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4년 4월 22일 화요일

'서스펜스의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

- 샌타모니카 에어로극장서 특별상영

알프레드 히치콕

아메리칸 시네마테크는 샌타모니카에 있는 에어로 극장(Aero-1328 Montana Ave.)에서 4월과 5월에 걸쳐‘서스펜스의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사진)의 영화를 상영한다. 이번 상영에서는‘나는 비밀을 알고 있다’와‘비밀 첩보원’과 같은 그의 전문인 스릴러뿐 아니라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장르들인 가정 드라마, 풍자극 그리고 스크루볼 코미디 등도 상영된다. 이 밖에도 대중의 큰 인기를 모았던‘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와‘의혹의 그림자‘ 그리고‘새’ 등과 함께 히치콕이 미국으로 건너오기 전 영국에서 만든 보기 드문 무성영화 등 히치콕의 포괄적인 작품세계를 조감할 수 있는 영화들이 상영된다. 작품은 2편씩 동시 상영된다.

‘나는 비밀을 알고 있다’
*19일(하오 7시30분)
‘다이얼 M을 돌려라’
▲ ‘나는 비밀을 알고 있다’(The Man Who Knew Too Muchㆍ1956)-히치콕이 1934년에 만든 동명영화의 리메이크. 아프리카로 어린 아들과 함께 휴가를 간 미국인 부부(제임스 스튜어트와 도리스 데이)가 아들이 납치되면서 국제적 스파이 사건에 휘말려든다. 데이가 노래 부른 ‘케 세라세라’가 오스카 주제가상을 받았다. 클라이맥스의 런던 알버트홀에서 열린 연주회에서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사람이 히치콕의 단골 영화음악▲ ‘언더 카프리콘’(Under Capricornㆍ1949)-1830년대 호주를 무대로 진행되는 삼각관계 의상극. 아일랜드 출신의 전과자인 호주의 지주(조셉 카튼)와 망상에 시달리는 그의 아내(잉그리드 버그만) 그리고 이 집을 방문한 아내의 어릴 적 남자친구(마이클 와일딩)가 엮는 드라마로 잭 카르디프의 컬러촬영이 눈부시다.
(‘사이코’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 작곡가인 버나드 허만이다.

*25일(하오 7시30분)
▲ ‘나는 결백하다’(To Catch a Thiefㆍ1955)-풍광이 수려한 프랑스의 리비에라에서 살고 있는 은퇴한 전직 야간 주택침입 전문 보석털이(케리 그랜트)가 자기 수법을 그대로 본 딴 연쇄 보석절도 사건이 일어나자 범인을 잡기 위해 집밖으로 나온다. 그리고 이 도둑은 이 곳에 놀러온 화사하게 아름다운 미국인 사교계 미녀(그레이스 켈리)와 사랑을 나눈다. 성적으로 은근히 자극적인 대사가 많다. 켈리의 의상(유명한 영화의상 디자이너 이디스 헤드의 작품)이 화려하다. 코믹 터치의 스릴러. ▲ ‘찢어진 커튼’(Torn Curtainㆍ1966)-냉전시대 미국인 물리학자(폴 뉴만)가 아내(줄리 앤드루스)와 함께 미사일 기술을 빼내기 위해 동독으로 위장 망명한다.

*27일(하오 7시30분)
▲ ‘메리’(Maryㆍ1931)-살인혐의로 재판에 회부된 여배우(올가 체초바)에게 내키지 않는 마음으로 유죄평결을 내린 배심원(알프레드 아벨)이 여자가 처형되기 전에 자신의 평결에 대한 의혹을 풀기 위해 스스로 사건 수사에 나선다. 독일시장을 위해 만든 독일어판(영어자막). ▲ ‘스킨게임’(The Skin Gameㆍ1931)-오랜 역사를 지닌 부자 혼블로어(에드먼드 그웬) 와 신흥부자가 땅 경매를 놓고 맞서는 과정에서 엉뚱하게 혼블로어의 며느리(필리스 콘스탐)의 삶이 파괴된다. 두 작품 모두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것들이다.

