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6년 10월 17일 월요일

어퀘리어스(Aquarius)


클라라는 전 생애를 보낸 아파트를 자기 분신처럼 여긴다.

“내 생애가 담긴 아파트 재개발 절대 안돼”


브라질의 우아한 베테런 여배우 소니아 브라가(‘거미여인의 키스’)의 거의 허세에 가까운 위풍당당한 연기가 눈부신 진지하고 정열적인 인물에 관한 탐구다. 자신이 귀중하게 여기고 있는 것을 빼앗으려는 자들에 대한 여인의 끈질긴 저항과 자존을 지키려는 투쟁을 그린 브라질 영화로 훌륭하다.
제목은 브라질 동부의 해변도시 레시페에 있는 주인공 클라라(브라가)가 사는 2-3층 규모의 아파트 이름으로 이 아파트를 사서 고층 호화아파트를 지으려는 개발업자와 자신의 전 생애가 담긴 아파트를 고수하려는 클라라와의 치열한 신경전을 그렸다.
젊은 클라라의 이모의 70세 생일 파티로 시작되는데 이모가 아파트의 가구를 보면서 과거의 뜨거웠던 사랑의 행위를 회상하는 장면이 아름답고 자극적이다. 이어 장면은 현재의 같은 아파트에 사는 나이 먹은 클라라에게로 돌아온다. 은퇴한 음악평론가(옛 록과 클래식 음악이 많이 나오는데 방에 LP레코드가 즐비하다)인 클라라는 유방암 수술을 한 미망인으로 장성한 세 자녀가 있으나 혼자 친구 같은 가정부와 살면서 독립을 즐긴다. 
클라라는 매우 독립적인 여자로 거의 천상천하 유아독존 식인데 고독에 시달리기는 하나 이 역시 의젓하게 견디어낸다. 영화에 나이 먹은 사람의 고독의 기운이 가득한데 클라라가 육체적 욕망을 견디다 못해 남창을 불러 해소시키는 장면이 화끈하다. 
클라라의 투쟁은 개발업자가 클라라의 아파트를 사겠다고 시가보다 훨씬 웃도는 금액을 제시하고 끈질기게 매입을 시도하면서 시작된다. 여기에 이혼한 딸까지 아파트를 팔라고 재촉한다. 아파트의 다른 주민들은 다 이사 가고 클라라 혼자 살고 있다. 그러나 클라라는 이를 단호히 거절하는데 이에 개발업자가 은근히 여러 가지 방법으로 클라라에게 압력을 가하면서 영화가 스릴러 분위기마저 갖춘다.        
밀려드는 변화 속에 지나간 시간에 매어 달리는 여인의 서서히 진행되는 향수 짙은 드라마로 브라가가 혼자 영화를 짊어지다시피 하고 있는데 브라가의 연기야 말로 경건하고 강인하며 또 뜨겁고 품위 있으며 그리고 우수가 가슴을 파고드는 위대한 것이다. 촬영도 아름답다. 클레버 멘도카 필호 감독. 성인용. 142분.★★★1/2(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사막(Desierto)


모이세스(왼쪽)와 아델라가 살인자를 피해 숨고 있다.

