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7년 7월 24일 월요일

던커크(Dunkirk)


프랑스의 해변도시 던커크에서 철수하는 영국군들이 공습하는 독일 폭격기를 겁에 질려 올려다 보고 있다.

영국군 38만명 스릴넘치는 철수작전‘스펙터클 대작’


처칠 영국수상이 “패배 속의 승리”라고 불렀던 2차 대전 초기 프랑스 해변 휴양도시 던커크로부터의 38만3,000여명의 영국군과 연합군의 해상 철수를 재현한 서스펜스 가득한 탁월한 전쟁 액션 스릴러다. 영국의 크리스토퍼 놀란(‘배트맨’ ‘인셉션’)이 감독했는데 장인의 솜씨가 역력한 매우 혁신적인 구조를 지닌 획기적인 작품이다.   
얘기를 질서정연하게 플롯을 이어가면서 서술하는 대신 영상과 음악(한스 지머의 시종일관 밀어붙이고 몰아대는 불길하게 아름다운 음악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음향으로 서술하는데 대사도 별로 많지 않다.   
유명 스타들과 신인 배우들이 함께 나오는데 그 어느 특정한 인물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골고루 분산시켜 작품의 이곳 저곳에 배치시켰다. 또 가급적으로 군더더기를 뺀 서술 방식과 함께 시간을 겹치거나 근접한 현재와 미래를 오락가락 하면서 정확하고 정교하게 구성했다. 
2차 대전 초기인 1940년 봄 독일군에 쫓긴 영국군과 프랑스 등 연합군 38만 여명은 던커크 해변에서 자기들을 영국으로 수송할 배를 기다린다. 이야기는 육·해·공으로 나누어 보여준다. 
육지의 이야기는 영국군 졸병(피온 와이트헤드)의 눈으로, 바다의 이야기는 영국을 떠나 작은 목재 요트 ‘문스톤’호에 두 10대 소년을 태우고 영국군을 철수시키기 위해 영국해협을 건너는 민간인 도슨(마크 라일란스)의 눈으로, 그리고 하늘의 이야기는 영국 전투기 스핏화이어를 몰고 독일 전투기와 공중전을 벌이는 파일롯(탐 하디-영화 맨 끝에 이르기 까지 얼굴을 가렸다)의 눈으로 서술된다. 
육지의 이야기는 1주일, 바다의 이야기는 하루 그리고 공중의 이야기는 1시간에 서술되는 아주 독특한 작품 구성과 서술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하디와 라일란스 외에 알려진 스타는 해안에서 철수작전을 지켜보는 해군 사령관 역의 케네스 브라나 정도다. 이와 함께 작중 인물들의 배경 설명도 전무하다. 또 2차대전 영화인데도 나치라는 말이 없고 독일군도 맨 끝에 잠깐 배경으로 희미하게 나온다.
이 영화는 일종의 생존기로 아이맥스로 찍은 뛰어난 촬영이 현실감과 현장감을 최대한으로 살려 영화 속의 공포와 혼란과 액션 그리고 전쟁의 아비규환에 빨려들어 가는듯한 사실감에 오금이 저리고 온 몸이 경색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백사장과 선착장에 이르는 다리 위에 빼곡히 줄을 지어 서 있는 군인들을 독일 폭격기가 공격할 때면 마치 직접 공습을 당하는 공포를 느끼게 되고 독일군의 어뢰공격을 받아 침몰하는  영국군함 속의 군인들이 수중에서 살아나려고 허우적거리는 부분에서는 산소 부족으로 호흡이 가빠진다. 이와 함께 스핏화이어의 조종석을 비롯해 폐쇄된 공간을 십분 사용해 협소감에 심신이 심한 압박감을 느끼게 된다.    
이 영화는 또 패배에도 굴하지 않는 영국국민의 끈질긴 국민성을 보여준 작품으로 당시 ‘문스톤’과 같은 수많은 일반 선박들이 영국해협을 거쳐 던커크에 도착해 병력을 철수시켰다. 블록버스터가 판을 치는 여름에 젊은 미국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이 영화가 과연 흥행에 성공할 것인지 궁금하다. 스필버그의 ‘일등병 라이언 구출작전’과 함께 전쟁영화사에 길이 남을 작품이다. PG-13.★★★★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산파(The Midwife)


성격이 판이한 베아트리스(왼쪽)와 클레어는 서로의 삶에 큰 영향을 준다.


