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4년 4월 7일 월요일

‘노아' 주인공 러셀 크로우

“노아는 모든 종교의 연결고리 같은 인물”



현재 상영 중인‘노아’에서 노아로 나온 러셀 크로우(4월7일로 50세가 된다)와의 인터뷰가 베벌리힐스의 포시즌스 호텔에서 있었다. 크로우는 평소 심술첨지로 알려진 기분의 높낮이가 격심한 사람이어서 질문이 마음에 안 들면 벌컥 화를 내기도 하는데 이 날 인터뷰 전에 동석한 로렌조 소리아 할리웃 외신기자협회(HFPA)의 부회장이“러셀 크로우가 오늘 기분이 안 좋은 날이니 질문사항에 신경을 써 주세요”라고 경고를 했다. 이런 경우는 오래 전 뉴욕에서도 있었다. 그런데 다행히도 크로우와의 인터뷰는 무척 순조롭게 진행됐다. 흰 셔츠에 감색 정장을 하고 잔 수염에 머리를 단정히 빗은 그는 처음에는 약간 인상을 썼지만 시간이 가면서 미소와 함께 유머까지 구사해 가면서 질문에 차분하고 조용히 답했다. 기자는 이날 그에게“당신이 신이라면 이 세상을 보다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했는데 그는 이에 대해 별난 질문도 다 한다는 듯이 큰 미소를 지으면서“난 그 경지에까지 이를 수가 없어 당신 질문에 답할 재간이 없다”고 말했다. 크로우는 인터뷰 후 사진을 찍을 때 나와 악수를 나누면서“뭐 나더러 신이 된다면 어쩌겠냐구 물었지”라며 크게 웃었다. 이에 나는“당신 원래 신 아니야”라고 대꾸해 줬다.     

*바티칸에 초청돼 교황을 만난 소감이 어떤가.
- 아름답고 나를 겸손케 만들어주는 경험이었다. 그리고 매력적이었다. 난 가톨릭도 아니고 또 세례도 안 받았다. 평소 교황과 어떤 유대관계 같은 것을 느껴본 적이 없다. 그러나 그는 전의 사람들과 달리 몇 가지 문제에서 보다 열린 자세를 지닌 사람이다. 영화에 대한 일부 기독교 측의 반대 때문에 교황은 우리에 대한 초청을 취소할 수도 있었지만 그는 시종일관한 친절을 베풀어주었다. 그는 그 날 아버지가 된다는 것이 무엇이며 아버지의 자녀에 대한 교육적 책임은 무엇인가에 대해 얘기했다.

*당신이 혼자 서 있는 영화 포스터가 마음에 드는가. 좀 무섭게 보이는데.
- 패라마운트 스튜디오의 마케팅에 대해 내가 왈가왈부할 수는 없다. 다운타운 LA에 가면 14층 높이의 빌보드 광고를 볼 수 있는데 정말로 내가 봐도 대단하더라. 그런 광고는 내 생애 처음 본다.

*영화도 보지 않고 비판하는 사람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리고 이 신화적 내용을 지닌 오래된 얘기가 왜 지금까지도 사람들에게 어필한다고 생각하는가.
- 영화를 보지도 않고 비판한다는 것은 진짜로 어리석은 짓이다. 사실이 아닌 가정 하에서 자기 이름을 내걸고 의견을 표명한다는 것은 당치도 않은 일이다. 그런데 영화를 뒤늦게 본 기독도교 지도자들은 영화에 대해 매우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인간의 지구에 대한 관리와 인간과 동물과의 관계 그리고 영적인 문제를 놓고 우리가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만드는 예술은 그 어느 것이든 좋은 것이 아닌가. 이 영화가 내놓은 주제 중 하나는 개인으로서의 우리와 그 우리가 믿는 것과의 개인적 관계다. 이 얘기의 골자는 끝이 없는 부담을 부여하는 직무와 맞서는 사람이다. 노아는 표면적으로는 순결한 사람들과 동물들을 구하나 다른 한편으로는 지상의 모든 사람들이 사라지는 것을 보고 있어야 한다. 당신이 그 위치에 있다면 어떤 사람이 되었을 것인지에 대해 여러 가지로 묻고 있다. 그리고 이 영화의 골자는 가족드라마다. 어떤 특정한 임무에 오직 한 마음으로 집념하는 누군가가 초래하는 문제에 관한 영화라고 하겠다.  

*각본이 원전과 얼마나 다른가를 파악하려고 구약성경을 읽었는가.
- 영화에 대한 비판을 하는 많은 사람들은 성경의 본의를 모르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노아가 술에 취한 것을 가지고 비판하는데 노아는 인류 사상 처음으로 포도주를 만든 사람이 아닌가.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영화에 나오는 거인들을 보고 비난했지만 그것은 성경에 있는 사실이다. 민수기에 ‘우리가 정탐한 땅은 그 거주민을 삼키는 땅이요 거기서 본 모든 백성은 신장이 장대한 자들이며’라는 구절이 있다. 노아에 대한 성경구절을 읽는 것은 매력적인 일이었는데 노아가 모든 종교의 경전에 나온다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 이에 따라 나는 노아의 얘기를 인간과 인간이 공유하는 경험의 바탕에서 이해하게 됐다. 그러니까 노아를 어떤 거창한 은유적 인물로서가 아니라 하나의 개인으로서 표현할 수가 있어 쉬웠다. 그리고 홍수라는 신화도 모든 주요 문명과 역대의 모든 사람들이 경험한 것으로 지리학적으로도 얘기할 수가 있다. 이번에 우리가 어떤 종교를 믿건 간에 노아는 모든 종교의 연결고리 구실을 한다는 것을 알았다.  


