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6년 12월 13일 화요일

라 라 랜드(La La Land)


세바스찬과 미아(왼쪽)가 황혼 속에 할리웃힐스에서 스윙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황홀하고 아름답고 로맨틱한 뮤지컬 영화


‘라 라 랜드’라는 말은 화려 사치한 분위기에서 “니나노” 하면서 사는 영화인들의 동네 할리웃을 비웃는 말이나 이 영화는 그 조롱의 단어를 빌려 옛 할리웃의 영광과 화사함 그리고 영화와 음악에 대한 정열을 찬양한 헌사다.
할리웃 황금기 많이 만들어진 뮤지컬을 그리워하고 또 재현한 내용과 연기 및 촬영과 조명과 의상 그리고 프로덕션 디자인 등이 다 빼어난 로맨틱 뮤지컬이다. 프레드 애스테어와 시드 채리스 그리고 진 켈리와 레즐리 커론 커플의 기막히게 감미롭고 로맨틱한 콤비와 그들의 춤과 노래를 생각나게 만드는 다이아몬드의 광채를 내는 영화다.
한숨이 나올 정도로 노스탤지아가 가득한 황홀하고 아름답고 로맨틱하며 또 가슴 싸하게 만드는 진짜 명품으로 본격적인 뮤지컬이 외면을 받는 요즘에 이런 영화를 만든 데미안 차젤 감독(각본 겸-‘윕래쉬’)의 대담성에 박수를 보낸다.
영화의 문제점은 과연 이 영화를 뮤지컬에 관심이 없는 젊은 층들이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하는 점. 주인공들로 젊은 팬들이 좋아하는 라이언 가슬링과 엠마 스톤을 기용한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 같다.
첫 장면부터 화면에 확 빨려들게 된다. LA의 다운타운으로 가는 110번 프리웨이와 연결된 105번 프리웨이의 높고 커브 진 램프가 차량들로 마비된 상태. 기다리다 지친 차 안에서 음악을 듣고 있던 남녀운전자들이 차 밖으로 나오더니 프리웨이와 차 위에서 빅밴드의 경쾌한 리듬에 맞춰 신나게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른다. 직접 현장에서 찍은 이 장면이야 말로 감탄이 절로 나오는 영화사에 길이 남을 뮤지컬 신이다. 여기서 두 주인공 세바스찬(가슬링)과 미아(스톤)가 차를 탄 채 스쳐 지나간다. 영화에는 스윙음악과 재즈 그리고 춤과 노래가 많이 나와 눈과 귀가 모두 즐겁다.
워나브라더스 스튜디오 카페 종업원으로 배우 지망생인 미아는 계속해 오디션에 나가나 채택에 안 된다. 그리고 콧대 높은 재즈 피아니스트 세바스찬은 술집과 식당에서 피아노를 치다가  손님에게 불량하구 굴어 해고된다. 둘은 옛날이나 요즘에도 할리웃에 가면 얼마든지 보게 되는 이 동네서 성공하려고 몸부림치는 젊은이들.    
여러 해에 걸쳐 4계절을 지나 진행되는 내용은 두 젊은 남녀가 만나 사랑에 빠지고 이어 문제가 생기면서 갈등이 이는 젊은 남녀에 관한 로맨스영화의 틀을 그대로 따랐다. 미아와 세바스찬은 할리웃힐즈의 연예인 저택에서 열린 풀파티에서 처음 만나나 세바스찬은 미아에게 불손하게 군다. 그러나 미아의 아름답고 똘똘하고 세련된 미아에게 반하지 않을 자가 어디 있으랴. 둘은 이어 불그스름한 황혼 속에 가로등이 로맨틱한 기운을 내는 할리웃힐스의 언덕에서 아름다운 LA를 배경으로 멋진 춤을 춘다. LA가 이렇게 아름답게 그려진 영화 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둘은 커플이 되면서 사랑에 빠져 사는데 미아가 오디션에서 계속해 딱지를 맞자 세바스찬은 미아에게 스스로 각본을 쓰라고 종용한다. 그리고 세바스찬이 성공한 밴드의 멤버가 돼 순회공연차 자주 집을 비우면서 둘 사이에 문제가 생긴다.
스톤과 가슬링이 직접 춤을 추고 노래 부르는데 프로 같지 않아 더 정답다. 가슬링은 직접 피아노도 친다. 그리고 둘의 콤비가 찰떡궁합이고 연기들도 잘 한다. 미풍처럼 경쾌하면서도 우수가 봄비처럼 배인 영화로 음악과 안무 그리고 색깔과 화면 구성 등도 다 훌륭하다. PG-13. Lionsgate.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재키(Jackie)


재키가 TV 방영을 위해  백악관안내를 하고 있다.


