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8년 6월 11일 월요일

‘그레이트 와이트 호프’


최근 트럼프대통령이 특별사면한 사람들 중에 독특한 인물이 1946년에 사망한 미 프로권투 사상 최초의 흑인 챔피언인 잭 존슨(사진)이다. 존슨은 1913년 ‘비도덕적인 목적’으로 백인애인으로 창녀인 벨 슈라이버를 주 경계를 넘어 수송했다는 혐의로 재판 끝에 1년형에 처해졌다. 그 후 존슨은 국외로 도주했다가 1920년에 귀국해 10개월 옥살이를 했다.
존 맥케인 상원의원도 지지하는 존슨에 대한 사면요청은 조지 부시대통령 때부터 있어왔는데 인종차별주의자로 비판 받는 트럼프가 그를 사면했다는 것은 매우 역설적이다. 트럼프가 존슨을 사면한 이유 중에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인종차별주의자라는 비판을 피해보고 아울러 흑인 대통령인 오바마가 거부한 것을 자신이 했다는 것을 내세우려는 의도가 다분히 포함돼 있다.
백악관에서 있은 사면발표에는 전 헤비급 챔피언 레녹스 루이스와 ‘록키’ 실베스터 스탤론 등이 참석했는데 트럼프는 이 자리에서 “오바마가 거부한 것을 내가 했다”고 뽐냈다고 뉴욕 타임스가 보도했다. 한편 스탤론은 존슨의 이야기를 영화화 한다고 발표했다.
존슨의 삶은 한편의 드라마와도 같은 극적인 것이었다. 노예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백인 적수들을 계속해 때려누이고 1908년 미 최초의 흑인 챔피언이 됐는데 이로 인해 백인들은 존슨을 제압할 백인들의 위대한 희망인 ‘그레이트 와이트 호프’(The Great White Hope)가 나타나기를 갈망했다.
그 ‘위대한 희망’으로 선발된 사람이 은퇴한 헤비급 챔피언 제임스 J. 제프리즈. ‘세기의 대결’이라 불린 존슨 대 제프리즈의 경기는 1910년 7월 네바다 주 리노에서 열렸는데 제프리즈는 존슨에게 떡이 되도록 얻어맞고 15회 TKO 패했다. 존슨이 이 후에도 백인상대를 계속해 때려 누이자 열 받은 백인들이 폭동이라도 일으킬 것이 두려운 미연방의회는 1912년 프로권투경기영화를 주 경계를 넘어 운반하는 것을 금하는 법까지 통과시켰었다.       
존슨은 흑백차별이 극심하던 당시로서는 흑인으로서는 보기 드물게 자기 할 말은 하면서 자기 신분과 위치를 과시한 사람이었다. 주먹 힘이 세고 권투기술이 빼어났을 뿐 아니라 지능이 간교할 정도로 뛰어나고 백인여자들을 아내와 애인으로 삼는 바람에 백인들의 증오의 대상이었다. 그는 “나는 노예가 아니다. 나는 그 누구의 지시도 안 받고 내 짝을 고를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면에서 존슨은 무하마드 알리의 대선배인 셈이다.
존슨의 삶은 이미 연극과 영화로 만들어졌다. 먼저 만들어진 것이 1967년에 나온 연극 ‘그레이트 와이트 호프’. 잭 존슨은 잭 제퍼슨으로 이름으로 나오는데 역은 거구에 굵은 바리톤 음성(‘스타 워즈’의 다트 베이더 음성)을 지닌 제임스 얼 존스가 맡았다. 그의 첫 백인 아내 에타 테리 듀리에는 엘리노어 박만이라는 이름으로 제인 알렉잰더가 역을 맡았는데 둘 다 토니주연상을 탔다. 하워드 새클로가 쓴 연극은 퓰리처상을 탔다.
알리는 이 연극을 보고 존스에게 “이것은 내 얘기다. 백인여자들을 종교문제로 대치한다면 그 것은 내 얘기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종교문제는 알리가 무슬림 양심적 거부자로서 군 징집을 거부한 것을 뜻한다.
마틴 릿 감독은 1970년 연극을 바탕으로 동명영화를 만들었다. 제임스 얼 존스와 제인 알렉잰더가 역시 주연을 맡았는데 둘 다 오스카상 후보에 올랐었다. 제퍼슨의 백인 도전자들을 때려누이는 선수로서의 삶과 유죄선고와 국외도주 그리고 아름다운 백인 여인 박만과의 기복이 심한 로맨스 등을 흥미진진하게 그렸다.
그런데 존슨의 아내 듀리에는 남편의 잦은 구타와 심한 우울증을 이기지 못하고 1912년 권총 자살했다. 존슨은 가정폭력자로 알려졌다. 이것이 과거 대통령들이 존슨의 사면을 거부한 이유 중 하나라고 한다.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존슨은 링 안팎에서 백인 적수들과 맞서 싸운 투사다.
트럼프도 말했듯이 존슨의 옥살이는 인종차별로 인한 불의에 의한 것인데 이런 인종차별은 존슨의 옥살이 이후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기세가 등등한 것이 미국의 현실이다. 최근 트럼프 지지자인 코미디언 로잰 바가 오바마 대통령의 전 보좌관이었던 흑인 발레리 재렛을 “무슬림 형제와 원숭이 사이에서 나온 아기”라고 야유한 것만 봐도 미 백인들의 흑인에 대한 상존하는 차별의식의 깊이를 알 수 있다.
이에 로잰 바의 시리즈 ‘로잰’을 방영하는 ABC-TV가 대국민사과를 하고 시리즈를 전격 취소하자 트럼프는 ABC는 비판하면서도 로잰의 발언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었다. 
오프라 윈프리는 내게 “인종차별은 어릴 때부터의 교육으로 치유될 수 있다”고 말했지만 난 그렇게 생각 안한다. 그 것은 자기 것과 다른 것에 대한 생태적 거부반응이라고 본다. 미국의 한국 사람들은 소수계로서 인종차별의 피해자 의식을 내세우곤 하지만 우리는 과연 타 인종에 대해 가해자 노릇을 하고 있지는 않은가.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그레이트 사일런스’