밀입국자와 인간 사냥꾼의 사막 추격전


사막에서 벌어지는 생사를 다투는 추격과 도주의 스릴러. 긴장감과 스릴을 갖춘 흥미 있는 얘기로 캘리포니아에 사는 사람들은 잘 아는 얘기여서 사실감이 있으나(그러나 매우 비현실적이다) 지나치게 잔인하고 끔찍하며 유혈이 낭자해 이맛살이 찌푸려진다.
코넬 와일드가 나온 ‘벌거벗은 미끼’를 연상케 만드는 액션 스릴러이자 사회비판을 겸한 멜로드라마인데 깊이나 내적 성찰은 부족하다. 순전히 물리적 재미만을 추구한 영화로 ‘그래비티’의 감독 알폰소 쿠아론의 아들 조나스 쿠아론이 각본을 쓰고 감독했다.
멕시코에서 14명의 미국에로의 불법이민을 시도하는 사람들을 싣고 사막을 달리던 트럭이 고장이 나자 이들과 2명의 안내자가 걸어서 미국으로 건너온다.
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자가 트럭에 남부군기를 달고 위스키를 병나발 부는 사이코 카우보이 샘(제프리 딘 모간). 샘은 강력한 라이플과 맹견 트랙커를 데리고 다니면서 ‘내 나라’로 불법 침입하는 멕시칸들을 사살하는 것이 취미다. 그리고 그는 높은 바위 위에서 사막을 걷는 멕시칸들을 마치 오리사냥하듯이 하나씩 저격 살해한다.
여기서 살아 남은 사람이 5명이지만 그 중 하나는 트랙커에 목이 찢겨 죽고 끝까지 살아 남은 것이 오클랜드에 가족이 있는 미캐닉 모이세스(가엘 가르시아 베르날)와 젊은 여자 아델라(알론드라 히달고). 둘은 자기들을 끈질기게 추격하는 샘을 피해 바위와 모래의 열사의 사막을 가로질러 도주한다.
클라이맥스에 샘과 모이세스가 모래바위산을 맴돌면서 서로 쫓고 쫓기는 액션이 긴장감 있는데 궁금한 것은 도대체 왜 샘이 사람을 파리 잡듯 하는 킬러가 돼야 했는가 하는 점이다. 아무 설명이 없다. 그런데 샘은 동물의 죽음을 사람의 죽음보다 더 슬퍼하는 무자비한 킬러다.
두 배우의 연기는 액션영화치곤 무난한 편이고 바하 캘리포니아에서 찍은 촬영이 좋다. 액션팬들이 좋아할 영화로 북소리가 주로 쓰인 음악이 좀 과장됐다. 성인용.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중국인들이 온다, 중국인들이 온다’