*당신이 감독으로 데뷔하는 ‘워터 디바이너’(The Water Diviner)는 언제 완성되는가.
- 터키에서 막 촬영을 끝냈다. 편집은 다음 영화 촬영지인 피츠버그에서 할 예정인데 앞으로 한 5주가 걸릴 것 같다. 그것이 끝나면 호주에 가서 나의 디렉터스 컷판을 제출할 것이다. 그래서 난 지금 모스크바와 로마와 리우 등 세계를 돌면서 ‘노아’ 홍보하느라 내 영화 마치느라 상당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내가 나오는 다음 영화는 이탈리아 감독 가브리엘레 무치노가 연출하는데 각본을 읽고 너무나 아름답고 감정적이어서 눈이 퉁퉁 붓도록 울었다. 

*당신은 노아가 방주를 지었듯이 무얼 짓는 것을 좋아하는가.
- 그렇다. 호주의 내 농장에서 사람들을 위해 곱게 장식된 지팡이를 만들어주는데 그럴 땐 선을 하는 기분이다. 그리고 농장의 나무와 짐승들을 돌보는 것은 무언가를 짓는 것과 같은 느낌을 준다.

*당신이 신이라면 이 세상을 보다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어떤 일을 하겠는가.
- 우선 당신과 얘기를 나누겠다. 그러나 난 신의 경지에까지 오를 수는 없어 당신의 물음에 대해 할 말이 없다.

*연기자와 두 아이(10세와 7세난 두 아들이 있다)의 아버지로서 어떻게 균형을 맞추며 사는가.
- 쉬운 일이 아니다. 다행히 요즘에는 스카이프도 있고 전화에 페이스 타임도 있어 아이들과 얘기를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얼굴을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요즘에는 너무 바빠서 그것이 계획대로 안 된다. 원래는 영화와 영화 사이에 상당한 공간을 두었는데 이 직업이란 모든 것이 항상 변하기 때문에 그것이 뜻대로 안 된다. 아이들이 일어날 때 그들과 얼굴을 보면서 전화로 대화를 하는 것이 나의 하루를 움직이게 만드는 주요 촉진제이다. 내 뜻대로라면  아이들이 지금 나와 함께 있겠지만 난 아이들에게 지속적인 생활환경을 마련해 주고 싶다. 그들이 같은 장소에 살고 한 학교에 다니면서 친구들과 사귄다는 것이 비행기를 자주 갈아타고 세계를 돌아다니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그래서 우리가 떨어져 산다는 것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사실이다. 나는 항상 시드니나 호주에서만 일을 할 수는 없다. 난 지난 25년간 영화에서 주연을 맡아 늘 돌아다녀야 했다. 이 직업에서 배운 것이 있다면 일이 있는 곳으로 간다는 것이다.     

*예언자로서의 신성한 인물인 노아의 역을 위해 어떻게 준비했는가.
- 나는 노아를 수퍼맨으로 안 보고 하나의 개인으로 보려고 신경을 썼다. 그의 과거와 은유 같은 것들을 모두 거두어내고 노아를 상응하는 부담을 짊어지게 하는 엄청난 임무를 맡은 사람으로서의 인간 여정을 그리려고 했다. 그는 자기 임무를 수행하면서 동시에 그것이 저지른 결과도 생각해야 했다. 방주에 오르지 못한 사람들과 그에 따른 죄의식을 생각해야 했다. 나는 이런 생각으로 노아를 해석했지만 노아의 얘기를 종교적으로 보는 사람들의 뜻에 거슬리고자 하는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노아의 얘기는 꼭 얘기돼야 할 중요한 것이라고 본다. 그리고 이 영화는 관객들에게 강렬한 경험이 될 것이다. 그들은 이 영화를 보고 매우 중요한 것들에 대해 토의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영화에서 결코 나쁜 점은 볼 수 없고 대신 긍정적인 면만 보게 된다. 영적인 것과 인간의 지구에 대한 관리 그리고 우리와 동물과의 관계에 대해 토론한다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한국일보  편집위원/hjpark1230@gmail.com>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저(Captain America: The Winter Soldier)

얼음 속에서 70년만에 깨어난 `전사' 


캡튼 아메리카(크리스 에반스 왼쪽)와 윈터 소울저(세바스티안 스탠). 

