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7년 5월 24일 수요일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2’의 크리스 프랫




“주라기 공원·어벤저스 등 속편 출연… 난 행운아”


마블만화를 원작으로 2014년에 만든 빅히트작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속편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2’에서 외계 무뢰한들로 구성된 우주 수호자들의 리더 피터 퀼로 나오는 크리스 프랫(37)과의 인터뷰가 최근 할리우드에 있는 런던호텔에서 있었다.
건장한 체격에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이는 씩씩한 프랫은 유머와 위트를 섞어 농담을 해가면서 전연 스타 티를 안내고 겸손하고 편안하게 인터뷰에 응했다. 금방 친해질 수 있는 이웃집 사람과 같아 인터뷰가 재미있고 즐거웠다. 프랫은 인터뷰에서 작년에 ‘패신저’ 홍보차 한국에 갔을 때 팬들로부터 뜨거운 환영을 받아 정말로 고마웠다고 말했다.

▲ TV 시리즈의 조연배우로 시작해 이렇게 스크린의 빅스타가 된 소감은.
“내 인생이 변한 것은 사실이다. 명성으로 인해 자신의 사생활을 잃은 사람들은 성공에 대해 부정적으로 얘기하는 경향이 있는데 나는 가급적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한다. 고마울 뿐이다. 그런데 난 늘 성취감과 행복감에 차서 살아왔기 때문에 명성에 대해 급급해 하진 않았다. 이제 다행이라 할 것은 더 이상 영수증의 금액을 안 들여다봐도 된다는 것이다. 문제라면 대중이 있는 곳에 갔을 때의 처신이다. 그 외에는 예전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그리고 과거보다 많고 좋은 작품을 마음대로 선택 할 수 있다는 것도 혜택이다.”

▲성공으로 인해 신나는 일들이 많다고 했는데 그것들은 무엇인가.
“나와 가족에게 주어진 기회를 비롯해 우리들의 노후 그리고 여행하고픈 곳에 갈 수 있고 사고 싶은 땅도 살 수 있고 또 매년 몇 달 간의 휴가 등 흥분되는 것들이 많다. 또 훌륭한 영화인들과 함께 일 할 수 있으며 여러분들과도 자주 만날 수 있지 않은가. 우린 한 가족이나 마찬가지가 아닌가.”          

▲이 영화의 속편이 몇 개나 만들어지는가.
“계약상 제3편은 꼭 나온다. 난 이 영화를 사랑한다. 제3편도 전편들처럼 제임스 건이 감독하고 각본을 쓴다. 이 영화는 그의 것이나 마찬가지다.”

▲제2편 만든 경험은 어떤가.
“감독을 비롯해 출연진들이 다 구면이어서 편안했다. 우린 제1편을 만들 때 금방 친구들이 됐다. 제1편을 만들 때보다 훨씬 쉽게 역에 적응할 수가 있었다. 따라서 영화 만드는 것도 전편보다 훨씬 쉬웠다.”

▲작년에 ‘패신저’ 홍보 차 한국에 갔을 때 한국 팬들로부터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고 들었는데.
“정말로 그들을 사랑한다. 그들로부터 진짜로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을 느꼈었다. 그와 함께 팬들의 성원과 그들이 이 영화의 전편을 아주 좋아한다는 것도 절감했었다.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우린 대규모 팬들과의 만남의 시간을 만들었는데 모두들 멋있었고 감동적이었다. 엄청나게 많은 팬들이 참석했는데 우리나 팬들 모두 참으로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진짜 좋은 시간을 보냈다.”
크리스 프랫은 화려한 볼거리를 자랑하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2’에서 우주 수호자들의 리더로 나온다.

▲ ‘주라기 공원2’와 ‘어벤저스: 인피니티 워-파트1’ 등에도 나오는데 속편을 너무 많이 만든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속편들이 나오는 3편의 영화에 나온다는 것은 운이 좋은 일이다. 배우란 앞으로 6개월의 일정을 명확히 내다보기가 힘든 직업이다. 아버지요 남편으로서 미래를 꾸려가려고 하는 나로선 앞으로 내가 어디에 있을지를 분명히 알 수 있는 속편을 만든다는 것은 아주 좋은 일이다. 그렇게 하기란 배우로선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그 영화들이 다 좋고 또 히트작이라는 것도 기쁜 일이다.”          