케네디 암살 후 아내 재키가 겪은 일을 재구성


케네디 대통령 암살 직전과 직후의 케네디 측근들의 모습 상황을 다큐드라마 식으로 다룬 지적이요 맑은 정신의 흥미 있는 작품으로 재클린 케네디의 눈으로 본 케네디의 죽음과 그 직후의 후유증을 다뤘다. 복잡한 구조를 갖춘 일종의 에세이 스타일의 영화로 시각 스타일이 특이하고 우아한데 너무 지적이요 고급이어서 다소 거리감이 느껴진다. 
이런 지적 접근으로 재키의 감정과 마음을 비롯해 분위기가 차갑게 느껴진다. 칠레감독 파블로 라레인은 역사를 재해석하면서 재키라는 전설적 여자를 인간화 하고 있다. 
케네디 암살 후 매서추세츠주 하이아니스포트 저택에서 기자(빌리 크러덥)가 재키(나탈리 포트만)를 인터뷰 하면서 시작된다. 슬픔과 분노에 찬 재키는 인터뷰의 주도권을 잡는데 이어 장면은 유명한 재키의 백악관 내 가이드 TV촬영 장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새침 떠는 재키가 가는 음성으로 현대판 ‘캐멜롯’을 소개하는 모습이 곱다. 
영화는 에피소드 식으로 마치 직소퍼즐 푸는듯한 구조를 지녔다. 달라스에서의 케네디 암살 직전과 직후의 긴박한 상황, 기내에서의 린든 존슨 부통령(존 캐롤 린치)의 대통령 취임 선서,케네디의 알링턴 국립묘지 안장, 재키와 가톨릭신부(존 허트)간의 오가는 재키의 결혼과 삶과 그것들의 의미 그리고 재키가 백악관을 떠나기 직전의 모습 등이 묘사된다.
나오는 인물들로는 케네디 대통령(캐스파 필립슨), 재키의 비서이자 친구인 낸시 터커맨(그레타 거윅) 그리고 바비 케네디 법무장관(피터 사스가드).       
‘캐멜롯’의 안 주인에서 갑자가 미망인이 되면서 영광과 꿈과 권력을 한꺼번에 잃은 재키의 고독과 좌절 그리고 분노와 슬픔을 가슴이 아프도록 절실하게 다루면서 전설의 파괴를 안타까워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감독은 이 같은 전설의 실상과 내막을 냉철하게 해부하고 있다.     영화에선 케네디가 좋아하던 뮤지컬 ‘캐멜롯’의 노래가 효과적으로 쓰이고 있는데 이와 함께 내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깊은 향수에 젖게 된다.                   
훌륭한 것은 포트만의 고상하고 품위 있으면서 절제된 연기. 매우 차분하면서도 빈 틈 없는 알찬 연기인데 이미 ‘흑조’로 오스카 주연상을 탄 그가 재키 역으로 다시 후보에 오를 것이 분명하다. 포트만은 뤽 브송 감독의 갱영화 ‘프로페셔날’의 아역 배우 출신이다. 촬영과 음악도 좋다. R. ★★★1/2(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승객’크리스 프랫




