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7년 6월 5일 월요일

베를린 신드롬(Berlin Syndrome)


안디(오른쪽)가 자기의 포로인 클레어의 몸을 닦아주고 있다.

납치된 여성과 가둔 자의 심리대결


윌리엄 와일러가 감독한 여자를 수집하는 사이코의 아름답게 충격적인 드라마 ‘콜렉터’를 연상시키는 심리 스릴러이자 공포영화로 가둔 자와 갇힌 자의 육체적 심리적 폭력과 상처 그리고 심리전을 재치 있게 그린 작품이다. 
호주의 여류 감독 케이트 쇼트랜드의 기민하고 질서 정연한 연출력이 돋보이는 긴장감 감도는 영화로 시종일관 협소한 공간에서 얘기가 진행돼 심신으로 느끼는 서스펜스의 강도가 압도적이다. 그리고 감독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피랍자의 심리상태를 애매모호하게 설정해 과연 이 사람이 베를린판 스톡홀름 신드롬의 희생자가 된 것이나 아닐까 하는 궁금증을 일으키게 한다.
호주서 배낭 하나 등에 지고 베를린으로 휴가 겸 구 동독 건물들의 사진을 찍으러 온 사진사 클레어(테레사 팔머)는 길에서 만난 핸섬하고 상냥한 영어선생 안디(막스 리멜트)에게 호감을 갖는다. 
여행자의 방탕기와 자유가 발동해 클레어는 첫 대면 후 다시 안디를 찾아 간다. 둘은 정례적인 데이트 과정을 거쳐 안디의 아파트로 들어간다. 안디는 폐건물과도 같은 아파트단지에서 혼자 사는데 여기서 그와 클레어는 격렬한 섹스를 치른다. 
이튿날 클레어가 잠에서 깨어나니 안디는 출근했는데 아파트에서 나가려고 해도 문과 창문이 모두 굳게 잠겨 있다. 안디가 돌아오자 클레어가 따지니 안디는 키를 두고 나간 줄 알았다고 둘러댄다.
다시 이튿날이 되어도 문이 잠겨있자 그제야 클레어는 자기가 안디의 포로가 된 것을 안다. 그리고 안디도 본격적으로 납치자의 근성을 드러내 냉혹하고 폭력적이 되면서 클레어의 악몽이 시작된다. 그런데 안디는 아버지와 자기를 버린 어머니에 대해 증오하고 있다. 마더 신드롬이다. 
안디에게 폭력을 행사한 뒤 탈출하려던 것이 실패하면서 클레어는 자신의 감금 상태를 받아들인다는 식으로 평화작전을 쓰기도 하고 또 안디에게 아양을 떨면서 섹스작전마저 사용한다. 과연 클레어는 정말로 안디에게 정을 느끼는 것일까 또는 연극을 하는 것일까 아니면 클레어는 이 두 개의 마음을 모두 갖고 있는 것일까. 
영화가 이론적으로 너무 비약하는 점이 있긴 하나 팔머의 가라앉은 연기와 촬영과 음악 등이 다 좋은 즐길만한 영화다. R등급. 일부지역.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007 로저 모어