▲성공해 더 이상 영수증 내역을 안 들여다 봐 좋다고 했는데 또 다른 멋진 일은 무엇인가. 
“난 만화영화의 음성연기를 하기도 하는데 돈 대신 장난감을 보수로 받는다. 그래서 그것들을 차에 싣고 아동병원에 가 아이들에게 나눠주곤 한다. 그것이 다른 특혜 중 하나다. 어느 날 인스타그램으로 감기에 걸린 아이가 내가 준 선물인 가면을 쓴 채 자고 있는 것을 보면서 정말로 좋은 일을 했구나 하고 생각했다.”

▲배우로서 여행을 많이 할 텐데 당신은 훌륭한 여행자인가.
“우리의 여행은 여행이라기보다 장소의 이동이다. 촬영을 할 때 여행이란 목적지도 제대로  모르고 한다. 그러나 여행 할 때면 책과 헤드폰을 비롯해 만반의 준비를 한다. 그리고 꼭 루빅스 큐브를 갖고 간다.”

▲짐을 잘 싸는가.
“형편없다. 늘 가장 중요한 것을 잊곤 한다. 내 아내(배우인 안나 화리스)가 나보다 훨씬 나은데 아내는 여행하기 이틀 전부터 짐을 싼다. 나는 떠나는 날 짐을 싸느라 난리법석을 떨면서 아내에게 도움을 청하곤 한다.”

▲지구의 환경 조건이 싫어 다른 별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해봤는가.
“노. 어디로 가란 말인가. 지구보다 더 살기 좋은 곳은 없다. 화성은 너무 뜨거워 못 살걸. 난 내가 사는 지구를 사랑한다. 물론 우린 문제가 있긴 하지만 그 것은 우리가 풀어나가면 된다. 지구는 당신과 나 같은 사람들을 필요로 한다. 우린 문제들과 정면 대결해야지 그것으로부터 달아날 수는 없다.”

▲‘주라기 공원2’에 대해 말해 달라.
“기존 ‘주라기 공원’과 다른 공포를 줄 것이다. 기존의 것들과 다른 새롭고 매우 신선한 감각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내년에 개봉된다.”

▲팬들로부터 괴이한 반응이나 경험을 겪은 적이 있는가.
“어제 프리미어에서 웬 이상한 남자가 갑자기 흥분을 하고 화를 내면서 가라데 폼을 잡으며 야단법석을 떨어 사람들이 그를 들어 날라야 했다. 날 해치지 않은 게 다행이다. 누가 갑자기 내게 달려들지 모르는 일이다. 그런 미친 사람들이 더러 있다.”

▲존경의 마음으로 당신 가족 외에 누군가의 동상을 만든다면 누가 되겠는가.
“예수와 실베스터 스탤론 그리고 어쩌면 짐 캐리다. 이유는 묻지 말라. 나도 모르니까.”

▲어느 하루 아무도 당신이 누군 줄을 모른다면 무슨 일을 하겠는가.
“해변에 가겠다. 피크닉 준비를 하고 큰 공공장소인 해변에 가서 발가락을 물에 담그고 또 아들(4세)과 안나와 함께 산책을 하겠다. 아무도 날 알아보지 않는 사람들로 붐비는 해변에서 가족과 하루를 즐길 것이다.”

▲좋아하는 해변이라도 있는가.
“마우이의 블랙록 해변이다. 장관이요 아름답다.”

▲아들 잭으로부터 배우는 것이라도 있는가.
“며칠 전에 아들에게 ‘야 잭, 너 이리와 앉아’라고 말했더니 잭이 한다는 소리가 ‘그 게 누구에겐가 말하는 바른 어투냐’고 한 마디 하더라. 그래서 내가 ‘그래 네가 맞다. 여기 와서 앉을 수 있겠니’ 하고 고쳐 말했다. 난 엄격한 아버지 밑에서 자라 명령만 들었지 ‘플리즈’니 ‘댕큐’라는 말을 많이 듣질 못 했다. 그런 성장 배경 때문에 나도 아들에게 그렇게 말했는데 그래서 가급적 아들에게 ‘플리즈’와 ‘댕큐’를 많이 쓰려고 노력중이다.”

▲늘 행복하고 즐거워 보이는데 어두운 면이라도 있는가.
“누구나 다 어두운 면이 있겠지만 대중 앞에서 그것을 잘 드러내진 않는다. 난 불화 없는 가정에서 자라 그런 것 같다. 그런데 가족 간에도 가끔 충돌은 있는 것이 건전하다. 그러나 우린 그것을 피했다. 그런 탓에 난 내 의견을 크게 내놓기를 꺼려한다.”

