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6년 10월 25일 화요일

문라이트(Moonlight)


완이 리틀에게 수영을 가르치고 있다.

어머니와 단 둘이 사는 흑인 소년 성장기


마이애미에 사는 흑인 소년의 성장기이자 러브 스토리로 배우들과 감독이 모두 흑인들이다. 홀어머니와 단 둘이 사는 소년이 틴에이저가 되고 이어 청년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한 점의 과장도 없이 차분하고 담담하고 자세하게 그렸는데 그런 고요 속에 강렬한 힘을 지닌 감동적인 작품이다.
세 차례의 성장과정을 세 배우가 묘사하는데 처음 보는 배우들의 연기가 마치 이웃사람의 모습을 보듯이 사실적이다. 거칠고 다소 어둡고 강인하며 또 날 것과도 같이 적나라하고 아프고 연민스러운데 연출이 매우 은밀하고 침착하며 민감하면서도 강한 흡인력을 지녀 영화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된다. 무엇보다 아름다운데 연기뿐 아니라 음악과 촬영도 훌륭하다.
소년 리틀(알렉스 R. 히버트)은 작고 약해 학교 왈패들에게 시달린다. 어느 날 다시 이들에게 당하던 리틀은 드럭 딜러들의 거래처인 폐건물로 달아났다가 여기서 만난 적에겐 위협적이나 순진한 사람들에겐 친절한 드럭 딜러 완(마헤르샬라 알리)의 보호를 받게 된다. 그러나 리틀의 어머니 폴라(네이오미 해리스-007의 상관 M의 비서 모니페니)는 완과 아들이 가까운 것을 탐탁지 않게 여긴다.
리틀은 10대가 되어 본명 치론(애쉬턴 샌더스)으로 불린다. 키가 크고 비쩍 마른 치론은 역시 외톨이로 그의 유일한 친구는 다소 거치나 친절한 케빈(자렐 제롬). 둘은 밤의 해변에서 다정하게 대화를 나누는데 두 사람 사이에 로맨틱하고 성적인 분위기가 감돈다.
치론은 이제 신체 건장하고 터프한 청년이 돼 블랙(트레밴테 로즈)이라 불리며 애틀랜타에 산다. 그는 장식용 금이빨을 한 과묵하고 고독한 외톨이로 이제 비로소 과거 평탄치 못한 어머니와의 관계를 다소 회복한 상태.  
어느 날 느닷없이 마이애미에서 간이식당의 쿡으로 일하는 케빈(안드레 홀랜드)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온다. 이에 블랙은 케빈을 찾아가 둘이 식당에서 포도주를 마시며 장시간 대화를 나눈다. 이어 둘은 케빈의 아파트로 간다. 영화에서 가장 아름답고 조용하게 보는 사람의 감정을 울먹이게 만드는 장면이 마지막 장면. 블랙의 사랑의 고백이 있고 케빈은 이를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둘 사이의 분위기가 경이롭도록 은근하고 깊고 아름답다.
연기들이 다 뛰어난데 특히 로즈의 안으로 억누르는 듯한 섬세하면서도 긴장된 연기가 돋보인다. 블랙과 케빈의 대화장면과 배우들의 연기가 밤의 월광처럼 빛나는 보석과도 같은 영화로 상냥해 좋다. 배리 젠킨스 감독. 성인용. A24.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아가씨’




