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6년 12월 6일 화요일

‘룰즈 돈 어플라이’워렌 베이티




"일한다는 것, 깨닫지 못 할 때 진짜 좋은 일을 할 수 있어"


할리우드의 총아에서 기인이 되다시피 한 워렌 베이티(79)가 미 역사의 또 다른 기인인 하워드 휴즈로 나온 ‘룰즈 돈 어플라이’(Rules Don't Apply)는 베이티가 ‘타운 앤 컨트리’ 이후 15년 만에 만든 향수 짙은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로 그가 감독(각본 겸)도 했다. 휴즈와 함께 영화사 사장이던 그가 고용한 젊고 예쁜 예비스타 말라(릴리 칼린스)와 말라의 젊은 미남 운전사 프랭크(알덴 에렌라익)의 로맨스와 이들 3인간의 관계를 그린 영화인데 방향을 못 잡고 갈팡질팡 하고 있다. 영화에는 그의 아내 아넷 베닝이 말라의 어머니로 나온다. 
감색정장을 한 베이티는 나이답지 않게 정정하고 준수한 신사인데 비밀에 싸인 흉물이었던 휴즈 처럼 거의 음흉할 정도로 노련했다. 지적이요 유머와 위트도 있지만 질문에 알맹이가 없는 쭉정이 대답을 하는 것. 신중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질문에 엉뚱한 소리를 하거니 오리발을 내미는 식의 대답을 했다. 인터뷰 후 기념사진을 찍을 때 필자가 한국인이라고 자기 소개를 하자 베이티는 “한국엔 안 가봤는데 가보고 싶다”며 미소를  지었다.  

▶과거가 그리운가.
“난 1961년에 나온 데뷔작 ‘초원의 빛’이 빅히트하면서 순조롭게 할리우드 생활을 시작한 행운아다. 그래서인지 난 늘 이 영화처럼 과거의 일들을 영화로 만들고 싶었다. ‘초원의 빛’ 성공 이후 난 다른 사람들처럼 영화에 계속해 나오지 않아도 됐다. 버지니아주 침례교 가정에서 태어난 나는 여권운동이 한창이던 1958년에 할리우드에 왔는데 그 때 영화사들은 성적 혁명에 대한 내용을 많이 다뤘다. 나도 그 문제에 대해선 주저 없이 대응했다(플레이보이로 유명한 자기를 은근히 비꼰 말이다.)”

▶영화의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었는가.
“난 늘 몇 개의 아이디어를 갖고 있어 어느 영화의 첫 아이디어가 어디서 왔는지 모른다. 그러다가 ‘야 이거다’하고 짚이는 것을 만든다. 이 영화도 그렇다. 난 휴즈를 만나진 않았으나 그를 알던 많은 사람을 아는데 모두들 휴즈에 대해 좋게 말하더라. 난 늘 그에 대해 호기심이 있었다.”

▶왜 영화를 그렇게 뜸하게 만드는가.
“영화 말고 인생이라는 것이 있지 않은가. 그리고 때론 일한다는 것을 깨닫지 못 할 때 진짜 좋은 일을 할 수 있다고 본다. 난 때로 영화 만드는 일이 마치 구토와도 같이 느껴진다. 그렇다고 내가 구토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아이디어가 머리에서 뱅뱅 맴돌고 그런 것이 재미있다가도 그 일로 인해 고문을 받는 경험을 하게 되면 차라리 모든 것을 구토해버리고 싶을 때가 많다.”
베벌리힐스호텔 방에서 두문불출하고 있는 하워드 휴즈 역의 워렌 베이티.

▶이 영화는 화려한 할리우드에도 사랑이 중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데 감독은 사랑은 모든 것을 정복하다는 말을 믿는가.
“그렇다. 이유는 묻지 말라.”

▶반세가 동안 할리우드에서 일하면서 감독으로서 또 영화계가 어떻게 변화했다고 보는가.
“명성 때문에 내 삶은 큰 변화를 겪었다. 명성에 적응하기란 쉽지 않다. 감독으로 말하자면 난 지금과 6개월 전이 다르다. 늘 변하고 적응해야 한다. 영화계도 디지털과 대규모 개봉 등 큰 변화를 보고 있다. 지금은 개봉일인 금요일과 그 주말에 모든 것이 결정되는데 예전에는 비평가들의 의견이 영화의 장기 개봉에 큰 영향을 미쳤었다. 자연 감독도 현재의 관객의 취향에 적응하지 않을 수 없다.”

▶아내와 4자녀와의 관계는 어떤가.
“우린 모두 아내가 하라는 대로 한다. 아이들과는 협상을 한다. 다 훌륭한 아이들이다. 유명 부모를 가진 아이들의 삶은 쉽지가 않아 난 그들의 사생활 보호에 신경을 쓴다. 그리고 난 완벽한 여자와 결혼했다.”

▶허구인 말라와 프랭크의 로맨스 아이디어는 어떻게 구상을 했는가.
“유명 인사의 전기를 영화로 만들자면 어느 정도 허구가 섞여야한다. 단순히 휴즈에 관한 것이라면 난 안 만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휴즈의 본질만 사용하면서 두 청춘남녀의 사랑을 가미했다.”