쉐이큰한 보드카 마티니와 여색을 즐기며 월터 PPK를 뽑아들고 악인들을 처치하는 불사신과도 같은 제임스 본드도 세월 앞에서는 무기력하다. 스크린에서 세 번째로 살인면허 더블O를 소지한 영국 첩보부 MI6의 스파이 본드로 나왔던 로저 모어가 지난 23일 89세로 타계했다. 지금까지 본드로 나왔던 6명의 배우 중 제일 먼저 별세했다.
모어는 제1대와 제2대 본드역의 션 코너리와 조지 레이젠비에 이어 ‘리브 앤 렛 다이’(1973)에서 본드로 나온 이후 무려 12년간 총 7편의 007시리즈에 나왔다. 첫 영화에 이어 ‘맨 위드 더 골든 건’ ‘스파이 후 러브드 미’ ‘문레이커’ ‘포 유어 아이즈 온리’ ‘옥토푸시’ 및 ‘뷰 투 어 킬’ 등에 나온 뒤 지난 1985년 58세로 본드 역에서 퇴역했다. 본드 역을 가장 많이 한 배우다. 모어의 뒤를 이어 티모시 달턴과 피어스 브로스난을 거쳐 현재는 대니얼 크레이그가 본드다.
모어의 007시리즈 중 가장 훌륭한 것이 ‘스파이 후 러브드 미’(사진)다. 영화에서 본드 걸로는 바바라 박(비틀즈 멤버 링고 스타의 아내)이 본드의 악인으로는 독일배우 쿠르트 유르겐스가 각기 나왔다. 유르겐스의 하수인으로 금속이빨로 사람을 물어 죽여 ‘조스’라 불리는 거인으로는 리처드 킬이 나왔다. 난 언젠가 런던을 방문했을때 윌체어에 앉은 그를 만난 적이 있다. 본드를 혼 내주던 그가 윌체어에 앉은 모습을 보면서 세월무상을 느꼈었다.
역대 본드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배우는 사납고 냉정하고 폭력적인 션 코너리다. 평소 농담 잘하던 모어도 “나를 빼곤 션이 가장 좋은 본드”라고 말했다. 코너리가 어둡고 거칠고 가차 없는 본드였다면 모어는 가볍고 코믹한 터치로 본드를 표현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본드 영화도 시리즈 두번째인 ‘007/위기일발’이다.
그런데 실제로 영국 스파이였던 이안 플레밍이 쓴 본드 소설에서 그려진 본드는 모어보다는 코너리가 더 본드의 성질에 걸 맞는다. 현 본드인 크레이그는 코너리에 이어 이런 본드의 근성을 가장 잘 표현한 배우로 평가 받고 있다.
눈썹을 올렸다 내렸다 하는 것이 특징인 모어는 연기파가 못 된다. 그도 자신을 배우로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난 오래 전에 유니버설 스튜디오에서 그를 본적이 있는데 그저 평범한 시민처럼 보였다.
그런데 모어는 실제로는 용감무쌍한 본드와는 전연 다른 성질을 지녔었다고 한다. 그는 지나치게 병을 의식했고 고지공포증자요 총을 싫어했다는 것. 그리고 본드가 즐겨 마시던 보드카 마티니도 입에 대지 않았다고.
그런데도 007시리즈 초대 제작자인 고 알버트 브로콜리는 첫 본드로 모어를 골랐었다. 그러나 그 때 모어가 영국의 인기 TV시리즈 ‘세인트’에 출연 중이어서 역을 맡지 못 했다. ‘세인트’에서 모어는 현대판 로빈 후드인 사이먼 템플라로 나오는데 이 시리즈는 1962년부터 무려 7년간 방영됐다.
런던에서 태어난 모어는 엑스트라 노릇을 하면서 왕립 극예술 아카데미에서 수련했다. 이 때 동급생 중 하나가 총 14편의 본드영화에서 본드의 상관인 M의 여비서 모니페니로 나온 로이스 맥스웰이다. 모니페니는 본드를 연모하나 본드는 늘 이를 가볍게 넘겨버리곤 했다.
‘세인트’의 인기로 모어는 MGM과 계약을 맺게 된다. 007 시리즈 외에 그의 영화들로는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나온 신파극 ‘내가 마지막 본 파리’와 리처드 버튼이 주연한 액션 스릴러 ‘와일드 기스’ 및 버트 레널즈가 나온 코미디 액션 영화 ‘캐논볼 런’ 등이 있다.
모어는 생애 후반기에 자기 친구였던 오드리 헵번이 생전에 맡았던 UN 국제아동비상기금의 친선대사로 활약했는데 이 공로로 영국왕실로부터 작위를 받아 ‘서’로 불렸다.
“마이 네임 이즈 본드, 제임스 본드”라고 자기를 소개하는 본드는 수많은 여자와 정사를 즐기면서도 “아이 러브 유”라는 말을 안 하는 철저한 플레이보이다. 그런 본드가 여인을 사랑해 결혼까지 한 영화가 ‘여왕폐하의 007’이다. 호주 배우 레이젠비의 유일한 본드 역으로 그는 이 영화에서 사랑하는 트레이시(다이애나 릭)와 결혼하나 결혼식 후 둘이 함께 애스턴 마틴을 몰고 가다 본드의 천적인 암살집단 스펙터의 두목 언스트 블로펠드(텔리 사발라스)가 쏜 총에 맞아 트레이시가 숨진다.
본드는 죽은 트레이시를 안고 눈물을 흘리는데 영화에서 터프 가이 본드가 흘린 첫 눈물이다. 이 사건 이후로 본드는 다시는 절대로 여자를 사랑하지 않기로 했다는 설이 있다.
다음 007시리즈에는 크레이그가 다시 나올 예정이다. 크레이그가 본드 역에서 은퇴하면 바톤을 이어 받을 배우들로 탐 하디와 마이클 화스벤더 및 이드리스 엘바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전쟁영화