*5월2일(하오 7시30분)
▲ ‘블랙메일’(Blackmailㆍ1929)-자기를 겁탈하려는 남자를 죽인 여자(애니 온드라)가 자기 애인인 형사의 심문을 받는 것과 동시에 자신의 정당방위를 살인으로 몰아 협박하는 남자 사이에서 시달린다. 영국 최초의 토키로 무성영화로도 찍었다. ▲ ‘살인!’(Murder!ㆍ1930)-‘메리’의 영어판으로 여배우 역은 노라 배링이 배심원 역은 허버트 마샬이 각기 맡았다.  

*4일(하오 7시30분)  
▲ ‘다이얼 M을 돌려라’(Dial M for Murderㆍ1954)-킬러(앤소니 도슨)를 고용해 자기 부정한 아내(그레이스 켈리)를 살해 하려던 남편(레이 밀랜드)이 일이 어긋나면서 경찰이 수사에 나선다. 여자를 실크스타킹으로 교살하려던 킬러가 여자가 집어든 가위에 등을 찔려 죽는 장면이 긴장감 있다. 여자의 옛 애인 역은 로버트 커밍스. 입체영화로 상영한다.                      <박흥진 편집위원>


한물 간 남창(Fading Gigolo)

사랑과 섹스, 살짝 뒤틀려 그린 코미디


핌프 머리(우디 알렌·왼쪽)가 휘오라반테(존 투투로)에게 남창을 
권유하고 있다.

한물 간 남창은 이 영화의 각본을 쓰고 주연하고 또 감독한 인디영화 배우 존 투투로이고 그의 핌프는 재잘대는 영감 우디 알렌이다. 딱히 브루클린을 무대로 한 유대인들이 나오는 영화여서라기보다는 영화의 분위기나 대사 및 색조 그리고 재즈음악까지가 알렌의 영화를 연상케 한다.
추잡하고 조잡해질 수도 있는 내용을 투투로는 아주 상냥하고 부드럽고 민감하게 다뤄 귀염성이 있지만 역시 소품에 속한다. 투투로는 나오는 인물들을 마치 자기 가족인양 사랑하고 연민하는 마음으로 다루고 있는데 그래서인지 배우들이 모두 감칠맛 나는 연기를 한다. 때로 진지하기까지 한 따스하고 달콤한 살짝 뒤틀린 코미디 드라마로 진짜 어른들용이다.
브루클린에서 경영하던 고서점의 문을 닫고 돈이 궁하게 된 나이 먹은 머리(알렌)는 돈벌이 아이디어를 아름답고 섹시한 자신의 피부과 여의사 파커(샤론 스톤)로부터 얻는다. 파커가 자기 여자 친구인 볼륨이 풍만한 섹스 덩어리 셀리마(소피아 베르가라)와 한 남자와 함께 ‘메나지 아 트롸’(3자간 섹스)를 하고 싶다는 말을 듣고 이 남자로 자기 친구로 꽃가게서 일하는 역시 돈이 궁한 휘오라반테(투투로)를 생각한 것.
머리의 권유에 처음에는 대경실색을 하던 휘오라반테는 돈도 궁하고 자기로서는 공짜 섹스라는 혜택에 끌려 머리의 남창이 되기로 한다. 그리고 일단 3자간 섹스를 하기 전에 탐색 차 파커를 방문한다. 그 결과 서로 마음에 든다. 그래서 메나지 아 트롸가 이뤄진다.
휘오라반테의 두 번째 손님은 아이를 여섯이나 둔 초보수적인 유대인 커뮤니티의 젊은 과부 아비갈(바네사 파라디-자니 뎁의 전처인 프랑스 배우이자 가수). 종교 때문에 성적으로 억눌린 삶을 사는 아비갈은 머리의 권유로 섹스 대신 오일 마사지를 받기로 하고 휘오라반테를 찾아 간다. 그리고 아비갈은 휘오라반테가 자기 등을 정성껏 부드럽게 마사지 해주는 감촉과 그의 인간성에 경직됐던 마음이 녹는다. 아비갈에게 마음이 가기는 휘오라반테도 마찬 가지.
그런데 이런 아비갈을 시시각각 정탐하면서 여자의 행동을 의심하고 질투하는 남자가 아비갈을 어렸을 때부터 지극히 사랑해 온 동네 자경단원인 도비(리에브 슈라이버가 가슴 찡한 연기를 한다). 과연 아비갈은 삼자간 섹스와 자신에 대한 순결한 사랑 사이를 오락가락하는 휘오라반테와 도비 중 누구를 선택해야 할 것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사랑과 섹스를 통한 미완의 행복 추구의 영화로 연기들이 다 좋다. R. 일부 지역. ★★★½(5개 만점)   
                                                                  <한국일보 편집위원/hjpark1230@gmail.com>


