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4년 8월 27일 수요일

‘헌드레드-푸트 저니'헬렌 미렌



“음식이란 지구를 도는 인간문화의 표지석”


현재 상영중인‘헌드레드-푸트 저니’(Hundred-Foot Journey)에서 프랑스 남부 한 작은 마을의 자신이 경영하는 고급 식당 바로 앞에 인도 식당을 차린 인도에서 이민 온 일가족과 경쟁을 하게 된 본심은 착하나 다소 까다로운 여주인 말로리로 나오는 헬렌 미렌(69)과의 인터뷰가 베벌리힐스의 포시즌스 호텔에서 있었다. 미렌과 인도의 베테런 배우 옴 푸리가 나오는 영화는 그림처럼 곱고 달콤하나 극적 깊이는 모자란다. 그러나 모두 연기파인 미렌과 푸리의 연기와 콤비는 보기 좋다. 우아한 백색 돌체 가바나 레이스 드레스를 입은 미렌은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였는데 단아하게 앉아 아름다운 앨토 음성으로 유머와 위트를 섞어가면서 질문에 즐겁게 대답했다. 사람이 품위가 있으면서도 매우 겸손해 이웃집 착한 아주머니를 만난 친근한 느낌이 들었다.‘여왕’으로 오스카 주연상을 타 영국 여왕으로부터‘데임’ 칭호를 받은 미렌은 군주제를 달갑지 않게 여긴다. 미렌이 미국서 영화를 촬영하고 있을 때 여왕으로부터 초청을 받았을 때도 스케줄을 이유로 초청을 수락하지 않았다.                                

―영화에 진수성찬 음식이 자주 나와 보면서 배가 고팠는데 촬영 때도 그랬는가.
“그렇다. 보기 전이 아니라 본 다음에 식사를 해야 하는 영화다. 좋은 식당을 예약하고 영화를 본 다음에 식사하기를 권한다.”

―영화에서 당신의 식당은 식당의 질을 판정하는 미셸린 등급의 별 하나를 받았는데 최고등급인 별 세 개짜리 식당을 가본 적이 있는가.
“프랑스에서 가 봤다. 그 등급은 음식뿐 아니라 서비스와 화장실과 카펫의 청결도 그리고 식기와 유리잔과 식사용 칼과 포크 등 모든 것이 완벽해야 받는다. 그런데 나는 사실 그런 식당엘 가면 다소 불편하다.”

―영화를 감독한 스웨덴 태생의 라세 할스트롬과 일한 경험에 대해 말해 달라.
“그는 세트 분위기를 아주 편안하게 만들 줄 아는 사람이다. 마법사의 술수를 지닌 사람으로 이런 영화에는 그것이 꼭 필요하다. 그래서 일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영화를 어디서 찍었나.
“툴루즈 북쪽의 그림처럼 아름다운 한 마을에서 찍었다. 영화에서 보는 거리의 시장은 실제 시장이다. 식당의 음식도 정말 맛있더라. 영화를 찍는다기보다 휴가를 즐기는 기분이었다.” 

―영화는 서로 다른 문화의 혼합을 얘기하고도 있는데.
“그렇다. 프랑스와 영국 그리고 미국의 음식들은 다 다른 나라의 이민자들로부터 전수 받은 것이라고 해도 되겠다. 미국인들이 즐기는 피자나 베이글 등이 다른 나라에서 온 것이 듯이. 따라서 우리의 음식은 다양한 이민의 혼합이라고 하겠다. 음식이란 지구를 돌면서 행해지는 인간성의 움직임의 표지석과도 같은 것으로 우리 영화도 그 점을 보여주고 있다.”

―인도 음식 좋아하는가.
“남편(‘사관과 신사’ ‘레이’를 감독한 테일러 핵포드)과 나는 해외에 있다가 영국에 돌아가면 제일 먼저 인도 식당엘 간다. 외국에 있을 때 제일 생각나는 것이 인도 음식이다.”

―요리할 줄 아는가. 당신과 음식의 관계는 어떤가.
“잘 못한다. 수프가 고작이다. 나는 러시아계 후손이어서 폴란드와 우크라이나 등 동유럽 음식을 좋아하고 양배추로 만든 음식은 다 좋아한다. 나보다는 남편이 음식 솜씨가 낫다.”

―당신은 세계를 돌면서 온갖 음식을 맛보았을 텐테 한국 음식 먹어봤는가.
“LA의 활기차고 대단한 코리아타운에서 먹었다. 맛있는 음식이 많더라. 내 의붓아들이 다니던 학교에 한국인 급우들이 많아서 사실 한국 음식은 내 아들이 소개를 한 셈이다. 아들은 한국에 친구를 만나러가서 산 낙지도 먹었는데 그것을 유튜브에 올려 유명해졌다.”

―옛날과 달리 최근 들어 유색인종들이 이 영화에서처럼 긍정적으로 묘사되고 있는데 그 점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런 경향이 계속되길 바란다. 경향이라기보다 우리의 세계관의 변화라고 해야겠다. 이런 변화가 오기까진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 것 같은데 사실 우린 아직 그 곳에 진실로 이르진 못했다고 본다. 영화 ‘간디’가 있기 전만해도 보통 미국 사람들은 인도의 존재에 대해서 전연 알지 못했다고 해도 되겠다. ‘간디’ 이후 이런 생각을 고쳐 놓은 것이 ‘슬럼독 밀리어네어’다. 다문화와 함께 지구란 우리 모두가 공유하고 또 평등한 곳이라는 사실을 깨닫기까진 아직도 좀 더 가야 될 것 같다. 영화란 세상을 반영할 뿐이다. 따라서 먼저 세상을 변화시키면 영화는 그 변화를 반영하게 된다.”

