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4년 11월 19일 수요일

타이론 파워 탄생 100주년

 ‘카스틸의 캡튼’. 여배우는 진 피터스.

잘 생긴 게 ‘핸디캡’... ‘진지한 배우 꿈’ 못 이루고 44세에 요절


할리웃에서 잘 생긴 얼굴 때문에 연기력을 제대로 인정 못 받고 또 통속적인 오락영화에만 나와야 했던 대표적인 배우가 할리웃 황금기의 수퍼스타 타이론 파워였다. 6피트 키에 새카만 눈썹과 깊고 큰 눈 그리고 코끝이 약간 도드라진 절세 미남이자 매력 만점인 파워하면 대뜸 떠오르는 영화가 스와시버클러인 칼싸움 영화다. 그의 많은 스와시버클러 중에서도 가장 유명 것은 아마도‘조로의 마크’(The Mark of Zorro·1940)일 것이다. 여기서 조로로 나오는 파워가 사악한 라이벌 바질 래스본과 칼부림을 하는 마지막 클라이맥스는 칼싸움 영화의 백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파워는 22세 때 영국의 보험회사에 관한 드라마인 ‘런던의 로이즈’(Lloyd’s of London·1936)에 나오면서 대뜸 할리웃의 스타로 부상했는데 이 영화의 프리미어 후 6개월이 채 안 돼 차이니스극장 앞 콘크리트에 손과 발자국을 남겼다.
1939년에 이르러 그는 미키 루니에 이어 두 번째로 흥행성적이 좋은 남자 배우로 부상했는데 이 해 나온 그의 두 영화로 웨스턴인 ‘제시 제임스’(Jesse James)와 멜로드라마 ‘비가 내렸다’(The Rains Came)는 그 해 최고 흥행성적 4위권 안에 들었다.
그러나 연극계서 활동한 가정에서 태어난 파워는 스타로서만 만족 못하고 진지한 배우로 인정  받으려고 노력했으나 당시 배우를 전속으로 계약한 뒤 회사 마음대로 사용하던 스튜디오 체제 때문에 제대로 이 꿈을 이루지 못했다. 파워는 생전 배우가 되기 훨씬 이전에 스타가 된 사람이다.
파워는 1914년 5월5일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에서 출생해 1958년 11월15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44세로 요절했다. 이탈리아의 글래머 스타 지나 롤로브리지다와 공연하던 ‘솔로몬과 시바’(Solomon and Sheba)를 촬영하던 중 심장마비로 사망했는데 파워의 대타로 율 브린너가 솔로몬으로 나왔다.
올 해로 파워 출생 100주년을 맞아 할리웃 뮤지엄(1660 노스 하일랜드)에서는 ‘타이론 파워: 남자, 신화 & 영화 우상’이라는 제목으로 전시회를 연다. 전시회는 연말까지 계속된다.
전시회에는 파워의 개인적 및 영화인으로서의 삶과 세 번의 결혼과 세 명의 자녀에 관한 자료를 비롯해 그가 나온 영화들의 각종 기념물 등 총 400여점이 전시된다. 전시품들 중에는 파워가 투우사로 나온 ‘혈과 사’(Blood and Sand·1941)의 의상과 다른 영화들의 로비 카드와 포스터와 프레스킷과 책자 및 영화음악의 악보와 각본들이 선보인다.
이와 함께 14일에는 반스달 갤러리 극장(4800 할리웃·전화번호 323-644-6275)에서는 파워가 나온 뮤지컬 ‘알렉잰더의 랙타임 밴드’(Alexander’s Ragtime Band·1938)를 그리고 15일에는 그의 또 다른 명작 스와시버클러 ‘카스틸의 캡튼’(Captain from Castile·1947)이 각기 상영된다. 또 15일 오전에는 할리웃의 할리웃 포레버 장지에 있는 파워의 무덤에서는 그를 추모하는 모임이 열린다. 
전문가들은 파워가 진지한 배우로서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한 이유를 그가 너무 잘 생겼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파워도 이런 핸디캡(?)을 극복하고 진지하고 심각한 역을 맡으려고 무진 애를 썼으나 그의 전속사인 폭스가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피워는 2차 대전에 해병으로 근무한 뒤 제대해 할리웃에 복귀하면서 자신의 상표가 되다시피 한 칼싸움 영화나 로맨틱 코미디를 피하려고 마음을 먹었다. 그래서 그는 폭스사 사장에게 “5편 이상의 이런 종류의 영화에 나올 테니 대신 내가 원하는 영화에도 나오게 해 달라”고 간청, 뛰어난 느와르 영화 ‘악몽의 골목길’(Nightmare’s Alley·1947)에 나왔다. 
여기서 파워는 순회곡예단의 손님 끄는 남자로 나와 마음을 읽는 여자와 짜고 목적을 위해 음모를 꾸미는데 훌륭한 연기를 한다. 그러나 폭스는 이 영화를 위해 선전도 하지 않고 일찍 극장에서 철시를 한 뒤 ‘카스틸의 캡튼’을 예정보다 빨리 개봉했다. 
파워가 나온 또 다른 훌륭한 드라마로는 빌리 와일더가 감독한 ‘검사 측 증언’(Witness of the Prosecution·1957)과 진 티어니와 공연한 서머셋 모음의 소설이 원작인 ‘면도날’(Razor’s Edge·1946)이 있다. <한국일보  편집위원/hjpark1230@gmail.com>


