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5년 6월 15일 월요일

‘비치 보이즈’리더 브라이언 윌슨




“배우들이 나를 너무 잘 묘사해 깜짝 놀라”


브라이언 윌슨의 삶과 음악 다룬‘러브 & 머시’개봉

1960년대‘서핀 USA’‘굿 바이브레이션즈’‘슬룹 잔 B’‘우든 잇 비 나이스’‘헬프 미, 론다’ 및‘아이 겟 어라운드’ 등 수많은 히트 곡을 내면서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던 캘리포니아 서프뮤직의 창조자들인 5인조 보컬 락그룹‘비치 보이즈’(Beach Boys)의 리더 브라이언 윌슨(72)과의 인터뷰가 3일 베벌리힐스의 포시즌스 호텔에서 있었다.  인터뷰는 그의 삶을 다룬 영화‘러브 & 머시’(Love & Mercy-영화평 참조)의 개봉에 맞춰 있었는데 셔츠 차림의 윌슨은 인터뷰장에 들어오자마자 실내에 있는 피아노 앞에 앉아 짧은 즉흥연주를 한 뒤“할로”하고 인사를 했다. 거동이 다소 불편한 윌슨은 입안에서 중얼대는 소리로 질문에 아주 짤막한 대답을 했는데 한 쪽 귀가 안 들려 질문을 큰 소리로 해야 했다. 무표정했지만 시치미 뚝 떼고 웃기기도 했는데 가끔 가다 질문에 피아노를 치면서 대답했다. 인터뷰장 뒤에는 그의 두 번째 아내로 그의 음악적 활동에 큰 공헌을 한 멜린다가 남편을 지켜보며 앉아 있었다.  

-어떻게 해서 음악을 사랑하는지 알게 됐는가.
“어렸을 때 할머니 집에서 ‘랩소디 인 블루’(거쉬인 곡)를 듣고 그 곡을 무척 사랑하게 되면서 부터다.”

-영화를 본 소감은.
“너무 잘 만들어 놀랐다. 각기 젊었을 때와 나이 먹었을 때의 나로 나온 폴 데이노와 존 큐색이 정말로 나를 잘 묘사했다.”

-음악가로서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작곡이 안 될 때 그에 대해 어떻게 대처했는가.
“그냥 꾸준히 음악에 매달리는 수밖에 없었다.”

-영화를 보고 가장 놀란 것은 무엇인가.
“멜린다와의 관계를 그린 부분이었다. 그런데 엘리자베스 뱅스가 내 아내 역을 참 잘 해냈다.”

-영화를 보면서 기뻤는가 아니면 슬펐는가.
“기쁨과 슬픔을 함께 느꼈다.”

-어떤 점이 슬펐는가.
“존 큐색이 내 아내 역의 엘리자베스에게 보여준 민감한 감정 표시 때문이었다.”

-비치 보이즈와 또 다른 서프뮤직의 대표 보컬이었던 잰 앤 딘은 동시대에 활동했는데 두 그룹의 관계는 어땠는가.
“우리 멤버 중의 한 사람인 마이크 러브가 그들을 위해 작곡했다. 그리고 그들은 그 뒤로 우리로부터 배웠다.” (윌슨은 이 때 피아노를 치고 노래를 부르면서 대답했다.)

-잰 앤 딘의 음악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아주 흥미 있고 흥분되고 또 행복한 음악이다.”    

-누가 당신에게 음악을 가르쳐 주었는가.
“나의 삼촌이 내가 12세 때 피아노 치는 법을 가르쳐 줬다. 그리고 나서 얼마 있다가 ‘서퍼 걸’을 작곡했다. 난 스스로 작곡을 배웠다.”

-작곡하기 전에 음악적 영감을 어떻게 얻는가.
“난 오른 쪽 귀가 안 들려 스튜디오에 들어가기 전 들리는 소리에 집중한다. 그러니까 머리로 음악을 듣고 앉아 연주하는 것이다.” (그는 이 때 다시 피아노를 쳤다.)   

-음악이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인가.
“그렇다.”
해변 복장을 한 비치 보이즈가 노래를 부르고 있다. 오른쪽서 두 번째가 브라이언 윌슨.

-음악이 없었다면 무엇을 했겠는가.
“메이저리그 야구선수가 됐을 것이다. 그런데 한 때 풋볼 쿼터백이었다.”

-어떻게 해서 당신의 개인 얘기의 영화화를 허락했는가.
“영화를 통해 내가 겪은 삶의 얘기를 나누고 싶었다.”

-당신의 아내는 당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무척 많은 것을 뜻한다. 그녀는 17년 전에 내가 솔로로 활동하도록 만들어주었다. 그 뒤로 나는 지금까지 많은 순회공연을 아내와 함께 하고 있다.”

-아내에게 바친 노래라도 있는가.
“‘원 카인드 오브 러브’다.”

-영화 제목은 당신의 노래 제목인데 어떻게 해서 그런 제목을 생각했는가.
“어느 날 피아노 앞에 앉아 있는데 갑자기 내 머리 속에 떠올랐다. 좋은 제목이라고 생각했다. 노래는 비치 보이즈 노래가 아닌 나 개인의 노래다.”