미^소간 냉전 중이던 지난 1966년 노만 주이슨이 감독하고 칼 라이너와 앨란 아킨 및 에바 마리 세인트가 나온 ‘러시아인들이 온다, 러시아인들이 온다’라는 영화가 있었다. 여름철 미 북동부 휴양도시 인근 해안에 좌초한 러시아 잠수함의 선원들이 발동기를 구하러 뭍에 오르면서 일어나는 혼란과 해프닝을 그린 코미디다.
그런데 지금 할리웃에는 중국인들이 몰려오고 있다. 붉은 오성기를 흔들며 할리웃 진출에 앞장서고 있는 것이 중국 최고의 갑부 왕지안린(사진)의 미디어^부동산회사 달리안 완다그룹. 완다는 먼저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극장체인 AMC를 산데 이어 또 다른 체인인 카마이클의 매입을 시도하고 있다. 두 체인을 합하면 완다는 미국 내 최대 극장체인의 주인이 된다.
완다는 얼마 전에는 ‘다크 나잇’과 ‘주라기 세계’를 만든 레전더리 엔터테인먼트를 35억달러에 샀고 최근에는 소니와 파트너십을 맺고 자사가 투자한 영화의 내용에 대한 권한을 소유하게 됐다. 완다는 또 할리웃의 6개 메이저 중 하나를 매입하는 것이 궁극적 목표다.
한편 완다는 현재 내가 속한 할리웃 외신기자협회(HFPA)가 주관하는 골든 글로브 시상식을 제작하는(NBC-TV 방영) 딕 클락 제작사(DCP)의 매입 절차에 들어갔다. 구입가는 무려 10억달러.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HFPA는 지난 11일 완다그룹의 고급 간부 우씨와 양측 변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모였다.
이 자리에서 우씨는 “DCP는 주인만 바뀔 뿐이지 골든 글로브의 주체나 그 행사에는 아무 변화도 없다”면서 “완다그룹이 DCP를 매입하는 이유는 골든 글로브가 매력 있고 또 좋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우리는 16일에 왕 회장을 만날 예정이다.
그러나 완다의 할리웃 진출은 이 동네가 매력 있고 좋기 때문만은 아니다. 전 세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할리웃 산업을 어느 정도 장악하려는 파워플레이의 일환이다. 이런 의도는 왕 회장이 중국의 한 TV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외국인들에 의해 정해진 규칙을 바꾸려고 한다”라는 말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이런 의도를 지닌 완다가 할리웃을 금권으로 잠식하면서 급기야 최근에는 16명의 연방의회 의원들이 완다의 할리웃 투자에 대한 조사를 촉구하는 서신을 법무부에 보냈다. 중국은 연예산업의 제1 목표를 ‘사회주의에 대한 봉사’로 여기는 공산주의 국가로 모든 연예물은 당국의 검열을 받아야 한다.        
따라서 중국 돈이 들어간 할리웃 영화들은 이 검열을 비켜가기 위해 자연히 당국의 비위에 맞는 영화를 만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중국 돈이 투자와 배급을 주도하면 궁극적으로 제작도 좌지우지하게 되게 마련이라는 것. 게다가 왕 회장이 현 중국 정권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도 의원들은 별로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 할리웃이 매카시즘 때 이어 또 다른 ‘적색홍열’을 앓을 우려마저 있다고 성급히 예측하는 사람들도 있다.
왕 회장에 질세라 최근 중국의 제2의 갑부인 잭마 회장의 알리바바그룹은 스필버그의 앰블린 픽처스와 공동제작 및 투자협정을 맺었다. 이로써 마 회장은 앰블린의 주주가 됐다. 또 버뱅크에 본부를 둔 STX 엔터테인먼트도 각기 중국과 홍콩에 본부를 둔 거대 자본을 지닌 회사들과 투자협정을 맺었으며 라이언스게이트사도 얼마 전 후난 TV와 투자계약을 맺었다. 위안화의 위력이 대단하다.
중국은 북미시장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세계시장이고 수년 내로 최대의 시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연간 국내 상영 외화 편수를 34편으로 제한하고 있는데도 할리웃의 대목시장인만큼 지금 할리웃의 대·소규모의 영화와 TV 작품 제작사들은 너도 나도 중국시장을 노리고 동방 진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할리웃의 영화와 TV 작품 제작사들이 서로 앞 다투어 중국회사들과 투자계약을 맺는 것도 이런 시장 진출의 일환이라고 하겠다.
할리웃이 중국시장 진출을 노리고 동원하고 있는 수단 중 하나가 영화에 중국배우를 쓰는 것. 그 좋은 일례가 맷 데이먼이 나온 ‘마션’에서 화성에 달랑 혼자 남은 데이먼을 구출하는 데 큰 공헌을 하는 것이 중국이었다. 또 올해 나온 히트작 ‘나우 유 시 미 2’에는 중국의 인기가수 제이 추가 나왔고 역시 올해 나온 ‘인디펜던스 데이: 리서전스’에는 배우 겸 가수인 앤젤라베이비가 전투기 조종사로 나와 외계인들을 무찔렀다. 그리고 판빙빙은 ‘X-멘: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와 ‘아이언 맨 3’에 리빙빙은 ‘트랜스포머즈: 에이지 오브 익스팅션’에 각기 나왔다.
그리고 내년에 나올 ‘스타 워즈: 로그 원’에는 무술배우 다니 옌과 지안 웽이 출연하고 ‘콩: 스컬 아일랜드’에는 징티안이 나온다. 현재 제작준비에 들어간 ‘주만지’ 신판에도 내용과 상관 없이 남녀를 불문하고 중국배우를 쓸 예정이라고 연예 전문지들이 보도했다. 이러니 ‘중국인들이 온다, 중국인들이 온다’라는 제목의 영화가 나옴직도 하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2016년 10월 12일 수요일

국가의 탄생(Birth of a Nation)


냇 터너(가운데)가 노예들과 함께 백인들을 공격하고 있다.

