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5년 11월 17일 화요일

바닷가에서(By the Sea)


바네사가 남편 롤랜드의 품에 안겨 고통과 슬픔을 앓고 있다.

졸리와 핏의 권태로운 얘기 지루하게 담아


순전히 앤젤리나 졸리 핏의 허영의 산물로 수퍼스타인 그녀의 이름 때문에 유니버설사가 마지못해 만들었음에 분명하다. 얘기 결핍증에 걸린 재미라곤 전연 없는 영화로 2시간이 넘도록 영화에 아무 일도 안 일어난다. 
짙은 화장을 한 앤젤리나가 공연히 폼을 잡고 심각한 표정을 짓는 지루하기 짝이 없는 영화로 그녀는 영화 내내 줄담배를 타우면서 죽을상을 해 보고 있자니 속이 답답하고 육신이 불편해 영화가 끝나면서 해방의 기쁨을 누렸다.
앤젤리나의 세 번째 감독 영화로 감독 외에도 각본도 쓰고 제작도 하고 또 주연도 하면서 1인4역을 하고 있는 사이비 예술영화로 지난해에 나온 ‘언브로큰’을 비롯한 그녀의 연출솜씨는 잘 해야 65점 정도다. 
브래드 핏과 앤젤리나 졸리 핏이 무슨 문제가 있는 부부로 나와 영화 내내 담배 태우고 술 마시고 침울한 표정을 지으면서 ‘피핑 탐’ 짓으로 무료를 달래다가 끝이 나는 극적으로 처음부터 사망한 영화로 얘기가 흐름이 없이 고여 상한 냄새가 난다. 
유럽 영화 흉내를 낸 이 작품은 특히 현대의 남녀 간의 무료와 무관심과 권태와 고독을 잘 다룬 이탈리아의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고독 3부작'(라벤투라, 밤, 일식)을 연상케 하나 이들과 비교할 바가 못 된다. 
1970년대로 생각되는 어느 여름 작가인 롤랜드(브래드 핏)와 댄서 출신의 바네사(앤젤리나 졸리 핏)가 빨간 컨버터블 시트로앙을 타고 프랑스의 한 한적한 해변마을에 찾아와 호텔에 짐을 푼다. 그리고 즉시 바네사는 침대에 눕고 롤랜드는 바닷가에서 홀아비 미셸(닐스 알스트룹)이 경영하는 카페에 들러 대낮부터 술을 마신다. 롤랜드와 바네사는 영화 내내 밥은 거의 안 먹고 담배 태우고 술만 마시는데 그러고도 어떻게 생존할 수 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
롤랜드는 글이 안 써져 끽연에 음주를 계속하고 바네사는 역시 흡연과 음주를 하면서 베란다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침통한 표정을 짓는데 가끔 남편한테 한다는 소리가 설익은 철학용어다. 바네사의 모양이 좀비 같은데 그녀의 우울증 이유가 영화 끝에 가서 서두르듯이 얘기된다. 매우 미숙한 처리다. 
이런 두 사람의 소통 부재와 권태와 무료는 둘이 벽에 난 구멍을 통해 옆방에 든 젊은 신혼부부 레아(멜라니 로랑)와 프랑솨(멜빌 푸포)의 잦은 섹스를 훔쳐보면서 변태적인 위로를 받지만 이 같은 플롯은 바네사의 고뇌하는 심리와 아무 연관을 맺지 못한다.
졸리 핏이 큰 인공유방을 노출하면서 열심히 연기하나 그것은 마치 모델이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것 같아 가슴에서 스며나오는 진실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런데 도대체 엄청나게 아픈 심적 질병을 앓는 여자가 왜 그렇게 시종일관 짙은 화장을 하고 있는 것일까. 브래드 핏의 연기도 심심하다. 음악(게이브리엘 야렐)과 촬영은 좋다. R. 일부지역.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33


마리오(가운데)와 광부들이 구출되기를 초조히 기다리고 있다.

