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7년 7월 3일 월요일

헛것 많이 보는 봉준호




봉준호감독(49)은 7년 전이나 지금이나 성실한 대학생 같은 모습과 자세가 마찬가지다. 7년 전에는 ‘마더’ 홍보 차 LA에 온 그를 만났고 최근에는 스트리밍업체 네트플릭스가 제작한 ‘옥자’를 위해 와 만났다. 전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콧수염을 한 것.
지난 5월 칸영화제서 경쟁부문에 올랐던 ‘옥자’는 강원도 산골 소녀 미자가 자기가 10년간 키운 수퍼 돼지 옥자가 미 대기업 식품업체 「미란도」에 의해 뉴욕으로 끌려가자 옥자를 찾아 미국에 오면서 일어나는 모험과 액션을 그렸다.
봉감독은 작품의 아이디어에 대해 지난 2010년 차를 몰고 시내를 지나가는데 갑자기 눈 앞에  높이 3^4층짜리의 순하고 내성적인 거대한 돼지가 나타나 방황하는 모습이 보인 뒤로 그 돼지의 앞날이 궁금해 영화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봉감독은 “나는 이처럼 헛것을 많이 본다”며 웃었는데 이 헛것이란 예술가의 비전일 것이다.
‘스노피어서’로 국제적 감독이 된 봉감독은 ‘옥자’로 그 입지를 더욱 다지게 됐는데 이 영화는 칸영화제 상영 시 극장 상영이 아니라 온라인으로 공개되는 영화라는 점 때문에 큰 논란거리가 됐었다. 그래서 한국의 대형극장 체인들도 28일에 개봉된 ‘옥자’를 보이콧했다.
봉감독은 이에 대해 “극장 측 입장도 이해한다”면서 “그러나 온라인 개봉은 영화 관람의 새 형식으로 나는 이 것과 극장 관람이 평화공존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 사실 이를 둘러싼 문제는 궁극적으로 영화업계의 것이지 창작자들의 문제는 아니다”고 덧 붙였다.    
봉감독은 네트플릭스가 자기 일에 일절 관여치 않아 자유롭게 작품을 만들 수 있었다면서 음악과 편집 등에서 한국인들을 기용한 것도 다 내 의도대로였다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최근 한국영화계에 대해 예산규모도 커지고 작업환경과 대우도 많이 개선됐다고 말하고 영화의 질적 개선도 낙관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제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한국영화가 아직까지 단 한 번도 오스카상 후보에 오르지 못한 것에 대해 “‘마더’의 김혜자씨가 권위 있는 LA영화 비평가협회에 의해 주연상을 받았듯이 조만간 오스카상도 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화에 대한 열정이 가득해 보이는 봉감독은 ‘스노피어서’와 ‘옥자’를 만드느라 근 7년간 해외생활을 하다시피 했다면서 두 영화에 다 나온 틸다 스윈튼과는 친구 같은 사이라고. 스윈튼은 ‘옥자’ 구상 때부터 제작에 개입, 자신의 대사를 본인이 수정하기도 했다.
돼지 이름을 옥자로 지은 것에 대해서는 순 한국적인 것과 유전자를 조작해 수퍼돼지를 생산하는 대기업 「미란도」간의 동^서양 및 신^구식의 대조를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봉감독은 스릴러를 잘 만드나 장르감독이 아닌 오퇴르(작가주의 감독)다. 그가 비평가들의 호응을 받는 이유도 장르의 변형적 연출을 통해 오락성과 개인적 색채가 강한 예술성을 훌륭히 결합하기 때문이다. 봉감독은 장르를 따지기 전에 좋은 영화를 만드는 것을 원칙으로 여긴다.
봉감독은 이어 미자 역의 안서현은 ‘하녀’를 비롯해 꼬마 때부터 영화와 TV작품에 나온 베테런이라며 ‘옥자’의 캐스팅이 처음에 매우 힘들었으나 안서현을 고른 뒤로 잘 풀려나갔다고 안서현을 칭찬했다.
봉감독의 멘토는 김기영 감독과 쇼헤이 이마무라. 그리고 히치콕도 좋아한다. 그래서 ‘마더’의 어머니는 히치콕의 ‘사이코’의 어머니로부터 다소 영감을 받은 것이라고 알려줬다.
봉감독은 초등학생 때부터 방 안에 틀어박혀 주한미군 방송인 AFKN-TV에서 방영하는 영화를 보면서 영화인의 꿈을 키웠다. 이 때 본 영화 중 깊은 충격과 감동을 받은 영화는 프랑스의 앙리-조르지 클루조가 감독하고 이브 몽탕과 샤를르 바넬이 나온 서스펜스 가득한 ‘공포의 보수’. 그는 특히 바넬의 연기가 인상적이었다면서 “영화를 빼지 않고 끝까지 보기 위해 오줌을 참느라고 혼이 났었다”며 크게 웃었다.
그는 앞으로 송강호를 기용해 작은 영화를 만들 계획인데 한국영화건 미국영화건 간에 작은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한다. 그러면서 “조금만 더 젊었으면 좋겠다”고 하기에 “내 앞에서 그런 말 하면 안 되지”라고 가볍게 야단을 쳤다. 봉감독은 제작자에 대한 예의로 많은 관객이 보는 영화를 만들고 싶지만 돈을 추구하거나 내용을 타협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철저한 오퇴르다.
헤어지면서 샌디에고 인근에 사시는 한국영화계의 원로 정창화감독을 아느냐고 물었더니 “액션영화를 잘 만드신 감독인줄 알고 있다”면서 인사와 함께 안부를 물었다. 다음에 LA에 오면 함께 정감독을 방문하자고 제의했다. 봉감독과 나는 정답게 악수를 나눈 뒤 헤어졌는데 급히 다음 인터뷰 차 떠나는 그가 자랑스러웠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2017년 6월 20일 화요일