마블만화의 주인공으로 미국의 수퍼히로 중 하나인 캡틴 아메리카를 주인공으로 만든 2011년 작 ‘캡틴 아메리카: 퍼스트 어벤저’의 속편으로 전편보다 얘기나 스펙태클 그리고 액션과 인물들의 성격 개발 등이 한층 진보한 흥미진진한 영화다.  
냉전시대의 분위기를 풍기는 영화의 내용은 요즘 시의에도 맞는 요소를 지녔는데 가급적 컴퓨터 특수효과를 지양하고 옛날 영화들처럼 실제 액션을 구사해 더 재미있다. 액션과 서스펜스와 다소 복잡한 얘기 그리고 다양한 인물들의 묘사가 고루 조화를 이루면서 강약과 완급의 보조를 잘 이루고 있다.
특히 영화에서 볼만한 인물은 거대한 군수업체의 최고급 간부로 나오는 로버트 레드포드. 뜻밖에도 진보파인 그가 매파로 나와 차갑고 단단한 연기를 하는데 레드포드가 조연으로 나온 것도 이색적이다.
전편에서 얼음 속에서 동면상태에 들어간 미 육군장교 스티브 로저스 즉 캡틴 아메리카  (크리스 에반스)가 그로부터 70년만에 워싱턴 D.C.에서 깨어난다. 아날로그 시대의 그가 디지털 시대의 문화에 얼떨떨해 하면서 적응하려는 에피소드가 우습다. 
처음에 캡틴 아메리카가 쏜살같이 달리는 조깅을 하면서 역시 조깅을 하는 전직 육군 특공대 출신의 샘 윌슨(앤소니 맥키)과 안면을 트는데 거대한 두 날개를 몸에 달고 하늘을 나는 샘(일명 팰콘)은 이로 인해 캡틴 아메리카와 동지가 돼 후에 무시무시한 파괴력을 지닌 윈터 솔저와의 대결에 동참한다.
캡틴 아메리카가 궁극적으로 대결하게 되는 적은 거대한 군수산업체 쉴드(SHIELD)의 고급간부 알렉잰더 피어스(레드포드). SHIELD는 공중에 무한정 떠 있으면서 막강한 파괴력으로 목표물들을 제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개인과 공적인 자료를 토대로 잠재적인 적을 구별해 낼 수까지 있는 무인정찰 공격기인 ‘헬리캐리어’를 3개 제조해 실용할 채비를 마쳤다. 그런데 알렉잰더는 유엔의 안보리 같은 세계 안보위의 리더이기도 하다. 
알렉잰더의 이같은 계획에 대해 ‘헬리캐리어’의 기능과 임무에 의문을 표하면서 아직은 이르다고 반대하는 사람이 알렉잰더의 옛 친구이자 SHIELD의 감독인 닉 휴리(새뮤얼 L. 잭슨). 이로 인해 힘으로 적을 박살내겠다는 알렉잰더와 신중론자인 닉 간에 갈등이 생기고 결국 둘은 적이 되고 만다.
이 둘을 대리해 직접 치고 박으면서 육박전을 벌이는 사람이 닉의 지시를 받는 캡틴 아메리카와 알렉잰더의 졸개인 금속제 왼팔을 가진 기공할 파괴력을 지닌 윈터 솔저(세바스티안 스탠). 그런데 둘은 과거의 절친한 전우. 둘이 지상과 공중에서 싸우느라 난리법석이 일어나는데 팰콘 외에 캡틴 아메리카를 돕는 또 다른 동지가 전직 KGB 출신의 늘씬한 나타샤 로마노프/블랙 위도(스칼렛 조핸슨이 얼굴이 퉁퉁 부어 보기가 안 좋다).
운행 중인 좁은 엘리베이터 안에서의 격투를 비롯해 굉장히 속도가 빠르고 박력 있는 액션신이 많은데 에반스가 캡틴 아메리카 역을 손에 꼭 맞는 장갑을 낀 듯이 완벽하게 해낸다. 빅 히트와 함께 제3편이 나올 것이 분명하다. 앤소니와 조 루소 형제 감독. 
PG-13. Disney. 전지역. ★★★★(5개 만점)  <한국일보  편집위원/hjpark1230@gmail.com>


