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7년 7월 17일 월요일

원숭이 혹성의 전쟁(War for the Planet of Apes)


평화를 사랑하는 시저는 가족과 동료들을 구하기 위해 전쟁에 나선다.

원숭이와 인간의 대규모 전면전 액션과 스릴‘여름 블록버스터’


원숭이와 고릴라와 성성이 등 온갖 유인원들이 나와 인간과 싸운다고 난리법석을 떠는 원숭이 영화인데 재미있고 지적이고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이런 놀라움은 물론 기막히게 효과적인 특수효과 탓이 크지만 호전적인 인간과 평화를 추구하는 원숭이간의 대결이라는 내용에서 배울 점도 있다. 특히 트럼프가 보고 배워야 하겠다.
액션과 스릴이 시종일관 보는 사람을 흥분시키는 영화로 특히 인간보다 나은 원숭이들의 관대함과 사랑과 연민 그리고 통찰력 및 코믹한 행동이 여름철 블록버스터 영화를 휴먼 터치(몽키 터치라고 해야겠지만)로 감싸주고 있다. 
이 영화의 원전은 지난 1968년에 나온 찰턴 헤스턴 주연의 ‘혹성 탈출’이다. 그 것을 지난 2011년에 새로 만들었고 이 영화가 히트하면서 속편이 나온 뒤 이번 것은 두 번째 속편이다.
지난 영화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북가주의 원숭이 실험실에서 생산한 바이러스로 인간 못지않게 똑똑한 원숭이들이 만들어진다. 이 바이러스로 인간은 떼죽음을 당한다. 그리고 원숭이들은 실험실을 탈출해 숲속으로 도주한다. 
그 후 10년. 숲 속에 자기들 나라를 구축한 원숭이들과 살아남은 인간들 간에 긴장이 팽배하면서 양자 간에 전면전이 일어난다. 전편의 영화와 이번 영화의 주인공은 원숭이들의 리더로 총명하고 현명하며 평화를 사랑하는 시저(앤디 서키스의 몸과 눈의 움직임을 포착한 모션-캡처 기술로 보여주는 시저의 행동과 희로애락의 감정이 가득한 눈 표정이 절묘하다.)
영화는 새디스틱하고 호전적인 대령(우디 해럴슨)이 파견한 군대가 시저의 영역을 침공해 전투가 벌어지면서 시작된다. 그리고 시저는 평화의 제스처로 인간 포로들을 돌려보낸다. 그러나 대령은 이번에는 자기가 직접 전투에 참가해 원숭이들의 영역을 침공하면서 원숭이들은 피난을 떠난다. 
시저는 가족이 대령의 포로가 되면서 마침내 응전을 결심하고 동지들을 이끌고 대령의 본거지로 향한다. 일종의 원숭이들의 로드 무비인데 이 과정에서 갖가지 액션과 우스운 일들이 일어난다. 일행은 가다가 혼자 남은 소녀 노바(아미아 빌러)를 입양해 알뜰히 돌본다.
원숭이들 중에서 재미있는 것은 인간이 ‘배드 에이프’라고 명명한 나이 먹은 떠돌이 원숭이(스티브 잰). ‘배드 에이프’는 때로 살벌하고 폭력적인 영화에 코믹한 쉼표 구실을 한다. 
또 다른 것은 동정심 많고 상냥한 붉은 털의 성성이 모리스(캐린 코노발). 우스우면서도 인자해 보기에 좋다.
원숭이들의 감금과 그들에 대한 가혹 행위 그리고 탈출과 음모와 배신이 이어지면서 마침내 원숭이들과 인간의 치열한 전쟁이 일어난다. 
특수효과로 만들어진 원숭이들의 수화와 동작으로 표현되는 대화 그리고 이들의 몸짓과 움직임과 표정이 경이롭다. 이 영화는 성공한 ‘몽키 비즈니스’다. 맷 리브스 감독. ★★★½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레이디 맥베스(Lady Macbeth)


욕정에 불타는 캐서린은 방해되는 자들을 하나씩 제거한다.