1831년 버지니아주 흑인폭동 일으킨 냇 터너의 삶


1831년 버지니아주에서 발생한 흑인 노예들의 폭동과 이 폭동을 주도한 냇 터너의 삶을 그린 감정적으로 격하고 분노와 역사적 의식에 가득 찬 건강한 드라마로 흑인인 네이트 파커가 감독하고 각본을 쓰고 또 주연도 했다. 흑백 갈등이 심한 요즘 시의에도 잘 맞는 소명의식을 지닌 작품인데 좋은 드라마이긴 하나 특별히 잘 만들었거나 예술적으로 창의적이진 못하다. 
지나치게 의미 있는 작품을 만들어야겠다는 의식에 집념, 보는 사람을 심리적으로 강압하고 있다. 역사적 사실을 상세하고 성실하게 보여주기는 하나 사건이 갖고 있는 역사적 정치적 및 도덕적 의미를 깊이 있게 다루진 못 했다. 
또 후반에 가서 파커는 과도하게 터너라는 개인 한 사람에 조명을 집중해 주변 인물이나 상황이 제대로 극적으로 처리되지 않아 허전한 감이 있다. 망치로 두드려 맞는 강한 충격을 받으면서도 극적 흥분감이나 흥미를 춘분히 경험할 수는 없다. 
이 영화는 파커의 과거 개인적 문제 때문에 큰 화제가 됐다. 파커는 지난 1991년 펜 스테이트대에 다닐 때 룸메이트이자 레슬링팀 동료로 흑인인 진 셀레스틴(이 영화의 공동 각본가)과 함께 여학생을 강간한 혐의로 기소됐으나 무혐의로 풀려났고 셀레스틴은 유죄판결을 받은 뒤 재심에서 이 판결이 뒤집어졌다. 그런데 둘을 고발한 여자는 지난 2012년 자살했다. 
제목은 미 영화사의 초기 거목인 D.W. 그리피스가 감독한 남북전쟁과 그 후의 얘기를 그린  대작 동명영화에서 따 왔다. 우드로 윌슨 대통령이 보고 “천둥으로 쓴 역사”라고 찬양한 이 영화는 흑인들을 강간과 약탈을 자행하는 원숭이들 같이 묘사하고 이들을 처벌하는 KKK를 영웅적 단체로 그려 인종차별영화의 표본으로 꼽히고 있다. 
냇 터너(파커)는 목화농장주 새뮤얼(아미 해머)과 엘리자베스(페넬로피 앤 밀러) 부부의 소유. 가운이 기울고 경제적으로 곤란을 겪고 있는 새뮤얼부부는 다른 농장주들보다 훨씬 관대해 엘리자베스는 남달리 총명한 어린 터너에게 성경을 가르친다. 그래서 그는 커서 목사가 되는데 돈에 쪼들리는 새뮤얼은 터너를 데리고 이웃 농장을 돌면서 노예들에게 설교를 시킨 뒤 주인들로부터 사례비를 받는다.
이와 함께 노예들의 비참한 삶이 묘사되고 백인들의 노예들에 대한 가혹행위가 묘사 된다. 그리고 터너는 아름다운 노예 체리(에이자 네이오미 킹)과 결혼해 현실에 적응하면서 산다. 그러나 터너가 백인에게 세례를 주면서 그는 가혹한 채찍질을 당한다. 
이와 함께 노예들의 참혹한 삶에 서서히 터너의 눈이 떠지면서 그는 ‘압제자를 타도하라’는 성경의 말대로 동료 노예들을 규합, 폭동을 일으킨다. 도끼와 칼로 무장한 이들이 죽인 백인들은 55-65명 정도. 그러나 폭동은 이틀 만에 진압되고 터너는 교수형에 처해진다.
파커는 연출보다 연기력이 나은데 영화의 진행속도가 느려 단조롭기까지 하다. 또 파커의 변신과정에도 극적 신빙성이 결여됐다. 촬영은 좋다. 단점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봐야할 영화다. R. Fox Searchlight. ★★★½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기차를 탄 여자(The Girl on the Train)


레이철이 기차 창 밖으로 이웃을 엿보고 있다.