폭스캐처 USA(Foxcatcher USA)

마크(채닝 테이텀·왼쪽)가 존(스티브 카렐)으로부터 레슬링 지도를 받고 있다.

긴장… 갈등… 마치 스릴러 같은 레슬링 영화


1996년에 발생한 펜실베니아주의 억만장자 존 E. 뒤판트의 미 레슬링 올림픽 챔피언 데이브 슐츠 살인사건을 다룬 단단히 조여진 어둡고 긴장감 가득한 심리드라마이자 성격탐구 영화로 보는 사람의 마음을 어지럽게 만드는 강렬한 힘을 지녔다.
묵직한 영화로 내용과 연기와 연출 그리고 촬영 등 여러 부문에서 상감인데 특히 볼만한 것은 코미디언 스티브 카렐과 별로 무거운 역을 하지 않았던 테이텀 채닝의 극적인 변용. 둘이 과거의 틀을 벗어나 보여주는 심각하고 진지한 연기는 경탄을 금치 못하게 한다.
둘 다 올림픽 레슬링 메달리스트인 데이브와 그의 동생 마크 그리고 이들을 물심양면으로 후원한 존의 삼각관계를 다루었는데 상영시간이 134분인데도 얘기에 군더더기가 없다. 
해괴한 얘기를 심리적으로 또 감정적으로 바짝 조인 베넷 밀러 감독(‘카포티’ ‘머니볼’-올 칸 영화제 감독상 수상)의 완숙되고 튼튼한 연출력 때문에 무슨 공포영화를 보는 듯한 한기마저 느끼게 된다.
둘 다 1984년 LA 올림픽의 레슬링 금메달리스트인 데이브(마크 러팔로)와 마크(테이텀)는 형제. 성격이 밝고 긍정적인 데이브는 자신들의 부모가 이혼한 뒤로 동생 마크를 돌봤는데 둘은 형제애가 돈독하면서도 침울한 성격의 마크는 늘 형의 그림자를 못 벗어난다는 강박관념에 잡혀 있다.
데이브는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코치로서 마크와 맹훈련에 들어가는데 영화는 둘의 레슬링 장면을 통해 형제간의 사랑과 갈등을 상징적으로 잘 묘사하고 있다. 그런데 어느 날 난데없이 펜실베니아의 밸리포지에 대규모 저택과 경마용 녹초지 폭스캐처를 소유한 존(카렐)에게서 마크에게 초청장이 날아든다.
폭스캐처에 있는 자신의 체육관에서 서울 올림픽에 대비해 훈련 중인 레슬링 팀에 합류하라는 것이다. 이에 마크는 데이브에게 함께 가자고 종용하나 아내(시에나 밀러)와 어린 두 아이가 있는 가정적인 데이브는 집을 떠날 수 없다고 사양한다.
마크가 혼자 폭스캐처에 도착하면서 존의 영접을 받는다. 존으로 분장한 카렐의 얼굴을 알아볼 수가 없다. 커다란 가짜 코에 눈썹이 거의 없는 창백한 색깔의 얼굴을 한 존은 마치 인조인간처럼 괴이하고 병적인 모습. 게다가 이상한 억양으로 말까지 느리게 해 보고 있자니 기분이 으스스하다.
존은 일종의 과대망상증자요 자기가 원하는 것은 무조건 성취해야 만족하는 이고 투성이의 인간으로 마크와 팀을 가혹하게 훈련시킨다. 그리고 팀의 실력을 향상시키려고 마크에게 데이브를 코치로서 폭스캐처로 오게 하라고 보챈다. 이에 데이브가 가족과 함께 폭스캐처로 이사 오면서 3인 간에 깊은 관계가 맺어진다.
그러나 다시 형의 후광에 자신이 가려졌다고 생각하는 마크는 개인적으로 선수로서 타락의 길을 걷는데 데이브는 이런 동생을 어떻게 해서든지 구원하려고 모진 애를 쓴다. 여기에 존이 데이브를 무시하고 팀의 코치 노릇을 자처하면서 존과 데이브의 관계에 갈등이 인다. 마크를 비롯한 폭스캐처 팀은 존을 코치로 서울 올림픽에 참가하나 메달권에서 밀려났다.
연기들이 모두 훌륭한데 그 중에서도 뛰어난 것은 카렐의 연기. 완전히 자신의 생애를 뒤바꾸어 놓을 경탄할 연기로 살아 있는 괴물을 보는 것 같다. 
R. Sony Classics. 랜드마크(310 -470-0492), 아크라이트(323-464-4226), 센추리15(888- AMC-4FUN) ★★★★(5개 만점) <한국일보  편집위원/hjpark1230@gmail.com>

홈스맨(Homesman)

조지(왼쪽)가 메리 비에게 험한 여정에 대해 훈시를 하고 있다.