▲예측 불허한 도널드 트럼프로부터 우리 우주를 지킬 비법이라도 있는가.
“견제와 균형이 있는 나라에서 살고 있는 것이 큰 다행이다. 우리는 독재자에게 굴하지 않을 수 있는 체제를 가졌다. 도널드 트럼프가 독재자라곤 안 하겠지만 우린 독재자들로부터 우리를 보호할 수 있는 사법체제와 행정부를 가졌다. 그래서 매 4년마다 선거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난 우리 국민이 누군가 옳은 일을 하지 않으면 그를 교체할 수 있는 옳은 선택을 할 수 있는 이 나라와 국민을 믿는다. 그리고 난 우리 헌법이 누군가가 과도한 권력을 행사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도 믿는다. 난 우리 정부와 신을 믿는다. 난 우리나라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결혼 계획(The Wedding Plan)


미칼이 신랑도 없는데 결혼식을 강행하고 있다

결혼 한달 앞두고 파혼통보‘신랑 구하기’성공할까


텔 아비브에 사는 신심이 강한 보수파 유대교 신자인 32세 난 처녀가 결혼 한 달 전에 약혼자로부터 버림을 받고도 그것을 자기 믿음에 대한 시험이라 생각하면서 계획대로 결혼식을 준비하는 얘기를 코믹하면서도 진지하게 다룬 드라마다. 감독(각본 겸)은 이스라일계 미국인 라마 버쉬틴.
주인공 여자의 눈으로 서술되는데 아기자기한 에피소드들과 함께 과연 주인공이 끝에 가서 자기 믿음대로 기적이 이뤄져 결혼을 하게 될 것이냐 아니냐 하는 궁금함 때문에 서스펜스에 매달리게 된다.
아동파티용 이동 페팅 동물원을 운영하는 미칼(노아 코러)은 미인은 아니나 아름답고 건강하고 생명력 넘치는 여자. 그런데 결혼 한 달 전에 느닷없이 약혼자로부터 “난 너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통보와 함께 파혼을 당한다. 건강하고 건실한 남자 쉬미(아모스 타맘)가 경영하는 결혼식장을 이미 예약한데다 손님들에게 초청장까지 보낸 뒤여서 미칼은 큰 시름에 빠진다.
그러나 신심이 강한 미칼은 이것을 하나의 시련이라 믿고 신랑 없는 결혼식을 예정대로 치르기로 결심한다. 신이 기적을 일으켜 한 달 안으로 신랑감을 골라 주리라고 믿는다. 자기 어머니와 언니와 친구들마저 이를 믿지 않는 가운데 미칼은 연속적으로 블라인드 데이트를 하나 신랑감을 못 고른다.  
마음이 다급해진 미칼은 우크라이나로 여행해 성지를 찾아가 기도를 하는데 이 기도가 통했는지 여기서 미남 인기 록가수(오즈 제하비)를 만나 데이트를 즐긴다. 그리고 미칼은 혼자 귀국한다. 마침내 결혼식 날 신랑이 없는데도 미칼은 웨딩 드레스를 입고 손님들이 참석한 가운데  의자에 앉아 신랑을 기다린다. 코러가 따뜻하고 빛나는 연기로 호면을 압도한다.
성인용. 랜드마크 등 일부극장. ★★★1/2(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솔라리스(Solaris·1972)


크리스가 죽은 아내 하리와 재회하고 있다.


