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7년 5월 19일 금요일

‘고잉 인 스타일’애니 역의 앤-마그렛




“오랫만에 스크린 컴백… 아킨과의 콤비 최고”


자신들의 노후 은퇴자금을 말아먹은 은행을 터는 3인조 노인 강도(마이클 케인, 모간 프리맨, 앨란 아킨)의 코미디 범죄영화 ‘고잉 인 스타일’(Going in Style)에서 알버트 역의 아킨의 애인 애니로 나온 앤-마그렛(75)과의 인터뷰가 최근 뉴욕의 위트비호텔에서 있었다.
한창 시절 ‘섹스 키튼’이라 불렸던 스웨덴 태생의 앤-마그렛은 1960년대 배우와 가수와 댄서로 전성기를 누렸었다. 그는 영화 ‘비바 라스 베가스’(1964)에서 엘비스 프레슬리와 공연하면서 둘은 연인 사이가 됐었다. 앤-마그렛의 노래 ‘슬로울리’와 ‘왓 앰 아이 서포즈드 투 두’는 한국에서도 빅 히트 했었다.
나이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깜찍한 모습의 앤-마그렛은 예의 바르면서도 특유의 유혹하는 듯한  눈웃음을 치면서 유머를 섞어 명랑하게 질문에 대답했다. 어투와 표정과 제스처가 마치 연기하듯 했는데 “하 하 하”하고 큰 소리로 웃으며 오래간만의 스크린 컴백을 즐기는 것 같았다.

-오래간만에 나이 먹은 배우들이 나오는 어른들을 위한 영화다. 소감이 어떤가.
“이 영화를 만든 것은 내 인생의 최고의 시간이었다. 내가 나온 ‘그럼피 올드 맨’에서 잭 레몬과 월터 매사우와 일하던 따뜻한 분위기를 다시 누리는 것 같았다. 케인과 프리맨과 아킨 등과의 콤비야 말로 믿을 수 없을 만큼 무르익은 것이었다.”

-세 배우를 다 잘 알고 있었나.
“마이클과는 1960년대 그가 런던에서 경영하던 식당에서 만나 구면이다. 모간은 초면이나 사람이 쾌활하고 솔직해 우린 즉각적으로 조화를 이뤘다. 아킨과는 과거 영화에서 공연해 잘 알고 있는데 그는 정말로 괴짜다. 난 이들을 ‘저 아이들’이라 부르며 함께 즐겁게 보냈다. 

-당신은 남편(배우출신으로 앤-마그렛의 매니저가 된 로저 스미스)과 반세기 간 금슬 좋게 살고 있는데 그 비결은 무엇인가.
“오는 5월8일로 결혼증서에 서명한지 50년째가 되지만 실제로는 53년간을 함께 살았다. 둘이 함께 협력해야 한다는 것이 비결이다. 우리는 아직도 서로 함께 웃고 서로를 사랑하고 좋아하며 함께 있는 것을 즐긴다. 가끔 그의 목을 조르고 싶을 때가 있긴 하지만.”  

-당신의 전성기와 지금을 비교할 때 할리웃에서의 여성의 위치는 어떻게 변했는가.
“내 첫 역은 ‘주머니에 가득한 기적’(1961)에서의 베테 데이비스의 딸이었다. 프랭크 캐프라가 감독했다. 그 때 카메라 뒤에서 일한 여자는 미용사와 몸 분장사 등 달랑 3명이었다. 그리고 감독과 제작자의 여비서들이 잠깐 세트에 들르곤 했다. 그러나 이 영화를 만들 땐 카메라 뒤에서 여러 명의 여자들이 일했다.”

-섹스 심볼 이미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 하는가
“그것은 순전히 주관적인 견해다. 난 그것에 대해 아무 아이디어도 없다.”

-당신은 영화에서 자기가 원하는 것은 차지하는 맹렬여성인데 실제로도 그런가.
“그렇다.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것이 있다면 난 전투에선 질지 몰라도 전쟁에선 이기는 정신으로 추구한다.” 
애니(왼쪽)와 앨란이 함께 노래를 부르고 있다.

-과거를 돌아 보건대 달리 했었더라면 하고 생각하는 것이라도 있는가.
“난 네 살 때부터 연예인이 되려고 했다. 난 작은 시골마을 태생으로 몇 안 되는 식구들과 살면서 컸는데 어렸을 때부터 노래를 부르며 열심히 일하는 가족을 위로하기를 좋아했다. 그 때부터 연예인이 되겠다는 생각만 했다.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

-그래서 지금 만족하는가.
“난 늘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려고 바랬다. 1966년과 1968년에는 베트남에 가서 위문공연을 했는데 내가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보람을 느꼈었다.”