▶부모로부터 배운 것이 무엇인가. 
“부모는 다 교육자였다. 아버지는 교육심리학박사였고 어머니는 연기 교사였다. 외할머니는 대학학장이었다. 그러나 부모는 내게 일절 아무 말도 안 했다. 그래서 난 버림받은 기분이었다. 아버지가 바이얼린을 켜는 바람에 나는 서푼짜리 피아니스트가 됐는데 그래서 뉴욕에 빈출했을 때 바에서 피아노를 쳤다.”

▶지나간 인생을 돌아 볼 때 과거와 달리 했으면 하고 생각하는 것이라도 있는가.
“없다.”

▶‘초원의 빛’이 한국에서 상영됐을 때 한국의 젊은 여자들은 물론이요 가정주부들까지도 워렌 비티에게 반해 난리가 났었다. 그야말로 열광이었는데 팬들의 그런 광적인 반응을 그리워하는가.
“아니 그럼 한국의 가정주부들이 나로 인해 마음으로 부정을 저질렀다는 말인가. 고맙다. 난 팬들의 그런 열광을 처음부터 아예 기대하지 않았다.” 

▶할리우드는 감독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난 할리우드를 사랑한다. 할리우드는 나를 매우 친절하게 대해줬다. 그리고 이 곳은 내가 살고 있는 곳이다.” 

▶앞으로 만들고 싶은 영화는 무엇인가.
“난 늘 몇 개의 영화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 그러나 난 느린데다가 꼭 그것들을 만들 필요성도 있는 것은 아니어서 아이디어 자체로 머물곤 한다. 그리고 내 아내와 아이들이 세상에서 그 무엇보다 더 중요한 것을 내게 가져다 줘 영화보다는 그들과 함께 할 일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 

▶죽기 전에 하고픈 일은 무엇인가.
“며칠 전에 처음으로 소셜 미디를 이용해봤는데 앞으로 그 것이나 더 해보려고 한다.”

▶명성과 돈이란 어떤 의미를 지녔는가.
“그 것은 무엇이든지 간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이런 장점은 귀한 것이긴 하  나 조심해 다뤄야한다.”

▶당신은 과거 유명한 바람둥이였는데 재미로 여자들을 즐겼는가.
“언론의 자유가 있다고 해서 아무 질문이나 다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당신이 질문을 하면서 즐거워하고 있다는 것도 난 안다. 그러나 난 당신 질문이 사실이 아니기에 대답을 거부하겠다.”

▶내년에 80이 되는데 나이란 무엇인가.
“모르겠다. 현명한 대답이 없다.”

▶처음 할리우드에 왔을 때 누구에게서 배웠는가.
“운이 좋았다. 윌리엄 와일러, 조지 스티븐스, 빌리 와일더, 프레드 진네만, 샘 골드윈, 데이빗 셀즈닉, 대릴 재넉 등이다. 이들로부터 배우고 또 그들과 겨루려고 했다.”

▶지구녹화를 위해 무엇을 하겠는가. 
“무엇이든지 하겠다.”

▶당신은 나르시스트인가.
“각본가로서 그렇다. 작가의 나르시즘은 모델이나 배우들의 그 것보다 훨씬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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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초원의 빛’으로 수퍼스타로 부상


제작자요 감독이요 또 각본가이며 배우인 워렌 베이티는 ‘초원의 빛’으로 대뜸 스타가 된 뒤 자신이 제작하고 주연한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가 빅히트하면서 수퍼스타로 부상, 카리스마와 성적매력 그리고 지성과 영화에 대한 정열로 할리우드의 총아가 되었다.
그는 지난 1981년  미국인 공산주의자로 크렘린에 묻힌 존 리드의 실화 ‘레즈’로 오스카 감독상을 탔다.
그의 누나도 오스카상을 탄 배우 셜리 매클레인이다.
골수분자 민주당원으로 한 때 대통령 후보 출마설까지 나돈 그는 모두 ‘인식’을 먹고 사는 정치인과 배우 모두에 적합한 인물. 그러나 베이티 하면 대뜸 떠오르는 단어가 플레이보이.
그는 하룻밤에도 몇 차례씩 성행위를 즐기는 정력가로 ‘움직이고 스커트만 둘렀으며 매력만 있다면 워렌은 그것을 가지려고 고심 한다’는 말을 들었었다.
그는 신분의 고하를 막론하고 여자를 사랑했는데 인도네시아 대통령 수카르노의 부인 데위와도 염문을 뿌렸다.
베이티와 공연한 여배우는 물론이요 다른 많은 연예인들도 다 그에게 함락됐는데 나탈리 우드, 페이 더나웨이, 골디 혼, 줄리 크리스티, 다이앤 키튼, 마돈나, 브리짓 바르도, 레슬리 커론, 바네사 레드그레이브, 진 시버그, 다이내나 로스 등이 그 일부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라이언(Lion)


사루가 25년만에 고향에 돌아와 자기 집을 찾고 있다.