욕정 사로잡힌 새색시 연쇄살인 음울하게 그려


처녀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더니 성적으로 좌절감에 빠진 젊은 새색시가 한을 품으니 여러 사람 저승길로 간다. 러시아 소설 ‘므첸스크 디스트릭의 레이디 맥베스’가 원작으로 이 소설 내용을 쇼스타코비치가 오페라로 만들었다가 스탈린에게 퇴폐적 작품이라는 낙인이 찍혀 음악가로서의 생애는 물론이요 목숨마저 위험에 빠졌던 일화가 유명하다.
섹스와 살인과 음모 그리고 권위에의 저항이 있는 어둡고 정열적이요 음울하면서도 안으로 끓어오르는 멜로드라마로 연기와 촬영과 의상이 모두 훌륭한 재미 만점의 작품이다. 특히 질식할 것 같은 부부 생활에서 탈주한 여자의 이야기여서 ‘보바리 부인’과 ‘안나 카레니나’ 및 ‘차털레이 부인의 연인’을 생각나게 한다. 또 바람이 휩쓸고 지나간 황량한 영국의 멀리 떨어진 시골 정경이 ‘폭풍의 언덕’을 연상케 한다.
1865년. 영국 북부 노덤버랜드의 황량한 시골의 외딴 대저택에서 사는 40세의 알렉산더(폴 힐튼)는 방년 17세의 캐서린(플로렌스 퓨)을 아내로 맞는다. 알렉산더와 그의 아버지 보리스(크리스토퍼 페어뱅크)는 부유한 광산주로 2세를 보기 위해 플로렌스의 아버지로부터 딸을 땅과 함께 매입했다.
차갑고 기분 나쁜 분위기를 풍기는 폭군적인 알렉산더는 신혼 초야의 행위를 거부한다. 그리고 아내에게 외출을 금지시킨다. 보리스도 며느리에게 적대적이다. 캐서린은 하녀 안나(네이오미 액키)와 몇 명의 하인들이 지키는 저택의 수인이나 마찬가지다. 한창 피가 끓어오르는 나이의 캐서린은 푸른 드레스를 입은 채 창가에서 밖을 내다보면서 자유를 탐낸다.
광산에서 폭발사고나 나면서 알렉산더가 현지로 가고 보리스도 업무 차 런던에 간다. 둘이 없는 동안 캐서린은 외출해 거친 자연을 즐긴다. 그리고 마구간에 들렀다가 젊고 신체 건강하고 도전적인 막일꾼 세바스티안(코스모 자비스)을 만나 둘은 눈이 맞는다.
캐서린과 세바스티안은 주위에 아랑곳 않고 침실과 마구간을 가리지 않고 욕정을 불사르는데 결국 둘의 통정을 안나를 비롯해 알렉산더와 보리스 등 모두가 알게 된다. 이에 가혹한 응징 행위가 가해지면서 안나는 자기가 계획한 음모에 마다하는 세바스티안을 끌어들여 살인을 한다. 이 살인은 연쇄 살인으로 번진다.
계급과 인종문제도 다른 작품으로 아이로니컬하고 애매모호하게 끝이 나는데 퓨(21)가 도도하고 당찬 연기를 알차게 한다. 대성할 배우다. 윌리엄 올드로이드 감독. ★★★½(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할리웃의 아시안