괴이하고 과장되고 유혈폭력이 난무하는 이탈리아의 웨스턴인 ‘스파게티’ 웨스턴은 1960년대 한 때 이탈리아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었다. 이 웨스턴의 대명사와도 같은 감독이 세르지오 레오네로 그가 만든 ‘황야의 무법자’(A Fistful of Dollars^1964)는 레오네와 함께 그 때까지만 해도 무명씨였던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유명인들의 반열에 올려놓은 영화다.
나는 이 영화를 대학생 때 서울의 명보극장에서 봤는데 시가릴로를 입 한쪽에 물고 가늘게 뜬 눈으로 째려보는 과묵한 건 맨 이스트우드의 카리스마와 채찍질과 휘파람 소리를 섞은 엔니오 모리코네의 음악 그리고 미국 웨스턴과는 전연 다른 폭력에 ‘야, 이런 웨스턴도 있구나 ’하면서 넋을 잃고 봤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얼마 있다가 같은 극장에서 또 한 번 봤다.
아끼라 구로사와의 ‘요짐보’(Yojimbo^1961)를 바탕으로 만든 ‘황야의 무법자’는 빅 히트를 하면서 제2편 ‘속 황야의 무법자’(For a Few Dollars More^1965)와 제3편 ‘좋은 자, 나쁜 놈 그리고 추한 놈’(The Good, the Bad and the Ugly^1966) 등이 나왔는데 편이 늘어날수록 재미도 더 있다.
그런데 레오네의 이름은 잘 알려졌지만 그와 같은 때 활동한 ‘스파게티’ 웨스턴의 또 다른 명장 세르지오 코르부치의 이름을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코르부치의 웨스턴은 레오네의 그 것보다 훨씬 더 사납고 거칠고 무자비해 보고 있자면 속 피부가 얼얼해지는 쓴 맛 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코르부치의 대표적 웨스턴이 ‘장고’라는 이름을 인정사정없는 웨스턴 킬러의 대명사처럼 만들어놓은 ‘장고’(Django^1966)다. 나는 장고로 나온 프랑코 네로를 세계적 스타로 만들어준 이 폭력적이요 음습한 분위기의 영화를 국도극장에서 봤는데 개틀링 연발기관총을 관 속에 넣고 끌고 다니면서 악인들을 닥치는 대로 쏴 죽이는 장고의 액션과 비명과도 같은 독특한 사운드 트랙에 정신이 팔려 영화가 끝나는 것이 아쉬웠었다.
코르부치의 열렬한 팬이 유혈폭력에 있어 남보다 둘째가라면 섭섭해 할 퀜틴 타란티노 감독이다. 타란티노는 코르부치의 웨스턴을 “그의 서부는 웨스턴장르의 그 어느 감독의 것보다도 가장 폭력적이요 초현실적이며 인정사정없는 풍경”이라고 찬양한바 있다.
제이미 팍스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나온 타란티노의 ‘장고 언체인드’(Django Unchained^2012)는 코르부치의 ‘장고’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것이다. 타란티노의 영화에는 네로가 캐미오로 나오고 또 ‘장고’의 주제음악도 빌려다 썼다.
코르부치가 레오네의 ‘황야의 무법자’와 한판 겨뤄 보자고 만든 또 하나의 걸작 ‘스파게티’ 웨스턴이 만든지 50주년이 되는 올 해 최근에 와서야 LA등 대도시에서 잠깐 개봉된 ‘그레이트 사일런스’(The Great Silence^1968^사진)다. 천지사방이 눈으로 덮인 유타 주의 스노 힐에서 벌어지는 피비린내 나는 살육을 그렸는데 타란티노의 잔혹한 웨스턴 ‘가증스런 8인’(The Hateful Eight^2015)의 무대가 백설이 만건곤한 와이오밍 주인 것도 코르부치의 영화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다. 
‘그레이트 사일런스’의 사일런스는 말을 못하는 정의의 건 맨 이름으로 프랑스의 명우 장-루이 트랭티냥이 나온다. 그가 이탈리아 산 웨스턴에 나온 까닭은 대사를 말 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사일런스의 천적은 현상금을 노리고 졸개들과 함께 사람 사냥을 하는 잔인한 로코. 로코로는 독일의 명우로 ‘속 황야의 무법자’에도 나온 클라우스 킨스키가 나온다. 클라우스는 ‘테스’에 주연한 나스타샤 킨스키의 아버지다.
로코는 졸개들을 데리고 현상금이 걸린 범법자들로 몰려 산으로 피신한 주민들을 사냥하는데 독일제 마우저 권총을 쓰는 속사의 명수 사일런스가 이들에 맞서면서 피의 살육전이 벌어진다. 그런데 이 편 저 편 할 것 없이 수많은 사람들이  피를 뿜으며 추풍낙엽처럼 쓰러지는 이 영화는 전연 뜻 밖에 여느 웨스턴과는 달리 처절한 비극으로 끝난다. 
선과 악의 구별이 분명치 않은 이 영화처럼 염세적이요 비관적인 웨스턴도 보기 드문데 그래서 코르부치는 해피 엔딩 판을 따로 찍었다. 영화가 지독하게 염세적인 이유는 코르부치가 자기가 존경하던 체 게바라와 말콤 X의 죽음에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잔인하고 황량하고 사납고 야성적이며 무드 짙고 폭력적이며 고독한 영화에서 볼만한 것은 무표정하고 무언인 트랭티냥과 간교하고 새디스틱한 푸른 눈의 킨스키의 적의에 찬 대결. 또 하나 특징은 당시만 해도 보기 힘든 사일런스와 흑인 미망인 폴린(미국배우 보네타 맥기)간의 흑백 로맨스. 영화의 음악은 모리코네가 작곡했는데 매우 아름답다. 촬영도 훌륭하다.
‘그레이트 사일런스’의 개봉 50주년을 맞아 필름 무브먼트(Film Movement)가 새 복원 판 DVD를 6월 5일에 출시한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2018년 5월 18일 금요일

