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8년 4월 1일 일요일

건 크레이지 U.S.A.


마침내 학교 교직원들이 총을 차고 출근하게 됐다. 최근 플로리다 주는 학교의 코치와 카운슬러 및 사서들의 교내 총기 휴대를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는 얼마 전 파크랜드의 한 고등학교에서 일어난 대형 총기살상 사건에 대응한 조치다. 이 참사를 계기로 지난 24일에는 미 전국에서 젊은 학생들이 강력한 총기규제를 요구하는 시위에 참석, 다음 선거에서 총기규제에 미온적인 정치인들을 갈아치우겠다고 선언했다.   
플로리다의 법안이야말로 근시안적이요 가히 희극적인 조치다. 코치나 카운슬러가 부부싸움이라도 하고 출근해 아직도 화가 안 풀려 소지한 총을 쏘면 어떻게 하겠는가. 간디는 “눈에는 눈으로는 온 세상을 눈멀게 만든다”고 말했는데 이런 ‘총에는 총으로’ 식의 대처야 말로 또 다른 총기참사를 불러올 소지를 다분히 안고 있다.
미국에서는 학교뿐 아니라 교회에도 총을 차고 들어가 예배를 볼 수 있다. 2016년 미시시피 주는 훈련을 받은 특정인들이 총을 소지하고 교회에서 예배를 볼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또 텍사스 주에서는 대학교에 총을 갖고 들어가도 되는 법안이 통과됐다. 바야흐로 미국은 서부시대로 돌아가고 있다고 하겠다.
서부시대는 총으로 개척된 시대다. 개척자들이 미 대륙의 원주민인 아메리칸 인디언들을 살육하고 서부를 정복하는데 일등공신 노릇을 한 것이 연발장총 윈체스터다. 윈체스터는 그래서 미국을 상징하는 무기로 취급된다.
많은 웨스턴에 나오는 장총이 다 이 윈체스터인데 이와 반면 서부시대 건맨들이 차고 다니다 결투할 때 쓰던 권총으로 유명한 것이 콜트다. 현대에 들어와서 제조된 세상에서 가장 막강한 파괴력을 지닌 권총은 ‘더티 해리’(Dirty Harry)에서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쓴 .44 매그넘(사진)이다.  윈체스터를 찬양한 걸작 웨스턴이 제임스 스튜어트가 나온 ‘윈체스터 ’73‘(Winchester ‘73)다. 윈체스터 ’73는 1873년에 제조된 것으로 역대 그 어느 총보다 우수한 성능을 지녔는데 ‘서부를 쟁취한 총’으로 불리고 있다.
이 영화는 스튜어트가 캔자스 주 다지 시티의 미 독립기념일 사격시합에서 1등 상품으로 탄 윈체스터를 라이벌로부터 강탈당한 뒤 총을 되찾기 위해 집요하게 범인을 추적하는 액션 웨스턴이다. 영화에서 사람들이 윈체스터를 손에 들고 바라보면서 감탄하는 모습이 마치 맘몬을 숭배하는 사람들처럼 황홀무아지경이다.
미국사람들은 총을 물신숭배 하듯이 섬기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몇 년 전 통계에 의하면 미국에는 2억6,000만 정도의 총이 있는데 매년 1만 명 이상이 총에 의해 생명을 잃고 있다. 또 하바드대 조사에 의하면 미국 아이들은 15세가 되기 전 총에 의해 살해될 가능성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5배 이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파크랜드 사건의 범인인 18세난 틴에이저가 중화기 살상무기를 장난감 가게에서 딱총 사듯 했으니 이런 통계가 나옴직도 하다
미국에서 총에 의한 대형 참사가 일어날 때마다 강력한 총기규제를 촉구하는 운동이 일고 있지만 매번 유야무야 식으로 끝이 나고 말곤 한다. 미 헌법이 시민의 무기 소지를 보장하고 있는데다가 500만여 명의 회원을 가진 미 총기협회(NRA)의 막강한 세력과 자금과 로비 탓이다.
파크랜드 사건 후 트럼프가 마지못해 총기규제안을 내놓으면서도 당초 말한 것과 달리 총기구입 연령을 21세로 상향하는 내용을 뺀 것도 NRA가 두려웠기 때문이다.
총은 영화에서 사람 못지않게 중요한 구실을 해왔는데 특히 웨스턴과 범죄영화인 필름 느와르에서 필수품으로 쓰이고 있다. ‘건’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명작 웨스턴으로는 그레고리 펙이 주연한 ‘건화이터’(The Gunfighter)와 버트 랭카스터와 커크 더글러스가 공연한 ‘O.K.목장의 결투’(Gunfight at O.K. Corral) 그리고 글렌 포드가 주연한 ‘필살의 일발’(The Fastest Gun Alive) 등이 있다.
존 웨인이 주연한 ‘리오 브라보’(Rio Bravo)에서는 딘 마틴과 릭키 넬슨이 라이플을 이렇게 노래로 찬미하고 있다. “해는 서쪽으로 지고 소떼는 냇가로 내려가네/개똥지빠귀가 둥지에 몸을 풀면 카우보이가 꿈을 꿀 때지/진홍빛으로 물드는 계곡이 내가 머물 곳이지/내 좋은 세 친구들인 내 라이플과 내 말과 그리고 나와 함께.” 노래 잘 부르다가 곧 이어 라이플과 권총이 동원된 결투가 벌어진다.   
권총이 살육과 성애의 상징으로 쓰이고 있는 영화가 허무하고 폭력적인 흑백 소품 느와르 ‘건 크레이지’(Gun Crazy)다. 젊은 부부 강도 바트(존 달)와 애니(페기 커민스)의 강도와 살인 행각을 그린 흥미진진한 작품이다. 소녀 모습의 애니가 도발적인 자세로 한 손으로 6연발 권총을 든 채 다른 한 손으로는 자동차 연료통에 개스를 넣는 모습은 남녀 간의 섹스를 묘사한 자극적인 장면이다. 고도로 강력한 총기규제법이 마련되지 않는 한 파크랜드와 같은 대형 참사는 언제라도 다시 일어나게 마련이다. 미국은 참으로 ‘더 유나이티드 스테이츠 오브 건 크레이지 아메리카’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2018년 3월 26일 월요일