속임수가 판을 치면서 플롯이 반전을 거듭하는 세계적 오퇴르 박찬욱 감독의 레즈비언 에로틱 스릴러 ‘아가씨’(The Handmaiden-★★★★-5개 만점·사진)는 발가벗은 욕정과 선혈이 흥건한 범죄영화로 본질은 러브 스토리다. 원작은 웨일즈의 여류작가 새라 워터즈의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한 레즈비언 로맨스 소설 ‘핑거스미스’(Fingersmith).
무대를 1930년대 일제치하 한국으로 옮긴 ‘아가씨’의 주요 인물은 4명. 친일파로 일본서 살다가 한국으로 온 음란서적 수집가인 변태적 인간 코주키(조진웅)와 자신의 후견인인 코주키의 엄격한 감시를 받으며 대저택(오사카서 촬영)에 갇혀 사는 히데코(김민희). 그리고 히데코의 막대한 유산을 노리고 그를 사랑으로 유혹하는 날사기꾼 백작(하정우)과 백작의 사주를 받고 히데코의 하녀로 들어간 소매치기 숙희(김태리).
누가 누구를 속이고 속는지 모를 만큼 얘기가 엎치락 뒤치락을 반복하는데 히데코와 숙희가 깊은 사랑에 빠지면서 흥미진진한 얘기가 점입가경에 이른다. 장르감독인 박찬욱의 뛰어난 솜씨가 뽐을 내는데 구도와 색깔과 촬영 및 프로덕션 디자인(올 칸영화제서 벌칸상 수상) 등 외형미가 완벽하고 연기도 훌륭하다. 특히 이 영화로 스크린에 데뷔한 김태리의 어리숙한 듯하면서도 당돌한 연기가 단연 돋보인다.
물론 박찬욱의 영화여서 피가 흐르는 잔인성을 목격하게 되는데 ‘친절한 금자씨’에서 처럼 손가락이 싹독 싹독 잘려나간다. 이와 함께 히데코와 숙희의 전라의 격렬한 성애장면이 장시간 계속되는데 이 장면은 프랑스 영화 ‘푸른색이 가장 따뜻한 색’의 레즈비언 섹스신 다음 갈만하게 극사실적이다. 그런데 음악이 BBC-TV의 드라마 ‘다운턴 애비’의 것을 똑 닮았다.
그러나 이 영화는 내적 깊이나 투철한 예술혼이 있는 것은 아니다. 나는 박감독의 재능에 감탄하면서도 왜 그가 장르감독의 틀을 벗어나 그 재주로 예술성이 강한 영화를 만들지 않는 것인가 하고 궁금히 여긴다. 그는 언젠가 내게 말했듯이 자기가 깊은 영향을 받은 장르감독 히치콕의 길을 고수하려는 것인가.
얼마 전 영화 홍보차 LA에 온 박감독과 김태리를 만났다. 그는 시대를 1930년대로 잡은 것에 대해 “귀족 아가씨와 하녀라는 신분제도와 정신병원이라는 근대기관이 공존하는 시기가 그 때였기 때문이다”면서 “이와 함께 한반도의 근대성과 친일파들의 내면도 탐구할 좋은 기회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김태리에 대해 “1,500명에 육박하는 배우들을 오디션 했으나 내가 생각하는 숙희를 찾지 못했다”면서 “거의 자포자기적 심정으로 마지막 한 명을 만났는데 그 사람이 김태리였다. 독립적이고 주체적이며 솔직한 여성의 모습을 그에게서 발견해 캐스팅했다”고 말했다.” 내가 김태리에게 “러브신 연기하기가 힘들었겠는데 참 용감한 연기”라고 말하자 태리는 “하기 힘들었어요”라며 엷은 미소를 지었다.
왜 한국어 제목은 ‘아가씨’인데 영어 제목은 하녀를 뜻하는 ‘핸드메이든’이냐고 물었다. 박 감독은 이에 대해 “두 여성 주인공이 균형을 이루기를 바랐다. 원제가 숙희를 가리키는 ‘핑거스미스’(소매치기)이니까 한국어 제목은 히데코가 주인공인 것처럼 ‘아가씨’ 그리고 영어 제목은 다시 ‘핸드메이든’으로 정했다”고 대답했다. 불어 제목은 ‘마드므와젤’이라고.
다소 길다고 느낀 동성애 장면에 대해서는 “애초에 우려했던 만큼 동성애 혐오자들이 준동하지는 않았다. 댓글을 악의적으로 달고 별점을 0으로 주어 깎아내리려는 시도는 많았지만 대세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면서 “젊은이들 특히 여성들 반응이 뜨거웠다. 무턱대고 혐오하던 사람들이 영화를 보고 ‘자연스럽고 아름답더라’고 말할 때 정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영화는 한국에서 430만명이 관람하며 히트를 했다.
앞으로 구상 중인 영화에 대해서는 한국어, 영어 영화 여러 편이 기획 가동 중이나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는데 박 감독의 한 측근은 내게 네트플릭스 영화를 만들 가능성이 있다고 귀띔해 줬다.
박 감독은 지난 2013년 히치콕 스타일의 ‘스토커’(Stoker)로 할리웃에 데뷔했다. 박 감독은 이어 자신의 예술관과 영화관에 관해 “말로 설명할 만한 것은 없다”면서 “그때 그때 좋게 느껴지는 내용을 정확하게 표현하려고 애쓸 뿐”이라고 말했다.
나는 이어 “꼭 사람의 손가락을 잘라야 하느냐”고 물었다. 박 감독은 이에 “코주키에게 그의 장서와 서화 컬렉션이 어떤 의미인지 이해한다면 그것이 파괴되었을 때 그의 분노도 짐작이 갈 것이다. 손가락을 자르는 것은 최소한의 표현이라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세계적으로 칭찬을 받은 ‘아가씨’를 제치고 한국에서 김지운 감독의 ‘밀정’(The Age of Shadows-현재 CGV서 상영)을 오스카 외국어 영화상 후보작으로 올린 것에 대해 박 감독의 한 측근은 “그것은 늘 있는 한국의 정치적 성향 탓이라고 말했다. ‘아가씨’는 코리아타운 내 CGV, 아크라이트(바인과 선셋), 랜드마크(피코와 웨스트우드)에서 상영한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2016년 10월 17일 월요일