‘나 예뻐졌네’ 에이미 슈머




뚱뚱한 몸 때문에 자신이 없던 직장 여성인 르네가 머리를 다친 뒤 자기 몸이 날씬해졌다고 믿고 삶의 활력을 찾는 코미디 ‘나 예뻐졌네’(I Feel Pretty)에 나온 에이미 슈머(36)와의 인터뷰가 최근 뉴욕의 위트비 호텔에서 있었다. 
토실토실 살이 찐 슈머는 귀여운 소녀 같았는데 코미디언답게 시종일관 농담과 유머와 함께 상소리를 섞어가며 질문에 씩씩하게 대답했다. 옆눈질을 하더니 이어 눈을 치떴다 내려떴다 하면서 애교 만점의 표정으로 사근사근하게 굴어 정답고 가까운 친구처럼 느껴졌다. 슈머는 지난 2월 사귀던 애인으로 셰프인 크리스 피셔와 결혼한 새색시다.

“외모가 진정한 자신이 아니란 걸 깨달았으면”


-언제 자신이 예쁘다고 느끼는가.
“내 외모에 신경을 안 쓸 때 내가 가장 예쁘다고 느낀다. 화장 안하고 운동복 입고 편안하게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지킬 때가 가장 예쁘다고 느낀다. 몇 시간이고 거울을 안 들여다 본 것을 알 때 내가 가장 예쁘다는 말이다.”

