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7년 1월 27일 금요일

황금(Gold)


케니(왼쪽)와 마이클이 인도네시아의 정글에서 황금의 꿈을 쫓고 있다.

황금을 찾아 몸부림치는 사나이의 투쟁과 모험


황금을 찾아 집념과 꿈에 사는 사나이의 끈질기고 어떤 난관에도 굴복치 않는 거의 맹목적인 투쟁과 모험을 그린 옛 할리웃 스타일의 드라마로 영화에서처럼 열병이 난 환자와도 같이 전력투구하며 몸부림치는 매튜 매코너헤이의 연기가 장관이다. 그러나 영화의 내용은 이 연기를 따르지 못하는 부실하고 미적지근한 것이어서 기대를 했다가 실망했다. 보고 즐길 만은 하나 속이 튼튼치 못한 규모 큰 B급영화다.
이 영화는 배급사인 와인스틴사가 작년 말에 오스카상 수상후보에 올리기 위해 1주일간 개봉했다가 이제 다시 내놓았으나 상감엔 훨씬 못 미친다. 큰 결점은 극본에 있는데 통 큰 드라마틱하고 정열적인 내용을 초점이 흐리멍덩하게 그려 모험영화에서 볼 수 있는 박력이나 긴장감을 느낄 수가 없다.
전형적인 아메리칸 드림에 사는 사나이의 얘기(사실에 바탕을 뒀다)의 주인공은 리노에서 와쇼광산회사를 경영하는 케니 웰즈(매코너헤이). 배불뚝이에 뻐드렁니를 하고 대머리에다가 술과 담배를 즐기는 케니는 ‘내 사전에는 불가능이란 없다’를 신조로 삼는 정열가이자 낙천가.
서론은 1981년 회사가 잘 나갈 때 케니의 아버지(크레이그 T. 넬슨)가 아들에게 회사의 책임권의 일부를 넘기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로부터 7년 후 경제 침체로 케니의 회사는 망하고 케니는 집마저 잃고 동네 바에서 웨이트리스로 일하는 견실한 애인 케이(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감독 론 하워드의 딸)의 집에서 산다. 그리고 일은 바에서 본다. 이런 처지에서도 케니의 허장성세와 낙천성은 여전하다.
이어 1997년. 어느 날 케니는 술에 취한 상태애서 인도네시아(태국서 찍었다)에서 일하는 유명한 지질학자 마이클 아코스타(에드가 라미레스)를 머리에 떠올린다. 케니와 달리 과묵한 마이클은 미 발굴 금광 이론의 신봉자. 그래서 케니는 인도네시아로 날아가 마이클에게 함께 정글 속에 발굴되지 않은 금광을 탐사하자고 제의해 둘이 팀이 된다.
채취 자금 마련을 위해 케니는 혼자 미국으로 돌아와 여기저기서 투자자를 물색하고 마이클은 장비를 마련해 본격적인 금 채취에 들어간다. 열대의 악조건 하에서 케니와 마이클은 집요하게 땅을 파는데 이 과정에서 케니는 열사병에 걸리는 등 둘은 온갖 악조건에 시달린다. 영화의 중심 플롯 중의 하나가 두 사나이의 의리와 우정인데 매코너헤이의 연기에 밀린 듯이 라미레스는 우물쭈물한다.
마침내 잭팟이 터지면서 금이 발굴되자 월스트릿의 회사들이 너도 나도 케니의 사업에 뛰어들려고 한다. 여기서 탐욕스런 월스트릿의 모습이 자세히 그려진다. 그리고 얘기는 후반에 가서 뜻밖의 대반전을 시도한다. 매코너헤이의 연기 외에 촬영과 음악이 좋다. 소재가 좋아 보다 재미있게 만들 수 있는 영화인데 아쉽다(등급 R.) *지난 1974년에 로저 모어(제 3대 제임스 본드)가 나온 ‘황금’이라는 영화가 재미있다. 세계 금값을 조정하기 위해 남아공의 금광을 폭파하려고 시도는 모험 액션영화다. R.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세일즈맨(The Salesman)


에마드는 변을 당한 아내에 대해 보호 본능과 함께 의심마저 품는다.