‘툼 레이더’서 라라 크로포트 역 알리시아 비칸더



비디오 게임을 바탕으로 만든 액션 모험영화 ‘툼 레이더’(Tomb Raider)에서 7년 전에 사라진 영국인 모험가 아버지(도미닉 웨스트)를 찾아 일본 근해의 전설적인 섬에 도착, 초현실적인 악령과 다투는 여전사 라라 크로프트로 나온 스웨덴 태생의 알리시아 비칸더(29)와의 인터뷰가 최근 베벌리힐스의 포 시즌스 호텔에서 있었다. 그런데 라라 크로프트의 모험은 지난 2001년 앤젤리나 졸리 주연의 영화로 만들어졌고 2003년에는 속편도 나왔다.
가무잡잡한 피부의 소녀티가 나는 비칸더는 액센트가 있는 말로 미소를 지으며 질문에 상냥하고 솔직하게 대답했다. 비칸더는 작년에 ‘대양 사이의 빛’(2016)에서 공연한 마이클 화스벤더 와 결혼했다.

-영화를 위해 신체를 강건하게 단련시킨 뒤 뛰고 달리고 헤엄치면서 온갖 액션을 과감하게 해냈는데 소감은.
“난 어려서 춤을 배워 그런 액션을 춤의 연장으로 여겼다. 역을 위해 몇 달간 역기를 드는 외에도 등반과 격투를 배웠다. 그리고 수영과 자전거 달리기도 연습했는데 온 몸이 고통에 시달려야 했다. 근육만 12파운드 늘렸다. 그러나 힘을 지닌다는 것이 대견하고 즐거웠다.”

-영화에서 어떤 부분이 가장 힘들었는지.
“강물에 휩쓸려 내려가는 부분이다. 이와 함께 영화 첫 부분에서 링에 올라 격투를 하는 장면도 힘들었다. 너무 쑥스러워 제작진들에게 얼굴을 돌리라고 부탁하고 싶었다.”

-오는 10월에 30세가 되는데 특별히 축하할 계획이라도 있는가.
“어렸을 때 30이 되면 다 자란 것으로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젠 잘 모르겠다. 한 가지 좋은 점은 나이를 먹으면서 점점 더 내가 스스로에 다가가고 있다고 느껴지는 것이다. 그래서 한 살 더 먹는 것이 행복하다. 특별한 축하 계획은 없지만 파티하고 춤 출 것이다.”

-지금 20세 난 알리시아에게 인생의 충고를 해준다면 어떤 것이겠는가.
“그 나이 때는 장래 문제로 압박을 심하게 받을 때다. 난 20세의 내게 너무 자신에게 혹독하지 말고 남의 말을 따라 갈 것이 아니라 자기가 사랑하는 것에 귀를 기울이라고 말해주겠다. 그 나이에 장래가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해 너무 압박감을 느끼지 말라는 것이다.”