성격 상반 두 여인의 조우… 연기파 ‘카트린 드뇌브 vs 카트린 프로’ 대결 


성격이 판이한 두 여자가 만나 처음에는 갈등을 빚다가 관계의 시간이 흐르면서 서서히 떨어질 수 없도록 가까워지고 아울러 상대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과정을 사실적이요 감수성 짙게 그린 프랑스 드라마다. 
프랑스의 베테런 연기파들인 카트린 드뇌브와 카트린 프로가 공연하는 총명하고 균형을 잘 맞춘 약간 코믹한 기운이 있는 성격 드라마로 소위 ‘여성 영화’다. 드뇌브와 프로의 불꽃 튀는 연기 대결이 볼 만한데 제목은 프로가 맡은 역의 직업을 말한다. 
그러나 이 영화는 소심한 프로 보다는 요란할 정도로 자유분방한 드뇌브의 것이라고 해도 좋다. 영화의 내용을 완전히 파악하고 분위기에 젖어 들려면 시간이 다소 필요하지만 천천히 감동을 주는 훌륭한 드라마다.
산파 클레어(프로)가 병원에서 출산을 돕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50대의 홀어머니로 장성한 외아들 시몽(캉탕 돌메어)이 있는 클레어는 고지식하고 심각하며 은둔자처럼 사는 여자. 
어느 날 느닷없이 클레어에게 그의 아버지의 옛날 정부인 베아트리스(드뇌브)로부터 전화가 걸려온다. 클레어의 아버지의 소식을 알고프니 만나자는 것이다. 그래서 클레어와 베아트리스는 수십 년 만에 카페에서 재회한다. 
70대의 베아트리스는 클레어와 정 반대의 성격과 행동양식을 지닌 여자로 풀어헤친 삶을 자유롭게 사는데 나타났다 하면 자기 존재를 과시해야한다. 이는 자신의 보잘 것 없는 출신 배경을 감추고자 하는 제스처다. 클레어는 베아트리스에게 아버지가 죽었다고 통보하는데 아버지는 베아트리스가 자기를 버리자 자살했고 이로 인해 클레어의 삶도 큰 상처를 입었다.   
베아트리스는 클레어에게 자기가 뇌암에 걸려 얼마 살지를 못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둘이 관계를 이어가면서 서로가 상대의 성격에 영향을 받아 삶이 크게 변화한다. 이로 인해 클레어는 교외에 따로 둔 오두막집 옆의 사람 좋은 트럭운전사 폴(올리비에 구르메)과 데이트까지 한다.
두 여인의 관계 묘사가 가슴에 와 닿도록 정감이 있는데 서로 상대방으로 인해 변화해가는 과정이 두 배우의 자연스런 연기에 의해 사실적으로 그려져 보기 좋다. 끝이 가슴이 싸하니 아파오면서도 폴의 말처럼 “인생은 아름다운 것”이라고 느껴진다. 
마르탱 프로보스트 감독. ★★★½(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2017년 7월 17일 월요일

원숭이 혹성의 전쟁(War for the Planet of Apes)


평화를 사랑하는 시저는 가족과 동료들을 구하기 위해 전쟁에 나선다.

