 일이 중요하다. 그와 연결이 되었다고 느끼며 또 그를 사랑 하는가 하는 점을 확인하는 것이 창조적 접근의 큰 부분이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조용한 곳(A Quiet Place)


괴물의 공격을 받는 이블린이 욕조에서 고통을 참으며 아기를 출산하고 있다.

“쉿, 소리 내면 죽어”괴물 맞선 가족의 공포 스릴러


거의 시종일관 지속되는 침묵 속에서 보는 사람의 간을 졸아들게 만드는 긴장과 서스펜스 가득한 이색적인 공포 스릴러로 배우인 존 크래신스키가 감독하고 주연도 했는데 크래신스키의 상대역으로는 그의 아내인 에밀리 블런트가 나온다. 
인간을 비롯한 동물을 잡아먹는 괴물들의 습격을 받아 황폐화한 세상에서 살아남은 부부가 두 남매를 키우면서 생존 방식을 교육시키는 드라마에 괴물의 피비린 내나는 공격과 이에 맞서는 겁에 질려 초죽음이 된 가족의 액션을 혼성한 공포물이다. 
괴물들은 생긴 것이 에일리언과 바퀴벌레와 거미 그리고 영화 ‘공포의 작은 가게’에 나오는 인간을 잡아먹는 식물을 조합해 만든 것 같은 갑각류인데 보지는 못 하나 작은 소리마저 잡아낼 수 있는 뛰어난 청각을 지녀 영화의 가족들은 소리를 내 말을 하지 않는다. 따라서 영화의 많은 부분이 무성으로 진행되면서 공포감을 한층 더 고조시키는데 이런 공포감을 마르코 벨트라미의 으스스한 음악이 잘 뒷받침해주고 있다. 
괴물들의 끔찍한 모습과 그들의 가차 없는 공격과 함께 공포감 조성이 때로 자주 반복되고 과장돼 웃음마저 나오는데 사람을 깜짝 깜짝 놀라게 만드는 음향효과와 장면들이 과용되면서 작품의 질을 떨어트린다. 
‘89일 째’라는 문자로 시작되는 첫 부분에서 작품의 공포 분위기가 아름답고 효과적으로 그려지는데 이 영화에서 가장 잘 만든 부분이다. 뉴욕 주 북부의 폐허가 된 한 작은 마을의 약국을 겸한 가게에서 부부 리(크래신스키)와 이블린(블런트) 그리고 이들의 세 남매로 10대인 외동딸 리간(밀리센트 시몬즈)과 어린 장남 마커스(노아 주프) 그리고 둘째 아들 보 등이 약품과 생필품 등을 수거한다. 
이들은 모두 소리를 죽이기 위해 맨발인데 리간이 청각장애자여서 모두들 수화로 대화를 나눈다(시몬즈는 실제로 청각장애자이다). 이들이 집으로 돌아오던 중 보가 가게에서 들고 온 장난감 우주선이 소리를 내면서 괴물의 습격을 받고 보가 죽는다. 이 아이의 죽음이 그 후 가족을 슬픔과 회한으로 짓 내리 누른다. 
가족은 농가의 지하에서 사는데 리와 이블린은 두 남매에게 끊임없이 생존의 기술을 가르친다. 그리고 리는 모스부호로 다른 나라들에게 구호를 요청한다. 이와 함께 이들 가족의 일상사와 불상사들이 묘사되면서 가끔 이들이 실수로 저지른 소리를 따라 괴물들이 비명과 같은 소리를 지르면서 이들을 위협한다.
1년 정도 세월이 흐르면서 임신한 이블린이 출산하게 되는데 괴물의 공격을 받으면서 이를 피해 욕조 안에서 아기를 낳는다. 리가 방음 장치가 잘된 지하 방을 따로 마련하긴 했지만 괴물들이 언제 덮칠지 모르는 상황에서 아기를 임신한다는 것이야 말로 알다가도 모를 일. 그리고 이 아기가 신통하게도 괴물이 나타날 땐 잘 안 운다. 
기족이 뿔뿔이 헤어져 있을 때 괴물들이 이들을 공격하면서 영화는 절정에 이른다. 결말이 속편을 예고하듯이 끝난다. 공포영화의 틀 안에 가족애와 가족의 끈질긴 연결을 강조한 작품으로 연기들이 다 좋은데 특히 시몬즈가 인상적이다. PG-13. Paramount. ★★★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블록커즈(Blockers)


리시(왼쪽부터)와 헌터와 미첼이 딸들의 프롬 파티장을 찾아왔다.

