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5년 12월 29일 화요일

‘45 Years’의 샬롯 램플링




“배우로서 정의 내릴 수 없는 마음의 상태 표현하고 싶었다”


"유럽은 형태보다 내용을… 미국은 변화 두려워 하는 것 같아
자신을 나무라는 것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지 않은 일"


드라마‘45년’(45 Years-영화평 참조)에서 결혼생활 45년만에 자신이 남편 제프(탐 코트니)의 죽은 옛 연인 카티아의 그림자 속에서 살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아내 케이트 역을 조용하면서도 강렬하게 표현, 올해 베를린 영화제서 주연여우상을 탄 영국의 베테런 스타 샬롯 램플링(69)과의 인터뷰가 최근 웨스트할리웃의 할리웃 외신기자협회(HFPA) 사무실에서 있었다. 우아하게 세월을 받아들인 귀부인 티가 나는 램플링은 단정히 앉아 가끔 유머를 구사하면서   물음에 차분히 대답을 했는데 삶의 예지가 가득한 여자라는 인상을 받았다. 겸손하면서도 위엄이 있었는데 눈매가 매서운 눈을 가늘게 뜨고 미소를 지을 때는 싸늘한 매력을 발산했다. 오래 전부터 스크린을 통해 연모하다시피 한 여인이어서 인터뷰 후 사진을 찍을 때 두 손을 꼭 잡고 “반갑다”고 말했더니 램플링은 “댕큐”라며 엷은 미소를 지었다.              

 -영화는 결혼 속의 비밀에 관한 얘기인데 당신은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사실 제프의 옛 여자는 비밀은 아니다. 그저 새로 만난 케이트에게 제프가 자신의 옛 여자에 대해 상세한 얘기를 안 했을 뿐이다. 그러다 시간이 갔을 뿐이다. 케이트도 제프가 여자가 있었고 그녀가 죽었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러나 그 여자의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못한 채 둘 사이의 관계 속에 가라앉아 있다가 뒤늦게 그 여자의 사체가 냉동상태로 발견됐다는 편지가 날아들면서 과거의 상처가 다시 도진 것이다.”

-그러나 케이트는 뒤늦게 남편이 평생을 옛 여자에 대한 정열을 간직하고 살았다는 것을 알게 되지 않았는가.
“그렇게 간단히 얘기할 영화가 아니다. 케이트는 만약 카티아가 살았더라면 남편이 그녀와 결혼했을 것인가 또 카티아와 자기 둘 중에 누가 더 남편을 사랑했을까와 같은 어떻게 보면 사소한 의문에 시달리고 있다. 이 영화는 이렇게 이성적이지 않은 것에 바탕을 둔 얘기여서 더 사무친다.”

-영화의 어떤 점이 좋아 출연했는가.
“인물들의 내적 언어의 강렬성과 배우로서 정의 내릴 수 없는 마음의 상태를 연기해 보고 싶었다. 아주 연약한 얘기를 연기로 표현해 관객을 사로잡는 도전에 응하고 싶었다.”

-당신은 영화 속에서나 실물이 다 화장을 짙게 안 한 아름다운 모습인데 할리웃 배우들은 화장 안 하고는 못 견디는 사람들이다. 유럽 여배우와 할리웃 여배우의 차이가 무엇인가.
“유럽은 늘 형태보다 내용을 더 중요시해 왔다고 여긴다. 문학서적 속에 깊이 잠기고 싶을 때 우리는 어떤 예쁜 형태를 찾지 않고 책 내용의 깊이를 진실로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가. 이런 점이 미국과 다른 것이다. 미국은 변화를 두려워하는 것 같다. 변화는 성형수술로 막아지는 것이 아니다. 난 늘 내 모양을 바꾸지 않고 인간으로서 영화를 통해 사람들을 나의 여정에 함께 동반시킬 수 있다면 얼마나 흥미 있겠는가 하고 생각해 왔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며 이 영화가 바로 그런 큰 도전이다.”
결혼 45주년을 맞은 제프(왼쪽)와 케이트의 삶이 편지 한 통으로 혼란에 휩싸인다.

-만약 영화 속 일이 당신에게 실제로 일어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남편을 떠나겠는가 아니면 남편 곁에 있으면서 의혹과 고뇌에 시달리겠는가.
“카티아는 제프의 큰 과거일 뿐으로 제프는 사실 케이트를 사랑하고 그녀와 함께 살고 싶어 한다. 영화는 케이트 개인의 여정이라고 하겠다. 왜 그녀가 그렇게 큰 혼란과 격동 속에 빠져 들게 되었는가를 묻는. 케이트는 결코 제프를 안 떠날 것이다. 영화는 그런 것보다 훨씬 더 실존적인 문제를 제시하고 있다. 영화는 남편의 죽은 옛 여인의 얘기라기보다 삶의 위기에 관한 것으로 봐야 한다. 그것은 우리가 다 겪는 것으로 이 영화가 본 사람들에게 깊은 영향을 미친 까닭도 거기에 있다.”