원숭이와 인간의 대규모 전면전 액션과 스릴‘여름 블록버스터’


원숭이와 고릴라와 성성이 등 온갖 유인원들이 나와 인간과 싸운다고 난리법석을 떠는 원숭이 영화인데 재미있고 지적이고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이런 놀라움은 물론 기막히게 효과적인 특수효과 탓이 크지만 호전적인 인간과 평화를 추구하는 원숭이간의 대결이라는 내용에서 배울 점도 있다. 특히 트럼프가 보고 배워야 하겠다.
액션과 스릴이 시종일관 보는 사람을 흥분시키는 영화로 특히 인간보다 나은 원숭이들의 관대함과 사랑과 연민 그리고 통찰력 및 코믹한 행동이 여름철 블록버스터 영화를 휴먼 터치(몽키 터치라고 해야겠지만)로 감싸주고 있다. 
이 영화의 원전은 지난 1968년에 나온 찰턴 헤스턴 주연의 ‘혹성 탈출’이다. 그 것을 지난 2011년에 새로 만들었고 이 영화가 히트하면서 속편이 나온 뒤 이번 것은 두 번째 속편이다.
지난 영화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북가주의 원숭이 실험실에서 생산한 바이러스로 인간 못지않게 똑똑한 원숭이들이 만들어진다. 이 바이러스로 인간은 떼죽음을 당한다. 그리고 원숭이들은 실험실을 탈출해 숲속으로 도주한다. 
그 후 10년. 숲 속에 자기들 나라를 구축한 원숭이들과 살아남은 인간들 간에 긴장이 팽배하면서 양자 간에 전면전이 일어난다. 전편의 영화와 이번 영화의 주인공은 원숭이들의 리더로 총명하고 현명하며 평화를 사랑하는 시저(앤디 서키스의 몸과 눈의 움직임을 포착한 모션-캡처 기술로 보여주는 시저의 행동과 희로애락의 감정이 가득한 눈 표정이 절묘하다.)
영화는 새디스틱하고 호전적인 대령(우디 해럴슨)이 파견한 군대가 시저의 영역을 침공해 전투가 벌어지면서 시작된다. 그리고 시저는 평화의 제스처로 인간 포로들을 돌려보낸다. 그러나 대령은 이번에는 자기가 직접 전투에 참가해 원숭이들의 영역을 침공하면서 원숭이들은 피난을 떠난다. 
시저는 가족이 대령의 포로가 되면서 마침내 응전을 결심하고 동지들을 이끌고 대령의 본거지로 향한다. 일종의 원숭이들의 로드 무비인데 이 과정에서 갖가지 액션과 우스운 일들이 일어난다. 일행은 가다가 혼자 남은 소녀 노바(아미아 빌러)를 입양해 알뜰히 돌본다.
원숭이들 중에서 재미있는 것은 인간이 ‘배드 에이프’라고 명명한 나이 먹은 떠돌이 원숭이(스티브 잰). ‘배드 에이프’는 때로 살벌하고 폭력적인 영화에 코믹한 쉼표 구실을 한다. 
또 다른 것은 동정심 많고 상냥한 붉은 털의 성성이 모리스(캐린 코노발). 우스우면서도 인자해 보기에 좋다.
원숭이들의 감금과 그들에 대한 가혹 행위 그리고 탈출과 음모와 배신이 이어지면서 마침내 원숭이들과 인간의 치열한 전쟁이 일어난다. 
특수효과로 만들어진 원숭이들의 수화와 동작으로 표현되는 대화 그리고 이들의 몸짓과 움직임과 표정이 경이롭다. 이 영화는 성공한 ‘몽키 비즈니스’다. 맷 리브스 감독. ★★★½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레이디 맥베스(Lady Macbeth)


욕정에 불타는 캐서린은 방해되는 자들을 하나씩 제거한다.

