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6년 8월 2일 화요일

제이슨 본(Jason Bourne)


그리스 아테네의 시위군중 속에서 제이슨이 자기를 쫓는 킬러에게 총구를 겨냥하고 있다.

9년 만에 제이슨 본으로 돌아온 맷 데이먼


CIA가 만들어낸 초인적 파괴력과 지능을 지닌 킬러 제이슨 본 시리즈(원작은 로버트 러들럼의 소설) 네 번째로 전 3편에서 본 역을 맡은 맷 데이먼이 주연하고 제2편과 3편을 감독한 영국의 폴 그린그래스가 연출했다. 제3편 ‘번 얼티메이텀’이 나온지 9년만의 본의 컴백인데 콩 튀듯하는 액션은 장관이나 과다하다.
본 시리즈는 액션과 지적인 면이 결합된 보기 드문 팝콘영화인데 이번에는 참신성이나 지적인 면이 전편들보다 뒤떨어진다. 기억상실증에 시달리는 본의 도주와 추격의 ‘복수혈전’이다. 주먹을 비롯한 온 육체가 동원된 격투와 총격 그리고 모터사이클과 자동차들이 거리를 질주하면서 자행하는 파괴액션이 스크린을 찢어버리겠다는 듯이 날뛰는 바람에 얘기나 연기 그리고 나름대로 피력하려고 한 메시지 등이 비명횡사한 느낌이다. 물론 액션팬들은 박수를 치겠다.
시의에 맞는 사이버 정보와 해킹, 컴퓨터를 이용한 정부기관의 개인 사생활 탐지 그리고 애국심 등을 다루고 있긴 하나 길길이 날뛰는 액션 때문에 그 의미가 희석됐다. 또 하나 영화에서 약한 것이 오스카상을 탄 연기파인 알리시아 비칸더의 어정쩡한 연기. CIA 간부로 나오는데 미스 캐스팅이다.
‘본 시리즈’는 지난 2102년 제레미 레너 주연으로 일종의 변칙 속편으로 만들어졌으나 평과 흥행이 모두 미지근했다. 그런데도 다시 레너 주연으로 속편이 만들어질 예정이어서 두 명의 제이슨 본이 서로 대결하게 됐다. 
그리스에서 시작된 영화는 레이캬빅, 베를린, 런던, DC를 거쳐 베가스에서 끝나는데 기억상실증에 걸린채 잠적한 본은 불법 격투를 하면서 먹고 산다. 역시 숨어 살던 본이 유일하게 믿는 전 정보요원 닉키(줄리아 스타일스)가 CIA 컴퓨터를 해킹해 본의 과거를 담은 30년 전의 정보를 빼내 본에게 주면서 본격적으로 얘기가 시작된다.
새 CIA 국장은 국가 이익을 위해서라면 개인의 사생활 침해도 무방하다고 믿는 로버트 듀이(타미 리 존스). 그가 강요하다시피 해 얻으려 하는 것은 실리콘밸리의 거부 아론 칼루어(리즈 아메드)의 ‘디프 드림’ 컴퓨터 시스템의 내용. 개인의 정보가 유출되지 않고 철저히 보장되는 시스템이다. 듀이 밑에서 일하는 아름답고 총명한 헤더 리(비칸더)는 사이버 분석가.
본은 닉키가 준 정보를 통해 CIA가 테러리스트에 의해 살해됐다는 아버지가 사실은 CIA가 고용한 킬러 ‘자산’(뱅상 카셀)에 의해 살해됐다는 것을 알고 이를 득득 갈면서 복수에 나선다. 듀이는 이런 본을 살해하라고 지시하나 리는 본을 다시 받아들여 새로 프로그램해 사용하자고 듀이를 설득한다.  
클라이맥스는 베가스의 아리아호텔에서 열리는 ‘디프 드림’ 시스템 발표장 내에서 벌어지고 이어 심야의 베가스 대로에서의 수십대의 차량이 파괴되는 추격전 액션으로 마감된다. 속편을 예고한다. 데이먼은 본과 동의어다시피 해 역에 익숙한 연기를 하지만 연기들은 다 그저 무난하다. PG-13. Universal.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제인 에어(Jane Eyre·1944)


로체스터(왼쪽)가 제인을 뜨거운 사랑의 눈길로 바라보고 있다.