―당신은 여러 나라 말을 할 줄 아는데 언어를 사랑하는가.
“나는 언어를 사랑한다. 나는 늘 외국에 가면 최소한 그 나라 말로 ‘안녕하세요’ ‘고맙습니다’ 같은 기본적인 인사말을 배워 쓴다. 또 영화제서 상을 줄 때면 인사말을 그 나라 말의 발음기호로 적은 글을 보고 읽는다.”

―당신의 인생철학은 무엇인가.
“나도 남들처럼 낙망하고 자신의 효용가치에 대해 의심하고 또 어리석다고 느낄 때가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런 것을 느끼면서도 계속해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이다. 난 특별히 신을 믿진 않는다. 그리고 세상에 대한 커다란 영적 이해도 갖고 있지 않다. 난 철저한 실용주의자다. 난 그저 자신에 대해 솔직하려고 할 뿐이다.”

―당신은 다음 영화 ‘황금 옷의 여인’에서 화가 클림트의 여인으로 나오는데 미술이란 당신에게 무엇인가.
“그것은 인간 노력의 경이 중 하나다. 나는 미술을 좋아해 화랑에 가서 그림을 보는 것을 즐긴다. 그리고 직접 그리기도 한다. 그것은 나의 큰 기쁨 중 하나다. 음악보다 그림을 더 좋아한다. 나는 별로 음악적이지가 못하다. 그러나 음악회에 가서 생음악을 듣는 것을 좋아한다. 나는 레코드음악은 딱 질색이다.”

―프랑스 여인 역을 위해 어떻게 접근했는가.
“난 프랑스 광이어서 역을 제의 받고 아주 좋아했다. 난 프랑스 사람들이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자기들이 낫다고 으스대는 것까지 좋아한다. 그래서 난 언제나 남모르게 프랑스 배우가 되길 원했다. 난 프랑스 영화를 매우 좋아한다. 프랑스 영화는 미국이나 영국 영화보다 민감하고 흥미 있으며 인물 묘사도 깊다. 난 사실 이 영화의 내 역을 프랑스어로 하길 원했다. 그러나 미국 사람들은 자막 읽기를 싫어한다. 특히 이 영화처럼 재미 위주의 디즈니 영화는 더 하다.”

―그렇다면 프랑스에 대해 싫어하는 점은 무엇인가.
“프랑스인들의 자부심에는 남을 비판 평가한다는 점이 있다. 그 건 별로 안 좋다. 프랑스에서 프랑스어를 못해 서툴게 해보려고 애를 쓸 경우에도 프랑스 사람들은 영어로 ‘당신 프랑스어 별로 잘 못하네’라고 핀잔을 준다. 그러나 이탈리아에서 그럴 경우 반응이 다르다. 그들은 외국인이 이탈리아어를 하려고 애를 쓰는 것을 보면 이탈리아어로 ‘오 당신 이탈리아어 하네’하고 반긴다.”

―당신이 오래 전에 TV 시리즈 ‘프라임 서스펙트’에 나왔을 때만 해도 여자가 주연인 TV쇼가 많지 않았는데 지금은 그런 쇼가 많다. 어떤 변화가 있었다고 보는가.
“참 놀라운 발전이다. 요즘은 여자가 주인공인 경우가 더 많다. 내가 그 시리즈에 나왔을 때만해도 제작진은 자신이 없어 출연계약은 3회분을 했는데도 1회만 찍고 시청자들의 반응을 보자는 식이었다. 이런 것이 변한 것은 우리의 세상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여자 경찰서장, 국무장관 그리고 각계각층에서 여성의 위치가 부상하면서 드라마의 세계도 세상의 변화를 따른 것이라고 본다.”

―당신은 미술을 좋아한다고 했는데 어떤 종류의 미술을 좋아하는가.
“내가 가장 좋아하는 화가는 칸딘스키다. 따라서 현대와 클래식이 혼성된 것이라고 하겠다. 나는 클래식 화가들도 좋아한다. 풍경화를 좋아하는데 특히 옛 덴마크 화가들의 그림이 아주 아름답다. 브뤼겔의 그림을 좋아한다.
                                                                 <한국일보 편집위원 / hjpark1230@gmail.com>

신 시티: 어 데임 투 킬 포(Sin City:A Dame to Kill For)

복수와 애증, 악몽같은 도시… 연기·액션은 화려


드와이트(조쉬 브롤린·왼쪽)는 팜므 파탈 에이바(에바 그린)의 치명적 매력의 제물이 된다.