-패션과의 관계는 어떤가.
“나의 패션은 전부 내 영화에서 함께 일한 나의 스타일리스트 리사 에반스가 알아서 돌봐준다. 내 결혼 드레스도 에반스가 마련한 것이다. 난 패션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며 쇼핑가서 드레싱 룸에서 옷 입어보는 것도 싫다. 내 몸에 딱 맞는 것들이 별로 없다. 내 몸이 마네킨 같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셔츠 같은 것은 포레버 21 같은 곳에서 사는데 몸에 잘 맞아 보기 좋다. 에반스와 나는 지금 우리 브랜드로 모든 사이즈에 맞는 옷을 만들고 있는데 싼 값에 팔 예정이다.”

-배우로서의 성공으로 인해 무엇이 과거와 달라졌는가.
“성공했기 때문에 그전 같았으면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을 만날 수가 있다. 그리고 영화를 만들 때도 예전처럼 내 생각을 말하기 전에 ‘미안하지만’이라고 서두를 떼지 않고 당당하게 내 생각을 말할 수가 있다. 그리고 내 자신의 TV쇼도 제작하게 됐다. 성공은 나로 하여금 내 가치를 새삼 깨닫게 해주었다. 

-거울과의 관계는.
“거울을 좋아하지만 지나치게 들여다보진 않는다. 난 거울을 볼 때면 내 얼굴을 보고 웃는다.”

-어떻게 크리스가 바로 이 사람이라고 알았는가.
“내 보조자인 몰리가 크리스의 여동생이다. 몰리의 소개로 알게 됐는데 휴양지 마사스 비녀드에서 우리 가족이 휴가를 즐기고 있을 때 몰리와 크리스의 가족도 함께 있었는데 그 때 크리스가 우리를 위해 음식을 만들었다. 그 모습이 매우 귀여웠다. 우린 둘 다 가족과 함께 있었기 때문에 꾸밈이 없는 자신들을 서로에게 드러내 보여주었다. 그 뒤로 알고 지내다가 반년 쯤 지나 데이트하는 사이로 변했다. 그 전에 난 몰리에게 크리스와 데이트해도 괜찮겠냐고 물었더니 ‘예스’라고 그랬다. 자기 직업을 잃지 않으려고 그랬던 것 같다. 난 결혼을 한 번도 중요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런데 크리스를 만나고보니 그가 정말로 친절하고 우습고 똑똑하며 또 남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그의 동반자가 되고 싶었다. 우린 살면서 험한 길을 갈지라도 함께 그 어려움을 헤쳐 나갈 것으로 믿는다.”

-결혼식은 순조로웠는가.
“사흘간 준비를 했고 매우 순탄하게 치렀다. 내가 술에 좀 취하긴 했지만.”    

-이 영화를 만든 이유가 무엇인가.
“여자들이 자신의 가능성을 100% 발휘하라고 말하고 싶었다. 우린 잘못 했다간 자신들의 가치가 모욕이라도 당할까봐 지나치게 걱정을 하고 있다. 그러다보면 사람들과 거리감이 생기게 마련이다. 내가 이 영화에서 보내고자 하는 메시지는 여자들은 외모가 진정한 자신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으라는 것이며 당신도 자신만의 음성과 가능성을 지니고 있으니 그에 상응하는 삶을 사는 것은 각자의 책임이라는 것을 말하고자 했다. 자신을 자신의 어머니처럼 사랑하라고 말하고 싶었다.”

르네가 비키니 경연대회에 참가해 신나게 노래를 부르고 있다.

-미모에 추한 마음을 지닌 여자와 추한 외모에 아름다운 미음을 지닌 여자 중 하나를 택하라면 어느 것을 택하겠는가.
“아름다운 마음이다. 난 진짜로 이 영화의 르네처럼 나에 대해 자존을 느끼지 못 했고 자신감도 아주 약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살면서 외모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난 이제 나이가 먹었지만 나의 가슴을 사랑하고 또 내가 누구인지도 알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도 최고의 기분이다.”

-르네가 자신감이 없게 된 까닭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요즘 와선 소셜 미디어나 태블릿을 열어보면 비키니를 입거나 드레스를 입은 여자들이 전부 늘씬한 미녀들뿐이다. 그들의 얼굴을 가리면 몸이 다 똑같이 생겼다. 그러니 이들과 다른 몸을 가진 여자들이라면 자기 몸에 대해 회의를 하기가 십상이다. 그러나 이런 것은 변화해야 된다. 다양성이야 말로 중요하다. 소셜 미디어가 판을 치는 요즘 세상에 10대 여자 아이들이 성장하기가 얼마나 힘들 것인지 생각하면 끔찍하다.” 

-결혼하고 나서 언제 처음으로 ‘남편’이라는 말을 했는가.
“결혼한 날 밤인데 난 너무 많이 그 말을 썼다. 나 뿐 아니라 내 남편도 ‘아내’라는 말을 과용하면서 둘이 부끄러운 줄 모르고 신나게 즐겼다.”