지하에 매몰된 33명의 광부 구출기


2010년 칠레에서 일어난 33명의 지하에 매몰된 광부들의 극적 구출을 그린 영화인데 인물 묘사나 얘기가 지나치게 공식적이어서 큰 긴장감이나 흥분감이 제대로 느껴지지 않는다. 극적인 드라마를 폭이 크고 넓게 묘사하는 대신 잔소리하는 식으로 진행하고 있는데다가 주요 인물들도 깊이 있게 다뤘다기보다는 피상적이요 간추리는 식으로 처리했다.
보고 즐길 만은 하지만 생존의지 하나로 2달여를 지하에서 견디다가 구출되는 광부들의 서스펜스와 스릴 그리고 박진감이 가득한 내용이 과감하지 못하고 무사안일하게 그려져 맥이 빠진다. 특히 워너 브라더스가 만든 이 영화는 세계시장에 판매하기 위해 칠레 사람들로 여러 명의 국제적 스타를 기용한데다가 대사도 영어여서 보고 듣기가 어색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보기 딱한 것은 프랑스 스타 쥘리엣 비노쉬를 거리에서 음식을 들고 다니면서 파는 가난한 칠레 여인으로 캐스팅한 것. 그리고 단역인 칠레 대통령도 미국 배우이고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의 남편인 제임스 브롤린까지 구출요원 캐미오로 썼다.        
영화는 지하 2,300피트에 갇힌 광부들을 구출하기 위해 지상에서 굴착전문가 안드레(게이브리엘 번)가 이끄는 구조팀의 활동과 함께 광부들의 가족들이 광산 인근에 임시 마을을 형성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얘기는 지하와 지상을 오락가락하면서 진행되는데 매몰된 광부들의 리더인 마리오(안토니오 반데라스)를 주인공으로 서술된다. 마리오는 탁월한 통솔력과 넓은 인간성으로 깡통식량을 고루 배분하고 절망에 처한 광부들 간의 분쟁과 폭력을 다스린다.    
광부 매몰사건 후 10여일쯤 지나 구조팀에 의해 광부들이 있는 곳까지 작은 구멍이 뚫어져 지상과 지하 간에 쪽지로 의사가 소통되고 우주식량이 전달되나 엄청나게 두껍고 큰 돌이 장애가 돼 구출작전이 지연된다. 
그리고 전 세계에서 뉴스팀이 이 곳에 와 구출뉴스를 시시각각 보도하면서 칠레의 사막에 있는 광산이 삽시간에 세계적인 뉴스의 초점이 된다. 이런 내용은 빌리 와일더가 감독하고 커크더글러스가 주연한 지하에 매몰된 사람을 구출하는 잘 만든 드라마 ‘에이스 인 더 호울’(Ace in the Hole 1951)을 연상케 한다. 
33명의 광부들 중 마리오를 제외한 5~6명의 인물들이 그나마 단편적으로 묘사되면서 마리오의 역을 보조하지만 장식과도 같은 것이어서 깊이나 폭은 모자란다. 여류 패트리시아 리겐 감독. PG-13. 전지역.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모비-딕’




