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6년 7월 25일 월요일

‘카페 소사이어티’감독 우디 앨런




"사랑은 할 때마다 늘 새롭고 20대처럼 흥분되는 것"


1930년대 LA와 뉴욕을 무대로 청년과 그의 삼촌의 한 여자를 둘러싼 달콤쌉싸름한 로맨스 코미디‘카페 소사이어티’를 감독한 노장 우디 앨런(80)과의 인터뷰가 지난 11일 뉴욕의 콘래드 호텔에서 있었다. 자기 브랜드인 굵은 테 안경을 쓴 백발의 앨런은 귀가 잘 안 들려 질문을 할 때면 큰 소리를 내야 했지만 건강해 보였다. 놀란 토끼 모습의 앨런은 두 손 제스처를 써가면서 조용한 음성으로 유머와 위트를 구사, 시치미 뚝 떼고 농담을 해 인터뷰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어놓았다. 인터뷰 후 사진을 찍으면서 필자가 그에게“순이(앨런의 한국계 부인) 잘 있나요. 내 안부 전해 주세요”라고 말했더니“그러마”하고 미소를 지었다. 이 다짐을 그가 지켰는지는 미지수지만.         

△‘사랑 박사’인 감독의 많은 영화들은 사랑에 관한 것인데 남자가 여자를 몇 번이나 사랑할 수가 있다고 보는가.
“사랑하고 싶은 대로 몇 번이라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난 사랑은 단 한 번 만이라는 것을 안 믿는다. 사랑은 할 때마다 늘 신선하고 새로운 경험이자 흥분되는 것이다. 난 80인데도 20대처럼 흥분된다.”

△다시 사랑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난 매우 행복한 결혼을 해 그런 것 생각할 수 없다. 난 지극히 운이 좋은 사람으로 대박이 터진 셈이다. 그러나 가상해 내 아내가 트럭에 치여 죽는다면 그 땐 다시 사랑 할 수가 있다고 생각한다.”

△감독의 영화들은 다 도시에서 일어나는 얘기인데 도시를 얼마나 사랑하는가.
“난 도시인으로 도시를 사랑한다. 휴가 때 사람들은 바다로 산으로 가나 난 아니다. 난 파리나 런던 또 마드리드나 로마로 간다. 대부분들 딴 도시에 가면 대뜸 미술관에 들르지만 난 그냥 시내를 걸어다니거나 카페에 앉아 집과 사람들을 보면서 즐긴다. 내가 아마 도시에서 자랐기 때문인 것 같다. 좌우간 난 시골엔 관심이 없다.”

△왜 한 여자를 놓고 두 남자가 사랑의 줄다리기를 하게 했는가.
“그것이 극적으로 흥미 있지 않은가. 극적인 재미는 갈등과 긴장에서 온다. 영화에서 결혼한 삼촌이 젊은 여자를 사랑하게 한 것도 긴장을 조성하기 위해서다. 두 사람이 만나 아무 탈 없이 사랑을 즐긴다면 무슨 재미가 있는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나 ‘전쟁과 평화’의 주제도 다 이런 갈등과 기만에서 오는 긴장이다.”
브루클린의 바비(왼쪽)가 LA의 바니와 키스를 하고 있다.

△고급 카페 ‘카페 소사이어티’에는 갱스터들이 자주 들르는데 당신이 옛날에 클럽에서 코미디를 했을 때도 갱스터들을 자주 봤는가.
“아니다. 난 그 시대를 조금 지나서 클럽에서 일했다. 내가 일한 클럽들은 포크 싱어들과 신성 코미디언들이 일한 작은 곳이어서 갱스터들과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라스 베가스에서 코미디를 할 때는 갱에 대한 얘기를 많이 들었다. 그런데 그들은 늘 인심 좋고 매력적이요 친절했다. 그러나 그들이 자정이 지나 한 일에 대해선 난 모른다.”   

△8순에도 어떻게 매년 한 편씩 영화를 찍는가.
“난 건강이 유지되는 한 계속해 영화를 만들 수 있다. 내 아버지는 100세가 넘게 살았고 어머니도 100세 가까이 살았으니 나도 그렇게 장수할 가능성이 있는데 그렇다면 앞으로도 얼마든지 영화를 만들 것이다. 난 영화로 만들 아이디어가 많은데 내가 매년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까닭은 나는 스튜디오와 관계없는 독립제작사의 영화를 만들고 아울러 내 영화는 제작비가 덜 들기 때문이다. 할리웃 여름영화의 제작비는 보통 1억달러가 넘는데 난 그에 비하면 아주 싸게 영화를 만든다.”