"프롬파티서 섹스할래" "절대 한돼" 

여고생 셋과 부모들이 펼치는 포복절도 코미디


프롬 날 저녁에 처녀성을 잃기로 작정한 3명의 여고생과 이를 막으려고 딸들의 뒤를 집요하게 추적하는 부모들의 섹스 코미디로 포복절도하게끔 우습다. 무지무지하게 상스럽고 야하고 저속하며 음탕한 제스처와 언어들이 가득한데도 귀염성마저 있는 상냥한 영화다.
남자가 동정을 잃는 것에 대해선 별로 크게 신경을 안 쓰면서도 여자가 처녀성을 잃는 것에 대해선 과도하게 신경을 쓴다면서 남녀평등을 외치는데 여고 3년생 정도가 됐으면 자기 앞길 자기가 잘 챙길 줄 아니 너무 걱정 안 해도 된다고 부모들에게 한 마디 하고 있다. 이와 함께 영화는 또 부모의 자식 키우기에 대해서도 큰 배려를 하고 있다. 
3명의 부모와 3명의 딸들에게 각기 비중을 고르게 두어 서로 다른 스타일의 6명의 인물들이 뚜렷이 부각된 것도 훌륭한데 전부 다 연기들을 잘 한다. 그 중에서도 베테런 코미디언 레즐리 맨과 드웨인 잔슨처럼 프로 레슬러 출신인 덩지 존 세나와 그의 딸로 나오는 제랄딘 비스와나탄의 연기가 돋보인다. 
줄리(캐스린 뉴턴)와 안경을 쓴 샘(기디온 애들론)과 케일라(비스와나탄)는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날부터 단짝이 된다. 이들을 학교에 데려온 부모들도 아이들로 인해 서로의 삶이 오래도록 연결된다. 
줄리는 셋 중에 가장 조숙하고 적극적으로 홀 어머니 리사(맨)가 애지중지하며 키웠다. 샘은 다소 너드 스타일로 자기가 레즈비언임을 확인하지 못해 갈팡질팡 하는데 아버지 헌터(아이크 배린홀츠)는 바람을 피우다 들통이 나 집에서 쫓겨났지만 딸 사랑은 여전하다. 운동선수인 케일라도 똑똑하고 독립적인데 아버지 미첼(세나)은 덩지는 크지만 매우 감상적이어서 툭하면 눈물을 흘린다. 
세 딸들이 프롬파티에 가기 전 줄리가 “나 오늘 밤에 내 애인 오스틴(그램 필립스)과 섹스를 하겠다”고 선포하면서 샘과 케일라도 줄리의 선언에 동참한다. 그런데 줄리가 아이폰으로 샘과 케일라와 나눈 에모지 기호로 된 섹스 메시지를 줄리의 컴퓨터로 리사와 미첼과 헌터가 읽으면서 불난리가 난다. 
그래서 세 부모가 세 딸들의 파티 장소를 찾아 가면서 온갖 해프닝과 실수가 연발되는데 언제나 딸들이 자기들의 뒤를 쫓는 부모들보다 한발 앞서가면서 부모들의 당황과 좌절감이 배가한다. 
영화에서 배꼽 빠지게끔 우스운 것은 줄리와 오스틴이 들어간 호텔 방에 미리 들어가 숨어 있던 리사가 온 몸을 이용해 방을 빠져 나가는 장면. 물론 해피 엔딩인데 샘은 마침내 동양인 동급생(라모나 영)을 만나 동성애를 확인한다. 여류 케이 캐논의 감독 데뷔작. R등급. ★★★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2018년 4월 1일 일요일

레디 플레이어 원(Ready Player One)


와츠가 가상현실 용 안경을 쓰고 ‘오아시스’ 안으로 들어갈 동작을 취하고 있다.