알랭 르네



영화가 단순한 오락적 차원을 넘어 선험적이요 지적으로 도전적인 예술 매체임을 작품에서 추구해온 프랑스의 명장 알랭 르네(사진)가 3월1일 파리에서 91세로 사망했다. 그가 숨지자 프랑스의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국가의 가장 위대한 감독 중 하나를 잃었다”고 애도했다.
70년에 가까운 영화인으로서의 생애를 통해 공상과학영화, 기록영화, 코미디, 기족드라마, 뮤지컬 및 도저히 장르를 구분하기가 힘든 독특한 영화 등 다양한 부류의 영화를 만들었던 르네는 죽기 직전까지 병상에서도 다음 영화의 편집 초안을 구상 중이었다고 한다.
뉴웨이브의 대표적 인물로 모더니스트였던 르네의 많은 영화들은 너무 지적이요 초현실적인 데다가 실험적이어서 대중적이진 못했지만 영화를 통해 무언가 새로운 것을 터득코자 하는 사람들에겐 선지자 같은 감독이었다. 그의 영화는 수수께끼를 푸는 지적 재미마저 있다.
르네도 이 점을 잘 안다는 듯이 생전 한 인터뷰에서 “나는 보지는 않았지만 수백만명이 본 ‘조스’와 같은 영화에 물론 관심이 있다”면서도 “그러나 나는 집에서 TV 보기를 원치 않는 극소수의 사람들을 위해 영화를 만든다”고 말했다.
우아한 트래킹 샷과 생략적인 편집 그리고 과거와 현재의 왕래가 잦은 르네의 큰 주제는 인간은 기억이라는 불치병에 시달리는 환자들이라는 것이었다. 그의 초기 작품들로 르네하면 대뜸 이 두 영화가 떠오르게 되는 ‘히로시마 내 사랑’(Hiroshima Mon Amourㆍ1959)과 ‘작년 마리앙바드에서’(Last Year at Marienbadㆍ1961)는 모두 기억에 관한 것들이다.
르네의 첫 극영화인 ‘히로시마 내 사랑’은 일본인 건축가와 프랑스인 여배우(에마뉘엘 리바)의 핵의 피폭지인 히로시마에서의 짧은 만남을 통해 사랑의 망각성과 기억의 아픔을 이 도시의 고통과 핵 투하 불과 14년 만에 서서히 잊혀져가는 기억의 상실과 접목시킨 러브스토리이자 반전영화다.
이름도 없는 국적이 서로 다른 두 남녀의 대사와 포옹과 클로스업 되는 두 얼굴을 통해 사랑과 죽음, 기억과 망각 그리고 전쟁과 평화에 대한 명상이 거의 초현실적 분위기에서 서술되는데 프랑스의 여류 소설가 마게리트 뒤라스가 쓴 각본이 육감적이요 상징적인 시와도 같다. 리바(87)는 지난해에 ‘아무르’로 오스카 주연상 후보에 올랐었다.
이 영화도 그 진의를 깊이 깨달으려면 여러 번 봐야 되겠지만 ‘작년 마리앙바드에서’는 완전히 비논리적이요 시공을 초월한 사랑과 기억의 영화여서 마치 정답이 없는 문제를 푸는 것 같은 작품이다. 내가 이 영화를 처음 본 것은 고등학생 때(그 때 마음과 두뇌가 당한 혼란이 지금도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로 그 때부터 지금까지 여러 번 봤지만 매번 어려운 수학문제 풀듯이 끙끙 앓는다..
처음 공포영화의 음악을 연상시키는 오르간 음악과 함께 카메라가 화려하게 장식된 바로크풍의 호텔 내부의 천장과 복도와 계단을 트래킹 샷으로 천천히 포착한다. 이어 ‘히로시마 내 사랑’에서 처럼 이름도 없는 남자의 “다시 한 번 나는 걷는다”라는 내레이션으로 시작된다. 영화는 남자의 반복되는 과거 회상과 그가 만났다고 주장하는 역시 이름 없는 여인(델핀 세릭)의 이에 대한 부인이 계속되면서 장소를 바꿔가며 과거와 현재가 분주히 교차된다. 그런데 과연 둘은 남자의 말대로 작년에 마리앙바드에서 만났을까.
영화가 논리와 질서정연한 서술방식을 무시하고 자기 마음대로 상상의 미로를 헤매고 다녀 오죽하면 당대 굴지의 비평가였던 뉴요커의 폴린 케이엘이 “목표 없는 대재난”이라고 혹평을 했을 정도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뉴욕타임스는 “1960년대 가장 신비한 영화 중 하나”라고 칭찬했고 재클린 케네디는 백악관에서 이 영화를 관람했다. 멋 부린 의문부호와도 같은 영화로 지식인들의 컬트영화라고 하겠는데 ‘히로시마 내 사랑’과 닮은 데가 있다
르네의 또 다른 유명한 영화가 30분짜리 기록영화 ‘밤과 안개’(Night and Fogㆍ1955)다. 나치의 유대인 수용소에서 찍은 영화로 홀로코스트에 관한 가장 감동적인 시적 수필이라고 불린다.
큰 키에 멋쟁이 신사로 수줍음이 많았던 르네는 몸이 약해 어릴 때 집에서 교육을 받았는데 아들이 영화에 사로잡힌 것을 안 부모가 8mm 카메라를 사 준 것이 그가 영화인의 길로 들어서는 계기가 되었다.
그는 생애 프랑스의 오스카상인 세자르 상을 두 번 탔고 칸영화제서 생애업적상을 받았는데 자기 영화에 부인이자 배우인 사빈 아제마(1998년 결혼)와 함께 베테런 배우인 앙드레 뒤솔리에 등 단골배우들을 자주 기용했다. 르네의 첫 부인은 작가이자 프랑스 문화상을 지낸 앙드레 말로의 딸인 플로랑스였으나 이혼했다.          
                                                      <한국일보  편집위원/hjpark1230@gmail.com>


2014년 4월 1일 화요일

‘달라스 바이어즈 클럽’ 매튜 매코너헤이

“영화 위해 47파운드 감량, 건강엔 문제 없어”




제86회 올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달라스 바이어즈 클럽’으로 남우주연상을 탄 매튜 매코너헤이(44)와의 인터뷰가 이 영화가 토론토 국제영화제에 출품됐을 때인 지난해 9월 토론토에서 있었다. 매코너헤이는 1980년대 실제 인물로 동성애자를 오물 보듯 하던 텍사스의 약물을 즐기는 술꾼 전기공 론 우드러프로 나와 에이즈에 걸린 뒤 오히려 동성애자들을 비롯한 에이즈 환자들을 돕는 구원의 천사 역을 영혼을 불사르듯이 연기한다. 그는 역을 위해 체중을 47파운드나 뺐다. 우드러프는 멕시코에서 사제 에이즈 약을 매입, 미국으로 밀반입한 뒤 자기도 복용하고 다른 에이즈 환자들에게도 팔았는데 이 약 덕분인지 의사의 1개월 시한부 인생이라는 진단과 달리 7년을 더 살다가 1992년 42세로 사망했다. 언제나 봐도 호남인 매코너헤이는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인터뷰에 응했는데 텍사스 태생이어서 코맹맹이 액센트가 있는 소리와 함께 두 손으로 활발한 제스처를 써가면서 차근차근히 질문에 답했다. 매우 진지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는데 질문에 대해 심사숙고한 뒤 대답하면서 가끔 유머도 구사했다. 말을 함부로 하지 않는 사람 같았는데 쏘아보는 파란 눈동자가 날카로웠다.          