음산하고 로맨틱한 사랑의 흑백 드라마


영국의 여류작가 샬롯 브론테의 소설을 원작으로 로버트 스티븐슨 감독이 연출한 음산하고 로맨틱한 사랑의 흑백 드라마다. 샬롯의 여동생 에밀리도 작가로 역시 뜨거운 사랑의 얘기인 ‘폭풍의 언덕’(Wuthering Heights)을 썼다. ‘폭풍의 언덕’은 1939년 로렌스 올리비에와 멀 오베른 주연으로 윌리엄 와일러가 흑백 영화로 연출했다. ‘제인 에어’와 ‘폭풍의 언덕’ 둘 다 애절하기 짝이 없는 로맨스 스토리로 전자는 해피 엔딩이나 후자는 비극으로 끝난다.
고아원에서 자란 제인 에어(조운 폰테인)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 성장, 요크셔 황무지에 있는 손필드홀이라 불리는 대저택의 주인 에드워드 로체스터(오손 웰즈)의 어린 후견인 아델의 보모로 들어간다. *고아원 시절 제인의 병약한 친구로 나오는 꼬마가 엘리자베스 테일러다.
로체스터는 침울하고 폭군적이며 비밀에 싸인 사람으로 제인은 그를 보자마자 사랑에 빠진다. 로체스터도 제인을 극진히 사랑해 둘은 결혼식을 올리나 식 도중에 대저택 꼭대기 다락방에 로체스터의 미친 아내가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제인은 로체스터를 떠난다.
그 후로 제인은 다시 갖가지 역경에 처해 고생을 하면서도 로체스터를 잊지 못한다. 그리고 어느 날 로체스터가 외치는 “제인”이라는 소리를 영감으로 듣고 다시 손필드홀을 찾아간다. 저택은 로체스터의 미친 아내가 지른 불로 다 타버리고 제인은 폐허에 눈이 멀어버린 로체스터를 만나 뜨겁게 포옹을 나눈다.
로맨스, 공포, 광기 및 감정의 모든 요소를 갖춘 사랑의 이야기로 연기와 음산하고 황량한 흑백촬영과 프로덕션 디자인 그리고 음악 등이 다 훌륭한 작품이다. 특히 순결하고 온순하고 겁먹은 듯한 폰테인과 폭군적이요 위압적이면서도 안에는 뜨거운 사랑의 불길을 지닌 웰즈의 대조적 연기와 콤비가 아주 좋다. 아그네스 모어헤드와 마가렛 오브라이언 공연. 
‘제인 에어’는 이 것 외에도 여러 번 영화로 만들어졌다. 1996년에는 이탈리아의 프랑코 제피렐리가 윌리엄 허트와 샬롯 갱스부르를 기용해 만들었고 2011년에는 미아 와시코스카와 마이클 화스벤더 주연으로 만들어졌다. 감독은 케리 조지 후쿠나가. ‘제인 에어’는 8월2일 하오 1시 LA카운티 뮤지엄 내 빙극장(윌셔와 페어팩스)에서 상영된다.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올리비아 디 해빌랜드