망가진 우주선서 만난 자살한 아내
과거의 잘못 바로 잡으려 하는데…


역시 타르콥스키의 영화로 인간의 윤리문제를 탐구한 심오하고 아름다운 형이상학적 공상과학 영화. 상영시간 167분으로 칸 영화제 심시위원 특별상 수상. 원작은 폴랜드의 공상과학 작가 스타니슬라브 렘의 소설. 
스탠리 쿠브릭의 ‘2001: 우주 오디세이’를 연상케 하는 영화로 도덕과 죽음 그리고 기억과 시간에 관한 철학적이요 신비한 작품이어서 강력한 집중력을 요구하나 ‘스토커’처럼 아름답다. 
시골에서 부모와 어린 딸과 함께 사는 중년의 우주인 크리스는 혹성 솔라리스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상한 현상을 조사하기 위해 혹성 주위를 돌고 있는 우주선에 도착한다. 솔라리스의 표면은 생명체로 인간의 환상을 현실로 만들어주는 작용을 한다. 
크리스는 내부가 망가진 우주선에 아직도 두 명의 과학자가 살고 있다는 것과 함께 자기의 옛 동료인 우주인이 자살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의 죽음이 솔라리스의 표면과 불가사의한 관계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그런데 솔라리스에 크리스의 자살한 아내 하리가 생전과 똑 같은 모습으로 나타나면서 크리스는 자신의 과거 잘못을 고치고 다시 아내와의 관계를 정립하려고 애를 쓴다. 사랑과 진실 그리고 인간성에 대한 개념에 대해 묻고 있는 독창적인 작품. 디지털 복원판으로 23-25일 까지 뉴아트서 상영.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스토커(Stalker·1969)


스토커(앞)가 작가와 교수를 '존'으로 안내하고 있다.

욕망 이뤄주는 방… 3인의 선택은


러시아의 사색적이요 철학적이며 심오한 감독 안드레 타르콥스키의 작품으로 공상과학적 요소와 철학적이요 심리학적인 요소를 혼합한 예술영화다. 상영시간 161분으로 카메라 동작과 서술이 엄청나게 느려 인내심이 필요하나 매우 아름답고 의미심장한 작품이다. 
‘스토커’라 불리는 안내자가 작품의 영감을 찾는 우울한 작가와 과학적 발견을 추구하는 교수를 데리고 오래 전에 일어난 대재난으로 지구 종말 후의 세상처럼 된 신비하고 제한된 지역인 ‘존’을 가로질러 간다. 이들의 목적지는 인간의 가장 내밀한 욕망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능력을 지닌 ‘방’. 
세 사람이 현대사회의 지스러기들로 지저분한 ‘존’을 여행하면서 대화하고 논쟁을 벌이다가 ‘존’ 그 자체가 생명체처럼 감지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종교적 은유요 현대 사회의 정치적 불안에 대한 고찰이며 아울러 영화 자체에 대한 명상으로 세밀한 부분까지 마치 현미경으로 드려다 보듯이 찍은 촬영이 찬란하다. 
디지털 복원판으로 19~22일까지 뉴아트(11272 샌타모니카)서 상영.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2017년 5월 23일 화요일