공상과학 액션 스릴러 ‘패신저스’(Passengers)의 주인공 짐 역의 크리스 프랫(37)과의 인터뷰가 7일 베벌리힐스의 한 식당에서 있었다. 수면상태에 들어간 5,000여명의 승객을 태우고 다른 혹성으로 120년간이 걸리는 비행을 하던 우주선의 컴퓨터가 고장이 나자 승객 중 한명인 짐이 혼자 예정일보다 60년 일찍 깨어나면서 일어나는 얘기로 그의 상대 역 오로라로 제니퍼 로렌스가 나온다. 한편 프랫과 로렌스는 영화홍보 차 12일 한국을 방문한다.
늠름한 체구의 씩씩한 청년 같은 프랫은 시종일관 미소를 지어가며 유머를 섞어 질문에 대답했는데 액션전문 배우답지 않게 점잖았다. 농담을 하면서도 매우 진지하고 신중했는데 호인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그에게 서울 가는 소감을 묻자 프랫은 “나는 정말 기대하고 있으며 흥분에 들떠 있다. 한국은 이번이 처음 방문인데 최근에 함께 일한 병헌(‘매그니피슨트 세븐’에서 공연한 이병헌)을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병헌이 당신 나라에서 빅 스타라는 것을 알고 있다. 바라건대 그를 만나 식사를 함께 하고 싶다”고 덧 붙였다.
프랫은 “한편으로는 여러 나라에 들러 영화에 관해 얘기하고 또 파는 것이 상쾌한 일이긴 하나 다른 한편으로 볼 때 체류 일정이 너무 짧아 그 나라에서의 진짜 경험을 할 수 없는 것이 유감”이라고 말했다.
프랫은 “호텔에서 사람들을 만나 얘기하거나 기자회견을 하는 것은 하나의 일”이라면서 “그래서 내 일상에서 가장 바쁠 때인 요즘 서울을 가게 된 것은 불운이라고도 하겠다. 잠시 멈춰 서서 장미꽃 냄새도 맡을 수 없을 정도로 분주하다”고 겸연쩍은 미소를 지었다. 프랫은 “이번 서울 방문에서도 영화에 관해 얘기하는 것이 전부일 것 같으나 잠시나마 머무는 동안 병헌도 만나고 또 한국문화를 가능한 한 많이 경험 하겠다”고 다짐했다.
프랫은 짐과 같이 고독하게 된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물음에 자신은 고독을 느끼지 않고 혼자 있을 수 있다면서 배우라는 직업이 늘 사람들과 함께 있어야 하는 것이어서 혼자 낚시를 가거나 광야에 나가는 고독을 그리워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프랫은 이 영화 외에도 ‘가디언스 오브 더 갤락시’ 등 여러 편의 공상과학 액션영화에 나왔는데 공상과학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 것이 독창적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얘기보다 특수효과를 더 뽐내는 공상과학영화는 싫어한다고.
짐이 5,000여명의 승객 중 유일하게 깨어난 것에 대해 모든 것에는 그 어떤 목적이 있기 마련이라면서 내가 깨어난 것도 내가 원하는 바와는 상관없이 운명이 어떤 임무를 내게 부여했기 때문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것이야 말로 신의 은총이라고 덧붙였다.
예정보다 60년이나 빨리 깨어난 것에 비유해 아침 일찍 일어날 때의 기분 상태를 묻자 그는 “난 아침을 좋아 한다”면서 “내 아내가 이 말을 들으면 눈알을 굴리겠지만 난 아침에 일찍 일어나면 기분이 아주 상쾌하다”고 능청을 떨었다.
제니퍼 로렌스에 대해선 칭찬 일색. 제니퍼는 우습고 재미있고 멋있는 여자라면서 그의 존재는 사람을 취하게 만드는 것으로 곁에 있으면 그의 영혼에 감염이 되게 마련이라고 추켜세웠다. 이어 프랫은 몇 달간 제니퍼와 거의 단 둘이 하루에 16-17시간을 함께 보냈는데 그 것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라면서 우린 만나자마자 즉각적으로 서로 통했다고 자랑했다.
그러면서 무인도에 함께 있을 사람을 고르라면 내 아내(배우인 안나 화리스)와 가족이 먼저고 다음으로 제니퍼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비행기 승객으로서 가장 흥미 있었던 경험에 대해선 15여 년 전 암스테르담에 가는 비행기를 탔을 때 30,000 피트 상공의 기내 화장실에서 섹스를 한 것이라고 깔깔대고 웃으면서 고백했다.
영화가 마치 속편이 나올 것처럼 끝이 나는데 대해선 불가능 한 것은 아니나 자신은 이 영화가 기승전결이 완벽한 하나의 완성품으로 본다면서 그러나 제니퍼만 나온다면 속편을 열 개라도 만들 것이라고 이죽거렸다. 그리고 영화의 각본을 읽고 즉시로 매료돼 출연에 응했다면서 정말로 멋있고 독창적이요 잊지 못할  작품이라고 자화자찬했다.
그는 이어 자기는 ‘메소드 액터’는 아니나 하루의 촬영이 끝나도 역을 집에까지 가지고 가서 아이디어를 곰곰 생각한다면서 자기는 아직도 배우고 있는 중이라고 겸손해 했다. 그리고 연기란 직업은 삶에 있어 생존의 기술이라면서 배우란 직업은 젊은 세대에게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책임이 있는 중요한 직업이라고 강조했다.  
인터뷰 후 기념사진을 찍을 때 내가 “당신 한국에 가면 술 많이 먹어야 해. 우리 나라 사람들 술 아주 좋아하지”라고 권주하자 프랫은 “정말이냐”고 반색을 했다. 내가 다시 “술 많이 먹겠다고 약속하지”라고 다그치자 프랫은 “그래 약속할게. 왕창 취해 한국에서의 경험 다  잊을 거야”라며 나와 같이 박장대소 했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2016년 12월 6일 화요일

‘룰즈 돈 어플라이’워렌 베이티




"일한다는 것, 깨닫지 못 할 때 진짜 좋은 일을 할 수 있어"