CBS-TV의 인기 수사시리즈 ‘하와이 화이브-0’에 수사관으로 나오는 한국계 배우 대니얼 대 김과 그레이스 박(사진 왼쪽서 두 번째와 첫 번째)이 출연료 문제로 8회째 시즌 촬영에 앞서 도중하차를 발표, 다시 한 번 할리웃의 아시안 배우들에 대한 차별론이 대두되고 있다.
두 사람은 4명의 수사관 중의 일원으로 중요한 역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2명의 백인 수사관 역의 알렉스 오러플린과 스캇 칸(배우 제임스 칸의 아들-사진 오른쪽서 첫 번째)보다 출연료가 적다는 이유로 시리즈를 떠나기로 결정했다. 대니얼과 그레이스의 8회째 시즌부터 인상된 출연료는 에피소드 당 각기 19만5,000달러로 이는 알렉스와 스캇의 출연료보다 5,000달러가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할리웃이 소수계인 아시안을 서자 취급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치욕적으로 아시안을 묘사한 것은 오드리 헵번이 나온 ‘티파니에서 아침을’이다. 여기서 미키 루니가 뻐드렁니를 한 일본인으로 나와 어릿광대 같은 행동을 하는 것을 보면 같은 아시안으로서 분기가 탱천한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할리웃의 아시안 배우들에 대한 처우는 어느 정도 개선된 것은 사실이다. ABC-TV의 아시안 아메리칸 가족에 관한 인기 코미디 시리즈 ‘프레시 오프 더 보트’의 대만인 가장으로 한국계 코미디언 랜달 박이 나오고 AMC 채널의 인기 산송장 시리즈 ‘워킹 데드’의 고정 출연 배우 중 하나로 스티븐 연이 나온 것이 그 실례다. 그러나 아직도 할리웃의 아시안 배우들은 고작해야 단역이나 배경 인물로 나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할리웃에서 활동한 한국계 배우의 원조는 도산의 아들 필립 안. 그는 많은 영화에 나왔지만 역시 모두 단역들. 얼마 전에 다시 본 윌리엄 홀든과 제니퍼 존스가 나온 로맨스 영화 ‘모정’에서도 필립은 단역으로 거의 대사가 없는 제니퍼의 외삼촌으로 나온다. 그나마 할리웃은 필립 안의 업적을 기려 할리웃 명성의 거리에 그의 이름을 새겼는데 이 것은 코리안 커뮤니티의 적극적인 로비의 결과다.
할리웃의 궁극적 목표는 흥행 성공이다. 따라서 할리웃이 아시안 배우를 괄시하는 것은 인종차별에서 라기 보다 흥행성 때문이라고 봐야 옳다. 그래서 올 해 나온 일본만화가 원작인 ‘고스트 인 더 쉘’의 주인공으로 스칼렛 조핸슨을 썼고 작년에 나온 ‘닥터 스트레인지’에서도 아시안 남자 도사 역에 틸다 스윈턴을 썼다가 논란거리가 됐었다. 또 올 해 나온 꼴불견 ‘만리장성’의 주연도 맷 데이먼이다.
그나마 할리웃이 요즘 신주단지 모시 듯 하는 아시안이 중국인이다. 이는 중국이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할리웃의 시장인데다 막대한 중국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한 상술의 하나다. 요즘 할리웃 스튜디오들의 영화를 보면 내용과 별 관계도 없이 중국 배우들이 나오고 또 중국에 관한 에피소드를 삽입한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그러나 한 중국 배우의 말처럼 그 역이란 것이 말 한 마디 정도 하는 배경 인물인 ‘화병’에 지나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백인이 지배하는 할리웃이 괄시하는 것은 비단 아시안 뿐만이 아니다. 비 백인이 다 찬밥 신세다. 그래서 아카데미도 최근 ‘오스카는 온통 백색이다’라는 힐난을 받고나서야 부랴부랴 외국의 영화인들과 미국 내 소수계와 여성 영화인들을 회원으로 영입하고 있다. 이로써 봉준호, 김기덕, 이병헌, 송강호 등 여러 명의 한국인 영화인들이 오스카 회원이 됐다.
현재 할리웃에서 활동 중인 한국계 배우들로는 올해 오스카 회원으로 영입된 존 조와 성 강, 릭 윤, 스티븐 연, 대니얼 김, 랜달 박, 저스틴 전, C.S. 리 및 그레이스 박(캐나다) 등이 있다. 그러나 이들을 스크린에서 만나기란 쉽지가 않다.
내가 지금 보기를 기다리고 있는 영화가 ‘트와일라이트’ 시리즈에 단역으로 나온 저스틴 전이 감독하고 각본을 쓰고 주연도 한 ‘국’(Gook-8월18일 개봉)이다. 동양인을 비하하는 말인 ‘국’은 4.29 폭동 당시 가업인 사우스 LA의 구둣가게를 지키는 두 형제의 이야기로 올 선댄스영화제서 ‘넥스트 오디언스’상을 탔다. 그리고 ‘스타 트렉’시리즈로 잘 알려진 존 조가 주연하는 소품 인디드라마 ‘콜럼버스’(8월4일 개봉)도 기대가 크다.
나는 오래 전에 대니얼을 골든 글로브 파티에서 만났고 그 후 하와이에서 ‘하와이 화이브-0’를 찍고 있던 그와 전화 인터뷰를 했었다. 사람이 매우 겸손하고 소박해 금방 친근감이 갔다. 할리웃에서 인기 높은 작품 출연을 거부하는 것은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행위다. 끼리끼리 싸고도는 영화사와 TV사들이 소위 ‘말썽’ 피우는 배우들을 은연중에 보이콧하고 있는 것이 공개된 비밀이다. 대니얼과 그레이스의 출연 거부가 할리웃의 아시안 배우들에 대한 차별을 개선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면서 두 사람의 건투를 빈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2017년 7월 11일 화요일