-작곡하기에 가장 쉬웠던 것과 어려웠던 것은 무엇인가.
“가장 쉬웠던 곡은 ‘409’이고 어려웠던 것은 ‘갓 온리 노우즈’다.”(그는 이 때 ‘갓 온리 노우즈’를 짤막하게 피아노로 쳤다.) 

-가장 좋아하는 악기는 무엇인가.
“피아노와 베이스다. 난 혼과 바이얼린 같은 악기는 연주할 줄 모른다.”

-그렇다면 당신의 음악적 영감은 피아노로부터 오는가.
“그렇다.” 

-가장 빨리 작곡한 곡은 무엇인가.
“‘서핀 사파리’다.”

-연주자로서 피아노는 언제부터 치기 시작했는가.
“24세 때부터다.”

-당신은 한동안 매우 어두운 삶을 살았는데 그것을 어떻게 극복했는가.
“내 가슴과 피아노와 친구들에 의해서다. 내게 찾아와 ‘브라이언 너는 이겨낼 수 있어’라고 격려해 준 친구들이 많다.”

-그런 어두운 과거를 생각할 때 화나지 않는가.
“아니다.”

-요즘 어떤 음악을 듣는가.
“70년대와 80년대 음악을 듣는다.” 

-가수 중 누구를 좋아하는가.
“폴 매카트니다.”

-낮에 무엇을 하는가.
“운동한다.”

-작곡과정에 대해 알려 달라.
“머릿속에서 음표들이 떠오르긴 하지만 직접 소리는 스튜디오에 들어가서야 듣는다. 그리고 곡을 제작할 때 비로소 스피커를 통해 소리를 듣게 된다.”

-작사도 직접 하는가.
“혼자도 하고 도움 받을 때도 있다.”

-당신은 서프뮤직을 만들고도 서핑을 할 줄 모르는 것으로 아는데.
“서핑을 못 배웠다. 늘 겁이 나서 그랬다. 그런데 비치 보이즈의 멤버이기도 한 내 동생 데니스가 내게 서핑이 굉장히 인기이니 그에 관한 음악을 지어보라고 해서 우리 둘이 같이 작곡했다.”

-폴 데이노와 존 큐색과 함께 시간을 많이 보냈는가.
“1주일 정도 함께 지냈는데 그 과정에서 둘은 내 매너리즘과 나의 다른 것들을 배웠다.”

-당신의 촤근 앨범 ‘노 피어 프레셔’는 어떻게 해서 나왔는가.
“내 자신의 영감에 의해서다. 비치 보이즈의 음악처럼 달콤한 멜로디가 많은 앨범을 만들고 싶었다. 4명의 게스트 싱어들이 노래 부른다.” 

-당신은 지금 비치 보이즈의 오랜 멤버 중 하나인 알 자딘과 순회공연을 하는데 무대에 서는 기분이 어떤가.
“자딘은 훌륭한 가수다. 우린 오랜 역사를 함께 공유하고 있다. 무대에 다시 서니 참 좋다.”   
-당신의 많은 자녀들로부터 무엇을 취하는가.
“나이가 먹어 모자라는 에너지다.”

-당신의 나이 먹은 딸들이 음악사업을 하는데 그들에게 무엇을 가르쳐 주는가.
“먼저 노래부터 할 줄 알아야 사업에 대해 가르쳐 주겠다.”

-당신의 아이들과 음악계에 발을 들여놓고자 하는 젊은 사람들에게 해 줄 충고는.
“드럭을 하지 말라는 것과 자연스럽게 작곡하라는 것이다.”

-이 영화는 사랑의 영화이기도 한데 당신은 사랑이 무엇이라고 보는가.
“그 것은 아주 자연스런 것이다. (피아노를 치며)사랑은 ‘랩소디 인 블루’요 음악이다.

-당신은 음악이 가슴으로부터 온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그 것은 먼저 느낀 다음에 듣게 된다.”

-밴드와 솔로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솔로보다 밴드가 나은 점은 무대에서 연주한다는 것이다.”

-요가나 명상을 하는가.
“선험적 명상을 했지만 이젠 더 이상 못하겠다.”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가.
“TV 보고 공원에 가서 걷고 피아노를 친다.”

-비치 보이즈 때와 지금 하는 순회공연의 차이라도 있는가.
“지금이 더 재미있고 신난다. 그 때와 달리 지금은 진짜로 나의 밴드라는 느낌이다.”       

-아침에 일어나 제일 먼저 하는 일과 저녁에 자기 전 제일 마지막으로 하는 일은 무엇인가.
“일어나면 먼저 ‘또 다른 날을 주셔서 하나님 감사합니다. 저녁에는 ’바라건대 또 다른 날을 주소서’하고 기도한다. 

-첫 눈에 반한다는 것을 믿는가.
“믿는다.”

-마이클 잭슨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기분이 어땠는가.
“매우 우울해 피아노에 가서 ‘갓 온리 노우즈’를 작곡했다.”

-당신의 앨범 ‘펫 사운즈’는 음반사상 가장 훌륭한 것 중의 하나로 꼽히는데 무엇이 그렇게 만들었다고 보는가.
“하모니다. 비틀즈의 ‘사전트 페퍼’는 우리 음반을 아주 가깝게 따라 온 것이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나와 얼과 죽어가는 소녀(Me and Earl and the Dying Girl)


그렉과 레이철(왼쪽)이 서로 멀찌감치 떨어져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다.