‘다시 동부로’여성들의 거친 여정 담은 이색 웨스턴


2005년 웨스턴 ‘멜퀴아데스 에스트라다의 세 번의 매장‘으로 감독으로 데뷔한 배우 타미 리 존스의 두 번째 감독작품으로 그가 주연도 한 이색적인 웨스턴이다.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개척시대 서부정착에 실패하고 동부로 돌아가는 사람들의 여정을 그린 영화로 서부 광야처럼 거칠고 에누리 없이 각박하다. 그러나 이런 가혹한 환경 속에 인간적인 면을 강조해 오히려 훈기마저 느끼게 된다.
특히 이 영화는 서부개척 시대의 여자들의 얘기를 다루고 있는데 윌리엄 웰만이 감독하고 로버트 테일러가 주연한 웨스턴 ‘서부로 가는 여자들’(Westward the Womanㆍ1951)을 연상케 한다. 비록 ‘홈스맨’의 여자들은 서부를 떠나 동부로 가고 있긴 하지만.
네브래스카주에서 농장을 일궈 성공한 신심과 정의감이 강한 31세의 노처녀 메리 비 커디(힐라리 스왱크)는 열심히 남편감을 물색하나 누구도 줏대가 센 그녀와 결혼하려고 하지를 않는다. 그런데 메리의 이웃들인 세 여자가 혹독한 서부환경에 지쳐 정신이상자들이 된다. 아라벨라(그레이스 거머-메릴 스트립의 딸)는 장질부사로 세 아이를 잃었고 테올린(미란다 오토)은 갓난아기를 변기통에 내던졌고 그로(손자 릭터)는 귀신에 씌었다. 
동네 목사(존 리트가우)의 주선으로 아이오와주의 목사 부인(메릴 스트립)이 이들을 받아주기로 했는데 문제는 이들을 아이오와주까지 데리고 갈 남자가 없다는 점. 미친 여자들 수송을 자원한 사람이 메리 비. 
메리 비는 미친 여자들을 태운 마차를 몰고 길을 떠난 지 얼마 안 돼 탈영병이자 타인 명의의 광구횡령자로 목에 밧줄이 감긴 채 말에 앉아 있는 조지 브릭스(타미 리 존스)를 만난다. 그리고 조지를 살려주는 대신 그가 아이오와까지 함께 간다는 약속을 받아낸다.
서부 광야를 가로지르는 일종의 ‘로드 무비’로 여기서부터 아이오와에 도착하기까지 여러 가 지 에피소드로 꾸며진다. 이 부분에서 전형적인 웨스턴의 내용을 과감히 벗어나진 못하고 있어 기시감이 있다.              
좋은 점은 메리 비와 조지의 성격묘사가 뚜렷한 것. 둘의 개성과 내면이 매우 풍부하게 그려졌는데 연기파들인 스왱크와 타미 리 존스가 깊이 있는 연기를 탁월하게 해낸다. 특히 스왱크의 튼튼한 연기가 출중하다. 심술첨지 모습의 타미 리도 무뚝뚝하면서도 코믹한 연기를 잘 하는데 둘의 콤비가 썩 잘 어울린다. 이와 함께 서부를 미화하지 않고 삭막한 모습 그대로 잡아낸 촬영과 음악도 인상적이다. R. Roadside. 랜드마크극장과 아크라이트극장. ★★★(5개 만점)                   <한국일보  편집위원/hjpark1230@gmail.com>

‘새벽’