욕정 사로잡힌 새색시 연쇄살인 음울하게 그려


처녀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더니 성적으로 좌절감에 빠진 젊은 새색시가 한을 품으니 여러 사람 저승길로 간다. 러시아 소설 ‘므첸스크 디스트릭의 레이디 맥베스’가 원작으로 이 소설 내용을 쇼스타코비치가 오페라로 만들었다가 스탈린에게 퇴폐적 작품이라는 낙인이 찍혀 음악가로서의 생애는 물론이요 목숨마저 위험에 빠졌던 일화가 유명하다.
섹스와 살인과 음모 그리고 권위에의 저항이 있는 어둡고 정열적이요 음울하면서도 안으로 끓어오르는 멜로드라마로 연기와 촬영과 의상이 모두 훌륭한 재미 만점의 작품이다. 특히 질식할 것 같은 부부 생활에서 탈주한 여자의 이야기여서 ‘보바리 부인’과 ‘안나 카레니나’ 및 ‘차털레이 부인의 연인’을 생각나게 한다. 또 바람이 휩쓸고 지나간 황량한 영국의 멀리 떨어진 시골 정경이 ‘폭풍의 언덕’을 연상케 한다.
1865년. 영국 북부 노덤버랜드의 황량한 시골의 외딴 대저택에서 사는 40세의 알렉산더(폴 힐튼)는 방년 17세의 캐서린(플로렌스 퓨)을 아내로 맞는다. 알렉산더와 그의 아버지 보리스(크리스토퍼 페어뱅크)는 부유한 광산주로 2세를 보기 위해 플로렌스의 아버지로부터 딸을 땅과 함께 매입했다.
차갑고 기분 나쁜 분위기를 풍기는 폭군적인 알렉산더는 신혼 초야의 행위를 거부한다. 그리고 아내에게 외출을 금지시킨다. 보리스도 며느리에게 적대적이다. 캐서린은 하녀 안나(네이오미 액키)와 몇 명의 하인들이 지키는 저택의 수인이나 마찬가지다. 한창 피가 끓어오르는 나이의 캐서린은 푸른 드레스를 입은 채 창가에서 밖을 내다보면서 자유를 탐낸다.
광산에서 폭발사고나 나면서 알렉산더가 현지로 가고 보리스도 업무 차 런던에 간다. 둘이 없는 동안 캐서린은 외출해 거친 자연을 즐긴다. 그리고 마구간에 들렀다가 젊고 신체 건강하고 도전적인 막일꾼 세바스티안(코스모 자비스)을 만나 둘은 눈이 맞는다.
캐서린과 세바스티안은 주위에 아랑곳 않고 침실과 마구간을 가리지 않고 욕정을 불사르는데 결국 둘의 통정을 안나를 비롯해 알렉산더와 보리스 등 모두가 알게 된다. 이에 가혹한 응징 행위가 가해지면서 안나는 자기가 계획한 음모에 마다하는 세바스티안을 끌어들여 살인을 한다. 이 살인은 연쇄 살인으로 번진다.
계급과 인종문제도 다른 작품으로 아이로니컬하고 애매모호하게 끝이 나는데 퓨(21)가 도도하고 당찬 연기를 알차게 한다. 대성할 배우다. 윌리엄 올드로이드 감독. ★★★½(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할리웃의 아시안