‘위대한 카루소’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와 조셉 카예아는 모두 마리오 란자가 나온 뮤지컬 ‘위대한 카루소’(The Great Caruso^1951)를 보고 오페라 가수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란자는 이 두 가수의 정신적 사부인 셈이다.
‘위대한 카루소’는 테너 엔리코 카루소의 삶을 허구화 한 것으로 란자가 달리는 기차의 엔진 소리와도 같은 추진력과 막강한 음성으로 오페라 아리아 ‘여자의 마음’과 ‘별은 빛나건만’ 및 ‘남 몰래 흘리는 눈물’ 들을 열창한다. 고등학생 때 그의 음성에 감탄사를 내지르며 재미있게 봤다.
꿀 빛 음성을 지닌 리릭 테너 질리와 파바로티의 후계자요 현존하는 가장 아름다운 오페라 가수 중 하나라는 평을 받고 있는 지중해의 섬나라 말타 태생의 조셉 카예아(39^사진)의 노래를들으려고 지난 주 산타모니카의 브로드 스테이지엘 찾아갔다. 처음으로 그의 노래도 들어보고 싶었지만 그보다 더 큰 까닭은 이 공연에 ‘마리오 란자에의 헌사’라는 부제가 달렸기 때문이었다. 카예아를 통해 란자를 회상하려고 한 것이다. 객석에는 란자의 가족이 참석했다.
오케스트라의 반주에 맞춰 노래하는 거구의 카예아의 음성은 곱고 맑고 결도 가지런했다. 오페라 아리아 ‘별은 빛나건만’과 ‘꽃의 노래’ 등과 함께 내가 어렸을 때부터 좋아한 토스티의 ‘이데알레’와 레온카발로의 ‘마티나타’ 등을 감정의 골을 이뤄가면서 강렬하게 노래했다.
그가 부른 마지막 노래는 란자의 간판곡인 ‘비 마이 러브’. 이 노래는 란자가 1950년대 할리웃의 빅 스타로 군림했을 때 출연한 ‘뉴 올리언스의 토스트’에서 부른 것이다. 란자가 아름답고 우람차면서도 감칠 맛나게 노래해 삽시간에 200만장의 레코드가 팔려나간 곡으로 지금까지도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는 노래다.
카예아의 음성은 아름답고 청아했지만 란자의 육감적이면서도 부드러운 음성의 폭과 높낮이에는 이르질 못했다. 집에 돌아와 카예아의 노래와 비교해보려고 스테파노가 부르는 ‘별은 빛나건만’을 들었다. 스테파노의 애간장을 끊는 처절히 아름다운 음성은 란자도 카예아도 따르질 못할 것이다.      
내가 란자의 노래를 처음 들은 것은 고등학생 때 서울 광화문에 있던 국제극장에서 그가 주연한 영화 ‘세레나데’를 단체로 관람했을 때였다. 포도원 일꾼이 오페라 가수로 성공하면서 두 여인 사이에서 갈등하는 통속적인 멜로드라마다.
란자의 연기는 별 것 아니었지만 야생마의 울음과도 같은 그의 노래 소리는 체한 가슴을 뚫어놓을 만큼 시원했다. ‘비 마이 러브’를 들은 것은 이보다 후인 고등학교 2학년 때. 당시 음악선생님이 이 노래가 담긴 음반을 가져와 들려주었는데 첫 소절부터 벼락 치듯 하는 소리에 화들짝 놀랐던 기억이 난다.
란자는 오페라 가수로서 보다 팝가수로 더 유명하다. 오페라 아리아도 잘 부르긴 했지만 이보다는 ‘비 마이 러브’를 비롯해 ‘그라나다’와 ‘세레나데’ ‘비커즈 유어 마인’ 및 ‘위드 어 송 인 마이하트’ 같은 노래들로 더 친숙하다.
술꾼들이 사랑하는 권주가 ‘드링킹 송’도 란자의 인기 곡 중 하나. “드링크, 드링크, 드링크”로 시작되는 노래는 시그먼드 롬버그의 오페레타를 영화로 만든 ‘황태자의 첫 사랑’(The Student Prince^ 1954)에 나온다.
하이델베르크를 무대로 대학서 공부하는 황태자(에드먼드 퍼덤)와 맥주집 웨이트리스(앤 블라이드)의 못 이룰 사랑을 그린 얘기로 란자는 목소리만 빌려줬다. 대학생 때 이 오페레타의 원작인 ‘알트 하이델베르크’를 가르쳐 주시던 김정진 교수님이 “독일 대학생들은 슈투디렌(공부), 리벤(사랑) 운트 트링켄(음주) 순서대로 대학시절을 보내는데 여러분들은 이를 거꾸로 보내면 안 됩니다”하고 충고해 주셨다. 그 말씀을 들었어야 하는 건데 후회가 막심하다.
카루소가 사망한 해인 1921년 필라델피아의 서민 가정에서 태어난 란자는 고교를 중퇴하고 할아버지의 식품도매상에서 막 일을 하다가 명지휘자 세르게이 쿠세비츠키의 오디션에 참가, 장학금을 받으면서 가수의 길로 들어선다. 란자는 1947년 할리웃 보울에서 노래를 부르다 MGM사장 루이 B. 메이어의 비서실장에 의해 발탁돼 계약을 맺으면서 출세 길이 열린다.
박진감 있는 란자의 음성은 비록 정통적인 훈련을 못 받아 세련되지 못한 감은 있으나 기교를 부리지 않고 몸속에서 나오는 대로 노래해 마치 자연 속의 폭포수 소리와도 같이 맑고 힘차다. 출생부터 서민인 란자의 노래는 서민적이어서 친근감이 간다. 그래서 더 대중의 큰 인기를 모았던 같다.    
란자의 몰락은 그의 인기만큼이나 급속했는데 걷잡을 수 없는 성격과 술과 약물 그리고 과체중으로 인해 1959년 38세로 요절했다. 전문가들은 그가 제대로 오페라에만 전념했더라면 제2의 카루소가 되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들 했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2017년 5월 19일 금요일

‘고잉 인 스타일’애니 역의 앤-마그렛




“오랫만에 스크린 컴백… 아킨과의 콤비 최고”