5살 때 길 잃은 인도 소년… 25년만에 고향에


인도의 5세난 소년이 집을 떠나 길을 잃은 뒤 25년 만에 부모와 상봉하는 믿지 못할 실화로 감정적이요 민감하며 사려 깊고 또 다소 감상적인 영화다. 끝을 알고 있어 다소 극적 긴장감이나 스릴이 옅어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감동적이요 따스한 내용과 훌륭한 연기 그리고 잘 개발된 인물과 성격 묘사를 비롯해 뛰어난 촬영과 음악 등이 다 좋은 모든 사람이 박수를 치고 눈물을 흘리면서 즐길 연말영화 다. 후반에 가서 얘기를 반복하는 결점은 있지만 지극히 인간적인 작품이다.
주인공 사루 역을 역시 인도가 무대인 오스카 작품상 수상작인 ‘슬럼독 밀리어네어’에 나온   데브 파텔이 맡은 데다 영화 첫 부분에서 ‘슬럼독’처럼 인도의 빈민촌의 각박한 삶이 그려져 자연 그 영화를 연상하게 된다.
자기를 몹시 사랑하는 형 구두(압히셱 바라트)와 야산에서 돌을 나르는 일로 생계를 이어가는 어머니와 인도 중부의 작은 빈민촌에 사는 어머니와 사는 5세난 사루(수니 파와르가 타고난 배우의 자연스럽고 사실적인 연기를 한다)는 총명하고 즐거운 아이. 사루는 어느 날 형과 함께 도시로 나갔다가 형과 헤어지게 된다. 그리고 사루는 빈 기차에 올라타 잠이 드는데 기차는 사루의 집에서 무려 1,600 킬로미터나 떨어진 캘커타에 도착한다.
자기 동네에서 쓰는 힌두어와 달리 벵갈어를 쓰는 번잡한 도시에서 방황하던 사루는 아동 밀매꾼에게 붙잡혔다가 탈출하기도 하면서 온갖 어려움을 겪다가 고아원에 들어간다. 그리고 이듬 해 여기서 호주의 타스마니아에서 온 인자한 수와 존 브리얼리 부부(니콜 키드만과 데이빗 웬햄)에게 입양된다.
이로부터 20년 훌륭한 청년이 된 사루(파텔)는 양부모의 자랑과 행복의 대상이다. 그러나 수 부부가 사루의 동생으로 입양한 만토시(데비안 라드와)는 험악한 과거로 인해 새 삶에 적응을 못해 양부모와 사루의 속을 태운다. 사루는 멜번의 대학에 입학, 미국서 온 루시(루니 마라)와 로맨스를 꽃 피우고 인도 태생의 친구들과 사귀면서 청춘을 즐긴다.
인도 친구들이 사루에게 구글 어스를 통해 고향을 찾아보라고 권유하면서 사루의 집요한 가족과 고향 찾기가 계속된다. 그리고 이와 함께 사루의 내면에 잠복해 있던 어린 시절의 어머니와 형의 기억이 사루의 가슴을 사로잡는다. 그러나 광활한 인도대륙에서 5세 때 떠나온 고향을 찾는다는 것은 지푸라기더미 속에서 바늘 찾기. 이로 인해 사루는 루시와의 관계도 소원해지고 수와도 거리를 두게 된다.
파텔이 깊고 강렬하며 또 가슴을 파고드는 연기를 뛰어나게 하고 키드만의 침착한 연기도 좋다. 영화 끝의 실제 사루와 친 어머니의 만남이 콧등을 시큰하게 만드는데 인도에서는 매년 80,000명의 아이들이 실종된다고 한다. 가스 데이비스 감독. PG-13.      Weinstein.★★★1/2(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딩스 투 컴(Things to Come)


 나탈리(왼쪽)와 화비앙이  한가롭게 대화를 나누고 있다.

그녀의 평화롭던 삶이…“세상만사 다 그런 것이야”