졸린 눈에 종잇장처럼 얇은 입술 그리고 주먹코를 한 과묵한 프랑스 명우 장 가방은 1930년대 로맨틱한 염세주의를 상징했던 프랑스 영화의 동의어와도 같은 배우였다. 그는 운명을 트렌치코트처럼 걸치고 다니는 저주받은 반영웅처럼 기억될 만큼 숙명적이요 비극적이며 어두운 영화에 많이 나왔다. 장 가방 하면 세속적인 국외자요 고독자가 연상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가방은 1930년대 프랑스 영화의 흐름이었던 ‘시적 사실주의’(Poetic Realism)의 대표적인 스타로 많은 영화에서 자기를 파괴하려는 잔인한 운명과 투쟁하는 평범한 인간으로 나왔다. 고독이라는 병을 앓은 뒤 순수한 사랑을 찾아 잠시 위로를 받으나 또 다시 기만당하고 자신의 꿈을 빼앗겨 살인을 저지르고 자살하거나 총에 맞아 죽었다.
‘시적 사실주의’는 주로 파리 주변을 무대로 한 노동자 계급의 도시 드라마로 매우 어둡고 염세적인 분위기에 젖어 있다. 신화 속 존재 같은 남자들이 주인공으로 이들은 때로 범죄를 저지르고 이룰 수 없는 사랑을 하다가 대부분 처절한 종말을 맞는다.
전쟁의 암운이 하늘을 뒤덮은 당시 프랑스의 시민들의 절망과 허무를 대변했는데 뛰어난 형식미 속에 각박한 일상과 서정적이요 감정적인 것의 이중성을 담고 있다. 회색으로 채색된 실존적 영화다.
가방이 나온 ‘사적 사실주의’의 걸작 중 하나가 살인자 프랑스와의 하룻밤을 그린 ‘새벽’(Le Jour se Leve·1939·사진)이다. 노르망디 교외의 노동자층이 사는 6층짜리 아파트 꼭대기 층에서 분노한 음성과 함께 한 발의 총성이 울리면서 아파트의 좁은 계단 아래로 말끔하게 차려 입은 남자가 굴러 떨어져 내린다.
이어 아파트에 들이닥친 경찰들이 프랑스와가 바리케이드를 친 아파트 문을 향해 총알을 쏟아 붓는다(실탄이 사용됐다). 이렇게 시작된 영화는 프링스와의 현재와 그가 회상하는 과거가 교차되면서 이튿날 새벽까지 이어진다. 그리고 프랑스와의 권총자살로 끝난다.
공장 노동자인 프랑스와와 그가 사랑하는 가녀린 꽃가게 여점원 프링스와즈(자클린 로랑) 그리고 프랑스와를 사랑하는 클럽 쇼걸 클라라(아를레티) 및 이 두 여인을 소유하다시피 한 쇼맨 발랑탕(쥘르 베리) 등 4인이 맺는 기구한 운명의 이야기로 암담하기 그지없다.
흑백 촬영이 뛰어난 이 영화의 감독은 마르셀 카르네이고 각본가는 시인이기도 한 자크 프레베르인데 프레베르의 아름다운 글이 자칫 멜로드라마가 될 수도 있는 절망적인 얘기를 시적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그런데 두 사람은 ‘시적 사실주의’의 또 다른 걸작으로 역시 가방이 나오고 호심 같은 눈을 지녔던 미셸 모르강이 공연한 음습한 분위기의 ‘안개 낀 부두’(Le Quais des Brumes·1938)와 이 영화사조의 마지막 작품 중 하나로 마르셀 마르소와 아를레티가 나오는 영화사에 길이 남는 명작 ‘천국의 아이들’(Les Enfants du Paradis·1943-45)도 같이 만들었다.    
‘새벽’은 프랑스의 저명한 영화 평론가 앙드레 바장이 ‘우리 시대 영화의 비극적 영웅’이라고 칭한 가방이 사랑과 희망을 잃고 살인을 한 뒤 스스로를 자기 아파트에 가두어 놓은 킬러의 연기를 마치 우리 안에 갇힌 치명상을 입은 짐승처럼 불안하고 절실하게 보여준 명화다.
영화는 개봉되면서 당시 나치의 프랑스 괴뢰정부였던 비시 정부의 혹독한 검열을 받고 아를레티의 나신장면과 경찰을 파시스트에 비유한 대사를 비롯해 둘 다 유대인이었던 촬영감독 쿠르트 쿠란트와 프로덕션 디자이너 알렉상드르 트러네의 이름이 잘려 나갔다. 그러다가 곧 이어서는 영화가 ‘지나치게 사기를 저하시킨다’는 이유로 아예 상영금지 조치를 당했다.
가방의 신화를 창조한 ‘시적 사실주의’의 첫 영화는 쥘리앙 뒤비비에가 감독(공동 각색 겸)한 운명이 판을 치는 로맨틱한 갱스터 영화 ‘페페 르 모코’(Pepe le Moko·1937)다. 파리에서 은행강도를 한 뒤 프랑스의 식민지 알제리의 항구도시 알지에의 언덕 위 아랍계들이 사는 치외법권 지대나 마찬가지인 달동네 카스바에 숨어 사는 플레이보이 페페의 이야기다.
하구한날 항구를 바라다보며 파리를 그리워하던 페페가 파리에서 놀러와 구경 차 카스바로 올라온 돈 많은 늙은이의 정부로 깊은 눈동자를 지닌 가비(미레유 발랑)을 사랑하게 되면서 비극적 종말을 맞게 된다.
암흑세계의 갱스터에 대한 동경이요 미녀와 야수의 드라마로 페페가 고동소리를 내며 항구를 떠나가는 귀국선을 탄 가비를 향해 “가비”하고 외치면서 주머니에서 꺼낸 손칼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라스트신은 잊지 못할 장면이다. 이 영화는 1938년 샤를르 봐이에와 헤디 라마 주연의 흑백 미국 영화 ‘앨지어즈’(Algiers)로 만들어졌다. 이 영화도 삼삼하다.
가방이 저주 받은 사랑을 하는 남자로 나와 치열한 연기를 한 또 하나의 1930년대의 명작이 장 르느와르(화가 피에르 오귀스트 르느와르의 아들)가 감독한 ‘인간 짐승’(La Bete Humaine· 1938)이다. 에밀 졸라의 소설이 원작인 영화에서 열차 기관사인 가방은 역장인 남편을 죽여 달라고 요구하는 요부(시몬 시몽)를 사랑하다가 여자를 목 졸라 죽이고 자기는 달려오는 기차에 투신자살한다.  
‘새벽’ 개봉 75주년을 맞아 처음으로 잘려나간 장면과 대사 그리고 크레딧이 복원된 새 프린트로 14일부터 로열극장(11523 Santa Monica)에서 상영된다. (310-478-3836), 플레이하우스(패사디나). <한국일보  편집위원/hjpark1230@gmail.com>