-당신은 멋있고 훌륭한 생애를 살았는데 돌이켜 봐 후회하는 일이라도 있는지.
“있지만 난 별로 과거를 돌아보질 않는다. 내가 과거에 한 일들은 그것이 내 최선이었기 때문에 난 결코 후회하질 않는다. 자신을 나무라는 것이야 말로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지 않은 일 중의 하나다. 이 건 내 아버지의 가르침이다. 난 내가 한 일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당신의 옛날 영화를 보는가.
“안 본다.”

-당신은 국가로부터 작위를 받았는데 소감이 어떤가.
“의식은 치렀지만 유감스럽게도 여왕은 못 만났다. 난 여행을 많이 하기 때문에 지정 일에 런던에 있을 수가 없어 나중에 내가 살고 있는 파리에서 주불 영국대사로부터 받았다. 작위 받아 참 기쁘다.”

-당신은 대부분 비극적이거나 음울한 역을 자주하는데 왜 그런가.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나 그런 역들이 가장 강렬한 역임에는 틀림없다. 그런 역을 할 때면 역에 배우로서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연결되기 때문에 탐구하기에 흥미를 느낀다.”

-젊었을 때 본 것들 중 당신에게 가장 강한 영향을 준 영화는 무엇인가.
“배우로서는 캐서린 헵번의 영화들이다. 나도 그녀와 같은 혼과 질을 지녀 헵번이 나온 영화와 같은 것에 나오고 싶어도 이젠 더 이상 그런 영화를 만들지 않는다. 그녀의 영화 중 기억에 뚜렷한 것은 ‘아프리카의 여왕’과 ‘필라델피아 이야기’ 및 ‘베이비 키우기’다.”

-남자와의 관계에서 배운 점은 무엇인가.
“이 영화처럼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것이다.”

-누가 탐을 당신 상대로 골랐는가.
“나와 감독 앤드루 헤이다. 난 탐을 전에 잘 몰랐지만 이 영화에서 함께 일하기를 학수고대 했었다. 그래서 그가 출연을 승낙한 뒤에는 그가 날 사랑하도록 온갖 노력을 다했다.”

-한 때 연기를 포기하려고 했다는 말을 들었는데.
“깊은 침체에 빠져 그런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보다시피 이렇게 돌아왔다. 난 늘 가는 데까지 가서야 나 자신을 구원하는 경향이 있는데 절벽에서 뛰어내릴 필요는 없으나 그런 위기의식을 느낄 필요는 있다.”  

-여성의 힘은 어디서 나온다고 보는가.
“그것은 스스로가 개발해야 한다. 누구도 그것을 당신에게 줄 수가 없다. 그것은 하느님이 준 것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스스로 안에서 개발해 사용해야 한다. 여성의 성적인 힘은 대단히 강력한 내적 요소로 우리가 얻고자 하는 것을 취하는데 매우 유용한 것이다. 그러나 조심하지 않으면 그것에 당신이 휩쓸려 갈 수 있기 때문에 겸손하게 써야 한다.”

-한 사람이 동시에 두 사람을 사랑할 수 있다고 보는가.
“그렇다. 둘을 사랑은 할 수 있으나 오직 한 사람에게만 충실할 수가 있다. 그러나 충실하다는 것과 사랑은 다르다. 한 사람에게 전적으로 충실하면서도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다. 적어도 내 경험에 따르면.”

-사랑하는 상대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말은 안 하는 것이 좋다고 보는가.
“말은 정말 조심해서 해야 한다. 난 말이 무섭다. 좋지 않은 말은 비수 같아서 진짜로 상처를 남긴다.”

-이 영화에선 다른 영화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나이 먹은 사람들의 섹스신이 있는데 나이 먹은 배우로선 그런 연기를 하기가 거북한가.
“성적이란 것은 젊었을 때만 아름다운 것이다. 배우로서 섹스 신을 할 수는 있으나 내가 그런 연기를 하는 것을 보고 싶지는 않다. 난 나이 먹은 사람들을 사랑하긴 하나 어떤 것은 별로 보기가 좋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당신이 부엌에서 콧노래로 부른 플래터즈의 ‘스모크 겟츠 인 유어 아이즈’를 평소에도 좋아하는가.
“난 그 노래 사랑한다. 우리의 결혼 45주년 파티가 열리는 마지막 장면에서도 그 노래에 맞춰 나와 탐을 비롯해 모두가 춤을 추는데 영혼과 직접 연결되는 느낌을 경험했다.”

-보통 때의 삶은 어떤가.
“남들과 마찬가지다. 배우라고 해서 남들과 다를 것이 없다. 우리도 보통 사람들이다.”