프랑스의 뛰어난 연기파 이자벨 위페르가 50대의 파리 대학의 철학교수로 나와 느닷없이 동료 철학교수인 남편으로부터 버림을 받은 뒤 겪는 삶의 변화를 매우 사실적이요 통찰하면서 여유롭게 그린 좋은 드라마다. 위페르가 마치 자기 얘기 하듯 편안하게 연기를 하는데 그의 연기가 대담무쌍한 다른 영화 ‘엘르’가 현재 상영 중이다.
시간의 흐름과 나이 먹음에 관한 영화로 그 것이 좋든 싫든 개인의 경험하는 일상사와 상관없이 삶은 계속된다는 말인데 위페르가 비록 자기 삶이 엉망이 되었지만 고집 세게 때론 유머러스하게 그 삶을 이어가는 뚝심 있는 여인의 모습을 거의 능청맞을 정도로 유연하게 연기한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 같으나 실은 모든 일이 일어나고 있는 우리들의 매일의 얘기로 지적이요 희롱하듯 하며 또 날카로운 위트가 있는 진짜 어른들의 영화다.
남편 하인즈(앙드레 마르콩)와 25년째 무난히 잘 살고 있는 나탈리(위페르)는 책 속에 파묻혀 살면서 학생들 가르치는데서 행복감을 얻는다. 삶과 일에 대해 모두 사실적으로 대처하는 사람이다. 그가 철학교수여서 영화에 파스칼이니 루소의 말들이 자주 나온다.
어느 날 하인즈가 나탈리에게 자기에게 다른 여자가 생겼다면서 이별 선언을 한다. 그리고 많은 책을 가지고 집을 나간다. 청천벽력을 맞은 나탈리는 어안이 벙벙해 처음에는 매우 당황하는데 울다가 갑자기 폭소를 터뜨리는 격심한 감정적 몸살을 앓는다.
여기다 한 술 더 떠 치매에 걸린 나탈리의 어머니 이벳(에디트 스콥)이 밤낮으로 전화를 걸어대 몸살인 날 지경이다. 프랑스의 여류 감독 미아 한센-러브는 나탈리의 이런 불운한 일상을 무겁지 않고 세상만사 다 그런 것이야라는 식으로 솔직하고 직선적으로 또 가볍게 그려 마음에 와 닿는다.
삶이 왕창 엎질러진 나탈 리가 위안을 찾는 것이 자신의 전 제자로 학업을 중단하고 시골에서 집단을 이뤄 사는 지적인 무정부주의자들과 합류한 잘 생긴 화비앙(로망 콜링카). 나탈리가 고립되면 고립될수록 그는 화비앙에게 더 끌려들어 나탈리는 마침내 화비앙이 사는 시골을 찾아간다. 영화의 후반부는 충격을 받은 나탈리의 회복과정을 그렸는데 전반에 비해 다소 처진다. 화비앙의 인물 개발이 우리의 관심을 끌기엔 충분치 못해 나탈리의 그에 대한 관심에도 잘 수긍이 안 된다. 촬영이 따스하고 아름답다. PG-13. ★★★1/2(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쿠브릭 크리스마스




퀜틴 타란티노가 주인인 뉴베벌리 시네마(7165 Beverly Blvd. 323-938-4038)는 12월 한 달간 ‘인조이 어 쿠브릭 크리스마스’라는 제하에 명장 스탠리 쿠브릭의 걸작 6편을 그에 관한 기록영화 ‘스탠리 쿠브릭:영화 속의 인생’과 함께 상영한다.
40년의 감독생애를 통해 달랑 13편의 영화만 만든 쿠브릭은 생전 지성과 선견지명이 있는 귀재라 찬양받은 반면 다른 한편으로는 지루한 자화자찬론자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의 영화가 내용과 기술면에서 도전적이요 비타협적이며 또 혁신적이면서 한편으로는 이야기나 인물을 무시한 기술적인 면에의 집착과 지나치게 냉정하고 염세적인 인간관 때문이었다.
17세 때 잡지 루크의 사진기자로 카메라활동을 시작한 쿠브릭의 이름을 할리웃에 본격적으로 내민 영화가 그의 세 번째 영화인 필름느와르 스릴러 ‘킬링’(The Killing·1953·사진)이다. 서푼짜리 전과자 자니(스털링 헤이든)와 그의 일당이 LA경마장의 현금을 터는 긴장감 팽팽한 영화로 마지막 장면이 허무하다.
이 영화는 11일과 12일 쿠브릭이 대하사극 ‘스파르타커스’를 감독하고 스튜디오의 간섭을 피해 영국으로 이주한 뒤 만든 ‘롤리타’(Lolita·1962)와 동시 상영한다. 40대 대학 문학교수 험버트 험버트의 “롤리타, 내 생의 빛, 내 허리의 불길, 내 죄악, 내 영혼”이라는 독백으로 시작되는 블라디미르 나브코브의 소설이 원작으로 험버트(제임스 메이슨)와 12세난 조숙한 소녀 롤리타(본명은 돌로레스 헤이즈로 험버트는 소녀를 롤리타 또는 로라고 부른다)와의 변태적이요 성적 기운이 가득한 애정행각을 그렸다.
중년의 험버트가 채 틴에이저도 못 된 롤리타(수 라이언)에게 집착하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이 측은한데 이런 험버트를 지배하면서 마치 종처럼 부려먹고 때로 조롱하는 성적으로 막 익어가는 앵두 모습의 롤리타야 말로 타고난 팜므 파탈이다.
쿠브릭의 다음 영화가 반전반핵 풍자영화의 금자탑이라 불리는 ‘닥터 스트레인지러브(Dr. Strangelove 1964-5일 상영). ‘또는 나는 어떻게 폭탄에 대해 걱정하기를 멈추고 그것을 사랑하게 되었나’(Or How I Learned to Stop Worrying and Love the Bomb)라는 긴 부제의 이 영화는 1960년대 미·소간 냉전의 기운이 고조에 이르렀을 때 양국의 핵경쟁과 자가당착적이요 자만에 빠진 정책과 군대식 사고방식을 대담하고 황당무계 하면서도 날카롭게 풍자했다.
광적인 미 공군장성 잭 D. 리퍼(스털링 헤이든)가 자기 기지를 폐쇄한 뒤 핵폭탄을 적재한 폭격기들에 대해 소련공격 명령을 내린다. 이에 미 대통령(피터 셀러즈)이 전쟁상황실에서 비상각료 회의를 연 가운데 미·소 양국정상이 하틀라인을 통해 핵전을 막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북한의 핵무장이 세계적 걱정거리로 떠오른 요즘 시의에도 딱 맞는 내용이다.
쿠브릭의 명함과도 같은 우주와 생명의 신비에 관한 철학적 영상시라 불리는 ‘2001:우주 오디세이’에 이어 만든 영화가 마음을 어지럽게 만드는 새디스틱한 ‘클라크웍 오렌지’(Clockwork Orange·1971-14일부터 17일까지). 가까운 미래사회의 무분별한 불량청년으로 베토벤을 사랑하는 알렉스(말콤 맥도웰)와 그의 일당의 묻지 마식의 만행을 통해 결함 있는 사회를 폭력적이요 희롱하듯이 거의 초현실적으로 매섭게 풍자하고 있다. 영화에서 베토벤의 제9번 교향곡의 ‘환희의 송가’가 알렉스에 대한 고문수단으로 사용된다.
이 영화 바로 다음에 나온 것이 시대극 ‘배리 린던’(Barry Lyndon·1975-7일과 8일과 10일). 18세기 상류사회로 진출하려는 아일랜드인 레드먼드 배리(라이언 오닐)의 야심과 모험과 사랑을 느린 속도로 그린 의상극으로 오스카상을 탄 촬영과 음악과 미술 및 의상 등이 다 훌륭하다.
28일부터 31일까지 상영되는 영화가 스티븐 킹의 소설이 원작인 ‘샤이닝’(The  Shining·1980). 한 겨울에 아내와 어린 아들과 함께 산 속의 폐쇄된 여름휴가용 호텔을 돌보는 작가(잭 니콜슨)가 돌아버리면서 아내와 아들을 쫓아다니며 도끼를 휘두르는 으스스하고 음산한 분위기의 공포환상영화다.
쿠브릭의 또 다른 걸작 반전영화가 커크 더글러스 주연의 제1차 세계대전을 시대로 한 ‘영광의 길’(1957). 그의 유작은 탐 크루즈와 그의 전처 니콜 키드만이 나온 섹스의 어두운 면을 다룬 심리스릴러 ‘아이즈 와이드 셧’(1999)이다.
쿠브릭은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와 사회조건 그리고 비인간화 되어가는 인간조건에 관심을 가졌으면서도 인간과 사회와 정치체제를 불신하고 혐오했던 역설적인 염세주의자였다. 그래서 그는 이런 것들을 냉소하고 비관하고 또 어두운 유머로 풍자했는데 그의 작품 스타일과 인물들이 마치 외계인들처럼 소원하고 차가울 정도로 무감한 것도 이런데서 연유한다고 하겠다. 그는 비범한 작품을 만든 기인이었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2016년 11월 28일 월요일