제우스의 심술궂은 아들로 전쟁의 신인 에어리스가 인간의 마음에 폭력과 증오를 심어놓은 뒤로 인간은 지금까지 계속해 싸우고 있다. 구약은 피로 물든 전쟁사요 인간은 전쟁이 없으면 어떤 명분이라도 내걸고 전쟁을 한다.
전쟁은 무수한 젊은이들의 죽음을 요구한다. 살아있는 사람들은 젊은이들의 죽음을 조국을 위한 희생이라고 찬양하나 2차 대전 때 유럽전선에 참전해 혁혁한 무공을 세운 영화감독 샘 풀러는 이를 비웃는다. 그는 “군인들은 결코 그들의 목숨을 바치는 것이 아니다. 목숨을 빼앗기는 것일 뿐이다”고 말했다. 터프 가이 풀러는 자기 전투경험을 바탕으로 한 ‘빅 레드 원’과 함께 한국전을 다룬 ‘픽스트 베이어넷!’과 ‘철모’(사진) 등 여러 편의 좋은 전쟁영화를 만들었다.
오는 29일은 메모리얼 데이다. 그런데 살육이 목적인 전쟁의 희생자들을 기리는 메모리얼 데이와 함께 사람들이 태양을 즐기는 본격적인 여름철이 시작된다는 것이 역설적으로 느껴진다.
영화에서 한국전에 두 번이나 종군했다가 두 번 다 죽은 사람이 윌리엄 홀든이다. 주제가가 아름다운 ‘모정’은 홍콩주재 미국기자와 유라시언 여의사 제니퍼 존스와의 애처로운 사랑을 그렸다. 홀든은 한국전에 종군기자로 파견됐다가 순직한다.
홀든은 ‘도곡리의 다리’에서는 미 제트기 파일롯으로 나와 북한 땅에 불시착했다가 인민군의 총에 맞아 죽는다. 그의 아내로 그레이스 켈리가 나왔다. 홀든은 이 밖에도 오스카 주연상을 탄 ‘제17 포로수용소’와 ‘콰이강의 다리’ 같은 전쟁영화에 나왔다.
‘도곡리의 다리’에서처럼 한국전에 참전한 일본 주둔 미 제트기 파일롯들의 얘기를 그린 것으로 로버트 미첨과 로버트 왜그너가 나온 ‘헌터즈’와 말론 브랜도가 주연한 ‘사요나라’가 있다. 그런데 브랜도는 전투는 안 하고 일본의 예쁜 연예인과 연애를 한다. 이 밖에 알랜 래드와 시드니 퐈티에가 공연한 미군 내 흑백문제를 다룬 ‘올 더 영 멘’과 한국전에 영국군 졸병으로 참전했던 마이클 케인의 데뷔작 ‘헬 인 코리아’도 한국전 영화다.
풀러처럼 직접 2차대전에 참전, 큰 무공을 세운 뒤 할리웃 스타가 된 사람이 예쁘장하게 생긴 오디 머피다. 머피는 일반 병사로 유럽전선에서 보여준 영웅적 행위로 의회 명예훈장 등 무려 24개의 훈장을 받았는데 이는 한 개인이 받은 훈장으로는 미 역사상 최다의 것이다.
그는 제대 후 자기 경험을 다룬 액션이 박진한 ‘지옥의 전선’에 나왔다. 머피의 또 다른 훌륭한 전쟁영화로는 존 휴스턴이 감독한 남북전쟁 영화로 용기와 비겁의 뜻을 탐구한 ‘용기의 붉은 배지’가 있다.    
웨스턴과 전쟁영화로 미 국민의 영웅이 된 존 웨인은 계약사인 RKO가 손을 써 징집에서 제외됐다. 제임스 스튜어트와 클라크 게이블 등 많은 할리웃 스타들이 종군한 것을 생각하면 이유야 어쨌든지 큰 덩지에 어울리지 않는 처사다. 웨인이 실전에서 못 한 무공을 스크린에서 세운 영화가 그가 용감무쌍한 고참 해병상사로 나온 이오지마전투를 그린 ‘유황도의 모래’다.
웨인은 극 보수파로 베트남전이 한창일 때 호전적인 ‘그린 베레’를 감독하고 주연도해 논란이 됐었다. 특수부대 그린 베레를 찬양한 노래가 ‘그린 베레의 발라드’다. 베트남전에 그린 베레로 참전, 부상한 배리 새들러가 불러 빅 히트를 했는데 한국에서도 크게 유행 했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베트남전 영화는 올리버 스톤이 자기 경험을 바탕으로 만든 ‘플래툰’이다. 이 영화에는 새뮤얼 바버의 ‘현을 위한 아다지오’가 비장하게 쓰여진다. 이에 비하면 역시 베트남전 영화인 ‘디어 헌터’는 약간 신파조다.
실전에 총 대신 카메라를 들고 참전한 5인의 명감독 존 포드, 존 휴스턴, 프랭크 캐프라, 조지 스티븐스 및 윌리엄 와일러가 전장에서 찍은 기록영화 ‘돌아온 5인’은 훌륭한 전쟁사다. 또 미 구축함과 독일 잠수함 간의 추격과 도주를 다룬 ‘상과 하’도 빼어난 전쟁영화다.
나의 올 타임 페이보릿인 ‘지상에서 영원으로’도 전쟁 드라마다. 내가 고집불통의 육군 졸병으로 나온 몬고메리 클리프트에게 반한 영화로 진주만 피습 직전과 직후의 하와이 주둔 군인들의 우정과 사랑을 그렸다. 클리프트는 2차대전을 다룬 ‘젊은 사자들’에서도 역시 고집이 센 육군졸병으로 나와 동료들부터 왕따를 당한다.
반전 풍자영화의 금자탑인 스탠리 쿠브릭의 ‘닥터 스트레인지러브’의 수준에는 못 미치나 26일 개봉된 ‘워 머신’(영화평 참조)도 시의에 맞는 재미있는 전쟁 풍자영화다. 영화에서 아프간전쟁에 투입된 한 미군이 “내가 여기서 왜 싸우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회의하는 장면이 있다. 도대체 우리는 왜 싸우는가.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2017년 5월 24일 수요일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2’의 크리스 프랫