고전영화광 소년, 백혈병 소녀를 만나다


다정다감하고 슬프고 또 우스운 10대의 성장기이자 암으로 죽어가는 소녀의 드라마로 작년에 나온 셰일린 우들리와 앤셀 엘고트가 주연한 10대들의 깨끗한 로맨틱 신파극 ‘폴트 인 아우어 스타즈’를 많이 닮았다. 그러나 이 영화는 ‘폴트 인 아우어 스타즈’와는 달리 주인공들 간에 채 로맨스는 영글지 못한다. 가슴보다는 마음이 만나는데 그래서 더 실제적이고 정이 간다.
이런 내용의 영화는 처음은 아니지만 이 영화는 약간 괴팍하고 별난데다가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젊은 배우들의 꾸밈없는 연기 그리고 자칫하면 감상적이 될 수도 있는 내용을 약간 멋을 부린 냉소적인 주변 얘기로 중화시켜 신선하고 감정적으로 뿌듯한 느낌을 겪게 한다. 한 치의 가식도 없는 진짜 느낌이 화면을 포근히 적시는 아름다운 작품이다.       
제시 앤드루스의 소설이 원작으로 작가가 각본을 썼는데 올해 선댄스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과 관객상을 받았다. 특기할 만한 것은 영화의 촬영감독이 한국인 정정훈이라는 사실. ‘올드보이’등 박찬욱의 단골 촬영감독인 그는 박 감독의 ‘스토커’로 할리웃에 데뷔했는데 와이드앵글로  주인공들의 관계와 심적 상황을 아름답게 포착했다. 
제목을 단 챕터와 함께 가끔 애니메이션을 사용해 주인공 나의 내레이션으로 진행된다. 피츠버그의 고등학교 3학년생인 그렉(토머스 맨)은 왕따를 안 당할 정도의 외톨이로 자신의 취약점을 시치미 뚝 딴 표정과 매사에 무관심한 태도로 감추고 있다. 그의 유일한 취미는 흑인 친구인 얼(R.J. 사일러)을 조수 삼아 온갖 고전영화들의 단편 패러디를 만드는 것. 따라서 그렉은 얼을 친구라기보다 동료 작업인으로 부른다.   
어느 날 그렉의 어머니(카니 브리튼)가 아들에게 그렉의 동급생인 레이철(올리비아 쿡)이 불치의 백혈병이 걸렸으니 찾아가 보라고 압력을 넣는다. 그렉은 레이철과 친구는 아니지만 어머니의 압력에 못 견뎌 레이철을 방문한다. 이 때부터 둘은 때로는 얼이 끼어든 만남을 이어가면서 서서히 짙은 관계를 맺게 되는데 시간이 가면서 레이철의 병세는 악화한다.
그렉은 죽어가는 레이철과의 관계를 통해 변신과 성장을 경험하게 되는데 죽어가는 레이철이 미래에 대해 안절부절 못하는 그렉에게 오히려 삶에 대해 한 수 가르쳐 주고 있다. 
이 영화는 자신의 앞날에 대해 불안하고 두려워하는 그렉이라는 민감한 소년의 성장기요 우정의 얘기로 그렉이 레이철의 악화하는 병세를 자기 힘으로 어쩔 도리가 없어 엉뚱한 짓을 하는 모습이 우습고도 가슴 아프다. 
고전 영화광인 그렉은 이런 좌절감을 얼과 함께 옛날 영화들을 풍자하면서 달래는데 ‘브레스리스’ ‘돈 룩 나우’ ‘400 블로우즈’ 등 많은 고전영화들이 풍자된다. 둘 다 국외자들인 소년과 소녀의 마음의 만남은 결국 슬픔으로 끝나는데 마지막 장면이 눈시울을 적시게 한다. 슬픔을 웃음으로 감싸고 있는 순진하고 순수한 작품이다. 알폰소 고메스-레혼 감독. PG-13. Fox Searchlight. 일부 지역.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네온 신의 반항아들(Rebels of the Neon God)


대입 준비생 샤오캉이 좀도둑 아체(왼쪽)를 따라가고 있다.