‘사랑이 이끄는 대로’(Un+Une) 감독 클로드 를루슈




지난 50여년 간 가장 큰 변화는 '남녀관계'


인도판 ‘로미오와 줄리엣’인 ‘줄리엣과 로미오’의 영화음악을 작곡하려고 인도에 간 약혼녀가 있는 프랑스 작곡가 앙트완(마크 뒤자르당)과 인도 주재 프랑스대사(크리스토퍼 램버트)의 부인 안나(엘사 질버스타인)와의 사랑을 코믹터치를 가해 로맨틱하게 그린 ‘사랑이 이끄는 대로’(Un+Une)의 감독인 프랑스의 노장 클로드 를루슈(79)와의 인터뷰가 최근 LA의 할리웃 외신기자협회(HFPA) 본부에서 있었다.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이는 를루슈는 옅은 미소를 지으면서 조용하고 겸손하게 질문에 대답했는데 ‘사랑’에 대해 무척 강조했다. 철학이 있는 예술가의 깊이가 느껴져 감동적인 인터뷰였다. 그는 영어가 서툴러 질버스타인이 통역을 했다. 각기 남성 부정관사와 여성 부정관사를 뜻하는 프랑스어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영화는 를루슈가 50년 전에 연출한 사랑의 명화 ‘남과 여’(A Man and a Woman·1966)의 변형이라고 하겠는데 음악 역시 ‘남과 여’의 음악을 작곡한 프란시스 레이(‘러브스토리’의 음악도 작곡)가 지었다.   

-영화 제목이 남성과 여성을 나타내는 부정관사로 감독이 50년 전에 만든 ‘남과 여’를 연상시키는데 왜 이런 제목을 달았는가.
“난 그 영화 이후 50여년 간에 걸친 남녀관계의 변화를 보여주고 싶었다. 지난 50여년 간 가장 큰 변화를 본 것이 남녀관계다. 옛날에는 남자가 여자에 비해 우월했지만 지금은 여자들이 매우 강해졌다. 이젠 여자가 남자 없이도 아이를 혼자 키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난 이런 변화를 실제로 개인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운 좋은 사람이다. 다섯 명의 다른 여자로부터 7명의 아이들을 보았으니 말이다. 내게 있어 여자들은 나보다 월등한 존재다. 이 영화는 내 개인적 얘기인 셈이다.”

-영화음악을 ‘남과 여’의 음악을 작곡한 프란시스 레이가 작곡했는데 그와 특별한 관계라도 있는지.
“어떤 면에서 그는 또 다른 나다. 내가 이미지를 만들 듯이 그는 음악을 짓는다. 그동안 우린 함께 35편의 영화에서 일했다. 이 영화는 음악에 대한 오마지이자 프란시스 레이에 대한 오마지이다.”   
안나(왼쪽)와 앙트완은 인도여행을 하면서 사랑에 빠진다.