2014년 11월 12일 수요일

‘잔 윅’ 키아누 리브스


“색다른 범죄자들 이야기에 끌려 출연”


현재 상영 중인 유혈폭력이 난무하는 액션 스릴러‘잔 윅’(John Wick)에서 개인적 복수를 위해 은퇴에서 다시 범죄의 세계로 돌아온 무자비한 킬러로 나온 키아누 리브스(50)와의 인터뷰가 최근 LA의 할리웃 외신기자협회(HFPA) 사무실에서 있었다. 덥수룩한 검은 수염만 없었다면 50이라곤 믿어지지 않을 만큼 청년의 모습을 한 리브스는 단단한 체구의 늘씬한 미남으로 수줍음을 많아 타 질문에 자주 얼굴을 붉히면서 차분히 답했다. 처음에는 상당히 경직돼 무표정한 얼굴이었으나 시간이 가면서 긴장이 풀린 듯 잔잔한 미소와 함께 가끔 유머를 구사해 가면서 질문에 응했다. 인터뷰 후 기념사진을 찍을 때 기자가“당신이 50세라고, 내가 보기엔 소년 같다”고 말했더니 리브스는“오, 노 노”하면서 얼굴에 홍조를 띠었다. 리브스는 이 영화 홍보차 12월 둘째 주 한국을 방문한다.    

-어떻게 이 영화에 출연을 응했는가.
“각본이 마음에 들었다. 명예를 존중하는 범죄자들의 지하세계의 얘기로 유머와 인간적인 면이 있는 글이었다. 여태껏 나온 영화들과는 다른 특별나고 신선한 점이 있었다. 액션도 아주 다르다. 모든 것이 당신 앞에서 일어나는 듯이 사실적이다. 그 사실을 바짝 긴장도를 높인 것이다.”

-액션을 위해 어떤 훈련을 했는가.
“주지추와 유도를 짬뽕한 ‘건 후’라는 무술을 익히라고 해서 연습했는데 재미있었다. 그리고 여러 가지의 권총 다루는 방법을 연습했다.”

-당신은 영화에서 셀 수 없이 많은 악인들을 살해하는데 몇 명인지 아는가.
“감독이 나더러 70명 이상 죽였다고 하더라. 존 윅은 그래서 매우 바빴다.”

-이 영화는 배우인 에바 롱고리아가 제작을 했는데 에바는 영화제작에 얼마나 개입했는가.
“에바는 제작에 실제로 참여하진 않았다. 다만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뒤에서 적극적으로 밀어줬다.”

-당신의 밴드는 지금 어떻게 됐는가.
“수년 동안 해산된 상태다. 몇 주 전에 즉흥 연습연주를 했다. 아주 오래간만인데 이상했지만 즐거웠다. 새로운 곡을 지어보려고 구상 중이나 어떻게 될지는 나도 모르겠다. 밴드가 다시 구성돼 연주하게 될 것인지에 대해서도 장담을 할 수가 없다.”

-영화에서 차가 중요한 구실을 하는데 당신은 어떤 차를 모는가.
“2013년도 포셰다. 아름다운 기계로 이 차는 내 친구다. 

-당신은 궁지에 몰릴 때 누구를 찾는가.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가족이나 친구 그리고 변호사나 경찰도 찾는다.”