“세상은 너무 권태로워” 방황하는 젊음


불만의 도시 타이베이에 사는 20대 젊은이들의 이유 없는 반항과 좌절감과 권태를 시치미 뚝 떼고 유머와 함께 비감을 섞어 그린 대만의 명장 차이 밍-리앙의 1992년도 작으로 그의 감독 데뷔작이다.
플롯보다 무드와 스타일로 인물들의 심리상태와 상호관계를 피력하고 있는 그는 카메라 동작을 가급적으로 아끼면서 검소한 스타일을 추구하는 독특한 영화적 시각을 지닌 미니멀리스트로 선배인 허우 샤오 센(그의 회고전이 오는 20일까지 웨스트우드 해머뮤지엄 내 빌리 와일더극장에서 열린다)과 작고한 에드워드 양 감독과 함께 1990년대 대만 영화계의 뉴 웨이브를 형성한 감독이다.
절제돼 아름다운 화면으로 대만이라는 도시의 우수와 비인간성 및 질식할 것 같은 무료와 나태를 자신의 전 작품을 통해 이강셍이라는 배우를 통해 묘사하고 있는 차이 감독의 영화의 또 다른 특징은 물이 흥건하다는 것이다. 이 영화도 이강셍이 나오고 그의 아파트는 하수구에서 올라온 물로 작은 홍수를 이루고 있다. 그리고 가끔 가다가 호우가 사정없이 쏟아져 내린다.
차이 감독의 또 다른 영화로는 ‘강’ ‘구멍’ ‘굿바이, 드래곤 인’ 및 ‘나 혼자 자기 싫어’ 등이 있다. 매력적인 감독이다.
영화의 주인공은 4명의 젊은 남녀. 택시기사인 아버지(역시 차이 감독의 단골배우인 루 이칭)와 어머니와 함께 아파트에서 사는 과묵한 샤오캉(이강셍)은 대입준비 학원에 다니는데 일상이 따분해 죽을 지경이다. 그래서 그는 부모 몰래 학원비를 환불 받아 게임방과 롤러스케이트장에서 시간을 죽인다.
‘이유 없는 반항’의 대형 포스터가 세워진 이 게임방을 자주 들르는 또 다른 젊은이들이 공중전화 동전 통을 터는 좀도둑 아체(첸 차오중)와 그의 친구(젠 창빈). 그런데 아체는 롤러스케이트장에서 일하는 아쿠에이(왕 유웬)와 사랑도 없는 로맨스 관계를 맺고 있다. 샤오캉과 아체는 둘 다 모터사이클을 타고 다닌다.
샤오캉은 이상하게 아체에게 집착하게 되는데 어느 날 아체가 샤오캉 아버지의 택시의 왼쪽 거울을 파괴하면서 이 집착은 더욱 강해져 아체를 스토킹하다시피 한다. 플롯이 전무하다시피 한 영화로 영화는 섹스와 파괴와 폭력으로 끝나는데 그러고도 무료하기 짝이 없다.
완전히 무표정한 이강셍이 지루하고 불안하고 또 반사회적이면서도 막연히 무언가를 찾는 도시 젊은이의 내면 묘사를 거의 코믹할 정도로 절실하게 해낸다. 보고 있자니 그의 무료와 권태에 전염이 돼 좀이 쑤신다. 성인용. 18일까지 뉴아트(310-473-8530).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빨간 구두 아가씨’