자신들의 노후 은퇴자금을 말아먹은 은행을 터는 3인조 노인 강도(마이클 케인, 모간 프리맨, 앨란 아킨)의 코미디 범죄영화 ‘고잉 인 스타일’(Going in Style)에서 알버트 역의 아킨의 애인 애니로 나온 앤-마그렛(75)과의 인터뷰가 최근 뉴욕의 위트비호텔에서 있었다.
한창 시절 ‘섹스 키튼’이라 불렸던 스웨덴 태생의 앤-마그렛은 1960년대 배우와 가수와 댄서로 전성기를 누렸었다. 그는 영화 ‘비바 라스 베가스’(1964)에서 엘비스 프레슬리와 공연하면서 둘은 연인 사이가 됐었다. 앤-마그렛의 노래 ‘슬로울리’와 ‘왓 앰 아이 서포즈드 투 두’는 한국에서도 빅 히트 했었다.
나이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깜찍한 모습의 앤-마그렛은 예의 바르면서도 특유의 유혹하는 듯한  눈웃음을 치면서 유머를 섞어 명랑하게 질문에 대답했다. 어투와 표정과 제스처가 마치 연기하듯 했는데 “하 하 하”하고 큰 소리로 웃으며 오래간만의 스크린 컴백을 즐기는 것 같았다.

-오래간만에 나이 먹은 배우들이 나오는 어른들을 위한 영화다. 소감이 어떤가.
“이 영화를 만든 것은 내 인생의 최고의 시간이었다. 내가 나온 ‘그럼피 올드 맨’에서 잭 레몬과 월터 매사우와 일하던 따뜻한 분위기를 다시 누리는 것 같았다. 케인과 프리맨과 아킨 등과의 콤비야 말로 믿을 수 없을 만큼 무르익은 것이었다.”

-세 배우를 다 잘 알고 있었나.
“마이클과는 1960년대 그가 런던에서 경영하던 식당에서 만나 구면이다. 모간은 초면이나 사람이 쾌활하고 솔직해 우린 즉각적으로 조화를 이뤘다. 아킨과는 과거 영화에서 공연해 잘 알고 있는데 그는 정말로 괴짜다. 난 이들을 ‘저 아이들’이라 부르며 함께 즐겁게 보냈다. 

-당신은 남편(배우출신으로 앤-마그렛의 매니저가 된 로저 스미스)과 반세기 간 금슬 좋게 살고 있는데 그 비결은 무엇인가.
“오는 5월8일로 결혼증서에 서명한지 50년째가 되지만 실제로는 53년간을 함께 살았다. 둘이 함께 협력해야 한다는 것이 비결이다. 우리는 아직도 서로 함께 웃고 서로를 사랑하고 좋아하며 함께 있는 것을 즐긴다. 가끔 그의 목을 조르고 싶을 때가 있긴 하지만.”  

-당신의 전성기와 지금을 비교할 때 할리웃에서의 여성의 위치는 어떻게 변했는가.
“내 첫 역은 ‘주머니에 가득한 기적’(1961)에서의 베테 데이비스의 딸이었다. 프랭크 캐프라가 감독했다. 그 때 카메라 뒤에서 일한 여자는 미용사와 몸 분장사 등 달랑 3명이었다. 그리고 감독과 제작자의 여비서들이 잠깐 세트에 들르곤 했다. 그러나 이 영화를 만들 땐 카메라 뒤에서 여러 명의 여자들이 일했다.”

-섹스 심볼 이미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 하는가
“그것은 순전히 주관적인 견해다. 난 그것에 대해 아무 아이디어도 없다.”

-당신은 영화에서 자기가 원하는 것은 차지하는 맹렬여성인데 실제로도 그런가.
“그렇다.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것이 있다면 난 전투에선 질지 몰라도 전쟁에선 이기는 정신으로 추구한다.” 
애니(왼쪽)와 앨란이 함께 노래를 부르고 있다.

-과거를 돌아 보건대 달리 했었더라면 하고 생각하는 것이라도 있는가.
“난 네 살 때부터 연예인이 되려고 했다. 난 작은 시골마을 태생으로 몇 안 되는 식구들과 살면서 컸는데 어렸을 때부터 노래를 부르며 열심히 일하는 가족을 위로하기를 좋아했다. 그 때부터 연예인이 되겠다는 생각만 했다.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

-그래서 지금 만족하는가.
“난 늘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려고 바랬다. 1966년과 1968년에는 베트남에 가서 위문공연을 했는데 내가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보람을 느꼈었다.”