CBS-TV의 인기 수사시리즈 ‘하와이 화이브-0’에 수사관으로 나오는 한국계 배우 대니얼 대 김과 그레이스 박(사진 왼쪽서 두 번째와 첫 번째)이 출연료 문제로 8회째 시즌 촬영에 앞서 도중하차를 발표, 다시 한 번 할리웃의 아시안 배우들에 대한 차별론이 대두되고 있다.
두 사람은 4명의 수사관 중의 일원으로 중요한 역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2명의 백인 수사관 역의 알렉스 오러플린과 스캇 칸(배우 제임스 칸의 아들-사진 오른쪽서 첫 번째)보다 출연료가 적다는 이유로 시리즈를 떠나기로 결정했다. 대니얼과 그레이스의 8회째 시즌부터 인상된 출연료는 에피소드 당 각기 19만5,000달러로 이는 알렉스와 스캇의 출연료보다 5,000달러가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할리웃이 소수계인 아시안을 서자 취급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치욕적으로 아시안을 묘사한 것은 오드리 헵번이 나온 ‘티파니에서 아침을’이다. 여기서 미키 루니가 뻐드렁니를 한 일본인으로 나와 어릿광대 같은 행동을 하는 것을 보면 같은 아시안으로서 분기가 탱천한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할리웃의 아시안 배우들에 대한 처우는 어느 정도 개선된 것은 사실이다. ABC-TV의 아시안 아메리칸 가족에 관한 인기 코미디 시리즈 ‘프레시 오프 더 보트’의 대만인 가장으로 한국계 코미디언 랜달 박이 나오고 AMC 채널의 인기 산송장 시리즈 ‘워킹 데드’의 고정 출연 배우 중 하나로 스티븐 연이 나온 것이 그 실례다. 그러나 아직도 할리웃의 아시안 배우들은 고작해야 단역이나 배경 인물로 나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할리웃에서 활동한 한국계 배우의 원조는 도산의 아들 필립 안. 그는 많은 영화에 나왔지만 역시 모두 단역들. 얼마 전에 다시 본 윌리엄 홀든과 제니퍼 존스가 나온 로맨스 영화 ‘모정’에서도 필립은 단역으로 거의 대사가 없는 제니퍼의 외삼촌으로 나온다. 그나마 할리웃은 필립 안의 업적을 기려 할리웃 명성의 거리에 그의 이름을 새겼는데 이 것은 코리안 커뮤니티의 적극적인 로비의 결과다.
할리웃의 궁극적 목표는 흥행 성공이다. 따라서 할리웃이 아시안 배우를 괄시하는 것은 인종차별에서 라기 보다 흥행성 때문이라고 봐야 옳다. 그래서 올 해 나온 일본만화가 원작인 ‘고스트 인 더 쉘’의 주인공으로 스칼렛 조핸슨을 썼고 작년에 나온 ‘닥터 스트레인지’에서도 아시안 남자 도사 역에 틸다 스윈턴을 썼다가 논란거리가 됐었다. 또 올 해 나온 꼴불견 ‘만리장성’의 주연도 맷 데이먼이다.
그나마 할리웃이 요즘 신주단지 모시 듯 하는 아시안이 중국인이다. 이는 중국이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할리웃의 시장인데다 막대한 중국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한 상술의 하나다. 요즘 할리웃 스튜디오들의 영화를 보면 내용과 별 관계도 없이 중국 배우들이 나오고 또 중국에 관한 에피소드를 삽입한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그러나 한 중국 배우의 말처럼 그 역이란 것이 말 한 마디 정도 하는 배경 인물인 ‘화병’에 지나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백인이 지배하는 할리웃이 괄시하는 것은 비단 아시안 뿐만이 아니다. 비 백인이 다 찬밥 신세다. 그래서 아카데미도 최근 ‘오스카는 온통 백색이다’라는 힐난을 받고나서야 부랴부랴 외국의 영화인들과 미국 내 소수계와 여성 영화인들을 회원으로 영입하고 있다. 이로써 봉준호, 김기덕, 이병헌, 송강호 등 여러 명의 한국인 영화인들이 오스카 회원이 됐다.
현재 할리웃에서 활동 중인 한국계 배우들로는 올해 오스카 회원으로 영입된 존 조와 성 강, 릭 윤, 스티븐 연, 대니얼 김, 랜달 박, 저스틴 전, C.S. 리 및 그레이스 박(캐나다) 등이 있다. 그러나 이들을 스크린에서 만나기란 쉽지가 않다.
내가 지금 보기를 기다리고 있는 영화가 ‘트와일라이트’ 시리즈에 단역으로 나온 저스틴 전이 감독하고 각본을 쓰고 주연도 한 ‘국’(Gook-8월18일 개봉)이다. 동양인을 비하하는 말인 ‘국’은 4.29 폭동 당시 가업인 사우스 LA의 구둣가게를 지키는 두 형제의 이야기로 올 선댄스영화제서 ‘넥스트 오디언스’상을 탔다. 그리고 ‘스타 트렉’시리즈로 잘 알려진 존 조가 주연하는 소품 인디드라마 ‘콜럼버스’(8월4일 개봉)도 기대가 크다.
나는 오래 전에 대니얼을 골든 글로브 파티에서 만났고 그 후 하와이에서 ‘하와이 화이브-0’를 찍고 있던 그와 전화 인터뷰를 했었다. 사람이 매우 겸손하고 소박해 금방 친근감이 갔다. 할리웃에서 인기 높은 작품 출연을 거부하는 것은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행위다. 끼리끼리 싸고도는 영화사와 TV사들이 소위 ‘말썽’ 피우는 배우들을 은연중에 보이콧하고 있는 것이 공개된 비밀이다. 대니얼과 그레이스의 출연 거부가 할리웃의 아시안 배우들에 대한 차별을 개선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면서 두 사람의 건투를 빈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2017년 7월 11일 화요일