-고향인 스웨덴에서 만든 영화가 있는가.
“없다. 우리 집은 아버지가 먼저 2차 대전 때 시카고의 친척들을 찾아 이민했고 이어 전쟁이 끝나고 어머니와 다섯 살이었던 내가 미국으로 이주했다. 그 때 우리 마을 주민 수는 달랑 162명이었는데 2년 전에 다시 찾아가니 모두 98명이 살고 있었다.”

-스웨덴에 자주 가는가.
“영화 홍보를 비롯해 개인적으로 여러 번 방문했다. 2년 전에 간 것은 나에 관한 기록영화를 만들기 때문이었다. 그 때 난 내가 살던 집에 묵었는데 참 감개가 무량했다. 고향에는 내 어릴 적 친구들이 아직도 몇 명 남아 있다. 그들과의 재회야 말로 다 할 수 없는 감격이었다.”

-아직 멋있고 몸매도 보기 좋은데 운동이라도 하는가.
“최연소자는 38세 그리고 최연장자는 86세의 사람들로 그룹을 이뤄 매주 세 차례 운동을 하고 매주 토요일 아침마다 산책을 즐긴다. 장소를 바꿔가면서 다닌다. 이 것은 내 어머니가 만들어 놓은 주례 행사를 답습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 것이나 다 먹는가.
“아니다. 그런데 난 과자를 아주 좋아한다. 내가 어렸을 때 집에서 과자를 만들어 군인들에게 제공했는데 그 때부터 과자를 좋아하게 된 것 같다.”

-당신의 노래 ‘슬로울리’와 ‘왓 앰 아이 서포즈드 투 두’는 한국에서도 빅 히트했는데 그 사실 알고 있는가.
(‘왓 앰 아이 서포즈드 투 두’를 흥얼거리면서) “이 노래는 나도 좋아한다. 내가 지난 1968년 한국에 공연차 갔을 때 남편과 함께 무대에서 ‘리틀 그린 애플즈’를 듀엣으로 불렀던 기억이 난다.”

-당신은 ‘원스 어 디프’에서 알랭 들롱과 공연했는데 그때 기억이 나는가.
“오! 알랭 들롱. 그는 참으로 멋진 신사였다. 함께 일 하기도 아주 즐거웠다. 촬영이 끝나는 날 그로부터 선물을 잔뜩 받아 크게 놀랐었다.”

-당신은 또 루이 주르당과도 ‘메이드 인 파리’라는 영화에서 공연했는데 그 때 경험은 어땠는가.
“그는 또 다른 멋쟁이 신사다. 난 축복 받은 사람이다. 난 세상에서 가장 흥미 있는 남자들과 일할 수가 있었다. 그것에 대해 깊이 감사한다. 루이 주르당은 자기가 할 일을 정확히 아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에 따라 각본을 수정하는 것도 봤다. 그는 모든 것을 정확히 하려고 애를 썼다. 그리고 그가 하는 제안이란 다 옳은 것이었다. 그들과 함께 일한 것이야말로 크나 큰 축복이었다.”

-요즘 여성 영화인들이 자신들의 입지를 위해 앞으로 더 나아가야 한다고 보는가.
“그렇다. 과거보다 많이 나아졌지만 남자들과의 수입 격차 등 개선해야 할 점들이 아직 많다고 본다.”

-집안을 어떻게 가꾸는가.
“다채로운 색깔의 스웨덴 장식품들로 가꾸어 놓고 있다. 집 안 도처를 양탄자로 장식하고 있다. 그리고 난 아직도 어머니가 1940년에 만든 재킷을 갖고 있다. 어머니는 늘 옷을 티 한 점 없게 곱게 간직하셨다. 그리고 난 또 여러 가지 스웨덴 격언들을 방에 붙여 놓았다.”

-엘비스 프레슬리와 결혼 했더라면 당신의 삶이 어떻게 변했으리라고 생각하는가.
“그 질문엔 대답 못하겠다. 그것은 너무 개인적인 일이다.”

-엘비스는 어떤 사람이었나.
“참으로 훌륭한 남자였다. 내가 만난 사람 중에 타고난 재능이 가장 뛰어난 사람이었다.
-당신 남편과 몇 번째 데이트에서 그가 당신의 천생배필이라고 알았는가.
“세 번째다. 그러나 53년을 함께 살 줄은 몰랐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파리는 기다려도 돼’(Paris Can Wait)


앤(왼쪽)과 자크가 고급식당에서 포도주를 마시고 있다.