회계사(The Accountant)


회계사 크리스가 사격연습을 하고 있다.

수학천재 자폐증 회계사의 ‘킬러 본색’


메이저 스튜디오가 할리웃의 수퍼 스타를 써 터무니없는 소리를 하는 전형적인 넌센스 액션 스릴러로 얘기가 도무지 씨가 안 먹혀 보고 있자니 지루해 몸살이 날 지경이다. 벤 애플렉이 어쩌자고 이런 영화에 나왔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나 그는 셈에 천재적 기억력을 지니고 사격과 무술에도 뛰어난 자폐증세의 공인회계사로 나와 회계도 하고 또 닥치는 대로 인명을 살상한다.
일종의 재정 액션스릴러요 가족 드라마이자 약간의 러브 스토리도 양념 식으로 섞어 넣었는데 내용이 터무니 없는데다가 애플렉의 로봇 같은 연기도 보기에 어색하기 짝이 없다. 무엇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는 영화여서 재미도 없고 또 관심도 없다.
일리노이주 교외의 작은 마을의 회계사 크리스천 울프는 자폐증자로 수학과 계산에 천재적 능력을 지녔다. 자폐증자여서 말이나 대인관계가 거의 없다. 영화는 크리스의 어린 시절부터 시작되는데 군인인 크리스의 아버지는 아들에게 호신수단으로 격투술을 가르친다. 크리스에겐 정상적인 동생 브랙스턴(성인 역에 존 번달)이 있는데 이들의 아버지는 아들들에게 인도네시아의 무술을 비롯해 온갖 무술을 가르친다.
크리스의 작은 회사는 자신의 숨은 활동을 위장한 간판용이고 실제로 그는 무기와 마약밀매상들의 회계사로 자기 차고에 있는 RV에 금괴와 거액의 현찰 그리고 잭슨 폴락의 그림까지 있다. 크리스의 행동을 주시하고 있는 사람이 재무부 관리 레이먼드 킹(J.K. 시몬스).
그래서 크리스는 킹의 눈을 돌려놓기 위해 정상적인 업무로 실제 수족과 또 같은 기능을 하는  인공수족 등을 제조하는 대규모의 로보트공학회사의 회계장부를 돌보기로 한다. 회사의 회장은 라마 블랙(존 리트가우).
크리스가 회사의 회계장부에 이상이 있음을 발견하고 이를 회사의 여직원 데이나 커밍스(안나 켄드릭)를 비롯한 몇 명의 간부들에게 알려주면서 계속해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데이나와 크리스 간에 로맨스의 기운이 감돌다가 만다. 계속해 이 회사의 사람들이 살해되면서 크리스도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이에 대전차용 자동기관총을 들고 반격에 나서면서 수십명이 황천으로 간다. 크리스를 쫓는 킬러들의 두목이 과연 누구일까요.
애플렉의 자폐증자 연기는 보는 사람에 따라 평가가 다를 수도 있겠으나 내가 보기엔 무기력한 연기다. 영화는 마치 속편을 예고하듯이 끝나는데 감독 개빈 오카너와의 인터뷰에서 그에 대해 물었더니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는 대답이었다. 안 그랬으면 좋겠는데. R. WB. ★★½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이노선츠(The Innocents)