-당신이 폴 뉴만과 공연한 ‘평결’ 이후 모두들 당신이 할리웃의 수퍼스타가 될 것이라고 말했는데도 당신은 유럽으로 돌아갔는데 이유가 무엇인가.
“이 곳에선 매우 위협감을 느꼈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돌아갔다. 매우 두려웠다. 여기가 내 세상이 아니어서 행복할 수가 없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2015년 12월 28일 월요일

레버넌트(The Revenant)


휴(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동료 사냥꾼에게 북수하려고 설원을 걷고 있다.

생존의 몸부림과 복수… 디카프리오의 처절한 연기


이것이야 말로 위대한 영화제작이다. 방대한 스케일과 내장을 끄집어내 씹고 생살을 깎아내는 것 같은 쓰고 고통스런 생존의 몸부림과 복수, 폭과 깊이가 대하 서사적으로 장엄하고 아름다운 영상미 그리고 불길하고 우울한 음악(사카모토 류이치와 알바 노토) 및 처절한 연기 등이 마치 명필가의 거대한 붓이 일필휘지로 쓴 것 같은 연출력에 의해 극단적으로 생생하게 표현된 걸작이다.
지난해에 ‘버드맨’으로 오스카 감독상을 탄 알레한드로 G. 이나리투(공동 각본)의 영화로 실제 있었던 모피사냥꾼의 사건을 바탕으로 캐나다의 캘거리와 아르헨티나에서 찍었는데 마치 영화 속의 복수심에 불타는 주인공처럼 이를 득득 갈면서 죽기를 각오하고 만든 것 같은 절박감과 치열한 작품 욕심이 느껴져 고개가 숙여진다. 
가차 없고 잔혹한 실존적 웨스턴이기도 한데 눈 덮인 광활한 동토에서 살아남기 위해 대장정을 하면서 겪는 주인공이 겪는 견디어내기 힘든 조건과 상황 그리고 폭력이 너무나 노골적으로 참혹하고 끔찍해 영화를 보다가 중간에 나가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다.     
1823년 록키산 지역에서 캡튼 앤드루 헨리(돔날 글리슨)의 지휘 하에 모피사냥을 하던 휴 글래스(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등 사냥꾼 일행이 포니 인디언들에 의해 기습을 당하는 장면으로 시작되는데 장시간 진행되는 이 기습장면의 속도감과 공포와 잔인성 및 혼란이 감관을 유린하는 것 같은 카메라에 의해 박진감 있게 포착된다. 그런데 휴는 한 때 포니들과 함께 살면서 원주민과 결혼하고 아들까지 낳은 사냥꾼으로 지역 지리에 대해 정통하다.
겨울이 다가오면서 사냥꾼들은 철수를 시작하는데 숲 속에서 혼자 휴식을 취하던 휴가 거대한 어미 곰에 의해 습격을 받아 빈사의 지경에 이른다. 
특수효과로 처리된 이 곰의 습격장면은 영화사에 길이 남을 것으로 너무 생생해 진짜로 곰에게 물리고 발톱에 찢기고 밟히는 것 같은 현실감을 느끼게 된다(감독은 어떻게 찍었는지 밝히질 않는다.)
들것에 실려 운반되던 휴를 날씨와 험한 지형 때문에 더 이상 운반할 수 없게 되자 앤드루는 사이코 같은 성질을 지닌 탐욕스런 존(탐 하디)과 양심적인 젊은 짐(윌 풀터)에게 휴가 죽으면 제대로 매장을 하라고 지시하고 나머지 대원들을 이끌고 요새를 향해 떠난다. 그러나 얼마 후 존은 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휴를 거의 생매장하다시피 한 뒤 버리고 떠난다.
여기서 살아남은 휴가 처음에는 벌벌 기어 다니면서 먹고 마실 것을 찾아다니다가 기운을 차리고 나무 지팡이에 의존한 채 존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설원과 산을 걷고 타고 넘고 급류에 휩쓸려 떠내려가면서 집요하게 목적지를 향해 간다. 이 과정에서 휴는 거의 초인적 인내와  생존본능으로 온갖 위험과 고통을 극복한다. 특히 경악할 장면은 그가 얼어 죽지 않으려고 죽은 말의 내장을 손으로 꺼낸 뒤 말 속에 드러누워 혹한을 피하는 모습.
마침내 휴는 요새에 도착, 존의 행위를 폭로하나 존이 도주하면서 휴는 이번에는 달아난 존을 잡기 위해 다시 혼자 설원으로 떠난다. 
자연광을 이용한 에마누엘 루베즈키의 촬영이 물 흐르듯 하고 급박한데 휴가 말을 탄 채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장면을 비롯해 경탄을 금치 못할 장면들이 많다. 내용이 간단한 영화에서 디카프리오는 별로 말을 많이 안 하는데 두꺼운 동물털가죽을 입고 텁수룩한 수염에 장발을 한 채 입안으로 웅얼대면서 강렬한 눈매와 사로잡힌 얼굴 표정으로 필사적인 연기를 한다. 상영시간 2시간36분. R. Fox. 아크라이트(선셋과 바인)와 랜드마크(피코와 웨스트우드). ★★★★1/2(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45 Years


케이트(오른쪽)는 제프의 되살아난 과거 때문에 갈등한다.