알콜중독 이혼녀 기억상실로 범죄에 휘말려


싸구려 냄새가 나는 모조품 같은 치정살인 스릴러로 모양새는 그럴듯하지만 내용이나 인물이 깊이나 폭이 없이 평면적이고 일차원적이다. 폴라 호킨스의 베스트셀러가 원작으로 기억 상실증에 시달리는 이혼녀인 알콜중독자가 타인의 삶을 엿보면서 살인사건에 휘말려드는 내용이 흥미진진한 영화의 소재가 될 수 있었는데 테이트 테일러 감독의 연출력이 무기력하다.
영화는 뉴욕 교외에 사는 이혼녀 레이철 왓슨(에밀리 블런트)이 하루에 두 차례 기차를 타고 집에서 직장이 있는 뉴욕을 왕복하면서 창밖을 통해 지나가는 집의 사람들을 정탐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그리고 얘기는 현재와 과거를 왕래하면서 내레이션 식으로 이어진다.
슬픔을 술로 달래는 레이철은 전 남편 탐(저스틴 테루)과 그의 새 아내 안나(레베카 퍼거슨)와 둘의 갓난 아기가 사는 집 근처에 산다. 그리고 술에 취해 이 집에 전화를 걸고 무단침입까지 한다. 레이철이 또 관심 깊게 엿보는 집이 섹시하고 아름다운 메이간(헤일리 베넷)과 그녀의 마초맨 남편 스캇 힙웰(루크 에반스). 그런데 메이간은 안나의 아기의 보모였다.
어느 날 레이철은 출근(그러나 그녀는 술 때문에 직장에서 해고당했다) 길에 메이간이 집의 발코니에서 다른 남자와 키스를 하는 것을 목격한다. 이 남자는 동네의 정신과의사 카말 압딕(에드가 라미레스가 소리소문도 없이 영화에서 사라진다). 세 남자와 세 여자가 얘기를 엮어 가는데 중심 플롯은 레이철이 인사불성이 되도록 술에 취한 날 일어난 살인사건.
영화의 문제는 누가 살인범이라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가 있어 긴장감을 즐길 수가 없다는 것. 여섯 명의 인물들이 하나 같이 목석같은데 그마나 가장 나은 사람은 블런트. 매우 심각하게 연기하나 자연스럽지가 못하다. 내용과 연기와 인물 개발 등이 다 부진한 영화이나 한 번 보고 버릴 공항 매점서 파는 소설의 천박한 재미 정도는 있다. PG-13. Universal. ★★½(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알제리의 전투‘(The Battle of Algiers·1966)


알제시민들이 유럽인 지역으로 내려와 대규모 반 프랑스 시위를 벌이고 있다.

