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7년 7월 30일 일요일

아토믹 블론드(Atomic Blonde)


로레인이 좁은 복도에서 발길질로 적을 제압하고 있다.

냉전시대 미녀 스파이의 핵폭탄급 액션


제목 그대로 원자탄급 폭력과 격투기술을 지닌 백금발의 장신 미녀 스파이가 냉전시대 베를린에서 이중삼중의 음모와 배신을 겪으면서 닥치는대로 적국의 스파이를 때려누이는 스파이 액션 스릴러로 주인공 역의 샬리즈 테론의 핵폭탄 액션이 장관이다. 
얘기에 신경 쓸 것 없이(이런 장르의 영화의 결점인 약한 얘기는 여기서도 마찬가지인데 공연히 플롯이 복잡하다) 테론의 주먹질과 발길질 그리고 온 몸으로 가격하는 액션을 보면서 즐기면 될 영화다. 멋있고 아찔하고 사납고 쿨한 액션이어서 눈을 뗄 수가 없다. 
오스카 수상자인 연기파 테론은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에서도 머리를 밀고 나와 맹렬한 액션을 구사했는데 이 영화로 명실공히 액션에 능한 배우가 된 셈이다. 이 영화는 키아누 리브스가 나온 액션 영화 ‘존 윅’을 연출한 스턴트맨 출신의 데이빗 리치가 감독했는데 두 영화가 서로 액션 장면이 닮았다. 
시대가 냉전시대여서 복고풍인데 특히 제임스 본드 영화의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본드가 영국 해외첩보부인 MI6 소속이듯 테론이 영화에서 소속된 기관도 MI6여서 더 그렇다. 차갑고 스타일 갖춘 여름철 무더위를 말끔히 씻어줄 오락영화다. 그래픽 노블 ‘더 콜디스트 시티’가 원작.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붕괴되기 직전. 영화는 처음에 얼굴과 온 몸에 타박상을 입은 영국 스파이 로레인 브러턴(테론)이 얼음으로 채워진 욕조에 몸을 담은 뒤 얼음이 든 보드카를 마시는 모습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막 베를린에서 돌아온 로레인이 MI6 본부에서 자기 상사(토비 존스)와 미 CIA고위 요원(존 굿맨)에게 베를린에서의 활동에 대한 보고를 하면서 장면이 과거로 돌아간다. 
로레인은 망명한 러시아 스파이(에디 마산)가 가로챈 영국과 미국 스파이들의 이름이 적힌 명단을 회수하기 위해 베를린에 온 것이다. 여기서 로레인을 돕는 사람이 베를린 주재 영국 스파이 데이빗 퍼시발(제임스 매카보이). 그런데 완전히 베를린의 지하세계와 펑크문화에 젖어든 데이빗은 로레인의 동료이면서도 그에게 거짓말을 한다. 
명단 회수 과정에서 로레인은 겹치는 배신 속에서 과연 누가 적이고 누가 동료인지를 몰라 혼란에 빠지는데 러시아 스파이뿐 아니라 독일과 프랑스 스파이도 로레인을 감시하고 추적한다. 그 중에서도 프랑스 스파이 델핀(소피아 부텔라)과 로레인과의 관계가 자극적인데 처음에는 서로 적으로 격투를 벌이던 둘이 급기야 침대에 들어 액션만큼이나 격렬한 정사를 치른다.
영화에서 가공할 정도로 멋있고 치열하고 흥분되는 장면은 로레인이 아파트 실내와 좁은 계단에서 여러 명의 남자들을 상대로 장시간 육박전을 벌이는 것. 주먹과 굽이 칼날 같이 뾰족한 구두와 온 몸을 사용해 계단을 내려오면서 서로 치고받는데 액션 영화사에 기록될만한 박력 있는 격투다. 이와 함께 로레인이 정원용 호스를 사용해 높은 아파트에서 지상으로 비상하는 장면도 아찔하게 멋있다. 액션을 찍은 촬영도 보기 좋다. R. ★★★½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브릭스비 곰(Brigsby Bear)


곰의 탈을 들고 영화 촬영을 준비하고 있는 제임스.