2005년 프랭크 밀러의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만든 흑백 필름느와르의 속편으로 폭력적이요 냉소적이며 허무하다. 올스타 캐스트의 입체영화인데(구태여 입체영화로 만들 필요가 없었는데) 전편이 나왔을 때 주었던 신선한 충격이 많이 감소됐다.
배우들의 연기와 시각 스타일 및 액션과 저주 받은 도시의 분위기 등은 즐길 만하지만 얘기가 횡설수설하는 듯이 두서가 없고 단편적인 데다가 호평을 받고 흥행서도 성공한 전편을 의식한 듯이 너무 멋을 부리려고 애를 쓴 흔적이 역력해 부담이 간다.
얘기는 두 개의 중심 플롯으로 구성됐다. 하나는 복수심에 불타는(이 영화는 복수하려는 사람들로 만원을 이룬다) 젊은 프로 도박사 자니(조셉 고든-레빗)와 그의 증오의 대상인 부패한 정치인 로크(파워즈 부스)의 대결. 둘이 포커 대결하는 장면이 멋지다.
이 얘기에 역시 복수심에 불타는 후진 스트립 조인트의 스트리퍼 낸시(제시카 알바)의 무자비한 복수가 곁들여 지는데 영화는 이런 내용을 두 부분으로 잘라 영화의 앞과 뒤를 장식하게 만들었다. 따라서 얘기가 일관성을 잃어 혼란스럽다.
다소 반복적인 후반의 얘기는 드러난 젖가슴을 무기로 남자를 잡는 치명적인 마녀와도 같은  에이바(프랑스 배우인 에바 그린은 여러 영화에서 젖가슴을 내놓기를 주저하지 않는다)의 독성 있는 성적 매력과 유혹에 빠져 폐인이 되다시피 한 드와이트(조쉬 브롤린)와 에이바의 애증이 뒤범벅이 된 관계가 중심을 이룬다. 
드와이트 역은 전편에서는 클라이브 오웬이 맡았었다. 그런데 필름 느와르의 전형적인 수법인 주인공의 내레이션으로 진행되는 드와이트의 하소연이 설득력이 모자란다. 오웬의 멋을 못 따르는 브롤린과 그린의 콤비는 대단히 화끈하지는 못한데 그린이 브롤린을 완전히 압도한다. 이런 여자에게 걸렸다 하면 지옥으로 떨어지고 마는데 팜므 파탈 중의 팜므 파탈이다.     
이들을 중심으로 여러 명의 부수 인물들이 나와 칼을 쓰고 총을 쏘고 치고 박고하면서 영화에 유혈폭력이 난무하는데 흩뿌려지는 피는 백색으로 처리하면서 때로 붉은 색으로도 채색했다. 이런 시각적 화려미가 이 영화의 제일 보기 좋은 점이다.
전편에서 나왔던 마브 역의 미키 로크와 형사 존 역의 브루스 윌리스가 다시 나오고 이 영화에 처음 등장한 한국계 배우 제이미 정이 미호로 나와 하늘을 훨훨 나르면서 긴 칼을 휘둘러 여러 명의 나쁜 놈들의 목을 잘라버린다. 이밖에도 레이디 가가, 레이 리오타, 크리스토퍼 로이드, 스테이시 키치, 로사리오 도슨, 데니스 헤이스버트 및 제레미 피븐 등이 나온다.
악몽과도 같은 도시와 그곳에 사는 버려진 인간들의 내면을 좀 더 깊이 파고들었으면 하는 아쉬움과 함께 전편의 얘기를 혁신적으로 뛰어넘지 못하는 내용 등 아쉬운 점이 더러 있지만 보고 즐길 만은 하다. 감독은 전편처럼 밀러와 로버트 로드리게스가 공동으로 했는데 로드리게스는 연출 외에도 제작과 작곡과 촬영과 편집까지 했다. R. Dimension. 전지역. ★★★(5개 만점)

‘보기와 바콜’