-40세가 됐을 때 이루고픈 꿈은.
“난 내가 사랑하는 것을 할 수 있는 행운아다. 난 내 삶에 있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어쩌면 그 땐 지금과 다른 길을 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40이 됐을 때 나 자신도 놀랄 삶을 살고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
라라 크로프트(알리시아 비칸더)가 절해고도의 절벽을 타고 올라가고 있다.


-만인이 다 잘 아는 라라 크로프트 역을 하면서 우려한 점이라도 있는가.
“라라는 22년 동안 만인에게 잘 알려진 인물인데다 앤젤리나 졸리가 이미 영화에서 주연을 해 신경이 많이 쓰였다. 그래서 그 역을 더 귀중하게 생각해야 했다. 그러나 또 한편 배우로서 영화를 함께 만드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라라를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꼈다. 그런 걱정과 염려가 오히려 추진력이 됐다. 그리고 옛것과 달리 무언가 새로운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영화는 부녀간의 관계를 얘기하고 있는데 당신과 아버지와의 관계는 어떤가.
“내 아버지는 영화와 달리 항상 내 곁에 계시는 내게 매우 중요한 사람이다. 나도 라라처럼 아버지를 무척 사랑하는데 나의 아버지는 자신의 딸에 대해 매우 행복하게 느끼고 계실 것으로 생각한다.”

-어려서부터 라라 크로프트와 같은 액션 모험 얘기를 좋아했는가.
“그렇다. 어머니는 내게 유럽의 예술영화들을 소개해 주었지만 난 그것보다 ‘인디애나 존스’와 ‘머미’ 같은 영화들을 더 좋아했다. 어려서 부터 책도 이집트신화 겉은 것을 통독했다. 라라 크로프트도 그와 같은 부류에 속한다.”

-비디오 게임을 하는가.
“그렇다. 10대 때 시작해 지난 15년간 그 게임을 즐겨왔다. 그런데 그 것은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 일이어서 요즘은 그 것을 즐길만한 여유가 없다. 그러나 이 역을 위해서 게임을 연습했다.”

-얼음처럼 찬 물 속에서 촬영을 하느라고 온 몸이 새파랗게 됐다고 들었는데.
“그렇다. 그런데 촬영이 다 끝난 줄 알았더니 촬영 팀이 내게 와 한 번 더 찍어야 한다고 말했다. 난 처음에 농담하는 줄 알았다. 몸의 온도를 유지하려고 안간힘을 썼는데 너무 힘이 들어 거의 잠에 빠질 지경이었다.”

-라라 크로프트는 모험가인 아버지의 기질을 본받고 있는데 당신은 부모의 어떤 기질을 갖고 있는지.
“배우인 내 어머니가 날 영화의 세계로 안내했다. 지금도 그 점에 대해 감사한다. 난 아직도 어머니가 나온 영화들을 본다. 그러니까 연기가 우리의 같은 기질이라고 보겠다. 아버지는 모험과 공상과학 팬인데 그 점에서 우린 닮았다고 본다. 아버지는 정신과 의사로 사람들과 인간성 그리고 그들의 성격에 대해 관심이 많다. 배우로서의 내 일도 이와 비슷하다. 그래서 나는아버지와 종종 사람과 인간 행동에 관해 얘기를 나눈다.”

-결혼해서 뭔가 달라진 점이라도 있는가.
“난 사랑을 믿지 결혼을 믿는 것이 아니다. 난 언제나 로맨틱이었다. 사람들이 인생에서 찾고 희망하는 것은 사랑이다. 사랑에 대해 가장 잘 배울 수 있는 길은 사랑을 받는 것이다.”

-배우로서의 초기에 퇴짜를 많이 받았는가.
“그것은 배우들의 일상사다. 그로 인해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는 것을 배웠다. 그리고 젊은 배우 지망생들이 내게 자문을 구하면 난 늘 퇴짜 맞을 각오를 하라는 것을 주지시킨다. 오디션에 응한 뒤 하루 종일 전화 옆에서 결과를 기다렸으나 ‘노’라는 말조차 해주지 않더라. 그러나 그런 퇴짜가 있어서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연기를 포기할 생각이라도 했었는가.
“사람들이 내게 ‘앞으로 뭘 하겠느냐’ ‘학교에 갈 생각이냐’고 물으면 난 그저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꽃가게와 옷가게에서 일하면서 스트레스를 무척 받았다. 계속해 퇴짜를 받았더라면 학교에 가서 영화제작을 공부해 지금 제작자가 되었을지 누가 알겠는가.”