-고향인 스웨덴에서 만든 영화가 있는가.
“없다. 우리 집은 아버지가 먼저 2차 대전 때 시카고의 친척들을 찾아 이민했고 이어 전쟁이 끝나고 어머니와 다섯 살이었던 내가 미국으로 이주했다. 그 때 우리 마을 주민 수는 달랑 162명이었는데 2년 전에 다시 찾아가니 모두 98명이 살고 있었다.”

-스웨덴에 자주 가는가.
“영화 홍보를 비롯해 개인적으로 여러 번 방문했다. 2년 전에 간 것은 나에 관한 기록영화를 만들기 때문이었다. 그 때 난 내가 살던 집에 묵었는데 참 감개가 무량했다. 고향에는 내 어릴 적 친구들이 아직도 몇 명 남아 있다. 그들과의 재회야 말로 다 할 수 없는 감격이었다.”

-아직 멋있고 몸매도 보기 좋은데 운동이라도 하는가.
“최연소자는 38세 그리고 최연장자는 86세의 사람들로 그룹을 이뤄 매주 세 차례 운동을 하고 매주 토요일 아침마다 산책을 즐긴다. 장소를 바꿔가면서 다닌다. 이 것은 내 어머니가 만들어 놓은 주례 행사를 답습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 것이나 다 먹는가.
“아니다. 그런데 난 과자를 아주 좋아한다. 내가 어렸을 때 집에서 과자를 만들어 군인들에게 제공했는데 그 때부터 과자를 좋아하게 된 것 같다.”

-당신의 노래 ‘슬로울리’와 ‘왓 앰 아이 서포즈드 투 두’는 한국에서도 빅 히트했는데 그 사실 알고 있는가.
(‘왓 앰 아이 서포즈드 투 두’를 흥얼거리면서) “이 노래는 나도 좋아한다. 내가 지난 1968년 한국에 공연차 갔을 때 남편과 함께 무대에서 ‘리틀 그린 애플즈’를 듀엣으로 불렀던 기억이 난다.”

-당신은 ‘원스 어 디프’에서 알랭 들롱과 공연했는데 그때 기억이 나는가.
“오! 알랭 들롱. 그는 참으로 멋진 신사였다. 함께 일 하기도 아주 즐거웠다. 촬영이 끝나는 날 그로부터 선물을 잔뜩 받아 크게 놀랐었다.”

-당신은 또 루이 주르당과도 ‘메이드 인 파리’라는 영화에서 공연했는데 그 때 경험은 어땠는가.
“그는 또 다른 멋쟁이 신사다. 난 축복 받은 사람이다. 난 세상에서 가장 흥미 있는 남자들과 일할 수가 있었다. 그것에 대해 깊이 감사한다. 루이 주르당은 자기가 할 일을 정확히 아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에 따라 각본을 수정하는 것도 봤다. 그는 모든 것을 정확히 하려고 애를 썼다. 그리고 그가 하는 제안이란 다 옳은 것이었다. 그들과 함께 일한 것이야말로 크나 큰 축복이었다.”

-요즘 여성 영화인들이 자신들의 입지를 위해 앞으로 더 나아가야 한다고 보는가.
“그렇다. 과거보다 많이 나아졌지만 남자들과의 수입 격차 등 개선해야 할 점들이 아직 많다고 본다.”

-집안을 어떻게 가꾸는가.
“다채로운 색깔의 스웨덴 장식품들로 가꾸어 놓고 있다. 집 안 도처를 양탄자로 장식하고 있다. 그리고 난 아직도 어머니가 1940년에 만든 재킷을 갖고 있다. 어머니는 늘 옷을 티 한 점 없게 곱게 간직하셨다. 그리고 난 또 여러 가지 스웨덴 격언들을 방에 붙여 놓았다.”

-엘비스 프레슬리와 결혼 했더라면 당신의 삶이 어떻게 변했으리라고 생각하는가.
“그 질문엔 대답 못하겠다. 그것은 너무 개인적인 일이다.”

-엘비스는 어떤 사람이었나.
“참으로 훌륭한 남자였다. 내가 만난 사람 중에 타고난 재능이 가장 뛰어난 사람이었다.
-당신 남편과 몇 번째 데이트에서 그가 당신의 천생배필이라고 알았는가.
“세 번째다. 그러나 53년을 함께 살 줄은 몰랐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파리는 기다려도 돼’(Paris Can Wait)


앤(왼쪽)과 자크가 고급식당에서 포도주를 마시고 있다.