음식·로맨스… 중년 남녀 함께 여행중 꿈 같은 일탈


포장에 비해 내용물의 성분은 모자라지만 경치 하나 절경이요 포도주를 겸한 군침이 절로 도는 가지각색 프랑스 음식 때문에 시각과 미각을 마음껏 충족시킬 수 있는 약간 코미디기가 있는 드라마다. 
중년의 두 남녀가 이틀간 파리 중부를 여행을 함께 하면서 그림같이 아름다운 곳을 방문하고 고급호텔(한 침대에 드는 것은 아님)에 묵으면서 고급 식당에서 먹고 마시는 영화로 완전히 현실 탈피의 동화 같은 영화다. 
이 영화는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아내 엘리노(81)의 극영화 데뷔작으로 엘리노가 제작하고 각본도 썼다. 엘리노는 남편이 만든 ‘지옥의 묵시록’의 현장을 따라다니며 만든 뛰어난 기록영화 ‘암흑의 심장: 영화 제작자의 여정’으로 잘 알려졌다. ‘파리는 기다려도 돼’는 엘리노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든 것이나 내용의 대부분은 허구다. 
 2015년 칸영화제. 이 영화제에 참석한 미국인 거물 제작자 마이클 락우드(알렉 볼드윈)와 그의 아름다운 아내 앤(다이앤 레인)은 칸에서의 일을 마치고 함께 개인비행기를 타고 파리로 갈 예정이나 앤이 최근 귀에 염증이 생겨 자기는 기차를 타고 가겠다고 말한다. 마이클은 일에 묻혀 사는 남자로 해외여행이 많지만 그와 앤의 관계는 별 탈은 없다. 
앤의 기차여행을 만류하는 남자는 마이클의 프랑스인 사업 파트너 자크(아노 비아르). 낡아빠진 푸조 컨버터블을 모는 재잘대는 자크가 자기가 차로 앤을 파리까지 데려다 주겠고 제의, 앤이 이 제의를 받아들이면서 둘의 그림책 속 여정 같은 드라이브가 이어진다. 
원래 7시간짜리 여정이 이틀이 걸리는데 그 이유는 자크가 “파리는 기다려도 된다”라면서 앤을 가는 길에 있는 아름다운 관광명소로  안내하기 때문. 그런데 자크라는 친구는 별 해는 없지만 전형적인 프랑스 남자로 자기 자랑과 자만에 빠진데다가 여자라면 무조건 한번 로맨스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바람둥이다. 
아름답고 생기발랄한 앤이 남편과의 무덤덤한 생활에서 잠시 일탈해 자크와 잠깐의 로맨스를 꽃 피울지도 모른다는 스릴이 없는 것은 아니나 이 영화는 그런 영화가 아니다. 그러나 앤도 여자이니만큼 자크의 자기에 대한 찬미를 안 즐기는 것은 아니다. 
가다가 먼저 들른 곳이 경치가 아름답기 짝이 없는 프로방스. 둘은 고급호텔에 묵은 뒤 고급식당에서 와인과 지방 특산물을 포함한 산해진미(클로즈-업으로 보여주는 음식이 보기 좋다)를 즐기는데 자크가 냅다 음식 자랑을 하면서 포도주 이름을 줄줄이 늘어놓는다. 그런데 자크는 돈이 없어 앤이 지불한다. 
다음 장소가 리용. 둘은 영화의 발생장소인 여기서 뤼미에르 인스튜티트를 방문하고 또 직물박물관과 노천시장을 둘러본다. 물론 고급식당에서 와인과 음식도 즐긴다. 자크는 이 여행 중 집요하게 앤에게 은근짜를 놓지만 앤은 이에 넘어가지 않는다(잠깐 넘어갈 것 같은 순간이 있긴 했지만). 앤이 파리에 도착해 호텔에 여장을 푸니 마이클이 “당신 도대체 어디 있는 거야”라고 보채는 전화가 걸려온다. 
촬영이 눈이 어지러울 정도로 아름답고 레인도 아름답다. 다만 레인이 늘 쾌적해 보이는 여자로 행동하는 것을 다소 지양하고 좀 도전적인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나이 든 사람들을 위한 영화로 딴 세상 얘기처럼 비현실적이긴 하나 보고 즐길 만은 하다. PG. Sony Pictures Classics. 아크라이트와 랜드마크.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납치당한’(Snatched)


어머니 린다와 딸 에밀리가 비명을 지르고 있다.