연극배우 부부의 갈등… 아내에 대한 보호 의식과 의심


지난 2011년 ‘이혼’(A Separation)에서 균열하는 부부관계의 이야기를 섬세하게 그려 오스카 외국어 영화상을 탄 이란의 아스가르 화라디 감독의 또 하나의 갈등하는 부부관계를 치밀하게 해부한 수작이다. 
연극과도 같은 영화로 화라디는 그의 작품들에서 관객에게 뚜렷한 해답을 안 주고 애매모호한 상황 속에 남겨 놓기를 즐겨하는데 갈등하는 인간관계란 것이 그렇게 뚜렷한 답이 있는 것이 아니만큼 이해할만하다. 그래서 더 흥미가 있다.
화라디는 굉장히 치밀한 사람으로 연출과 연기 도출 등이 다 뛰어난데 연극무대 출신이어서 그의 영화들은 연극 같은 요소를 갖추고 있다. 잘 만든 영화이긴 하나 화라디의 다른 영화들인 ‘과거’(The Past)와 ‘엘리에 관하여’(About Elly) 등에 비하면 다소 뒤진다.              
테란에 사는 인텔리 부부인 에마드(샤하브 호세이니)와 라나(타라네 알리두스티)는 파트 타임 연극배우들로 지금 막 붕괴 위험에 있는 아파트에서 옛 거주자가 어질러 놓고 이사 간 아파트로 이사와 어수선한 상태. 둘은 아서 밀러의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에서 두 주인공 부부 윌리와 린다 로만 역을 맡아 연습 중이다.  에마드는 학교 선생이다. 
그런데 어느 날 라나가 혼자 집에 있는데 초인종 소리가 나 아파트 문을 열어 주면서 한 남자의 공격을 받아 머리에 상처를 심한 상처를 입는다. 그러나 화라디는 라다가 변을 당하는 장면은 보여주지 않는다. 그는 이렇게 보여주지 않음으로써 관객으로 하여금 스스로 드라마를 엮어가도록 인도한다. 
이 사실을 안 에마드는 아내에 대한 보호 의식과 함께 상한 자존심에 치를 떨면서 범인을 찾으려고 하나 아내마저 범인의 인상을 똑바로 보지 못해 아마추어 형사 노릇이 뜻대로 안 된다. 따라서 그의 좌절과 분노는 더욱 상승하면서 그 분출구를 아내에 대한 의심과 화풀이에서 찾는다.               
두 부부의 관계가 이글어지면서 에마드는 아내에 대해 거의 적의마저 품게 되는데 이 와중에도 라나는 연극을 포기하려고 하지 않는다. 
관객은 둘이 무대에서 연습을 하면서도 다투는 소리를 들으며 긴장하게 되는데 이는 마치 연극 속의 연극을 보는 셈이다. 서브 플롯이 있으나 중심 플롯에 큰 도움은 못 되고 마지막 부분이 다소 억지스런 데가 있다. 
훌륭한 것은 호세이니와 알리두스티의 사실적인 연기. 연기라기보다 진짜로 갈등하는 부부의  모습을 보는것 같다. 올해 오스카 외국어 영화상 후보작. 성인용. Amazon/Cohen. ★★★1/2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마르셀 파뇰의‘마르세유 3부작’


촬영하고 있는 마르셀 파뇰.
전후 이탈리아 영화계의 한 물결이었던 네오 리얼리즘의 창시자인 로베르토 로셀리니가 “스크린의 네오 리얼리즘의 아버지는 내가 아니라 당신입니다”라고 찬양한 프랑스의 극작가이자 영화감독인 마르셀 파뇰이 극본을 쓴 서사적 3부작 사랑의 이야기 ‘마르세유 3부작’이 4K로 새로 복원돼 27일부터 로열(Royal)극장(11523 Santa Monica)에서 상영된다. (310)478-3836.
‘마리우스’(Marius^1931), ‘화니’(Fanny^1932) 및 ‘세자르’(Cesar^1936) 등으로 구성된 3부작은 남불 항구도시 마르세유를 무대로 일어나는 소시민들의 삶을 지극히 사실적이요 정답고 인간성 가득하게 그린 코믹 터치가 강한 영화다. 배우들의 연기가 뛰어나다.
성 잘 내는 세자르가 경영하는 술집 아들 마리우스와 생선가게 딸 화니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인간희극이요 러브 스토리인데 유유자적 하듯이 서두르지 않고 주인공들과 그들 이웃의 일상을 미주알고주알 캐듯이 상세하고 사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영화를 보면 영화 같지가 않고 우리 동네 사람들의 얘기 같아 정이 가는데 인물들이 나와 가십과 허튼 소리 그리고 욕설을 하면서 친목하고 오해하고 싸우는 모습이 자애롭게 그려졌다. 인간성 탐구이자 개인들의 성격 묘사 영화인데 극작가의 작품이어서 말이 많고 연극처럼 느껴진다. 이는 파뇰이 자기 작품을 영화화한 연극으로 취급하면서 이미지 보다 대사를 강조했기 때문이다. 시네마와 연극이 절묘하게 접목된 사랑스럽고 평화로우며 아름다운 작품이다.
‘마리우스’는 헝가리 태생으로 유럽을 전전하다 후에 영국에 정착해 ‘네 날개’ 등 여러 편의 명화를 만든 알렉산더 코다가 ‘화니’는 후에 명장이 된 프랑스의 신예 마크 알레그레가 그리고 ‘세자르’는 파뇰이 감독했다. 비록 파뇰이 감독을 하진 않았으나 ‘마리우스’와 ‘화니’는 파뇰의 통제 하에서 만들어졌다.
이 3부작은 최근의 프랑스의 배우이자 감독인 다니엘 오퇴유의 것을 비롯해 그 동안 모두 다섯 차례나 신판으로 만들어졌고 오페라로도 만들어진 세월을 초월해 사랑을 받고 있는 영화다. 파뇰의 다른 유명한 작품들로는 ‘빵 굽는 남자의 아내’ ‘우물 파는 남자의 딸’ 및 ‘마농의 샘’ 등이 있다.