동그란 얼굴에 사슴의 눈을 한 올리비아 디 해빌랜드가 지난 1일로 파리에서 100세 생일을 맞았다. 착하고 친절한 이웃집 아주머니를 연상케하는 그녀는 할리웃 황금기인 지난 1930년대부터 시작해 반세기에 걸친 생애를 통해 49편의 영화에 나왔지만 디 해빌랜드하면 대뜸 생각나는 사람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의 멜라니 해밀턴(사진)이다.
디 해빌랜드는 고요한 위엄과 내적 힘을 지닌 여인으로 늘 남을 생각하는 멜라니 역을 완벽히 해내 오스카 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이상주의자인 애슐리(레즐리 하워드)가 자기를 열렬히 사랑하는 불꽃처럼 타오로는 미모의 스칼렛(비비안 리)을 마다하고 멜라니를 선택한 까닭을 알만하다.
디 해빌랜드는 아름답고 천진한 색시형이어서 할리웃의 멋쟁이 미남 배우들의 애인으로 자주 나왔는데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남자가 할리웃의 유명한 플레이보이 에롤 플린이었다. 둘은 모두 신인시절 해적 영화 ‘캡틴 블러드’(1935)에 나왔는데 이 영화가 빅히트를 하면서 둘 다 스타의 길로 접어들었다.
디 해빌랜드와 플린을 할리웃의 가장 인기 있는 로맨틱한 한 쌍으로 만들어준 영화가 액션과 모험과 로맨스로 장식된 흥미진진한 올타임 클래식 ‘로빈 후드의 모험’(1938)이다. 플린은 의적 로빈 후드로 디 해빌랜드는 로빈 후드의 적인 노르만족의 왕실 궁녀 매리안으로 나와 사랑을 나눈다.
둘은 조지 암스트롱 커스터 장군의 웨스턴 ‘그들은 군화를 신고 죽었다’(1941)에 이르기까지 모두 8편의 영화에 나왔는데 스크린에서뿐 아니라 실제로도 서로를 사랑했다. 플린은 디 해빌랜드와 공연한 ‘경기병의 진격’(1937)을 찍은 직후 지금은 중학교가 된 LA 윌셔가의 구 앰배서더 호텔의 코코넛 그로브에서 열린 파티에서 디 해빌랜드에게 사랑을 고백했으나 역시 플린을 사랑하던 디 해빌랜드는 그의 구애를 거절했다. 플린이 당시 별거 중이던 아내와 채 이혼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디 해빌랜드를 사랑한 남자는 플린만이 아니다. 그녀와 짧지만 사랑을 한 남자들은 하워드 휴즈, 제임스 스튜어트 및 감독 존 휴스턴 등이 있다.
디 해빌랜드는 다재다능해 전 장르에 걸쳐 나왔다. 디 해빌랜드가 최초로 오스카 주연상을 탄 영화가 신파극 ‘투 이치 히즈 오운’(1946). 갓난 아들을 남에게 준 여인이 자신을 아이의 아주머니로 위장하고 평생을 돌보는 얘기인데 훌륭하다.
두 번째 오스카 수상작이 내가 디 해빌랜드의 영화 중 가장 좋아하는 ‘사랑아 나는 통곡한다’(The Heirless·1949). 헨리 제임스의 소설이 원작. 엄격한 홀아비 의사인 아버지 밑에서 자라 주눅이든 혼기를 놓친 여자가 자신의 재산을 노리고 구애하는 미남 날건달(몬고메리 클리프트)을 사랑했다가 배신을 당한 뒤 마음 문을 굳게 걸어 잠근 여인으로 변신하는 얘기로 디 해빌랜드의 절제된 연기가 황홀하다.
디 해빌랜드는 생긴 것은 양순하게 생겼지만 강한 의지의 소유자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로 자기 연기력을 입증했는데도 자신의 전속사인 워너 브라더스가 계속해 남자 주인공의 애인 노릇이나 하라고 역을 주자 이를 거절, 정직을 당했다. 1940년대만 해도 배우들은 스튜디오에 고용된 직원에 지나지 않아 영화사가 하라는 대로 해야해 디 해빌랜드의 출연 거절은 항명이었다.
마침내 디 해빌랜드는 워너 브라더스를 상대로 부당고용 소송을 제기, 승리했으나 그 후 블랙리스트에 올라 2년간 쉬어야 했다. 이 소송은 할리웃사에 한 획을 긋는 업적이다.
디 해빌랜드보다 한 살 아래인 여동생 조운 폰테인도 오스카상을 탄 스타다. 그런데 둘은 어려서부터 성장해서까지 사사건건 의견대립을 보인 앙숙지간이었다. 라이벌인 둘은 지난 1942년 공교롭게도 할리웃 사상 지금까지 전무후무하게 자매가 나란히 오스카 주연상 후보에 올랐었다. 디 해빌랜드는 드라마 ‘홀드 백 더 던’으로 폰테인은 히치콕의 심리 스릴러 ‘의혹’으로 각기 후보에 올라 동생이 언니를 누르고 상을 받았다. 둘의 라이벌 의식은 폰테인이 지난 2013년 사망할 때까지 지속됐다.
디 해빌랜드가 파리에 살고 있는 이유는 그녀가 프랑스 남자와 결혼, 파리로 이주했기 때문이다. 디 해빌랜드는 지난 1953년 칸영화제의 초청을 받고 칸에 갔다가 당시 파리 매치지의 총 편집책임자인 피에르 갈랑트와 사랑에 빠져 2년 후 결혼, 파리지엔이 됐다.
디 해빌랜드의 중요한 영화들로는 정신병원의 가혹한 실상을 폭로한 ‘스네이크 핏’과 앨란 래드와 공연한 웨스턴 ‘프라우드 레블’, 이탈리아에서 찍은 소프오페라 ‘광장의 불빛’ 그리고 그녀가 보기 드물게 악역을 한 심리스릴러로 베티 데이비스와 공연한 ‘허쉬… 허쉬, 스윗 샬롯’ 둥이 있다. 그러나 디 해빌랜드 하면 뭐니뭐니해도 멜라니다. 해피 버스데이 올리비아!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2016년 7월 25일 월요일