스파이더-맨: 홈커밍(Spider-Man: Homecoming)

스파이더-맨은 동네 잡범부터 처리하면서 수퍼 히로 행세를 한다

틴에이저 스파이더-맨 성장통과 호쾌한 액션



21세 난 영국배우 탐 홀랜드가 15세난 고등학생 스파이더-맨(본명 피터 파커)으로 나오는 또 다시 새로 시작한 ‘스파이더-맨’ 영화로 경쾌하고 속도감 있으며 틴에이저처럼 원기왕성하다. 일종의 소년 성장기로 틴에이저 영화이지만 어른들도 즐겨 볼 수 있도록 요란하고 박력 있는 액션과 드라마를 잘 섞어 신선하고 말끔한 영화를 내 놓았다.
주인공 파커처럼 영화가 단정하고 순진하고 서민적이며 또 장난기가 짙은데 특수효과도 대단하고 무엇보다 홀랜드가 즐기면서 신나게 해대는 연기가 좋다. 빅히트할 것이며 이로써 앞으로 속편이 나올 것도 분명하다.
이 영화는 작년에 나온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서 어벤저스 멤버들인 아이언 맨(본명 토니 스타크)과 캡틴 아메리카 등과 함께 맹활약하면서 소개된 스파이더-맨(역시 탐 홀랜드)을 본격적으로 주인공으로 사용한 얘기다.
퀸즈에서 아주머니 메이(마리사 토메이)와 함께 사는 파커는 학교에서 외톨이. 유일한 친구가  뚱보 네드(제이콥 배탈론). 그리고 파커는 동급생 흑인소녀 리즈(로라 해리어)를 사랑하나 수줍어 말을 못하고 속을 태운다.
파커는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돌보는 어벤저스의 견습생인데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서 스파이더-맨으로 길길이 날뛰던 액션이 그리운데다 늘 선행을 하고 싶어 안달이 난 틴에이저다.
그래서 동네 잡범들부터 처리한다면서 스파이더-맨 옷을 입고 하늘을 훨훨 나르면서 자동차 절도범을 잡고 구멍가게 ATM 기계를 통째로 뜯어가는 도둑들을 때려잡는다. 그리고 길을 찾는 할머니에게 길을 안내해주고 스파이더-맨을 보고 넋을 잃은 시민들 앞에서 곡예 묘기를 보여주며 초능력을 마음껏 즐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과정에서 엉뚱한 실수가 많아 사고를 저지르는데 그 때마다 이를 수습해주는 것이 아이언 맨 즉 스타크다.
파커가 수퍼 히어로 스파이더-맨의 옷을 안 입었을 때의 모습이 네드와의 우정과 학교생활 그리고 첫 사랑의 몸살 및 메이와의 관계를 통해 묘사되면서 액션과 조화를 이룬다.      
스파이더-맨의 적은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서 파괴된 외계인들의 우주선과 온갖 무기의 잔해들을 고철로 처리하는 서민 에이드리안 투메스(마이클 키튼). 그런데 투메스가 시 정부로부터 해고를 당하면서 그는 힘과 돈 있는 기득권층에 반발해 외계인이 남긴 기계에서 캐낸 초능력을 이용해 닥치는 대로 악행을 저지르기 시작한다.
자기는 막강한 초능력을 발휘하는 쇠로 만든 독수리 옷을 입고 ‘벌처’가 돼 하늘을 날면서 온갖 범법을 저지르고 이와 함께 훔친 외계인의 기계를 이용해 가공할 파괴력을 지니 무기를 만들어 팔아먹는다.
액션 중의 장관은 뉴욕 앞 강을 운항하는 페리에서의 스파이더-맨과 ‘벌처’의 대결. 페리의 한 가운데가 갈라지면서 배가 두 쪽이 난 것을 스파이더-맨이 자신의 거미줄을 이용해 봉합시키려고 안간힘을 쓰는 장면이 대단하다. 그리고 마지막 화물항공기에서의 결전도 볼 만하다. 한 가지 엉뚱한 점은 리즈와 투메스와의 관계. 억지다. 존 와츠 감독. ★★★½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파리에서 길 잃어(Lost in Paris)