트랜센덴스(Transcendence)

기계에 인간지능·감정 `업로드' 


컴퓨터 속에서 되살아 난 윌(자니 뎁)은 초능력을 발휘한다.

요즘 영화의 주제로 자주 등장하는 인공지능에 관한 공상과학 스릴러이자 사랑의 영화로 주인공으로 나오는 자니 뎁이 죽었다가 부활하고 신의 노릇까지 하려고 드는 상당히 황당무계한 소리이기는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컴퓨터 만능의 시대인 지금 상황에 알맞은 내용이기도 하다. 여하튼 간에 그렇게 재미가 큰 영화는 아니다.
인간의 지능과 감정까지를 업로드 받은 기계가 완전히 의식을 지닌 복제판 인간이 되고 이 디지털 생명체가 인간과 기계의 한계를 무시한 전지전능한 개체가 되어 자기 뜻대로 의식하고 행동하면서 일어나는 후유증을 다룬 영화로 인간 대 기계의 대결적인 관계를 묻고 있다. 
과연 인간은 우리의 삶을 보다 좋은 것으로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 기술을 제어할 수 있는 것인가 아니면 이 기술이 급기야는 우리가 제어할 수 없는 힘을 지닌 괴물이 되고 말 것인가라는 질문을 하고 있다. 
영화는 컴퓨터가 못 쓰게 된 황폐화한 세상에서 회상 식으로 시작된다. 윌 캐스터 박사(자니 뎁)는 인공지능 분야의 최고 권위자로 자기 아내이자 동료 연구자인 이블린(레베카 홀)과 역시 같은 분야의 연구자인 친구 맥스(폴 베타니)와 함께 인간이 보유한 총 지식과 감정까지를 업로드해 의식 있는 기계를 만드는 연구를 한다. 
이 연구가 거의 실현단계에 이르면서 윌은 유명해지나 윌은 한편으로는 이 같은 기술에 반대하는 브리(케이트 마라)가 리드하는 테러그룹 리프트의 공격 표적이 된다. 그리고 리프트의 공격으로 윌은 치명상을 입는다.            
사랑하는 남편을 잃게 된 이블린은 남편과 함께 연구한 결과를 실용하기로 한다. 그리고 이블린은 윌의 의식을 컴퓨터에 업로드한다. 업로드는 성공해 윌은 의식과 감정을 지닌 컴퓨터 속의 복제인간이 되나 이 복제인간 윌의 지식과 만유하는 능력에 대한 욕심이 도를 넘으면서 그는 아예 초인간적인 능력을 지닌 개체가 된다. 
수퍼 휴먼이 된 복제인간 윌은 세상을 보다 나은 곳으로 만들겠다는 의도로 마치 신적인 능력을 발휘한다. 그리고 컴퓨터 복제인간인 윌은 진짜로 육신을 지닌 윌로 이 세상에 부활한다. 윌은 예수 같은 신이 된 것이다. 그러나 이블린과 맥스는 이런 윌에 대해 뭔가 잘못됐다는 의문과 공포감에 빠지고 정부가 윌의 행동을 막기 위해 군대를 동원하면서 액션이 일어난다(이 부분이 만화 같다). 
공상과학 스릴러에 로맨스 이야기를 삽입하면서 당신은 과연 사랑하는 사람을 구하기 위해 어디까지 갈 것이냐는 물음도 하고 있다. 뎁의 연기에 대해선 특별히 언급할 수가 없는데 그 이유는 영화의 내용을 더 이상 자세히 밝히면 스포일러가 되기 때문이다. 컴퓨터 잘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이게 무슨 소리냐 하고 자문하게 될 것인데 컴퓨터를 잘 아는 사람들이 봐도 다소 도깨비 소리 같은 영화다. 
크리스 놀란 감독(‘배트맨’ ‘인셉션’)의 촬영감독으로 ‘인셉션’으로 오스카상 촬영상을 받은 월리 피스터의 감독 데뷔작이다. PG-13. WB. 전지역. ★★★(5개 만점)
                                                                     <한국일보 편집위원/hjpark1230@gmail.com>