‘마리우스’   
마리우스(왼쪽)와 화니가 사랑의 말다툼을 하고있다.
마르세유 부둣가에서 술집을 경영하는 홀아비 세자르(레뮈)는 성질이 급해 화를 잘 내나 마음은 착하고 인정이 많은 사람이다. 허풍쟁이요 농담 잘하는 낙천주의자로 아프고 슬픈 것도 유머러스하게 대처할 줄 아는 세상의 달인다.
그에겐 23세난 아들 마리우스(피에르 프레스네이)가 있는데 가게를 돌보는 마리우스의 꿈은 항구에 정박한 배를 타고 항해하는 것. 하구한 날 배만 쳐다보고 있는 꿈에 사는 남자다. 마리우스에겐 총명하고 아름다운 20세난 애인 화니(오란 드마지-파뇰의 애인으로 그의 아들을 낳았다)가 있는데 어릴 적부터 사귀어온 둘은 떼어 놓을 레야 떼어 놓을 수 없는 사이. 화니는 마리우스네 이웃에서 생선가게를 하는 미망인 의 딸이다. 마리우스의 아내가 되고픈 화니도 마리우스가 집을 떠나 바다로 나가고파 안달이 난 것을 잘 알아 속이 아프다.
그런데 화니를 사랑하는 남자가 또 하나 있으니 그는 역시 항구에서 선박관계 물품을 파는 돈 많고 사람 좋은 50세의 오노레 파니스(페르낭 샤르팽). 화니는 마리우스를 사랑하면서도 그가 결코 자기와 결혼해 집에 남으면 행복하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고 그를 바다로 내보내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마리우스가 떠나기 전 날 밤 둘은 함께 지낸다. 제1부는 마리우스가 배를 타고 5년간의 항해를 떠나는 것으로 끝난다.
주로 세자르가 얘기하는 미사여구와 터무니없는 소리 그리고 유머와 위트가 있는 대사가 쏟아져 나오는데 이와 함께 다소 과장된 연기로 인해 마치 스크루볼 코미디를 보는 것 같다. 여기서부터 시작된 눈부시게 훌륭한 레뮈의 연기가 다음 2편까지 이어진다. 화면을 가득히 메우는 연기다. 127분. 흑백.

‘화니’
제1부 끝을 바로 이어 시작된다. 마리우스를 떠나보내고 슬픔에 젖어 있는 화니는 마리우스의 아기를 가졌다는 것을 안다. 처녀가 아기를 가졌으니 큰 일이 났다. 계속해 화니에게 구혼하는 남자가 파니스. 파니스는 화니가 아기를 가졌는데도 그 아기는 하늘이 자기에게 준 선물이라며 아기 아버지 이름 알 필요도 없다며 결혼하자고 조른다. 그래서 화니와 파니스는 마을 성당에서 성대히 결혼식을 치른다.
그리고 아들 세자리오가 부활절에 태어난다. 세자리오의 대부는 사실은 친 할아버지인 세자르. 그런데 이를 어쩌나 집을 나갔던 마리우스가 출항 2년 만에 불쑥 나타난다. 그리고 세자리오가 자기 아들이라고 강변하나 먹혀들지를 않자 한을 품고 다시 집을 떠난다. 127분. 흑백.
‘화니’는 1961년 할리웃의 조슈아 로간 감독에 의해 영어 판으로 만들어졌다. 레즐리 커론이 화니로 호르스트 북홀즈가 마리우스로 그리고 모리스 슈발리에와 샤를르 봐이에가 각기 파니스와 세자르로 나온다. 매우 아름답고 로맨틱하다.  