    과거의 그림자 속 삶에 격변을 겪는 노부부


아내인 당신이 결혼생활 45년만에 여태껏 남편의 죽은 옛 여자 그림자 속에서 살아 왔다는 것을 깊이 의심하게 된다면 과연 당신은 이에 어떻게 감정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대처하겠는가. ‘아, 나는 여지껏 헛 살았구나’ 하고 깨닫게 된다면 말이다. 2인극이나 다름없는 이 조용하나 안으로 격한 감정과 의혹과 좌절 그리고 분노가 소용돌이치는 영화는 이같은 물음을 제시한 뒤 애매모호하게 끝이 난다. 
사랑과 결혼의 손상되기 쉬운 확실성에 관한 영국 영화로 소품이지만 영화가 던지는 명제가 대단히 심각하고 또 그 감정적 여파가 크고 넓어 작품 속에 깊이 파묻히게 된다. 영국의 두 베테런 샬롯 램플링(69)과 톰 코트니(78)가 주연하는 향수감 짙은 작품이다.
떨쳐버려지지 않는 과거의 그림자 때문에 내적 격변을 겪어야 하는 노부부의 드라마가 차분하고 절제됐으면서도 매우 세련되고 민감하게 그려졌는데 각본을 쓰고 연출한 앤드루 헤이의 윤기 나는 솜씨가 돋보인다.
영국 동부 노포크의 곱고 조용한 교외에서 사는 제프(코트니)와 케이트 머서(램플링) 부부는 1주 후에 가질 결혼 45주년 기념파티 준비에 바쁘다. 둘은 서로를 극진히 사랑하지만 자식은 없다(그 이유는 보는 사람 자의대로 해석하면 된다.) 영화 처음에 부엌 식탁에 제프가 앉아 있는 가운데 케이트가 설거지를 하면서 미 흑인 보컬그룹 플래터즈의 ‘스모크 겟츠 인 유어 아이즈’를 콧노래로 부르는데 이 노래는 둘이 연애할 때 즐겨 듣고 부르던 노래로 영화에는 옛 팝송이 많이 나오면서 올드팬들의 향수감을 자극한다.
그런데 느닷없이 제프에게 편지 한 통이 배달된다. 내용은 50년 전 제프와 함께 스위스 알프스 빙하지대에 놀러갔다가 실족사한 그의 옛 독일인 애인 카티아의 사체가 고스란히 보존된 채 발견됐다는 것. 이 편지를 받고 제프는 안절부절 못하면서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고 스위스여행마저 생각한다.
그러나 제프보다 더 심각한 충격을 받은 사람은 케이트. 더군다나 제프가 알프스 여행을 하면서 카티아를 자기 아내로 등록했다는 것을 안 케이트는 깊은 좌절감과 질투 그리고 의혹에 시달린다. 그리고 다락에 올라가 남편의 옛 사진들과 필름 등을 뒤지면서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진다. 라스트 신이 가슴을 때린다. 착 가라 앉은 연기를 하는 램플링(LA 영화비평가협회에 의해 올해 최우수 주연여우로 뽑혔다)과 코트니의 화학작용이 절묘하다. 진짜 어른들 영화다. 일부극장. ★★★★1/2(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하숙생’