하이힐을 신은 여자의 쪽 뻗은 맨살 다리 뒷모습은 섹시하다. 2차 대전 때 전장의 미 G.I.들이 귀엽게 생긴 할리웃 수퍼스타 베티 그레이블을 넘버 원 핀업 걸로 뽑은 것도 그레이블의 위로 쪽 솟은 아름다운 다리 때문이었다.
2차 대전 영화를 보면 G.I.들이 전투에 나가기 전 등과 다리가 훤히 드러난 수영복 차림에 하이힐을 신은 그레이블이 허리에 두 손을 얹은 채 뒤를 돌아보며 미소를 짓고 있는 사진(사진)에 손키스를 보내는 장면이 나온다. 이 사진은 G.I.들의 부적으로 그레이블의 다리를 ‘100만달러짜리 다리’라고 불렀었다.
여자의 예쁜 다리는 강력한 성적 무기이기도 한데 영화에서도 이 때문에 남자들이 여자에게 반한 경우가 더러 있다. ‘종착역’의 몬고메리 클리프트와 ‘여정’의 로사노 브라지 그리고 ‘이중배상’의 프레드 맥머리는 각기 제니퍼 존스와 캐서린 헵번 그리고 바바라 스탠윅의 다리에 첫 시선이 끌려 결국은 이들을 사랑하게 된다. 발가락이 제일 예쁜 여자는 14세짜리 팜므 파탈 롤리타이고.
이처럼 남자를 유혹하는 여자의 다리는 아무래도 단화보다 하이힐을 신었을 때가 훨씬 더 섹스어필하다고 보겠다. 얼마 전 프랑스에서 실시된 설문조사에 의하면 남성이 단화보다 하이힐을 신은 여성에게 호의적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하이힐을 신은 여성이 장갑을 바닥에 떨어뜨렸을 때 남성이 주워 줄 확률이 단화 여성보다 50%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조사를 한 과학자들은 “여성의 구두 높이는 남성의 행동에 강력한 영향을 준다”고 결론지었다.
남일해가 부른 ‘빨간 구두 아가씨’의 아가씨도 하이힐을 신었음에 분명하다. “솔 솔 솔 오솔길에 빨간 구두 아가씨/똑 똑 똑 구두소리 어딜 가시나.” 단화가 “똑 똑 똑” 소리를 내지는 않았을 테니까.
그런데 지난 5월에 열린 칸영화제 때 이 하이힐 소동이 일어나 ‘플래트게이트’(Flatgate-단화 게이트)라는 가십을 나았었다. 영화 ‘캐롤’ 프리미어 때 레드 카펫의 가드가 단화를 신은 여자들을 카펫 밖으로 내쫓아 세계적인 화제가 됐었다. 이에 영화제에 참석한 할리웃 스타 에밀리 블런트는 기자회견 때 “난 운동화가 더 좋다. 솔직히 말해 모든 여자들은 단화를 신어야 한다”고 칸 측 조치에 항의하기도 했다.
‘패션=고통’이라는데도 여자들이 하이힐을 선호하는 까닭은 그것이 단화보다 더 섹시하고 멋  있으며 또 힘과 자신감을 주기 때문이라고 패션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래서 마릴린 먼로도 “여자들에게 안성맞춤의 구두를 주어 봐요. 그러면 세계라도 정복할 테니까요”라고 말했는지도 모른다.
구두의 굽이 높으면 높을수록 더 섹시해지는 것인지 그 높이가 무려 5인치에 이르는 스틸레토힐도 있다. ‘스틸레토’(stiletto)는 단검을 뜻하는데 과연 이런 하이힐은 남성을 무력화할 치명적 매력을 지녔다고 봐도 좋겠다. 타인에 의한 인식이 전부이다시피 한 여배우들의 경우 불편해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하이힐을 신는 경우가 많다. 나는 매년 1월에 열리는 골든글로브 시상식 때 레드 카펫에서 일을 하면서 입장하는 여배우들을 감상하는데 단화 신은 스타는 전무하다시피 하다.
여배우들은 할 수 없이 하이힐을 신다가도 일단 레드 카펫을 벗어나면 하이힐을 벗어 내동댕이치는 경우가 있다. 하이힐 증오파 중 으뜸인 영국 배우 엠마 탐슨은 2014년 1월 골든 글로브 시상식 때 전 세계 팬들이 지켜 보는 가운데 하이힐을 벗어 내동댕이쳐 큰 화제가 됐었다.
그녀는 전 세계로 TV 중계되는 이 시상식에 시상자로 참석했는데 무대에 오를 때 왼 손에 안이 빨간색인 하이힐을 들고 맨발로 나타났다. 그리고 무대에서 “이 빨간 색은 내 피에요”라고 말한 뒤 하이힐을 뒤로 내던져버렸다. 용감한 여자다. 탐슨은 요즘도 종종 샌들을 신고 레드 카펫을 밟는다.
키다리 니콜 키드만도 하이힐 팬이 못 된다. 얼마 전 그녀와의 인터뷰 때였는데 맨발로 인터뷰에 응해 나를 깜짝 놀라게 했었다. 자기보다 키가 작은 탐 크루즈와 이혼한 뒤 “이젠 하이힐 신어도 되겠네”라고 말했던 키드만도 하이힐이 주는 고통이 심했었던 것 같다.
하이힐이 단화보다 더 섹시할 줄은 몰라도 단화를 신어도 멋있는 배우들도 많다. 셰일린 우들리, 매기 질렌할, 크리스튼 스튜어트, 에밀리 블런트. 옛날 스타들 중에서 단화를 신어 더 우아하고 아름다웠던 배우들로는 오드리 헵번과 잉그릿 버그만이 있다.              
여자들이 발병이 나고 발가락이 흉하게 돼도 제니퍼 로렌스가 ‘악마의 구두’라고 말한 하이힐을 신는 것은 그들의 화장처럼 자기만족을 위한 것이려니. 남자들이 그런 모습을 보고 반하는 것은 부차적인 일이다. 그러나 아무리 자기만족을 위해서 라고는 하나 굽이 높은 구두를 신고 주체를 못해 뒤뚱거리면서 오리걸음을 걷는 여자들을 보면 추하다 못해 측은하기까지 하다. 그럴 때면 낸시 시내트라가 부른 ‘디즈 부츠 아 메이드 포 워킨’이라도 불러주고 싶은 심정이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2015년 6월 8일 월요일

‘스파이’ 멜리사 맥카시




“난 평소 욕 안해… 엄마와 딸들이 볼까 걱정”


 여자는 직감·독심술 뛰어나 남자보다 스파이에 더 적격
‘친절하면 만사형통’이 가훈… 가족의 행복이 내 건강비결


코미디 액션영화‘스파이’(Spy-영화평 참조)에서 내근을 하다가 현장에 파견돼 맹활약을 하는 CIA 요원으로 나온 멜리사 맥카시(44)와의 인터뷰가 지난 1월23일 베벌리힐스의 포시즌스 호텔에서 있었다. 토실토실 살이 찐 맥카시는 영화보다는 덜 비만해 보였는데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앳된 음성으로 질문에 대답하는 모습이 얌전을 빼는 귀여운 소녀 같았다. 가끔 가다 제스처를 구사하면서 우스갯소리를 하긴 했지만 영화와 달리 매우 신중하고 진지했는데 두 손을 앞에 단정히 모아 잡고 질문에 솔직하게 대답했다. 믿음직스러워 보였다.             

-부엌에서 식칼을 든 여자 자객과 싸우는 액션이 정말 눈알이 돌아갈 지경인데 당신이 직접 액션을 했는가.
“물론이다. 그 장면은 촬영 첫 날에 찍었다. 난 ‘그래 좋아 한 번 해보자구’ 하는 마음으로 나섰는데 정말 재미있었다. 물론 스턴트 대역이 있었지만 난 제작진이 허락하는 안에서 가능한 한 많은 스턴트를 했다. 실수가 다소 있다 해도 괜찮았다. 그러나 난 빵하고 싸워 보긴 이번이 처음이다.”

-당신은 훌륭한 스파이가 될 자격이 있다고 보는가.
“아니다. 엉망일 것이다. 난 용감한 사람이 못 된다. 나보다 영리하고 용감한 사람들이 스파이 노릇 하고 있는 것에 감사한다. 난 앞에서 신호등이 깜빡이기만 해도 무슨 위험한 일이 일어난 줄 알고 차를 갓길에 세우는 사람이다.”