지하벙커서 자란 남자 세상에 나왔는데…


세속의 때에 오염된 우리 모두가 보고 내면을 정화시킬 어른들을 위한 동화다. 거의 선험적 경험을 겪게 만드는 아름답고 우습고 통찰력 있는 선한 영화다. 어렸을 때부터 외부와 차단된 지하벙커에서 자란 남자가 뒤늦게 자유를 맞아 사회에 자기 나름대로 적응하면서 아울러 주변 사람들을 순진무구한 영역으로 안내하는 얘기가 마음에 평화를 가져다준다.
제임스는 아기 때 한 부부(마크 해밀과 제인 애담스)에 의해 납치돼 지하벙커에서 자란다. 이들은 지상은 오염됐다며 제임스에게 외부 세상에 대한 공포를 주입시킨다. 제임스는 TV로 사람 크기의 장난감 곰 브릭스비가 쌍둥이 인간 자매와 함께 우주를 위험에서 구하는 싸구려 시리즈를 보면서 자라 이에 중독이 됐는데 이 프로는 자기를 납치한 남자가 만든 것.
제임스(카일 무니)가 어른이 된 뒤 경찰에 의해 구출이 되고 사건 전담형사 보겔(그렉 키니어)은 제임스와 친부모(맷 월시와 미카엘라 왓킨스)와의 재결합을 주선한다. 제임스의 새 사회에의 적응을 적극적으로 돕느라 노력하는 부모와 제임스를 마땅치 않게 여기는 것이 제임스의 고교생 여동생 오브리(라이안 심킨스). 
제임스의 새 세상에 대한 적응 노력과 오해와 실수와 좌절의 에피소드가 재미있다. 제임스는 아버지와 함께 영화 구경을 갔다가 누구라도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아버지의 말에 힘을 얻어  자기도 브릭스비 곰을 주연으로 영화를 만들기로 한다. 이런 제임스를 돕는 사람이 오브리의 학교 친구 스펜서(호르헤 렌데버그 주니어). 
그리고 스펜서가 제임스가 소유한 ‘브릭스비 곰’ 에피소드를 유튜브에 올리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다. 이에 힘입어 제임스와 스펜서는 제임스를 납치했던 남자가 쓴 장난감 곰 옷과 소도구를 사용해 영화를 만든다. 제임스의 이런 천진난만한 의도에 점차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오브리와 보겔까지 전염이 되면서 영화 제작이 순조롭게 진행된다. 물론 각본도 제임스가 썼다. 영화가 완성되고 시사회가 열린다.
세상의 때가 아직 하나도 안 묻은 아기의 마음을 지닌 가슴이 뭉클하도록 감동적인 영화로  이 풍진 세상을 분투하면서 사느라 오염된 마음을 돌아다보게 만든다. 제임스가 되고픈 마음이 든다. 무니의 티 없이 순진하고 순수한 연기가 보기 좋다. 
데이브 맥케리 감독. PG-13,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할리웃 보울의 토니 베넷