스크루지 같은 소리인지 모르겠지만 공연히 번잡하고 번거로운 시즌이다. 부질없다는 생각마저 든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 까닭은 지나가는 것에 대한 아쉬움 탓인지도 모른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해마다 이 때가 되면 지독한 군중 속의 외로움을 느끼면서 자꾸 슬퍼했다. 이 때 이런 마음을 갖는 것은 나만이 아닐 것이다.
내가 이 시즌의 군중 속의 고독을 느낄 때마다 생각나는 터무니없는 과거는 대학생 때의 일이다. 그 때 통금이 있던 한국에서는 크리스마스와 신년 전야에 통금을 해제했었다. 그래서 크리스마스 전날 밤에는 종교에 관계없이 사람들은 모처럼 밤의 자유를 만끽하려고 거리로 몰려 나왔었다.
나와 대학 친구들도 음주창가하며 마치 풀어놓은 개떼들처럼 명동거리를 몰려다니면서 아기 예수의 탄생을 자축했었다. 그 때 느낀 가슴 속의 한파를 생각하면 지금도 몸서리가 처지곤 한다.
난 요즘 진짜 캐롤 대신에 내 고등학교 선배인 최희준이 부른 ‘하숙생’을 듣는다. “인생은 나그네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구름이 흘러가듯 떠돌다 가는 길에 정일랑 두지 말자 미련일랑 두지 말자/인생은 나그네길 구름이 흘러가듯 정처 없이 흘러서 간다.”
최희준이 약간 코가 막힌 듯한 저음으로 부르는 창법과 가사와 곡조가 청승맞기 짝이 없어 부운 같은 인생의 자락에 매달린채 가는 세월 말리지도 못하고 술 한 잔 하면서 따라 부르기에 딱 맞는 캐롤이다.      
KBS 라디오 동명 드라마의 주제곡이었던 ‘하숙생’은 신성일과 김지미 주연의 동명영화로도 만들어졌는데 나도 재미있게 봤다. 사랑과 배신과 복수의 멜로드라마로 흑백영화로 기억하는데 실연당한 남자가 보면 가슴 싸하니 아플 영화다.              
그러나 세상이 온통 즐겁고 행복해만 보이는 시즌이니 만큼 크리스마스 연휴에 듣고 보면서 즐길만한 캐롤과 영화를 찾아보았다. 캐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빙 크로스비가 솜사탕 같은 음성으로 부르는 ‘와이트 크리스마스’다. 어빙 벌린이 작곡한 이 노래는 크로스비가 주연한 시즌영화 ‘할러데이 인’의 주제가로 오스카상을 탔다.
짙은 초컬릿 맛 나는 벨벳 감촉의 음성을 지닌 냇 킹 코울이 부르는 ‘크리스마스 송’도 좋다. “체스넛 로스팅 온 언 오픈 파이어”라면서 시작되는 노래를 들으면 늘 털스웨터를 입고 장작불이 타는 벽난로 앞에 앉아 있는 기분이 되곤 한다.                    
캐롤 앨범을 8개나 출반해 ‘미스터 크리스마스’라 불리는 앤디 윌리엄스의 ‘이츠 더 모스트 원더풀 타임 오브 더 이여’와 역시 캐롤의 단골가수인 자니 마티스의 ‘아베 마리아’ 그리고 맑고 고운 음성의 팻 분의 ‘퍼스트 노엘’과 함께 크로스비와 음성이 비슷한 페리 코모의 ‘두 유 히어 왓 아이 히어’ 등도 좋다.
그리고 시내트라는 ‘아일 비 홈 포어 크리스마스’를 잘 부르고 주디 갈랜드가 부른 자기가 주연한 영화 ‘세인트루이스에서 만나요’의 노래 ‘해브 유어셀프 어 메리 리틀 크리스마스’도 시즌 송 18번이다. 합창으로 부르는 ‘리틀 드러머 보이’는 애잔해 더욱 연말 분위기에 잘 어울리고 엘비스 프레슬리가 “당신 없는 크리스마스는 외롭다”고 궁상을 떠는 ‘블루 크리스마스’와 ‘실버 벨즈’도 재미있다.
이 밖에도 대중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있는 캐롤들로는 *어 할리 졸리 크리스마스 *오 홀리 나잇 *징글 벨 록 *록 어라운드 더 크리스마스 *윈터 원더랜드 *렛 잇 스노 *펠리스 나비다드 등이 있다. 앤젤리노들은 지금 KOST-FM(103.5)을 틀면 하루 종일 시즌 송들이 나와 이들 캐롤들을 들을 수 있다. 그리고 며칠 후 ‘올드 랭 자인’을 들으세요. “메리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 영화로 콧등이 시큰해지는 고운 것이 ‘동방박사의 선물’(The Gift of the Magi-사진)이다. O. 헨리의 단편소설이 원작으로 가족의 유물인 회중시계를 애지중지하는 말단 사원 짐(팔리 그레인저)과 탐스럽고 아름다운 긴 머리칼을 지닌 그의 아내 델라(진 크레인)의 크리스마스 선물교환 얘기다.
델라는 남편이 그렇게 좋아하던 자신의 머리칼을 팔아 남편을 위해 백금시계줄을 사고 짐은 자기 시계를 팔아 아내를 위해 고급 빗을 산다. 둘은 머리칼 없는 빗과 시계 없는 시계줄을 서로 교환하면서 자기들의 실수를 크게 웃는데 이 때 창 밖에서 캐롤이 울려 퍼진다.    
이 단편은 O. 헨리의 다른 단편들인 ‘마지막 잎새’와 ‘경찰과 성가’ 그리고 ‘클래리언 콜’ 및 ‘인디언추장의 몸값’ 등을 영화로 만들어 묶은 DVD ‘O. 헨리의 풀 하우스‘(O. Henry’s Full House)에 수록됐다.
크리스마스 단골영화로 해마다 이맘때면 TV로 마라톤 방영되는 3편의 영화가 있다. 꼬마 나탈리 우드가 나오는 진짜로 산타가 있다는 것을 법정에서 증명하는 ‘34가의 기적’(The Miracle on 34th Street)과 지미 스튜어트가 주연한 모든 개인의 중요성을 얘기한 ‘멋진 세상’(It’s a Wonderful Life) 그리고 빨간 장난감엽총을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고파 안달이 난 소년 랄피의 소원성취를 우습게 그린 ‘크리스마스 이야기’(A Christmas Story)를 꼭 보세요.  “해피 뉴 이여!”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2015년 12월 21일 월요일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Star Wars: The Force Awakens)