-폴 휘그 감독은 여자가 남자보다 더 훌륭한 스파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는데 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맞다고 본다. 난 영화를 위해 신분을 위장하고 스파이 노릇을 했던 여자와 일했는데 그녀는 내게 여자가 남자보다 더 직감적이요 남의 감정을 잘 읽을 줄 알아 스파이 노릇하기에 아주 적절하다고 알려 줬다. 여자가 남자보다 상대방의 에너지의 변화나 심경의 변화를 더 잘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당신은 요즘 인기가 높아 많은 영화 출연 제의가 있을 텐데 어떻게 출연작을 선정하는가.
“난 TV에도 나와 영화 출연의 기회가 많지는 않다. 다행히 요즘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역을 마음대로 고를 수가 있다. 인물의 성격이 얼마나 잘 개발되었는지에 따라 역을 고른다. 글을 읽고 내가 사랑할 수 있는 여자라면 서슴없이 택한다. 터무니없는 상황에 처한 사실적인 인물을 좋아한다. 이길 수 없는 싸움에서 이기는 사람이 좋다. 그리고 폴 휘그와라면 무슨 역이라도 맡을 것이다. 그는 정말로 창조적이요 멋진 사람으로 나는 그와 일하기를 좋아한다.” 

-당신은 가톨릭학교를 다닌 줄 아는데 거기서 어떤 영향을 받았는가.
“12년간 다녔다. 요즘도 내가 상소리를 할 때면 뒤에 수녀가 따라 오지 않나 하고 돌아본다. 한 가지 철저히 배운 것은 남이 말하고 있는데 그들에게 다가가서 말을 걸지 말라는 것이다. 학생 때 그랬다가 수녀한테 혼이 났다. 그래서 난 지금도 이 교훈을 몸에 지니고 다닌다. 학교뿐 아니라 나의 부모도 남에게 친절하고 또 남을 존경하라고 가르쳐 줬다.”       

-이 영화에 나오면서 제임스 본드 영화의 액션을 흉내 내기라도 했는가.
“아니다. 그러나 난 아주 훌륭한 여자 트레이너와 일했다. 그녀로부터 무술훈련을 받은 다음 자신이 생겨서 진짜로 덤벼들라고 말 했다가 혼이 나 원위치 하자고 사정했다. 공격하는 적을 막는데 먼저 중요한 것은 정신상태라는 것을 배웠다.”

-본드 영화의 팬인가.
“그렇다. 난 스파이 영화를 좋아한다. 본드 영화를 다 좋아하고 또 스릴러를 좋아한다. 싸우고 차 추격이 있는 재미있는 액션영화를 좋아한다.” 

-두 딸(8세와 5세)을 어떻게 교육시키는가.
“모든 것에 대해 마음을 개방하도록 가르친다. 우린 대화를 많이 나눈다. 아이들 질문에 가능한 대로 솔직히 대답해 주고 모르면 모른다고 말한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도구와 정보를 준다면 아이들은 스스로 자기의 길을 찾아가리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어디로 갈지를 미리 정해주고 싶지는 않다. 두 딸은 루테런 학교에 다니는데 어느 날 아이들이 내게 불교에 대해 관심이 있다고 말한다면 나는 아이들과 함께 그것에 대해 공부를 할 것이다.”

-남편도 같은 생각인가.
스파이 수전(왼쪽)이 식칼을 든 자객과 일전을 벌일 채비 중이다.
“우리 집의 황금률은 친절하면 만사형통한다는 것이다. 남편과 나는 이것을 바탕으로 아이들이 찾는 구체적인 것을 찾아보도록 가르친다.”

-영화에서 왜 그렇게 CIA 스파이로 나온 멋쟁이 주드 로에게 맥을 못 추는가.
“이 영화에서 처음으로 그를 만났는데 이틀 간은 그를 보기만 해도 얼굴이 붉어졌다. 내 분장사가 ‘정신 차려요’라고 말했을 정도다. 그는 정말로 총명하고 멋있는 사람이다. 미남이기도 하지만 그의 인간성이 더 아름답다.”

-만약 당신이 스파이라면 어떤 이름을 원하는가.
“내 어머니 이름인 샌디라고 하겠다.”

-아이들과 함께 마지막으로 구글을 들여다본 적이 언제인가.
“마틴 루터 킹 데이에 그의 연설을 처음부터 끝까지 들었다. 훌륭한 경험이었다. 아이들에게 역사를 가르쳐주는 뜻 깊은 시간이었다.”        

-어떻게 건강을 유지하는가.
“이것저것 다 해보고 있다. 집에서 두 아이 쫓아다니는 것이 큰 운동이다. 난 잠을 별로 많이 필요로 하지 않고 피곤도 잘 느끼질 않는다. 그저 남이 하는 것과 같은 활동을 한다. 먹는 것에 대해서도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내 건강의 비결은 나를 웃겨주는 남편과 훌륭한 아이들이다. 행복하면 건강하다.”

-현실에서의 스파이 활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것의 사실을 안다면 굉장히 두려울 것이다. 그러면서도 호기심이 간다. 우리 모두가 다 마찬가지로 그것에 대해 호기심이 많을 것이다. 그래서 수많은 스파이에 관한 영화와 TV와 책이 나온다고 본다. 그것은 마치 우리가 우주에 대해 궁금해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스파이를 만난 적이 있는가.
“이 영화 때문에 전직 FBI 여자 요원으로 관광객으로 위장을 하고 전 세계를 돌면서 스파이 노릇을 했던 사람을 만났다.”