-최근 들어 여성들이 만들고 주연한 영화들이 관객의 호응을 받고 있는데 그런 경향이 계속되리라고 보는가.
“그렇다. 할리웃의 풍토가 변하고 있다. ‘헝거 게임’을 비롯해 ‘원더 우먼’과 같은 영화들의 성공은 모든 여자배우들에게 있어서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난 아주 긍정적으로 느끼고 있다. 최근 들어 각본가들과 통화를 했을 때도 그들은 여자가 주인공인 영화에 대해 관심을 많이 보였다. 그런 영화들이 이제 막 꽃들을 피우고 있다. 흥분되는 일이다. 소수계와 여성들이 주인공인 영화들이 많이 만들어질 때가 왔다고 본다.”

-후배 여배우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겠는가.
“너 한 사람의 목소리가 매우 중요하니 남에게 밀리지 말고 할 말은 당당히 하라는 것이다.”

-좋아하는 음식은.
“난 어촌에서 태어나 생선을 좋아한다.”

-음악을 사랑하며 그것이 연기하는데 어떤 영향이라도 미치는가.
“음악에 대해 제대로 교육을 받진 못 했으나 음악을 사랑한다. 그러나 난 7년간 바이얼린을 연주했다. 자라면서 클래식 음악을 주로 들었는데 아마 내가 발레를 연수했기 때문인 것 같다. 연기를 할 때면 음악이 직접적으로 나의 감정에 접근해오곤 한다. 그래서 난 이어폰을 세트에 갖고 음악을 듣는다. 그 것은 촬영 중간의 나만의 휴식의 구실도 한다. 주로 가사 없는 음악을 듣는다. 전자음악, 테크노음악, 클래식 및 재즈 등 다양한 음악을 즐긴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개들의 섬(Isle of Dogs)


소년 아타리가 동료 개들과 함깨 사진 속의 애견 스파츠를 찾아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잃어버린 개 찾아라”견공들이 펼치는 기발한 모험


독특하고 변덕스럽고 창조적인 작품을 잘 만드는 웨스 앤더슨 감독의 스톱-모션 만화영화로 그가 2009년에 만든 스톱-모션 만화영화 ‘판타스틱 미스터 폭스’를 연상케 만드는 기발한 작품이다. 세트와 애니메이션 그리고 화면구도와 눈부신 시각효과가 다 훌륭한 작품으로 액션과 모험과 유머와 함께 정치적 사회적 의미마저 갖춘 고품질의 영화다.
앤더슨의 개와 일본과 일본영화에 바치는 헌사와도 같은데 그는 타이코 북소리와 스시와 벤토 그리고 스모경기와 사당을 비롯해 고양이와 도시로 미후네 등 일본의 모든 것을 흠모하고 찬양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일본 인물들은 일본어로 말하고 일본 개들은 할리웃의 기라성 같은 스타들의 음성으로 말을 한다.
주제는 영웅적인 주인공 소년이 오합지졸 견공 동료들과 같이 잃어버린 친구와 진실과 정의를 찾아가면서 겪는 얘기인데 플롯이 다소 복잡하다. 영화는 챕터 식으로 진행된다. 처음에 어떻게 해서 10세기 전 일본 열도를 헤매던 들개들이 길들어져 인간의 애완용이 되었는지가 설명된다.
20년 후의 일본 메가사키 시. 연임을 노리는 독재적인 시장 고바야시(미후네를 똑 닮았다)는 고양이를 사랑해 본토의 개들을 다 멸종시킬 음모를 품는다. 그는 인체에 전염되면 치명적이라면서 개 독감을 핑계로 개들을 ‘쓰레기 섬’에 집단 수용시킨다. 그리고 손수 모범을 보인다고 자기 집을 지키던 개 스파츠(리에브 슈라이버 음성)도 갖다 버린다. 얘기는 본토와 쓰레기 섬을 오락가락 하면서 서술된다.
버려진 개들 중에 다섯 마리의 개가 큰 활약을 하는데 이들은 지도자 격인 렉스(에드워드 노턴)와 야구팀 마스코트였던 보스(빌 머리)와 개밥광고 모델이었던 킹(밥 발라밴)과 가십 즐기는 듀크(제프 골드블럼). 여기에 떠돌이 치프(브라이언 크랜스턴)가 합류한다. 그리고 치프는 과거 개 쇼의 주인공이었던 암캐 너트멕(스칼렛 조핸슨)을 보고 단숨에 넋을 잃는다. 
이어 섬에 자기가 사랑하던 스파츠를 찾으러 고바야시의 12세난 조카 아타리가 경비행기를 몰고 와 불시착한다. 그리고 아타리와 렉스 일행은 섬의 한 쪽 끝에서 개 잡아 먹는 개들과 함께 사는 것으로 알려진 스파츠를 찾아 나선다.  
한편 일본에 교환학생으로 온 트레이시(그레타 거윅)에 의해 고바야시의 음모가 폭로되자 고바야시가 섬의 개들을 멸종시키기 위해 공격용 로봇 개들과 드론을 투입하면서 액션이 일어난다. 요코 오노가 고바야시의 정적의 여비서 음성연기를 하고 이 밖에도 프랜시스 맥도먼드, F. 머리 에이브래햄, 틸다 스윈턴 등이 음성연기를 한다. 영화에서 또 하나 훌륭한 것은 타이코 북소리를 중심으로 한 추진력 있는 타악기 음악으로 얘기를 힘차게 밀고 나간다. 음악은 올해 ‘물의 모양’으로 오스카상을 탄 알렉상드르 데스플라가 작곡했다. PG-13. Fox Searchlight. ★★★½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마지막 초상화(Final Portrait)