슈테판 즈바이크: 유럽이여 안녕(Stefan Zweig:Farewell to Europe)


슈테판 즈바이크가 아내와 함께 차창을 통해 불타는 사탕수수밭을 바라보고 있다.

지적이고 아름답게 그린 유명작가의 브라질 망명생활


1920년대 토마스 만과 함께 독일어 작가로서 많은 독자를 확보했던 유대계 오스트리아 작가 슈테판 즈바이크의 브라질에서의 망명생활을 시각적으로 지적으로 그리고 감정적으로 깊고 아름답게 그린 전기영화다.
다작인 그의 소설 중 대중에게 잘 알려진 것이 ‘모르는 여인의 편지’. 옆 아파트에 이사 온 멋쟁이 피아니스트를 소녀 시절부터 성장해서 까지 사랑한 여인의 얘기로 이 글은 막스 오펄스가 감독한 루이 주르단과 조운 폰테인 주연의 아름답고 비극적인 영화로 만들어졌다.
작가의 몇 개의 특별한 순간들을 중심으로 서술되는데 1930년대 중반에서 1942년 그가 두 번째 부인 로테(애네 슈바르츠)와 함께 브라질의 페트로폴리스에서 자살할 때까지의 삶을 5개의 에피소드와 에필로그로 구성했다.
심리적으로 통찰력 있고 감정적으로 강렬한 느낌을 주는 작품이다. 감독(공동 각본)은 배우이기도 한 여류 마리아 슈라더로 독어 대사에 영어자막.
작가의 타인들과의 교류를 통해 작가의 성격과 끊임없는 망향을 절실하고 품위있게 묘사하면서 육신은 안전하나 자기 언어의 고향인 조국을 떠나온 작가의 방황하는 마음을 절실히 보여주고 있다.
처음에 즈바이크(요젭 하더)를 환영하는 브라질 대통령궁에서의 만찬장면으로 시작된다. 즈바이크는 나치를 피해 1934년 런던으로 망명했다가 브라질에 정착하는데 영화는 그가 자기를 찬양하는 대도시와 시골마을의 독자들을 찾아 끊임없이 여행을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뿌리 없는 망명생활의 모습이다.
이어 1936년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열린 국제작가회의. 여기서 즈바이크는 나치정권을 비판하라는 요청을 거절한다. 이유는 변화를 가져올 수 없는 비판은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즈바이크는 이어 아내와 함께 바히아주로 여행을 하는데 차창을 통해 타오르는 사탕수수밭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장면은 불타는 자신의 조국을 바라보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엄격한 영화에서 재미있는 에피소드는 시골마을의 엉성한 시장과 그의 직원들이 즈바이크의 방문에 채 때를 못 맞춰 준비하느라 법석을 떠는 장면. 우수와 경쾌함이 병행된 장면으로 넌센스 코미디 같다.
그리고 즈바이크는 1941년 뉴욕에 사는 전처 프리데리케(바바라 주코바)를 방문한다. 여기서 그와 프리데리케는 조국에서 구원을 요청하는 친구들과 친지에 대한 문제를 심각히 논의한다. 에필로그에서는 즈바이크 부부의 시신이 침실에서 발견된다. 배우들의 연기가 위엄이 있고 촬영도 훌륭하다. 일부지역.  ★★★½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황금 투구(Caque D‘or·1952)