‘세자르’
제2부로부터 20년 후. 세자리오는 군사학교에 들어가고 파니스는 심장병으로 자리에 눕는다. 죽음이 임박했다. 파뇰의 죽음과 슬픔을 대면하는 여유와 유머를 갖춘 자세가 배꼽 빠지도록 우습게 묘시되는 것이 자기를 찾아온 성당 신부와 파니스 간의 종부성사 장면.
신부가 10계명을 하나씩 말하면 파니스는 “아 난 그것은 지켰지요”라고 고백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아내 외의 여자를 탐해 관계한 것. 그리고 신부는 파니스에게 죽기 전에 세자리오에게 자기가 친 아버지가 아니라는 것을 말하라고 다그치나 파니스는 결코 진실을 알리지 않고 죽는다. 장례식 장면에도 유머가 만발한다.
일시 귀가한 세자리오에게 화니가 마침내 사실을 고백한다. 그리고 마리우스가 마르세유에서 멀지 않은 툴롱에서 자동차 정비소를 경영하고 있다는 것을 안 세자리오는 아버지를 찾아가기로 한다. 마리우스는 그 동안 다소 험하고 어려운 삶을 살았는데 아직도 자기를 내쫓다시피 한 세자르와 화니에 대해 한을 품고 있다. 마침내 세자리오가 마리우스를 찾아가 “내가 당신의 아들이요”라고 밝힌다. 둘의 첫 대면 장면이 아름답다.
이제 홀몸이 된 화니는 마리우스를 자기 남편으로 맞으려고 하나 마리우스는 지난 20년간 둘이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 조화를 이루기가 힘들다며 화니의 구혼을 거절한다. 이를 가운데서 중재하는 것이 현명한 세자르. 그리고 모두들 그 뒤로 내내 행복하게 살았다고 한다.
마지막 편이 제일 재미있고 좋은데 아름답고 우습고 평화롭다. 이 영화는 단순한 음악을 비롯해 내용이나 형식미가 오주의 영화를 생각나게 한다. 141분. 흑백.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라 라 랜드’의 오스카