레이(왼쪽)와 핀이 스톰트루퍼의 공격을 피해 달아나고 있다.

‘제다이의 귀환’ 이후 30년 뒤 선과 악의 대결


마치 천지가 개벽이라도 하는 듯이 요란하게 선전을 해대고 또 팬들이 기다렸던 ‘스타워즈’의 일곱 번째 시리즈로 올드 팬들과 새 젊은 팬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옛 인물들과 새로운 인물들이 나와 치고 박고 광선 칼싸움하고 도망가고 추격하고 웃고 떠들면서 난리법석을 떤다. 특수효과가 대단한 액션영화인데 매우 코믹하게 만들어 때론 ‘스타워즈’의 패러디를 보는 것 같다.  
‘제다이의 귀환’(1983)이 끝난 지 30년 뒤의 얘기인데 플롯이 매우 복잡하지만 이 시리즈의 기본골격인 선과 악의 대결이 주제. 보고 즐길 만하지만 얘기가 그렇게 참신하지도 못하고 또 일부 미스 캐스팅이 눈에 띄는데다가 내용이나 톤이 고르다기보다 울퉁불퉁해 재미도 역시 울퉁불퉁하다.
볼만한 것은 나이 먹은 한 솔로 역의 해리슨 포드. 완전히 포드의 영화라고 해도 될 만큼 그가 시치미 뚝 떼는 표정과 함께 코믹한 대사를 구사하면서 액션을 하는데 그가 영화에 나올 땐 영화가 살아나고 그가 없어지면 맥이 빠질 지경이다. 포드와 함께 영화에 젊은 에너지를 부여하는 것이 새 인물 레이 역의 신인 데지이 리들리. 여전사 역을 단단하게 해내는데 마치 ‘헝거게임’ 시리즈의 캐트니스를 보는 것 같다.
김정은 같은 수프림 리더 스노크(앤디 서키스 음성)가 지배하는 악의 세력 퍼스트 포스와 시리즈에서 공주로 불렸던 레아(캐리 피셔)가 이제 장군이 돼 지도자가 된 퍼스트 포스에 대한 저항세력 리퍼블릭이 공중전과 지상전을 벌이면서 선과 악의 대결이 벌어진다. 
리퍼블릭은 이 싸움을 이끌 영웅 루크 스카이워커(마크 해밀)가 절실히 필요한데 루크는 종적을 감춰 그를 찾는 것이 급선무다. 리퍼블릭과 함께 퍼스트 포스도 루크를 찾는데 그의 거처를 알려주는 지도의 부분을 간직한 사람이 리퍼블릭의 제트 파일럿 포(오스카 아이잭). 그런데 포는 스노크의 하수인으로 시리즈의 다트 베이다처럼 검은 마스크를 쓴 카일로(애담 드라이버)의 군대 스톰트루퍼의 습격을 받기 전 이 지도의 일부를 수록한 장치를 굴러다니는 귀여운 로봇 BB-8 속에 감춘다.
포를 돕는 것이 스톰트루퍼의 만행에 질려 군에서 탈영한 핀(잔 보이에가가 마치 ‘궁정의 어릿광대처럼 군다). 둘이 퍼스트 포스 본부에서 쌕쌔기를 타고 탈출하다 격추돼 불시착한 곳이 정크야드 혹성 자쿠. 그리고 둘은 여기서 본의 아니게 헤어지고 핀은 독립심 강한 여전사 레이를 만나 전우가 된다. 영화 절반쯤 지나 이들은 정크가 된 한 솔로의 비행기 밀레니엄 팰콘을 발견하고 그 안에서 한 솔로와 그의 털북숭이 친구 추바카를 만난다. 영화에는 추바카 외에도 R2D2와 C-3PO도 나온다. 
클라이맥스는 푸른 광선 검을 든 레이와 붉은 광선 검을 든 카일로의 격투. 컴퓨터 그래픽을 사용한 특수효과와 액션신이 장관인데 영화는 물론 속편을 예고하면서 끝난다. 시리즈의 음악을 작곡한 존 윌리엄스가 이 영화의 음악도 작곡했는데 영화의 첫 부분과 마지막 크레딧 장면의 음악을 LA 필의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이 지휘했다.
J.J. 에이브람스 감독. PG-13. Disney. 전지역.  ★★★½(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사울의 아들(Son of Saul)


사울이 마스크를 한 채 유대인들의 사체를 치우고 있다.