사람이 90세까지 살기도 드문 일인데 9순에 무대에서 춤까지 추면서 노래를 부르는 것이야 말로 하늘의 복을 타고난 일이다. 오는 8월 3일로 91세가 되는 ‘샌프랜시스코에 마음을 두고온 남자’ 토니 베넷의 할리웃 보울 공연은 그의 히트송 ‘이츠 어 굿 라이프’처럼 베넷의 보통 사람과 가수로서의 길고 좋은 인생을 팬들과 함께 자축하는 파티와도 같았다.
지난 달 14일 저녁 이제 보면 마지막 보는 것이 되리라는 다소 쓸쓸한 마음을 안고 보울에서 노래하는 베넷의 노래를 들으러 갔다. 그러나 나의 이런 운명론적인 생각은 생기발랄하고 원기왕성한 베넷이 1시간여를 쉬지 않고 불러대는 노래들로 인해 생명예찬으로 돌아섰다.
이날 공연은 구스타보 두다멜이 지휘하는 LA필(사진)의 반주라는 이색적인 형식으로 이뤄졌다. 제1부는 LA필의 베르디의 오페라 ‘운명의 힘’과 ‘나부코’ 서곡과 헨리 맨시니가 작곡한 영화 ‘샤레이드’와 ‘문 리버’의 음악연주로 진행됐다.
제2부가 시작되면서 베넷이 종종걸음으로 무대에 나오자 팬들이 뜨거운 박수와 함성으로 그를 맞았다. 나도 신나게 박수를 쳤다. 재즈와 팝가수인 베넷은 특유의 약간 갈라지는 듯한 쇳소리로 ‘스테핑 아웃 위드 마이 베이비’ ‘포 원스 인 마이 라이프’ ‘후 캔 아이 턴 투’ 등 스탠다드 20여곡을 불렀다. 어딘가 약간 답답한 듯한 허스키한 목소리가 매력적이다.
베넷이 까칠까칠한 비단결을 지닌 음성으로 부르는 노래들은 클럽에서 스카치를 마시면서 들으면 딱 좋을 노래들로 나는 특히 베넷이 요절한 컨트리 싱어 행크 윌리엄스의 히트송을 편곡해 부른 ‘콜드, 콜드 하트’를 좋아한다.
베넷은 꼿꼿이 서서 왼 손에 마이크를 잡고 미소를 지으면서 ‘저스트 인 타임’ ‘아우어 러브 이즈 히어 투 스테이’ ‘더 웨이 유 루크 투나잇’ 등을 쉬지 않고 노래했는데 반주는 주로 그와 오랫동안 함께 호흡을 맞추어온 4인조 밴드가 했다. LA필은 베넷의 노래를 몇 곡 반주했지만 들러리 같은 역할이었다.
베넷의 음성은 재즈가수답게 달콤하면서도 로맨틱하지만 강한 고음에 오를 때면 오페라 가수 못지않게 강렬한데 특히 그는 노래 마지막에 이 강한 고음을 자주 사용한다. 깜짝 놀랄 정도로 강렬하다.
베넷은 절제되고 깨끗한 제스처를 쓰면서 군더더기 없이 노래를 불렀는데 그의 히트송들인 ‘랙스 투 리치즈’ ‘불러바드 오브 브로큰 드림즈’ ‘아이 갓 리듬’ ‘셰도우 오브 유어 스마일’ ‘디스 이즈 올 아이 애스크’ 등을 듣고 있자니 ‘올디즈 벗 구디즈’의 기분에 젖어 갖고 간 레드와인을 거푸 마셨다. 그의 노래하는 모습은 우아하고 세련됐는데 생의 기쁨으로 가득한 사람처럼 보였다.
노래도 청중보다 자기가 더 즐기는 듯했다. 춤까지 추어가면서 아이처럼 신이 나서 노래를 불렀는데 끝나는가하면 “즐기고들 있나요” “가기 전에 한 곡 더 들을래요”라면서 또 노래를 불렀다. 무대에 불이 켜져 이제 끝나나 했더니 베넷은 “계속하자”면서 다시 노래, 청중의 커튼콜에 답례했다. 베넷의 간판곡은 ‘아이 레프트 마이 하트 인 샌프랜시스코’. 공연 말미에 노래했는데 이날 ‘랙스 투 리치즈‘ 등 일부 노래는 짧게 줄여 메들리 식으로 불렀다.
베넷의 첫 히트곡은 그가 1951년에 음반으로 취입한 ‘비커즈 오브 유’. 그 뒤로 지금까지 무려 66년간을 쉬지 않고 노래를 부르고 있다. 그의 큰 업적은 음반을 통해 거쉬인과 어빙 벌린 및 줄 스타인 등 미국 작곡가들의 미국 정통노래들을 젊은 세대들의 취향에 맞도록 편곡해 알려준 것. 지금까지 팔린 음반은 수천만 장이며 그래미상을 무려 19개나 받았다.
이탈리아계로 뉴욕 퀸즈의 아스토리아에서 태어난 베넷은 어렸을 때부터 노래와 그림에 재능을 보였는데 젊었을 때 노래하는 웨이터로도 일했다. 그림 솜씨가 프로급이어서 그의 그림이 스미소니언 박물관에 소장됐을 정도다. 베넷은 2차대전시 벌지전투에서 싸운 베테런이며 마틴 루터 킹과 함께 셀마에서 민권운동 행진을 한 인본주의자다. 이 행진에 베넷과 함께 참가한 사람이 유명 흑인 가수이자 배우인 해리 벨라폰테로 벨라폰테도 올 해 90세가 되었다.
베넷은 본명은 앤소니 도미닉 베네데토. 그가 제대 후 뉴욕에서 뮤지컬 배우로 일 할 때 그의 노래를 듣고 반한 밥 호프가 무대 뒤로 베넷을 찾아와 LA로 가 함께 일하자고 제안하면서 이름을 토니 베넷으로 고쳐주었다.
베넷은 인본주의자로서의 업적으로 인해 UN으로 부터 ‘세계의 시민 상’을 받았고 최근에는 라이브라리 오브 콩그레스에 의해 ‘거쉬인 프라이즈 포 포퓰라 송’ 수상자로 선정됐다. 다른 작곡가들의 노래를 해석해 부른 가수가 이 상을 받기는 베넷이 처음이다. 베넷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나는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는 사람들을 사랑한다. 나는 그들의 기분을 좋게 해주기를 사랑한다. 그래서 나는 결코 은퇴를 안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롱 리브 토니 앤 시 유 어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2017년 7월 24일 월요일