―영화를 위해 체중을 엄청나게 뺀 줄 아는데 그 과정에 대해 말해 달라.
“출연에 응한 뒤 영양사를 만나서 영화에 나오기 전까지 4개월간 그가 마련한 식단대로 음식을 먹었다. 밖에 나가면 내가 좋아하는 스테이크 집을 찾아갈 것 같아 아예 외출을 안 했다. 은둔자처럼 지냈는데 하루에 3.5파운드씩 줄었다. 목표 체중인 135파운드에 이르렀을 때 체중 줄이기를 마쳤는데 내 평균체중이 182파운드니 47파운드를 뺀 것이다. 그러나 건강에 문제는 없었다. 그런데 체중이 줄면서 가슴 아래로는 힘이 빠졌지만 그 위로는 오히려 날카로워지더라. 그리고 줄어든 체중 때문에 밤에 잠을 보통 때보다 3시간 덜 자도 됐다.”

―구체적으로 무얼 먹었나.
“생선과 야채를 소량 섭취했다. 다이어트 코크 같은 것도 안 마셨다. 그러니까 사실은 건강식만 먹은 셈이다.”

―영화는 편견적인 사람이 피할 수 없는 상황에 맞닥뜨려 마음을 여는 내용인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나는 아주 젊었을 때부터 나와 다른 사람을 만나 공통분모를 찾고 그들과 공존하기 위해 세계여행을 즐겼다. 내가 LA에 간다고 하니까 사람들이 내게 거기에는 별 이상한 종교도 있고 머리를 파랗게 염색한 사람들이 있으며 또 게이들이 많다고 하더라. 그래서 난 그거 좋을 일이구만이라고 응했다. 론의 경우를 말하자면 그는 편견적이요 상놈이다. 그런 그가 에이즈에 걸리고 나서 자기가 평소 멸시하던 사람과 같은 처지가 된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를 자신의 과거를 뉘우치는 사람으로 묘사하려고 하지 않았다. 단지 그가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모습을 보여주면 거기서 자연스럽게 그의 구제자로서의 특성이 나타나리라고 생각했다.”

―론 우드러프에 관해 연구할 때 그의 가족의 도움을 받았는가.
“가족이 큰 도움을 주었다. 특히 그의 일기를 보고 론이라는 사람을 잘 알게 됐다. 그는 중1과정만 마친 사람으로 한 번도 무언가를 끝마친 적이 없었다. 그런 그가 에이즈 환자가 되면서 의사들보다 더 그 병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됐고 과학자가 된 것이다. 그는 매우 고독하고 갈 길을 잃었던 사람인데 에이즈 환자가 되면서 비로소 생애 처음으로 무언가 붙잡고 매달릴 일이 생긴 셈이다.” 

―론은 사제 에이즈 약을 팔아 이득을 많이 남겼는가. 그리고 그의 여자관계는 어땠는가.
“론은 결코 구세군이 아니었다. 그는 금과 캐딜락을 좋아했다. 에이즈 약을 사러온 사람이 돈이 모자라면 되돌려 보냈다. 그의 여자관계는 매우 문란했다. 에이즈에 걸리고 나서도 보호책 없이 여자와 섹스를 했는데 당시 에이즈 환자들은 진짜로 모두 함께 환자가 되자는 심정으로 아무 대책도 없이 섹스들을 했었다.”

―당신은 영화에서 완전히 론이 되는 변신을 하는데 그 과정에 대해서 얘기해 달라.
“영화를 만드는 4개월간 난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 나도 론이 한 대로 에이즈에 관한 책을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또 연구도 많이 했다. 덕분에 난 매우 과학적인 사람이 됐다. 그리고 그가 완전히 국외자가 됐듯이 나도 나 자신을 고립시켰다. 론이 의사의 말과 달리 7년을 더 산 것은 그의 분노 탓이다. 그것이 그를 보다 활동적으로 만든 삶의 자극제가 된 셈이다.”     

―당신이 두문불출하면서 갈비씨가 되는 것을 보는 아내와 아이들의 반응은 어땠는가. 
“매일 같이 조금씩 줄어들었기 때문에 그들은 별로 심각히 느끼질 못했다. 한 번은 딸이 내게 ‘아빠 목이 왜 기린처럼 길어지고 있어요’라고 물은 적은 있다. 어느 날 벽에 비친 내 실루엣을 보니 해골처럼 보여서 기분이 으스스하더라. 진짜 날 보고 놀란 사람은 내 어머니로 오래간만에 날 본 어머니가 ‘너 어떻게 된 거니’라고 물으셨다. 가족은 전적으로 날 지원했다. 그런데 은둔자가 된다는 것은 당분간은 정신적으로 건강한 일이라고 본다.”

―당신은 모두 여섯 살 미만의 2남1녀를 두고 있는데 가정생활은 어떤가. 아이를 더 가질 생각인가.
사제 에이즈 약을 파는 두 에이즈 환자 파트너인 재렛 레토(왼쪽·
오스카 조연상)와 매튜 매코너헤이.
“아주 즐겁고 좋다. 모두 건강하다. 나는 영화를 찍을 때면 아내와 아이들을 모두 함께 데리고 다닌다. 그리고 좁은 트레일러에서 같이 산다. 좀 불편은 하지만 서로 가깝게 보낼 수 있어 좋다. 아내의 건강을 위해서 아이는 이제 그만 낳으려고 한다.”