나치의 유대인 집단학살 ‘아우슈비츠’배경


보면서 견디기가 힘들 정도로 사실적이요 처참하고 끔찍하며 또 강력한 헝가리 영화로 나치의 유대인 수용소의 개스처형실 안에 갇힌 공포와 절망과 고통을 느끼게 만드는데 상영시간의 상당 부분을 개스처형된 유대인들의 벌거벗은 사체를 보고 있자니 몸과 마음의 느낌이 모두 마비가 된다. 이것은 영화를 잘 만들었다는 얘기도 될 수 있겠지만 그와 반대로 영화의 진면목을 제대로 느끼고 생각할 수 없게 하는 부작용 구실을 한다. 과도하다. 
음악이 없는 영화로 음악 대신 비명과 총성과 구령 그리고 개스실 철문이 닫히는 소리와 “살려 달라”며 철문을 두드리는 소리 등 음향효과가 절실한데 얘기는 간단한 반면 이런 음향효과와 시각적 강렬성이 거의 기록영화도 같은 경지로 끌어올렸다. 
이 영화로 데뷔한 라즐로 네메스 감독(그는 각본도 공동으로 썼다)의 연출력이 확고하고 자신만만한데 영화 내내 질식할 것처럼 짓누르던 긴장감과 강렬성이 끝까지 지속되지 못하고 끝에 가서 김이 빠진다. 그러나 연기를 비롯해 대단한 작품으로 보는 사람에 따라 반응이 정반대로 갈릴 것이다. 
사울(헝가리 시인 게자 로릭)은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갇힌 존더코만더. 존더코만더는 나치를 위해 사체운반 등 잡일을 하는 유대인들로 이들은 처형이 연기된 사람들이다. 사울이 하는 일은 개스실에 들어간 사람들의 유품을 정리하는 것. 그는 개스실의 비명소리를 들으면서 죽어가는 사람들의 유품을 정리하는데 그 모습이 완전히 산송장 같다. 
그런데 사울이 어느 날 자기 아들의 것이라고 확신하는 소년의 사체를 목격하면서 그는 자기 아들(사울의 아들인지 밝혀지지 않는다)에게 유대교 의식에 따른 장례를 치러주기 위해 죽음을 각오하고 아들의 사체를 숨긴 뒤 수용소 내에서 율법사를 찾아다닌다. 
지금까지 좀비 같던 사울은 이런 사명의식 때문에 몸에 뜨거운 피가 흐르는 강렬한 인간으로 변신한다. 사울의 이런 집념은 그가 유물을 정리한 죽은 자들에 대한 속죄행위와도 같다. 사울의 이런 행적과 함께 유대인들의 탈출 모의와 폭동 등이 곁가지로 얘기된다.    
영화는 내용이나 카메라가 거의 모두 사울에게만 집중돼 있어 관객은 다른 많은 일들은 음향효과를 통한 상상으로 감지하게 만들었다. 무표정하면서도 안으로 끓어오르는 로릭의 얼굴연기가 훌륭하다. 최근 LA 영화비평가협회에 의해 올해 최우수 외국어 영화로 선정된 이 영화는 2015년도 헝가리의 오스카 외국어 영화상 부문 후보작으로 골든 글로브상 후보에 올랐다. 오스카와 골든 글로브상을 모두 탈 가능성이 크다. 
성인용. Sony Classics. 일부 지역.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물 먹은 자니 뎁