가상현실 속에서 펼치는 스필버그작 모험과 액션


컴퓨터 특수효과(CGI)가 마음껏 재주를 뽐내는 가상현실(VR) 액션 모험영화로 CGI가 판을 치는 바람에 실제 사람들은 뒷전에 머물러 있는 형편이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동심으로 돌아가 컴퓨터 게임을 즐기면서 1980-1990년대의 영화와 노래 등을 그리워하고 있다.
컴퓨터에 중독이 된 요즘 10대들과 젊은이들이 즐겨 볼 영화로 컴맹이나 CGI보다 실제를 선호하는 나이 듬직한 사람들이 볼 영화는 아니다. 상영시간 140분짜리 컴퓨터 게임으로 주인공으로 나오는 두 젊은 남녀 배우들의 연기나 화학작용이 신통치 못해 흥미를 반감시킨다.
2045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도시 오하이오 주의 콜럼버스. 빈부 차가 심한 도시에서 층층이 쌓인 RV 트레일러에 사는 청년 웨이드 와츠(타이 쉐리단)가 주인공. 사람들은 시간만 나면 VR 안경을 쓰고 기술천재 제임스 할리데이(마크 라일런스)가 창조한 온라인 가상현실 세상인 ‘오아시스’에 들어가 자기가 되고 싶은 게임이나 만화나 영화의 인물이 되어 액션과 모험을 즐긴다. 
영화 ‘비틀주스’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고 배트모빌을 타고 달릴 수도 있으며 무중력 상태에서 춤도 즐길 수가 있다. ‘비틀주스’ 외에도 ‘트론’과 ‘아이언 자이언트’를 비롯해 구닥다리 비디오 게임 등이 등장하면서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런데 최근에 죽은 할리데이가 ‘오아시스’를 찾는 사람들에게 자기가 만든 3개의 단서를 모두 풀고 부활절 달걀을 찾는 사람에게 자기 재산과 함께 ‘오아시스’를 주겠다는 유언을 남기면서 너도 나도 가상현실 속으로 달걀을 찾으러 뛰어든다. 영화는 가상현실과 진짜 세상을 오락가락한다.
와츠의 가상현실 속 화신 이름은 예수의 성배를 찾은 중세 기사 파르지발. 그와 그의 단짝 액 그리고 모터사이클을 타는 용감무쌍한 소녀 아트3미스(올리비아 쿡)와 함께 두 일본 소년 다이토(윈 모리사키)와 쇼토(필립 자오) 등이 5인조를 결성해 다른 경쟁자들에 앞서 달걀을 찾으려고 ‘오아시스‘’ 안으로 들어가면서 온갖 환상적인 액션과 모험을 경험한다. 액의 화신은 반인 반로봇인 거대한 흑인이고 아트3미스의 화신은 만화 속 인물 모습.
여기에 참여하는 것이 ‘오아시스’를 독차지하려는 굴지의 회사 사장 놀란 소렌토(벤 멘델손). 소렌토가 5인조를 처치하기 위해 가상현실 속으로 암살범들과 인간 사냥꾼을 파견하면서 이들과 5인조 간에 결사 대결이 일어난다. 
달걀을 찾기 위해 통과해야 할 첫 번째 관문은 초고속 자동차 경주에서 이기는 것. CGI로 만든 스필버그의 ‘주라기공원’의 T-렉스와 킹콩 등 온갖 장애물들을 피해 달리는 자동차 액션장면이 볼만하다. 
누가 궁극적으로 달걀을 찾는지는 불문가지의 일. 빅 스크린 용 컴퓨터 게임으로 스필버그가 과거를 그리워하며 만든 영화다. PG-13. WB.  ★★★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제미니(Gemini)


LA 형사 에드워드가 살인사건의 용의자인 질(왼쪽)을 심문하고 있다.

할리웃스타를 죽인 살인범은 누구?