터너 클래식 무비즈


내가 퇴근 후 집에 돌아가자마자 트는 TV 채널이 24시간 내내 고전영화만 방영하는 베이식 케이블 TV인 터너 클래식 무비즈(TCM)다. 고전영화의 보고와도 같은 이 채널은 주로 1970년대 이전에 제작된 스튜디오시대 영화들을 내보내는데 무엇보다 광고가 없어 좋다.
과거 여러 번 본 영화들과 생전 처음 보는 영화들이 명 호스트 로버트 아즈본의 유익하고 간단명료한 해설과 함께 방영되는데 채널을 한 번 틀면 정신없이 TV 화면 속으로 빨려 들어가곤 한다.
원작에 일절 손을 대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방영하는 TCM의 특징은 작품의 질이다. 툭하면 방영하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와 ‘시민 케인’ ‘카사블랑카’ ‘빗속에 노래하며’ ‘오즈의 마법사’ 그리고 목사인 내 아들이 어릴 때 좋아하던 ‘우리 생애의 최고의 해’와 나의 올타임 페이보릿인 ‘지상에서 영원으로’ 및 나올 때마다 눈을 뗄 수가 없는 몬고메리 클리프트와 올리비아 디 해빌랜드가 나오는 ‘사랑아 나는 통곡한다’(The Heirlessㆍ사진) 같은 명화들을 어디서 이렇게 손쉽게 볼 수가 있단 말인가.
14일에는 그동안 한 열댓 번은 봤을 에롤 플린이 날렵하게 칼질을 하는 컬러가 눈부신 ‘로빈 후드의 모험’을 다시 보느라 밤 1시가 넘어서야 수면자세를 취했다. 그런 경우가 종종 있다. 이들 고전영화들은 매번 볼 때마다 처음 보는 것과 같은 감동과 흥분감을 준다. 영화가 마법이라는 것을 그 때마다 실감하곤 한다. 반면 요즘 영화는 두 번 보고 싶은 것이 거의 없다.          
할리웃 황금기 스크린을 주름잡던 게리 쿠퍼, 존 웨인, 지미 스튜어트, 클라크 게이블, 바바라 스탠윅, 케리 그랜트, 캐서린 헵번과 스펜서 트레이시 그리고 험프리 보가트와 베티 데이비스와 그레타 가르보의 얼굴들을 자주 대면해 이들의 영화를 볼 때마다 아득한 향수감과 함께 마치 이들이 아직도 살아 있는 듯한 현재감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난 이들과 만나느라 어느 듯 TCM 중독자가 되었다.
TCM이 14일로 개국 20주년을 맞았다. TCM이 개국 첫 날 최초로 방영한 영화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여서 이달 같은 날에도 이 영화가 방영됐다. 난 TV 앞에 꼼짝 없이 눌러앉아 이 거센 바람처럼 휩쓸고 지나가는 드라마를 열심히 구경했다. 도대체 그 동안 모두 몇 번이나 이 걸작을 봤을까.