기든스가 유령을 보고 공포에 질려 있다.

‘남매에게 붙은 악령의 정체는…’ 심리공포물의 명작


헨리 제임스의 중편소설 ‘나사의 회전’(The Turn of the Screw)을 원작으로 만든 전신에 오싹하는 냉기가 감돌게 만드는 1961년 작 영국산 흑백 심리공포영화다. 감독은 잭 클레이튼.
19세기 후반. 교외 대저택에서 사는 부유한 홀아비(마이클 레드그레이브)의 두 어린 조카들로 고아들인 플로라(파멜라 프랭클린)와 마일스(마틴 스티븐스)의 가정교사로 입주한 여자 기든스(데보라 카)가 집안에서 일어나는 괴현상의 원인을 캐내면서 경험하는 공포와 초현실적 현상을 다룬 영화다. 통속적인 충격적 장면으로 공포감을 조성하지 않고 조명과 음악 그리고 기민한 연출과 깊이 있는 음산한 촬영 등에 의해 보는 사람의 심리를 겁에 질리게 만든다. 분위기로 겁주는 영화다.
플로라와 마일스는 모두 순진무구한 아이들인데 마일스가 동료학생들에게 나쁜 영향을 준다는 이유로 퇴학을 당한다. 그러나 기든스는 그 이유를 믿지 않는다. 그리고 기든스는 창문에 비치는 여인의 유령과 함께 추하게 이글어진 남자의 모습을 목격한다.
기든스가 이를 가정부 그로스(멕스 젠킨스)에게 말하자 그로스는 여자는 전 가정교사인 제슬(클라이티 제섭)이고 남자는 저택 집사인 피터 퀸트(피터 윈가드)로 둘은 연인이었으나 모두 사망했다고 알려준다. 그리고 두 사람은 생전 새도마조키스틱한 관계를 가졌으며 퀸트가 죽자 제슬은 집 부근 호수에 빠져 자살했다고 말한다. 이와 함께 이 두 사람의 죽음이 두 남매에게 괴이한 영향을 남겼다는 것도 알게 된다.
기든스는 남매가 죽은 연인들의 악령에 사로잡혔다고 확신하고 이 사실을 아이들에게 알려 아이들을 악령에서 해방시키려고 시도한다. 그러나 이에 플로라는 히스테리를 부리며 도주한다. 이를 지켜보는 것이 제슬의 유령. 기든스는 이번에는 마일스에게 같은 시도를 하는데 이 때 남자 귀신이 나타난다. 기븐스가 마일스에게 이 남자의 이름을 말하라고 다그치자 마일스는 “퀸트”라고 말하고 쓰러져 죽는다. 그리고 기븐스는 마일스의 입술에 키스를 하면서 그의 영혼을 위해 기도한다.
서서히 공포감을 몰아가다가 마지막에 심리를 극도로 불안하게 만들면서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으스스한 공포영화의 명작이다. 영화음악으로 전자음악의 사용을 개척한 작품이기도 하다. 18일 하오 1시 LA카운티뮤지엄 내 빙극장.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어퀘리어스(Aquarius)


클라라는 전 생애를 보낸 아파트를 자기 분신처럼 여긴다.