△돈이란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그것은 내게 아무 의미도 없다. 난 16세 때부터 농담을 써 부모가 합해 버는 돈보다 더 벌었고 그 후 늘 누군가에 의해 고용돼 돈을 벌었다. 난 여태껏 단 한 번도 일자리가 없어본 적도 없고 돈에 대해 생각해 보거나 탐을 낸 적도 없다. 그리고 난 영화를 돈 벌려고 만들지 않는다. 그것은 내게 가장 덜 중요한 것이다. 따라서 난 학교 선생들보다는 잘 살지만 다른 감독들에 비하면 부자가 아니다. 그냥 괜찮게 살고 있다. 어머니 말대로 약사가 되었더라면 지금보다 훨씬 더 잘 살았을 것이다.”

△선거철인데 누굴 지지하는가.
“난 타고난 민주당원이어서 힐러리 클린턴을 지원한다. 난 같은 뉴요커인 도널드 트럼프를 다소 알고 있다. 그는 친절하고 상냥하고 또 예의 바른 사람이나 대통령이 될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따라서 우린 뉴질랜드로 이민 갈 필요가 없다. 힐러리가 이길 것이니 걱정 마라. 난 그녀를 만난 적은 없으나 힐러리를 좋아한다.”

△돈이 중요하지 않으면 무엇이 중요한가.
“난 겁쟁이로 내게 진짜로 중요한 것은 건강이다. 아침에 일어나 무슨 병 증세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될까 봐 무섭다. 나뿐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건강도 중요하다. 그 다음에는 아내와 아이들로 이뤄진 가족이다. 그 다음에는 일이다. 난 아주 간단한 사람이다. 일 하기를 좋아하고 야구와 농구를 좋아하고 클라리넷 불기를 좋아한다(*그는 프로 재즈 클라리넷 연주자로 매주 월요일 뉴욕의 카페 칼라일에서 자신의 밴드와 함께 공연한다). 또 아내와 함께 이웃 산책을 즐긴다. 난 집안에 있기를 좋아해 글도 내 방에서 쓴다. 그러다 심심하면 집안을 오락가락 하면서 아이들이나 아내를 끌어안는데 그럴 때마다 아내는 ‘뭘 원해요’라고 핀잔을 준다.”         

△요즘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폭력적 흑백대결에 대해 어떻게 보는가.
“아프리카에서 사람들을 납치해 노예로 만들어 학대하고 오랜 세월 인종차별 해온 대가를 지불하고 있는 것이다. 수백년간 다른 인종에 대해 무지해온 나라에 대해 무엇을 기대하는가. 지금 사태는 우리가 지불해야 할 대가를 치르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자기와 다른 사람을 미워하는 마음이 없어지지 않는 한 법으로 인종통합을 시도한다는 일은 성공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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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이 만난 것“대박 터진 것”이라며 자랑


우디 앨런의 현 한국계 부인 순이(44)는 앨런의 양녀였다. 순이는 후에 알렌의 동거녀가 됐던 미아 패로가 지휘자 안드레 프레빈의 아내였을 때 한국에서 입양한 고아다. 패로가 프레빈과 이혼 후 앨런과 살면서 자연히 순이는 앨런의 딸이 된 셈. 
지난 1992년 앨런이 당시 대학생이던 순이와 연애를 하던 것이 들통이 나면서 알렌은 온 세상으로부터 비도덕적 인간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둘은 지난 1997년 결혼한 뒤 두 딸을 입양해 키우면서 현재 아주 행복하게 살고 있다. 알렌의 세 번째 결혼이다. 
앨런은 인터뷰 때마다 순이를 만난 것을 “대박이 터진 것”이라며 아내 자랑에 열을 내곤 한다. 필자가 봐도 그는 순이로 인해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기운이 역력하다. 둘 사이에 의견 차가 있는 것은 김치. 앨런은 “김치는 너무 매워 못 먹겠다”면서 “그러나 순이와 아이들은 김치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오랜 행복을 기원한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아이스 에이지:충돌 코스(Ice Age: Collision Course)


맘모스를 비롯한 빙하시대의 온갖 동물들이 불덩이 운석을 피해 이주하고 있다.