스파이더-맨: 홈커밍(Spider-Man: Homecoming)

스파이더-맨은 동네 잡범부터 처리하면서 수퍼 히로 행세를 한다

틴에이저 스파이더-맨 성장통과 호쾌한 액션



21세 난 영국배우 탐 홀랜드가 15세난 고등학생 스파이더-맨(본명 피터 파커)으로 나오는 또 다시 새로 시작한 ‘스파이더-맨’ 영화로 경쾌하고 속도감 있으며 틴에이저처럼 원기왕성하다. 일종의 소년 성장기로 틴에이저 영화이지만 어른들도 즐겨 볼 수 있도록 요란하고 박력 있는 액션과 드라마를 잘 섞어 신선하고 말끔한 영화를 내 놓았다.
주인공 파커처럼 영화가 단정하고 순진하고 서민적이며 또 장난기가 짙은데 특수효과도 대단하고 무엇보다 홀랜드가 즐기면서 신나게 해대는 연기가 좋다. 빅히트할 것이며 이로써 앞으로 속편이 나올 것도 분명하다.
이 영화는 작년에 나온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서 어벤저스 멤버들인 아이언 맨(본명 토니 스타크)과 캡틴 아메리카 등과 함께 맹활약하면서 소개된 스파이더-맨(역시 탐 홀랜드)을 본격적으로 주인공으로 사용한 얘기다.
퀸즈에서 아주머니 메이(마리사 토메이)와 함께 사는 파커는 학교에서 외톨이. 유일한 친구가  뚱보 네드(제이콥 배탈론). 그리고 파커는 동급생 흑인소녀 리즈(로라 해리어)를 사랑하나 수줍어 말을 못하고 속을 태운다.
파커는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돌보는 어벤저스의 견습생인데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서 스파이더-맨으로 길길이 날뛰던 액션이 그리운데다 늘 선행을 하고 싶어 안달이 난 틴에이저다.
그래서 동네 잡범들부터 처리한다면서 스파이더-맨 옷을 입고 하늘을 훨훨 나르면서 자동차 절도범을 잡고 구멍가게 ATM 기계를 통째로 뜯어가는 도둑들을 때려잡는다. 그리고 길을 찾는 할머니에게 길을 안내해주고 스파이더-맨을 보고 넋을 잃은 시민들 앞에서 곡예 묘기를 보여주며 초능력을 마음껏 즐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과정에서 엉뚱한 실수가 많아 사고를 저지르는데 그 때마다 이를 수습해주는 것이 아이언 맨 즉 스타크다.
파커가 수퍼 히어로 스파이더-맨의 옷을 안 입었을 때의 모습이 네드와의 우정과 학교생활 그리고 첫 사랑의 몸살 및 메이와의 관계를 통해 묘사되면서 액션과 조화를 이룬다.      
스파이더-맨의 적은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서 파괴된 외계인들의 우주선과 온갖 무기의 잔해들을 고철로 처리하는 서민 에이드리안 투메스(마이클 키튼). 그런데 투메스가 시 정부로부터 해고를 당하면서 그는 힘과 돈 있는 기득권층에 반발해 외계인이 남긴 기계에서 캐낸 초능력을 이용해 닥치는 대로 악행을 저지르기 시작한다.
자기는 막강한 초능력을 발휘하는 쇠로 만든 독수리 옷을 입고 ‘벌처’가 돼 하늘을 날면서 온갖 범법을 저지르고 이와 함께 훔친 외계인의 기계를 이용해 가공할 파괴력을 지니 무기를 만들어 팔아먹는다.
액션 중의 장관은 뉴욕 앞 강을 운항하는 페리에서의 스파이더-맨과 ‘벌처’의 대결. 페리의 한 가운데가 갈라지면서 배가 두 쪽이 난 것을 스파이더-맨이 자신의 거미줄을 이용해 봉합시키려고 안간힘을 쓰는 장면이 대단하다. 그리고 마지막 화물항공기에서의 결전도 볼 만하다. 한 가지 엉뚱한 점은 리즈와 투메스와의 관계. 억지다. 존 와츠 감독. ★★★½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파리에서 길 잃어(Lost in Paris)