던커크(Dunkirk)


프랑스의 해변도시 던커크에서 철수하는 영국군들이 공습하는 독일 폭격기를 겁에 질려 올려다 보고 있다.

영국군 38만명 스릴넘치는 철수작전‘스펙터클 대작’


처칠 영국수상이 “패배 속의 승리”라고 불렀던 2차 대전 초기 프랑스 해변 휴양도시 던커크로부터의 38만3,000여명의 영국군과 연합군의 해상 철수를 재현한 서스펜스 가득한 탁월한 전쟁 액션 스릴러다. 영국의 크리스토퍼 놀란(‘배트맨’ ‘인셉션’)이 감독했는데 장인의 솜씨가 역력한 매우 혁신적인 구조를 지닌 획기적인 작품이다.   
얘기를 질서정연하게 플롯을 이어가면서 서술하는 대신 영상과 음악(한스 지머의 시종일관 밀어붙이고 몰아대는 불길하게 아름다운 음악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음향으로 서술하는데 대사도 별로 많지 않다.   
유명 스타들과 신인 배우들이 함께 나오는데 그 어느 특정한 인물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골고루 분산시켜 작품의 이곳 저곳에 배치시켰다. 또 가급적으로 군더더기를 뺀 서술 방식과 함께 시간을 겹치거나 근접한 현재와 미래를 오락가락 하면서 정확하고 정교하게 구성했다. 
2차 대전 초기인 1940년 봄 독일군에 쫓긴 영국군과 프랑스 등 연합군 38만 여명은 던커크 해변에서 자기들을 영국으로 수송할 배를 기다린다. 이야기는 육·해·공으로 나누어 보여준다. 
육지의 이야기는 영국군 졸병(피온 와이트헤드)의 눈으로, 바다의 이야기는 영국을 떠나 작은 목재 요트 ‘문스톤’호에 두 10대 소년을 태우고 영국군을 철수시키기 위해 영국해협을 건너는 민간인 도슨(마크 라일란스)의 눈으로, 그리고 하늘의 이야기는 영국 전투기 스핏화이어를 몰고 독일 전투기와 공중전을 벌이는 파일롯(탐 하디-영화 맨 끝에 이르기 까지 얼굴을 가렸다)의 눈으로 서술된다. 
육지의 이야기는 1주일, 바다의 이야기는 하루 그리고 공중의 이야기는 1시간에 서술되는 아주 독특한 작품 구성과 서술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하디와 라일란스 외에 알려진 스타는 해안에서 철수작전을 지켜보는 해군 사령관 역의 케네스 브라나 정도다. 이와 함께 작중 인물들의 배경 설명도 전무하다. 또 2차대전 영화인데도 나치라는 말이 없고 독일군도 맨 끝에 잠깐 배경으로 희미하게 나온다.
이 영화는 일종의 생존기로 아이맥스로 찍은 뛰어난 촬영이 현실감과 현장감을 최대한으로 살려 영화 속의 공포와 혼란과 액션 그리고 전쟁의 아비규환에 빨려들어 가는듯한 사실감에 오금이 저리고 온 몸이 경색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백사장과 선착장에 이르는 다리 위에 빼곡히 줄을 지어 서 있는 군인들을 독일 폭격기가 공격할 때면 마치 직접 공습을 당하는 공포를 느끼게 되고 독일군의 어뢰공격을 받아 침몰하는  영국군함 속의 군인들이 수중에서 살아나려고 허우적거리는 부분에서는 산소 부족으로 호흡이 가빠진다. 이와 함께 스핏화이어의 조종석을 비롯해 폐쇄된 공간을 십분 사용해 협소감에 심신이 심한 압박감을 느끼게 된다.    
이 영화는 또 패배에도 굴하지 않는 영국국민의 끈질긴 국민성을 보여준 작품으로 당시 ‘문스톤’과 같은 수많은 일반 선박들이 영국해협을 거쳐 던커크에 도착해 병력을 철수시켰다. 블록버스터가 판을 치는 여름에 젊은 미국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이 영화가 과연 흥행에 성공할 것인지 궁금하다. 스필버그의 ‘일등병 라이언 구출작전’과 함께 전쟁영화사에 길이 남을 작품이다. PG-13.★★★★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산파(The Midwife)