제 89회 오스카 시상식은 ‘라 라 랜드’(La La Land-사진)의 잔치로 이어질 것 같다.  옛 할리웃과 뮤지컬에 바치는 노스탤지어 가득한 이 영화는 지난 24일 발표된 오스카상 각 부문 수상후보에서 작품 감독 남녀주연 등 무려 14개 부문에서 후보에 올랐다. 이는 베티 데이비스가 나온 ‘이브의 모든 것’(All About Eve^1950)과 ‘타이태닉’에 이어 오스카 사상 최다 부문에 후보에 오르는 기록이다. ‘라 라 랜드’는 지난 8일에 있은 골든 그로브 시상식에서도 총 7개 부문에서 상을 타 골든 글로브 사상 초유의 기록을 냈었는데 이로써 이 영화는 오는 시상식에서 오스카 작품상을 탈 가능성이 유력해졌다.
아카데미는 지난 2년간 남녀연기상 부문에서 흑인배우를 한 명도 안 뽑아 ‘오스카는 온통 백색이다’라는 구설수에 올랐었는데 이번에는 작품, 감독 및 연기 부문에서 여러 명의 흑인작품과 영화인들을 후보로 선정했다.
작품상 후보에 오른 ‘문라이트’(Moonlight), ‘울타리‘(Fences)’, ‘히든 피겨즈’(Hidden Figures) 등과 감독상 후보에 오른 배리 젠킨스(문라이트) 그리고 주^조연상 후보에 오른 덴젤 워싱턴(울타리)과 바이올라 데이비스(울타리), 마헤르샬라 알리(문라이트)와 네이오미 해리스(문라이트)를 비롯해 루스 네가(러빙) 및 옥타비아 스펜서(히든 피겨즈) 등이 그 예다. 흑인 배우들이 연기상 부문에서 6명이나 후보에 오른 것은 오스카 사상 초유의 일이다.
이 밖에도 기록영화 후보에 오른 5개의 영화들 중 4편이 흑인감독이 만든 것이고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신파극 ‘라이언’에 나온 데브 파텔은 인도태생이다. 이는 백인 일색에 대한 비판에 영향을 받았음이 분명한데 이와 함께 작년에는 흑인들이 만들고 나온 영화들뿐 만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다양하고 훌륭한 작품들이 많았다는 것을 나타낸다. 그런데 7,000여명으로 구성된 아카데미의 회원들은 아직도 대부분 나이 먹은 백인 남자들이다.
상기 작품들 외에 작품상 후보에 오른 것들로는 ‘도착’(Arrival), ‘헬 오어 하이 워터’(Hell or High Water), ‘바닷가의 맨체스터’(Manchester by the Sea), ‘라이언’(Lion) 및 ‘핵소 고지’(Hacksaw Ridge) 등 총 9편이다. ‘핵소 고지’를 감독한  멜 깁슨은 감독상 후보에도 올랐는데 이로써 유대인과 동성애자들에 대한 차별적 발언과 개인적 행동으로 과거 10년간 할리웃의 금기인물이 되었던 깁슨은 면죄부를 받은 셈이 됐다.
그리고 ‘핵소 고지’ 나온 앤드루 가필드는 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또 다른 남우주연상 후보들은 케이시 애플렉(바닷가의 맨체스터), 라이언 가슬링(라 라 랜드) 및 거의 아무도 안 본 영화 ‘캡튼 팬태스틱’(Captain Fantastic)에서 자녀들을 자연 속에서 키우는 히피 아버지로 나온 비고 모텐슨이다.
해 마다 수상후보가 발표되면 뜻밖의 후보들의 선정과 함께 당연히 후보에 오를 줄 알았던 배우들의 탈락이 있게 마련인데 이번에도 그런 일들이 발생했다. 그 중 가장 놀랄 일은 외계인의 지구 방문을 그린 공상과학 영화 ‘도착’에서 언어학자로 나온 에이미 애담스의 주연상 후보 탈락이다. 애담스는 이 영화로 비평가들의 격찬을 받으면서 골든 글로브 등 여러 시상그룹에 의해 후보로 뽑혔으나 탈락했다. ‘도착’은 작품상 외에도 감독과 각색 및 촬영 등 모두 8개 부문에서 수상후보에 올랐다.
애담스의 탈락으로 어부지리를 본 사람들이 강간당한 후 제물이 되기를 거부하고 반전 하는 섹시 스릴러 ‘엘르’(Elle)의 이자벨 위페르와 흑백결혼의 드라마 ‘러빙’(Loving)의 신인 루스 네가. 위페르는 프랑스의 베테런 배우로 이번에 처음으로 오스카상 후보에 올랐는데 올 해 골든 글로브 주연상을 탔다. 그런데 ‘엘르’는 외국어 영화상 후보에선 탈락됐다.             탈락이라는 이변을 맞은 또 다른 여배우가 아넷 베닝이다. 베닝은 ‘20세기 여자들’(20th Century Women)에서 1970년대 북가주에서 10대의 아들을 혼자 키우는 어머니로 나와 깊고 섬세한 연기를 보여줘 비평가들의 호평과 함께 골든 글로브상 후보에도 올랐었다.
오스카상 단골 후보인 메릴 스트립은 이번에도 또 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스트립은 실화인 코미디 ‘플로렌스 포스터 젠킨스’(Florence Foster Jenkins)로 후보가 됐는데 이는 스트립이 지금까지 모두 20차례 후보에 오르는 것으로 오스카 사상 초유의 기록이다. 또 다른 여우주연상 후보들은 ‘재키’(Jackie)의 나탈리 포트만, 엠마 스톤(라 라 랜드).
비평가들의 격찬을 받은 베테런 마틴 스코르세지 감독의 믿음에 관한 드라마 ‘침묵’(Silence)은 골든 글로브에 이어 아카데미로부터도 외면을 받았다. 종교와 신앙에 관한 치열한 탐구인 이 영화는 감독 자신의 신앙고백과도 같은 훌륭한 영화인데 달랑 촬영상 후보 하나에만 올랐다. 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2월 26일 지미 킴멜의 사회로 할리웃의 돌비극장에서 열리고 ABC-TV에 의해 생중계 된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2017년 1월 20일 금요일

붉은 거북이(Red Turtle)


남자가 섬을 떠나려 하자 큰 붉은 거북이가 훼방을 놓는다. 