“주라기 공원·어벤저스 등 속편 출연… 난 행운아”


마블만화를 원작으로 2014년에 만든 빅히트작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속편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2’에서 외계 무뢰한들로 구성된 우주 수호자들의 리더 피터 퀼로 나오는 크리스 프랫(37)과의 인터뷰가 최근 할리우드에 있는 런던호텔에서 있었다.
건장한 체격에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이는 씩씩한 프랫은 유머와 위트를 섞어 농담을 해가면서 전연 스타 티를 안내고 겸손하고 편안하게 인터뷰에 응했다. 금방 친해질 수 있는 이웃집 사람과 같아 인터뷰가 재미있고 즐거웠다. 프랫은 인터뷰에서 작년에 ‘패신저’ 홍보차 한국에 갔을 때 팬들로부터 뜨거운 환영을 받아 정말로 고마웠다고 말했다.

▲ TV 시리즈의 조연배우로 시작해 이렇게 스크린의 빅스타가 된 소감은.
“내 인생이 변한 것은 사실이다. 명성으로 인해 자신의 사생활을 잃은 사람들은 성공에 대해 부정적으로 얘기하는 경향이 있는데 나는 가급적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한다. 고마울 뿐이다. 그런데 난 늘 성취감과 행복감에 차서 살아왔기 때문에 명성에 대해 급급해 하진 않았다. 이제 다행이라 할 것은 더 이상 영수증의 금액을 안 들여다봐도 된다는 것이다. 문제라면 대중이 있는 곳에 갔을 때의 처신이다. 그 외에는 예전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그리고 과거보다 많고 좋은 작품을 마음대로 선택 할 수 있다는 것도 혜택이다.”

▲성공으로 인해 신나는 일들이 많다고 했는데 그것들은 무엇인가.
“나와 가족에게 주어진 기회를 비롯해 우리들의 노후 그리고 여행하고픈 곳에 갈 수 있고 사고 싶은 땅도 살 수 있고 또 매년 몇 달 간의 휴가 등 흥분되는 것들이 많다. 또 훌륭한 영화인들과 함께 일 할 수 있으며 여러분들과도 자주 만날 수 있지 않은가. 우린 한 가족이나 마찬가지가 아닌가.”          