지아코메티(오른쪽)의 요구에 따라 미국의 미술작가 로드는 초상화의 모델이 된다.

초상화 그리면서 겪는 일상들... 제프리 러쉬의 내면연기에 경탄


길게 늘인 인물 조각으로 잘 알려진 스위스의 조각가이자 미술가인 알베르토 지아코메티와 그가 생애 말년에 초상화 모델로 삼은 미국의 젊은 미술작가 제임스 로드와의 관계를 다룬 인물성격 묘사 소품 실화로 배우인 스탠리 투치가 각본을 쓰고 감독했다.
영화의 대부분이 지아코메티의 좁은 스튜디오 안에서 진행돼 2인 연극을 보는 것 같은데 볼만한 것은 지아코메티 역의 제프리 러쉬의 변화무쌍한 연기다. 지아코메티와 얼굴도 많이 닮은 그가 상 거지꼴을 해가지고 줄담배를 태우면서 “xuck”을 후렴처럼 내뱉으면서 변덕스런 연기를 하는 모습이 경탄을 금치 못하게 한다. 그가 오스카 주연상을 탄 ‘샤인’에서의 연기가 생각난다. 
반면 유감인 것은 로드 역의 아미 해머의 인물 묘사와 연기다. 지아코메티의 성격 묘사와 예측불허의 행동이 다채롭게 묘사된 반면 말끔한 차림의 로드는 내면 묘사가 깊이가 부족한데다가 해머의 연기도 목석과 같다. 영화에서 능동적인 역이 지아코메티이고 로드는 모델로 수동적인 역이긴 하지만 해머가 보여주는 로드의 모습은 영양실조에 걸린 듯하다.
1964년 파리에서 활동하고 있는 지아코메티를 방문한 뉴요커 로드에게 지아코메티가 자기 초상화의 모델이 되어 달라고 요구한다. 로드가 이에 응하는데 2-3일이면 끝이 난다는 초상화는 3주나 걸려서야 완성된다. 이 동안에 일어나는 두 사람의 관계를 그렸는데 지아코메티의 불연속적인 작품 활동이 역동적으로 그려졌다. 그런데 지아코메티는 자기 회의론자이면서도 피카소나 샤갈을 우습게 생각한다. 
두 사람을 둘러싸고 등장하는 중요한 사람들이 스튜디오 2층에서 작품 활동을 하는 미술가인 지아코메티의 동생 디에고(토니 샬룹). 그리고 또 다른 중요한 두 사람이 지아코메티의 아내로 과거 남편의 뮤즈였던 아넷(실비 테스튀드)과 지아코메타의 현 뮤즈이자 애인으로 창녀인 캐롤라인(클레망스 포지).
지아코메티는 두 여자를 공유하고 있는데 아넷은 이런 남편의 모욕적인 태도와 철부지 아이 같은 행동에 지치고 좌절감에 빠져 있으면서도 남편을 곁에서 끝까지 지키면서 사랑한다. 테스튀드가 차분하고 깊이 있는 연기를 한다. 이와 반대로 젊고 활기찬 캐롤라인 역의 포지도 협소감이 있는 작품 분위기에 햇살 구실을 한다. 연기와 함께 또 다른 훌륭한 것이 조각과 그림 그리고 페인트와 진흙과 석고로 지저분하기 짝이 없는 스튜디오의 모습을 재현한 세트. R등급. ★★★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2018년 3월 19일 월요일

툼 레이더(Tomb Raider)


라라 크로프트(알리시아 비칸더)가 적을 향해 활을 겨냥하고 있다.