‘카페 소사이어티’감독 우디 앨런




"사랑은 할 때마다 늘 새롭고 20대처럼 흥분되는 것"


1930년대 LA와 뉴욕을 무대로 청년과 그의 삼촌의 한 여자를 둘러싼 달콤쌉싸름한 로맨스 코미디‘카페 소사이어티’를 감독한 노장 우디 앨런(80)과의 인터뷰가 지난 11일 뉴욕의 콘래드 호텔에서 있었다. 자기 브랜드인 굵은 테 안경을 쓴 백발의 앨런은 귀가 잘 안 들려 질문을 할 때면 큰 소리를 내야 했지만 건강해 보였다. 놀란 토끼 모습의 앨런은 두 손 제스처를 써가면서 조용한 음성으로 유머와 위트를 구사, 시치미 뚝 떼고 농담을 해 인터뷰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어놓았다. 인터뷰 후 사진을 찍으면서 필자가 그에게“순이(앨런의 한국계 부인) 잘 있나요. 내 안부 전해 주세요”라고 말했더니“그러마”하고 미소를 지었다. 이 다짐을 그가 지켰는지는 미지수지만.         

△‘사랑 박사’인 감독의 많은 영화들은 사랑에 관한 것인데 남자가 여자를 몇 번이나 사랑할 수가 있다고 보는가.
“사랑하고 싶은 대로 몇 번이라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난 사랑은 단 한 번 만이라는 것을 안 믿는다. 사랑은 할 때마다 늘 신선하고 새로운 경험이자 흥분되는 것이다. 난 80인데도 20대처럼 흥분된다.”

△다시 사랑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난 매우 행복한 결혼을 해 그런 것 생각할 수 없다. 난 지극히 운이 좋은 사람으로 대박이 터진 셈이다. 그러나 가상해 내 아내가 트럭에 치여 죽는다면 그 땐 다시 사랑 할 수가 있다고 생각한다.”

△감독의 영화들은 다 도시에서 일어나는 얘기인데 도시를 얼마나 사랑하는가.
“난 도시인으로 도시를 사랑한다. 휴가 때 사람들은 바다로 산으로 가나 난 아니다. 난 파리나 런던 또 마드리드나 로마로 간다. 대부분들 딴 도시에 가면 대뜸 미술관에 들르지만 난 그냥 시내를 걸어다니거나 카페에 앉아 집과 사람들을 보면서 즐긴다. 내가 아마 도시에서 자랐기 때문인 것 같다. 좌우간 난 시골엔 관심이 없다.”

△왜 한 여자를 놓고 두 남자가 사랑의 줄다리기를 하게 했는가.
“그것이 극적으로 흥미 있지 않은가. 극적인 재미는 갈등과 긴장에서 온다. 영화에서 결혼한 삼촌이 젊은 여자를 사랑하게 한 것도 긴장을 조성하기 위해서다. 두 사람이 만나 아무 탈 없이 사랑을 즐긴다면 무슨 재미가 있는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나 ‘전쟁과 평화’의 주제도 다 이런 갈등과 기만에서 오는 긴장이다.”
브루클린의 바비(왼쪽)가 LA의 바니와 키스를 하고 있다.

△고급 카페 ‘카페 소사이어티’에는 갱스터들이 자주 들르는데 당신이 옛날에 클럽에서 코미디를 했을 때도 갱스터들을 자주 봤는가.
“아니다. 난 그 시대를 조금 지나서 클럽에서 일했다. 내가 일한 클럽들은 포크 싱어들과 신성 코미디언들이 일한 작은 곳이어서 갱스터들과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라스 베가스에서 코미디를 할 때는 갱에 대한 얘기를 많이 들었다. 그런데 그들은 늘 인심 좋고 매력적이요 친절했다. 그러나 그들이 자정이 지나 한 일에 대해선 난 모른다.”   