저주 받은 사랑의 두 주인공 마리(왼쪽)와 조르지.

질투에 무참히 파괴되는 비극적 사랑
프랑스 명장 자크 베케의 흑백 걸작


프랑스의 명장 자크 베케의 비극적인 흑백 로맨스 걸작이다. 가슴을 아프게 만드는 어른들을 위한 숭고한 동화이자 20세기 문턱의 파리의 지하세계의 후진 인간들의 삶과 사랑을 사실적이요 아름답게 그린 탁월한 작품이다. 
가난하고 어두운 과거를 지닌 두 남녀의 사랑과 정열이 타인의 욕정과 질투에 의해 무참히 파괴되는 내용을 시적으로 정감 짙게 그렸다. 특히 제목을 뜻하는 투구모양의 헤어스타일을 한 금발의 명우 시몬 시뇨레의 모습과 연기가 황홀하다.
1900년께. 파리교외 벨빌의 갱두목 펠릭스의 졸개 롤랑의 애인 마리(시뇨레)는 패거리들과 함께 교외로 놀러 갔다가 만난 목수 조르지(세르제 레지아니)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이 때문에 롤랑과 조르지 사이에 주먹다짐이 일어난다. 그런데 펠릭스도 마리를 탐낸다. 
조르지가 갱의 소굴로 마리를 만나러 갔다가 롤랑과 칼부림을 하게 되고 이어 롤랑이 조르지의 칼에 찔려 죽는다. 조르지와 마리는 시골로 사랑의 줄행랑을 놓고 둘은 짧지만 로맨틱한 목가적인 날들을 보낸다. 질투와 복수심에 불타는 펠릭스는 간계를 꾸며 조르지의 친구로 자기 졸개인 레이몽에게 롤랑의 살해범 누명을 뒤집어씌운다. 이를 안 조르지는 자수한다.
한편 마리는 조르지를 구해내려고 펠릭스에게 자기 몸까지 주나 펠릭스는 마리를 배신한다. 이 같은 사실을 안 조르지는 호송 도중 탈출해 길에서 만난 조르지를 권총으로 사살한다. 마지막 장면은 마리가 단두대에서 처형되는 조르지를 목격하는 것으로 끝난다. 
마리가 단두대가 놓인 교도소 마당이 내려다보이는 여관에서 애인의 마지막을 바라보는 모습이 가슴을 울린다. 대사가 별로 없는 단순하고 미적인 영화로 촬영이 감각적이다. 
시뇨레(배우이자 가수인 이브 몽탕의 아내였다)가 가장 아끼는 영화로 예술 혼이 가득하다.
이 영화와 함께 장-폴 사르트르의 희곡이 원작으로 전염병이 창궐하는 멕시코 깡촌에서 만난 상처 입은 영혼을 지닌 두 프랑스 남녀(제라르 필립과 미셸 모르강)의 사랑과 처절한 운명을 그린 ‘오만한 남자와 미녀’(The Proud and the Beautiful·1953년·이브 알레그레 감독)가 19일(오후 7시30분) 에어로(Aero)극장(1328 Montana Ave. Santa Monica)에서 동시 상영된다.  ★★★★½(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내가 만난 폴란스키