성격이 판이한 베아트리스(왼쪽)와 클레어는 서로의 삶에 큰 영향을 준다.


성격 상반 두 여인의 조우… 연기파 ‘카트린 드뇌브 vs 카트린 프로’ 대결 


성격이 판이한 두 여자가 만나 처음에는 갈등을 빚다가 관계의 시간이 흐르면서 서서히 떨어질 수 없도록 가까워지고 아울러 상대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과정을 사실적이요 감수성 짙게 그린 프랑스 드라마다. 
프랑스의 베테런 연기파들인 카트린 드뇌브와 카트린 프로가 공연하는 총명하고 균형을 잘 맞춘 약간 코믹한 기운이 있는 성격 드라마로 소위 ‘여성 영화’다. 드뇌브와 프로의 불꽃 튀는 연기 대결이 볼 만한데 제목은 프로가 맡은 역의 직업을 말한다. 
그러나 이 영화는 소심한 프로 보다는 요란할 정도로 자유분방한 드뇌브의 것이라고 해도 좋다. 영화의 내용을 완전히 파악하고 분위기에 젖어 들려면 시간이 다소 필요하지만 천천히 감동을 주는 훌륭한 드라마다.
산파 클레어(프로)가 병원에서 출산을 돕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50대의 홀어머니로 장성한 외아들 시몽(캉탕 돌메어)이 있는 클레어는 고지식하고 심각하며 은둔자처럼 사는 여자. 
어느 날 느닷없이 클레어에게 그의 아버지의 옛날 정부인 베아트리스(드뇌브)로부터 전화가 걸려온다. 클레어의 아버지의 소식을 알고프니 만나자는 것이다. 그래서 클레어와 베아트리스는 수십 년 만에 카페에서 재회한다. 
70대의 베아트리스는 클레어와 정 반대의 성격과 행동양식을 지닌 여자로 풀어헤친 삶을 자유롭게 사는데 나타났다 하면 자기 존재를 과시해야한다. 이는 자신의 보잘 것 없는 출신 배경을 감추고자 하는 제스처다. 클레어는 베아트리스에게 아버지가 죽었다고 통보하는데 아버지는 베아트리스가 자기를 버리자 자살했고 이로 인해 클레어의 삶도 큰 상처를 입었다.   
베아트리스는 클레어에게 자기가 뇌암에 걸려 얼마 살지를 못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둘이 관계를 이어가면서 서로가 상대의 성격에 영향을 받아 삶이 크게 변화한다. 이로 인해 클레어는 교외에 따로 둔 오두막집 옆의 사람 좋은 트럭운전사 폴(올리비에 구르메)과 데이트까지 한다.
두 여인의 관계 묘사가 가슴에 와 닿도록 정감이 있는데 서로 상대방으로 인해 변화해가는 과정이 두 배우의 자연스런 연기에 의해 사실적으로 그려져 보기 좋다. 끝이 가슴이 싸하니 아파오면서도 폴의 말처럼 “인생은 아름다운 것”이라고 느껴진다. 
마르탱 프로보스트 감독. ★★★½(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2017년 7월 17일 월요일