-남을 웃게 하는 코미디언은 타고난 것인가 또는 수련해서 터득한 것인가.
“둘 다다. 천성이 우스울 수는 있지만 모든 다른 것들처럼 코미디언이 된다는 것은 엄청난 작업을 필요로 한다. 음악가들이 그냥 악기를 들었다고 해서 대뜸 명연주를 하는 것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다. 꾸준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 천성이 우습지 않아도 코미디언이 될 수는 있지만 거기에는 한계가 있다.”

-당신은 강력한 총기 규제를 찬성하는 사람으로 코미디 공연 시 이를 주제로 농담을 하는데 청중의 반응은 어떤가. .
“남발하는 총기 폭력을 보고 입을 다물 수가 없다. 물론 그래서 내 쇼에 총기 애호가들은 안 와 표가 덜 팔리긴 하지만 그 사람들이 밖에 나오는 것보다는 집에 있는 것이 훨씬 낫다. 내가 쇼에서 총기 반대를 농으로 삼고 있는 것이 어느 정도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러니 계속 말을 할 것이다. 그러나 총기 반대의 진짜 지도자들은 젊은 세대들이다. 그들은 지금 우리 세대의 생각을 바꾸고 있으며 우리는 그들로부터 배우고 있다. 플로리다 주 파크랜드의 학생들이 주도해 전국적으로 확산된 총기 반대 운동이 그 좋은 예다. 참으로 고무적인 일이다” 

-코미디로 인기가 있고 유명한 당신은 심각한 드라마나 또는 비극을 해볼 의향은 없는지.
“비록 이런 코미디라도 드라마적 요소는 갖추고 있다. 난 드라마와 코미디의 양쪽 성질을 두루 갖춘 영화를 만들기를 좋아한다. 본격적으로 진지한 영화를 만들 생각은 있지만 오래 동안 슬픔에 잠겨 있는 역은 하고 싶지 않다. 그 것은 내게 있어 육체적으로나 감정적으로 이롭지가 못하다고 생각한다.”

-셰프인 남편을 둔 지금도 음식을 직접 만드는가.
“솔직히 말해 음식도 안 만들고 설거지도 안 한다. 남편이 음식 만드는 것을 너무나 좋아하기 때문이다. 남편은 채소 요리에 관해 내게 많은 것을 가르쳐 줬다. 그런데 남편은 채소를 너무 좋아하는 반면 난 별로다.”

-자기에 대해 자신이 없어하는 사람에게 어떤 충고를 해주겠는가.
“우선 자신의 기분이 최고조이었을 때를 생각하라고 이르겠다. 그리고 감사하는 것에 대해 리스트를 작성하라고 조언하겠다. ‘나는 좋은 딸인가’ ‘나는 좋은 어머니인가’ 또는 ‘나는 좋은 친구인가’라는 질문을 본인에게 하면서 자신의 무엇이 자랑스러운지를 생각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이 영화도 그런 것들을 얘기하고 있다.”

-결혼하기 전의 데이트에 대해 말해보라.
“난 과거 몇 명의 애인을 두었고 또 그들과 동거했다. 그러나 그 누구와도 결혼할 마음은 없었다. 그 중의 어떤 사람은 나와의 미래를 얘기한 적도 있지만 난 그것을 피해 갔다. 그러나 난 내 과거 애인들과 친구처럼 지낸다. 그들은 내 결혼식에도 왔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데드풀 2(Deadpool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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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풀이 적이 타고 달리는 차에 올라 재주를 부리고 있다.