코미디언 슈머와 골디 혼이 모녀로
정글 누비는 난장판 넌센스 코미디


상스럽기 짝이 없는 넌센스 난장판 코미디로 인기 절정의 코미디언 에이미 슈머와 왕년의 빅스타 왕눈이 코미디언 골디 혼이 서로 성격이 다른 모녀로 나와 티격태격하면서 아마존 정글을 누비고 달리는데 한 마디로 말해 가관이다.
슈머가 P자 상소리를 거침없이 내 뱉으면서 부실하기 짝이 없는 내용을 대신하고 있는데 내용은 물론이요 액션과 모험도 아이들 장난 같다. 두 유명 코미디언이 나와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크다. 
나이 먹은 처녀 에밀리(슈머)가 꿈에 그리던 에콰도르(하와이서 촬영)로 여행을 떠나기 전날 막 인기가 오르고 있는 가수인 애인 마이클(한국계 코미디언 랜달 박)로부터 버림을 받는다. 에밀리는 환불이 안 되는 비행기 표를 가지고 있어 그 동안 사이가 뜸하던 어머니 린다(혼)를 찾아가 함께 여행을 하자고 제의한다.
컴퓨터에 매달려 두문불출하는 다 큰 아들 제프리(아이크 배린홀츠)와 단 둘이 사는 린다는 처음에는 이 제의에 반대하다가 마지못해 수락한다. 둘은 에콰도르에 도착해 호텔에 여장을 푸는데 즉흥적인 에밀리와 꼼꼼하기 짝이 없는 린다가 함께 여행을 하니 충돌이 잦을 수밖에.
에밀리는 호텔 바에 갔다가 잘 생긴 제임스(탐 베이트맨)를 만나 기분이 좋은데 제임스가 정글구경을 시켜주겠다고 선심을 쓴다. 에밀리와 린다가 제임스의 차를 타고 정글로 들어갔다가 납치전문 범법자 모가도(오스카 하에나다)에 의해 납치된다. 남미를 납치천국으로 묘사, 이 영화가 남미사람들로부터 환영을 받을지 궁금하다. 
상거지 꼴을 한 에밀리와 린다는 납치범으로부터 탈출해 계속해 달아나는데 중간에 공중전화로 미 국무부에 구조요청을 하나 담당자 모간(바시르 살라후딘)으로부터 시큰둥한 반응을 받는다. 그래서 둘은 이번에는 집에 있는 아들과 에콰도르 호텔에서 사귄 두 여자 루스(완다 사익스)와 전직 특공대 요원으로 말을 안 하는 바브(조운 큐색)에게 도움을 청한다. 이 두 여자는 필요가 없는 역이다. 
둘은 쫓아오는 납치범들을 피해 정글을 달리다가 이번에는 미국인 정글 안내자 로저(크리스토퍼 멜로니)를 만나 그의 도움을 받는데 가다가 로저가 비명횡사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사이가 멀어졌던 모녀가 관계를 개선한다는 판에 박은 얘기. 슈머와 혼의 콤비는 그런대로 괜찮다. 조나산 리바인 감독. R. Fox. 전지역. ★★1/2(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여자는 강하다