△8순에도 어떻게 매년 한 편씩 영화를 찍는가.
“난 건강이 유지되는 한 계속해 영화를 만들 수 있다. 내 아버지는 100세가 넘게 살았고 어머니도 100세 가까이 살았으니 나도 그렇게 장수할 가능성이 있는데 그렇다면 앞으로도 얼마든지 영화를 만들 것이다. 난 영화로 만들 아이디어가 많은데 내가 매년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까닭은 나는 스튜디오와 관계없는 독립제작사의 영화를 만들고 아울러 내 영화는 제작비가 덜 들기 때문이다. 할리웃 여름영화의 제작비는 보통 1억달러가 넘는데 난 그에 비하면 아주 싸게 영화를 만든다.”

△돈이란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그것은 내게 아무 의미도 없다. 난 16세 때부터 농담을 써 부모가 합해 버는 돈보다 더 벌었고 그 후 늘 누군가에 의해 고용돼 돈을 벌었다. 난 여태껏 단 한 번도 일자리가 없어본 적도 없고 돈에 대해 생각해 보거나 탐을 낸 적도 없다. 그리고 난 영화를 돈 벌려고 만들지 않는다. 그것은 내게 가장 덜 중요한 것이다. 따라서 난 학교 선생들보다는 잘 살지만 다른 감독들에 비하면 부자가 아니다. 그냥 괜찮게 살고 있다. 어머니 말대로 약사가 되었더라면 지금보다 훨씬 더 잘 살았을 것이다.”

△선거철인데 누굴 지지하는가.
“난 타고난 민주당원이어서 힐러리 클린턴을 지원한다. 난 같은 뉴요커인 도널드 트럼프를 다소 알고 있다. 그는 친절하고 상냥하고 또 예의 바른 사람이나 대통령이 될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따라서 우린 뉴질랜드로 이민 갈 필요가 없다. 힐러리가 이길 것이니 걱정 마라. 난 그녀를 만난 적은 없으나 힐러리를 좋아한다.”

△돈이 중요하지 않으면 무엇이 중요한가.
“난 겁쟁이로 내게 진짜로 중요한 것은 건강이다. 아침에 일어나 무슨 병 증세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될까 봐 무섭다. 나뿐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건강도 중요하다. 그 다음에는 아내와 아이들로 이뤄진 가족이다. 그 다음에는 일이다. 난 아주 간단한 사람이다. 일 하기를 좋아하고 야구와 농구를 좋아하고 클라리넷 불기를 좋아한다(*그는 프로 재즈 클라리넷 연주자로 매주 월요일 뉴욕의 카페 칼라일에서 자신의 밴드와 함께 공연한다). 또 아내와 함께 이웃 산책을 즐긴다. 난 집안에 있기를 좋아해 글도 내 방에서 쓴다. 그러다 심심하면 집안을 오락가락 하면서 아이들이나 아내를 끌어안는데 그럴 때마다 아내는 ‘뭘 원해요’라고 핀잔을 준다.”         

△요즘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폭력적 흑백대결에 대해 어떻게 보는가.
“아프리카에서 사람들을 납치해 노예로 만들어 학대하고 오랜 세월 인종차별 해온 대가를 지불하고 있는 것이다. 수백년간 다른 인종에 대해 무지해온 나라에 대해 무엇을 기대하는가. 지금 사태는 우리가 지불해야 할 대가를 치르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자기와 다른 사람을 미워하는 마음이 없어지지 않는 한 법으로 인종통합을 시도한다는 일은 성공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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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이 만난 것“대박 터진 것”이라며 자랑


우디 앨런의 현 한국계 부인 순이(44)는 앨런의 양녀였다. 순이는 후에 알렌의 동거녀가 됐던 미아 패로가 지휘자 안드레 프레빈의 아내였을 때 한국에서 입양한 고아다. 패로가 프레빈과 이혼 후 앨런과 살면서 자연히 순이는 앨런의 딸이 된 셈. 
지난 1992년 앨런이 당시 대학생이던 순이와 연애를 하던 것이 들통이 나면서 알렌은 온 세상으로부터 비도덕적 인간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둘은 지난 1997년 결혼한 뒤 두 딸을 입양해 키우면서 현재 아주 행복하게 살고 있다. 알렌의 세 번째 결혼이다. 
앨런은 인터뷰 때마다 순이를 만난 것을 “대박이 터진 것”이라며 아내 자랑에 열을 내곤 한다. 필자가 봐도 그는 순이로 인해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기운이 역력하다. 둘 사이에 의견 차가 있는 것은 김치. 앨런은 “김치는 너무 매워 못 먹겠다”면서 “그러나 순이와 아이들은 김치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오랜 행복을 기원한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아이스 에이지:충돌 코스(Ice Age: Collision Course)


맘모스를 비롯한 빙하시대의 온갖 동물들이 불덩이 운석을 피해 이주하고 있다.