돔(왼쪽)과 피오나가 합심해 찾아낸 마르타(중간)의 손을 꼭 잡고 있다.

“사라진 아주머니 찾아라”파리 돌아다니며 겪는 소동 훈훈한 코미디로


변덕스럽고 독창적이며 상냥하고 순진한 영화로 말보다 몸으로 보여주는 행동으로 웃기는 코미디다. 배우들의 얼빠진 모습과 그들이 저지르는 장난과 실수와 어처구니없는 짓의 타이밍이 절묘하니 완벽한 미니어처 코미디로 거의 초현실적 분위기가 난다. 
무성영화의 명 코미디언 채플린과 버스터 키튼의 영화와 프랑스의 코미디언 자크 타티의 영화를 연상케 하는데 센 강과 에펠탑이 있는 아름다운 파리에서 찍은 촬영이 곱다. 
이 영화는 벨기에 브러셀에서 활동하는 남녀 콤비 코미디언 피오나 고든과 도미니크 아벨이 제작·감독하고 각본을 쓰고 또 주연까지 했는데 보는 사람의 마음을 아늑하게 만들어주고 아울러 깨끗하게 비워주는 청량제와도 같으면서 정감 있게 우습다. 
갈비씨에 안경을 쓴 빙충맞은 모습의 캐나다의 사서 피오나(고든)가 자기가 어릴 때 파리로 이주한 아주머니 마르타(에마뉘엘 리바-‘아무르’로 오스카상 후보에 오른 프랑스 배우 리바는 지난 1월 89세로 별세)를 찾으러 파리로 간다. 88세인 마르타로 부터 자기가 혼자 있기가 힘들다고 적은 편지가 뒤늦게 온 것. 편지가 뒤늦게 온 것은 마르타가 편지를 길에 있는 쓰레기통에 넣기 때문이다.
캐나다 국기를 꽂은 배낭 하나 달랑 지고 파리에 온 피오나가 마르타의 아파트에 찾아 갔더니 마르타는 간 곳이 없다. 동네 카페에 가서 물어 봤더니 마르타가 죽었다는 것이다. 이를 못 믿는 피오나는 파리 시내를 방황하며 마르타를 찾아다니다가 센 강변에서 천막을 치고 노숙을 하는 천하태평의 껑충한 돔(아벨)을 만난다. 
그리고 둘이 함께 마르타를 찾아 파리 시내를 샅샅이 훑고 다니다가 에펠탑까지 올라가면서 가지각색 넌센스 코미디가 벌어지는데 피오나와 돔이 저지르는 실수와 엉뚱한 행동이 재미있고 우습다. 깔깔대고 웃기보다 부드러운 미소를 짓게 만드는 천진난만한 코미디다. 
그런데 마르타는 안 죽었다. 노망이 든 마르타와 마르타의 옛 남자 역의 피에르 리샤르가 공원 벤치에 앉아 서로 두 발로 추는 댄스(카메라가 발만 찍는다) 모습이 아주 정겹다. 피오나와 아벨의 연기와 코믹한 행동의 타이밍이 스위스 시계처럼 정확하고 절묘하고 리바의 연기도 소박하다. ★★★½(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2017년 7월 3일 월요일

‘연인들’로 컴백 데브라 윙어




“소통부재 부부 그린 영화… 감독과 인연으로 출연”