할리우드의 총아에서 기인이 되다시피 한 워렌 베이티(79)가 미 역사의 또 다른 기인인 하워드 휴즈로 나온 ‘룰즈 돈 어플라이’(Rules Don't Apply)는 베이티가 ‘타운 앤 컨트리’ 이후 15년 만에 만든 향수 짙은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로 그가 감독(각본 겸)도 했다. 휴즈와 함께 영화사 사장이던 그가 고용한 젊고 예쁜 예비스타 말라(릴리 칼린스)와 말라의 젊은 미남 운전사 프랭크(알덴 에렌라익)의 로맨스와 이들 3인간의 관계를 그린 영화인데 방향을 못 잡고 갈팡질팡 하고 있다. 영화에는 그의 아내 아넷 베닝이 말라의 어머니로 나온다. 
감색정장을 한 베이티는 나이답지 않게 정정하고 준수한 신사인데 비밀에 싸인 흉물이었던 휴즈 처럼 거의 음흉할 정도로 노련했다. 지적이요 유머와 위트도 있지만 질문에 알맹이가 없는 쭉정이 대답을 하는 것. 신중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질문에 엉뚱한 소리를 하거니 오리발을 내미는 식의 대답을 했다. 인터뷰 후 기념사진을 찍을 때 필자가 한국인이라고 자기 소개를 하자 베이티는 “한국엔 안 가봤는데 가보고 싶다”며 미소를  지었다.  

▶과거가 그리운가.
“난 1961년에 나온 데뷔작 ‘초원의 빛’이 빅히트하면서 순조롭게 할리우드 생활을 시작한 행운아다. 그래서인지 난 늘 이 영화처럼 과거의 일들을 영화로 만들고 싶었다. ‘초원의 빛’ 성공 이후 난 다른 사람들처럼 영화에 계속해 나오지 않아도 됐다. 버지니아주 침례교 가정에서 태어난 나는 여권운동이 한창이던 1958년에 할리우드에 왔는데 그 때 영화사들은 성적 혁명에 대한 내용을 많이 다뤘다. 나도 그 문제에 대해선 주저 없이 대응했다(플레이보이로 유명한 자기를 은근히 비꼰 말이다.)”

▶영화의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었는가.
“난 늘 몇 개의 아이디어를 갖고 있어 어느 영화의 첫 아이디어가 어디서 왔는지 모른다. 그러다가 ‘야 이거다’하고 짚이는 것을 만든다. 이 영화도 그렇다. 난 휴즈를 만나진 않았으나 그를 알던 많은 사람을 아는데 모두들 휴즈에 대해 좋게 말하더라. 난 늘 그에 대해 호기심이 있었다.”

▶왜 영화를 그렇게 뜸하게 만드는가.
“영화 말고 인생이라는 것이 있지 않은가. 그리고 때론 일한다는 것을 깨닫지 못 할 때 진짜 좋은 일을 할 수 있다고 본다. 난 때로 영화 만드는 일이 마치 구토와도 같이 느껴진다. 그렇다고 내가 구토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아이디어가 머리에서 뱅뱅 맴돌고 그런 것이 재미있다가도 그 일로 인해 고문을 받는 경험을 하게 되면 차라리 모든 것을 구토해버리고 싶을 때가 많다.”
베벌리힐스호텔 방에서 두문불출하고 있는 하워드 휴즈 역의 워렌 베이티.

▶이 영화는 화려한 할리우드에도 사랑이 중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데 감독은 사랑은 모든 것을 정복하다는 말을 믿는가.
“그렇다. 이유는 묻지 말라.”

▶반세가 동안 할리우드에서 일하면서 감독으로서 또 영화계가 어떻게 변화했다고 보는가.
“명성 때문에 내 삶은 큰 변화를 겪었다. 명성에 적응하기란 쉽지 않다. 감독으로 말하자면 난 지금과 6개월 전이 다르다. 늘 변하고 적응해야 한다. 영화계도 디지털과 대규모 개봉 등 큰 변화를 보고 있다. 지금은 개봉일인 금요일과 그 주말에 모든 것이 결정되는데 예전에는 비평가들의 의견이 영화의 장기 개봉에 큰 영향을 미쳤었다. 자연 감독도 현재의 관객의 취향에 적응하지 않을 수 없다.”

▶아내와 4자녀와의 관계는 어떤가.
“우린 모두 아내가 하라는 대로 한다. 아이들과는 협상을 한다. 다 훌륭한 아이들이다. 유명 부모를 가진 아이들의 삶은 쉽지가 않아 난 그들의 사생활 보호에 신경을 쓴다. 그리고 난 완벽한 여자와 결혼했다.”