그 때는 얼굴들이 있었다. 할리웃 황금기의 스타들은 스크린을 광채로 가득 채우는 마력이 있었다. 이 얼굴들 중의 하나였던 로렌 바콜이 12일 고향인 뉴욕에서 89세로 사망했다. 참으로 멋진 클래식 스타일을 지닌 스타였었다.
바콜하면 떨쳐 버릴 수 없는 이름이 생전 ‘보기’라 불린 터프가이 험프리 보가트다. 둘이 만나 사랑에 빠진 얘기는 영화 속의 영화나 다름없다. 둘은 헤밍웨이 소설을 원작으로 하워드 혹스가 감독한 전시 액션 드라마 ‘투 해브 앤드 해브 낫’(1944ㆍ사진)에서 공연하며 만났다. 이 영화로 스크린에 데뷔한 바콜은 19세였고 이미 수퍼스타였던 보기는 44세였다.
영화에서 가장 유명한 대사는 바콜이 보기를 유혹하면서 던지는 대사다. 바콜이 깔보는 듯한 시선으로 보기를 내려다보면서 안개가 자욱한 음성으로 이렇게 은근짜를 놓는다. “당신 휘파람불 줄 알지요. 그저 두 입술을 함께 모아 불면 돼요.” 바콜의 얼굴이나 자태가 도저히 19세짜리의 그것이라고 보기엔 너무나 성숙하고 자극적이다.
아마 보기도 이 장면 때문에 바콜에게 깊이 빠졌을지도 모른다. 그 때 세 번째 부인과 불행한 결혼생활을 하던 보기와 바콜은 밀회를 하면서 사랑을 불태우다가 이듬해 결혼했다. 보기는 너무 행복해 결혼케익을 자르면서 울었다고 한다.
전설적인 할리웃 커플의 탄생이다. 또 다른 유명한 할리웃 커플로는 게이블과 롬바드 그리고 트레이시와 헵번이 있지만 보기와 바콜의 농도 짙은 화학작용을 따르진 못한다. 보기와 바콜의 합성에 비하면 브란젤리나(브래드 핏과 안젤리나 졸리)의 그것은 아이들 소꿉장난이다.
바콜은 전형적인 미녀는 아니었다. 광대뼈가 뚜렷한 개성이 강한 얼굴인데 시선이 자못 상대를 희떱게 보듯이 오만하다. 이 시선과 함께 바콜의 상표가 되다시피 한 것이 그의 천근만근 무겁고 복날 땀에 절어 피곤에 지친 듯한 허스키한 음성이다. 사이렌의 치명적 흡인력을 지닌 성감대를 자극하는 음성이다.
19세에 큰 어른 보기에 당당히 맞섰던 바콜은 터프가이에 걸맞은 터프걸이었다. 카리스마와 우아함을 겸비했던 바콜은 지적이요 독립적이며 섹시한 여자로 시대를 앞서간 신여성이었다. 보기와 바콜은 첫 공연작 이후 모두 1940년대에 만든 ‘빅 슬리프’와 ‘다크 패시지’ 그리고 ‘키 라르고’에 함께 나왔다.
둘은 골초였던 보기가 1957년 57세로 후두암으로 사망할 때까지 남매를 낳고 행복하게 살았다. 바콜은 그 후 프랭크 시내트라와 잠시 약혼을 했다가 파혼하고 배우 제이슨 로바즈와  8년간의 기복이 심한 결혼생활 끝에 이혼했다.
나는 어렸을 때 한국에서 바콜의 영화들을 여러 편 봤는데 그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이 록 허드슨과 공연한 끈끈한 드라마 ‘리튼 온 더 윈드’와 바콜이 애정의 표시로 애인 그레고리 펙의 귀를 잘근잘근 씹는 로맨틱 코미디 ‘디자이닝 우먼’(바콜이 제일 좋아하는 영화)이다. 그리고 몬로와 베티 그레이블과 공연한 노래가 있는 로맨틱 코미디 ‘하우 투 매리 어 밀리어네어’도 즐겁다.
바콜은 보기 사망 후 배우로서의 생애도 다소 빛을 잃기 시작한다. 폴 뉴만과 나온 ‘하퍼’와 존 웨인의 유작 ‘슈티스트’ 그리고 앙상블 캐스트의 ‘머더 온 디 오리엔트 익스프레스’ 등은 모두 조연급 역. 그러나 뒤늦게 ‘미러 해즈 투 페이시즈’로 골든 글로브 조연상을 탔고 오스카상 후보에도 올랐다. 2009년 오스카 명예상을 받았다.
17세 때부터 모델을 하면서 브로드웨이 무대배우로 연기를 시작한 바콜은 나이를 먹어 무대에 복귀해 ‘어플러즈’와 ‘우먼 오브 더 이여’(트레이시와 헵번이 나온 동명영화가 원전)로 토니상을 탔다. 60여년의 연기생활 간 60여편의 영화에 나왔는데 사망할 때도 범죄영화에 출연하기로 돼 있었다.
바콜은 혼자서도 우뚝 설 수 있는 배우였지만 보기의 카리스마가 원체 강해 그의 후광을 벗어날 수가 없었다. 바콜도 “나는 결코 그로부터 멀어질 수가 없다”고 고백했다. 바콜은 연기를 사랑한 스타였지만 자기를 “베이비”라 부르며 사랑하는 보기의 뜻에 따라 가정을 먼저 여겼다. 그리고 바콜은 스타덤이라는 것을 생애라기보다 우연이라고 생각한 건전한 생각을 지녔던 사람이었다.
보기와 바콜은 정치적으로도 소신이 뚜렷했던 커플로 전후 미국에 매카시 광풍이 불던 때 워싱턴 D.C.로 날아가 의회에 매카시즘은 민주주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라는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배우와 감독 사이에 서로를 빨갱이라고 고발하던 당시로서는 굉장히 용감한 행위였다.
‘투 해브 앤드 해브 낫’의 또 다른 은근히 선정적인 장면은 보기와 바콜의 첫 키스신. 바콜이 보기의 무릎에 앉아 보기에게 키스를 하자 보기가 “무엇 때문에 했지”하고 묻는다. 바콜이 “그걸 좋아할지 궁금해서 했어요”라고 답하자 보기가 “결정은 뭐야”라고 묻는다. 이에 바콜이 “아직 몰라요”라더니 다시 보기에게 정열적으로 키스를 하면서 “당신이 도와줄 땐 더 낫지요”라고 한 마디 한다. 이제 보기와 바콜은 하늘에서 이런 사랑의 희롱을 하면서 여생을 즐기게 됐다.  <박흥진 편집위원/hjpark1230@gmail.com>

2014년 8월 19일 화요일

‘신 시티: 데임 투 킬 포' 제시카 알바


섹시함의 비결은‘자아 사랑’… 엄마가 된 뒤 몰입연기


22일 개봉되는 범죄 액션 스릴러이자 느와르 드라마인 흑백 입체영화‘신 시티: 데임 투 킬 포’(Sin City: A Dame to Kill For)에서 복수심에 불타는 싸구려 술집의 스트립댄서 낸시로 나오는 섹시스타 제시카 알바(33)와의 인터뷰가 2일 베벌리힐스의 포시즌스 호텔서 있었다. 이 영화는 프랭크 밀러의 그래픽 노블이 원작으로 2005년에 나온‘신 시티’의 속편이다. 브루스 윌리스, 조쉬 브롤린, 미키 로크, 에바 그린 및 데니스 헤이스버트 등 호화 캐스트의 폭력과 유혈이 난무하는 작품인데 한국계 배우 제이미 정이 긴 칼을 휘두르면서 나쁜 놈 여러 명의 목을 잘라 버린다. 감독은 전편을 연출한 로버트 로드리게스와 프랭크 밀러. 아버지가 멕시코계이어서 가무잡잡해 더 섹시한 알바는 갈색 긴 머리의 소녀처럼 동안이었는데 생글생글 웃는 모습이 귀엽기 짝이 없었다. 매우 명랑하고 솔직했는데 33세에 두 아이를 가진 여자가 어떻게 그렇게 날씬한 몸매를 지닐 수 있는 것인지 불가사의라 하겠다.                                
-당신은 복수심에 불타는 여자로 나오는데 실제로도 그런 성격인가.
“앙심을 품을 것이 아니라 때가 되면 그것을 풀어놓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정신건강에도 좋다. 나는 나의 잘못으로부터 무언가를 배우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댄스를 기막히게 잘 추던데 어떻게 배웠는가.
“춤이 몸에 편안하게 느껴지는데 두 달이 걸렸다. 그 다음으로는 춤으로써 낸시와 감정적으로 연결이 되도록 노력했다.”