돔(왼쪽)과 피오나가 합심해 찾아낸 마르타(중간)의 손을 꼭 잡고 있다.

“사라진 아주머니 찾아라”파리 돌아다니며 겪는 소동 훈훈한 코미디로


변덕스럽고 독창적이며 상냥하고 순진한 영화로 말보다 몸으로 보여주는 행동으로 웃기는 코미디다. 배우들의 얼빠진 모습과 그들이 저지르는 장난과 실수와 어처구니없는 짓의 타이밍이 절묘하니 완벽한 미니어처 코미디로 거의 초현실적 분위기가 난다. 
무성영화의 명 코미디언 채플린과 버스터 키튼의 영화와 프랑스의 코미디언 자크 타티의 영화를 연상케 하는데 센 강과 에펠탑이 있는 아름다운 파리에서 찍은 촬영이 곱다. 
이 영화는 벨기에 브러셀에서 활동하는 남녀 콤비 코미디언 피오나 고든과 도미니크 아벨이 제작·감독하고 각본을 쓰고 또 주연까지 했는데 보는 사람의 마음을 아늑하게 만들어주고 아울러 깨끗하게 비워주는 청량제와도 같으면서 정감 있게 우습다. 
갈비씨에 안경을 쓴 빙충맞은 모습의 캐나다의 사서 피오나(고든)가 자기가 어릴 때 파리로 이주한 아주머니 마르타(에마뉘엘 리바-‘아무르’로 오스카상 후보에 오른 프랑스 배우 리바는 지난 1월 89세로 별세)를 찾으러 파리로 간다. 88세인 마르타로 부터 자기가 혼자 있기가 힘들다고 적은 편지가 뒤늦게 온 것. 편지가 뒤늦게 온 것은 마르타가 편지를 길에 있는 쓰레기통에 넣기 때문이다.
캐나다 국기를 꽂은 배낭 하나 달랑 지고 파리에 온 피오나가 마르타의 아파트에 찾아 갔더니 마르타는 간 곳이 없다. 동네 카페에 가서 물어 봤더니 마르타가 죽었다는 것이다. 이를 못 믿는 피오나는 파리 시내를 방황하며 마르타를 찾아다니다가 센 강변에서 천막을 치고 노숙을 하는 천하태평의 껑충한 돔(아벨)을 만난다. 
그리고 둘이 함께 마르타를 찾아 파리 시내를 샅샅이 훑고 다니다가 에펠탑까지 올라가면서 가지각색 넌센스 코미디가 벌어지는데 피오나와 돔이 저지르는 실수와 엉뚱한 행동이 재미있고 우습다. 깔깔대고 웃기보다 부드러운 미소를 짓게 만드는 천진난만한 코미디다. 
그런데 마르타는 안 죽었다. 노망이 든 마르타와 마르타의 옛 남자 역의 피에르 리샤르가 공원 벤치에 앉아 서로 두 발로 추는 댄스(카메라가 발만 찍는다) 모습이 아주 정겹다. 피오나와 아벨의 연기와 코믹한 행동의 타이밍이 스위스 시계처럼 정확하고 절묘하고 리바의 연기도 소박하다. ★★★½(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