맘모스 매니 가족과 이웃들 모험을 그린 애니메이션


빙하시대에 사는 맘모스 매니(레이 로마노 음성)의 가족과 그의 이웃들의 삶과 이들이 악화하는 환경을 피해 끊임 없이 이주하면서 겪는 모험과 액션을 그린 폭스의 인기 컴퓨터 만화영화 ‘빙하시대’ 시리즈의 제5편이다. 첫 편이 나온 지 올해로 15년째로 이제 그만 만들 때가 온 것 같다.
보고 즐길 만은 하나(아이들이야 말할 것 없지만) 내용이나 캐릭터들의 개성 묘사 그리고 독창성과 서술 동력이 주인공 매니처럼 느리고 굼뜬데다가 노쇠현상마저 보여 어른들이 보기엔 녹작지근하게 게으른 영화다. 
매니 가족과 그의 이웃들은 이번에도 지구가 맞는 대재앙을 피해 여러 가지 위험한 지경을 헤치고 안전한 곳으로 움직이는데 이런 얘기는 전편들과 거의 같은 것이어서 이젠 식상하다. 참신성이 아쉽다. 
‘아이스 에이지’에서 진짜로 재미있는 것은 칼날 같은 이빨을 하고 눈알이 튀어나온 실수 연발의 다람쥐 스크랫이 벌이는 도토리와의 투쟁. 본 영화 전에 시작되는 이 단편에서 스크랫은 늘 지상에 단 하나뿐인 도토리가 자기 소유권을 벗어나 계속해 굴러가는 바람에 이를 잡으려고 죽을 고생을 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스크랫의 역할이 많이 넓혀져 영화 서막뿐만이 아니라 영화 내내 중간 중간 나온다. 처음에 스크랫은 달아나는 도토리를 잡으려다 우주로까지 날아가 행성들의 충돌을 야기하고 이로 인해 불덩이 운석이 지구로 떨어지면서 매니 일행이 다시 길을 떠나게 된다. 스크랫의 우주액션은 영화 ‘그래비티’를 여러 모로 풍자하고 있다. 
매니와 그의 아내 엘리(퀸 라티파)는 장성한 딸 피치스(키키 팔머)가 천하의 낙천가인 줄리안(애담 디바인)을 사랑해 결혼하겠다고 선언하자 외동딸을 잃기 싫어 이를 자꾸 말린다. 그러나 결혼이 있기 전 불덩이 운석이 지구에 떨어지면서 매니 가족과 그의 온 이웃은 안전한 곳을 찾아 대장정에 오른다. 
매니 가족에 동행하는 짐승들로 눈에 익은 것들이 나무늘보 시드(존 레구이자모)와 날카롭고 긴 칼날이빨을 한 호랑이 디에고(데니스 리어리) 그리고 간교한 외눈의 족제비 벅(사이먼 펙). 이들 외에도 시드의 산전수전 다 겪은 할머니(완다 사익스)와 쉬라(제니퍼 로페스) 등 처음 보는 동물들이 여럿 있다. 길 안내자는 시드.      
이들은 가고 가고 또 가면서 여러 가지 난관과 위험을 극복하느라 난리법석을 떠는데 이런 와중에 느닷없이 우주에 떠 있는 스크랫의 근황을 보여주면서 그나마 가느다란 얘기의 서술을 방해한다. 끝은 성대하고 요란한 피치스와 줄리안의 결혼식으로 장식된다. 입체영화다. 마이크 터마이어와 개일런 탄 추 공동감독. ★★★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쉐르부르의 우산(The Umbrellas of Cherbourg·1964)


즈느비에브가 군에 가는 기를 기차역에서 전송하고 있다.