국제적 도망자인 명장 로만 폴란스키(83)의 오디세이는 언제나 끝날 것인가. 폴란스키는 지난 1977년 잭 니콜슨의 집에서 13세난 모델 지망생 새만사 가이머를 강제로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돼 최종 형을 선고 받기 직전 파리로 달아난 뒤 미 사법당국으로부터 지명수배가 내려 지금까지 ‘페르소나 논 그라타’ 취급을 받으며 살고 있다.
그런데 지난 9일 가이머(54)가 LA 형사법정에 출두, 판사에게 폴란스키에 대한 법적 소송절차를 중단해 달라고 요구하면서 또 다시 폴란스키가 뉴스의 초점이 되고 있다. 가이머는 “나는 이미 과거의 불상사를 극복한지 오래 된다”면서 “폴란스키에 대한 소송절차를 철회함으로써 나와 내 가족을 지난 40년간 따라다닌 미디어로부터 해방시켜 주고 아울러 폴란스키도 여행의 자유를 가지게 해 달라”고 청원했다.
폴란스키는 당시 재판 끝에 90일간의 교도소 정신병동 수감 형을 선고 받은 뒤 42일을 살고 출소했다. 폴란스키는 이로써 형을 완료했다고 믿었으나 담당판사가 당초 약속을 어기고 폴란스키에게 남은 48일을 교도소에서 마저 살고 그 뒤에 자진출국 하든지 아니면 더 긴 형을 내리겠다고 하는 바람에 달아난 것이다. 그 후 폴란스키는 지금까지 미국과 범인 인도협정을 맺은 나라에는 가지 않고 있다.
심리묘사에 뛰어난 폴란스키의 영화들은 공포와 집념 그리고 인간 마음의 탈선 특히 성적 일탈을 자주 그리고 있다. 그의 데뷔작 ‘물속의 칼’과 카트린 드뇌브 주연의 충격적인 심리극 ‘리펄션’ 그리고 미아 패로가 나온 ‘로즈메리의 아기’ 및 폴란스키가 주연도 한 ‘테넌트’ 등이 다 그렇다.
폴란스키가 할리웃에서 만든 영화로 가장 유명한 것이 잭 니콜슨과 페이 더나웨이가 공연한 ‘차이나타운’이다. 그는 지난 2003년 자기 소년시절의 참담한 경험을 바탕으로 만든 ‘피아니스트’로 오스카 감독상을 탔다. 당시 흥분에 들뜬 폴란스키가 비디오영상으로 오스카 회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나는 폴란스키를 지난 2011년 10월 파리에서 만났었다(사진) 그가 만든 연극이 원작인 4인 드라마 ‘카니지’ 홍보의 일환이었다. 작달막한 키의 폴란스키는 당시 78세라는 나이답지 않게 젊어 보이고 에너지가 가득했다. 장난기 짙은 약간 쥐 상의 아이 같은 얼굴에 총기가 번득이는 눈을 한 그는 쾌활하고 유머와 위트가 있었다. 매우 솔직해 모든 것을 그대로 털어놓았다.
그는 할리웃 귀환 의도에 대해 “요즘은 할리웃이 아니더라도 어디서나 영화를 만들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할리웃의 친구들과 단골 식당이 그립다”고 고백했다. 그는 자신이 운명론자일지도 모른다면서 “내가 할리웃에 계속해 있었다면 내 생애가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폴란스키는 도망자로서의 자기신세를 자조하면서 “여러분들이 ‘카니지’로 내게 골든 글로브상을 줘도 난 할리웃에 가지 못하니 일찌감치 다른 사람 생각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능청을 떨었다.    
그는 자신의 젊음의 이유를 일단 유전자 탓으로 돌린 뒤 “스포츠하고 좋은 음식 먹고 시가를 빼고 금연하기 때문”이라고 그 비결을 고백했다. 폴란스키는 이어 반세기가 넘도록 영화를 만드는 동기의 원동력을 “새로운 것을 하고 싶은 도전정신”이라며 “그러나 작품의 주제가 날 움직여야한다”고 덧 붙였다. 폴란스키의 아내는 배우인 에마뉘엘 세녜(50)로 폴란스키는 아내와 해리슨 포드를 사용해 서스펜스 스릴러 ‘프랜틱’을 만들었다.
유대인인 폴란스키는 파리에서 태어나 어렸을 때 부모와 함께 아버지의 고향인 폴랜드로 이주했다. 2차대전이 나면서 그의 부모는 나치의 유대인 수용소에 갇혀 어머니는 개스 처형됐다. 그 후 폴란스키는 크라카우의 유대인게토를 탈출, 시골을 전전하며 죽을 고비를 수차례 넘기면서 선한 타인들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남았다.
폴란스키의 많은 영화들이 보는 사람 심리를 불안하게 만드는 데는 그의 이런 어린 시절의 악몽과도 같은 경험이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그는 또 할리웃에서 활동할 당시인 지난 1969년 임신한 아내로 배우인 샤론 테이트(26)가 현재도 수감 중인 맨슨가족에 의해 살해되는 비운을 겪기도 했다.
미국의 법이 이제 그만 관용을 베풀어 폴란스키가 세상을 떠나기 전에 할리웃에 돌아와 탁월한 재주와 실력을 발휘해 만든 영화를 보고 싶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2017년 6월 13일 화요일