액션·유머·살육전 범벅의‘불사신’수퍼 히어로 영화


액션과 유머와 피비린내 나는 살육을 과다하게 뒤섞어 느긋느긋한 맛이 나는 이 수퍼 히어로 풍자영화는 2016년에 나와 비평가들의 호평과 함께 흥행서도 크게 성공한 ‘데드풀’의 속편이다. 
불사신 데드풀의 역을 맡은 라이언 레널즈(각본 겸)는 이런 액션영화로선 보기 드물게 전편으로 골든 글로브 주연상(코미디/뮤지컬 부문) 후보에까지 올랐었다.
따라서 속편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데 신선감이 있다기보다 보고 듣고 경험한 것을 다시 겪는 기시감만 가득하다. 액션과 상소리와 자기 비하적인 농담도 그렇고 ‘세이 애니씽’을 비롯해 닥치는 대로 여러 영화들을 모방하고 풍자해 마치 전편의 남은 찌꺼기를 보는 느낌이다. 
특히 이번에는 마블만화의 산물인 데드풀이 역시 마블만화의 주인공들인 X-멘의 인물들과 결합해 길길이 날뛰면서 총과 칼 등 온갖 흉기와 육체를 동원해 쏘고 찌르고 자르고 치고 박고 때리면서 난리법석을 떨어대 피바다 액션 소화불량에 걸릴 지경이다. 
액션과 농담이 반복에 반복을 거듭하는 바람에 보는 사람 지치고 지루하게 만드는 조미료를 과다하게 친 짬뽕과도 같은 영화. 오프닝 크레딧 장면에서부터 데드풀이 치르는 액션이 요란한데 007 시리즈를 흉내 내고 있다. 이런 식으로 이 영화는 창의성이 있다기보다 남의 것을 베껴 먹은 모조품이다. 
데드풀은 이제 사랑하는 여인 바네사(모레나 바카린)와 함께 아기 낳고 평화롭게 살아보려고 둘이서 뜨거운 정사를 벌이는 순간 데드풀에게 원한이 있는 자들이 보낸 야쿠자와 갱스터 그리고 러시안 살인자들이 들이닥친다. 데드풀과 이들 간에 피비린내가 나는 대규모 살육전이 벌어지는데 목과 팔 다리가 절단되면서 아수라장을 이룬다. 그리고 바네사가 살해되면서 데드풀은 자기도 죽기를 바라지만 그는 불사신이어서 죽지도 못한다. 그가 할 일은 복수뿐.
이어 장소는 X-멘의 돌연변이들이 교육을 받는 학교로 옮겨진다. 교장은 역시 찰스 사비에르. 그리고 데드풀은 X-멘을 조롱하는 농담을 늘어놓는다. 데드풀의 도착에 이어 이 학교에 나타난 자가 미래에서 시간을 타고 건너 온 기계 팔을 가진 케이블(조쉬 브롤린). 그는 이 학교에서 자라 앞으로 자기 아내와 딸을 죽일 화염을 내뿜는 능력을 지닌 14세난 러셀(줄리안 데니슨)을 사전에 처치하기 위해 온 것. 이런 플롯도 ‘터미네이터’를 연상시킨다. 
데드풀은 러셀을 구하기 위해 나머지 돌연변이 학생들을 규합해 케이블과 대결하면서 또 한바탕 액션이 콩 튀듯 한다. 데드풀의 또 다른 동지들로는 초능력을 지닌 도미노(제이지 비츠)와 타이태니엄 피부를 지닌 막강한 러시안 콜로서스가 있다. 
데드풀은 액션 하느라 바쁜 와중에도 관객을 향해 별의 별 농담을 해대는데 도로 상의 대규모 차량충돌 장면에서는 “이것은 다 특수효과”라고 가르쳐 주는가 하면 자기가 전편으로 골든 글로브 주연상 후보에 올랐으니까 이번에는 아카데미가 자기를 주시하게 될 것이라고 자기선전까지 하고 있다. 어림도 없는 소리! 연기라곤 말 할 것 없는 영화이지만 그런 중에 비츠가 신선한 감을 준다. 제3편이 나올 것이 분명하다. 데이빗 리치 감독. R. Fox. ★★★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북 클럽(Book Club)


북 클럽 친구들. 왼쪽부터 다이앤, 비비안, 샤론 그리고 캐롤.