-50여년 간의 남녀관계의 변화가 어떻게 변화했다고 보는가.
“앙트완은 어떤 면에서 아직도 자기 생각만 하는 이기적인 마초맨(남성 우월주의자)이다. 그는 아직 어른이 덜 된 사람이다. 그동안 남녀 간의 문제는 엄청나게 변해 이젠 남자들이 여자를 무서워한다. 그래서 요즘에는 남녀관계가 쉽지가 않다. 아직 서로 매력은 느낄지 몰라도 상호 신뢰는 사라졌다. 
사람들은 이제 관계에 접어들기 전에 그 것의 안전을 위한 보험부터 생각한다. 그들은 과거처럼 자유롭지 못하다. 그 큰 잘못은 남자에게 있다. 나 자신도 죄의식을 느낀다. 영화에서 안은 앙트완의 아이를 혼자 키우면서도 그에게 아무 것도 요구하지 않는다. 그로 인해 앙트완은 진실로 안을 깊이 사랑하게 된다. 앙트완은 안이 매우 강한 불굴의 의지를 지닌 여자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이제 젊었을 때보다 여자를 더 잘 이해한다고 생각하는가.
“난 결코 여자를 무서워한 적이 없다. 난 여자를 날이면 날마다 더욱 더 사랑한다. 좌우간 내가 여자들이 얼마나 멋들어진 사람들인가를 이해하는데 평생이 걸렸다. 이 영화는 여자에 대한 오마지이기도 하다.”

-여자로부터 무엇을 배웠는가.       
“난 내가 관계한 여자들로부터 늘 배운다. 매번 학교로 다시 돌아가는 셈이다. 난 이제 함께 시간을 보낼 마지막 여인을 찾았다. 전에는 여자들이 매번 날 다른 여자들에게로 안내하는 일을 했는데 이제 바른 여자를 찾았다고 느낀다. 내가 만드는 러브 스토리는 또 다른 궁극적 러브 스토리를 위한 준비인 셈이다. 나의 러브 스토리는 모두를 위한 것이다. 그런데 요즘에는 인터넷으로 인해 러브 스토리가 매우 변질되고 있다. 그 것으로 사람 찾기가 쉬워졌는지는 몰라도 갈수록 올바른 사람을 찾기는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 지금 세상은 젊은 사람들에게 보다 나이 먹은 사람들에게 쉬운 때라고 본다.”

-왜 인도로 장소를 정했는가.
“그동안 친구를 비롯한 사람들이 내게 계속해 인도에 가보라고 권유했다. 그들은 나의 사람과 사물을 관찰하는 방식이 인도를 그리기에 아주 적합하다며 꼭 인도에 갈 것을 권유했다. 나도 인도처럼 죽음을 결코 믿지 않는다. 인도는 영원의 나라다. 난 그 점을 다루고 싶었다. 
인도가 또 하나 멋있는 점은 질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들은 고통을 해야 배운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이다. 삶에 있어 가장 좋은 학교는 고통이다. 난 내 영화들 중 성공한 것들보다 실패작들에서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성공이 아니라 실패가 우리를 보다 좋게 만든다. 모든 삶은 다음 삶을 위한 준비라고 생각하는 인도가 마음에 든다. 나도 그런 생각을 지니고 자랐다. 내 영화들도 이런 문제를 고찰하고 있다. 난 단지 세상의 관람자일 뿐이다. 난 내 작품의 인물을 통해 내가 삶으로부터 느낀 점을 얘기하고 있다.”

-러브 스토리란 무엇인가.
“그 것은 두 사람간의 긴 대화다. 둘이 얘기를 나누는 것이 사랑이며 침묵은 러브 스토리의 끝이다. 그래서 두 사람이 계속해 얘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난 말하고 싶어 하는 사람을 좋아하는데 그래서 우디 알렌을 좋아한다.”

-감독과 음악과의 관계는 어떤 것인가.
“음악은 우리의 무의식을 향해 얘기한다. 그리고 우리가 말하지 않는 것과 다룰 수 없는 것에 대해 얘기한다. 내게 음악은 신의 음성이다. 어떤 의미에서 음악은 영원을 뜻한다. 거기엔 죽음이 없다. 나는 의기소침해지거나 기분이 상할 때면 음악을 듣는다. 그 것이 내 첫 번째 약이다. 스포츠인들 중에는 체육관에 들어가기 전에 음악을 듣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래서 난 영화를 찍기 전에 음악부터 작곡하고 배우들로 하여금 그것을 듣게 한다. ‘남과 여’를 찍을 때도 세트에 음악을 보내 배우들이 걷고 대화를 나누면서 음악을 듣도록 했다. 내 모든 영화에서 같은 방식을 취한다. 난 음악을 공백을 메우기 위해 쓰는 것이 아니라 무엇인가를 말하는 하나의 인물로 쓰기 때문에 영화를 찍기 전에 음악부터 녹음한다.”