▲이 영화의 속편이 몇 개나 만들어지는가.
“계약상 제3편은 꼭 나온다. 난 이 영화를 사랑한다. 제3편도 전편들처럼 제임스 건이 감독하고 각본을 쓴다. 이 영화는 그의 것이나 마찬가지다.”

▲제2편 만든 경험은 어떤가.
“감독을 비롯해 출연진들이 다 구면이어서 편안했다. 우린 제1편을 만들 때 금방 친구들이 됐다. 제1편을 만들 때보다 훨씬 쉽게 역에 적응할 수가 있었다. 따라서 영화 만드는 것도 전편보다 훨씬 쉬웠다.”

▲작년에 ‘패신저’ 홍보 차 한국에 갔을 때 한국 팬들로부터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고 들었는데.
“정말로 그들을 사랑한다. 그들로부터 진짜로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을 느꼈었다. 그와 함께 팬들의 성원과 그들이 이 영화의 전편을 아주 좋아한다는 것도 절감했었다.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우린 대규모 팬들과의 만남의 시간을 만들었는데 모두들 멋있었고 감동적이었다. 엄청나게 많은 팬들이 참석했는데 우리나 팬들 모두 참으로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진짜 좋은 시간을 보냈다.”
크리스 프랫은 화려한 볼거리를 자랑하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2’에서 우주 수호자들의 리더로 나온다.

▲ ‘주라기 공원2’와 ‘어벤저스: 인피니티 워-파트1’ 등에도 나오는데 속편을 너무 많이 만든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속편들이 나오는 3편의 영화에 나온다는 것은 운이 좋은 일이다. 배우란 앞으로 6개월의 일정을 명확히 내다보기가 힘든 직업이다. 아버지요 남편으로서 미래를 꾸려가려고 하는 나로선 앞으로 내가 어디에 있을지를 분명히 알 수 있는 속편을 만든다는 것은 아주 좋은 일이다. 그렇게 하기란 배우로선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그 영화들이 다 좋고 또 히트작이라는 것도 기쁜 일이다.”          

▲성공해 더 이상 영수증 내역을 안 들여다 봐 좋다고 했는데 또 다른 멋진 일은 무엇인가. 
“난 만화영화의 음성연기를 하기도 하는데 돈 대신 장난감을 보수로 받는다. 그래서 그것들을 차에 싣고 아동병원에 가 아이들에게 나눠주곤 한다. 그것이 다른 특혜 중 하나다. 어느 날 인스타그램으로 감기에 걸린 아이가 내가 준 선물인 가면을 쓴 채 자고 있는 것을 보면서 정말로 좋은 일을 했구나 하고 생각했다.”

▲배우로서 여행을 많이 할 텐데 당신은 훌륭한 여행자인가.
“우리의 여행은 여행이라기보다 장소의 이동이다. 촬영을 할 때 여행이란 목적지도 제대로  모르고 한다. 그러나 여행 할 때면 책과 헤드폰을 비롯해 만반의 준비를 한다. 그리고 꼭 루빅스 큐브를 갖고 간다.”

▲짐을 잘 싸는가.
“형편없다. 늘 가장 중요한 것을 잊곤 한다. 내 아내(배우인 안나 화리스)가 나보다 훨씬 나은데 아내는 여행하기 이틀 전부터 짐을 싼다. 나는 떠나는 날 짐을 싸느라 난리법석을 떨면서 아내에게 도움을 청하곤 한다.”

▲지구의 환경 조건이 싫어 다른 별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해봤는가.
“노. 어디로 가란 말인가. 지구보다 더 살기 좋은 곳은 없다. 화성은 너무 뜨거워 못 살걸. 난 내가 사는 지구를 사랑한다. 물론 우린 문제가 있긴 하지만 그 것은 우리가 풀어나가면 된다. 지구는 당신과 나 같은 사람들을 필요로 한다. 우린 문제들과 정면 대결해야지 그것으로부터 달아날 수는 없다.”

▲‘주라기 공원2’에 대해 말해 달라.
“기존 ‘주라기 공원’과 다른 공포를 줄 것이다. 기존의 것들과 다른 새롭고 매우 신선한 감각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내년에 개봉된다.”