▶허구인 말라와 프랭크의 로맨스 아이디어는 어떻게 구상을 했는가.
“유명 인사의 전기를 영화로 만들자면 어느 정도 허구가 섞여야한다. 단순히 휴즈에 관한 것이라면 난 안 만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휴즈의 본질만 사용하면서 두 청춘남녀의 사랑을 가미했다.”

▶부모로부터 배운 것이 무엇인가. 
“부모는 다 교육자였다. 아버지는 교육심리학박사였고 어머니는 연기 교사였다. 외할머니는 대학학장이었다. 그러나 부모는 내게 일절 아무 말도 안 했다. 그래서 난 버림받은 기분이었다. 아버지가 바이얼린을 켜는 바람에 나는 서푼짜리 피아니스트가 됐는데 그래서 뉴욕에 빈출했을 때 바에서 피아노를 쳤다.”

▶지나간 인생을 돌아 볼 때 과거와 달리 했으면 하고 생각하는 것이라도 있는가.
“없다.”

▶‘초원의 빛’이 한국에서 상영됐을 때 한국의 젊은 여자들은 물론이요 가정주부들까지도 워렌 비티에게 반해 난리가 났었다. 그야말로 열광이었는데 팬들의 그런 광적인 반응을 그리워하는가.
“아니 그럼 한국의 가정주부들이 나로 인해 마음으로 부정을 저질렀다는 말인가. 고맙다. 난 팬들의 그런 열광을 처음부터 아예 기대하지 않았다.” 

▶할리우드는 감독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난 할리우드를 사랑한다. 할리우드는 나를 매우 친절하게 대해줬다. 그리고 이 곳은 내가 살고 있는 곳이다.” 

▶앞으로 만들고 싶은 영화는 무엇인가.
“난 늘 몇 개의 영화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 그러나 난 느린데다가 꼭 그것들을 만들 필요성도 있는 것은 아니어서 아이디어 자체로 머물곤 한다. 그리고 내 아내와 아이들이 세상에서 그 무엇보다 더 중요한 것을 내게 가져다 줘 영화보다는 그들과 함께 할 일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 

▶죽기 전에 하고픈 일은 무엇인가.
“며칠 전에 처음으로 소셜 미디를 이용해봤는데 앞으로 그 것이나 더 해보려고 한다.”

▶명성과 돈이란 어떤 의미를 지녔는가.
“그 것은 무엇이든지 간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이런 장점은 귀한 것이긴 하  나 조심해 다뤄야한다.”

▶당신은 과거 유명한 바람둥이였는데 재미로 여자들을 즐겼는가.
“언론의 자유가 있다고 해서 아무 질문이나 다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당신이 질문을 하면서 즐거워하고 있다는 것도 난 안다. 그러나 난 당신 질문이 사실이 아니기에 대답을 거부하겠다.”

▶내년에 80이 되는데 나이란 무엇인가.
“모르겠다. 현명한 대답이 없다.”

▶처음 할리우드에 왔을 때 누구에게서 배웠는가.
“운이 좋았다. 윌리엄 와일러, 조지 스티븐스, 빌리 와일더, 프레드 진네만, 샘 골드윈, 데이빗 셀즈닉, 대릴 재넉 등이다. 이들로부터 배우고 또 그들과 겨루려고 했다.”

▶지구녹화를 위해 무엇을 하겠는가. 
“무엇이든지 하겠다.”

▶당신은 나르시스트인가.
“각본가로서 그렇다. 작가의 나르시즘은 모델이나 배우들의 그 것보다 훨씬 더 크다.” 
                                                   
----------------------------------------------------------------------------------------------

영화‘초원의 빛’으로 수퍼스타로 부상


제작자요 감독이요 또 각본가이며 배우인 워렌 베이티는 ‘초원의 빛’으로 대뜸 스타가 된 뒤 자신이 제작하고 주연한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가 빅히트하면서 수퍼스타로 부상, 카리스마와 성적매력 그리고 지성과 영화에 대한 정열로 할리우드의 총아가 되었다.
그는 지난 1981년  미국인 공산주의자로 크렘린에 묻힌 존 리드의 실화 ‘레즈’로 오스카 감독상을 탔다.
그의 누나도 오스카상을 탄 배우 셜리 매클레인이다.
골수분자 민주당원으로 한 때 대통령 후보 출마설까지 나돈 그는 모두 ‘인식’을 먹고 사는 정치인과 배우 모두에 적합한 인물. 그러나 베이티 하면 대뜸 떠오르는 단어가 플레이보이.
그는 하룻밤에도 몇 차례씩 성행위를 즐기는 정력가로 ‘움직이고 스커트만 둘렀으며 매력만 있다면 워렌은 그것을 가지려고 고심 한다’는 말을 들었었다.
그는 신분의 고하를 막론하고 여자를 사랑했는데 인도네시아 대통령 수카르노의 부인 데위와도 염문을 뿌렸다.
베이티와 공연한 여배우는 물론이요 다른 많은 연예인들도 다 그에게 함락됐는데 나탈리 우드, 페이 더나웨이, 골디 혼, 줄리 크리스티, 다이앤 키튼, 마돈나, 브리짓 바르도, 레슬리 커론, 바네사 레드그레이브, 진 시버그, 다이내나 로스 등이 그 일부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라이언(Lion)