누가 여자를 약하다고 했는가. 올 여름 할리웃은 주먹과 총과 칼을 마구 휘두르는 겁 없고 사나운 여자가 주인공인 영화들을 여러 편 내놓는다. 이 막강한 여자들은 남자와 외계인은 물론이요 남자 수퍼 스타인 탐 크루즈와도 결전을 벌이며 여성 파워를 과시한다.
남녀의 인구비율이 절반씩인데도 할리웃이 여자를 주인공으로 쓰지 않는 이유는 흥행 때문이다. 특히 액션과 모험영화의 경우는 더하다. 그러나 ‘헝거 게임’이나 올 해 빅히트한 ‘미녀와 야수’의 경우는 여자가 주인공인 영화도 얼마든지 손님이 들 수 있다고 증명하고 있다.
여름에 나올 여성 파워 영화들 중에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는 것이 이스라엘 배우 갤 개도가 주연하는 ‘원더 우먼’(Wonder Woman-6월 2일 개봉^사진)이다. 미모에 늘씬한 키 커브 진 몸매를 가진 개도는 작년에 나온 ‘배트맨 대 수퍼맨:정의의 새벽’에서 이미 원더 우먼으로 나와 호평을 받았다. 만화가 원전인 ‘원더 우먼’은 지난 1970년대 미스 월드 아메리카인 린다 카터를 주인공으로 TV시리즈로 만들어져 빅 히트했었다.
오스카상을 탄 샬리즈 테론이 제작하고 주연하는 ‘아토믹 블론드’(Atomic Blonde-7월 28일 개봉)도 기대작. 테론은 영국 정보부 MI6의 스파이 로레인 브러턴으로 나와 옛 베를린을 무대로 위험한 임무를 수행한다.
전형적인 남자 주연의 스파이 액션영화에서 테론은 모두 자기보다 크고 강한 남자들을 상대로 기술과 계략과 담력을 무기로 맞선다. 그리고 음모와 배신에 휘말려 들고 치열한 격투를 벌이면서 아울러 여자 파트너를 상대로 화끈한 섹스까지 치른다. 테론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내 나이 41세에 이런 영화에 나온 것은 하나의 업적”이라면서 “보다 많은 여배우들이 이런 기회를 갖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왕년의 명우 보리스 칼로프가 주연해 그의 대명사가 되다시피 한 ‘머미’(Mummy)를 부활시킨 동명영화(6월 9일 개봉)에서 미라로 나오는 소피아 부텔라도 괴력을 발휘하면서 파괴와 살상을 자행한다. 부텔라의 상대역은 탐 크루즈. 크루즈는 초능력을 발휘하는 부텔라와 싸우면서 죽을 고생을 한다. 한편 부텔라는 ‘아토믹 블론드’에서 테론의 상대역으로도 나온다.
‘라 팜므 니키타’ ‘프로페셔널’ 및 ‘제5의 요소’ 등에서 여자 주인공을 내세운 프랑스감독 뤽 베송의 ‘발레리안과 1천개 혹성의 도시’(Valerian and the City of Thousand Planets-7월 21일 개봉) 역시 여자가 남자와 나란히 서서 악의 세력과 대결하는 영화. 프랑스 공상과학 액션만화 ‘발레리안과 로렐라인’이 원전인 영화에서 로렐라인(카라 델비녜)은 남자 주인공인 발레리안(데인 디한)과 함께 위기에 처한 혹성을 수호하는 정부요원으로 나온다.
그런데 역설적인 것은 영화제목에서 원제의 여자이름 로렐라인을 빼버린 것. 베송은 한 인터뷰에서 영화는 만화에서 보다 로렐라인의 역을 크게 확대했다고 말했으나 제목에 남자 이름만 쓴 것은 여성차별이라는 비판을 받을만하다.      
전문가들은 이들 영화 중에서 흥행 성공이 거의 분명한 것으로 ‘원더 우먼’과 ‘아토믹 블론드’를 들고 있다. 이들 여성 파워영화가 흥행서 성공하면 속편은 물론이요 이와 유사한 영화들이 당분간 쏟아져 나올 것이다.
주먹과 총칼을 휘두르지 않고도 여자가 남자와 동등한 위치에서 여성 파워를 보여주는 영화가 클래식 명화 ‘올 해의 여성’(Woman of the Year^1942)이다. 이 영화는 할리웃의 전설적 커플 ‘트레이시와 헵번’(여기서도 남자 이름이 먼저다)의 첫 공동 출연 영화로 ‘셰인’과 ‘자이언트’를 만든 조지 스티븐스가 감독한 흑백 명품이다.
신문사의 유명 정치 평론가 헵번과 이 신문의 라이벌 매체의 유명 스포츠 기자 트레이시가 서로 대결의식으로 맞서다가 사랑에 빠져 결혼을 한다. 결혼을 하고보니 자신들의 경력이 원만한 부부생활에 장애가 된다는 것을 깨달은 헵번과 트레이시가 이를 지혜롭게 해결한다는 코미디성 드라마다. 헵번이 오스카 주연상 후보에 올랐고 오스카 각본상을 탔다.
이 영화는 헵번의 영화라고 해도 되겠는데 헵번은 트레이시를 직접 만나보지도 않고 그를 자기 상대역으로 요구했다. 이 영화를 계기로 헵번과 유부남인 트레이시는 평생 연인으로 지냈다. 둘은 이 영화 후에 모두 8편의 영화에서 공연했다. 둘의 마지막 영화는 시드니 퐈티에가 공연하고 스탠리 크레이머가 감독한 흑백문제를 다룬 ‘초대 받지 않은 손님’으로 이 영화는 트레이시의 유작이다. ‘올 해의 여성’이 최근 크라이티리언(Criterion)에 의해 블루-레이로 나왔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2017년 5월 9일 화요일

연인들(The Lovers)


대화 불통 부부 메리와 마이클(오른쪽)이 소파에 앉아 포도주를 마시고 있다.