원숭이 혹성의 전쟁(War for the Planet of Apes)


평화를 사랑하는 시저는 가족과 동료들을 구하기 위해 전쟁에 나선다.

원숭이와 인간의 대규모 전면전 액션과 스릴‘여름 블록버스터’


원숭이와 고릴라와 성성이 등 온갖 유인원들이 나와 인간과 싸운다고 난리법석을 떠는 원숭이 영화인데 재미있고 지적이고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이런 놀라움은 물론 기막히게 효과적인 특수효과 탓이 크지만 호전적인 인간과 평화를 추구하는 원숭이간의 대결이라는 내용에서 배울 점도 있다. 특히 트럼프가 보고 배워야 하겠다.
액션과 스릴이 시종일관 보는 사람을 흥분시키는 영화로 특히 인간보다 나은 원숭이들의 관대함과 사랑과 연민 그리고 통찰력 및 코믹한 행동이 여름철 블록버스터 영화를 휴먼 터치(몽키 터치라고 해야겠지만)로 감싸주고 있다. 
이 영화의 원전은 지난 1968년에 나온 찰턴 헤스턴 주연의 ‘혹성 탈출’이다. 그 것을 지난 2011년에 새로 만들었고 이 영화가 히트하면서 속편이 나온 뒤 이번 것은 두 번째 속편이다.
지난 영화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북가주의 원숭이 실험실에서 생산한 바이러스로 인간 못지않게 똑똑한 원숭이들이 만들어진다. 이 바이러스로 인간은 떼죽음을 당한다. 그리고 원숭이들은 실험실을 탈출해 숲속으로 도주한다. 
그 후 10년. 숲 속에 자기들 나라를 구축한 원숭이들과 살아남은 인간들 간에 긴장이 팽배하면서 양자 간에 전면전이 일어난다. 전편의 영화와 이번 영화의 주인공은 원숭이들의 리더로 총명하고 현명하며 평화를 사랑하는 시저(앤디 서키스의 몸과 눈의 움직임을 포착한 모션-캡처 기술로 보여주는 시저의 행동과 희로애락의 감정이 가득한 눈 표정이 절묘하다.)
영화는 새디스틱하고 호전적인 대령(우디 해럴슨)이 파견한 군대가 시저의 영역을 침공해 전투가 벌어지면서 시작된다. 그리고 시저는 평화의 제스처로 인간 포로들을 돌려보낸다. 그러나 대령은 이번에는 자기가 직접 전투에 참가해 원숭이들의 영역을 침공하면서 원숭이들은 피난을 떠난다. 
시저는 가족이 대령의 포로가 되면서 마침내 응전을 결심하고 동지들을 이끌고 대령의 본거지로 향한다. 일종의 원숭이들의 로드 무비인데 이 과정에서 갖가지 액션과 우스운 일들이 일어난다. 일행은 가다가 혼자 남은 소녀 노바(아미아 빌러)를 입양해 알뜰히 돌본다.
원숭이들 중에서 재미있는 것은 인간이 ‘배드 에이프’라고 명명한 나이 먹은 떠돌이 원숭이(스티브 잰). ‘배드 에이프’는 때로 살벌하고 폭력적인 영화에 코믹한 쉼표 구실을 한다. 
또 다른 것은 동정심 많고 상냥한 붉은 털의 성성이 모리스(캐린 코노발). 우스우면서도 인자해 보기에 좋다.
원숭이들의 감금과 그들에 대한 가혹 행위 그리고 탈출과 음모와 배신이 이어지면서 마침내 원숭이들과 인간의 치열한 전쟁이 일어난다. 
특수효과로 만들어진 원숭이들의 수화와 동작으로 표현되는 대화 그리고 이들의 몸짓과 움직임과 표정이 경이롭다. 이 영화는 성공한 ‘몽키 비즈니스’다. 맷 리브스 감독. ★★★½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레이디 맥베스(Lady Macbeth)