자크 데미 감독의 로맨틱하고 환상적인 뮤지컬 영화


알록달록한 색깔과 미셸 르그랑이 작곡한 감미로운 멜로디 그리고 카트린 드뇌브의 천사와도 같은 깨끗한 모습이 아름다운 로맨틱하고 환상적인 뮤지컬이다. 자크 데미가 각본을 쓰고 감독, 칸 영화제서 대상을 탔다. 대사가 전부 노래로 말해지는 오페라형식으로 3막으로 구성됐다. 
*제 1막 ‘출발’
10대 후반의 즈느비에브(드뇌브)는 우산가게 여주인으로 미망인인 에메리의 외동딸. 즈느비에브의 애인은 자동차 정비공인 기(니노 카스텔누오보). 기는 병상의 아주머니 엘리즈와 함께 살고 있는데 엘리즈를 알뜰히 돌보는 여자가 마들렌(엘랑 파르네르). 기에게 징집영장이 날아들면서 둘은 이별을 하는데 기가 떠나는 날 즈느비에브는 역 카페에서 유명한 노래 ‘아 윌 웨이트 포 유’를 부른다.
*제 2막 ‘님의 없음’
기가 떠난 뒤 즈느비에브는 기의 아기를 임신한 것을 알게 되는데 기에게서 편지가 오지 않아 시름에 빠진다. 한편 에메리는 딸에게 애정을 표시하는 나이 먹은 다이아몬드상 롤랑(마르크 미셸)과 결혼하라고 권유한다. 그리고 즈느비에브는 이에 따른다.
*제 3막 ‘귀향’
귀향한 기는 즈느비에브를 못 잊어 상심에 젖는다. 그리고 엘리즈가 사망하면서 마들렌도 떠나려하자 기는 마들렌이 자기를 사랑해 왔음을 깨닫는다. 기는 마들렌과 결혼, 유산으로 주유소를 차리고 아들을 낳고 행복히 산다. 함박눈이 내리는 크리스마스 이브. 주유소 앞에 고급차가 멈추고 차에서 즈느비에브가 내린다. 차 안에 한 소녀가 앉아 있는데 기를 닮았다. 기와 즈느비에브는 인사말만 나눈 뒤 헤어진다.  
때로 우울하고 가슴 아픈 낭만적이요 아름다운 사랑의 이야기가 사뿐하게 전개되는 총천연색 꿈과도 같은 작품이다. 
이 영화와 함께 역시 데미가 감독하고 드뇌브가 나오는 뮤지컬 ‘로쉬포르의 젊은 여인들’(The Young Girls of Rochefort·1968)가 상영된다. 28일(하오 7시30분) 에어로(Aero) 극장. 1328 Montana Ave.(샌타모니카). (310)260-1528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흑과 백’