-그 사람 만난 느낌이 어땠는가.
“고독한 삶을 사는 것 같았다. 개체로서 자신의 실제 세상과 또 스파이로서의 다른 세상 그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영화는 부다페스트에서 찍었는데 그 곳에 대한 소감이 어떤가.
“너무 좋아 당장이라도 돌아가고 싶다. 첫 방문으로 사람들은 친절하고 도시는 정말로 아름다웠다. 다뉴브 강을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당신은 골든골로브 시상식 때 수상자 발표를 했는데 그에 대한 소감은.
“프린스를 본 것이 큰 수확이었다. 긴 드레스에 하이힐을 신어 무대로 올라갈 때 넘어지지 않으려고 신경 깨나 썼다. 무대로 나가기 전 프린스를 보고 너무 놀라 ‘요 프린스!’하고 소리를 질렀더니 그는 깔깔대고 웃었다. 당황해서 혼났다.”

-당신은 영화에서 온갖 희한한 무기와 물건을 소유하는데 실생활서 아끼는 물건은 무엇인가.
“I-패드다. 여행을 하면서 그 것으로 영화도 보고 편지도 보내고 사진도 찍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난 망치나 드릴 같은 도구들을 좋아한다. 난 그런 것들을 써 가구도 직접 만들어 보려고 한다. 

-영화에서 F자 상소리를 수 없이 많이 내뱉는데 느낌이 어떤가.
“늘 어머니와 아이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걱정한다. 진짜로는 그렇게 욕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어머니와 함께 길을 가고 있는데 어떤 사람이 내게 다가와 ‘난 당신이 더러운 입을 가져 좋다’고 말했을 때 너무 당황해 ‘아니, 난 진짜로 그렇지 않고 그것은 배역일 뿐’이라고 변명을 했다. 따라서 실제와 정반대의 사람 노릇을 한다는 것은 재미도 있다. 아직 아이들이 이 영화를 못 보게 하고는 있지만 10년 지나면 볼 테니 걱정이다. 감독을 탓하는 수밖에 없다.”  

-폴 휘그와 여자들이 주연하는 ‘고스트버스터즈’ 리메이크를 만드는데 원작 영화 본 소감이 어땠는가.
“너무 재미있고 우스워 같은 극장에서 두 번이나 봤다. 딸들에게도 보여주려고 한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스파이 (Spy)


모터사이클을  탄 수전(멜리사 맥카시)이 적을 향해 총을 쏘고 있다.

현존하는 스크린의 최고의 여자 코미디언 뚱보 멜리사 맥카시가 치고 박고 뛰고 달리고 욕질을 해대면서 화면을 주름 잡는 흥미진진한 스파이 액션 코미디로 액션과 코미디가 아주 잘 뒤범벅이 돼 폭소를 터뜨리면서 흥분감에 빠지게 만든다. 
맥카시가 멋진 조연진들의 후광을 받으면서 완전히 영화를 말아먹다시피 하는데 기차게 우습고 활기 넘치는 연기를 한다. 내뱉는 것 같은 짧은 F자 투성이의 욕설과 농담을 비롯한 대사와 역동적인 행동이 어디 하나 못 쓸데가 없다.
맥카시를 스타로 만들어준 ‘브라이즈메이즈’와 ‘히트’를 감독한 폴 휘그(각본 겸)가 맥카시와 세 번째로 손잡고 만든 영화로 둘은 여자들이 주인공인 ‘고스트버스터즈’를 함께 리메이크할 예정이다. ‘스파이’는 일종의 남성 스파이 액션영화의 우스개 액션 여성 판이라고 하겠는데 맥카시는 ‘왜 그런 영화가 남자의 전유물이냐’고 대들 듯이 여성 파워를 과시하고 있다.
여자가 주연하는 액션 코미디의 귀감이 될 만한 작품으로 빅 히트가 예상되는데 상소리가 심하고 때로 액션이 과하게 폭력적인데도 거부감이 가지 않고 귀엽기만 하다. 기차게 재미있고 신나는 영화로 많은 조연진의 제 각각의 모습과 언행이 영화의 재미를 배가시키고 있다.      
영화는 처음에 제임스 본드 스타일의 멋쟁이 CIA 첩보원 브래들리 화인(주드 로)이 불가리아에서 핵폭탄을 가동시킬 수 있는 장치를 찾기 위해 여러 명의 적들과 격투를 벌이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브래들리의 대담무쌍한 액션은 CIA 본부에서 인공위성을 통해 적의 일거수일투족을 파악하고 있는 내근 여직원 수전 쿠퍼(맥카시)가 정보를 브래들리의 귀에 꽂은 리시버를 통해 알려 주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보는 것이다. 그런데 수전은 자기를 거들떠보지도 않는 브래들리를 짝사랑하고 있다.
브래들리가 핵무기 딜러인 독하게 예쁘게 생긴 레이나(로즈 번)에 의해 제거되고 레이나가 “나는 전 세계에 있는 CIA 요원의 신원을 알고 있다”고 공표하면서 수전의 상관(앨리슨 제니)은 레이나가 신원을 모르는 수전을 현장에 파견키로 결정한다. 좋아서 죽겠다는 수전은 사실 내근직 이전에 일선 현장요원으로서 훈련을 받았다. 수전의 일선 파견에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것이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런 요원으로 으스대는 리처드 포드(제이슨 스테이덤이 실수 연발의 스파이 연기를 포복절도 하게시리 해낸다).
수전은 절대로 현장에 뛰어들지 말고 옷가방 크기의 핵폭탄 가동장치를 소유한 레이나의 행적을 추적해 보고만 하라는 지시를 받고 먼저 파리로 간다. 파리에 이어 로마와 부다페스트를 돌아다니면서 상관의 지시를 무시한 수전의 천방지축식 액션이 일어나는데 이런 과정에서 수전을 동행하는 사람이 뚱보여자를 좋아한다는 이탈리아의 플레이보이 첩보원 알도(피터 세라피노위즈). 그리고 수전은 레이나뿐만 아니라 역시 핵폭탄을 노리는 기름이 반질반질 흐르는 세르지오 데 루카(바비 카나발리)도 상대해야 하느라 바쁘다 바빠.       
액션장면 중에서 가장 위험하고 재빠르고 또 박력 있는 것은 주방에서 벌어지는 식칼을 휘두르는 수퍼모델 암살자 대 수전의 격투. 매카시의 육체적 코미디의 절경인데 그가 알루미늄으로 만든 주방기구를 머리에 쓰고 암살자의 칼날을 막는 모습이 가관이다. 진짜 잘 한다. R Fox. 전지역.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러브 앤 머시 (Love& Mercy)