‘원더 우먼’갤 가돗




“약점 있고 따스한 인간적 원더 우먼 그리려 노력”


DC 코믹스 만화가 원전인 영화 ‘원더 우먼’에서 아마존의 여전사 공주인 다이애나 역을 맡아 수퍼 파워를 지닌 ‘원더 우먼’이 된 이스라엘 태생의 갤 개돗(32)과의 인터뷰가 최근 할리웃의 한 스튜디오에서 있었다. 
가슴골이 깊이 드러난 검은 드레스에 긴 갈색머리를 한 팔등신 미녀 개돗은 영화에 대한 기대감과 스트레스 그리고 지난 3월에 난 둘째 딸 마야를 젖 먹여 키우느라 등이 아프다며 서서 인터뷰에 응했다. 개돗은 시종일관 미소를 지으며 친절하고 상냥하게 물음에 대답했는데 아직도 자기가 ‘원더 우먼’이 된 것을 못 믿어하는 표정이었다. 미스 이스라엘이었던 개돗은 이스라엘 시민의 의무인 군 복무를 했다. 
‘원더 우먼’은 지난 1970년대 미스 월드 아메리카인 린다 카터를 주인공으로 한 TV시리즈로 만들어져 빅히트했었다.

▲자랄 때 존경하고 그처럼 되길 원했던 모범 여성은 누구였는가.
“미국의 시인이요 작가이며 민권운동가인 마야 안젤루다. 난 그가 말한 메시지를 사랑한다. 그래서 내 둘째 딸의 이름도 마야로 지었다. 그 다음으로는 내 어머니와 할머니다.”

▲단 시일에 할리웃에서 급속도로 상승하는 스타가 되었는데 명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난 그것에 신경 안 쓴다. 그것은 단지 부수 효과에 지나지 않는다. 난 이미 이스라엘서 오래 동안 유명했기 때문에 명성과 파파라지에 모두 익숙하다. 명성이 좋은 단 하나 이유는 더 이상 오디션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이젠 각본을 읽고 좋으면 출연하고 싫으면 거절해도 된다.”

▲이 영화를 만들면서 도전받은 것은 무엇인가.
“‘원더 우먼’이 힘이 강하다고 해서 반드시 그를 냉정하거나 남자들을 사정없이 처치하는 여자로 묘사하지 않는다는 것에 신경을 썼다. 모든 사람이 ‘원더 우먼’에게 동질감을 느끼도록 하려고 했다. 그가 위대한 전사이면서도 약점이 있고 회의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려고 했다.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더 흥미 있는 인물이 되는 것이다.”

▲두 딸을 가진 어머니로서 이 영화가 여자에게 어떤 의미로 중요하다고 보는가.
“첫째 딸 이름은 히브리어로 우주를 뜻하는 알마다. 난 그들을 이 세상으로 데려온 것이 매우 기쁘다. 난 이 영화가 여자 뿐 아니라 남자에게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여자에게 있어 여성 권력 쟁취란 중요하지만 그것은 남자를 교육시키지 않고서는 이룰 수가 없다.”

▲ ‘원더 우먼’은 인간에게 연민의 마음을 가지고 있는데 본인의 인간관은 어떤 것인가.
“난 사람들을 사랑한다. 난 사람들을 만날 때면 그들로부터 최선의 것을 기대한다. 그렇지 않으면 실망하게 되기 때문이다. 난 낙천가로 우린 모두 같은 열망과 필요와 꿈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원더 우먼’은 이런 것들을 친절하고 따스하게 또 수용과 사랑으로써 상징하고 있다. 우리가 ‘원더 우먼’과 같은 마음을 갖고 있다면 우린 보다 나은 사회를 갖게 될 것이다.”