사루가 25년만에 고향에 돌아와 자기 집을 찾고 있다.

5살 때 길 잃은 인도 소년… 25년만에 고향에


인도의 5세난 소년이 집을 떠나 길을 잃은 뒤 25년 만에 부모와 상봉하는 믿지 못할 실화로 감정적이요 민감하며 사려 깊고 또 다소 감상적인 영화다. 끝을 알고 있어 다소 극적 긴장감이나 스릴이 옅어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감동적이요 따스한 내용과 훌륭한 연기 그리고 잘 개발된 인물과 성격 묘사를 비롯해 뛰어난 촬영과 음악 등이 다 좋은 모든 사람이 박수를 치고 눈물을 흘리면서 즐길 연말영화 다. 후반에 가서 얘기를 반복하는 결점은 있지만 지극히 인간적인 작품이다.
주인공 사루 역을 역시 인도가 무대인 오스카 작품상 수상작인 ‘슬럼독 밀리어네어’에 나온   데브 파텔이 맡은 데다 영화 첫 부분에서 ‘슬럼독’처럼 인도의 빈민촌의 각박한 삶이 그려져 자연 그 영화를 연상하게 된다.
자기를 몹시 사랑하는 형 구두(압히셱 바라트)와 야산에서 돌을 나르는 일로 생계를 이어가는 어머니와 인도 중부의 작은 빈민촌에 사는 어머니와 사는 5세난 사루(수니 파와르가 타고난 배우의 자연스럽고 사실적인 연기를 한다)는 총명하고 즐거운 아이. 사루는 어느 날 형과 함께 도시로 나갔다가 형과 헤어지게 된다. 그리고 사루는 빈 기차에 올라타 잠이 드는데 기차는 사루의 집에서 무려 1,600 킬로미터나 떨어진 캘커타에 도착한다.
자기 동네에서 쓰는 힌두어와 달리 벵갈어를 쓰는 번잡한 도시에서 방황하던 사루는 아동 밀매꾼에게 붙잡혔다가 탈출하기도 하면서 온갖 어려움을 겪다가 고아원에 들어간다. 그리고 이듬 해 여기서 호주의 타스마니아에서 온 인자한 수와 존 브리얼리 부부(니콜 키드만과 데이빗 웬햄)에게 입양된다.
이로부터 20년 훌륭한 청년이 된 사루(파텔)는 양부모의 자랑과 행복의 대상이다. 그러나 수 부부가 사루의 동생으로 입양한 만토시(데비안 라드와)는 험악한 과거로 인해 새 삶에 적응을 못해 양부모와 사루의 속을 태운다. 사루는 멜번의 대학에 입학, 미국서 온 루시(루니 마라)와 로맨스를 꽃 피우고 인도 태생의 친구들과 사귀면서 청춘을 즐긴다.
인도 친구들이 사루에게 구글 어스를 통해 고향을 찾아보라고 권유하면서 사루의 집요한 가족과 고향 찾기가 계속된다. 그리고 이와 함께 사루의 내면에 잠복해 있던 어린 시절의 어머니와 형의 기억이 사루의 가슴을 사로잡는다. 그러나 광활한 인도대륙에서 5세 때 떠나온 고향을 찾는다는 것은 지푸라기더미 속에서 바늘 찾기. 이로 인해 사루는 루시와의 관계도 소원해지고 수와도 거리를 두게 된다.
파텔이 깊고 강렬하며 또 가슴을 파고드는 연기를 뛰어나게 하고 키드만의 침착한 연기도 좋다. 영화 끝의 실제 사루와 친 어머니의 만남이 콧등을 시큰하게 만드는데 인도에서는 매년 80,000명의 아이들이 실종된다고 한다. 가스 데이비스 감독. PG-13.      Weinstein.★★★1/2(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딩스 투 컴(Things to Come)


 나탈리(왼쪽)와 화비앙이  한가롭게 대화를 나누고 있다.