▲팬들로부터 괴이한 반응이나 경험을 겪은 적이 있는가.
“어제 프리미어에서 웬 이상한 남자가 갑자기 흥분을 하고 화를 내면서 가라데 폼을 잡으며 야단법석을 떨어 사람들이 그를 들어 날라야 했다. 날 해치지 않은 게 다행이다. 누가 갑자기 내게 달려들지 모르는 일이다. 그런 미친 사람들이 더러 있다.”

▲존경의 마음으로 당신 가족 외에 누군가의 동상을 만든다면 누가 되겠는가.
“예수와 실베스터 스탤론 그리고 어쩌면 짐 캐리다. 이유는 묻지 말라. 나도 모르니까.”

▲어느 하루 아무도 당신이 누군 줄을 모른다면 무슨 일을 하겠는가.
“해변에 가겠다. 피크닉 준비를 하고 큰 공공장소인 해변에 가서 발가락을 물에 담그고 또 아들(4세)과 안나와 함께 산책을 하겠다. 아무도 날 알아보지 않는 사람들로 붐비는 해변에서 가족과 하루를 즐길 것이다.”

▲좋아하는 해변이라도 있는가.
“마우이의 블랙록 해변이다. 장관이요 아름답다.”

▲아들 잭으로부터 배우는 것이라도 있는가.
“며칠 전에 아들에게 ‘야 잭, 너 이리와 앉아’라고 말했더니 잭이 한다는 소리가 ‘그 게 누구에겐가 말하는 바른 어투냐’고 한 마디 하더라. 그래서 내가 ‘그래 네가 맞다. 여기 와서 앉을 수 있겠니’ 하고 고쳐 말했다. 난 엄격한 아버지 밑에서 자라 명령만 들었지 ‘플리즈’니 ‘댕큐’라는 말을 많이 듣질 못 했다. 그런 성장 배경 때문에 나도 아들에게 그렇게 말했는데 그래서 가급적 아들에게 ‘플리즈’와 ‘댕큐’를 많이 쓰려고 노력중이다.”

▲늘 행복하고 즐거워 보이는데 어두운 면이라도 있는가.
“누구나 다 어두운 면이 있겠지만 대중 앞에서 그것을 잘 드러내진 않는다. 난 불화 없는 가정에서 자라 그런 것 같다. 그런데 가족 간에도 가끔 충돌은 있는 것이 건전하다. 그러나 우린 그것을 피했다. 그런 탓에 난 내 의견을 크게 내놓기를 꺼려한다.”

▲예측 불허한 도널드 트럼프로부터 우리 우주를 지킬 비법이라도 있는가.
“견제와 균형이 있는 나라에서 살고 있는 것이 큰 다행이다. 우리는 독재자에게 굴하지 않을 수 있는 체제를 가졌다. 도널드 트럼프가 독재자라곤 안 하겠지만 우린 독재자들로부터 우리를 보호할 수 있는 사법체제와 행정부를 가졌다. 그래서 매 4년마다 선거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난 우리 국민이 누군가 옳은 일을 하지 않으면 그를 교체할 수 있는 옳은 선택을 할 수 있는 이 나라와 국민을 믿는다. 그리고 난 우리 헌법이 누군가가 과도한 권력을 행사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도 믿는다. 난 우리 정부와 신을 믿는다. 난 우리나라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결혼 계획(The Wedding Plan)