제인 폰다, 다이앤 키튼 등 화려한 캐스팅... 유한 할머니들의 섹스 코미디


시니어 시티즌 할머니들도 얼마든지 섹스를 즐길 수 있다면서 베테런 여우들(이들과 관계된 남자 배우들도 역시 베테런 스타들)이 찧고 까부는 섹스 코미디로 철딱서니 없는 진부한 영화지만 잘 차려 입고 마음껏 화장을 한 기라성 같은 스타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저 웃고 즐길 만은 하다. 
유한 할머니들이 변태적이요 얄궂은 섹스 소설을 읽으면서 안에 잠복해 있던 성적 욕망이 분출, 새로 로맨스를 발굴한다는 얘기인데 영화라기보다 시트콤 같다. 오스카상을 탄 배우들이 어쩌다 이런 영화에 나왔는지는 모르겠으나 연기나 대사나 내용이 다 판에 박은 것 같은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영화. 나이 먹은 여자들의 영화다. 
LA에 사는 유한 할머니들인 베벌리힐스의 호텔주인 비비안(제인 폰다)과 막 이혼한 주부 다이앤(다이앤 키튼) 그리고 20년 전 남편 탐(에드 베이글리 주니어)과 이혼한 뒤로 남자를 멀리해온 판사 샤론(캔디스 버겐) 및 유일하게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식당 경영인 캐롤(메리 스틴버젠)은 친구로 북 클럽 회원. 
비비안은 남자와의 오랜 관계를 마다하고 두려워하는 여자요, 다이앤은 애리조나에 사는 두 딸로부터 이사를 해 함께 살자고 시달림을 받고 있고, 샤론은 전 남편이 새파랗게 젊은 여자와 결혼한다는 소식에 대경실색을 한다. 그리고 캐롤은 비록 자기를 사랑하는 건실한 남편 브루스(크레이그 T. 넬슨)와 잘 살고 있지만 화끈한 정열이 그리워 안달이 났다. 
이런 넷이 비비안이 고른 섹스소설 ‘50 셰이드 오브 그레이’(50 Shades of Grey)를 읽는 중에 잠잠하던 여성 섹스 호르몬이 요동을 하면서 새로 남자도 만나고 남편과의 관계에도 다시 불길이 당겨진다는 케케묵은 소리.
비비안은 자기 호텔에 묵는 학창시절의 옛 애인 아서(단 잔슨)를 오랫만에 만나 옛 사랑이 재점화 되고, 다이앤은 딸들을 보러가는 비행기를 탔다가 옆자리에 앉은 잘 생긴 남자 미첼(앤디 가르시아-나중에 알고 보니 조종사)과의 얄궂은 접촉으로 그와 사귀게 되고, 샤론은 온라인 데이트 사이트를 통해 조지(리처드 드라이퍼스)를 만나 데이트 당일에 카섹스를 즐긴다(그러나 노골적인 섹스신은 기대하지 마시라). 그리고 캐롤은 아내가 도대체 결혼생활에 있어 뭐가 불만인지를 몰라 어리둥절해 하는 브루스를 각성시킨다. 해피 엔딩.
기라성 같은 여배우들이 허약한 유머를 남발하면서 하는 연기가 보기에 민망스러운데 이들은 마치 패션쇼를 하듯이 화려한 옷을 자주 갈아입는다. 세트도 화려한데 외관이 내용보다 낫다. 빌 홀더만 감독. PG-13. Paramount.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수호자들(The Guardians)


프랑신(왼쪽)과 오르탕스가 밭에 씨를 뿌리고 있다.

농촌 돌보는 여인들 강인한 모습
거룩하고 아름답고 심오하게 담다


마치 밀레의 그림 ‘만종’이 현실로 살아난 것처럼 거룩하고 엄숙하며 아름답고 심오한 프랑스 영화로 내용과 연기와 촬영과 음악과 연출이 모두 완벽한 농촌영화다. 농촌영화요 전쟁영화이자 여성영화이며 전장에 나간 남자들 대신에 농촌을 돌보는 여인들의 강인한 모습을 그린 땀냄새가 물씬 풍기는 극기와 인내의 영화이다.
고전영화의 분위기를 지닌 영화는 얘기를 직선적이요 단순하게 이끌어가지만 안으로 감정이 가득히 고인 심금을 울리는 작품으로 절절히 속으로 끓어오르는 감정은 결정적인 순간에 가서 분출이 된다. 철저하게 절제된 작품인데 와이드 스크린에 펼쳐지는 화면 구성이 완벽한 농촌풍경이 한 폭의 살아 숨 쉬는 그림이다. 
1차 대전 중인 1915년부터 종전에 이르기 까지 몇 년에 걸친 얘기. 파리디에 농가의 남자들은 모두 전장에 나가 이 집의 미망인 주부인 중년의 오르탕스(나탈리 바이)가 농사를 관리한다. 두 아들을 전장에 보낸 오르탕스와 인근에 사는 일가친척들은 똘똘 뭉쳐 산다. 
오르탕스를 돕는 것이 남편을 전선에 보낸 딸 솔랑지(로라 스멧).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손이 모자라 오르탕스는 젊고 아름답고 원기 왕성한 프랑신(이리스 브리)을 임시직 일꾼으로 고용한다.  
프랑신은 고아 출신으로 조용하지만 속은 알찬 여자로 밝고 맑고 근면하고 일을 잘 해(그리고 노래도 잘 부른다) 오르탕스는 그를 풀타임 일꾼으로 고용하고 거의 양녀처럼 여긴다. 영화는 이들 여자들이 밭에 나가 밭을 갈고 씨를 뿌리고 추수하고 타작하는 모습을 여러 차례 자세하게 보여주는데 흙냄새가 날 정도로 사실적이다.
어느 날 오르탕스의 잘 생긴 둘째 아들 조르지(시릴 데쿠르)가 휴가를 맞아 귀가해 프랑신을 보고 마음을 주는데 프랑신도 마찬가지. 그런데 오르탕스는 자기 아들이 천민 고아 프랑신을 좋아하는 것을 강하게 반대한다. 그러나 다시 전장에 나간 조르지와 프랑신은 편지를 나누면서 서로 깊은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오르탕스는 프랑신을 해고, 프랑신은 짐을 싸들고 남편이 전장에 나간 뒤 혼자 어린 딸을 키우는 여자의 집에 일꾼으로 들어간다. 전쟁과 온갖 간난을 견디고 자유를 쟁취한 여인의 이야기이기도 한데 라스트 신이 이 강인한 여인을 치하하고 위로하고 있다. 
신인인 프랑신 역의 브리의 민감한 연기가 돋보인다. 그러나 영화에서 깊은 감명을 느끼게 하는 것은 베테런 바이의 연기다. 거의 무표정한 얼굴로 희로애락의 감정을 섬세하면서도 든든하게 보여준다. 거의 무서울 정도로 차분한 연기다. 
또 하나 훌륭한 것은 베테런 영화음악 작곡가 미셸 르그랑(‘쉘부르의 우산’)의 음악. 곱고 우아하고 서정적인 멜로디가 농촌 풍경과 작품의 내용을 절묘하게 뒷받침 해주고 있다. 감독(공동 각본 겸)은 사비에르 보봐로 옛날 스타일의 대가적인 솜씨를 보여주고 있다. 
Music Box. ★★★★★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야수(Beast)