그녀의 평화롭던 삶이…“세상만사 다 그런 것이야”


프랑스의 뛰어난 연기파 이자벨 위페르가 50대의 파리 대학의 철학교수로 나와 느닷없이 동료 철학교수인 남편으로부터 버림을 받은 뒤 겪는 삶의 변화를 매우 사실적이요 통찰하면서 여유롭게 그린 좋은 드라마다. 위페르가 마치 자기 얘기 하듯 편안하게 연기를 하는데 그의 연기가 대담무쌍한 다른 영화 ‘엘르’가 현재 상영 중이다.
시간의 흐름과 나이 먹음에 관한 영화로 그 것이 좋든 싫든 개인의 경험하는 일상사와 상관없이 삶은 계속된다는 말인데 위페르가 비록 자기 삶이 엉망이 되었지만 고집 세게 때론 유머러스하게 그 삶을 이어가는 뚝심 있는 여인의 모습을 거의 능청맞을 정도로 유연하게 연기한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 같으나 실은 모든 일이 일어나고 있는 우리들의 매일의 얘기로 지적이요 희롱하듯 하며 또 날카로운 위트가 있는 진짜 어른들의 영화다.
남편 하인즈(앙드레 마르콩)와 25년째 무난히 잘 살고 있는 나탈리(위페르)는 책 속에 파묻혀 살면서 학생들 가르치는데서 행복감을 얻는다. 삶과 일에 대해 모두 사실적으로 대처하는 사람이다. 그가 철학교수여서 영화에 파스칼이니 루소의 말들이 자주 나온다.
어느 날 하인즈가 나탈리에게 자기에게 다른 여자가 생겼다면서 이별 선언을 한다. 그리고 많은 책을 가지고 집을 나간다. 청천벽력을 맞은 나탈리는 어안이 벙벙해 처음에는 매우 당황하는데 울다가 갑자기 폭소를 터뜨리는 격심한 감정적 몸살을 앓는다.
여기다 한 술 더 떠 치매에 걸린 나탈리의 어머니 이벳(에디트 스콥)이 밤낮으로 전화를 걸어대 몸살인 날 지경이다. 프랑스의 여류 감독 미아 한센-러브는 나탈리의 이런 불운한 일상을 무겁지 않고 세상만사 다 그런 것이야라는 식으로 솔직하고 직선적으로 또 가볍게 그려 마음에 와 닿는다.
삶이 왕창 엎질러진 나탈 리가 위안을 찾는 것이 자신의 전 제자로 학업을 중단하고 시골에서 집단을 이뤄 사는 지적인 무정부주의자들과 합류한 잘 생긴 화비앙(로망 콜링카). 나탈리가 고립되면 고립될수록 그는 화비앙에게 더 끌려들어 나탈리는 마침내 화비앙이 사는 시골을 찾아간다. 영화의 후반부는 충격을 받은 나탈리의 회복과정을 그렸는데 전반에 비해 다소 처진다. 화비앙의 인물 개발이 우리의 관심을 끌기엔 충분치 못해 나탈리의 그에 대한 관심에도 잘 수긍이 안 된다. 촬영이 따스하고 아름답다. PG-13. ★★★1/2(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쿠브릭 크리스마스