-쫓아다니는 파파라치들에게 어떻게 대처하는가. 그들을 쿵후로 때려누이고 싶지 않은가.
“그것은 내가 육체적으로 얼마나 준비가 돼 있느냐 하는데 달려 있다. 파파라치들이 갑자기 카메라를 들이댈 때면 겁이 난다. 결코 즐거운 일이 아니다. 그들이 다른 직업을 가지기를 바란다.”

-존 윅의 가까운 친구는 개와 자동차 그리고 총인데 당신의 가장 가까운 친구는 무엇인가.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다. 특히 고르라면 모터사이클들이다. 그리고 영화를 찍을 때 얻은 물건들을 아끼는데 그런 것으로 두 개의 타이프라이터가 있다. 그리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두 벌의 양복이 있고 친구들의 사진과 내 경험을 찍은 사진들 및 내가 나온 몇 편의 영화들이 내 친구들이다.”

-애완동물이 있는가.
“없다.”

-요즘도 모터사이클을 타는가.
“탄다. 나는 실제로 모터사이클 회사를 소유하고 있다. 이름은 아치 모터사이클로 동업인데 6주 전부터 물건을 팔기 시작했다. 우리가 직접 만드는 모터사이클들은 아주 멋있다. 전 세계적으로 판매할 예정이다.”

-과거를 돌아보건대 당신은 지금 당신이 원했던 배우가 됐다고 생각하는가.
“과거를 회상하자면 그 동안 배우로서 일할 수 있었고 내가 사랑하고 또 어떤 것은 팬들이 사랑하는 영화에 나왔다는 것은 참 행운이다. 나는 1985년 할리웃에서 일하기 위해 토론토를 떠났다. 그동안 목적이 이뤄졌고 또 현재도 나는 좋은 영화와 역을 찾고 있다. 많은 것이 변했지만 여러 가지의 다른 얘기를 하고자 하는 정열과 희망 및 이유는 늘 같다.”

-어느 장르의 영화를 좋아하는가.
“난 모든 장르를 좋아한다. 영화는 신문이나 잡지를 읽고 흥미 있는 감독이나 내용의 영화를 발견하면 구경 간다.”

-당신의 러시아어 구사 능력이 썩 괜찮던데.
“액센트가 너무 심하지 않고 약간 있는 러시아어를 구사하려고 노력했다.”

-당신은 스타일 있는 폭력을 구사하는 아시아적 주제를 지닌 영화에 여러 번 나왔는데 그런 영화들이 미국 영화에 영향을 주었다고 보는가.
“스타일 있는 영화 폭력이 어디서 시작되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것은 무성영화 때부터 있었던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멋있는 죽이고 패는 폭력영화는 샘 페킨파에서부터 시작됐다고 생각한다. 그의 영화와 스타일 있는 유럽 폭력영화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성장했다고 본다. 그리고 하나 분명한 것은 홍콩의 쿵푸영화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다는 점이다.”

-당신은 로맨틱한 사람인가.
“존 윅 역을 맡은 것은 그가 로맨틱하기 때문이었다. 나로 말하자면 로맨틱하다기보다 장난기가 있다고 하겠다.”

-모든 면에서 영화가 매우 과장돼 마치 비디오게임을 보는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렇다. 확실히 스타일 있는 폭력을 내포한 게임이자 현실을 한 단계 높인 영화라고 하겠다. 마치 자신이 하는 게임을 보는 것과도 같다.”

-영화의 프로 킬러들은 나름대로의 윤리강령이 있는데 영화사 고급 간부들과 비교해 볼 때 어떤가.
“내가 아는 킬러들이 없으니 그들의 윤리에 대해선 알 바 없지만 영화사 간부들 중에는 더러 그런 사람들이 있다.”

-영화사 간부들에 의해 데인 적이라도 있는가.
“그것에 대해 생각하고 싶지 않다. 없다고는 못할 것이다. 그것이 쇼 비즈니스다.”

-당신은 나이답지 않게 젊어 보이는데 무슨 비결이라도 있는가.
“액션영화를 만들 때 엄격하고 힘든 훈련을 받는다. 그리고 조상의 유전자 탓도 있으니 그들에게 감사한다.”

-당신은 70명밖에 안 죽였지만 실베스터 스탤론이 나온 ‘익스펜다블스’에선 그것의 두 배가 넘는 사람들이 죽는데 그 영화의 속편에 나올 뜻이라도 있는가.
“내게 빈자리가 주어진다면 서슴지 않고 뛰어들 것이다. 실베스터 스탤론은 배우와 감독과 제작자로서 큰 업적을 남긴 사람이다. 그는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뛰어난 예술가이다. 그가 내게 그의 영화에 나올 것을 제의한다면 나로선 하나의 큰 영광이다.”

-이것은 당신의 무술영화인데 무술에 대해 늘 열정이 있었는가.
“난 어렸을 때부터 전쟁놀이와 가짜 싸움을 즐겼었다. 우리가 연극을 할 때면 늘 칼싸움이 있는 것을 했다. 내게 있어 그것은 카우보이와 인디언의 싸움이었다.”