할리웃 스타의 명성의 대가와 자기 정체 그리고 고용관계이자 친구인 두 여인의 관계를 범죄영화 식으로 다룬 느와르 영화로 LA의 밤과 함께 코리아타운을 비롯한 LA의 구석구석이 현혹적으로 포착된 LA 영화다. 살인 미스터리이지만 살인사건은 두 주인공의 인물과 성격을 탐구하기 위한 하나의 구실로 쓰이고 있다. 
특히 LA의 밤을 헤집고 다니면서 짙은 검은색을 바탕으로 네온빛과 으스름한 황금빛을 써 팜트리와 초현대식 건물과 옛 건물 등을 마치 사진작가가 찍은 사진처럼 보여주는 촬영이 자극적인데 인물만큼이나 이런 건물들과 LA의 여러 장소가 중요한 구실을 하고 있다.
또 하나 멋있는 것은 재즈기가 짙은 음악이다. 작품 전체를 스며들면서 영화의 상존하는 위험성을 잘 대변하고 있다. 스타일 멋있는 소품인데 서스펜스 있게 나가던 영화가 끝에 가서 맥이 빠지고 또 결말 부분이 다소 믿기가 어려운 것이 흠이다. 
할리웃의 잘 나가는 신성 헤더(조이 크래비츠)는 명성과 파파라치와 광적인 팬들 그리고 소셜 미디어에 넌덜머리가 나 이런 것들을 피하려고 애를 쓴다. 그리고 촬영 직전에 출연하기로 한 영화마저 보이콧한다. 이의 뒷바라지를 하는 것이 헤더의 비서 겸 친한 친구인 질(롤라 커크). 늘씬한 모델 트레이시(그레타 리)를 비밀 애인으로 둔 헤더는 막 남자애인으로 역시 배우인 데빈(리브 카니)과 연을 끊었다. 헤더가 작품 출연을 거부하면서 뿔이 하늘 끝까지 난 것은 작품의 감독이자 각본가인 그렉(넬슨 프랭클린)과 헤더의 에이전트 제이미(미셸 포브스). 
헤더가 질을 시켜 그렉에게 작품 출연 거부를 통보한 뒤 뒤늦게 나타난 헤더를 찾아와 사진을 찍자고 요구하는 여자가 광적인 팬인 시에라(제시카 파커 케네디). 이 시에라가 곧이어 일어날 살인사건의 중요한 단서가 된다. 
헤더가 질에게 신변의 위험을 느낀다며 질의 권총을 빌려간 뒤 곧이어 헤더가 집에서 살해된다. 이 사건을 수사하는 형사가 한국계인 에드워드 안(존 조가 제대로 사용되지 못했다)으로 질이 살인 용의자로 지목된다. 
여기서부터 질은 에드워드를 피해 도주하면서 나름대로 범인을 찾는데 데빈, 트레이시, 그렉 및 제이미 등이 다 범인일 가능성이 있다. 
헤더가 트레이시의 모터사이클 옷을 입고 심야에 모터사이클을 타고 달리는 장면이 멋있다. 연기들이 좋은데 특히 커크의 차분한 연기가 좋다. 조를 더 유용하게 쓰지 못한 것이 유감이며 TV 인터뷰 형식으로 끝나는 결말 처리가 아쉽다. 아론 캐츠 감독. R등급. ★★★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건 크레이지 U.S.A.