맘모스 매니 가족과 이웃들 모험을 그린 애니메이션


빙하시대에 사는 맘모스 매니(레이 로마노 음성)의 가족과 그의 이웃들의 삶과 이들이 악화하는 환경을 피해 끊임 없이 이주하면서 겪는 모험과 액션을 그린 폭스의 인기 컴퓨터 만화영화 ‘빙하시대’ 시리즈의 제5편이다. 첫 편이 나온 지 올해로 15년째로 이제 그만 만들 때가 온 것 같다.
보고 즐길 만은 하나(아이들이야 말할 것 없지만) 내용이나 캐릭터들의 개성 묘사 그리고 독창성과 서술 동력이 주인공 매니처럼 느리고 굼뜬데다가 노쇠현상마저 보여 어른들이 보기엔 녹작지근하게 게으른 영화다. 
매니 가족과 그의 이웃들은 이번에도 지구가 맞는 대재앙을 피해 여러 가지 위험한 지경을 헤치고 안전한 곳으로 움직이는데 이런 얘기는 전편들과 거의 같은 것이어서 이젠 식상하다. 참신성이 아쉽다. 
‘아이스 에이지’에서 진짜로 재미있는 것은 칼날 같은 이빨을 하고 눈알이 튀어나온 실수 연발의 다람쥐 스크랫이 벌이는 도토리와의 투쟁. 본 영화 전에 시작되는 이 단편에서 스크랫은 늘 지상에 단 하나뿐인 도토리가 자기 소유권을 벗어나 계속해 굴러가는 바람에 이를 잡으려고 죽을 고생을 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스크랫의 역할이 많이 넓혀져 영화 서막뿐만이 아니라 영화 내내 중간 중간 나온다. 처음에 스크랫은 달아나는 도토리를 잡으려다 우주로까지 날아가 행성들의 충돌을 야기하고 이로 인해 불덩이 운석이 지구로 떨어지면서 매니 일행이 다시 길을 떠나게 된다. 스크랫의 우주액션은 영화 ‘그래비티’를 여러 모로 풍자하고 있다. 
매니와 그의 아내 엘리(퀸 라티파)는 장성한 딸 피치스(키키 팔머)가 천하의 낙천가인 줄리안(애담 디바인)을 사랑해 결혼하겠다고 선언하자 외동딸을 잃기 싫어 이를 자꾸 말린다. 그러나 결혼이 있기 전 불덩이 운석이 지구에 떨어지면서 매니 가족과 그의 온 이웃은 안전한 곳을 찾아 대장정에 오른다. 
매니 가족에 동행하는 짐승들로 눈에 익은 것들이 나무늘보 시드(존 레구이자모)와 날카롭고 긴 칼날이빨을 한 호랑이 디에고(데니스 리어리) 그리고 간교한 외눈의 족제비 벅(사이먼 펙). 이들 외에도 시드의 산전수전 다 겪은 할머니(완다 사익스)와 쉬라(제니퍼 로페스) 등 처음 보는 동물들이 여럿 있다. 길 안내자는 시드.      
이들은 가고 가고 또 가면서 여러 가지 난관과 위험을 극복하느라 난리법석을 떠는데 이런 와중에 느닷없이 우주에 떠 있는 스크랫의 근황을 보여주면서 그나마 가느다란 얘기의 서술을 방해한다. 끝은 성대하고 요란한 피치스와 줄리안의 결혼식으로 장식된다. 입체영화다. 마이크 터마이어와 개일런 탄 추 공동감독. ★★★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쉐르부르의 우산(The Umbrellas of Cherbourg·1964)


즈느비에브가 군에 가는 기를 기차역에서 전송하고 있다.