소통 부재로 나태하고 무기력해진 중년의 부부


인간간의 관계란 끊임없이 흐르지 않으면 고여 부패하게 마련으로 부부관계도 마찬가지다. 이 영화는 소통 부재와 감정의 소진으로 인한 나태하고 무기력해진 중년의 부부관계에 관한 희비극이다.
조용하고 차분하게 이미 사이가 현격히 벌어진 부부가 겪어야하는 갈등과 체념과 함께 질식할 것 같은 분위기 속에서 탈출하려고 몸부림치는 두 사람의 심정과 탈선을 때로 유머를 섞어가면서 사실적이요 자세하게 묘사했다. 보고 있자니 가슴이 저려온다.
오래간만에 왕년의 빅스타 데브라 윙거(‘어반 카우보이’ ‘사관과 신사’)가 나와 침착하고 담담하면서도 야무지게 관계의 위기를 맞고 갈팡질팡하는 아내의 모습을 절실하게 보여준다. 61세의 나이에도 여전히 아름답다.
캘리포니아 주 산타 클라리타. 영화는 처음에 평범한 회사원인 마이클(트레이시 레츠)이 침대에 쓰러져 우는 애인 루시(멜로라 월터즈)를 서서 내려다보면서 “제발 울지 마, 루시”라고 말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마이클의 얼굴 표정이 약간 경멸에 차 있다. 루시는 발레 선생.
마이클의 아내 메리(윙거)도 회사원으로 그 역시 작가인 애인 로버트(에이단 길렌)을 두고 있다. 메리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로버트를 찾아가 섹스를 즐긴다. 영화는 육체적 근접을 자주 보여주면서 정신과 감정적 거리감을 대체하다시피하고 있다.
마이클과 메리가 집에서 나누는 대화는 고작해야 “치약이 떨어졌네”라는 것 정도다. 둘은 함께 침대에 누워 자면서도 대화 불통으로 툭하면 회사에서 늦게 일한다고 핑계를 대고 서로 애인과 시간을 보낸다. 둘은 서로 상대방이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것을 아는 것 같은데도 이를 따지려고 들지도 않는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마이클과 메리가 아직도 서로를 육체적으로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면서 둘은 매일 같이 섹스를 한다. 마치 불이 다 까진 둘의 관계를 섹스로 되 살려나 보겠다는 듯이 둘은 결사적으로 섹스를 한다.
그리고 이번에는 과거에 서로가 서로를 속였듯이 마이클과 메리는 각기 자신들의 애인에게 거짓말을 한다. 루시와 로버트는 각기 마이클과 메리를 깊이 사랑해 함께 살자고 애걸복걸하는데 과연 마이클과 메리는 어디로 가야하나.
매우 심각한 내용을 큰 소리 내지 않고 과장 없이 진지하게 얘기하고 있는데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울적하다. 마이클과 메리가 리빙룸 소파에 앉아 오래간만에 같이 와인을 마시면서도 대화를 안(못)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가슴이 답답해 한숨이 절로 나온다.
부부관계란 끊임없는 타협과 양보를 행사해야하는 모험인데 마이클과 메리를 보면서 과연 저들이 양보와 타협을 한다고 해서 관계를 회복할 수 있을까 하고 묻게 된다. 차라리 헤어지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지도 모르겠다. 아자젤 제이캅스 감독(각본 겸). 성인용. A42. 일부극장.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파닉(Panique)


이르씨(왼쪽)는 요부 알리스를 깊이사랑한다.