“내 생애가 담긴 아파트 재개발 절대 안돼”


브라질의 우아한 베테런 여배우 소니아 브라가(‘거미여인의 키스’)의 거의 허세에 가까운 위풍당당한 연기가 눈부신 진지하고 정열적인 인물에 관한 탐구다. 자신이 귀중하게 여기고 있는 것을 빼앗으려는 자들에 대한 여인의 끈질긴 저항과 자존을 지키려는 투쟁을 그린 브라질 영화로 훌륭하다.
제목은 브라질 동부의 해변도시 레시페에 있는 주인공 클라라(브라가)가 사는 2-3층 규모의 아파트 이름으로 이 아파트를 사서 고층 호화아파트를 지으려는 개발업자와 자신의 전 생애가 담긴 아파트를 고수하려는 클라라와의 치열한 신경전을 그렸다.
젊은 클라라의 이모의 70세 생일 파티로 시작되는데 이모가 아파트의 가구를 보면서 과거의 뜨거웠던 사랑의 행위를 회상하는 장면이 아름답고 자극적이다. 이어 장면은 현재의 같은 아파트에 사는 나이 먹은 클라라에게로 돌아온다. 은퇴한 음악평론가(옛 록과 클래식 음악이 많이 나오는데 방에 LP레코드가 즐비하다)인 클라라는 유방암 수술을 한 미망인으로 장성한 세 자녀가 있으나 혼자 친구 같은 가정부와 살면서 독립을 즐긴다. 
클라라는 매우 독립적인 여자로 거의 천상천하 유아독존 식인데 고독에 시달리기는 하나 이 역시 의젓하게 견디어낸다. 영화에 나이 먹은 사람의 고독의 기운이 가득한데 클라라가 육체적 욕망을 견디다 못해 남창을 불러 해소시키는 장면이 화끈하다. 
클라라의 투쟁은 개발업자가 클라라의 아파트를 사겠다고 시가보다 훨씬 웃도는 금액을 제시하고 끈질기게 매입을 시도하면서 시작된다. 여기에 이혼한 딸까지 아파트를 팔라고 재촉한다. 아파트의 다른 주민들은 다 이사 가고 클라라 혼자 살고 있다. 그러나 클라라는 이를 단호히 거절하는데 이에 개발업자가 은근히 여러 가지 방법으로 클라라에게 압력을 가하면서 영화가 스릴러 분위기마저 갖춘다.        
밀려드는 변화 속에 지나간 시간에 매어 달리는 여인의 서서히 진행되는 향수 짙은 드라마로 브라가가 혼자 영화를 짊어지다시피 하고 있는데 브라가의 연기야 말로 경건하고 강인하며 또 뜨겁고 품위 있으며 그리고 우수가 가슴을 파고드는 위대한 것이다. 촬영도 아름답다. 클레버 멘도카 필호 감독. 성인용. 142분.★★★1/2(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사막(Desierto)


모이세스(왼쪽)와 아델라가 살인자를 피해 숨고 있다.