무인도에 표류한 남자… 자연과 공존을 아름답게 그린 무언극 만화영화


인간과 자연의 평화공존을 신비한 기운 속에 그린 우화요 동화이자 전설이요 신화 같은 영화로 단순한 선과 아름다운 색채로 그린 무언극 만화영화다. 
네덜랜드계 영국인 만화가 마이클 두독 데 비트(1994년 ‘승려와 물고기’로 오스카 단편 만화영화상 수상) 가 감독한 이 영화는 플롯이 매우 단순하나 그런 단순함 속에서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는 남녀노소(그러나 아주 어린 아이들보다는 어른들에게 더 어울릴 것이다) 모두 즐길 수 있는 명상적인 작품이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과 ‘바람이 분다’ 및 ‘이웃집 토토로’ 등을 만든 하야오 미야자키와 이사오 타카하타(이 영화의 애니메이션을 공동제작)가 공동으로 창립한 만화영화사 스튜디오 기빌리가 공동으로 제작했는데 영화를 보면 기빌리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고요와 간단한 것이 지닌 미학과 힘을 깨닫게 해주는 아름답고 감동적인 영화다.
이름 없는 남자가 표류해 무인도에 도착해 자연과 다투고 공존하면서 생존의 지혜를 터득하는 얘기다. 남자는 뗏목을 만들어 섬을 떠나려고 하는데(‘캐스트어웨이’의 탐 행스 같다) 뗏목을 띠워 바다로 나갈 때마다 해저로부터 거대한 붉은 거북이가 뗏목을 치받고 올라와 번번이 실패한다.
화가 머리 끝까지 치민 남자는 거북이를 때려뉘어 모래 위로 끌고 가 죽기를 기다리는데 거북이가 꿈틀대며 변신해(영화에 자주 나오는 여러 모양의 변신 과정이 매우 신비하고 보기 좋다) 긴 머리를 한 아름다운 여자가 된다. 
그리고 둘은 에덴동산의 아담과 이브가 되어 아이도 낳고 세상의 부부처럼 산다. 둘의 단순한 삶은 가끔 자연의 강렬한 힘의 시련을 받는데 그 중 장관인 것은 쓰나미로 섬의 숲이 완전히 쑥대밭이 되는 것. 
잉크와 수채로 그린 그림이 유연한 애니메이션에 의해 생명을 띠고 화면에서 살아나는데 짧지만(상영시간 80분) 깊이와 폭과 아름다움을 지닌 작품이다. 가족과 생존 그리고 실낙원의 이야기로 정수만 갖춘 로빈슨 크루소의 삶이라고 하겠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작품 속으로 더욱 빨려 들어가게 되는 산수화 시와도 같은 아늑한 작품이다. 음향효과가 좋다. PG.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화운더(The Founder)


레이 크락(중간)이 미네소타지점을 차린 뒤 종업원들과 함께 축하하고 있다.