프랑스에 맞서 싸운 알제리 저항단체의 독립전쟁


알제리의 프랑스로 부터의 독립전쟁 중 알제리의 수도 알제에서 벌어진 저항단체 FNL(민족해방전선)의 치열한 도시게릴라전쟁을 1954-1957년 까지 3년간 집중적으로 다룬 강렬하고 사실적이며 긴장감 가득한 불후의 걸작이다. FLN의 점령자 프랑스에 대한 무차별 테러와 이에 대한 프랑스군의 가혹한 진압이 자아내는 폭력과 유혈의 악순환을 마치 기록영화와 뉴스필름 찍듯이 생생하게 사실적으로 찍은 중요한 정치영화이자 전쟁영화로 이탈리아의 질로 폰테코르보가 감독한 흑백영화다.
급박감과 폭발성 그리고 스릴과 서스펜스와 근접감이 충격적인 뛰어난 레지스탕스영화로 FNL의 결성과 테러행위 및 프랑스군에 의한 괴멸의 과정을 다루고 있는데 감독은 반드시 아랍인들을 영웅적으로 또 프랑스인들을 괴물로 묘사하지 않고 양측의 테러와 이에 대한 응징을 공평히 묘사하고 있다.
1966년 베니스영화제 대상인 황금사자상을 받았는데 내용이 인화성이 강하고 사회 정치적으로 뜨거운 논란거리가 될 우려가 있어 프랑스에서는 5년간 상영금지 조치를 받았다. 이 영화는 게릴라전의 교본과도 영화로서 미국의 블랙 팬서당과 북아일랜드의 에레공화군의 교본처럼 쓰여졌고 지난 2003년 미국이 이락을 침공한 뒤에도 펜타곤에 의해 군당국자들에게 ‘테러를 이기는 방법’의 참고서로 상영됐었다. 전 세계서 테러가 횡행하고 흑백대결이 악화하고 있는  미국 내 현 상황에 비추어 볼 때 시의에도 적절한 영화다.
영화는 FNL의 고급간부로 체포돼 투옥된 사디 야세프가 옥중에서 쓴 책을 바탕으로 만들었는데 야세프는 영화에서 FNL의 전략가 엘-하디 자파르로도 나온다. 야세프와 함께 FNL의 리더 중 한 명인 알리 역의 브라힘 하지악 등 대부분의 극중 인물을 비배우들이 맡아 사실감을 극도로 살렸는데 유일한 배우는 FNL을 타도하기 위해 알제에 투입된 프랑스 공수부대장 중령 역의 장 마르탕. 
알제 현지에서 찍었는데 특히 항구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 위의 미로 같은 구 도시(카스바-이 곳은 장 가방이 나온 운명적이요 로맨틱한 ‘페페 르 모코’의 무대이기도하다)에서 손으로 들고 찍은 도주와 추격과 총격전이 긴박감 있다. 줌 과 롱샷 그리고 큰 화폭에 일필휘지로 붓질을 하듯 대담하게 담은 대중의 시위장면 등 촬영(마르첼로 가티)이 빼어나다. 
그리고 테러직전의 드럼을 위주로 한 서스펜스 가득하고 몰아대는 듯한 리듬과 테러 직후의 처참함을 진혼곡식으로 표현한 엔니오 모리코네(‘황야의 무법자’ 음악)의 음악도 훌륭하다.  음악에는 모리코네의 친구이기도 한 폰테코르보가 동참했다. 이와 함께 폭발음과 총격소리 그리고 헬기소리와 추격하는 군화소리 등 음향효과도 직감적이다.