TCM은 테드 터너가 1986년 MGM을 산 뒤 영화사의 앙꼬인 영화들만 쏙 빼먹고 껍데기는 다시 팔아 치우면서 태동의 씨앗이 잉태됐다. TCM이 방영하는 영화들은 MGM의 이 영화들과 워너브라더스의 1950년대 이전 것들이 중심 품목들이다. 이 밖에도 유니버설과 폭스 및 패라마운트 등과도 계약을 맺고 이 영화사들의 고전영화들도 방영하고 있다. 스튜디오 시스템이 활발하던 1930~60년대 작품들이 중심 프로그램이지만 종종 1970년대 후의 영화들도 볼 수 있다.
TCM은 금요일 밤에는 공상과학과 공포영화 등 컬트무비를 일요일에는 ‘사일런트 선데이 나잇’이라는 제하에 무성영화를 그리고 ‘TCM 임포츠’ 제하로는 외국어 영화를 방영하고 또 단편영화도 방영한다. 이 밖에도 ‘TCM 리멤버즈’라는 제목으로 작고한 유명 영화인들의 영화를 방영하면서 이들의 생애를 추모하고 있다. 이에 따라 13일에는 최근 93세로 작고한 미키 루니의 영화들인 ‘녹원의 천사’와 ‘소년들의 도시’ 및 ‘베이브즈 인 암즈’ 등 그의 영화들을 하루 종일 방영했다.
또 ‘이 달의 스타’라는 제하로는 선정된 스타들의 작품을 집중 방영하고 매년 2월부터 3월 오스카 시상식이 열리기 전까지 ‘31일 간의 오스카’라는 제목으로 역대 각 부문에서 오스카상 후보에 올랐던 영화들을 방영한다.
TCM은 또 2010년부터 매년 4월에 할리웃에 있는 차이니즈 극장을 중심으로 ‘TCM 클래식 필름 페스티벌’을 연다. 짧은 기간에 크게 성공해 타주에서도 대거로 팬들이 참가하는 페스티벌은 올해는 17일부터 20일까지 계속되는데 이번 페스티벌에는 왕년의 수퍼스타들인 모린 오하라와 킴 노백 그리고 제리 루이스 등이 각기 자기 영화들인 ‘나의 계곡은 푸르렀다’와 ‘벨, 책 그리고 초’ 및 ‘정신 나간 교수’ 상영에 참석해 아즈본과 얘기를 나눈다.      
한편 TCM은 개국 20주년을 맞아 차이니즈 극장을 떠나 포모사 카페와 패라마운트 스튜디오 및 다운타운의 2가 터널 등 영화들의 촬영현장을 둘러보는 무료관광 ‘TCM 무비 로케이션 투어’를 제공하고 있다.
고전 없이는 현대작품이 없기는 책이나 영화나 마찬가지다. 그런 뜻에서 미 영화문화의 한 흐름이 된 TCM은 고전을 꺼려하는 젊은 세대에게도 반드시 권할만한 채널이다. TCM은 고전영화 팬들에게는 고서적들이 들어찬 도서관이다. 책도 주로 고전을 읽는 나는 오늘도 집에 돌아가면 제일 먼저 TCM 채널을 틀 것이다.   <한국일보 편집위원/hjpark1230@gmail.com>

      
                     
                      

2014년 4월 14일 월요일

4월은 말론 브랜도의 달

올해로 90세…뉴베벌리 시네마 한달간 연속 상영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
뉴베벌리 시네마(7165 Beverly Blvd.)는 말론 브랜도가 90세가 되는 2014년 4월(3일생)을 맞아 그의 영화들을 4월 한 달간 2편씩 동시 상영한다.