밀입국자와 인간 사냥꾼의 사막 추격전


사막에서 벌어지는 생사를 다투는 추격과 도주의 스릴러. 긴장감과 스릴을 갖춘 흥미 있는 얘기로 캘리포니아에 사는 사람들은 잘 아는 얘기여서 사실감이 있으나(그러나 매우 비현실적이다) 지나치게 잔인하고 끔찍하며 유혈이 낭자해 이맛살이 찌푸려진다.
코넬 와일드가 나온 ‘벌거벗은 미끼’를 연상케 만드는 액션 스릴러이자 사회비판을 겸한 멜로드라마인데 깊이나 내적 성찰은 부족하다. 순전히 물리적 재미만을 추구한 영화로 ‘그래비티’의 감독 알폰소 쿠아론의 아들 조나스 쿠아론이 각본을 쓰고 감독했다.
멕시코에서 14명의 미국에로의 불법이민을 시도하는 사람들을 싣고 사막을 달리던 트럭이 고장이 나자 이들과 2명의 안내자가 걸어서 미국으로 건너온다.
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자가 트럭에 남부군기를 달고 위스키를 병나발 부는 사이코 카우보이 샘(제프리 딘 모간). 샘은 강력한 라이플과 맹견 트랙커를 데리고 다니면서 ‘내 나라’로 불법 침입하는 멕시칸들을 사살하는 것이 취미다. 그리고 그는 높은 바위 위에서 사막을 걷는 멕시칸들을 마치 오리사냥하듯이 하나씩 저격 살해한다.
여기서 살아 남은 사람이 5명이지만 그 중 하나는 트랙커에 목이 찢겨 죽고 끝까지 살아 남은 것이 오클랜드에 가족이 있는 미캐닉 모이세스(가엘 가르시아 베르날)와 젊은 여자 아델라(알론드라 히달고). 둘은 자기들을 끈질기게 추격하는 샘을 피해 바위와 모래의 열사의 사막을 가로질러 도주한다.
클라이맥스에 샘과 모이세스가 모래바위산을 맴돌면서 서로 쫓고 쫓기는 액션이 긴장감 있는데 궁금한 것은 도대체 왜 샘이 사람을 파리 잡듯 하는 킬러가 돼야 했는가 하는 점이다. 아무 설명이 없다. 그런데 샘은 동물의 죽음을 사람의 죽음보다 더 슬퍼하는 무자비한 킬러다.
두 배우의 연기는 액션영화치곤 무난한 편이고 바하 캘리포니아에서 찍은 촬영이 좋다. 액션팬들이 좋아할 영화로 북소리가 주로 쓰인 음악이 좀 과장됐다. 성인용.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중국인들이 온다, 중국인들이 온다’