마침내 학교 교직원들이 총을 차고 출근하게 됐다. 최근 플로리다 주는 학교의 코치와 카운슬러 및 사서들의 교내 총기 휴대를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는 얼마 전 파크랜드의 한 고등학교에서 일어난 대형 총기살상 사건에 대응한 조치다. 이 참사를 계기로 지난 24일에는 미 전국에서 젊은 학생들이 강력한 총기규제를 요구하는 시위에 참석, 다음 선거에서 총기규제에 미온적인 정치인들을 갈아치우겠다고 선언했다.   
플로리다의 법안이야말로 근시안적이요 가히 희극적인 조치다. 코치나 카운슬러가 부부싸움이라도 하고 출근해 아직도 화가 안 풀려 소지한 총을 쏘면 어떻게 하겠는가. 간디는 “눈에는 눈으로는 온 세상을 눈멀게 만든다”고 말했는데 이런 ‘총에는 총으로’ 식의 대처야 말로 또 다른 총기참사를 불러올 소지를 다분히 안고 있다.
미국에서는 학교뿐 아니라 교회에도 총을 차고 들어가 예배를 볼 수 있다. 2016년 미시시피 주는 훈련을 받은 특정인들이 총을 소지하고 교회에서 예배를 볼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또 텍사스 주에서는 대학교에 총을 갖고 들어가도 되는 법안이 통과됐다. 바야흐로 미국은 서부시대로 돌아가고 있다고 하겠다.
서부시대는 총으로 개척된 시대다. 개척자들이 미 대륙의 원주민인 아메리칸 인디언들을 살육하고 서부를 정복하는데 일등공신 노릇을 한 것이 연발장총 윈체스터다. 윈체스터는 그래서 미국을 상징하는 무기로 취급된다.
많은 웨스턴에 나오는 장총이 다 이 윈체스터인데 이와 반면 서부시대 건맨들이 차고 다니다 결투할 때 쓰던 권총으로 유명한 것이 콜트다. 현대에 들어와서 제조된 세상에서 가장 막강한 파괴력을 지닌 권총은 ‘더티 해리’(Dirty Harry)에서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쓴 .44 매그넘(사진)이다.  윈체스터를 찬양한 걸작 웨스턴이 제임스 스튜어트가 나온 ‘윈체스터 ’73‘(Winchester ‘73)다. 윈체스터 ’73는 1873년에 제조된 것으로 역대 그 어느 총보다 우수한 성능을 지녔는데 ‘서부를 쟁취한 총’으로 불리고 있다.
이 영화는 스튜어트가 캔자스 주 다지 시티의 미 독립기념일 사격시합에서 1등 상품으로 탄 윈체스터를 라이벌로부터 강탈당한 뒤 총을 되찾기 위해 집요하게 범인을 추적하는 액션 웨스턴이다. 영화에서 사람들이 윈체스터를 손에 들고 바라보면서 감탄하는 모습이 마치 맘몬을 숭배하는 사람들처럼 황홀무아지경이다.
미국사람들은 총을 물신숭배 하듯이 섬기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몇 년 전 통계에 의하면 미국에는 2억6,000만 정도의 총이 있는데 매년 1만 명 이상이 총에 의해 생명을 잃고 있다. 또 하바드대 조사에 의하면 미국 아이들은 15세가 되기 전 총에 의해 살해될 가능성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5배 이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파크랜드 사건의 범인인 18세난 틴에이저가 중화기 살상무기를 장난감 가게에서 딱총 사듯 했으니 이런 통계가 나옴직도 하다
미국에서 총에 의한 대형 참사가 일어날 때마다 강력한 총기규제를 촉구하는 운동이 일고 있지만 매번 유야무야 식으로 끝이 나고 말곤 한다. 미 헌법이 시민의 무기 소지를 보장하고 있는데다가 500만여 명의 회원을 가진 미 총기협회(NRA)의 막강한 세력과 자금과 로비 탓이다.
파크랜드 사건 후 트럼프가 마지못해 총기규제안을 내놓으면서도 당초 말한 것과 달리 총기구입 연령을 21세로 상향하는 내용을 뺀 것도 NRA가 두려웠기 때문이다.
총은 영화에서 사람 못지않게 중요한 구실을 해왔는데 특히 웨스턴과 범죄영화인 필름 느와르에서 필수품으로 쓰이고 있다. ‘건’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명작 웨스턴으로는 그레고리 펙이 주연한 ‘건화이터’(The Gunfighter)와 버트 랭카스터와 커크 더글러스가 공연한 ‘O.K.목장의 결투’(Gunfight at O.K. Corral) 그리고 글렌 포드가 주연한 ‘필살의 일발’(The Fastest Gun Alive) 등이 있다.
존 웨인이 주연한 ‘리오 브라보’(Rio Bravo)에서는 딘 마틴과 릭키 넬슨이 라이플을 이렇게 노래로 찬미하고 있다. “해는 서쪽으로 지고 소떼는 냇가로 내려가네/개똥지빠귀가 둥지에 몸을 풀면 카우보이가 꿈을 꿀 때지/진홍빛으로 물드는 계곡이 내가 머물 곳이지/내 좋은 세 친구들인 내 라이플과 내 말과 그리고 나와 함께.” 노래 잘 부르다가 곧 이어 라이플과 권총이 동원된 결투가 벌어진다.   
권총이 살육과 성애의 상징으로 쓰이고 있는 영화가 허무하고 폭력적인 흑백 소품 느와르 ‘건 크레이지’(Gun Crazy)다. 젊은 부부 강도 바트(존 달)와 애니(페기 커민스)의 강도와 살인 행각을 그린 흥미진진한 작품이다. 소녀 모습의 애니가 도발적인 자세로 한 손으로 6연발 권총을 든 채 다른 한 손으로는 자동차 연료통에 개스를 넣는 모습은 남녀 간의 섹스를 묘사한 자극적인 장면이다. 고도로 강력한 총기규제법이 마련되지 않는 한 파크랜드와 같은 대형 참사는 언제라도 다시 일어나게 마련이다. 미국은 참으로 ‘더 유나이티드 스테이츠 오브 건 크레이지 아메리카’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2018년 3월 26일 월요일