퀜틴 타란티노가 주인인 뉴베벌리 시네마(7165 Beverly Blvd. 323-938-4038)는 12월 한 달간 ‘인조이 어 쿠브릭 크리스마스’라는 제하에 명장 스탠리 쿠브릭의 걸작 6편을 그에 관한 기록영화 ‘스탠리 쿠브릭:영화 속의 인생’과 함께 상영한다.
40년의 감독생애를 통해 달랑 13편의 영화만 만든 쿠브릭은 생전 지성과 선견지명이 있는 귀재라 찬양받은 반면 다른 한편으로는 지루한 자화자찬론자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의 영화가 내용과 기술면에서 도전적이요 비타협적이며 또 혁신적이면서 한편으로는 이야기나 인물을 무시한 기술적인 면에의 집착과 지나치게 냉정하고 염세적인 인간관 때문이었다.
17세 때 잡지 루크의 사진기자로 카메라활동을 시작한 쿠브릭의 이름을 할리웃에 본격적으로 내민 영화가 그의 세 번째 영화인 필름느와르 스릴러 ‘킬링’(The Killing·1953·사진)이다. 서푼짜리 전과자 자니(스털링 헤이든)와 그의 일당이 LA경마장의 현금을 터는 긴장감 팽팽한 영화로 마지막 장면이 허무하다.
이 영화는 11일과 12일 쿠브릭이 대하사극 ‘스파르타커스’를 감독하고 스튜디오의 간섭을 피해 영국으로 이주한 뒤 만든 ‘롤리타’(Lolita·1962)와 동시 상영한다. 40대 대학 문학교수 험버트 험버트의 “롤리타, 내 생의 빛, 내 허리의 불길, 내 죄악, 내 영혼”이라는 독백으로 시작되는 블라디미르 나브코브의 소설이 원작으로 험버트(제임스 메이슨)와 12세난 조숙한 소녀 롤리타(본명은 돌로레스 헤이즈로 험버트는 소녀를 롤리타 또는 로라고 부른다)와의 변태적이요 성적 기운이 가득한 애정행각을 그렸다.
중년의 험버트가 채 틴에이저도 못 된 롤리타(수 라이언)에게 집착하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이 측은한데 이런 험버트를 지배하면서 마치 종처럼 부려먹고 때로 조롱하는 성적으로 막 익어가는 앵두 모습의 롤리타야 말로 타고난 팜므 파탈이다.
쿠브릭의 다음 영화가 반전반핵 풍자영화의 금자탑이라 불리는 ‘닥터 스트레인지러브(Dr. Strangelove 1964-5일 상영). ‘또는 나는 어떻게 폭탄에 대해 걱정하기를 멈추고 그것을 사랑하게 되었나’(Or How I Learned to Stop Worrying and Love the Bomb)라는 긴 부제의 이 영화는 1960년대 미·소간 냉전의 기운이 고조에 이르렀을 때 양국의 핵경쟁과 자가당착적이요 자만에 빠진 정책과 군대식 사고방식을 대담하고 황당무계 하면서도 날카롭게 풍자했다.
광적인 미 공군장성 잭 D. 리퍼(스털링 헤이든)가 자기 기지를 폐쇄한 뒤 핵폭탄을 적재한 폭격기들에 대해 소련공격 명령을 내린다. 이에 미 대통령(피터 셀러즈)이 전쟁상황실에서 비상각료 회의를 연 가운데 미·소 양국정상이 하틀라인을 통해 핵전을 막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북한의 핵무장이 세계적 걱정거리로 떠오른 요즘 시의에도 딱 맞는 내용이다.
쿠브릭의 명함과도 같은 우주와 생명의 신비에 관한 철학적 영상시라 불리는 ‘2001:우주 오디세이’에 이어 만든 영화가 마음을 어지럽게 만드는 새디스틱한 ‘클라크웍 오렌지’(Clockwork Orange·1971-14일부터 17일까지). 가까운 미래사회의 무분별한 불량청년으로 베토벤을 사랑하는 알렉스(말콤 맥도웰)와 그의 일당의 묻지 마식의 만행을 통해 결함 있는 사회를 폭력적이요 희롱하듯이 거의 초현실적으로 매섭게 풍자하고 있다. 영화에서 베토벤의 제9번 교향곡의 ‘환희의 송가’가 알렉스에 대한 고문수단으로 사용된다.
이 영화 바로 다음에 나온 것이 시대극 ‘배리 린던’(Barry Lyndon·1975-7일과 8일과 10일). 18세기 상류사회로 진출하려는 아일랜드인 레드먼드 배리(라이언 오닐)의 야심과 모험과 사랑을 느린 속도로 그린 의상극으로 오스카상을 탄 촬영과 음악과 미술 및 의상 등이 다 훌륭하다.
28일부터 31일까지 상영되는 영화가 스티븐 킹의 소설이 원작인 ‘샤이닝’(The  Shining·1980). 한 겨울에 아내와 어린 아들과 함께 산 속의 폐쇄된 여름휴가용 호텔을 돌보는 작가(잭 니콜슨)가 돌아버리면서 아내와 아들을 쫓아다니며 도끼를 휘두르는 으스스하고 음산한 분위기의 공포환상영화다.
쿠브릭의 또 다른 걸작 반전영화가 커크 더글러스 주연의 제1차 세계대전을 시대로 한 ‘영광의 길’(1957). 그의 유작은 탐 크루즈와 그의 전처 니콜 키드만이 나온 섹스의 어두운 면을 다룬 심리스릴러 ‘아이즈 와이드 셧’(1999)이다.
쿠브릭은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와 사회조건 그리고 비인간화 되어가는 인간조건에 관심을 가졌으면서도 인간과 사회와 정치체제를 불신하고 혐오했던 역설적인 염세주의자였다. 그래서 그는 이런 것들을 냉소하고 비관하고 또 어두운 유머로 풍자했는데 그의 작품 스타일과 인물들이 마치 외계인들처럼 소원하고 차가울 정도로 무감한 것도 이런데서 연유한다고 하겠다. 그는 비범한 작품을 만든 기인이었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