브라이언 윌슨(폴 데이노)이 TV 방송국에서 노래하고 있다.


1960년대 ‘굿 바이브레이션즈’ ‘슬룹 존 B’ ‘서핀 USA’ ‘서퍼 걸’ 및 ‘헬프 미 론다’ 등 수 많은 히트곡을 낸 캘리포니아 서프뮤직의 대표 보컬그룹이었던 비치 보이즈의 프론트 맨 브라이언 윌슨의 정신질환에 시달리는 개인적 삶과 사랑 그리고 그의 음악적 천재성 및 그룹 멤버들과의 관계를 진지하고 감정적으로 깊이 있게 그린 잘 만든 전기 영화다.
1960년대 브라이언이 젊었을 때의 음악활동과 1980년대 그가 정신질환에 시달리며 일종의 라스푸틴과도 같은 개인 의사 유진의 전횡적인 지배와 감시 하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치는 모습을 시간대를 오락가락하면서 그렸는데 이런 시간대의 바뀜이 다소 급작스런 느낌은 있지만 흥미 있고 폭과 깊이를 함께 갖춘 준수한 작품이다.
많은 다른 음악인들의 전기영화와는 달리 이 영화는 비치 보이즈가 열광하는 청중들 앞에서 공연하는 장면이 전연 없고 또 다른 노래하는 장면도 가급적 절제해 묘사하면서 브라이언의 음악가로서의 창조성과 내면의 악마에 시달리면서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에 집중하고 있다.
1980년대 브라이언(존 큐색)이 캐딜락을 사러 갔다가 아름다운 세일즈우먼 멜린다 레드베터(엘리자베스 뱅스)를 보고 첫 눈에 반해 그에게 구애를 한다. 이런 브라이언의 행동을 감시하는 것이 그의 개인 의사 유진 랜디(폴 지아매티). 브라이언과 멜린다가 데이트를 시작하자 유진은 멜린다를 자기 사무실로 불러들여 자신이 정신질환을 앓는 브라이언의 건강에 전적으로 책임을 지고 있으며 그의 법적 대리인임을 밝히면서 데이트 할 때의 브라이언의 행동을 자기에게 보고하라고 지시한다.
장면은 1960년대로 돌아가 브라이언(폴 데이노)과 그룹 멤버들 간의 음악활동이 진행된다. 브라이언은 대중 앞에서의 공연보다 스튜디오에서 녹음하는 것을 더 좋아하면서 인기 있는 서프뮤직을 넘어 보다 진지하고 복잡한 음악을 작곡하려고 한다.
이 때문에 멤버들과 갈등이 생기는데 비치 보이즈가 일본 공연을 갔을 때도 브라이언은 LA에 남아 머릿속에 있는 음악적 영감을 실제로 표현하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엘비스와 시내트라 등 수 많은 유명 가수들의 노래를 반주한 스튜디오 악단 레킹 크루를 고용해 획기적인 음악을 작곡하고 편곡한다. 그리고 브라이언은 서서히 정신질환에 시달리게 된다.
멜린다는 브라이언의 두 번째 아내가 돼 지금까지 행복하게 살고 있고 돌팔이 유진은 법원의 판결에 따라 면허가 취소되면서 브라이언은 마침내 자유의 몸이 된다. 영화는 멜린다가 브라이언의 자유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뛰어난 것은 브라이언의 역을 맡은 두 배우 데이노와 큐색의 연기다. 둘 다 브라이언과 닮은 데라곤 없지만 그의 음악적 천재성과 정신적 육체적으로 자신의 적과 싸우는 내적 연기를 매우 훌륭하게 보여준다. 빌 폴래드 감독. PG-13. Roadside. 전지역. ★★★½(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