자니 뎁이 할리웃 외신기자협회(HFPA)로부터 큰 물을 먹었다. 10일 발표된 각 부문 골든글로브상 후보 중 실화인 ‘블랙 매스’(Black Mass·사진)에서 보스턴의 악명 높은 갱 와이티 벌저로 나와 호연, 주연배우(드라마) 후보로 오를 것이 떼놓은 당상처럼 여겨지던 뎁이 후보에서 탈락된 것은 이번 발표에서 일어난 경악할 만한 변괴다. 나는 그에게 표를 찍었는데 뎁은 HFPA의 총아로 그동안 총 10번이나 주연상 후보에 올랐었는데 이번 탈락은 뎁에게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HFPA는 메이저 스튜디오의 영화와 함께 인디 영화도 여러 부문에서 수상후보로 골랐는데 1950년대 미 부유층 가정주부와 젊은 백화점 여직원 간의 동성애를 그린 ‘캐롤’(Carol)이 작품, 감독 및 주연여우 등 총 5개 부문에서 드라마 부문 후보에 올라 최다 후보작품이 됐고 이어 2008년 미 주택가격의 붕괴를 다룬 ‘빅 쇼트’(The Big Short·뮤지컬/코미디)와 지난해에 ‘버드맨’으로 오스카 감독상을 탄 멕시코 태생의 알레한드로 G. 이나리투가 감독하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주연한 살벌한 생존과 복수의 웨스턴 ‘레버난트’(The Revenant·드라마)와 애플컴퓨터 공동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삶을 다룬 드라마 ‘스티브 잡스’(Steve Jobs)가 각기 작품상 등 총 4개 부문에서 후보에 올랐다. 
디카프리오는 그동안 모두 4차례나 오스카 주연상 후보에 오르고도 번번이 고배를 마셨는데 이번에 ‘레버난트’로 골든글로브 상에 이어 마침내 오스카 주연상을 탈 가능성이 매우 높다.  
화성 탐사를 갔다가 팀과 떨어져 달랑 혼자 남게 된 우주인의 생존투쟁을 그린 드라마 ‘마션’(The Martian)이 뮤지컬/코미디 부문에서 작품상 후보에 오른 까닭은 이 영화의 배급사인 폭스가 드라마 부문에서 작품상 후보로 오른 자사 작품 ‘레버난트’와의 경쟁을 피해가기 위해서 뮤지컬/코미디로 밀었기 때문이다.   
각기 드라마 부문과 뮤지컬/코미디 부문에서 작품상 후보로 오른 ‘스팟라이트’(Spotlight)와 ‘빅 쇼트’는 모두 앙상블 캐스트의 영화. 그런데 ‘빅 쇼트’의 크리스천 베일과 스티브 커렐은 각기 주연상 후보에 오른 반면 보스턴 가톨릭교구 내 신부들의 아동 성추행 사건을 취재 보도한 보스턴 글로브지 기자들의 드라마 ‘스팟라이트’의 마이클 키튼과 마크 러팔로는 다 탈락됐다. 러팔로는 ‘인피니틀리 폴라 베어’(Infinitely Polar Bear)로 주연상(뮤지컬/코미디) 후보에 오른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빅 쇼트’처럼 한 작품으로 두 배우가 주연상을 놓고 경쟁하는 또 다른 영화가 ‘캐롤’. 오스카상을 이미 탄 베테런 케이트 블랜쳇과 떠오르는 신예 루니 마라가 겨루게 됐는데 둘이 다투는 바람에 다른 배우가 어부지리를 얻을 가능성이 있다.  
스웨덴 태생의 떠오르는 연기파 알리시아 비칸더는 실제로 의학 사상 최초로 남자에서 여자로 성전환 수술을 한 덴마크의 화가 릴리 엘베의 아내 화가로 나온 ‘덴마크 여자’(The Danish Girl)로는 주연상(드라마) 후보 그리고 공상과학 스릴러 ‘엑스 마키나’(Ex Machina)에서는 인간화한 인조인간으로 나와 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연기상 후보에 오른 베테런 중 먼저 눈에 띄는 배우가 실베스터 스탤론이다. 스탤론은 권투영화 ‘크리드’(Creed)에서 록키 발보아로 나와 왕년의 자기 라이벌의 아들의 권투코치 노릇을 하는데 이는 그가 39년 전 ‘록키’로 주연상 후보에 오른 이후 처음으로 연기상 후보에 다시 오르는 쾌거다. 그리고 8순의 음악가와 그의 영화감독 친구의 삶에 대한 성찰을 그린 ‘청춘’(Youth)에서 화장을 짙게 하고 상소리를 마구 내뱉는 여배우 역으로 조연상 후보에 오른 제인 폰다도 30년만에 처음으로 후보명단에 올랐다. 
또 다른 베테런은 ‘대니 칼린스’(Danny Collins)에서 한물 간 가수로 나온 알 파치노(뮤지컬/코미디). 파치노는 HFPA의 사랑을 받는 배우로 그동안 모두 17번 연기상 후보에 올라 4번 상을 탔고 생애업적상인 세실 B. 드밀상도 받았다. 그리고 릴리 탐린(할머니)과 매기 스미스(밴 속의 여자)도 노련한 연기파들이다. 또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피범벅 웨스턴 ‘헤이트풀 에잇’(The Hateful Eight)으로 음악상 후보에 오른 엔니오 모리코는 ‘황야의 무법자’ 시리즈음악을 작곡한 베테런이다.       
한편 한국영화는 이번에도 외국어 영화상 후보에서 탈락됐다. 한국은 송강호와 유아인이 공연한 사도세자의 얘기인 ‘사도’(The Throne)를 출품했었다. 다소 위안이 되는 것은 만화영화상 후보에 오른 ‘좋은 공룡’(The Good Dinosaur)의 감독이 한국인 피터 손이라는 점과 조수미가 부르는 ‘청춘’의 노래 ‘심플 송 #3’(Somple Song #3)이 주제가상 후보에 오른 점이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