‘툼 레이더’서 라라 크로포트 역 알리시아 비칸더



비디오 게임을 바탕으로 만든 액션 모험영화 ‘툼 레이더’(Tomb Raider)에서 7년 전에 사라진 영국인 모험가 아버지(도미닉 웨스트)를 찾아 일본 근해의 전설적인 섬에 도착, 초현실적인 악령과 다투는 여전사 라라 크로프트로 나온 스웨덴 태생의 알리시아 비칸더(29)와의 인터뷰가 최근 베벌리힐스의 포 시즌스 호텔에서 있었다. 그런데 라라 크로프트의 모험은 지난 2001년 앤젤리나 졸리 주연의 영화로 만들어졌고 2003년에는 속편도 나왔다.
가무잡잡한 피부의 소녀티가 나는 비칸더는 액센트가 있는 말로 미소를 지으며 질문에 상냥하고 솔직하게 대답했다. 비칸더는 작년에 ‘대양 사이의 빛’(2016)에서 공연한 마이클 화스벤더 와 결혼했다.

-영화를 위해 신체를 강건하게 단련시킨 뒤 뛰고 달리고 헤엄치면서 온갖 액션을 과감하게 해냈는데 소감은.
“난 어려서 춤을 배워 그런 액션을 춤의 연장으로 여겼다. 역을 위해 몇 달간 역기를 드는 외에도 등반과 격투를 배웠다. 그리고 수영과 자전거 달리기도 연습했는데 온 몸이 고통에 시달려야 했다. 근육만 12파운드 늘렸다. 그러나 힘을 지닌다는 것이 대견하고 즐거웠다.”

-영화에서 어떤 부분이 가장 힘들었는지.
“강물에 휩쓸려 내려가는 부분이다. 이와 함께 영화 첫 부분에서 링에 올라 격투를 하는 장면도 힘들었다. 너무 쑥스러워 제작진들에게 얼굴을 돌리라고 부탁하고 싶었다.”

-오는 10월에 30세가 되는데 특별히 축하할 계획이라도 있는가.
“어렸을 때 30이 되면 다 자란 것으로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젠 잘 모르겠다. 한 가지 좋은 점은 나이를 먹으면서 점점 더 내가 스스로에 다가가고 있다고 느껴지는 것이다. 그래서 한 살 더 먹는 것이 행복하다. 특별한 축하 계획은 없지만 파티하고 춤 출 것이다.”

-지금 20세 난 알리시아에게 인생의 충고를 해준다면 어떤 것이겠는가.
“그 나이 때는 장래 문제로 압박을 심하게 받을 때다. 난 20세의 내게 너무 자신에게 혹독하지 말고 남의 말을 따라 갈 것이 아니라 자기가 사랑하는 것에 귀를 기울이라고 말해주겠다. 그 나이에 장래가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해 너무 압박감을 느끼지 말라는 것이다.”

-40세가 됐을 때 이루고픈 꿈은.
“난 내가 사랑하는 것을 할 수 있는 행운아다. 난 내 삶에 있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어쩌면 그 땐 지금과 다른 길을 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40이 됐을 때 나 자신도 놀랄 삶을 살고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
라라 크로프트(알리시아 비칸더)가 절해고도의 절벽을 타고 올라가고 있다.


-만인이 다 잘 아는 라라 크로프트 역을 하면서 우려한 점이라도 있는가.
“라라는 22년 동안 만인에게 잘 알려진 인물인데다 앤젤리나 졸리가 이미 영화에서 주연을 해 신경이 많이 쓰였다. 그래서 그 역을 더 귀중하게 생각해야 했다. 그러나 또 한편 배우로서 영화를 함께 만드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라라를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꼈다. 그런 걱정과 염려가 오히려 추진력이 됐다. 그리고 옛것과 달리 무언가 새로운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영화는 부녀간의 관계를 얘기하고 있는데 당신과 아버지와의 관계는 어떤가.
“내 아버지는 영화와 달리 항상 내 곁에 계시는 내게 매우 중요한 사람이다. 나도 라라처럼 아버지를 무척 사랑하는데 나의 아버지는 자신의 딸에 대해 매우 행복하게 느끼고 계실 것으로 생각한다.”

-어려서부터 라라 크로프트와 같은 액션 모험 얘기를 좋아했는가.
“그렇다. 어머니는 내게 유럽의 예술영화들을 소개해 주었지만 난 그것보다 ‘인디애나 존스’와 ‘머미’ 같은 영화들을 더 좋아했다. 어려서 부터 책도 이집트신화 겉은 것을 통독했다. 라라 크로프트도 그와 같은 부류에 속한다.”