-돈과 남자 중 어느 것이 더 유혹적인가.
“그것들보다 가장 유혹적인 것은 힘이다. 힘은 모든 약한 것을 분쇄한다. 그래서 우리는 전쟁을 하는 것이다.”       

-당신뿐 아니라 액션마저 섹시한데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로버트와 프랭크가 영화를 상스럽지 않고 아름답고 섬세하며 예술적으로 처리했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마치 음악처럼 물 흐르듯 하고 있다. 피마저 하얀 색이니 멋있지 않은가.”

-섹시하다고 느끼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자아 사랑이다.”

-아이를 둘이나 둔 당신은 어떻게 그렇게 완벽한 몸매를 유지할 수 있는가.
“난 꽤 건강한 삶을 살고 있다. 가급적 가공식품을 피하고 신선한 음식을 먹으려고 한다. 그러나 난 운동은 별로 안 좋아한다. 그것은 지루하기 때문이다. 요즘은 내 자신의 회사 운영에 따른 스트레스 때문에 요가를 한다.”

-당신이 설립한 회사 어네스트 컴퍼니는 어떤 회사인가.
“유해물질 없는 가정 및 아동용품을 만든다. 내 첫 딸 아이를 가졌을 때 아기용 세탁제로부터 앨러지 반응을 일으켰다. 그래서 연구를 했더니 세탁제는 물론이요 아기용 샴푸와 기저귀에도 유해물질이 가득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유해물질이 없는 세척제와 기저귀와 샴푸와 비타민 등을 만드는 회사를 설립한 것이다. 제품에 대한 수요가 높아 곧 세계적으로 회사를 넓혀갈 예정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어디까지 갈 것인가.
“갈 데까지 갈 것이다. 난 어미 곰으로 내 가족에게 해로운 일이 생기지 않도록 무슨 일이라도 할 것이다. 그게 내가 지금 매일 하고 있는 일이다.”  

-당신은 21세에 영화계에 들어온 뒤로 섹스 심벌이라는 타이틀이 붙었는데 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 딱지는 그냥 남들이 내게 붙여준 것이다. 그 때 난 어려서 그것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몰랐다. 그러나 지금은 나 자신에 대해 확실한 신념이 있으며 여자로서의 내 몸과   성적인 것과 나 자신의 주인이 되었다. 따라서 이렇게 새로 찾은 확신을 가지고 연기와 창의성에 접근하는 것은 날 자유롭게 한다. 이제 내게 있어 연기란 내가 완전히 자유롭고 창의적이며 또 공개적이 되기 위한 공간에 지나지 않는다.”                       

-당신이 신 시티에 산다면 잘 살 수가 있겠는가.
“잘 지낼 것이다. 난 사기꾼적 기질이 있어 매사를 이리저리 빠져 다니면서 처리하는 기술이 있다.”         

-어머니라는 것이 연기에 어떤 변화라도 일으켰는가.
“물론이다. 그 전과 완전히 달라졌다. 자의식에 사로 잡혔던 과거와 달리 어머니가 된 뒤로 나는 역에 완전히 나를 몰입시키고 있다. 내가 맡은 역에 충실치 못하면 아이들에게도 충실할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당신 직업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낸시가 무대에서 요염한 자세로 춤을 추고 있다.
“아이들은 배우라는 것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그저 멋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당신은 영화를 찍을 때 나체로 계약에 나오지 않는다는 조항을 반드시 넣는다는 것이 사실인가.
“많은 배우들이 서슴지 않고 옷을 벗는데 그것은 그들 자신이 결정하기 나름이다. 난 나대로 결정하는 것이다.”

-어떤 디자이너를 좋아하며 어떤 배우가 당신에게 영향을 주었는가.
“베르사체, 켄조, 이브 생 로랑 등 한두 사람이 아니다. 난 언제나 자신이 하는 일에서 예외적인 것을 할 줄 아는 사람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따라서 이 영화를 만든 로버트와 프랭크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아이들 다음으론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
“난 연기를 좋아한다. 사람들을 즐겁게 만들어주는 것을 좋아한다. 평생 그 일을 하기를 희망한다. 연기 외에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보다 안전하고 건강한 장소를 마련해 주는 것을 좋아한다. 둘 다 할 수 있으니 난 감사하며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

-당신은 언젠가 다시 TV에 출연할 뜻이 있는가.
“내 회사 경영 일이 너무 바빠서 당분간 TV에 나올 일은 없을 것 같다.”

-파파라치에 어떻게 대처하는가.
“그것에 대해 너무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고 그냥 내 할 일만 하기로 했다.”

-타블로이드가 당신에 관해 쓴 터무니없는 글을 읽을 때 느낌은 어떤가.
“난 그것들을 안 읽는다. 종종 다른 사람들을 통해 내 얘기를 듣곤 하는데 하도 터무니가 없어 아예 신경을 안 쓰기로 했다.”

-앞으로 어떤 영화들에 나올 작정인가.
“내 회사가 날로 발전해 나는 이제 경제적 기반이 단단해졌다. 따라서 내가 마음에 끌리는 작품을 만들고 또 출연하기가 과거보다 쉬워졌다. 어떤 것은 대규모 예산이 소요되는 것일 수도 있고 또 어떤 것은 오락위주이며 그리고 저예산의 독립영화에도 나올 것이다.”