미^소간 냉전 중이던 지난 1966년 노만 주이슨이 감독하고 칼 라이너와 앨란 아킨 및 에바 마리 세인트가 나온 ‘러시아인들이 온다, 러시아인들이 온다’라는 영화가 있었다. 여름철 미 북동부 휴양도시 인근 해안에 좌초한 러시아 잠수함의 선원들이 발동기를 구하러 뭍에 오르면서 일어나는 혼란과 해프닝을 그린 코미디다.
그런데 지금 할리웃에는 중국인들이 몰려오고 있다. 붉은 오성기를 흔들며 할리웃 진출에 앞장서고 있는 것이 중국 최고의 갑부 왕지안린(사진)의 미디어^부동산회사 달리안 완다그룹. 완다는 먼저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극장체인 AMC를 산데 이어 또 다른 체인인 카마이클의 매입을 시도하고 있다. 두 체인을 합하면 완다는 미국 내 최대 극장체인의 주인이 된다.
완다는 얼마 전에는 ‘다크 나잇’과 ‘주라기 세계’를 만든 레전더리 엔터테인먼트를 35억달러에 샀고 최근에는 소니와 파트너십을 맺고 자사가 투자한 영화의 내용에 대한 권한을 소유하게 됐다. 완다는 또 할리웃의 6개 메이저 중 하나를 매입하는 것이 궁극적 목표다.
한편 완다는 현재 내가 속한 할리웃 외신기자협회(HFPA)가 주관하는 골든 글로브 시상식을 제작하는(NBC-TV 방영) 딕 클락 제작사(DCP)의 매입 절차에 들어갔다. 구입가는 무려 10억달러.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HFPA는 지난 11일 완다그룹의 고급 간부 우씨와 양측 변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모였다.
이 자리에서 우씨는 “DCP는 주인만 바뀔 뿐이지 골든 글로브의 주체나 그 행사에는 아무 변화도 없다”면서 “완다그룹이 DCP를 매입하는 이유는 골든 글로브가 매력 있고 또 좋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우리는 16일에 왕 회장을 만날 예정이다.
그러나 완다의 할리웃 진출은 이 동네가 매력 있고 좋기 때문만은 아니다. 전 세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할리웃 산업을 어느 정도 장악하려는 파워플레이의 일환이다. 이런 의도는 왕 회장이 중국의 한 TV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외국인들에 의해 정해진 규칙을 바꾸려고 한다”라는 말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이런 의도를 지닌 완다가 할리웃을 금권으로 잠식하면서 급기야 최근에는 16명의 연방의회 의원들이 완다의 할리웃 투자에 대한 조사를 촉구하는 서신을 법무부에 보냈다. 중국은 연예산업의 제1 목표를 ‘사회주의에 대한 봉사’로 여기는 공산주의 국가로 모든 연예물은 당국의 검열을 받아야 한다.        
따라서 중국 돈이 들어간 할리웃 영화들은 이 검열을 비켜가기 위해 자연히 당국의 비위에 맞는 영화를 만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중국 돈이 투자와 배급을 주도하면 궁극적으로 제작도 좌지우지하게 되게 마련이라는 것. 게다가 왕 회장이 현 중국 정권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도 의원들은 별로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 할리웃이 매카시즘 때 이어 또 다른 ‘적색홍열’을 앓을 우려마저 있다고 성급히 예측하는 사람들도 있다.
왕 회장에 질세라 최근 중국의 제2의 갑부인 잭마 회장의 알리바바그룹은 스필버그의 앰블린 픽처스와 공동제작 및 투자협정을 맺었다. 이로써 마 회장은 앰블린의 주주가 됐다. 또 버뱅크에 본부를 둔 STX 엔터테인먼트도 각기 중국과 홍콩에 본부를 둔 거대 자본을 지닌 회사들과 투자협정을 맺었으며 라이언스게이트사도 얼마 전 후난 TV와 투자계약을 맺었다. 위안화의 위력이 대단하다.
중국은 북미시장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세계시장이고 수년 내로 최대의 시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연간 국내 상영 외화 편수를 34편으로 제한하고 있는데도 할리웃의 대목시장인만큼 지금 할리웃의 대·소규모의 영화와 TV 작품 제작사들은 너도 나도 중국시장을 노리고 동방 진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할리웃의 영화와 TV 작품 제작사들이 서로 앞 다투어 중국회사들과 투자계약을 맺는 것도 이런 시장 진출의 일환이라고 하겠다.
할리웃이 중국시장 진출을 노리고 동원하고 있는 수단 중 하나가 영화에 중국배우를 쓰는 것. 그 좋은 일례가 맷 데이먼이 나온 ‘마션’에서 화성에 달랑 혼자 남은 데이먼을 구출하는 데 큰 공헌을 하는 것이 중국이었다. 또 올해 나온 히트작 ‘나우 유 시 미 2’에는 중국의 인기가수 제이 추가 나왔고 역시 올해 나온 ‘인디펜던스 데이: 리서전스’에는 배우 겸 가수인 앤젤라베이비가 전투기 조종사로 나와 외계인들을 무찔렀다. 그리고 판빙빙은 ‘X-멘: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와 ‘아이언 맨 3’에 리빙빙은 ‘트랜스포머즈: 에이지 오브 익스팅션’에 각기 나왔다.
그리고 내년에 나올 ‘스타 워즈: 로그 원’에는 무술배우 다니 옌과 지안 웽이 출연하고 ‘콩: 스컬 아일랜드’에는 징티안이 나온다. 현재 제작준비에 들어간 ‘주만지’ 신판에도 내용과 상관 없이 남녀를 불문하고 중국배우를 쓸 예정이라고 연예 전문지들이 보도했다. 이러니 ‘중국인들이 온다, 중국인들이 온다’라는 제목의 영화가 나옴직도 하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