▲그럼 도널드 트럼프도 사랑할 수 있는가.
“그것은 각자의 기호 문제다. 그러나 난 분명히 누구도 미워하지 않는다.”

▲언제 자신을 원더 우먼처럼 느끼는가.
“내 딸들을 가졌을 때다. 좀 유치한 것 같지만 아기를 낳을 때 내가 신처럼 느껴졌다. 따라서 인생에 있어 최고의 것은 어머니가 되고 생명을 부여하는 것이다.”

▲영화를 위해 얼마나 훈련을 했는가.
“난 12년간 댄서였는데 격투 동작이 마치 춤을 추는 것처럼 느껴졌다. 난 승마가 재미있고 쉬울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진짜로 타보니 매우 고통스러웠다. 무기 중에선 ‘진실의 올가미’라 불리는 채찍이 좋았다. 그것은 칼처럼 공격적이 아니고 사람들로 하여금 진실을 말하게 하기 때문이다.”

원더 우먼이 칼과 방패를 무기 삼아 적과 맞서고 있다.

▲ ‘원더 우먼’이 완벽한 사람이 아닌 허점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허점이 약점으로 보일 우려가 있지 않은가.
“‘원더 우먼’은 자기가 살던 곳에서 지상 세계로 나오면서 물 떠난 물고기가 된 셈이다. 그는 선을 믿는 젊은 이상주의자로 세상을 매우 단순한 곳으로 생각하고 있다. ‘원더 우먼’은 인간의 삶이 복잡하다는 것을 모르는데 이 자체만으로도 그는 벌써 허점을 지닌 것이다. 난 그것을 약점으로 보진 않는다. ‘원더 우먼’은 허점이 있기에 영화의 다양한 상황에 모두 적응할 수 있는 것이다.”

▲영화에서의 ‘원더 우먼’의 의상은 1970년대 TV시리즈의 것보다 현대화 했는데 디자인에 자기 의견을 반영했는지.
“옷을 입고 1주일에 6일씩 6개월 간 촬영을 했는데 아주 편했다. 싸우고 연기를 하기 위해선 편해야 했는데 몸에 강렬한 감각을 느끼긴 했으나 편했다. 다자인에 대해선 별 조언을 안 했다. 내가 이미 ‘원더 우먼’으로 나왔던 ‘배트맨 대 슈퍼맨’에서 입은 옷의 연장이라고 보면 된다. 영화를 보면 한 벌의 옷과도 같지만 실은 일곱 벌의 다른 옷들이다.”

▲연기하다 다치기라도 했는지.
“몸 곳곳에 멍이 들었다. 그런데 가장 고통스러웠던 일은 이탈리아의 해변에서 격투장면을 찍다가 섬게에 발을 찔린 것이다. 그 밖에는 안전했다.”

▲영화를 어디서 찍었는가.
“이탈리아와 파리에서도 찍었지만 대부분 런던서 찍었다. 겨울에 야외에서 찍었는데 몸을 노출한 ‘원더 우먼‘의 옷을 입어 추워서 죽는 줄 알았다. 런던 이후 이탈리아에서는 태양을 즐기면서 너무 많이들 먹어 모두들 체중이 불었다.”

▲‘분노의 질주’ 시리즈와 이 영화를 비롯해 대형 액션영화에 자주 나오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런 영화들이 마음에 든다. 난 자랄 때부터 매우 활동적이었고 표현 수단으로 내 몸을 사용했다. 날 액션배우라고 정형화 할 지도 모르겠지만 난 그런 역을 정말로 즐긴다. 언젠가 무거운 드라마도 할 기회가 오겠지만 난 이런 영화들이 좋다.”

▲이스라엘에서 영화나 TV에 나올 의향이라도 있는지.
“언제나 나올 용의가 있다. 난 배우로서 대부분 할리웃에서 일했지만 모국어로 연기한다는 것은 매우 편하다. 따라서 좋은 감독과 내가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만 있다면 하시라도 나올 것이다.”

▲이스라엘 군에서 받은 훈련과 영화를 위해 받은 훈련이 어떻게 다른가.
“군 훈련이 훨씬 더 강력하다. 매일 하루에 6-7시간 씩 훈련을 받았는데 정말로 고되다.”