―당신은 과거 여러 편의 로맨틱 코미디에 나왔으나 최근 들어 이 영화처럼 극단적인 인물 역을 맡고 있는데 스스로 그러기로 결정한 것인가.
“모두 내 결정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페이퍼 보이’와 ‘킬러 조’ 및 ‘매직 마이크’는 내가 결정했다기보다 내게 주어진 것이다. 난 영화와 영화 사이에 영감을 얻기 위해 어느 정도 휴지기간을 둔다. 최근 내가 맡은 역들은 대부분 반 영웅들인데 그들은 스스로 자신들의 규칙을 세우는 사람들이며 또 자기 자신만의 형태를 창조하는 사람들이어서 하기가 아주 즐겁다. 난 상상력이 만개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 상상력을 동원해 반 영웅들을 만화 같은 인물들이 아니라 인간적인 인물들로 표현하려고 노력한다.” 

―당신이 집에서 굶으면서 가족에게 이것이 끝나면 성대한 외식을 대접하겠다고 약속이라도 했는가.
“아니다. 그들은 매일 같이 잘 먹었다. 그런데 그 음식은 내가 요리한 것이다. 난 가족에게 거의 매일처럼 진수성찬을 요리해 대접했는데 난 그저 손가락만 빨았을 뿐이다. 고약한 쾌감이 생기더라. 그러나 재미있었다. 우리 집에서는 요리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론은 결코 좋아할 수 없는 사람인데 당신은 그를 연민에 찬 모습으로 보여주었다. 이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그는 천박한 편견주의자이자 호모를 사갈시한 사람이었다. 나는 그러나 그가 조금이라도 인간적인 점을 가지고 있다면 그에게 연민을 느낄 수 있다는 생각으로 그에게 접근했다. 그렇다면 그를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의 내면에 있을 인간성에 기대를 걸었지 그를 도덕적으로 판단하려 하지도 또 옳고 그름을 따지려고 하지도 않았다.”

―체중을 47파운드나 줄이면서 극단적인 역을 한다는 것이 때로 위험하다는 얘기를 들었는가.
“상황이 요구해서 체중을 줄인 것이지 어떤 허영이나 과시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 난 론의 사진을 보고 그 즉시 그를 책임 있게 표현하려면 체중을 줄여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니까 내가 체중을 줄인 것은 극단적인 것을 위한 극단적인 행위가 아니었다.”

―이 영화 이후 약이나 의사에 대한 생각이 바뀌기라도 했는가.
“난 늘 서양식 처방에 대해 우려를 하고 있다. 우리는 너무 많은 처방약에 의존하는데 그 것은 여러 가지 식품 첨가물을 좋아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것은 항상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못한다. 그보다는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과 물과 숨 쉬는 공기에 대해 신경을 보다 더 써야 한다고 본다.”

―당신은 세계여행을 즐긴다고 했는데 아이들에게도 그것을 권장하는가.
“물론이다. 문화는 좋은 교육이다. 아이들이 앞으로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자기와 다른 것과 새로운 것을 사랑할 줄 알고 또 그것에 적응하도록 권장할 것이다. 어린 내 딸은 뉴욕이 수많은 다른 사람들과 색깔이 있어서 좋다고 한다.”

―역을 마치고나서 감정적인 후유증이라도 있었는가.
“영화에 나온 경험은 마치 로데오에서 황소를 탄 것 같은 기분이었다. 전신이 탈수현상을 겪는 것 같았지만 그것은 기분 좋은 탈진이었다. 모든 역은 다 심한 신체단련 훈련 같지만 난 그것을 즐긴다.”                  <한국일보  편집위원/hjpark1230@gmail.com>


               

노아 (Noah)

노아가 방주를 만들 때 침략자가 있었으니…


빗속 방주 위에 선 노아(러셀 크로우).
을씨년스럽고 장황하고 지루한 구약성경 얘기다. ‘블랙 스완’을 만든 독창적인 감각을 지닌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의 작품인데 대하 서사적 규모 속에 노아라는 인간의 개인적 고뇌와 궁극적 구제라는 매우 심각한 내용을 담았으나 둘이 잘 어울리지가 못한다.
공상과학 액션모험영화 같기까지 한 작품으로 사랑의 얘기이자 가족영화요 또 전쟁 액션영화이자 재난영화인데 이런 여러 장르가 조합이 잘 안 돼 따로 놀고 있다. 감독은 짧은 내용의 노아의 얘기를 영화를 위해 자의적으로 확대했는데(상영시간 139분) 얘기가 그렇게 보는 사람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
노아 외에도 그의 할아버지(앤소니 힙킨스)와 아내(제니퍼 카넬리)와 세 아들 그리고 첫째 며느리(엠마 왓슨)를 비롯해 가상 인물인 노아의 적인 타부족 장군 투발케인(레이 윈스턴) 등 여러 사람이 나오는데 인물 개발이 아주 약하다. 그리고 연기도 노아 역의 러셀 크로우를 제외하곤 덤덤하다. 카인 이후의 황량한 지구와 그 후의 홍수영화여서 화면이 시퍼렇게 추위를 먹었다.
노아의 세상은 강한 부족이 약한 부족을 정복하는 양육강식의 살벌한 땅으로 노아와 그의 가족은 창조주가 만든 짐승을 안 잡아먹고 채식을 한다. 그런데 노아가 세상이 물에 잠기는 꿈을 꾸면서 창조주의 뜻에 따라 자기 가족과 세상의 모든 짐승과 조류가 피신할 거대한 방주를 짓는다. 
물론 주위 사람들은 이를 비웃는데 막상 비가 쏟아지자 투발케인은 자기 전사들을 이끌고 방주에 들어가기 위해 이를 공격한다. 투발케인은 특히 노아의 둘째 아들로 아버지에게 반항적인 햄(로간 러만)을 자기편으로 만들려고 유혹한다. 영화는 노아와 햄의 부자간 갈등에 적당한 무게를 주고 있다.
방주에 들어가는 짐승들과 홍수 장면 등 컴퓨터 특수효과를 쓴 장면들도 별로 경탄스럽지가 못한데 하늘에서 지구로 쫓겨난 천사라는 거대한 돌로 만든 생명체와도 같은 물체가 내용에 전연 어울리지가 않는다. 재난영화치곤 굉장히 답답하고 부담감 주는 영화다. 
PG-13. Paramount. 전지역.   ★★½(5개 만점). <한국일보  편집위원/hjpark1230@gmail.com>


레이드 2 (Raid 2)

보지 않고는 믿을 수 없는 `유혈 액션'  


장도리를 무기로 쓰는 갱두목 베조의 여자 킬러가 전철 안에서 일본 
야쿠자들을 처치하고 있다.