자크 데미 감독의 로맨틱하고 환상적인 뮤지컬 영화


알록달록한 색깔과 미셸 르그랑이 작곡한 감미로운 멜로디 그리고 카트린 드뇌브의 천사와도 같은 깨끗한 모습이 아름다운 로맨틱하고 환상적인 뮤지컬이다. 자크 데미가 각본을 쓰고 감독, 칸 영화제서 대상을 탔다. 대사가 전부 노래로 말해지는 오페라형식으로 3막으로 구성됐다. 
*제 1막 ‘출발’
10대 후반의 즈느비에브(드뇌브)는 우산가게 여주인으로 미망인인 에메리의 외동딸. 즈느비에브의 애인은 자동차 정비공인 기(니노 카스텔누오보). 기는 병상의 아주머니 엘리즈와 함께 살고 있는데 엘리즈를 알뜰히 돌보는 여자가 마들렌(엘랑 파르네르). 기에게 징집영장이 날아들면서 둘은 이별을 하는데 기가 떠나는 날 즈느비에브는 역 카페에서 유명한 노래 ‘아 윌 웨이트 포 유’를 부른다.
*제 2막 ‘님의 없음’
기가 떠난 뒤 즈느비에브는 기의 아기를 임신한 것을 알게 되는데 기에게서 편지가 오지 않아 시름에 빠진다. 한편 에메리는 딸에게 애정을 표시하는 나이 먹은 다이아몬드상 롤랑(마르크 미셸)과 결혼하라고 권유한다. 그리고 즈느비에브는 이에 따른다.
*제 3막 ‘귀향’
귀향한 기는 즈느비에브를 못 잊어 상심에 젖는다. 그리고 엘리즈가 사망하면서 마들렌도 떠나려하자 기는 마들렌이 자기를 사랑해 왔음을 깨닫는다. 기는 마들렌과 결혼, 유산으로 주유소를 차리고 아들을 낳고 행복히 산다. 함박눈이 내리는 크리스마스 이브. 주유소 앞에 고급차가 멈추고 차에서 즈느비에브가 내린다. 차 안에 한 소녀가 앉아 있는데 기를 닮았다. 기와 즈느비에브는 인사말만 나눈 뒤 헤어진다.  
때로 우울하고 가슴 아픈 낭만적이요 아름다운 사랑의 이야기가 사뿐하게 전개되는 총천연색 꿈과도 같은 작품이다. 
이 영화와 함께 역시 데미가 감독하고 드뇌브가 나오는 뮤지컬 ‘로쉬포르의 젊은 여인들’(The Young Girls of Rochefort·1968)가 상영된다. 28일(하오 7시30분) 에어로(Aero) 극장. 1328 Montana Ave.(샌타모니카). (310)260-1528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흑과 백’