프랑스 명장 쥘리앙 뒤비비에의 심리 범죄 스릴러


‘페페 르 모코’ ‘무도회의 수첩’ ‘파리의 하늘 밑’ 그리고 ‘나의 청춘 마리안’ 등과 같은 명화를 만든 프랑스의 명장  쥘리앙 뒤비비에의 심리 범죄 스릴러 ‘파닉’(1947)은 고독과 소외에 관한 영화이자 관음증과 우매한 집단의 떼거리 근성을 파헤친 걸작이다.
이 필름 느와르의 원작은 벨기에 태생의 소설가 조르지 시메농의 ‘이르씨의 약혼’이 원작. ‘시계 만드는 사람’과 ‘베티’ 등 생애 500여 편의 장?단편 소설을 쓴 시메농의 소설은 300여편이 영화와 TV작품으로 만들어졌다.
이 영화의 주연 배우는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프랑스의 명우 미셸 시몽. 그는 ‘익사 직전에 구원 받은 부뒤’와 ‘암캐’ 및 버트 랜카스터가 주연한 미국영화 ‘기차’ 등에 나온 연기파로 이 영화에서도 중후한 연기를 보여준다.
파리 교외의 작은 마을에 사는 과묵한 이르씨(시몽)는 인간 기피증자로 동네 사람들도 자기들과 한 통속이 되기를 거부하는 이르씨를 눈에 가시처럼 취급한다. 이 마을에 막 교도소에서 출감한 눈부시게 아름다운 알리스(비비안 로망스-초점을 잃은 듯한 눈 때문에 더 고혹적이다)가 범죄자 애인 알프레드(폴 베르나르)를 찾아오면서 알리스는 이르씨의 집념의 대상이 된다.
알리스는 자기가 지극히 사랑하는 냉정하고 간교한 알프레드의 강도사건의 누명을 대신 뒤집어쓰고 옥살이를 했다. 그리고 마을에서 여인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범인은 알프레드.
알리스가 이르씨의 아파트 길 건너 아파트에 입주하고 이르씨는 이 여자를 창밖으로 훔쳐보면서 동경과 사랑의 질병을 앓는다. 이르씨의 관음증은 영국의 명장 마이클 파월의 스릴러 ‘피핑 탐’을 생각나게 한다.
그런데 이르씨가 자기를 훔쳐보고 있다는 것을 아는 매정한 알리스는 오히려 이를 즐기면서 알프레드와 함께 이르씨의 자기에 대한 집념을 이용하기로 결정한다. 이르씨가 알프레드의 범행에 대한 증거를 갖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챈 알리스와 알프레드는 이르씨를 범인으로 만들기로 계획을 짠다. 알리스와 알프레드는 이르씨가 알리스를 사랑하는 한 결코 증거를 폭로하지 않을 것을 잘 알고 있다.
영화에서 매우 감정적이요 가슴 싸하니 아름다운 장면은 이르씨가 자기를 이용하기 위해 접근하는 알리스가 자기에게 호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착각을 하고 그에게 사랑을 고백하면서 알프레드를 버리고 자기와 살자고 구애하는 장면.
이르씨의 구애를 거짓으로 받아들인 알리스와  알프레드는 그들의 계획을 성사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이르씨를 싫어하는 마을 주민들의 집단 심리를 교묘히 이용해 이르씨를 집단 테러의 희생양으로 만든다. 이르씨가 주민들의 폭력을 피해 지붕 위로 도망가는 장면이 아찔하다. 그리고 이르씨는 죽어서 복수를 한다.
고독하고 과격한 남자를 둘러싸고 모여드는 의혹의 구름이 거의 초현실적인 폭력행위의 비바람을 몰고 오는 가학적 쾌감을 지닌 집단 히스테리에 관한 작품이다. 사실주의와 필름 느와르 장르를 잘 혼합한 명작으로 전쟁 중의 프랑스 사람들의 나치에 대한 협력을 은유한 작품이기도 한데 이와 함께 잔인한 낭설과 공포 그리고 원한의 근저를 파헤치고 있다.  
시몽과 함께 로망스와 베르나르의 연기도 좋은데 이 밖에도 아파트 주인과 정육점 주인을 비롯해 가지각색의 주민들로 나오는 배우들의 연기도 좋다. 필름 느와르의 전통을 살린 그림자와 명암을 잘 이용한 촬영도 훌륭하다.
쓴 맛나고 미음을 어지럽게 만드는 이 영화는 지난 1989년에 ‘이르씨’(Monsieur Hire)로 리메이크 됐다. 이르씨 역에는 쥐처럼 생긴 미셸 블랑이 알리스 역에는 산드린 본네르가 각기 나와 좋은 연기와 함께 몸에서 소름이 돋는 분위기를 조성한다. 긴장감과 서스펜스 그리고 심장을 도려 내는듯한 집념의 통증이 느껴지는 명작이다.
‘파닉’은 뒤비비에의 전후 첫 작품으로 그의 가장 어둡고 개인적인 영화로 알려졌다. 1930년대 훌륭한 영화를 양산한 뒤비비에는 그래암 그린과 오손 웰즈 그리고 잉그마르 베리만 및 장 르느와르 같은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았다. 명장 르느와르는 “만약에 내가 건축가로 영화의 기념비를 만든다면 기념비 입구에 쥘리앙 뒤비비에의 동상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미셀 시몽과 장 르느와르는 평생 친구로 둘이 함께 ‘암캐’ 등 여러 편의 영화를 만들었다. 프랑스의 국민배우인 시몽은 르느와르 외에도 장 비고(아탈랑트)와 마르셀 카르네(안개 낀 부두) 및 르네 클레어(미녀와 악마) 등 여러 명의 프랑스 명장들의 작품에 출연했다.