-당신 회사의 직원들이 당신에 어떻게 접근하는가. 스타로 보는가, 사장으로 보는가.
“난 한 사람이다. 다르게 행동하지 않는다. 그들은 나를 제시카로 본다. 우린 같이 점심을 먹고 남들처럼 서로 가족과 일에 대해 얘기를 나눈다.”

-당신이 생각하는 가장 글래머러스한 사람은 누구인가.
“장소로는 파리이고 사람은 다이앤 본 퍼스텐버그다. 그는 정말로 우아하고 아르답고 글래머러스한 여자다.”

-당신의 약점은 무엇인가.
“나의 아이들이다.”

-미란 때로 그것을 지닌 사람에게 저주로서 작용할 수도 있는데 당신의 미에 대한 정의는 무엇인가.
“그것 하나만이 당신의 전부라고 생각한다면 미는 저주가 될 수 있다. 당신이 그것과 완전히 연결되지 않을 때야 비로소 그것은 저주가 되지 못한다.”

-어떤 팬레터를 받는가.
“내가 20대 초반 때 너무나 괴상망측한 팬레터들을 받아서 그 뒤로 나의 경호원들이 팬레터를 내게 주지 않는다. 그러나 요즘에는 트위터니 페이스북 등이 있어 이런 매체를 통해 팬들과 서로 소통하고 있다. 서로 대화를 주고받으니 재미있다.”

-아침에 일어나 거울을 보기가 좋은가.
“별로 안 좋다. 얼굴 여기저기에 주름이 생겨 화장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점심때가 지나갈 무렵에야 내 얼굴이 내가 바라는 얼굴이 되곤 한다. 때론 예쁘기도 하고 또 때론 그렇지 않기도 하다.”

-좋아하는 음식은 무엇인가.
“계절에 달렸다. 여름에는 신선한 샐러드요 겨울에는 구운 것을 좋아한다. 그러나 난 조리법만 준다면 무엇이든지 만들 수 있다.” 
                                        <한국일보 편집위원 / hjpark1230@gmail.com>



왓 이프(What If)

청춘남녀의 새콤달콤 감정흐름 코믹터치


월래스(래드클리프·왼쪽)와 샨트리(조이 카잔)가 식당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과연 남자와 여자는 친구가 될 수 있는가. 이 영화는 20대 두 청춘남녀를 주인공으로 이 문제를 던진 로맨틱 코미디로 다소 얘기를 끌어가고 또 억지를 쓴 점이 있긴 하지만 두 주인공들처럼 귀염성 있고 새콤달콤한 맛이 난다.
청춘판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라 하겠는데 해리 포터로 성장한 대니얼 래드클리프의 본격적인 첫 성인 역 영화이다. 성공한 편인데 래드클리프는 로맨틱 배우로선 썩 잘 어울리지가 않는데도 역을 무난히 잘 소화해 내고 있다.
다소 지나치게 달짝지근한 기분이 나면서도 청춘남녀의 마음과 감정을 상당히 진지하게 다뤄 호감이 간다. 위트와 약간의 변덕이 있는 말이 좀 많은 영화로 데이트용으로 아주 좋다.
토론토의 의대 중퇴생인 월래스(래드클리프)는 같은 의대생인 애인으로부터 버림을 받은 지 1년이 넘도록 가슴앓이를 한다. 월래스는 아주 순진한 구식 스타일의 청년이다.
그가 어느 날 단짝친구로 말이 많고 요란한 앨란(애담 드라이버가 영화를 훔칠 정도로 탁월한 연기를 한다)과 함께 파티에 갔다가 앨란의 사촌으로 영리하고 귀엽게 생긴 애니메이션 미술가 샨트리(조이 카잔-명장 엘리아 카잔의 손녀)를 만나 첫 눈에 쏙 빠져든다. 샨트리도 이 약간 어수룩한 데가 있는 월래스가 마음에 든다. 한편 앨란은 파티에서 만난 니콜(맥켄지 데이비스)과 서로 첫 눈에 화끈하게 반해 육박전을 치르듯이 끌어안고 애무하고 키스를 한다. 
파티 후 집에 돌아가는 샨트리를 동반한 월래스는 자기에게 전화번호를 적어 주는 샨트리로 부터 “우리 친구로 지내요”라는 말과 함께 “나 보이 프렌드가 있어요”라는 말을 듣는다. 샨트리의 애인 벤(레이프 스팔)은 유엔 직원으로 둘은 동거생활한지 5년이 된다.    
좌우간 월래스와 샨트리는 그 뒤로 계속해 만나면서 영화 보고 밥 먹고 대화를 나누는데 동거 애인 있는 여자가 어쩌자고 외간 남자를 그렇게 자주 만나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그러다 보면 둘 사이에 애정의 감정이 솟아난다는 것을 모른다는 말인지.
슬픈 표정의 강아지 같은 모습을 한 월래스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샨트리를 사랑하고 있지만 이를 억제하느라 죽을 맛이다. 그런데 둘을 더 가깝게 하려고 영화는 갑자기 벤을 6개월간 더블린에서 일하게 만든다. 
샨트리와 월래스는 이 사이에 더 자주 만나면서 월래스는 이제 완전히 자기감정을 주체하지 못할 정도가 된다. 그리고 친구를 고집하는 샨트리도 월래스에게 빠져든다. 사실 샨트리도 처음부터 월래스가 좋았는데도 벤 때문에 그 감정을 감춘 것인 줄 다 안다.
샨트리가 월래스의 마음을 떠 보고 또 한편으로는 월래스를 떼어 버리려고 자기 여동생 달리아(메이간 파크)와 만나게 하는 것을 비롯해 군더더기 같은 부분이 더러 있어 조금 길게 느껴진다.
 촬영과 음악 등이 다 로맨틱한 영화 분위기에 잘 어울리는 영화의 큰 매력은 래드클리프와 카잔의 기차게 어울리는 화학작용. 
특히 카잔이 연기를 잘하는데 다소 공격적인 그와 수동적인 래드클리프의 밀고 끄는 감정의 줄다리기가 긴장감마저 자아낸다. 마이클 다우스 감독. 
PG-13. CBS Film. 아크라이트(선셋+바인), 랜드마크(피코+웨스트우드), 센추리15. ★★★½(5개 만점)  <한국일보 편집위원 / hjpark1230@gmail.com>