*11~12일
‘사요나라’
▲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Last Tango in Parisㆍ1972)-파리에 사는 미국인 남자(브랜도)가 아내의 자살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리면서 길에서 우연히 만난 도전적이요 고혹적인 젊은 여인(마리아 슈나이더)과 대화나 감정의 교류가 거의 없는 동물적인 육체관계를 맺는다. 버터를 이용한 섹스 신 때문에 개봉 당시 큰 논란이 됐던 영화로 미성년자 관람불가인 X등급을 받았다. 고독과 허무가 판을 치는 실존적 작품으로 촬영이 눈부시다. 베르나르도 베르토루치 감독. 136분. 
▲ ‘황금 눈동자 속의 반영’(Reflections in a Golden Eyeㆍ1967)-1940년대 미 남부에 주둔한 동성애자인 육군 소령(브랜도)과 남편의 부하와 정사를 나누는 소령의 아내(엘리자베스 테일러)및 이들의 주위사람들을 중심으로 억눌린 성욕과 동성애 그리고 관음증과 살인을 다룬 변태적인 영화. 카슨 맥컬러의 소설이 원작. 존 휴스턴 감독.

*13~14일
▲ ‘워터프론트’(On the Waterfrontㆍ1954)-뉴욕 항구의 부두노동자들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다시피 한 깡패조직에서 졸개로 일하는 실패한 권투선수(브랜도-오스카 주연상)가 자기가 사랑하는 비둘기처럼 순수한 노동자의 대학생 딸(이바 마리 세인트가 데뷔작으로 오스카 조연상 수상)의 영향을 받아 자각해 깡패조직에 단신으로 저항한다. 오스카 작품, 감독(엘리아 카잔), 각본 및 촬영상 등 모두 8개 부문 수상. 로드 스타이거, 리 J. 캅, 칼 말덴 공연. 레너드 번스타인의 음악이 작품의 무드를 한껏 떠받쳐주고 있다. 
▲ ‘아팔루사’(The Appaloosaㆍ1966)-1870년대 멕시칸 도적들에게 자기 말을 도난당한 남자가 이를 찾기 위해 도적들을 추적한다. 침울한 무드의 진행이 느린 이색 웨스턴.   
‘워터프론트’
*15일
▲ ‘베드타임 스토리’(Bedtime Storyㆍ1964)-두 사기꾼(브랜도와 데이빗 니븐)이 한 여자(셜리 존스)를 놓고 사랑 다툼을 벌인다. 이 영화는 1988년 스티브 마틴과 마이클 케인 주연으로 ‘더티 로튼 스카운드럴’로 리메이크 됐다.
▲ ‘홍콩의 공작부인’(A Countess from Hong Kongㆍ1967)-여객선의 외교관(브랜도)과 그의 접견실에 무임 승선한 여인(소피아 로렌)과의 로맨틱 코미디. 찰리 채플린이 감독 집필 작곡의 1인3역을 하고 단역으로까지 나온 그의 마지막 작품.  

*16~17일
▲ ‘체이스’(The Chaseㆍ1966)-텍사스의 한 작은 마을을 무대로 전개되는 무지몽매한 사람들의 광적이요 파괴적인 군중심리와 이 동네 출신으로 교도소에서 탈출한 젊은이(로버트 레드포드)가 동네 사람들과 셰리프(브랜도)에게 미치는 영향을 그린 이색적인 드라마다. 호튼 후트의 소설이 원작으로 앤지 딕킨슨, 제임스 팍스, 로버트 두발, E.G. 마샬 및 마사 하이여 등 올스타 캐스트. 릴리언 헬만이 각색하고 감독은 아서 펜. 133분. 
▲ ‘사요나라’(Sayonaraㆍ1957)-한국전 당시 일본의 고베 인근에 주둔한 미 공군 소령 파일럿 에이스(브랜도)와 아름다운 일본 연예인 하나오기(타카 미이코가 만개한 벚꽃처럼 화사하다)와의 로맨틱한 사랑을 그린 빼어난 드라마. 에이스의 부하인 조(레드 버튼스)는 일본 여인 카추미(우메키 미요시)를 사랑해 결혼하려 하나 군이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자기를 본국으로 송환시키려 하자 임신한 카추미와 함께 동반자살을 한다. 이에 충격을 받아 인종차별의 편견을 채 벗어나지 못한 에이스는 하나오기와의 결혼을 결심한다. 제임스 미치너의 소설이 원작으로 애절하고 아름다운 주제가는 어빙 벌린이 작곡했다. 버튼스와 미요시가 오스카 조연상을 받았고 미술상도 받았다. 147분. 상영시간 문의 (323-938-4038).                  
                                                               <한국일보 편집위원/hjpark1230@gmail.com>


연인들만이 살아 남는다(Only Lovers Left Alive)

수백년 사랑 이어온 흡혈귀 연인 스토리


오래간만에 재회한 애담과 이브가 사랑의 기운에 싸여 있다.