욕정에 불타는 캐서린은 방해되는 자들을 하나씩 제거한다.

욕정 사로잡힌 새색시 연쇄살인 음울하게 그려


처녀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더니 성적으로 좌절감에 빠진 젊은 새색시가 한을 품으니 여러 사람 저승길로 간다. 러시아 소설 ‘므첸스크 디스트릭의 레이디 맥베스’가 원작으로 이 소설 내용을 쇼스타코비치가 오페라로 만들었다가 스탈린에게 퇴폐적 작품이라는 낙인이 찍혀 음악가로서의 생애는 물론이요 목숨마저 위험에 빠졌던 일화가 유명하다.
섹스와 살인과 음모 그리고 권위에의 저항이 있는 어둡고 정열적이요 음울하면서도 안으로 끓어오르는 멜로드라마로 연기와 촬영과 의상이 모두 훌륭한 재미 만점의 작품이다. 특히 질식할 것 같은 부부 생활에서 탈주한 여자의 이야기여서 ‘보바리 부인’과 ‘안나 카레니나’ 및 ‘차털레이 부인의 연인’을 생각나게 한다. 또 바람이 휩쓸고 지나간 황량한 영국의 멀리 떨어진 시골 정경이 ‘폭풍의 언덕’을 연상케 한다.
1865년. 영국 북부 노덤버랜드의 황량한 시골의 외딴 대저택에서 사는 40세의 알렉산더(폴 힐튼)는 방년 17세의 캐서린(플로렌스 퓨)을 아내로 맞는다. 알렉산더와 그의 아버지 보리스(크리스토퍼 페어뱅크)는 부유한 광산주로 2세를 보기 위해 플로렌스의 아버지로부터 딸을 땅과 함께 매입했다.
차갑고 기분 나쁜 분위기를 풍기는 폭군적인 알렉산더는 신혼 초야의 행위를 거부한다. 그리고 아내에게 외출을 금지시킨다. 보리스도 며느리에게 적대적이다. 캐서린은 하녀 안나(네이오미 액키)와 몇 명의 하인들이 지키는 저택의 수인이나 마찬가지다. 한창 피가 끓어오르는 나이의 캐서린은 푸른 드레스를 입은 채 창가에서 밖을 내다보면서 자유를 탐낸다.
광산에서 폭발사고나 나면서 알렉산더가 현지로 가고 보리스도 업무 차 런던에 간다. 둘이 없는 동안 캐서린은 외출해 거친 자연을 즐긴다. 그리고 마구간에 들렀다가 젊고 신체 건강하고 도전적인 막일꾼 세바스티안(코스모 자비스)을 만나 둘은 눈이 맞는다.
캐서린과 세바스티안은 주위에 아랑곳 않고 침실과 마구간을 가리지 않고 욕정을 불사르는데 결국 둘의 통정을 안나를 비롯해 알렉산더와 보리스 등 모두가 알게 된다. 이에 가혹한 응징 행위가 가해지면서 안나는 자기가 계획한 음모에 마다하는 세바스티안을 끌어들여 살인을 한다. 이 살인은 연쇄 살인으로 번진다.
계급과 인종문제도 다른 작품으로 아이로니컬하고 애매모호하게 끝이 나는데 퓨(21)가 도도하고 당찬 연기를 알차게 한다. 대성할 배우다. 윌리엄 올드로이드 감독. ★★★½(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