길길이 날뛰는 폭력이 빗발치듯 작렬하고 피가 폭우처럼 쏟아져 내리는 2011년 인도네시아산 액션 스릴러 ‘레이드’의 속편이다. 보지 않고는 믿을 수가 없는 잔인무도하고 속도감 빠르고 에너지 충만한 영화로 사체가 즐비하다. 뼈 부서지는 소리와 비명, 총격소리와 흩뿌려지는 선혈이 화면을 채우면서 거의 웃음이 나올 정도로 지나친 액션이 광란의 피의 발레를 추는데 이에 비하면 재키 챈의 무술영화는 아이들 장난이고 타란티노의 영화도 비린내만 피울 정도다.
동원된 무기를 보면 야구 배트와 공, 장도리와 곡괭이, 긴 칼과 단도와 손에 감아쥐는 톱니 칼, 몽둥이와 빗자루. 깨진 병과 뜨거운 구이용 철판 그리고 권총과 엽총과 장총 및 주먹과 발 등으로 이런 무기에 의해 적어도 100여명이 죽어 넘어진다.
내 평생 이렇게 아름다울 정도로 가혹하고 폭력적인 영화는 처음 보는데 약간 타케시 키타노의 영화를 닮은 데가 있다. 특히 주연 배우 이코 우와이스가 공동으로 안무한 대담무쌍한 손과 발을 쓰는 무술액션 신은 정말로 장관이다. 
신참 형사 라마(우와이스)가 경찰 내사반의 반장에 의해 부패한 정치가와 경찰 간부 등과 연루된 자카르타의 막강한 갱 두목 방군(티오 파쿠소데와의 착 가라앉은 연기가 돋보인다)의 조직으로 침투하라는 지시를 받는다. 이를 위해 라마는 방군의 오만불손한 아들 우콕(아리핀 푸트라의 표독스런 연기도 좋다)에게 접근하기 위해 우콕이 수감된 교도소에 죄수로 들어간다.
교도소 내 좁은 변소에서 벌어지는 라마 대 수십명의 우콕의 졸개들 간의 격투와 비가 내린 후 진흙탕이 된 교도소 마당에서 벌어지는 우콕의 일당과 그의 라이벌 일당 간의 치명적인 머드 레슬링 격투가 박력 있다. 진흙탕 싸움에서 우콕의 생명을 구해준 라마는 우콕의 친구가 되고 그로부터 2년 후 출소한 라마는 방군의 일원이 된다.
방군의 조직은 일본인 갱 두목 고토(케니치 엔도)의 조직과 과거 10년간 평화공존을 하면서 자카르타를 말아먹고 있다. 방군을 뒤에서 봐주는 것은 부패 정치인과 경찰. 그런데 이 둘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 자기 터전을 확보하려는 아랍계 피가 섞인 갱스터 베조(알렉스 압바드)와 아버지의 권력을 차지하려는 성질 급한 우콕이 손을 잡으면서 갱전쟁이 일어난다.
액션 신 가운데 가장 멋있는 것이 황금색 가죽점퍼에 흰색 치마를 입고 창백한 얼굴에 선글라스를 낀 가녀린 여자(줄리 에스텔)가 전철 안에서 양손에 든 장도리를 써 10명에 가까운 단도를 든 야쿠자들을 처치하는 장면. 장도리에 처참히 당한 야쿠자들의 몸에서 터져 나오는 선혈이 하얀 치마 위에 꽃망울을 터뜨린다.
이와 함께 도주와 추격의 절정을 이루는 달리는 자동차 안의 좁은 공간에서 벌어지는 격투를 찍은 공중촬영과 불법 도색영화 촬영장과 포도주 저장소와 국수집 그리고 흐릿한 조명 속의 클럽 주방과 창고 및 좁은 복도에서 치러지는 사투 등도 볼만하다. 상영시간 2시간반동안 거의 쉬지 않고 숨 가쁘게 벌어지는 격투에서 무수히 얻어터지고 온 몸에 칼을 맞고도 다시 오뚝이처럼 발딱 발딱 일어서는 라마는 분명 불사신이다.  
액션위주의 영화여서 플롯이 때로 이치에 닿지가 않지만 방군과 우콕의 부자간 알력을 그린 드라마 부분은 시종일관 계속되는 액션에 적당한 쉼표 구실을 한다. 액션영화 치곤 인물개발과 연기도 좋고 특히 재빠른 촬영과 편집과 박동감 있는 음악이 매우 좋다. 감독은 전편에 이어 웨일즈 태생의 가레스 에반스. 
R. Sony Classics. 아크라이트, 센추리15, 그로브, 다운타운 리갈. ★★★★½(5개 만점)
                                                 <한국일보  편집위원/hjpark1230@gmail.com>