미국은 지금 흑과 백이 전쟁 중이다. 백인 경찰이 검문과정에서 흑인들을 사살하는 일이 자주 일어나자 이에 대한 보복조치로 텍사스주 달라스와 루이지애나주 배턴루지에서 각기 흑인이 경찰을 살해(총 8명의 피해자 중 1명은 흑인), 또 다시 흑백문제가 뜨겁게 달아 오르고 있다.
미국에서 흑백차별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민권법안이 통과된 지 반세기가 되는 요즘에 와서도 ‘흑인들의 목숨도 중요하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시위를 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피가 피를 부르는 유혈폭력의 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 달라스와 배턴루지의 총격사건은 다시 한 번 흑백 간에 깊이 패인 증오와 불신과 대결의식의 골을 노정시킨 것이다.
현실이라기보다 영화와도 같은 두 도시의 총격사건을 보면서 언뜻 흑백문제를 다룬 2편의 영화가 생각났다. 흑백문제를 다룬 영화는 많지만 그 중에서도 흥미진진하고 또 의미심장한 것이 모두 사회적 문제에 관심이 컸던 스탠리 크레이머가 제작하고 감독한 ‘흑과 백’(The Defiant Ones·1958)과 ‘초대 받지 않은 손님’(Guess Who’s Coming to Dinner·1967)이다.
‘흑과 백’(사진)은 토니 커티스와 시드니 포이티에가 주연한 흑백 드라마로 쇠사슬에 함께 묶인 흑과 백의 두 죄수의 탈출기이다. 미 남부의 두 죄수 백인 존과 흑인 노아를 수송하던 트럭이 전복하면서 쇠사슬과 쇠고랑으로 함께 팔목이 묶여진 둘은 도주한다.
둘은 서로를 죽도록 증오하면서도 자유를 향한 도주를 위해 이를 억제한다. 둘은 서로 육박전을 벌이고 욕설을 주고 받다가도 서로 협력해야 한다는 사실 때문에 휴전에 들어간다. 존과 노아는 도중에 동네사람들에게 붙잡혀 죽을 고비를 넘기기도 하고 한 농가의 섹스에 굶주린 젊은 홀어머니로 인해 배신의 유혹을 받기도 하지만 둘은 서로를 묶은 쇠사슬을 끊은 후에도 함께 달아난다. 둘을 묶었던 쇠사슬이 존과 노아를 친구이자 동료로 만들어준 것이다.
라스트 신이 인상적이다. 달리는 화물열차에 먼저 올라탄 노아가 안간힘을 쓰면서 뒤따라 달려오는 존을 향해 팔을 길게 내뻗지만 존이 이를 잡지 못하자 노아는 존을 버리지 못해 기차 밖으로 굴러 떨어진다. 그리고 노아는 존을 품에 안고 흑인 노래를 부른다. 동료애에 의한 흑백통합이다.
형제애와 우정, 증오와 편견 그리고 인종간 대결의식과 가혹한 미 형벌제도를 고찰한 작품으로 모질고 가혹하면서도 얄궂은 유머와 박력 있는 액션을 지닌 작품이다. 당시만 해도 인종차별이 극심하던 미 남부에서는 흥행에 실패했지만 대부분 다른 곳에서는 호평과 함께 흥행도 잘 됐다.
커티스와 포이티에의 연기가 강렬하다. 그때까지만 해도 예쁜 남자로 취급받던 커티스가 사납고 거친 연기를 맹렬히 해낸다. 포이티에 역시 훌륭한데 그는 이 역으로 베를린영화제서 주연상을 탔다. 둘은 이 영화로 빅스타가 된다. 영화는 오스카 각본과 촬영상을 받았다.    
‘초대 받지 않은 손님’은 제작 당시만 해도 미 17개 주에서 불법화하던 흑백 간 결혼문제를 다룬 드라마다. 진보적인 미 상류층 부부로 평소 인종간 평등의 이념을 지녔던 백인 부부 맷과 크리스티나(스펜서 트레이시와 캐서린 헵번) 자신들의 딸 조앤나(헵번의 질녀 캐서린 하우턴)가 흑인 변호사 존(시드니 포이티에)과의 결혼을 선언하자 당황해 하면서 이야기가 이어진다.
특히 이 결합에 크게 실망하는 사람이 맷. 흑백평등 의식을 딸에게 심어준 그가 막상 딸이 흑인과 결혼하게 되자 심한 갈등에 빠지나 뒤늦게 사랑의 중요함을 깨닫고 딸과 존을 받아들인다.
아마도 이런 다른 인종 간의 결합문제는 미국에 사는 많은 한국인 부모들도 겪었고 또 겪을 일이어서 결코 남의 일 같지가 않다. 많은 한국인 부모들도 자기 자녀들이 타인종과 결혼하는 것을 탐탁치 않게 여기는 것이 사실이다. 인종차별이란 이렇게 우리 모두 내부에 잠복해 있는 바이러스다.
감동적인 것은 존이 자신에게 큰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는 아버지에게 하는 말. “아버지는 자신을 흑인남자로 생각하지만 나는 자신을 남자로 생각합니다.” 이 영화는 오스카 각본상과 함께 헵번이 주연상을 탔는데 헵번의 연인인 트레이시는 영화촬영이 끝난지 2주 후 사망했다.
과연 흑백문제에는 해답이 있는가. 최근 뉴욕에서 만난 우디 앨런의 말이다.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사태는 미국이 노예소유 국가로 세워졌고 또 여러 세대에 걸쳐 인종편견으로 채워진 나라라는 것에 대한 응분의 대가다. 수백년 간을 인종문제에 대해 무감각해 온 나라로부터 무엇을 기대하는가. 현 폭력적인 사태는 인종 간에 깊이 뿌리 박힌 반감이 고르게 되어 사람들이 그것을 더 이상 느끼지 않을 때까지 우리가 물어야 할 대가다. 우리가 여전히 타인종을 증오한다면 법으로 인종통합을 시도한다는 것은 무의미하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2016년 7월 17일 일요일

카페 소사이어티(Cafe Society)


바비(왼쪽)가 바니의 안내로 베벌리힐스의 스타들의 집을 구경하고 있다.