‘이름 없는 사나이’




1960년대 초 서부변경 마을을 무대로 선과 악이 뚜렷이 구별되는 카우보이와 보안관과 무법자 간의(와이트 해트 대 블랙 해트) 권선징악의 구태의연한 얘기로 일관하던 미 웨스턴에 혁명을 일으킨 영화가 1964년에 나온 ‘황야의 무법자’(A Fistful of Dollars)다.
이탈리안 감독 세르지오 레오네가 당시 스크린의 조연급으로 TV 웨스턴 시리즈 ‘로하이드’에 나오던 클린트 이스트우드(사진ㆍ당시 34세)를 기용해 만든 이 돌연변이와도 같은 웨스턴은 잔인한 폭력과 인물들의 비도덕성 그리고 땀과 냄새와 먼지가 뒤범벅이 된 영화로 이로써 ‘스파게티 웨스턴’(한국에선 마카로니 웨스턴이라 했다)이 탄생했다.
나는 대학생 때 이 영화를 명보극장에서 봤는데 엔니오 모리코네의 휘파람과 채찍질 소리가 섞인 획기적인 음악과 함께 애니메이션으로 처리된 오프닝 크레딧 장면부터 화면에 확 빨려 들어갔었다. 그래서 비싼 입장료를 내고 두 번이나 봤다.
이스트우드를 수퍼스타로 만들어주고 레오네와 모리코네의 이름을 세계적으로 알리게 해준 영화의 주인공은 정의한이 아니라 선과 악을 구별하기가 힘든 자로 반 영웅의 모델과도 같은 인물이었다. 레오네는 이런 주인공과 함께 사악하고 탐욕스런 인물들을 동원해 거의 괴이할 정도로 야단스런 웨스턴을 창조했다.
가히 오페라적이라 할 영화로 특히 레오네가 즐겨 쓰는 과장된 롱 샷과 클로스업은 서부의 무한한 경지와 인간들의 내면을 극적으로 묘사하는데 효과적이었다.
‘황야의 무법자’는 라이벌 양 도당이 말아먹는 미 멕시코 접경마을(스페인에서 찍었다)에 나타난 총잡이가 양쪽을 오가며 서로 싸움을 시킨 뒤 자신의 이득을 취하면서 벌어지는 액션영화다. 과묵하고 냉소적인 이스트우드가 여송연을 입 한쪽 끝에 물고 가늘게 뜬 눈을 깜박이면서 악인들을 가차 없이 쏴 죽이는데 어깨에 멕시칸 담요를 걸친 모습이 상거지나 다름없다.
이 영화는 아키라 쿠로사와가 감독하고 토시로 미후네가 주연한 사무라이 영화 ‘요짐보’의 서양판. 그래서 쿠로사와는 판권침해로 소를 제기, 미국에서는 1967년에야 개봉됐다. 그런데 사실 ‘요짐보’도 미국 탐정소설 작가 대쉬엘 해멧의 소설 ‘붉은 수확’과 앨란 래드가 나온 웨스턴 ‘셰인’에서 아이디어를 빌려다 쓴 것이다.    
이탈리안 원제가 ‘당당한 이방인’이었던 영화가 전 세계서 빅히트하면서 곧 이어 ‘황야의 무법자 속편’(For a Few Dollars Moreㆍ1965)과 ‘착한 사람, 나쁜 놈 그리고 추악한 놈’(The Good, the Bad and the Uglyㆍ1966)이 만들어져 둘 다 빅히트 했다.
시리즈를 배급한 미국의 UA사는 이들을 ‘이름 없는 사나이’(Man with No Name) 시리즈로 선전했지만 이스트우드는 3편에서 모두 이름이 있다. 조와 만코와 블론디가 그것이다.
‘황야의 무법자 속편’은 둘 다 바운티헌터인 만코(이스트우드)와 모티머(리 밴 클리프)가 각기 다른 목적으로 잔인하고 간악한 무법자를 쫓는다. 제1편과 2편의 악인으로는 모두 이탈리아의 명우 지안 마리아 볼론테가 나온다. 또 제2편에서는 나스타샤 킨스키(‘테스’)의 아버지로 독일의 명우인 클라우스 킨스키가 곱사등이 악인으로 나와 모티머의 총에 맞아 죽는다.
레오네의 거의 자아도취적인 작품인 제3편은 미 남북전쟁 당시 남군의 숨겨진 금괴의 장소에 관해 서로 정보의 일부만 소유한 자들이 목적지에서 만나 대결을 벌이는 3시간짜리 대하 서사극. 물론 이스트우드가 착한(?) 사람이고 나쁜 놈과 추악한 놈으로 각기 밴 클리프와 일라이 월랙(6월24일 98세로 사망)이 나온다.
시리즈 3편 모두 대부분의 웨스턴처럼 건맨들의 대결로 마지막이 장식되는데 특히 제3편의 라스트신은 정말 멋있다. 3명의 주인공이 원을 그리고 맞서 서로를 째려보는데 이 모습을 롱 샷과 클로스업을 번갈아 써 잡은 촬영과 함께 모리코네의 일촉즉발의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음악이(‘무법자’시리즈와 함께 그의 다른 영화음악이 담긴 CD가 있다)  아슬아슬한 쾌감을 자아낸다. ‘황야의 무법자’ 개봉 50주년을 맞아 ‘이름 없는 사나이’ 시리즈가 블루-레이로 나왔다.
레오네는 이 시리즈 후속 편으로 서부영화의 기념비적인 작품인 ‘옛날 옛적 서부에’(Once Upon a Time in the Westㆍ1968)를 만들었다. 조운 크로포드가 주연한 이색적인 웨스턴 ‘자니 기타’에서 영감을 받은 이 영화는 서부 개척시대 철도가 들어서기를 기다리는 여 지주(클라우디아 카르디나레)를 둘러싸고 선한 자와 악인의 대결을 큰 화폭에 그린 먼지가 일고 흙냄새가 나는 거칠면서도 서정적인 풍경화다
이색적으로 찰스 브론슨이 복수심에 불타는 정의한으로 나오고 헨리 폰다가 검은 모자에 검은 조끼 그리고 검은 옷에 검은 부츠를 신은 악인으로 나와 차갑도록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광야에 달랑 혼자 자리 잡은 기차역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건맨들의 얼굴을 극단적으로 포착한 오프닝 신의 클로스업과 브론슨과 폰다의 대결을 둘러싼 회전촬영 등 카메라 작업이 탁월한 께느른한 분위기의 오페라 웨스턴으로 모리코네의 쓸쓸한 음악이 아름답다.
                                <한국일보 편집위원 / hjpark1230@gmail.com>