실종 아버지 찾아 무인도서 악당·악령과 벌이는 사투


가무잡잡한 피부에 가녀린 몸을 지닌 스웨덴 태생의 여배우 알리시아 비칸더가 영화를 위해 근육을 20파운드나 늘린 뒤 뛰고 달리고 떨어지고 절벽에 매달리고 급류에 휩쓸리면서 죽을 고생을 하는 액션 모험영화인데 도무지 흥도 신도 안 나고 심심하고 재미없다.
비칸더는 아버지를 찾아 이역만리 무인도에서 나쁜 놈들과 여자 악귀를 상대로 치고 박고 차고 찌르고 활을 쏘면서 맹렬한 킬러로 분주하나 공연히 땀만 흘린 셈이다. 이 영화는 비디오게임을 바탕으로 만든 것으로 ‘덴마크 여자’로 오스카 조연상을 탄 비칸더가 ‘나라고 액션 못할 것 같아’라는 듯이 탈바꿈을 시도한 것인데 아무래도 배역 선정이 잘못 된 것 같다.
특수효과에 지나치게 의존한데다가 플롯에 허점이 많고 또 인물들의 개발이 미흡한 서푼짜리 졸작으로 주인공 여전사 라라 크로프트 얘기는 지난 2001년 앤젤리나 졸리 주연으로 이미 영화화 했고 2003년에는 속편까지 나왔다. 졸리의 영화도 비평가들의 혹평을 들었는데 그래도 졸리가 비칸더보다 낫다.
영국 귀족가문의 재벌 리처드 크로프트 경(도미닉 웨스트)의 딸 라라(비칸더)는 아버지의 재산 상속을 거부하고 런던에서 자전거 배달부로 근근이 살아간다. 리처드는 7년 전 동양으로 인류를 재앙으로 몰아넣을 케케묵은 일본제 악령인 죽음의 여왕 히미코의 무덤을 찾아 떠난 뒤 행불이 된 상태.
아버지의 생존을 믿고 있는 라라는 아버지의 물건들을 정리하다가 아버지가 히미코의 무덤이 있는 일본 근해의 무인도에 갔다는 것을 발견하고 아버지를 찾아 동방여정에 나선다. 먼저 도착한 곳이 아버지가 배를 고용한 홍콩. 여기서 라라는 자기 가방을 훔친 청년들을 상대로 한바탕 액션 실력을 발휘한 뒤 아버지가 고용한 배의 주인의 아들로 술꾼인 루렌(대니얼 우)을 설득해 목적지로 떠난다.
그리고 섬에 도착해보니 잔인무도하기 짝이 없는 킬러 보겔(월턴 고긴스)이 이끄는 무뢰한들의 집단 트리니티가 먼저 와 히미코의 무덤을 찾고 있지 않겠는가. 라라와 루렌은 보겔에 붙잡혀 죽을 고생을 하다가 라라가 무술실력을 발휘해 혼자 탈출한다. 그리고 라라는 동굴 속에서 암굴 왕 몬테 크리스토 백작처럼 살고 있는 아버지를 만나 재회의 기쁨을 나눈다. 신파다.
이제 부녀의 임무는 히미코의 무덤을 찾아내 그것을 파괴하는 것. 그러나 이들의 뒤를 보겔 일당이 쫓아와 라라와 리처드와 보겔 등이 함께 동굴 속으로 깊이 히미코의 무덤을 찾아 간다. 그리고 히미코의 악령이 살아나면서 난리법석이 일어난다.
영화를 보면 ‘인디애나 존스’의 장면들을 그대로 빌려다가 쓴 부분이 많은 것을 발견하게 된다. 감독은 쓰나미 대재난 얘기 ‘웨이브’를 만든 노르웨이의 로어 우턱으로 그의 할리웃 데뷔작이다. 크리스틴 스캇 토마스와 함께 명연기파 데렉 자코비가 단역으로 소모되고 있는데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면 속편이 나올 것처럼 끝이 난다. PG-13. WB. ★★½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엔테베의 7일(7 Days in Entebbe)


독일 테러리스트 보니(왼쪽)와 브리기테가  납치한 에어 프랑스기 앞에 무장을 한 채 서 있다.