미칼이 신랑도 없는데 결혼식을 강행하고 있다

결혼 한달 앞두고 파혼통보‘신랑 구하기’성공할까


텔 아비브에 사는 신심이 강한 보수파 유대교 신자인 32세 난 처녀가 결혼 한 달 전에 약혼자로부터 버림을 받고도 그것을 자기 믿음에 대한 시험이라 생각하면서 계획대로 결혼식을 준비하는 얘기를 코믹하면서도 진지하게 다룬 드라마다. 감독(각본 겸)은 이스라일계 미국인 라마 버쉬틴.
주인공 여자의 눈으로 서술되는데 아기자기한 에피소드들과 함께 과연 주인공이 끝에 가서 자기 믿음대로 기적이 이뤄져 결혼을 하게 될 것이냐 아니냐 하는 궁금함 때문에 서스펜스에 매달리게 된다.
아동파티용 이동 페팅 동물원을 운영하는 미칼(노아 코러)은 미인은 아니나 아름답고 건강하고 생명력 넘치는 여자. 그런데 결혼 한 달 전에 느닷없이 약혼자로부터 “난 너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통보와 함께 파혼을 당한다. 건강하고 건실한 남자 쉬미(아모스 타맘)가 경영하는 결혼식장을 이미 예약한데다 손님들에게 초청장까지 보낸 뒤여서 미칼은 큰 시름에 빠진다.
그러나 신심이 강한 미칼은 이것을 하나의 시련이라 믿고 신랑 없는 결혼식을 예정대로 치르기로 결심한다. 신이 기적을 일으켜 한 달 안으로 신랑감을 골라 주리라고 믿는다. 자기 어머니와 언니와 친구들마저 이를 믿지 않는 가운데 미칼은 연속적으로 블라인드 데이트를 하나 신랑감을 못 고른다.  
마음이 다급해진 미칼은 우크라이나로 여행해 성지를 찾아가 기도를 하는데 이 기도가 통했는지 여기서 미남 인기 록가수(오즈 제하비)를 만나 데이트를 즐긴다. 그리고 미칼은 혼자 귀국한다. 마침내 결혼식 날 신랑이 없는데도 미칼은 웨딩 드레스를 입고 손님들이 참석한 가운데  의자에 앉아 신랑을 기다린다. 코러가 따뜻하고 빛나는 연기로 호면을 압도한다.
성인용. 랜드마크 등 일부극장. ★★★1/2(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솔라리스(Solaris·1972)


크리스가 죽은 아내 하리와 재회하고 있다.


망가진 우주선서 만난 자살한 아내
과거의 잘못 바로 잡으려 하는데…


역시 타르콥스키의 영화로 인간의 윤리문제를 탐구한 심오하고 아름다운 형이상학적 공상과학 영화. 상영시간 167분으로 칸 영화제 심시위원 특별상 수상. 원작은 폴랜드의 공상과학 작가 스타니슬라브 렘의 소설. 
스탠리 쿠브릭의 ‘2001: 우주 오디세이’를 연상케 하는 영화로 도덕과 죽음 그리고 기억과 시간에 관한 철학적이요 신비한 작품이어서 강력한 집중력을 요구하나 ‘스토커’처럼 아름답다. 
시골에서 부모와 어린 딸과 함께 사는 중년의 우주인 크리스는 혹성 솔라리스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상한 현상을 조사하기 위해 혹성 주위를 돌고 있는 우주선에 도착한다. 솔라리스의 표면은 생명체로 인간의 환상을 현실로 만들어주는 작용을 한다. 
크리스는 내부가 망가진 우주선에 아직도 두 명의 과학자가 살고 있다는 것과 함께 자기의 옛 동료인 우주인이 자살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의 죽음이 솔라리스의 표면과 불가사의한 관계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그런데 솔라리스에 크리스의 자살한 아내 하리가 생전과 똑 같은 모습으로 나타나면서 크리스는 자신의 과거 잘못을 고치고 다시 아내와의 관계를 정립하려고 애를 쓴다. 사랑과 진실 그리고 인간성에 대한 개념에 대해 묻고 있는 독창적인 작품. 디지털 복원판으로 23-25일 까지 뉴아트서 상영.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스토커(Stalker·1969)


스토커(앞)가 작가와 교수를 '존'으로 안내하고 있다.

욕망 이뤄주는 방… 3인의 선택은


러시아의 사색적이요 철학적이며 심오한 감독 안드레 타르콥스키의 작품으로 공상과학적 요소와 철학적이요 심리학적인 요소를 혼합한 예술영화다. 상영시간 161분으로 카메라 동작과 서술이 엄청나게 느려 인내심이 필요하나 매우 아름답고 의미심장한 작품이다. 
‘스토커’라 불리는 안내자가 작품의 영감을 찾는 우울한 작가와 과학적 발견을 추구하는 교수를 데리고 오래 전에 일어난 대재난으로 지구 종말 후의 세상처럼 된 신비하고 제한된 지역인 ‘존’을 가로질러 간다. 이들의 목적지는 인간의 가장 내밀한 욕망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능력을 지닌 ‘방’. 
세 사람이 현대사회의 지스러기들로 지저분한 ‘존’을 여행하면서 대화하고 논쟁을 벌이다가 ‘존’ 그 자체가 생명체처럼 감지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종교적 은유요 현대 사회의 정치적 불안에 대한 고찰이며 아울러 영화 자체에 대한 명상으로 세밀한 부분까지 마치 현미경으로 드려다 보듯이 찍은 촬영이 찬란하다. 
디지털 복원판으로 19~22일까지 뉴아트(11272 샌타모니카)서 상영.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