대화 불능과 감정 소진에 시달리다 못해 서로 바람을 피우는 중년부부의 질식할 것 같은 일상을 코미디 분위기를 섞어 사실적으로 그린 드라마 ‘연인들’(The Lovers)에서 작가 애인을 둔 아내 메리로 나오는 데브라 윙어(61)와의 인터뷰가 최근 할리웃에 있는 할리웃 외신기자협회(HFPA) 사무실에서 있었다.
이 영화는 ‘사관과 신사’ 등 모두 3차례 오스카 주연상 후보에 올랐던 윙어가 5년 만에 스크린에 컴백한 소품으로 윙어는 강한 성격과 독립심으로 인해 할리웃의 ‘금기인물’이 되다시피 했었다. 
그러나 인터뷰에 임한 윙어는 아주 상냥하고 밝고 다정했다. 빛이 나도록 이름다웠는데 때로 크게 웃어가면서 약간 저음으로 질문에 차분하고 엄격하게 대답했다. 대답이 매우 철학적이다. 명랑한 모습 속에서도 특유의 강한 줏대를 느낄 수 있었다.

▲그 동안 공백이 길었는데 왜 이제야 스크린에 복귀했는가.
“인생의 모든 일이란 단지 하나로 설명할 수가 없다. 그 것은 많은 것들의 집합체이다. 내 자신의 내적 성장과 자녀 문제를 비롯해 마땅한 각본과 감독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이 영화가 내게 바른 것이라고 깨닫고 나왔다. 배우로서 한 동안 내가 일을 안 하면 내 원동력을 잃는다는 공포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서야 내가 스스로 자유롭다는 것을 깨달았다. 삶이란 그것을 밖이 아니라 안에서부터 관찰해야 그 뜻을 알 수가 있다.”

▲그래서 지금 편한가.
“이보다 더 좋았을 때가 없다.”

▲남녀 관계가 오래 갈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인가.
“그 대답은 나도 모른다. 지난 25년간 한 사람과 관계를 유지해온 내가 할 수 있는 대답은 그 질문을 계속 하라는 것이다. 사랑의 지속이란 순간순간에 달려 있다. 우린 과거를 후회하고 미래를 희망과 함께 기대하지만 그것은 결코 우리가 존재해야 하는 현재가 될 수 없다. 모든 것은 현재에 존재한다. 문제는 당신이 그 현재에 도착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 있다. 내 대답이 마치 리처드 기어(‘사관과 신사’에서 공연)와 달라이 라마가 나누는 대화처럼 너무 철학적인 것 같네.”

▲살면서 몇 번이나 사랑에 빠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오랜 관계의 비결이란 한 사람에게 계속해 사랑에 빠지는 것이다. 난 매주 사랑에 빠진다. 나는 여자들과 남자들 그리고 아이들을 사랑한다. 아직 개에게 사랑에 빠져보진 않았으나 곧 그것도 사랑하게 되기를 바란다. 난 30대에는 사랑에 빠진다는 것을 육체적인 것으로 오해했었다. 그래서 이 사람 저 사람과 사랑을 했고 감정이 바뀔 때마다 사람도 바꿨다. 그러나 이젠 그런 관념이 바뀌었다. 사랑을 어떤 테두리 안에 넣지 않고 나니 더 사랑으로 가득 찬다. 그리고 관계도 보다 더 뜻 깊은 것이 되고 있다. 

▲영화는 메리와 남편 마이크의 앞날을 애매모호하게 보여 주는데.
“수수께끼 같다. 그러나 내가 영화에서 배운 것이 있다면 그것은 우리는 뒤로 돌아설 것이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같은 사람이라도 과거와 다른 방법으로 관계를 시도해보는 것도 바람직한 일이다.”

▲당신은 비밀을 얼마나 잘 지킬 수 있는가
“남이 말하지 말라는 것은 그대로 잘 지킨다. 그리고 난 자신에게도 비밀을 잘 지키는데 그것은 일종의 자기 부정이다. 그러나 비밀과 사적인 문제와는 다르다. 난 사적인 것을 절대적으로 존중한다. 그러나 비밀이란 누군가에겐 위험한 것으로 난 그것이 두렵다. 비밀이란 보통 남을 해칠 수가 있다.”