음식·로맨스… 중년 남녀 함께 여행중 꿈 같은 일탈


포장에 비해 내용물의 성분은 모자라지만 경치 하나 절경이요 포도주를 겸한 군침이 절로 도는 가지각색 프랑스 음식 때문에 시각과 미각을 마음껏 충족시킬 수 있는 약간 코미디기가 있는 드라마다. 
중년의 두 남녀가 이틀간 파리 중부를 여행을 함께 하면서 그림같이 아름다운 곳을 방문하고 고급호텔(한 침대에 드는 것은 아님)에 묵으면서 고급 식당에서 먹고 마시는 영화로 완전히 현실 탈피의 동화 같은 영화다. 
이 영화는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아내 엘리노(81)의 극영화 데뷔작으로 엘리노가 제작하고 각본도 썼다. 엘리노는 남편이 만든 ‘지옥의 묵시록’의 현장을 따라다니며 만든 뛰어난 기록영화 ‘암흑의 심장: 영화 제작자의 여정’으로 잘 알려졌다. ‘파리는 기다려도 돼’는 엘리노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든 것이나 내용의 대부분은 허구다. 
 2015년 칸영화제. 이 영화제에 참석한 미국인 거물 제작자 마이클 락우드(알렉 볼드윈)와 그의 아름다운 아내 앤(다이앤 레인)은 칸에서의 일을 마치고 함께 개인비행기를 타고 파리로 갈 예정이나 앤이 최근 귀에 염증이 생겨 자기는 기차를 타고 가겠다고 말한다. 마이클은 일에 묻혀 사는 남자로 해외여행이 많지만 그와 앤의 관계는 별 탈은 없다. 
앤의 기차여행을 만류하는 남자는 마이클의 프랑스인 사업 파트너 자크(아노 비아르). 낡아빠진 푸조 컨버터블을 모는 재잘대는 자크가 자기가 차로 앤을 파리까지 데려다 주겠고 제의, 앤이 이 제의를 받아들이면서 둘의 그림책 속 여정 같은 드라이브가 이어진다. 
원래 7시간짜리 여정이 이틀이 걸리는데 그 이유는 자크가 “파리는 기다려도 된다”라면서 앤을 가는 길에 있는 아름다운 관광명소로  안내하기 때문. 그런데 자크라는 친구는 별 해는 없지만 전형적인 프랑스 남자로 자기 자랑과 자만에 빠진데다가 여자라면 무조건 한번 로맨스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바람둥이다. 
아름답고 생기발랄한 앤이 남편과의 무덤덤한 생활에서 잠시 일탈해 자크와 잠깐의 로맨스를 꽃 피울지도 모른다는 스릴이 없는 것은 아니나 이 영화는 그런 영화가 아니다. 그러나 앤도 여자이니만큼 자크의 자기에 대한 찬미를 안 즐기는 것은 아니다. 
가다가 먼저 들른 곳이 경치가 아름답기 짝이 없는 프로방스. 둘은 고급호텔에 묵은 뒤 고급식당에서 와인과 지방 특산물을 포함한 산해진미(클로즈-업으로 보여주는 음식이 보기 좋다)를 즐기는데 자크가 냅다 음식 자랑을 하면서 포도주 이름을 줄줄이 늘어놓는다. 그런데 자크는 돈이 없어 앤이 지불한다. 
다음 장소가 리용. 둘은 영화의 발생장소인 여기서 뤼미에르 인스튜티트를 방문하고 또 직물박물관과 노천시장을 둘러본다. 물론 고급식당에서 와인과 음식도 즐긴다. 자크는 이 여행 중 집요하게 앤에게 은근짜를 놓지만 앤은 이에 넘어가지 않는다(잠깐 넘어갈 것 같은 순간이 있긴 했지만). 앤이 파리에 도착해 호텔에 여장을 푸니 마이클이 “당신 도대체 어디 있는 거야”라고 보채는 전화가 걸려온다. 
촬영이 눈이 어지러울 정도로 아름답고 레인도 아름답다. 다만 레인이 늘 쾌적해 보이는 여자로 행동하는 것을 다소 지양하고 좀 도전적인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나이 든 사람들을 위한 영화로 딴 세상 얘기처럼 비현실적이긴 하나 보고 즐길 만은 하다. PG. Sony Pictures Classics. 아크라이트와 랜드마크.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