-그러면 프란시스 레이는 각본에 따라 작곡을 하는가.
“내가 영화 내용을 맨 먼저 얘기해 주는 사람이 레이다. 그리고 그에게 나의 얘기를 음악으로 해 달라고 부탁한다. 이어 우린 함께 주제에 관해 일한다. 대작업이다. 우린 다른 방법으로 같은 얘기를 하는 것이다.”

-왜 우리는 사랑에 빠지기를 원하는가.
“그 때가 바로 자신보다 남을 보다 많이 사랑할 수 있는 유일한 때이기 때문이다. 우린 자신들을 지나치게 사랑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우리가 남을 사랑하게 되면 다른 곳으로 가면서 보다 관대해지게 된다. 인생에서 가장 훌륭한 선물은 러브 스토리로 사랑이란 연약하고 복잡한 것이나 가장 중요한 것이다. 그 것이 내 영화의 가장 중요한 주제다. 사랑은 세상을 지배한다. 그리고 결혼은 사랑의 완전범죄이다.”             

-자신이 훌륭한 아버지가 아니었다고 말했는데 그 것이 무슨 뜻인가.
“예술가가 좋은 아버지가 되기는 쉽지 않다. 영화인은 좋은 아버지가 될 수 없다. 정열적인 사람은 좋은 아버지가 되기 힘들다. 정열은 다른 것과 공유되기를 싫어하기 때문이다. 난 아이들보다 내 작품을 더 소중히 여겼다. 아이들에게 문제가 생기면 옆으로 달려갔지만 그 것이 해결되면 아이들 곁을 떠났다. 그래서 난 과거 한 영화를 통해 아이들에게 용서를 빌었다. 배우나 감독이란 대중에게 자신들의 생애를 바치는 사람들로 대중이란 모든 것을 먹어치우는 괴물이다. 마릴린 몬로가 그 좋은 예다. 따라서 그들은 개인적으로 행복하기가 힘들다. 내가 이제껏 만난 수퍼스타 중 유일하게 행복한 사람은 장-폴 벨몽도다. 그는 아이로 머물러 살고 있는데 아이로 머물러 있으면 개인적 행복을 누릴 수 있으나 그 것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요즘 미국영화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난 어렸을 때 미국영화를 보면서 자랐다. 그리고 미국은 자유의 나라로 난 미국에서 살 수는 없으나 이 나라를 사랑한다. 그런데 요즘 미국의 블락버스트들은 보고 있기가 쉽지 않다. 영화란 인물과 성격에 관한 것인데 미국영화보다는 유럽영화들이 이들을 지키고 있다. 물론 우디 알렌, 스코르세지, 코폴라 등은 다르다.” 

-이 영화는 매우 영적인데 감독도 영적인 사람인가.
“그럴 수 있다. 나는 모든 종교를 존경한다. 그 것은 슬프거나 방황하는 영혼을 지닌 사람들 또 고통 받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이다. 나도 영적인 순간을 가질 때가 있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앨라이드(Allied)


마리안(왼쪽)과 맥스가 카사블랑카 주재 나치 대사 살해 후 도주하고 있다.


사랑하는 아내가 나치의 첩자라고?


할리웃의 황금기에 많이 만들어졌던 스펙타클한 스파이로맨스영화로 두 수퍼스타 브래드 핏과 마리옹 코티야르가 나온 영화치곤 지극히 통상적인 작품이다. 
배우와 세트디자인을 비롯해 외양은 번드르르하나 내부가 부실한 영화로 액션과 스릴 그리고 로맨스를 비롯한 내용이 모두 어디서 많이 본 듯해 기시감이 가득하다. 그리고 얘기도 억지를 부리고 있다. 
액션이나 로맨스가 다 게으를 정도로 미적지근한 영화인데 핏과 코티야르의 화학작용도 미지근하고 연기도 마찬가지. 핏은 어색하기 짝이 없는데 마치 내가 왜 이 영화에 나왔나하고 궁금해 하는 모습이고 오스카 수상자인 프랑스 배우 코티야르도 마치 잘 차려 입은 할리웃의 B급배우가 메이저영화에 나온 것처럼 어수선하다.
1942년 모로코의 카사블랑카. 영국 주둔 캐나다군의 비행사 맥스(핏)가 프랑스인 사업가로 위장하고 모로코주재 나치대사를 암살하기 위해 도착한다. 
그의 파트너는 아름다운 프랑스 여인 레지스탕스요원 마리안(코티야르). 맥스와 마리안은 부부로 행세한다. 그런데 1942년은 영화 ‘카사블랑카’가 개봉된 해이고 영화 내용도 둘이 비슷한 데가 있어 이 영화는 마치 ‘카사블랑카’에 보내는 헌사 같다. 
잘 생긴 두 선남선녀가 만났으니 로맨스가 생길 것이 분명한데도 공연히 처음에는 뜸을 들인다. 영화의 매사가 이런 식으로 서툴다. 맥스는 임무에 매달리는 반면 마리안은 맥스에게 은근짜를 놓는다. 그러나 결국 맥스도 마리안의 매력에 굴복, 둘은 사랑에 빠지면서 모래바람이 휘몰아치는 가운데 자동차 앞좌석에서 뜨거운 정사를 벌인다. 이 때 카메라가 360도 회전촬영을 하는데 이런 기법은 히치콕의 장기이다. 그런데 둘의 정사가 정열적이라기보다 마지못해 하는 식으로 어색하다.
이제 연인 사이가 된 둘은 대사관저에서 열리는 파티에 참석, 임무를 수행하고 도주한다. 그리고 맥스는 마리안에게 함께 런던으로 가자고 제의한다. 여기서 장소는 나치공군의 무차별 폭격이 한창인 런던으로 이동한다. 그리고 맥스와 마리안은 결혼한다. 
만삭의 마리안은 입원한 병원에 폭탄이 떨어지면서 난리가 일어나는 순간 아기를 낳는다. 모든 것을 극적으로 만들려고 몹시도 애를 쓰고 있다. 
맥스와 마리안이 행복하게 살고 있는 어느 날 맥스의 상관 헤슬롭 대령(자레드 해리스)이 맥스에게 청천벽력의 소식을 통보한다. 마리안이 나치의 첩자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 물론 맥스는 이를 부인하면서 펄펄 뛰나 헤슬롭은 맥스에게 마리안을 시험하라면서 그 결과  마리안이 나치 첩자이면 맥스가 직접 죽이라고 명령한다. 맥스는 이 명령을 수행하면서 동시에 자기 나름대로 마리안의 결백을 밝히려고 적지 프랑스에 까지 들어간다. 그리고 영화는 딴따라 신파극 식으로 끝이 나는데 보기에 어색할 정도로 유치하다.          
스파이 액션 로맨스 영화가 역동성이나 긴장감이 부족하고 사랑의 불길도 뜨뜻미지근하다. 촬영과 의상과 프로덕션 디자인은 좋으나 매우 평범한 보통영화로 눈요기 거리는 된다. 로버트 즈멕키스(‘포레스트 검프’ ‘워크’) 감독. R. Paramount. ★★★(5개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룰즈 돈 어플라이(Rules Don't Apply)