디지털로 새로 복원된 ‘파닉’이 5일부터 11일까지 로열극장(11523 산타모니카)에서 상영된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푸른 다뉴브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부다와 페스트를 가로지르며 흐르는 다뉴브(헝가리어로는 두나)는 저녁 황금 햇살을 받으며 서두르지 않고 리드미컬하게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월츠를 물결치고 있었다. 해 진 후 다뉴브 위를 만보하는 유람선에 앉아 불빛에 안긴 위풍당당한 의사당(사진)을 비롯해 강 양안에 의젓이 서 있는 옛 건물들을 보고 있자니 슈트라우스의 ‘푸른 다뉴브’의 월츠 진동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지난 달 영화와 TV시리즈 세트방문과 스타 인터뷰 차 부다페스트와 런던에 다녀왔다. 헝가리 공항이름은 이 나라가 낳은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인 프란츠 리스트의 이름을 딴 부다페스트 프란츠 리스트 국제공항인데 국제공항치곤 초라하다. 한국인 관광객들로 붐빈다.
부다페스트 방문은 이번이 세 번째인데 마치 고전을 읽듯 볼수록 도시의 시간을 잊어버린 자태의 아름다움을 조금씩 더 깨닫게 되는듯하다. 이 곳에서 영화촬영이 자주 있는 이유도 아름답고 품위 있으며 또 고색창연한 건물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인건비가 싼 것도 그 이유 중 하나. 도시 전체가 하나의 영화 세트라고 해도 되겠다.
근처에서 창녀들이 호객을 하는 페스트의 숙소인 포 시즌스 호텔 앞의 사자머리가 지키고 있는 150년 된 늠름한 체인브리지가 나라의 한 때 강건하고 기품 있던 내력을 보여주는 듯하다. 지금은 줄어들었지만 헝가리는 과거 하이든을 전속 음악가로 고용해 먹여 살렸던 귀족 에스터하지의 나라요 중부유럽을 군림했던 막강한 합스부르크제국(오스트리아-헝가리)의 파트너였다.
강 건너 이 다리 건너편 부다의 언덕 꼭대기 캐슬 힐에 올라가서 내려다 본 부다페스트는 다뉴브의 진주라는 말답게 고상하고 아름답다. TV시리즈 ‘에일리어니스트’(The Alienist)의 배우들과 함께 캐슬 힐의 피셔멘즈 배스티언에 있는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는데 물론 굴라쉬가 나왔다. 굴라쉬는 한국의 찌개 같아 해외여행 때마다 서양음식이 입에 안 맞아 고생하는 내겐 꿀맛이다.
로빈 후드의 젊은 시절을 그린 ‘로빈 후드:오리진’(Robin Hood:Origins)의 세트를 찾아간 날은 춥고 바람이 거셌다. 이 때문에 나는 헝가리감기에 걸려 귀국 후 며칠을 고생했다. 로빈 후드(태론 에저턴)가 전쟁에 나가기로 결심하고 애인 매리안(이브 휴선)과 작별을 하는 장면을 찍고 있었다. 의상과 세트를 보니 현대적 터치다. 로빈 후드의 동료 리틀 존으로는 제이미 팍스가 그리고 로빈 후드의 천적인 셰리프로는 각기 벤 멘델손이 나온다.    
부다페스트 거리를 막고 찍고 있는 ‘에일리어니스트’는 살인 미스터리 스릴러. 19세기 말 뉴욕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푸는 경찰과 심리학자(대니얼 브륄)의 얘기로 제목은 심리학자를 나타낸 것. 루크 에반스와 다코다 패닝이 공연하는 이 시리즈는 올 해 말 TNT를 통해 방영된다. 그런데 촬영 현장을 비롯해 주위 건물들이 모두 옛날 영화를 찍으려고 세운 건물들처럼 핏기가 없다. 부다페스트의 건물들이 다 옛날 그대로 잘 보존된 것은 반드시 오래된 것을 잘 간직하려는 의도뿐만이 아니라 돈이 없어 보수를 못해 그렇다는 얘기를 들었다.
부다페스트를 떠나 런던에 왔다. 난 런던을 매우 좋아한다. 도시가 아늑한데 사람들이 떼를 지어 길거리에서도 맥주를 마시는 펍들이 많아서인지도 모르겠다. 지금 여기서 찍고 있는 네트플릭스의 시리즈 ‘크라운’(Crown)은 현 영국여왕 엘리자베스의 젊은 시절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역사를 얘기한다. 작년에 방영된 시즌1은 골든 글로브 TV드라마 부문과 엘리자베스 역의 클레어 포이가 각기 작품상과 주연상을 받았다. 흥미진진한 드라마다.
배우들과의 인터뷰 후 엘리자베스와 그의 남편 필립(맷 스미스)이 궁정에 마련한 조촐한 크리스마스 파티 촬영현장엘 들렀다. 잘 차려 입은 여왕을 비롯한 왕족들과 지체 높은 귀빈들이 원을 그리며 월츠를 춘다. 잠시 환상적이요 로맨틱한 시간여행을 하는듯한 착각에 빠져들었다. 다뉴브 위에서 이어 다시 월츠의 감미로운 율동에 발장단을 쳤다.
마침 화창한 날씨에 시간이 나 런던에 오면 의식처럼 치루는 템즈의 워털루 브리지에로의 행보에 나섰다. 채링 크로스를 거쳐 워털루 브리지와 얼마 전 테러가 일어난 웨스트민스터 브리지를 지나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꽃들이 놓인 광장에 섰다.
떠나기 전날 매기 존스라는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이 식당은 지난 1960년대 엘리자베스여왕의 동생 마가렛공주가 궁궐을 빠져나와 사진작가 애인 안토니 암스트롱-존스와 데이트를 하던 곳. 마가렛은 예약 시 ‘매기 존스’라는 가명을 써 주인이 그 후 이름을 매기 존스로 바꿨다. 평범한 식당에는 요즘에도 왕족들이 찾아온다고 하는데 원래 영국음식이 맛이 없다곤 하지만 이 집 음식도 무미건조하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