우디 알렌의 향수감 짙은 달콤 쌉싸름한 로맨스 영화


우디는 언제까지나 그리고 또 어디까지나 우디다. 우디 알렌의 특성이 고스란히 살아 있는 향수감 짙은 달콤 쌉싸름한 로맨스 얘기로 약간 가볍긴 하나 그의 재치와 유머 그리고 사랑타령이 사뿐하고 감칠맛나게 그려진 코미디 드라마다. 
우디가 내레이션을 하면서 영화가 서술되는데 1930년대 할리웃 황금기의 LA와 뉴욕의 얘기여서 나이가 듬직한 사람들에게 어필할 영화다.
철저한 뉴요커로 LA가 문화적으로 깨인 점은 빨간 신호등에 우회전할 수 있는 것 하나 라고 주장하는 우디가 40년 전에 ‘애니 홀’을  찍은 후 처음으로 본격적으로 LA서 찍은 작품이기도 한데 명 촬영감독 비토리오 스토라로의 촬영이 황금빛과 꿀빛으로 화면을 흥건히 적신다.
우디 영화의 재미는 냉소적이요 위트 있고 또 우습고 신랄하면서도 철학이 담긴 대사. 이 영화에도 젊은 주인공 바비를 비롯해 여러 사람들이 우디가 쓴 대사를 끊임 없이 재잘대는데 약간 말장난하는 것 같이 들린다. 
8순에도 매년 한 편씩 영화(사랑 얘기가 많다)를 찍는 우디의 정력에 혀를 차게 되는데 이 영화는 어떻게 보면 우디가 관객들보다 자기를 위해 만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우리는 그저 덤으로 보고 즐기면 된다는 식으로.
브루클린에 사는 청년 바비 도프만(제시 아이젠버그)은 할리웃의 막강한 탤런트 에이전트인 외삼촌 필(스티브 카렐)을 찾아와 일자리를 부탁한다. 필은 입만 열면 자기가 관리하는 할리웃의 수퍼스타들의 이름을 줄줄이 늘어놓는 에이전트 중의 에이전트로 우선 바비에게 잔심부름을 시킨다.
그리고 자신의 젊고 예쁜 여비서 바니(크리스튼 스튜어트)에게 바비를 데리고 나가 할리웃과 베벌리힐스를 구경시켜 주라고 시킨다. 그런데 바니는 결혼한 필의 애인. 필은 바니를 지극히 사랑해 바니에게 아내와 헤어지겠다고 몇 번씩 다짐했으나 아직 실행에 못 옮긴 상태. 바니도 필을 사랑해 갈팡질팡하는 상태. 이런 바니에게 바비가 사랑을 고백하면서 삼촌과 조카가 한 여자를 사랑하는 촌극이 일어난다.
그러나 바비는 할리웃의 ‘개가 개 잡아 먹는’(우디의 할리웃 경멸의 표현) 풍토에 질려 뉴욕으로 돌아와 갱스터인 형 벤(코리 스톨)이 경영하는 고급 나이트클럽 ‘카페 소사이어티’의 매니저가 된다. 여기서부터 과거와 현재가 오락가락 하면서 애기가 진행되는데 바비는 늘씬한 미녀 베로니카(블레이크 라이블리-왕년의 스타 베로니카 레이크 모양을 냈다)를 보고 사랑에 빠져 결혼한다. 그런데 문제는 바비가 아직도 바니를 못 잊고 있으며 바니도 마찬가지라는 점. 라스트신에 콧등이 시큰해진다. 
우디의 젊은 판이라고 해도 좋을 아이젠버그가 어깨를 안으로 숙이고 신경과민한 좌불안석 스타일로 재잘대는 연기를 아주 잘하고 스튜어트도 예쁘고 사랑에 시달리는 연기를 잘 한다. 이와 함께 카렐도 호연한다. 1930년대의 로맨틱한 음악들로 장식된 사운드트랙도 향수감에 잠기게 하는데 오프닝 크레닷의 클라리넷연주는 재즈음악가로 클라리넷을 부는 우디의 것이다. 의상과 프로덕션 디자인도 일품이다. PG-13. ★★★★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내부자(The Infiltrator)


메데인 카르텔 내부로 잠입한 세관 수사관 밥 메이저.

마약 카르텔에 잠입한 수사관 실화 얘기 미국판 ‘내부자’