수백 년간을 서로 극진히 사랑하고 있는 두 남녀 보헤미안 떠돌이 흡혈귀 연인의 러브 스토리로 항상 비스듬한 각도로 서정적 무드의 예술적이요 수수께끼 같은 작품을 만드는 독립영화인 짐 자무시(‘미스터리 열차’ ‘브로큰 플라워’ ‘데드 맨’) 감독의 영화다.
몽환적인 분위기 안에서 인간의 몰지각한 행동으로 인해 모든 것이 부식해가는 도시를 배경으로 국외자들인 연인 흡혈귀의 세상에 대한 탄식과 둘의 사랑 그리고 자신들의 앞날의 운명에 대한 불안감을 우울하고 이름답고 또 감정 가득히 부드럽게 그린 꿈꾸는 듯한 로맨틱 소야곡이다.
흡혈귀 얘기여서 대부분 밤에 얘기된다. 두 연인은 애담과 이브. 애담(탐 히들스톤)은 쇠락한 디트로이트(파산한 이 도시를 참 잘 사용했다)에 살고 이브(틸다 스윈튼)는 아프리카의 탄지에에 살고 있다. 은둔자처럼 사는 애담은 방에서 죽치고 앉아 음악에 심취해 살고 있는데 신선한 피를 돈을 주고 병원기구 담당자인 닥터 왓슨(제프리 라이트)으로부터 산다. 애담은 또 비닐 레코드와 희귀 기타를 자기를 따르는 젊은 이안(안톤 옐친)으로부터 공급 받는다.   
한편 이브는 셰익스피어와 관계가 있던 말로(존 허트)로부터 신선한 피를 공급 받는데 인간들의 피는 위험하게 오염이 돼 애담과 이브는 신선한 피를 확보하는 것이 큰일이다. 이것은 둘의 생사가 걸린 문제다. 
이브가 돌연 애담이 그리워 디트로이트로 오면서 이 음악과 문학에 정통하고 세련된 멋쟁이 연인들은 오래간만에 뜨거운 사랑으로 재회를 반긴다. 소극적인 애담과 적극적인 이브가 두문불출하고 사랑에 잠겨 있는 정경이 아주 섹시하고 로맨틱하다. 
그런데 갑자기 저돌적인 이브의 여동생 에이바(미아 와시코우스카)가 이 집에 쳐들어오면서 두 연인의 가정적 평온이 깨어지고 이를 견디다 못해 둘은 탄지에로 도피한다. 여전히 문제는 깨끗한 피를 조달하는 것. 애담과 이브는 인적이 끊긴 탄지에를 헤매고 다니면서 자신들의 앞날을 염려한다. 갈비씨 키다리 연기파인 스윈튼이 긴 백금발 가발을 쓴 채 우아하고 육감적인 흡혈귀 연기를 상냥하고 정감 가득하게 보여준다. 매력적인 영화다. 
R. Sony Classics. 아크라이트(323-464-4226), 랜드마크(310-470-0492)   ★★★½(5개 만점)
                                                                        <한국일보 편집위원/hjpark1230@gmail.com>



드래프트 데이(Draft Day)