1976년 에어 프랑스기 납치사건 소재
구출협상 작전… 액션보다 말만 무성


1976년 6월에 일어난 에어 프랑스기 납치사건을 다룬 영화로 액션과 서스펜스 대신 말이 많다. 이스라엘 정치가들은 납치된 이스라엘 시민을 구출할 방법을 놓고 갑론을박을 하고 납치범들은 그들 나름대로 자신들의 소명을 설명하느라 말이 많다.
액션 영화의 소재를 놓고 정치성이 다분한 드라마를 만들었으니 지루하기 짝이 없는데 신경을 극히 거슬리는 것은 영화 간간이 모던 댄스 장면을 삽입해 내용의 흐름을 막고 있는 점이다. 브라질 감독 호세 파디야는 댄스장면을 극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쓰고 있지만 보고 있자니 짜증이 난다.
이 사건은 1976년 커크 더글러스, 버트 랭카스터 및 엘리자베스 테일러 등 기라성 같은 배우들을 써 ABC-TV가 ‘엔테베의 승리’라는 영화로 만들었고 1977년에는 찰스 브론슨이 주연하는 NBC-TV 영화 ‘엔테베 습격’으로도 만들어졌다. 둘 다 흥미진진한 액션영화로 ‘엔테베의 7일’보다 백배 낫다.
백 수십 명에 달하는 이스라엘 시민과 프랑스 시민들을 태우고 텔아비브에서 파리로 가던 여객기가 2명의 팔레스타인 해방인민전선 단원과 팔레스타인 독립을 지원하는 독일의 두 남녀 테러리스트 보니(다니엘 브륄)와 브리기테 쿨만(로자먼드 파이크)에 의해 납치된다.
그리고 여객기는 식인종 이디 아민이 통치하는 우간다의 엔테베공항에 착륙한다. 납치범들은 이들을 공항 터미널에 수용한 뒤 이스라엘 정부에 대해 이스라엘이 수감한 테러리스트와 승객들을 교환하자고 제의한다.
이스라엘은 절대로 납치범들과 협상을 하지 않는 것을 정책으로 삼고 있어 온건파 이츠학 라빈 수상(리오르 아쉬케나지)과 강경파 시몬 페레즈 국방장관(에디 마산) 등이 참석한 각료회의에서는 이 문제를 놓고 열띤 토론이 벌어진다. 그리고 밖에서는 납치된 사람들의 가족들이 자기 가족들을 살려내라고 아우성을 치면서 정부에 압박을 가한다.
이스라엘 장면과 우간다의 납치범들의 신상 소개 그리고 이들과 납치된 사람들과의 얘기가 오락가락 하면서 서술되는데 납치범들이 납치한 사람들 중에서 이스라엘 시민들을 따로 분리시키면서 공포 분위기가 조성된다. 그런데 영화는 두 독일 납치범들을 매우 인간적으로 다루고 있다.
마침내 이스라엘 군 특공대에 의해 ‘선더볼작전’이 시작되면서 이들을 실은 군용기가 심야에 엔테베에 도착한다. 작전 결과 이스라엘 군 1명과 납치된 사람들 중 4명만 사망하고 나머지는 모두 구출됐다. PG-13. ★★½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김기덕