콜롬비아의 악명 높은 마약 카르텔 메데인 카르텔의 두목 파블로 에스코바르의 마약거래의 숨통을 조르기 위해 조직의 검은 돈을 세탁하는 은행의 부정을 파헤쳐낸 미 연방세관 소속 수사관 밥 메이저의 실화로 미국판 ‘내부자’라고 하겠다.
메이저는 카르텔과 은행의 내막을 수사하기 위해 돈 세탁자로 위장, 많은 위험한 고비를 넘기면서 카르텔의 고위인사의 깊은 신뢰를 사 그와 친구지간까지 되는데 이런 스릴과 긴장감이 있고 흥미진진한 얘기가 지극히 평범한 마약 드라마로 그치고 말았다.
연기파인 브라이언 크랜스턴이 노련한 연기를 잘 하지만 아내와 자녀를 사랑하는 남편과 아버지와 마약 딜러의 이중생활에서 오는 갈등과 카르텔의 무자비성 및 얘기인 시간대인 1980년대 중반 미국의 마약 카르텔과의 전쟁의 열기 같은 것들이 제대로 표현되지 못했다. 이런 내용의 영화로선 극적 충격이 모자라는 직선적이요 통속적인 드라마이지만 볼만은 하다. 
전직 미 국세청 회계사인 메이저는 연방 세관 수사관이 된 후 플로리다주 탬파의 마약조직을 분쇄하기 위해 돈세탁자로 위장한다. 그를 돕는 것이 그의 약혼녀로 위장한 아름다운 풋내기 수사관 캐시 어츠(다이앤 크루거). 메이저는 에스코바르에게 접근하기 위해 에스코바르의 고위급 부두목 로베르토 알카이노(벤자민 브렛)에게 접근, 그의 신임을 산다. 
영화는 메이저의 충실한 가정생활과 위험과 유혹과 돈과 사치가 넘쳐 흐르는 마약집단의 세계를 오락가락 하면서 진행되는데 이런 상반된 세상을 매일 같이 왕래하는 메이저의 삶이 너무 평범하게 그려져 극적 흥분을 느끼지 못하겠다. 
특히 메이저와 캐시 그리고 로베르트와의 관계가 집중적으로 얘기되는데 메이저와 캐시는 로맨스를 꽃 피울 아슬아슬한 지경에까지 이르나 어디까지나 철저한 가정인인 메이저는 유혹을 물리친다. 흥미 있는 것은 메이저와 로베르토와의 관계. 둘은 친구지간이 될 정도로 가까워지면서 메이저는 로베르토의 가족의 사랑까지 얻는데 로베르토를 때려잡아야 할 메이저가 그에 대한 동정심을 느끼면서 마음에 갈등을 겪는다. 그러나 두 플롯 역시 어떤 성적 긴장감이 있거나 극적 깊이나 강렬성은 모자라게 그려졌다.
크랜스턴의 연기가 좋긴 하나 내적 갈등을 겪는 사람의 고뇌가 완벽하게 묘사되진 못했다. 크루거의 연기는 무난하고 브렛이 남편과 아버지로서 자상하다가 가혹한 드럭 딜러로 변신하는 매서운 모습을 돋보이게 표현한다. 브래드 퍼맨 감독. R. ★★★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미 타잔, 유 제인”