2014년 8월 11일 월요일

헌드레드-푸트 여행(The Hundred-Foot Journey)


마담 말로리(헬렌 미렌)가 하산(마니쉬 다얄)에게 요리법을 시범하고 있다.

맛있는 음식과 동화 같은 소재… 갈등 없이 잔잔

현재 상영 중인 ‘셰프’와 앙리 감독의 ‘맨 우먼 이트 드링크’ 및 ‘바벳의 잔치’ 같은 영화들을 생각나게 하는 음식에 관한 영화로 상은 잘 차려 놓았는데 막상 먹을 것이 없다. 우선 음식영화로선 제목이 마음에 안 든다.
음식에 관한 영화이자 프랑스와 인도의 문화 차이를 다룬 드라메디로 당분이 많은 알록달록한 랄리팝을 빨아 먹는 기분이 나는데 랄리팝에 무슨 자양분이 있겠는가. 이만 상하지. 나이 든 관객을 겨냥한 무해하게 편안하고 온건한 작품으로 얘기가 어떻게 나아갈지 빤히 들여다보이는데다가 극적 높낮이나 갈등을 비롯해 사실성이 부족해 동화를 보는 것 같다.
어디 한 군데를 딱 집어 나쁘다고 말할 수도 없는 전반적으로 보기 좋고 그럴싸하게 만든 영화에서 도드라지는 것은 베테런 헬렌 미렌과 인도의 명우 옴 푸리의 자태와 연기 그리고 콤비네이션이다. 너무 크게 기대만 하지 않는다면 그런대로 즐길 만은 하다.
아내를 잃고 20대의 아들 하산(마니쉬 다얄)과 두 딸을 데리고 영국으로 이민 온 카담 일가의 무뚝뚝한 가장 파파(푸리)는 곧 이어 고물차를 이끌고 프랑스로 이주한다. 남불의 한 작은 마을 입구에서 차가 고장이 나는데 이를 도와주는 여자가 동네 식당에서 요리사로 일하는 마음 착하고 예쁜 처녀 마게리트(샬롯 르 봉). 마게리트가 누구와 연애하게 될지는 삼척동자도 아는 일.
그림처럼 아름다운 동네에 정착키로 한 파파는 낡아빠진 집을 사 인도 식당 ‘메종 뭄바이’로 개조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 식당이 고집 세고 독불장군식인 마담 말로리가 경영하는 고급 프랑스 식당 바로 길 건너편에 있다는 점(두 식당 간의 거리가 100푸트). 
이어 두 식당의 두 고집쟁이 주인 간에 설전 및 성질 대결과 함께 프랑스 대 인도 식당 간에 치열한 경쟁이 일어나고 인종차별 사태도 발생하지만 이런 갈등이 수박 겉핥기식으로 묘사돼 맥 빠진다. 여기다 마담 말로리와 파파 간의 은근짜 로맨스까지 조성, 영화가 온통 행복한 분위기로 기득하다.
식당의 등급을 매기는 미슐린으로 부터 별 하나를 받은 말로리의 꿈은 별 두 개를 받는 것( 별 세 개 받기는 하늘의 별 따기). 그래서 말로리는 음식 조리에 뛰어난 솜씨를 지닌 하산을 자기 품 안에 받아들인다. 
본래는 마음이 착한 말로리는 하산을 고용해 별 두 개를 받는 것과 동시에 이로써 젊은 하산을 파리 요리계에 진출시키겠다는 의도다.   
이어 하산과 마게리트 간에 요리를 둘러싼 갈등이 일어나지만 이 것 역시 맹물 처리됐다. 그리고 하산 덕분에 말로리의 식당은 미슐린으로부터 별 두 개를 받고 하산은 파리로 진출한다. 과연 얘기는 여기서 끝날 것인가. 
남불의 작은 마을에서 현지 촬영한 영상미가 꼭 그림엽서처럼 곱고 음악도 분위기에 맞게 달콤하다. 감독은 스웨덴 태생의 라세 할스트롬인데 그는 처음의 솜씨를 잃고 갈수록 할리웃화 하고 있다. PG. DreamWorks. 전지역. ★★★(5개 만점)  <한국일보  편집위원/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