영화는 1957년 10월 7일(화면에 연도와 날짜가 명기되는데 이는 실제 사건이 있었던 때를 말한다)부터 시작된다. FNL의 리더중 하나인 젊은 알리와 남자 동료와 소년과 여자 동료가 카스바의 집 벽 속에 숨어 있는데 여기에 폭탄을 설치한 프랑스 공수부대장 마티외중령이 이들에게 항복을 권유하면서 알리의 회상이 시작된다. 알리의 잠복처는 프랑스군의 고문에 못견딘 나이 먹은 알제의 시민에 의해 드러났다.   
1954년. 잡범인 알리는 교도소에서 프랑스의 점령에 저항하던 시민이 단두대에서 처형되는 것을 보고 레지스탕스에 가입하기로 결심한다. 그는 첫 임무로 자파르가 지시한대로 프랑스경찰을 저격한다. 그러나 권총에 실탄이 없자 알리는 경찰을 때려눕히고 도주한다. 이는 자파르가 신참인 알리의 충성을 시험한 것이다. 
FNL은 유럽인 지역에서 경찰들을 무차별 살해한다. FNL은 프랑스에 동조하는 알제시민들도 처형한다. 이어 카스바로 가는 모든 길목이 차단되고 이를 지나가야하는 알제시민들은 검문검색을 받는다. FNL에의 테러에 분개한 프랑스인들이 카스바에 폭탄을 설치, 큰 인명피해가 난다. 이에 대한 응징으로 FNL은 유럽스타일로 꾸민 세 명의 여인의 핸드백에 폭탄을 숨겨 유럽인지역의 에어프랑스 사무실과 번잡한 카페 등 세 곳을 폭파하면서 대규모의 인명피해가 난다. 유혈폭력의 악순환이다.
이에 마티외 중령이 이끄는 프랑스공수특전단이 진압군으로 도착한다. 마티외는 부하장교들에게 FNL의 세포를 고립시켜 파괴하라고 지시한다. 한편 UN에서 알제리문제가 토의되는 것을 계기로 FNL은 8일간의 총파업을 지시하고 프랑스군은 파업에 들어간 시민들을 강제로 집에서 끌어내 닫은 상점의 문을 열게 한다. 그리고 FNL과 연관이 있다고 의심되는 시민들을 잡아다 전기충격을 주고 주리를 트는 가혹한 고문을 한다. 
잠복처가 탄로난 자파르는 투항하고 FNL에서 유일하게 체포되지 않은 사람은 알리. 여기서 장면은 처음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마티외는 알리에게 투항을 재차 종용한다. 골목과 지붕 위의 알제시민들이 알리가 숨어있는 곳을 향해 두 손을 들고 눈물을 흘리면서 기도를 한다.
이로부터 2년 후인 1960년 12월. 2년간 잠잠하던 대규모의 알제시민들이 천으로 급조한 알제리국기를 흔들며 유럽인 지역으로 내려와 “알제리”를 외치면서 시위를 벌인다. 밤이 되면서 알제의 하늘을 아랍인 특유의 리드미컬한 외침이 가득히 채운다. 알제리는 1962년 7월 5일 독립했다. 개봉 50주년을 맞아 새로 복원된 ‘알제리의 전투’가 7일부터 1주일간 뉴아트극장(11272 산타모니카)에서 상영된다. (310)473-8530. 사디 야세프가 9일  오후 4시 극장에서 관객과 대담한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앤젤리나 졸리>브래드 핏