맥도널드 제국을 창설한 레이 크락의 실화 영화


맥도널드의 음식이 결코 자양분이 풍부하고 맛이 있는 것이 못 되듯이 이 영화도 내용이 견실하지 못하고 전반부와 후반부가 균형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 어정쩡한 작품이다. 그러나 우리가 가끔 별식으로 맥도널드의 버거를 먹듯이 이 영화도 맥도널드 제국을 창설한 레이 크락의 실화라는 점에서 호기심 거리는 충분히 된다.
크락은 자본주의(자본주의 비판영화라고 하기엔 모질지가 못하다)가 낳은 전형적인 사업가이자 협잡꾼인데 그의 맥도널드 제국은 처음에 사실 자기 것이 아니라 남의 버거가게 이름과 메뉴를 빌린 뒤 궁극적으로 이를 가로채 세운 것이다. 따라서 영화는 어둡고 냉소적인 분위기를 지녀야 하는데도 잔 리 행콕 감독은 무엇이 두려운지 이런 모진 것을 다독인 솜방망이 터치로 연출해 소스가 빠진 버거를 먹는 맛이다.
50줄에 든 크락(마이클 키튼)의 얘기로 시작된다. 체코에서 이민 온 부모 밑에서 시카고에서 성장한 세일즈맨 크락은 주머니에 술이 담긴 플래스크를 넣고 다니는 술꾼으로 쉐비를 몰고 다니면서 밀크쉐이크를 만드는 믹서를 판다. 집을 자주 비우는데다 술꾼이어서 양처인 아내 에셀(로라 던)과의 관계가 안 좋다. 
세일즈 여행 중에 크락은 비서 준(케이트 니랜드)으로부터 캘리포니아주 남부 샌버나디노의  맥도널드 버거가게로 부터 여러 대의 믹서를 주문받았다는 전갈을 받는다. 크락이 찾아간 패스트푸드 가게는 맥과 딕 맥도널드형제(잔 캐롤 린치와 닉 오퍼맨)가 경영하는데 이들은 손님들이 주로 찾는 메뉴만 집중적으로 만들어 신속히 재공하면서 문전성시를 이룬다. 형제의 모토는 최고의 품질 버거다. 
이를 본 영악한 크락은 형제에게 가게를 확장하라고 종용, 메뉴와 식당 이름과 맥도널드의 상징인 ‘황금 아치’의 프랜차이즈권을 얻어 자기 고향이 있는 일리노이에 가게를 차린다. 크락은 아내에게 알리지도 않고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빌려 식당을 차려 아내와의 관계가 극도로 나빠진다.       
그리고 사업이 성공하면서 크락은 지점을 확장하는데 이 과정에서 한 지점의 주인(패트릭 윌슨)의 금발미녀 아내 조운(린다 카델리니)과 눈이 맞는다. 
크락과 조운은 둘 다 돈벌이에 머리가 잘 돌아가는 사람들로 크락은 조운의 독려를 받으며 맥도널드형제를 배신하는 작업에 들어간다. 이를 촉진하는 것이 크락의 재정자문인 해리(B.J. 노백)의 아이디어. 즉 프랜치이즈 확장의 관건은 버거가 아니라 부동산에 있다는 것. 
여기서부터 크락은 일종의 악마처럼 변신, 맥도널드형제를 완전히 배신하고 상호와 ‘황금 아치’까지 빼앗는다. 
그리고 영화의 색조와 음조도 여기서부터 전반부의 밝고 경쾌한 분위기에서 다소 어두운 기운으로 변이하나 진짜로 어둡고 가혹하다기 보다 온건해 짜릿한 느낌이 모자란다. 볼만한 것은 키튼의 연기. 아첨 떠는 세일즈맨에서 인정사정 없는 사업가로 변신하는 과정을 다채롭게 해낸다. PG-13. Weinstein.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미셸 모르강