▲여류감독 패티 젠킨스와 일한 경험은 어떤가.
“패티는 함께 일하는 배우에게 창조적으로 가까이 접근하는 방법을 터득한 사람이다. 영화 촬영 내내 그는 우리와 함께 있으면서 의견을 교환하면서 상호 교감했다. 난 사람들이 여자가 주인공이니까 여자가 감독한다고 말하는 것을 들으면 착잡한 감정이다. 패티가 이 영화를 맡게 된 이유는 그런 것이 아니라 그가 바로 영화에 적합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역을 얻게 됐는가.
“몇 년 전 미국에 왔을 때 다른 영화들을 위해 여러 차례 오디션에 참석해 지쳐 연기를 거의 포기할 상태였다. 카메라 테스트 후에 퇴짜 당하기가 일쑤였다. 난 배우가 되려고 해서 된 것이 아니라 어쩌다 됐기 때문에 그럴 때마다 배우가 내 직업이 아니구나 하고 생각하곤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이 영화의 제작자인 잭 스나이더가 영화 이름도 안 밝히고 나보고 오디션에 나오라고 해서 참가한 뒤 이스라엘로 귀국했다. 얼마 후 스나이더가 전화로 미국에 와서 카메라 테스트를 받으라면서 ‘원더 우먼’이라고 들어 봤느냐고 물었다. 사연인즉 그렇다.”

▲어디에 사는가.
“텔아비브와 이곳이다.”

▲젠킨스가 감독한다면 ‘원더 우먼’ 속편에 나오겠는가.
“젠킨스가 감독한다면 어떤 영화에라도 나오겠다. 만약 속편을 만든다면 ‘원더 우먼’이 제3차 대전을 미리 막는 얘기를 하고 싶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나의 사촌 레이철’(My Cousin Rachel)


상복을 입은 레이철과 필립이 예배에 참석하고 있다.

신비의 미망인은 살인자인가 고상한 여인인가


의심과 정열 그리고 죽음과 회한이 뒤엉킨 스산하고 어두운 분위기의 심리 로맨틱 스릴러이자  복수의 미스터리 드라마로 마치 고전 귀신영화를 보는 기분이다. 시종일관 우아하고 아름답고 신비로운 미망인 레이철의 심중 의도를 의심하게 되면서 서스펜스에 긴장하게 되는데 이런 의문은 영화가 끝이 나서도 풀리지 않는다. 과연 레이철은 살인자인가 아니면 순진한 사람인가. 애매모호하기 짝이 없다.
이 영화와 같은 어두운 분위기의 로맨스영화로 로렌스 올리비에와 조운 폰테인이 주연한 영화 ‘레베카’의 원작 소설을 쓴 영국의 여류작가 대프니 뒤 모리에의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이 소설은 지난 1952년 리처드 버튼(할리웃 데뷔작)과 올리비아 디 해빌랜드 주연으로 영화로 만들어졌다.  
1830년대 영국의 남부 해변 마을의 대저택에 사는 순진하고 부유한 청년 필립 애슐리(샘 클래플린-마이클 화스벤더를 똑 닮았다)가 자기 보호자이자 사촌인 앰브로즈의 미망인 레이철(레이철 바이스)이 이탈리아에서 도착하기를 기다린다. 앰브로즈는 뇌종양으로 사망했다. 그런데 필립은 앰브로즈가 보내온 편지를 읽으면서 서서히 앰브로즈의 죽음이 병사가 아니라 레이철에 의한 독살이라고 믿게 된다. 편지 속에 앰브로즈가 이를 시사하는 글을 남겼다.
복수심에 불타는 필립 앞에 검은 상복을 입은 레이철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필립은 대뜸 이 여자의 깊고 고매한 아름다움에 사로잡힌다. 이어 레이철은 이 집안의 안주인으로 자리 잡는다. 그리고 레이철에 매료된 풋내기 필립은 레이철이 마땅히 앰브로즈의 재산을 상속 받아야 된다고 결정하고 모든 재산을 그에게 물려주는 작업에 들어간다. 
이에 관한 서류를 작성하는 필립의 대부(이에인 글렌)와 그의 총명하고 아름다운 딸로 필립을 짝사랑하는 루이즈(할러데이 그레인저)와 필립의 변호사 등이 다 필립의 이런 성급한 조치에 반대를 표명하나 세상물정 모르는 필립은 자기 뜻을 고집한다. 필립의 이런 호의에 레이철이 감사의 키스를 하면서 키스는 더 깊은 관계로 이어진다.
그런데 그 후 필립은 레이철의 행동에서 다시 수상한 점을 느끼게 되면서 이 여자가 재산을 노린 살인자라고 깊게 의심한다. 그리고 필립은 레이철을 죽이기로 결심한다. 끝이 아름답도록 충격적이다.  
기만과 술수와 의문이 기득한 영화로 안에 잠복한 짙은 선정성이 자극적인데 이런 의문과 억제된 성적 매력을 연기파인 바이스(007 대니얼 크레이그의 아내)가 침착하고 어둡고 고혹적으로 표현한다. 성격 드라마이기도 한데 중간 부분에서 다소 느슨해지는 기운이 있지만 호기심을 극대화시키는 영화로 촬영과 세트와 의상과 음악도 다 좋다. 
로저 미첼 감독(각색 겸). Fox Searchlight. 아크라이트(선셋과 바인) 랜드마크(웨스트우드와 피코). ★★★★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저녁 식사의 비애트리즈’(Beatriz at Dinner)