-비디오 게임을 하는가.
“그렇다. 10대 때 시작해 지난 15년간 그 게임을 즐겨왔다. 그런데 그 것은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 일이어서 요즘은 그 것을 즐길만한 여유가 없다. 그러나 이 역을 위해서 게임을 연습했다.”

-얼음처럼 찬 물 속에서 촬영을 하느라고 온 몸이 새파랗게 됐다고 들었는데.
“그렇다. 그런데 촬영이 다 끝난 줄 알았더니 촬영 팀이 내게 와 한 번 더 찍어야 한다고 말했다. 난 처음에 농담하는 줄 알았다. 몸의 온도를 유지하려고 안간힘을 썼는데 너무 힘이 들어 거의 잠에 빠질 지경이었다.”

-라라 크로프트는 모험가인 아버지의 기질을 본받고 있는데 당신은 부모의 어떤 기질을 갖고 있는지.
“배우인 내 어머니가 날 영화의 세계로 안내했다. 지금도 그 점에 대해 감사한다. 난 아직도 어머니가 나온 영화들을 본다. 그러니까 연기가 우리의 같은 기질이라고 보겠다. 아버지는 모험과 공상과학 팬인데 그 점에서 우린 닮았다고 본다. 아버지는 정신과 의사로 사람들과 인간성 그리고 그들의 성격에 대해 관심이 많다. 배우로서의 내 일도 이와 비슷하다. 그래서 나는아버지와 종종 사람과 인간 행동에 관해 얘기를 나눈다.”

-결혼해서 뭔가 달라진 점이라도 있는가.
“난 사랑을 믿지 결혼을 믿는 것이 아니다. 난 언제나 로맨틱이었다. 사람들이 인생에서 찾고 희망하는 것은 사랑이다. 사랑에 대해 가장 잘 배울 수 있는 길은 사랑을 받는 것이다.”

-배우로서의 초기에 퇴짜를 많이 받았는가.
“그것은 배우들의 일상사다. 그로 인해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는 것을 배웠다. 그리고 젊은 배우 지망생들이 내게 자문을 구하면 난 늘 퇴짜 맞을 각오를 하라는 것을 주지시킨다. 오디션에 응한 뒤 하루 종일 전화 옆에서 결과를 기다렸으나 ‘노’라는 말조차 해주지 않더라. 그러나 그런 퇴짜가 있어서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연기를 포기할 생각이라도 했었는가.
“사람들이 내게 ‘앞으로 뭘 하겠느냐’ ‘학교에 갈 생각이냐’고 물으면 난 그저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꽃가게와 옷가게에서 일하면서 스트레스를 무척 받았다. 계속해 퇴짜를 받았더라면 학교에 가서 영화제작을 공부해 지금 제작자가 되었을지 누가 알겠는가.”

-최근 들어 여성들이 만들고 주연한 영화들이 관객의 호응을 받고 있는데 그런 경향이 계속되리라고 보는가.
“그렇다. 할리웃의 풍토가 변하고 있다. ‘헝거 게임’을 비롯해 ‘원더 우먼’과 같은 영화들의 성공은 모든 여자배우들에게 있어서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난 아주 긍정적으로 느끼고 있다. 최근 들어 각본가들과 통화를 했을 때도 그들은 여자가 주인공인 영화에 대해 관심을 많이 보였다. 그런 영화들이 이제 막 꽃들을 피우고 있다. 흥분되는 일이다. 소수계와 여성들이 주인공인 영화들이 많이 만들어질 때가 왔다고 본다.”

-후배 여배우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겠는가.
“너 한 사람의 목소리가 매우 중요하니 남에게 밀리지 말고 할 말은 당당히 하라는 것이다.”

-좋아하는 음식은.
“난 어촌에서 태어나 생선을 좋아한다.”

-음악을 사랑하며 그것이 연기하는데 어떤 영향이라도 미치는가.
“음악에 대해 제대로 교육을 받진 못 했으나 음악을 사랑한다. 그러나 난 7년간 바이얼린을 연주했다. 자라면서 클래식 음악을 주로 들었는데 아마 내가 발레를 연수했기 때문인 것 같다. 연기를 할 때면 음악이 직접적으로 나의 감정에 접근해오곤 한다. 그래서 난 이어폰을 세트에 갖고 음악을 듣는다. 그 것은 촬영 중간의 나만의 휴식의 구실도 한다. 주로 가사 없는 음악을 듣는다. 전자음악, 테크노음악, 클래식 및 재즈 등 다양한 음악을 즐긴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