프랑스 영화 ‘안개 낀 부두’의 주인공인 탈영병 장은 항구도시 르 아브르의 싸구려 술집에서 만난 넬리를 보고 “당신은 눈은 참으로 아름다워요”라고 사랑의 언어를 건넸다. 이 아름다운 눈을 지녔던 넬리 역의 미셸 모르강(Michelle Morgan^사진)이 지난 12월 20일 96세로 프랑스의 뫼동에서 사망했다.
영혼에 모습이 있다면 그것은 모르강의 눈을 닮았을 것이다. 그의 눈은 신비에 감싸인 깊고 맑은 호심과도 같아 보는 사람을 익사토록 유혹한다. 그래서 모르강의 부음을 들은 프랑솨 올랑드 대통령도 “모르강은 프랑스의 관객들을 사로잡은 눈을 지녔던 전설”이라고 애도했다. 모르강의 회고록 제목도 ‘이 눈들로써’이다.
내가 모르강의 눈을 처음 보고 최면에 걸린 것 같은 느낌을 받았던 영화가 역시 ‘안개 낀 부두’(Port of Shadows^1938)다. 시인이자 극본가인 자크 프레베르가 극본을 쓰고 명장 마르셀 카르네가 감독한 이 영화는 1930년대 프랑스 영화계에 유행했던 시적 사실주의의 대표작으로 염세적 분위기가 짙은 안개처럼 작품 전체에 깔려있다.
영화 속 주인공들인 고독한 두 남녀와 그들의 주변 인물들은 이 운명 같은 안개 때문에 사랑하고 헤어지고 자살하고 살인을 저지른다고 해도 되겠다. 모든 것이 안개 탓이다.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안개와 음습한 기운과 불길한 분위기를 찍은 흑백촬영이 아름다운 ‘안개 낀 부두’의 남자 주인공은 군모를 삐딱하게 쓴 탈영병 장(장 가방). 장이 안개가 자욱한 비 내리는 밤 지나가던 트럭을 세워 운전사와 함께 르 아브르로 간다.
장은 르 아브르에서 가짜 여권을 얻어 항구에 정박한 유령선처럼 을씨년스런 검은 화물선을 타고 베네수엘라로 튀어 새 인생을 살아 보려고 이곳에 왔다. 장은 부둣가의 씨구려 술집에서 역시 현실에서 도주하려는 투명한 비닐 레인코트에 베레모를 쓴 넬리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그러나 둘의 사랑은 애초부터 처형을 당한 것. 장은 넬리를 소유한 자벨(미셀 시몽)을 살해하고 배를 타기 위해 가다가 갱스터의 총을 맞고 넬리의 품에 안겨 죽는다. 종잇장처럼 얇은 입술에 큰 코를 한 과묵한 가방과 저 세상 여자 같은 모습의 모르강의 가라앉은 연기와 둘의 콤비가 보기 좋다. 절망속에서 아름다움을 느끼게 되는  영화다.
염세적 색감을 머금은 이 영화는 그 성질 때문에 나치 점령 하 프랑스의 괴뢰정권 비시정부로부터 “프랑스가 전쟁에 진 것은 ‘안개 낀 부두’ 탓”이라는 엉뚱한 소리를 들었고 상영 금지 조치를 받았다.
시적 사실주의는 주로 파리의 주변을 무대로 한 노동자 계급의 도시 드라마로 어둡고 염세적인 분위기가 특징이다. 신화 속 존재 같은 남자들이 주인공으로 이들은 범죄를 저지르고 저주 받은 사랑을 하다가 대부분 처절한 종말을 맞는다. 전쟁의 암운이 하늘을 가린 1930년대 당시 프랑스인들의 절망과 허무를 대변했는데 뛰어난 형식미 속에 서민층의 각박한 일상과 함께 서정적이요 감정적인 무드를 안고 있다.
‘안개 낀 부두’ 외에 장 가방이 나온 또 다른 좋은 시적 사실주의 영화들로는 ‘페페 르 모코’(Pepe le Moko^1931)와 ‘새벽’(Daybreak^1939) 등이 있다.        
본명이 시몬 르네 루셀인 모르강은 파리 교외의 부유층 동네에서 태어나 15세 때 배우가 되려고 집을 떠나 파리로 왔다. 미셸 모르강은 그가 영화에 엑스트라로 나올 때 지은 예명이다. ‘안개 낀 부두’는 모르강의 두 번째 주연 작품으로 모르강은 이 영화로 대뜸 스타가 되었다.
모르강은 프랑스가 나치의 침공을 받으면서 1940년에 할리웃으로 왔다. 여기서 프랭크 시내트라가 노래하는 뮤지컬 ‘하이어 & 하이어’(Higher & Higher^1943)와 험프리 보가트가 나온 전쟁영화 ‘마르세유로 가는 길’(Passage to Marseille^1944) 등 몇 편의 영화에 나오긴 했으나  타작들이다. 1942년 미국인 B급 배우이자 감독인 윌리엄 마샬과 결혼해 아들을 두었으나 6년 후 헤어졌다.
모르강의 배우로서의 생애는 전후 프랑스로 귀국하면서 만개했다. 귀국 후 첫 영화인 ‘전원 교향곡’(Pastoral Symphony^1946)으로 모르강은 칸영화제 최초의 여우주연상을 탔다. 앙드레 지드의 글이 원작인 이 영화에서 모르강은 자기를 데려다 키워준 아내와 자식이 있는 목사의 사랑을 받는 눈 먼 게르트뤼드로 나와 깊고 고요하며 엄격히 절제된 연기를 보여 주었다. 모르강의 영어영화로 유명한 것이 영국감독 캐롤 리드가 만든 ‘추락한 우상’(The Fallen Idol^1948)이다. 이 영화는 그래암 그린의 소설이 원작으로 아내 살인 혐의를 받고 있는 하인(랄프 리처드슨)을 우상처럼 여기는 소년의 드라마인데 모르강은 하인의 젊은 연인으로 나온다.
모르강은 30여 년의 연기 생활을 통해 총 60여 편의 영화에 나왔다. 그와 함께 일한 프랑스의 명장들로는 르네 클레망, 장 그레미용, 클로드 오탕-라라, 이브 알레그레, 사샤 귀트리, 르네 클레어, 앙리 베르뇌유, 로베르 오셍, 클로드 샤브롤 및 클로드 를루쉬 등이 있다.
할리웃의 바인 스트릿에 있는 ‘명성의 거리’에 모르강의 이름이 적힌 별이 있다. 아디외 모르강!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