-언제부터 모터사이클을 탔으며 그것을 타고 멋진 여행이라도 해 봤는가.
“처음에 독일서 배웠다. 미국에 와 처음 타고 간 곳은 선셋 블러버드와 퍼시픽코스트 하이웨이와 샌타모니카 산이었다. 그것을 반복했다. 프랑스와 호주에서 멋진 여행을 즐겼고 미 동부에서도 신나게 달렸다. 샌프란시스코 연안을 달린 것도 좋았다.”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모터사이클은 무엇이며 그것을 타고 여행을 할 때 혼자 하는가 여럿이 하는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노턴 코맨도다. 프랑스와 호주 여행 땐 친구들과 같이 달렸다. 미국에서도 혼자 탈 때가 있고 여러 명이 함께 탈 때도 있다.”

-몇 대가 있는가.
“모두 4대다.”

-당신이 나온 ‘포인트 브레이크’의 신판이 만들어진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저 잘 만들고 만들면서 즐기기를 바랄 뿐이다.”  

-당신과 존 윅은 닮은 데라도 있는가.
“거의 없다. 그래서 존 윅 역을 하는 것이 좋았는지도 모른다. 그는 어떤 강한 힘을 지녔는데  나는 그렇지 못하다.”

-요새 당신을 행복하게 해주는 사람이 누구인가.
“영화 나오느라 바빠서 사랑할 시간이 별로 없다. 그저 가족과 친구와 함께 있기를 즐긴다. 현재 애인은 없다. 슬픈 일이다. 친구들이 나를 여자와 연결시켜 주려고 몇 차례 시도했지만 포기했다.” 

인터스텔라 (Interstellar)

쿠퍼(매튜 매코너헤이)가 우주여행 끝에 빙하가 된 혹성에 도착했다.


인류의 새 정착지 찾아서… 눈부신 우주탐험


두뇌를 요구하는 영화를 만드는 영국의 크리스 놀란 감독(‘배트맨’ ‘인셉션’)의 사랑과 희생의 주제를 곁들인 대규모 스펙태클 공상과학 우주탐험 드라마로 놀란의 ‘2001: 우주 오디세이’다. 대단한 야심작으로 아찔한 시각효과와 아름다운 촬영 그리고 고상한 아이디어와 스타일 및 주인공의 좋은 연기를 비롯해 칭찬 받을만한 점이 많긴 하나 문제는 이야기 서술과 터무니없이 복잡한 플롯(놀란이 동생 조나산과 함께 각본을 썼다) 그리고 궁극적 연출 결과가 야심과 아이디어를 못 따라 가고 있다는 점이다.
온갖 이론 물리학을 잘 알아도 이해할까 말까 할 지나치게 많은 천문과학적 용어와 함께 마치 관객의 지능을 시험하기라도 하겠다는 듯이 쓸데없이 혼란스럽게 늘어놓은 플롯 그리고 감독의 부푼 이고 때문에 작품에 몰입하려다가도 주춤하고 물러서게 된다.
무슨 요설을 듣는 것 같기도 하고 또 속임수에 당하는 기분이기도 한데 놀란은 ‘2001’을 능가하기라도 하겠다는 듯이 암호로 만든 듯한 장광설을 늘어놓아 짜증마저 난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이 영화는 이해하려 하지 말고 그저 느껴라”면서 잘 모르겠으면 두 번, 세 번이라도 보라고 영화사 홍보인 같은 소리를 했다. 그리고 영화에 우주인으로 나온 앤 헤사웨이도 “나도 영화를 완전히 이해 못하겠다”고 말했다.
지구가 흙모래 폭풍으로 황폐해가면서 식량이 모자라는 가까운 미래. 전직 우주비행사로 홀아비인 쿠퍼(매튜 매코너헤이)는 시골에서 옥수수 농사를 지으면서 장인(존 리트고우)과 두 남매 탐(어릴 때는 티모데 샬라메, 성인 역은 케이시 애플렉)과 머피(어릴 때는 맥켄지 포이, 성인 역은 제시카 채스테인)와 함께 살고 있다.
쿠퍼가 우연히 위치를 숨긴 마지막 남은 미 국립우주항공국(NASA-식량 조달이 우선이어서 모든 NASA 기지는 폐쇄됐다)을 발견하면서 거기서 자신의 옛 스승인 우주공학자 브랜드(마이클 케인)를 만난다. 브랜드는 쿠퍼에게 인류가 살 수 있는 다른 행성이 있는지를 탐험해 달라고 부탁한다.
쿠퍼는 한 번 떠나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르는 우주여행을 앞두고 깊은 고민에 빠진다. 인류를 위해 자기희생을 할 것이냐 아니면 떠나지 말라고 우는 딸이 있는 가정을 지킬 것이냐. 영화는 흥분되고 선험적인 우주모험에 사랑의 감정을 듬뿍 담고 있다.
그리고 쿠퍼는 브랜드의 딸 아멜리아(해사웨이)와 다른 2명의 우주인들과 함께 우주탐험을 떠난다. 우주선에는 냉소적인 걸어 다니는 검은 고체상자와 같은 로봇이 동승하는데 이 로봇은 ‘2001’의 비석 모양의 검은 물체를 연상케 한다. 
우주선은 한 우주에서 다른 우주로 통하는 관문인 웜호울을 빛의 속도를 초월해 비행하면서 토성 인근의 빙하가 된 혹성(이 부분이 인상적이다)에 도착한다. 눈부신 시각효과를 사용해 보여주는 이 우주여행이 장관인데 70mm 대형화면을 가득 메운 방대한 우주 속의 모험이 스릴 만점이다. 
감탄할 부분도 적지 않고 작품제작 의도도 가상한 영화이긴 하나 결점도 많은 일종의 미완성대작이다. 그리고 매코너헤이를 제외한 다른 배우들은 매코너헤이의 들러리 노릇을 하고 있다. 좀 과다하긴 하나 오르간을 주로 사용한 한스 짐머의 음악이 효과적이다.
PG-13. Paramount. 전지역. ★★★(5개 만점)  <한국일보 편집위원/hjpark1230@gmail.com>