“특A급 선수 잡아라”드래프트의 뒷거래


클리블랜드 브라운스의 제너럴 매니저(케빈 코스너)가 선수 선발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프로야구 개막시즌에 어쩌자고 프로풋볼 영화가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영화는 골수분자 풋볼 팬이 아니면 별로 큰 관심을 못 끌 스포츠 영화다. 풋볼에 대해서 뭘 좀 알아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영화인데(그러고도 즐기느냐 아니냐 하는 것은 관객에게 달렸지만) 왜냐하면 뛰고 달리는 풋볼영화가 아니라 선수 선발을 놓고 일어나는 배후 흥정의 얘기이기 때문이다. 웬만한 사람들은 무슨 소리를 하는지 잘 모를 것이다. 브래드 핏이 나온 ‘머니 볼’을 연상케 하는데 ‘머니 볼’이 이 영화보다 한 수 위다.
‘불 더램’과 ‘꿈의 필드’ 및 ‘틴 컵’ 등 여러 편의 스포츠 영화에 나온 케빈 코스너가 풋볼팀 클리블랜드 브라운스의 제너럴 매니저 소니 위버 주니어로 나와 A급 선수를 선발해 무기력한 팀의 재기를 노리는 내용인데 굉장히 말이 많은 반면 활력과 흥분감은 모자란다. 
그런대로 짜임새가 있고 연기들은 괜찮지만 스토리가 약하고 진행이 느려 좋은 스포츠 드라마가 되기엔 역부족이다. 다소 지루하기까지 한데 스포츠팬들 아닌 일반 관객을 생각하고 로맨스와 가족 드라마 요소까지 삽입했지만 오히려 방해가 되는 것 같다. 
그리고 믿기가 어려운 점은 소니가 선수 선발을 놓고 벌이는 흥정의 전략. 풋볼에 대한 문외한이라도 저럴 수가 있을까 하고 의심할 정도로 그의 뒷거래 내용이 터무니가 없다. 클라이맥스인 선수 선발 당일에 가서야 다소 긴장과 스릴마저 느끼게 되나 그것도 사실은 짐작한 대로다.
클리블랜드 브라운스의 제너럴 매니저인 소니는 구단주(프랭크 란젤라)로부터 신인선수 선발에서 어떻게 해서든지 제일 먼저 선수를 선발할 수 있는 선발권을 따내 비실비실하는 팀을 살려 놓으라는 압력을 받는다. 선발 일을 코 앞에 놓고 소니는 여러 다른 팀의 제너럴 매니저들과 전화로 협상을 벌이는데 그는 팀의 코치(데니스 리어리)와 쿼터백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 무모하고 기상천외한 협상을 벌인다. 어쩌자고 이런 소니를 구단주가 해고를 안 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이런 선수 선발과정의 막후 드라마를 전면에 깔고 서브플롯으로 소니의 애정문제와 가족 얘기가 들어선다. 소니의 애인은 팀의 연봉문제 전문가인 알리(제니퍼 가너). 그리고 소니는 어머니(엘렌 버스틴)와 사이가 안 좋은 상태인데 그것은 소니가 최근에 작고한 브라운스 전직 코치였던 자기 아버지를 해고했기 때문이다. 그 이유가 나중에 밝혀지는데 소니가 효자다.
분주하게 벌어지는 선수 선발을 둘러싼 흥정과정에서 소니는 다른 팀의 매니저들뿐 아니라 선발 리스트에 오른 선수(그 중에는 영화 ‘42’에서 미 프로야구의 흑백장벽을 무너뜨린 재키 로빈슨으로 나온 연기 잘 하는 채드윅 보스맨도 있지만 나오는 시간이 너무 짧아 제대로 실력 발휘를 못한다)들과도 흥정을 벌인다.           
선발 당일 실제로 ESPN과 NFL 네트웍 등을 이용해 사실감을 살리고 있고 왕년의 브라운스의 명선수로 후에 영화배우로도 활약한 짐 브라운이 캐미오로 나온다. 코스너의 연기는 단단한데 이 영화가 해외 흥행에서 얼마나 성공할지 궁금하다. 감독은 코미디 전문(고스트 버스터즈)의 아이반 라이트만.  PG-13. Summit. 전지역. ★★★(5개 만점)
                                                              <한국일보 편집위원/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