할리웃의 황금커플로 ‘브랜젤리나’(사진)로 불리던 브래드 핏(52)과 앤젤리나 졸리(41)가 헤어졌다. 할리웃에서 부부와 애인이 헤어지는 것은 우리가 하루에 밥 세끼 먹듯이 일상적인 일이다. 그러나 핏과 졸리는 자신들이 만들어낸 영원불멸의 사랑과 인도적 소명감에 가득 찬 부부라는 이미지로 인해 둘의 일거수 일투족이 세계적 뉴스가 되곤 해 이번 헤어짐 또한 뜨거운 화제가 되고 있다.
둘의 분리를 보고 내가 느낀 바는 할리웃 커플들이 레드카펫을 비롯해 외부에 노출시키는 그들의 광채 나는 이미지가 가짜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할리웃이라는 동네가 허영과 환상, 미혹과 허위의 보금자리로 미소와 화려한 언사가 스타들의 직업조건이니 만큼 그동안 많은 스타들을 만나고 또 인터뷰를 해온 나는 어느덧 그들의 웃음과 말을 선뜻 믿으려하지 않는 회의론자가 되고 말았다.        
남이 안 되는 것을 보고 고소하다고 느끼는 것을 ‘샤덴프로이데’라고 하는데 핏과 졸리의 결별을 보고 제일 먼저 그 것을 느낀 사람은 아마도 핏의 전처 제니퍼 애니스턴일 것이다. 애니스턴은 지난 2004년 핏이 ‘미스터 앤 미시즈 스미스’를 찍을 때 공연하던 졸리와 사랑에 빠져(물론 둘은 이를 부인했었다) 핏으로 부터 버림을 받았다. 애니스턴은 그 후에도 핏을 못 잊어 “브래드가 저렇게 수척한 것은 졸리가 제대로 못해 먹인 탓”이라고 투덜댔었다.
그런데 핏과 졸리의 만남과 결별은 다 둘이 공연한 영화 내용과 연관이 있다. 만남은 둘이 섹시한 킬러로 나온 ‘미스터 앤 미시즈 스미스’에 의해 이뤄졌는데 묘하게도 작년에 나온 졸리가 감독하고 핏과 공연한 ‘바닷가에서’는 핏과 졸리가 결혼생활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부부로 나왔다.
난 그 동안 몇 차례 핏과 졸리를 인터뷰 했는데 둘을 보면서 느낀 점은 여러 모로 졸리가 핏보다 낫다는 것이다. 졸리는 카리스마와 우아미를 겸비한 반면 핏은 뻣뻣하고 촌티가 난다. 질문에 대답하는 내용도 졸리가 핏보다 더 깊이가 있고 지적이다. 핏이 어떻게 수퍼스타가 됐는지 이해난감이다.
졸리는 윤곽이 뚜렷한 얼굴에 큰 눈과 두툼한 입술을 지녀 육감적인 흡인력을 발산한다. 여왕적인 당당함을 지녀 거리감마저 느끼게 되는데 진지하고 자신만만하나 오만하지 않다. 깡마른 것이 흠이긴 하지만. 그런데 졸리는 자신의 마른 것에 대해 “여자들은 말랐다고 하면 좋아할지 모르겠지만 그 것은 칭찬이 아니라 비판 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한바 있다.
졸리는 핏과의 사랑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우리에게 있어 사랑이란 둘이 함께 도덕적 가치와 미래에 대한 꿈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둘이 같이 웃음을 웃는 것이다. 브래드와 나는 가족의 중요성과 아이들의 양육법 그리고 세계관이 모두 같다. 우리는 이 세상을 어떻게 헤쳐 나아갈 것이며 또 무엇이 옳은 일인가에 대해서도 생각이 비슷하다”면서 “핏은 나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친구요 내 남자이며 또 훌륭한 아버지”라고 극구 칭찬했다.
졸리는 유엔특별대사로 세계의 분쟁지역을 돌며 난민들을 돕고 있는 인도주의자다. 그녀는 배우와 감독과 인본주의자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서슴없이 인본주의자를 선택하겠다고 한다. 따라서 졸리는 북한의 핵무장에 대해서도 관심이 크다. 졸리는 이에 대해 “북한의 핵무장을 내 유엔활동의 일환으로 삼아 최선의 해결책을 강구하고자 한다. 난 한국에 갔을 때 그 것에 대해 사람들과 얘기를 나눴고 또 북한문제에 관해 일하는 유엔관리들과도 얘기를 나눈다”고 말했다.
자신을 배우로서보다 세계시민으로 여기는 졸리이니 만큼 그녀의 할리웃에 대한 견해는 색 다르다. 졸리는 할리웃은 자신의 총체가 아닌 한 부분에 지나지 않으며 배우라는 직업에 감사하고 또 그 일을 즐기기는 하나 그 것은 세상사에 비해 매우 작은 것이며 할리웃 사람들은 그들의 마음을 중요한 것으로 채우지 않고 있다고 반 할리웃적 발언을 한바 있다.
여섯 아이의 어머니인 졸리의 강한 인도주의 정신은 자선가였던 그녀의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았다고 한다. 인도주의적 활동을 통해 약자의 슬픔과 고통을 깨달은 뒤부터 이기적이기를 거부하고 매사에 감사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사적인 일이라고 하지만 졸리는 핏과의 결혼설에 대해 결혼 불과 두 달 전에도 오리발을 내민바 있다. 지난 2014년 6월의 인터뷰에서 이 문제에 대해 “결혼 계획 전연 없다”고 딱 잡아뗀 뒤 그 해 8월 프랑스에서 결혼했다. 이러니 어떻게 스타들의 말을 믿겠는가.
핏은 인터뷰에서 졸리와의 결혼에 대해 “이제 진짜 결혼한 남자로 느껴진다. 결혼 후 그 것이 단지 하나의 축하행사가 아니라 서로의 언약을 더욱 깊게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었다. 그러나 이런 소리는 이제 다 빈말이 되고 말았다. 졸리와 핏은 불원 서로 새로운 다른 상대를 만나 다시 한 번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 것이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