미국은 지금 흑과 백이 전쟁 중이다. 백인 경찰이 검문과정에서 흑인들을 사살하는 일이 자주 일어나자 이에 대한 보복조치로 텍사스주 달라스와 루이지애나주 배턴루지에서 각기 흑인이 경찰을 살해(총 8명의 피해자 중 1명은 흑인), 또 다시 흑백문제가 뜨겁게 달아 오르고 있다.
미국에서 흑백차별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민권법안이 통과된 지 반세기가 되는 요즘에 와서도 ‘흑인들의 목숨도 중요하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시위를 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피가 피를 부르는 유혈폭력의 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 달라스와 배턴루지의 총격사건은 다시 한 번 흑백 간에 깊이 패인 증오와 불신과 대결의식의 골을 노정시킨 것이다.
현실이라기보다 영화와도 같은 두 도시의 총격사건을 보면서 언뜻 흑백문제를 다룬 2편의 영화가 생각났다. 흑백문제를 다룬 영화는 많지만 그 중에서도 흥미진진하고 또 의미심장한 것이 모두 사회적 문제에 관심이 컸던 스탠리 크레이머가 제작하고 감독한 ‘흑과 백’(The Defiant Ones·1958)과 ‘초대 받지 않은 손님’(Guess Who’s Coming to Dinner·1967)이다.
‘흑과 백’(사진)은 토니 커티스와 시드니 포이티에가 주연한 흑백 드라마로 쇠사슬에 함께 묶인 흑과 백의 두 죄수의 탈출기이다. 미 남부의 두 죄수 백인 존과 흑인 노아를 수송하던 트럭이 전복하면서 쇠사슬과 쇠고랑으로 함께 팔목이 묶여진 둘은 도주한다.
둘은 서로를 죽도록 증오하면서도 자유를 향한 도주를 위해 이를 억제한다. 둘은 서로 육박전을 벌이고 욕설을 주고 받다가도 서로 협력해야 한다는 사실 때문에 휴전에 들어간다. 존과 노아는 도중에 동네사람들에게 붙잡혀 죽을 고비를 넘기기도 하고 한 농가의 섹스에 굶주린 젊은 홀어머니로 인해 배신의 유혹을 받기도 하지만 둘은 서로를 묶은 쇠사슬을 끊은 후에도 함께 달아난다. 둘을 묶었던 쇠사슬이 존과 노아를 친구이자 동료로 만들어준 것이다.
라스트 신이 인상적이다. 달리는 화물열차에 먼저 올라탄 노아가 안간힘을 쓰면서 뒤따라 달려오는 존을 향해 팔을 길게 내뻗지만 존이 이를 잡지 못하자 노아는 존을 버리지 못해 기차 밖으로 굴러 떨어진다. 그리고 노아는 존을 품에 안고 흑인 노래를 부른다. 동료애에 의한 흑백통합이다.
형제애와 우정, 증오와 편견 그리고 인종간 대결의식과 가혹한 미 형벌제도를 고찰한 작품으로 모질고 가혹하면서도 얄궂은 유머와 박력 있는 액션을 지닌 작품이다. 당시만 해도 인종차별이 극심하던 미 남부에서는 흥행에 실패했지만 대부분 다른 곳에서는 호평과 함께 흥행도 잘 됐다.
커티스와 포이티에의 연기가 강렬하다. 그때까지만 해도 예쁜 남자로 취급받던 커티스가 사납고 거친 연기를 맹렬히 해낸다. 포이티에 역시 훌륭한데 그는 이 역으로 베를린영화제서 주연상을 탔다. 둘은 이 영화로 빅스타가 된다. 영화는 오스카 각본과 촬영상을 받았다.    
‘초대 받지 않은 손님’은 제작 당시만 해도 미 17개 주에서 불법화하던 흑백 간 결혼문제를 다룬 드라마다. 진보적인 미 상류층 부부로 평소 인종간 평등의 이념을 지녔던 백인 부부 맷과 크리스티나(스펜서 트레이시와 캐서린 헵번) 자신들의 딸 조앤나(헵번의 질녀 캐서린 하우턴)가 흑인 변호사 존(시드니 포이티에)과의 결혼을 선언하자 당황해 하면서 이야기가 이어진다.
특히 이 결합에 크게 실망하는 사람이 맷. 흑백평등 의식을 딸에게 심어준 그가 막상 딸이 흑인과 결혼하게 되자 심한 갈등에 빠지나 뒤늦게 사랑의 중요함을 깨닫고 딸과 존을 받아들인다.
아마도 이런 다른 인종 간의 결합문제는 미국에 사는 많은 한국인 부모들도 겪었고 또 겪을 일이어서 결코 남의 일 같지가 않다. 많은 한국인 부모들도 자기 자녀들이 타인종과 결혼하는 것을 탐탁치 않게 여기는 것이 사실이다. 인종차별이란 이렇게 우리 모두 내부에 잠복해 있는 바이러스다.
감동적인 것은 존이 자신에게 큰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는 아버지에게 하는 말. “아버지는 자신을 흑인남자로 생각하지만 나는 자신을 남자로 생각합니다.” 이 영화는 오스카 각본상과 함께 헵번이 주연상을 탔는데 헵번의 연인인 트레이시는 영화촬영이 끝난지 2주 후 사망했다.
과연 흑백문제에는 해답이 있는가. 최근 뉴욕에서 만난 우디 앨런의 말이다.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사태는 미국이 노예소유 국가로 세워졌고 또 여러 세대에 걸쳐 인종편견으로 채워진 나라라는 것에 대한 응분의 대가다. 수백년 간을 인종문제에 대해 무감각해 온 나라로부터 무엇을 기대하는가. 현 폭력적인 사태는 인종 간에 깊이 뿌리 박힌 반감이 고르게 되어 사람들이 그것을 더 이상 느끼지 않을 때까지 우리가 물어야 할 대가다. 우리가 여전히 타인종을 증오한다면 법으로 인종통합을 시도한다는 것은 무의미하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