한국에 불어 닥친 대여성 성폭행 폭로운동인 ‘미투’의 표적 중 한 사람으로 지목 받던 영화와 연극배우이자 대학교수인 조민기가 끝내 자살을 하고 말았다 그의 자살은 2009년 신성 장자연(당시 27세)이 매니저의 압력으로 영화감독과 회사사장 및 신문사 간부들에게 섹스를 제공하다 못해 자살한 것과 역설적인 대조를 이룬다. 이렇게 영화감독이나 제작자가 배역을 미끼로 여배우들로부터 섹스를 착취하던 소파를  ‘캐스팅 카우치’(casting couch)라고 일컫는다. 
지금 한국영화계에서 ‘미투’의 거센 바람을 맞고 있는 유명한 사람이 세계적인 감독 김기덕(57^사진)이다. 최근 3명의 여배우들이 김 감독으로 부터 성추행과 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하면서 이런 소식이 국제적 뉴스감이 되고 있다.
김 감독은 이에 대해 “영화감독이란 지위로 개인적 욕구를 채운 적이 없다”면서 “여자에 대한 관심으로 상대의 마음을 얻기 위해 일방적인 감정으로 키스를 한 적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서로에 대한 호감으로 만나고 서로의 동의하에 육체적 교감을 나눈 적은 있다”고 교언영색적인 단어를 써가며 자기를 변호했다.
그런데 김 감독의 성폭행 문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전에도 이런 문제가 제기됐으나 유야무야 되곤 했다. 한국 영화계에서의 대여성 성폭행의 근원은 한국적 전통인 남성위주와 권위주의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김기덕의 영화에 참여했던 한 스태프가 “그는 왕이었다”고 김 감독의 절대 권력을 표현한 것도 이런 사고방식과 일맥상통한다.
요즘은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과거 한국남자들 사이에서는 ‘여자와 북어는 사흘에 한번 씩 패야 된다’는 말이 유행했었다. 이런 사고방식을 지닌 나라에서 사회전반에 걸쳐 대여성 성폭력이 만연한 것은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김기덕의 영화들은 대부분 어둡고 잔인하고 폭력적이며 가학적인데 특히 여성들은 강간이나 성매매의 희생자들로 자주 나온다. ‘섬’ ‘악어’ ‘나쁜 남자’ ‘사마리아’ 및 ‘파란 대문’ 등이 다 그런 것들이다. 그는 새디스트다. 그런데 성매매를 다룬 ‘나쁜 남자’의 주연남우 조재현도 김기덕과 함께 ‘미투’에 의해 성폭행자로 거명되고 있다.
나는 김기덕의 ‘수취인 불명’이 2001년 9월 토론토국제영화제에 출품됐을 때 그를 처음 만났다. 둘이 한국식당에서 술을 마시면서 대화를 나눴는데 그는 자신의 폭력에 대해 “나는 어두운 것을 통해 밝은 곳에로의 탈출구를 찾으려고 한다”면서 “내 폭력은 어둡지만 유머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나는 그가 2004년 7월 ‘봄, 여름, 가을, 겨울....그리고 봄’의 홍보 차 LA에 왔을 때 다시 만났다. 그 때 그는 “제 영화는 한국에서 안 봐요”라며 한탄을 했다. 그러더니 급기야 2006년에는 “더 이상 내 영화를 한국에서 개봉할 계획이 없다”라고 폭탄선언을 했다. 이 폭탄선언은 후에 오리발선언이 되었지만. 내가 김기덕과 두 차례 만나고 느낀 점은 그가 자기 생각을 직선적으로 표현하긴 하나 다분히 궤변론자라는 것이다.
나는 프랑스의 거리화가 출신인 영화인 김기덕의 작품을 좋아한다. 그의 영화들은 보통 영화들과 파격적으로 다르다. 그는 자기 말대로 ‘불편한 대중성’에 아랑곳 않고 자기 뜻대로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강조하려고 애쓰는 사람이다. 지나치게 예술 지향적이어서 팬들이 극히 제한돼 있긴 하나 그런 점에서 그는 분명 예술가이다.
그의 작품이 매년 세계 유명 영화제들인 칸과 베니스와 베를린 등 국제영화제에 초청되는 까닭도 이 때문이다. 김기덕은 한국에서는 푸대접을 받을지 몰라도 해외에서는 박찬욱과 홍상수 처럼 큰 대접을 받는 감독이다.
그는 2004년에는 원조교제를 다룬 ‘사마리아’로 베를린 국제영화제 감독상을 그리고 같은 해에 남편의 집착과 소유욕으로 피폐해진 여자의 드라마 ‘빈집’으로 베니스국제영화제 감독상을받았다. 이어 2012년에는 끔찍하게 가학적인 ‘피에타’로 베니스국제영화제 대상인 황금사자상을 탔다.
한국에서는 지금 김기덕을 사법 처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현재 성폭행 문제로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미국의 하비 와인스틴 사건의 한국판을 보고 있는 것 같다. 김기덕에 대한 ‘미투’의 폭로가 사실로 드러나면 그의 영화인으로서의 생애도 막을 내리게 될 것이다. 한국이나 세계 영화계로선 큰 손실이나 이를 계기로 한국영화계에서 ‘캐스팅 카우치’의 악습이 사라지게 되기를 기대해 봄직도 하다. 그런데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캐스팅 카우치’가 존재하는 데는 명성과 부를 위해선 어떤 대가도 지불할 용의가 있다는 젊은 연예인들에게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