성경영화



2014년은 할리웃 사상 보기 드물게 성경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들이 하늘에서 만나가 쏟아져 내리는 듯한 해로 기록될 것 같다. 제일 먼저 2월에 나온 예수의 얘기인 ‘신의 아들’이 히트하면서 지금까지 총 5,600만달러의 수입을 냈고 21일에 개봉된 인디영화 ‘신은 죽지 않았다’가 개봉 주말 사흘간 뜻밖의 920만달러의 수입을 올렸다.
이어 28일에는 노아의 얘기를 다룬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의 ‘노아’(영화평 참조)가 개봉됐고 4월16일에는 ‘천국은 실재한다’가 개봉된다. 그렉 키니어가 주연하는 이 영화는 수술 중 가사상태에서 천국을 본 소년의 얘기다. 그리고 12월에는 리들리 스캇이 감독한 입체영화 ‘엑소더스’가 나온다. 모세의 출애굽기를 다룬 ‘엑소더스’는 찰턴 헤스턴이 모세로 나온 ‘십계’와 달리 모세(크리스천 베일-사진)를 투사로 다룬 ‘글래디어터’ 스타일의 대규모 액션영화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메이저 영화 외에도 앞으로 10여편의 아트하우스용 기독교 영화가 나올 예정이다. 그리고 윌 스미스는 현재 카인과 아벨의 얘기를 각본으로 구상 중이고 워너브라더스는 본디오 빌라도의 얘기를 또 소니는 다윗과 골리앗의 얘기를 영화로 구상 중이다.
이렇게 갑자기 많은 성경영화가 쏟아져 나오는 것은 결코 할리웃이 새삼 신의 계시를 받아서라기보다 수익성 때문이다. 돈이 되는 일이라면 사자굴에라도 들어가는 할리웃이 흥행수입의 큰 원천이 될 수 있는 많은 기독교인들의 관객으로서의 잠재적 가능성을 뒤늦게 포착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성경영화는 성경내용에 충실히 만들면 신도들의 호응을 받아 히트를 하지만 그 내용이 신도들의 비위를 건드렸다가는 흥행서 망하는 경우가 많다. ‘성의’와 ‘십계’와 ‘벤-허’ 및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멜 깁슨이 감독해 흥행수입 5억4,000만달러의 대박을 터뜨린 ‘예수의 수난’이 전자의 경우. 반면 예수(윌렘 다포)가 십자가에서 내려와 막달라 마리아와 결혼해 보통 남자처럼 사는 ‘그리스도의 마지막 유혹’이 후자의 경우다.
성경영화가 나올 때마다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 기독교인들의 반응이다. 어차피 오락성을 감안해야 하는 할리웃으로선 성경내용을 그대로 답습하기보다는 그것을 확대 해석해 만들게 마련이다. 러셀 크로우가 주연하는 ‘노아’가 개봉 이전에 보수 기독교파의 강한 반발을 산 것도 이 때문이다.
영화를 보면 성경에 없는 내용이 많은데다가(하기야 창세기 6장에서 10장까지의 노아의 짧은 얘기를 2시간20분짜리 영화로 만들려면 확대 해석이 불가피하다) 노아에 대한 해석도 다른데 이에 대해 기독교인들이 “그런 얘기가 성경에 어디 있느냐”고 따지고 들었던 것. 그래서 영화의 배급사인 패라마운트는 광고에 ‘이 영화는 성경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것’이라는 단서를 삽입했고 다른 영화들과 달리 비평가들의 평 대신 뒤 늦게 영화를 본 기독교단체들의 찬사를 대문짝만하게 싣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노아의 얘기가 있는 코란을 믿는 무슬림 국가들인 바레인, 아랍 에미리트 및 인도네시아 등은 아예 ‘노아’의 자국 내 상영금치 조치를 취했다. 며칠 전 인터뷰에서 만난 아로노프스키는 이에 대해 “내 영화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영화도 보기 전에 소문만 듣고 반대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런데 ‘노아’는 미국보다 먼저 개봉된 한국에서 현재 히트 중인데 아로노프스키는 인터뷰 후 나와 사진을 찍을 때 “내 영화 당신 나라에서 흥행이 잘 되고 있어 고맙다”며 미소를 지었다.
노아의 얘기는 과거에 존 휴스턴이 감독하고 그가 하나님과 노아로까지 나온 창세기를 다룬 ‘바이블’(1966)에서 묘사된 적이 있다. 또 2007년에는 스티브 카렐이 주연한 현대판 코미디 ‘전지전능한 이반’으로 만들어졌으나 내용이 불경스러워 흥행서 실패했다.
성경영화로서 기독교 측의 가장 격한 반발을 받은 것이 ‘그리스도의 마지막 유혹’(1988)이다. 마틴 스코르세지 감독이 니코스 카잔자키스의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이 영화는 그 내용 때문에 상영극장 앞에서 시위가 벌어지고 몰로토프 칵테일 습격까지 받았으며 스코르세지는 살해위협까지 받았다. 흥행수입은 달랑 840만달러였다. 나도 영화에 대해 호평을 했다가 한국인 기독교 신자들로부터 질책을 받았다.
기독교도들은 할리웃을 도덕적 시궁창으로 보고 있어 일단 성경영화를 만든다는 소식만 나오면 신경을 곤두세우게 마련이다. 할리웃에서 성경영화가 계속해 성공하려면 사탕발림 식의 교언영색이 아니라 기독교인들의 마음에 진심으로 접근하는 성실한 자세가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한국일보  편집위원/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