예비스타 말라가 휴즈의 호출을 받고 그의 호텔방에 서 있다.

기인으로 소문난 하워드 휴즈 얘기 영화로 만들어


이 멋없는 제목을 가진 영화는 할리웃의 총아에서 기인이 된 워렌 베이티(79)가 미 역사의 또 다른 기인 하워드 휴즈를 기려 감독(각본 겸)한 것으로 향수 짙은 심각한 로맨틱 코미디다. 장르 구별이 쉽지 않듯이 영화가 무엇을 얘기하려고 하는지 또 어디로 가려고 하는 것인지 몰라 갈팡질팡 하고 있다. 간혹 재미있는 영화라고 하겠다.
제작자요 감독이요 배우인 베이티는 지난 1970년대부터 휴즈 얘기를 영화로 만들려고 구상해 오다 이제야 실행에 옮겼다(그의 마지막 영화는 2001년에 만든 졸작 ‘타운 앤 컨트리’.) 베이티는 휴즈와 함께 두 젊은 남녀 주인공을 내세우긴 했으나 그 어느 연령층에도 어필 할 것 같 지 않은 톤이 고르지 못한 작품이다.
1958년 할리웃. 휴즈영화사에 고용된 신앙심 돈독한 젊고 예쁜 말라 메이브리(릴리 칼린스-가수 폴 칼린스의 딸)가 어머니 루시(베이티의 아내 아넷 베닝)와 함께 이 곳에 도착, 할리웃보울 뒤 언덕 위에 있는 휴즈가 제공한 저택에 머문다. 그런데 말라 외에도 25명의 젊은 여자들이 스타의 꿈을 품고 휴즈와 계약하고 왔다.
말라의 운전사는 잘 생기고 젊음이 넘치는 프랭크 포브스(알덴 에렌라익). 두 순진하고 젊은 남녀는 서로 상대에게 호감을 느끼나 휴즈가 운전사와 예비스타와의 관계를 금지, 서로 눈치를 본다.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스크린 테스트는 없고 대신 말라와 프랭크의 로맨스가 서서히 무르익는다.
영화가 시작한지 30분쯤 지나서야 휴즈(베이티)가 나타나는데 등장한 뒤에도 어둠 속에 얼굴을 가리면서 흉물스럽게 군다. 그리고 휴즈의 온갖 기행들이 자질구레하니 묘시된다. 마침내 ‘숫처녀 침례교인’ 말라가 베벌리힐즈호텔의 휴즈의 방에 호출된다. 그리고 생전 처음으로 술을 마신 말라가 취해 휴즈에게 성적으로 도전한다.
휴즈가 주인공인지 아니면 말라와 프랭크가 주인공인지 애매모호한데 휴즈가 정면으로 등장하면서 얘기의 핵심을 이루던 말라와 프랭크가 뒷전으로 물러난다. 말라와 프랭크의 인물개발도 미적지근하고 연기도 마찬가지다. 이상한 영화다. 알렉 볼드윈, 매튜 브로데릭, 마틴 쉰 공연. 촬영과 옛 할리웃을 재생한 프로덕션 디자인과 의상 등은 좋다. 영화에서 로맨틱한 분위기 고취용으로 말러의 제5번 교향곡의 아다지에토가 흐르는데 너무 자주 쓴다. PG-13. Fox. ★★1/2(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