미녀 몰과 야수 파스칼(오른쪽)은 주위의 눈길을 무시하고 사랑에 함몰된다.

정열적 사랑과 연쇄살인 둘러싼 스릴러


애매하고 함축성 있는 제목을 가진 이 영화는 끝까지 우리의 기대를 뒤집어 엎어놓는 분위기 스산한 범죄 심리 스릴러요 정열이 뒤끓는 러브 스토리이자 공포영화에 가까운 살인 미스터리요 일종의 우화다. 내용이 프랑스 우화 소설 ‘미녀와 야수’를 생각나게 하는데 영화는 이 글과 달리 매우 어둡다. 
감정과 정열을 눌린 채 사는 어두운 과거를 지닌 여자와 역시 어두운 과거를 지닌 정체불명의 야성적 남자간의 활활 타들어가는 사랑과 이들 간에 벌어지는 고양이와 쥐의 심리적 게임을 강렬한 연기와 함께 계속해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기민한 연출 수법으로 다룬 영국 드라마다. 욕망과 위험 그리고 순수와 죄의식이 음험하게 뒤엉킨 쓴맛 나는 드라마다.
그림 같은 작은 섬 저지에 사는 20대 후반의 빨강머리 몰(제시 버클리)은 엄격한 어머니 힐라리(제랄딘 제임스)와 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다. 여동생과 오빠는 다 결혼했지만 몰은 가혹할 정도로 지배적인 어머니의 지시를 받으며 감정의 문을 닫아 걸은 채 질식할 것 같은 삶을 살고 있다. 
몰은 집에서 열린 자기 생일 파티에서도 한 쪽에 밀려 있다가 갑자기 파티 장소를 떠나 바에 들러 술에 취해 미친 듯이 춤을 춘다. 그리고 이튿날 새벽 거의 홈리스 차림의 사냥꾼 남자 파스칼(자니 플린)을 만나면서 둘은 서로에게 강하게 이끌린다. 비록 파스칼은 허름한 차림이나 야성적 매력을 지닌 미남. 둘은 서서히 가까워지는데 몰은 짓눌렸던 정열이 용솟음치면서 파스칼을 불타듯이 사랑하게 된다. 
한편 마을에서 소녀 연쇄살인사건이 일어나면서 경찰은 유력한 용의자로 전과가 있는 파스칼을 지목한다. 그러나 소녀 시절 폭력적인 사건을 저질렀던 몰은 파스칼을 절대적으로 믿고 그를 옹호하려고 경찰에 허위 진술까지 한다. 몰과 파스칼은 같은 종류인 셈이다. 
영화는 과연 누가 야수요 짐승인가를 명확히 밝히질 않으면서 우리의 궁금증을 부추기고 있다. 애완동물과 같은 버클리와 야생동물 같은 플린이 서로 애증에 가까운 감정의 줄다리기를 하며 정열적이면서도 통렬한 로맨스 불꽃을 태운다. 기막힌 콤비를 이룬다. 그리고 섬의 아름다운 풍경에 상반되는 내용과 주인공들의 어두운 내면을 잘 대비시킨 촬영도 매우 좋다. 마이클 피어스의 감독(각본 겸) 데뷔작으로 장인의 솜씨다. Roadside Attractions. ★★★½(5개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