▲메리와 마이크는 전연 소통을 안 하는데 당신은 남과 의사소통을 얼마나 잘 하는가.
“난 소통에 아주 능하다. 지나치다는 말을 들을 정도다. 그러나 난 진짜로 이해하려고 자꾸 묻는다. 난 세 아들의 어머니요 한 남자의 아내로서 남자들 틈에서 사는 여자로서 남자들인 그들의 의사를 명확히 알기 위해 끈질기게 묻는다. 지금은 보다 잘 듣는 사람이 되는 연습을 하고 있다.”

대화불통의 부부 메리(왼쪽)와 마이클은 각자 바람을 피운다.
▲에이전트와 팬과 스튜디오 간부들을 생각해야 하는 영화계에서 일하는 것이 가치가 있다고 여기는가.
“난 그 사람들을 염두에도 두고 있지 않다. 내가 내리는 결정에서 그들은 아무 구실도 못 한다. 배우로서의 내 기능과 그들은 아무 관계도 없다. 그래서 난 할리웃의 명성과 거리를 두고 살고 있다. 난 이 영화가 바로 내 영화라는 것을 알고 있다. 이 영화가 자랑스럽다. 이렇게 아름다운 작업을 한 것이 좋긴 하나 그것은 내 삶과는 무관한 것이다. 내가 젊었을 땐 영화와 연극 같은 것이 내 삶인 줄 알았으나 그로 인해 난 크게 상처를 입었다.”

▲왜 이 영화에 나왔는가.
“감독 아자젤 제이캅스 때문이다. 난 그의 영화 ‘테리’를 보고 큰 감동을 받아 그에게 팬레터를 보냈다. 그 후 우린 4-5년간 서로 서신과 각본을 교환했는데 그가 어느 날 자기가 쓴 이 영화의 각본을 보내오면서 주연할 뜻이 있느냐고 물어왔다. 그리고 마이크 역에 트레이시 레츠가 응했고 그 다음에는 모든 것이 마법처럼 이뤄졌다.”

▲이 영화는 유럽영화 같이 느껴지는데.
“그렇다. 나이 먹은 사람들의 사랑과 섹스 이야기는 미국보다 유럽이 더 잘 만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감독이 트뤼포 영화의 영향을 받은 것 같다. 전엔 캐사베티즈나 애쉬비 같은 일부 미국영화 감독들도 이런 영화를 잘 만들었으나 이젠 할리웃이 나이 40 넘은 사람들의 사랑 얘기를 기피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당신을 스타로 만들어준 첫 영화 ‘어반 카우보이’와 ‘사관과 신사’를 생각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둘은 서로 매우 다른 경험이었다. ‘어반 카우보이’는 내가 스승으로 생각하는 제임스 브리지스가 감독한 것으로 고유한 미국의 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것은 시간을 초월한 것이다. 난 ‘연인들’을 찍을 때 제임스를 많이 생각했다. ‘사관과 신사’로 부터는 할리웃의 사업적인 면을 배웠다. 1982년 배급사인 패라마운트는 그 영화의 진가를 미처 몰라 개봉을 미루려고 했다가 각본가들의 파업설이 나돌면서 마케팅이나 선전도 제대로 안 하고 급히 개봉했다. 다행히 빅 히트를 했는데 난 그 영화를 만들 때 러브 스토리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

▲어디에 사는가.
“뉴욕주 북쪽의 목장에 산다. 소를 키우는 낙농업용 목장이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지도한다는 말을 들었는데.
“지금은 안 하지만 연기 생활에서 쉬고 있을 때 하버드에서 문학을 가르쳤다. 항상 내가 가짜선생처럼 느껴졌지만 그것을 극복한 흥미 있는 경험이었다.”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가 감독한 ‘쉘터링 스카이’에 나왔을 때 그를 사랑했다는 말을 들었는데 사실인가.
“그렇다. 그 후로도 그를 만났는데 그는 늘 멋있는 양말을 신곤 했다.”
-이제 와서 ‘아반 카우보이’와 ‘사관과 신사’ 속의 데브라 윙거를 바라보면 어떤 느낌이 드는가.
“그들로 인해 데브라 윙거는 하나의 사물이 되었다. 내가 그 영화들과 무관하다는 말은 아니지만 그들은 내가 아니다. 난 상표나 상품의 이름과 동일한 인물이 아니다. 그래서 난 단순히 이름으로만 기억되지 않을 양질의 작품을 고르려고 조심하고 또 노력한다. 그러나 그것이 내 마음대로 되는 것만은 아니다. 가끔 내 옛 영화들을 보면서 극중의 나와 일체감을 느낄 때가 있긴 하지만 그것은 그저 내 한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역은 ‘위험한 여자’에서 나쁜 일을 하는 마사다. 그리고 ‘마이크의 살인’의 베티도 내가 가깝게 느끼는 역이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옥자’(Okja)