모든 것의 이론 (Theory of Everything)

제인(왼쪽)과 호킹이 서로 사랑의 눈길을 즐기고 있다.

스티븐 호킹의 업적과 25년에 걸친 사랑과 이별 


블랙홀과 우주의 기원에 관해 연구하고 베스트셀러 ‘시간의 짧은 역사“를 쓴 이론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에 관한 드라마로 말끔하고 확실하게 잘 만들었으나 특별히 뛰어난 점은 없는 전형적인 전기 드라마다. 호킹의 업적과 25년간에 걸친 그와 아내 제인의 사랑과 결혼 그리고 이혼을 고루 다루고 있는데 두 주연 배우의 연기가 매우 훌륭하다.
이와 함께 역경을 극복한 인간 승리의 재미있는 내용과 영국 현지에서 찍은 촬영 그리고 음악 등이 다 좋아 권하고 볼만한 영화이긴 하지만 작품이 현존하는 사람에 관한 것이어서 그런지 얘기를 너무 조심해서 다뤄 극적인 높낮이를 충분히 즐기기는 힘들다.
시간대를 따라 진행되는 영화는 1963년 호킹(에디 레드메인)이 캠브리지 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을 때부터 시작된다. 그는 대학의 한 파티에서 문학을 전공하는 제인(펠리시티 존스)을 만나고 둘은 사랑에 빠진다.
둘은 순진한 아이들처럼 사랑에 빠지는데 이와 함께 호킹의 연구생활이 교차로 묘사된다. 그리고 호킹은 수학에 남다른 이해력과 통찰력을 지녀 담당교수 데니스(데이빗 튤리스)를 놀라게 한다.
그러나 호킹은 근위축증(루게릭병)에 걸리고 의사로부터 2년밖에 더 못 산다는 말을 듣고 절망에 빠진다. 호킹은 제인마저 외면하나 호킹을 진실로 사랑하고 강단이 있는 제인은 호킹을 떠나지 않는다. 그리고 둘은 결혼해 아이들을 낳고 행복한 생활을 즐긴다.
호킹의 병세가 악화하면서 제인의 슬픔과 고통 그리고 남편을 돌봐야 하는 부담도 따라서 증가하나 제인은 굳세게 남편을 지킨다. 영화는 이런 제인의 처지를 상당히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제인은 교회의 합창단 지휘자 조나산(찰리 칵스)을 사랑하게 된다. 이와 함께 둘의 결혼생활은 호킹이 자기를 돌보는 특별 간호사를 사랑하게 되면서 끝이 난다.
호킹의 과학적 업적과 결혼생활 그리고 이 결혼의 해체를 균형 있게 다루려고 무척 애를 쓴 흔적이 역력한데 좀 과감했더라면 영화가 훨씬 더 힘 있고 극적인 것이 되었을 것이다.
영화에서 가장 볼만한 것은 레드메인의 연기다. 몸의 연기라기보다 얼굴의 연기로 눈동자와 입술과 안면근육을 사용해 매우 우아하고 완벽하게 호킹을 재현하고 있다. 총명하고 또렷한 연기로 레드메인의 ‘나의 왼발’이라고 하겠다. 이와 함께 존스의 연기도 단단하면서도 고상하다. 제임스 마쉬 감독. PG-13. Focus. 일부지역. ★★★½(5개 만점) <한국일보 편집위원/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