할리웃의 스크린을 주름 잡는 영웅들은 한두 명이 아니지만 그 중에도 가장 원시적이요 멋들어진 자는 아마도 몸 아래 중요한 것만 가린 늠름한 체구의 타잔일 것이다. 
에드가 라이스 버로스가 1912년에 쓴 소설 ‘원숭이들의 타잔’으로 태어난 타잔이 처음 스크린에 등장한 것이 1918년. 소설과 같은 이름의 무성영화로 타잔 역은 엘모 링컨이 맡았다. 그런데 LA 인근 도시 타자나는 버로스가 이 곳에 살며 소유했던 타자나 목장 이름을 딴 것이다.
‘원숭이들의 타잔’에 이어 현재 상영 중인 ‘타잔의 전설’에 이르기까지 만들어진 타잔영화는 무려 50여편에 이르고 최근의 타잔 역을 하고 있는 스웨덴 배우 알렉산더 스카스가드를 포함해 그 동안 타잔 노릇을 한 배우는 총 25명에 이른다.
정글을 누비고 다니며 액션과 모험으로 남녀노소를 흥분과 즐거움 속으로 안내했던 많은 타잔 배우들 중에 기억될 만한 사람들로는 버스터 크랩, 고든 스캇, 론 엘리, 렉스 바커, 족 마호니 및 크리스토퍼 램버트 등이 있다. 
그러나 타잔 하면 대뜸 떠오르는 배우는 잘 생긴 자니 와이스멀러(사진)다. 그는 ‘유인원 타잔’(1932)으로부터 시작해 지난 1930~40년대 무려 12편의 타잔영화에 나와 타잔과 동의어가 되다시피 했다. 
나도 꼬마 때 부산 피난시절 이 영화를 보면서 타잔의 정글모험에 넋을 잃었었다. 얼마 전 가진 기자회견에서 스카스가드도 “어렸을 때 타잔 팬인 아버지(배우 스텔란 스카스가드)와 함께 본 와이스멀러의 타잔이 최고”라고 말했다.
와이스멀러(1984년 78세로 사망)는 오스트리아-헝가리계 미국인으로 올림픽 수영 금메달리스트다. 떡 벌어진 알몸 가슴이 난공불락의 성벽과도 같은 강건한 근육질의 신체를 지녔었다. 타잔의 애인으로 도시인인 제인이 타잔에게 반한 이유 중 하나가 아마도 그의 이 늠름한 가슴이 아닐까 하는 짐작이 간다.
타잔과 제인은 잉꼬 한 쌍인데 재미 있는 것은 제인이 타잔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모습. 제인이 타잔의 가슴을 손가락으로 쿡 쿡 찌르면서 “유 타잔, 미 제인”하고 통성명을 하자 타잔이 역시 손가락으로 제인의 가슴을 찌르면서 “미 타잔, 유 제인”이라고 응답한다. 아이들 소꿉장난 하는 것 같다. 와이스멀러의 제인 역은 미아 패로의 어머니인 모린 오설리반이 했다.
타잔 노릇을 한 배우 중 특이한 사람이 프랑스 배우 크리스토퍼 램버트다. 그는 지난 1984년작 ‘그레이스토크: 타잔의 전설, 원숭이들의 지배자’라는 영화에 나와 셰익스피어의 연극에나 나온 듯이 시종일관 인상을 쓰면서 심각하게 굴었다. 영화도 액션과 모험보다 내면성찰적인 심각한 것으로 타잔영화로선 최초로 오스카 남우 조연상(영국의 명우 랄프 리처드슨의 사후 지명) 등 총 3개 부문에서 수상후보에 올랐었다.
그런데 지금 상영 중인 타잔 영화의 스카스가드가 생긴 것이나 연기가 램버트를 닮았는데 램버트가 한 수 위다. 이 영화는 내용과 연기가 별 볼품이 없는데도 흥행이 잘 되고 있다.
타잔의 인간 짝이 제인이라면 그의 동물 단짝은 자기를 키워준 원숭이들의 무리에 속한 꼬마 침팬지 치타다. 똑똑하기가 사람 못지 않은 치타는 재롱꾼이어서 영화에 코믹터치를 가미하는데 재롱만 떨 뿐 아니라 ‘타잔과 그의 배우자’에서처럼 타잔을 여러 번 위기에서 구해준다.
와이스멀러의 치타는 지난 2012년 80세로 영면했는데 당시 동물학자들이 치타는 평균수명이 40년이어서 이 치타가 와이스멀러의 치타가 아니라고 주장했었다. 한편 치타의 부음이 전해지자 패로는 제인 역을 한 자기 어머니 모린이 “치타는 기회만 있으면 무는 후레새끼”라고 불렀다고 말했다. 
‘정글 스피크’로 코끼리 등 온갖 동물들과 대화를 나누는 타잔의 가족인 제인과 치타 외에 새 가족이 된 것이 소년 ‘보이’. 타잔과 제인은 ‘타잔 아들을 발견하다’에서 정글에 추락한 비행기에서 살아남은 아기를 입양해 ‘보이’라고 명명, 세 식구가 네 식구가 된다. 
와이스멀러의 타잔 영화 중 이색적인 것이 ‘타잔의 뉴욕 모험’. 타잔과 제인이 뉴욕으로 돌아간 ‘보이’를 찾아 맨해턴으로 오는데 신사복을 입은 타잔이 처음 보는 문명세계에 당황해 하는 모습이 우습다. 
와이스멀러의 타잔영화를 보면 타잔은 물론이요 제인도 거의 전라에 가까운 차림으로 수영을 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는 1930년대 초만 해도 할리웃에 검열제도가 없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타잔 하면 또 잊지 못할 것이 “아 아 아 아”하며 내지르는 타잔의 요델 고함소리. 이 소리는 와이스멀러의 육성으로 그 후 다른 배우들이 나오는 타잔영화에서도 사용됐다. 
수퍼맨, 뱃맨, 아이언 맨 등 할리웃의 스크린을 누비는 수퍼히로들이 많기도 하지만 타잔만큼 인간미가 물씬 풍기는 영웅도 없다. 타잔은 영원하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