옥자(왼쪽)와 미자가 돈독한 우정을 즐기고 있다.

수퍼돼지와 소녀의 우정, 탐욕세계의 잔인성 고발


옥자는 한국여인의 이름이 아니라 크기가 새끼 코끼리만하나 귀엽고 민감한 수퍼 돼지의 이름이다. 재주꾼 봉준호 감독의 온갖 장르를 뒤섞은 이 영화는 동화요 우화이자 대기업(자본주의)의 탐욕과 육식을 탐하는 인간의 동물에 대한 잔인성을 비판한 작품으로 봉 감독의 ‘스노피어서’에 이은 미국영화다. 스트리밍업체인 넷플릭스가 제작해 29일부터 볼 수 있다.
영화의 톤이 급변하고 얘기가 다소 무질서하나 상냥하고 인정이 있는 매력적인 영화다. 코미디와 공포영화 그리고 사회비평 드라마와 아동영화를 혼합한 영화로 봉 감독의 작가의식이 뚜렷이 엿보이는 독특하고 야심찬 작품이다.
뉴욕의 유전자 조작을 전문으로 하는 대기업체 미란도의 여사장 루시(틸다 스윈튼이 금발 가발에 이에 브레이스를 하고 액센트를 쓰면서 으스대는 연기를 재미있게 한다)가 수퍼 돼지새끼 생산에 성공했다고 발표한다. 루시에게는 라이벌인 쌍둥이 자매 린다(스윈튼)가 있어 회사를 놓고 패권을 겨룬다.
루시는 26마리의 돼지새끼들을 세계 각국에 보내 누가 가장 살찌고 맛 좋은 돼지를 빨리 키울 수 있는가를 알아보기로 결정한다. 그로부터 10년 후. 산골에서 할아버지(변희봉)와 단 둘이 사는 소녀 미자(안서현)와 미자가 정성들여 키운 수퍼 돼지 옥자(컴퓨터 특수효과로 제작된 옥자가 실감난다)가 아름다운 자연(강원도 정선에서 찍었다)을 배경으로 장난치는 장면이 묘사된다. 그 모습이 아이와 그의 애완동물이 장난하는 것처럼 정겹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뉴욕에서 동물학자로 TV쇼 호스트인 자니(제이크 질렌할이 지나치게 과장된 연기를 한다)가 미자를 찾아와 옥자를 뉴욕으로 데리고 간다고 알려준다. 물론 옥자는 뉴욕에 가면 베이컨으로 가공될 운명이다. 옥자가 트럭에 실려 공항으로 가는 과정에서 제이(폴 데이노)가 리더인 동물해방전선 게릴라들이 트럭을 습격하면서 심한 폭력이 일어난다. 그리고 미자는 옥자를 구하려고 뉴욕으로 온다. 맨해탄에서 옥자와 미자가 참석한 중에 수퍼 돼지축제가 열리는데 이 행사를 제이 일행이 습격하면서 액션과 폭력이 재발한다.
그리고 미자는 도살장에 끌려간 옥자를 구출하기 위해 도살장에 잠입하는데 마치 나치의 유대인 수용소를 연상케 하는 도살장 장면이 끔찍하다. 끝이 평화롭고 곱다. 명 촬영감독 다리우스 콘지가 찍은 촬영이 알록달록하니 아름답고 안서현이 다부지고 야무지면서도 침착하게 연기를 잘 한다. 정재일의 음악도 좋다. IPIC(윌셔+웨스트우드), 모니카 필름센터(샌타모니카) 상영중, 뉴베벌리 시네마(7165 Beverly Blvd.) 7/2~8일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