비애트리즈(왼쪽)가  부자들의 저녁식사에서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초대받지 않은 손님 눈에 비친 가진 자의 오만


영적인 영화로 심각한 생각과 느낌에 젖게 된다. 부유한 자들과 없는 자들 간의 차이와 계급간의 갈등과 함께 정치적 사회적 논평을 날카로운 위트를 구사해 표현한 코미디이자 드라마로 얘기가 대부분 저녁 식사 자리에서 진행돼 연극 같은 느낌이 든다.
깊이 있고 통찰력 있는 대사들이 있는 시적 분위기마저 지닌 드라마로 논쟁의 두 당사자로 나오는 셀마 하이엑과 존 리트가우의 언어의 대결에서 흐르는 전류가 감각적이다. 둘이 연기도 잘 하는데 특히 하이엑의 코믹하면서도 심오한 연기가 눈부시다.
영화 끝이 거의 초현실적으로 마치 마법적 사실주의 분위기를 지녔다.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초대 받지 않은 손님’이라는 부제가 어울리는 영화다.
집에서 개와 염소를 키우는 마사지사이자 암 환자센터에서 정신적 요법으로 환자를 돌보는 비애트리즈(하이엑)는 치유와 생명을 사랑하고 그 것들에 헌신하는 여자. 비애트리즈가 자기 손님인 엄청나게 부유한 캐시(카니 브리튼)에게 마사지를 해주려고 뉴포트비치에 있는 집에 갔다가 차가 고장이 나자 캐시가 비애트리즈를 저녁 식사에 초대한다.
캐시가 비애트리즈를 이렇게 대접하는 이유는 비애트리즈의 요법 때문에 자기 딸의 암이 치유됐기 때문. 저녁 식사의 손님은 돈이 최고인 부동산업자 재벌 덕(리트가우) 부부와 또 다른 부부. 잘 차려 입은 이들은 모두 거부들로 덕은 처음에 평상복을 입은 비애트리즈를 하녀로 오인한다.
저녁 식사가 시작되면서 이들이 나누는 대화란 모두 돈에 대한 것. 돈이 된다면 비리도 마다 않는 덕의 오만에 얌전히 앉아 있던 비애트리즈가 반박을 하면서 둘 사이에 적대 의식과 함께 논쟁이 벌어진다.
식사 후 자리를 옮겨 대화가 이어지는데 덕이 아프리카 사파리에서 사살한 코뿔소 사진을 자랑하자 비애트리즈가 이를 격렬히 비난한다. 비애트리즈의 덕에 대한 증오를 묘사한 상상에 이어 비애트리즈는 토우트럭을 타고 귀가하다 바닷가에 차를 세운다.
트럼프 시대에 잘 맞는 영화로 모두 자기보다 키가 훨씬 큰 물질주의자들 사이에서 입을 다물고 있던 키가 작은 비애트리즈가 틈틈이 이들의 말을 비판하는 모습이 코믹하면서도 진지하다. 그런데 감독 미구엘 아르테타는 덕을 괴물이라기보다 인간적으로 묘사, 그에게 연민의 마음을 품도록 처리했다. 랜드마크 등  일부지역. ★★★½(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