우리는 모두 자기 안의 악마와 싸워야 하는 운명을 지니고 태어났다. 인생의 궁극적 목표가 자기 구제일진대 이 구제는 자신 속의 악마와의 싸움이 있고 나서야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포경선 피쿼드의 에이해브 선장과 백경 모비-딕과의 치열한 대결도 에이해브의 자기 구제를 위한 영혼의 투쟁이라고 볼 수 있다.
나는 허만 멜빌이 쓴 미국의 성경이요 신화라고 불리는 ‘모비-딕’(Moby-Dick)의 영문판을 대학생 때 읽기 시작했다가 분량이 너무 방대하고 또 내용이 형이상학적이요 어려워 중도에 책을 접고 말았다. 며칠 전 필라델피아에서 ‘록키’의 부산물인 권투영화 ‘크리드’(Creed·26일 개봉)에 나오는 실베스터 스탤론을 인터뷰했는데 그도 ‘모비-딕’을 다 읽는데 장구한 시간이 걸렸다고 고백했다.
그래서 내가 아는 ‘모비-딕’의 얘기는 중학생 때 경남극장에서 본 ‘백경’(1956)을 통해서다. 존 휴스턴이 감독하고 그레고리 펙이 에이해브로 나온 이 영화는 연출과 연기 등이 다소 과장되긴 했으나 흥미진진한 모험영화다. 펙이 고래 뼈로 만든 다리를 짚고 다니면서 자기 다리를 물어 뜯어버린 모비-딕에게 복수하려고 광인이 되다시피 해 바다를 항해하는 모습이 극적이다. 그의 이런 모습은 후에 ‘조스’에서 식인상어 조스를 잡으려고 혈안이 된 퀸트(로버트 쇼)를 생각나게 한다.
‘모비-딕’은 또 인간의 집념이 불러오는 재앙에 대한 경고문이기도 하다. 에이해브는 자신의 집념을 풀기 위해선 신에게마저 대어드는데 문학 비평가들은 모비-딕을 신이요 자연이며 또 운명이라고도 해석한다.
에이해브의 이런 반-신적 행동과 언사는 지난 7일 본 LA 오페라가 공연한 ‘모비-딕’(사진)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독재자 에이해브는 자기가 종들처럼 부리는 선원들 앞에서 “그것이 날 모욕한다면 나는 태양이라도 때려 부수겠다”고 호언장담을 한다.
에이해브는 자기가 마치 신처럼 행세하는 선동가로 부질 없는 허영이나(젊은 선원 그린혼이 이렇게 노래한다) 다름없는 집념 때문에 결국 자신을 비롯한 선원들과 배에 죽음과 파괴를 불러 오는데 유일한 생존자는 순수와 순진을 상징하는 그린혼(소설에서는 이쉬매엘). ‘모비-딕’은 이처럼 다분히 신앙적 색채도 품고 있다.
신에게 거역하면서 백경과 싸우다 죽은 에이해브를 생각하면 신의 지시를 어긴 탓으로 고래 뱃속에 들어갔다가 회개하고 구출된 요나가 떠오르는 것도 그래서이다.
오페라 ‘데드 맨 워킹’을 작곡한 제이크 헤기가 작곡하고 진 쉬어가 대사를 쓴 2막짜리 오페라(공연시간 3시간) ‘모비-딕’은 현대음악치고는 멜로디가 상당히 다채롭다. 특히 바다의 정령들의 맑은 울음소리 같은 아름답고 서정적인 멜로디로 시작해 바다의 거센 물결과 선원들과 백경과의 사투를 연상시키는 격렬한 리듬으로 이어지는 서곡이 매우 인상적이다.
전체적으로 음악이 장엄하고 강렬하면서도 섬세하고 아름다운데 음들의 씨줄과 날줄들이 절묘하게 직조돼 지루한 줄 모르고 흥미 있게 관람했다. 제임스 콘론이 지휘하는 LA 오페라 오케스트라의 훌륭한 연주를 들으면서 곡의 바그너풍을 느꼈다.
에이해브는 테너 제이 헌트 모리스가 불렀는데 고음일색이었다. 에이해브 역을 바리톤이 불렀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독선적인 에이해브에 맞선 양심적인 1등 항해사 스타벅은 바리톤 모간 스미스, 포경선을 처음 탄 그린혼은 테너 조슈아 게레로 그리고 나머지 선원들인 남태평양 태생의 신령한 혼을 지닌 퀴킥은 베이스 바리톤 무사 엔쿤그와나, 에이해브의 시종 핍은 소프라노 재클린 애콜스(오페라에서 유일한 여자)가 각기 맡아 잘 노래했는데 특히 스미스의 노래가 듣기 좋았다.
2010년 4월 달라스 오페라가 초연한 ‘모비-딕’은 음악뿐 아니라 “백금을 바다로부터 거두리라”를 비롯해  대사도 매우 시적이고 심오하다. 이와 함께 뛰어난 것은 큰 돛대가 무대를 군림한 검소하면서도 튼튼한 세트와 밤하늘에 뜬 별들과 대양을 질주하는 피쿼드 그리고 거칠게 몸을 뒤트는 파도 등을 스크린에 투사한 영상처리. 입체감이 압도적이다. 모비-딕은 맨 끝에 거대한 눈이 노려보는 머리가 에이해브를  향해 달려들면서 그 위용을 나타낸다.
소설은 혼자 살아남은 이쉬매엘(그린혼)이 퀴켁이 생전에 자기에게 부탁해 만든 관을 타고 포류하면서 “나를 이쉬매엘이라고 부르세요”라고 말하는 것으로 시작되는데 오페라는 이 말로 끝이 난다.          
한편 멜빌의 ‘모비-딕’의 모델이 된 실제사건을 나사니엘 필브릭이 소설로 쓴 ‘바다의 심장 속에서’(In the Heart of the Sea)를 원전으로 론 하워드가 감독하고 크리스 헴스워드가 주연한 동명영화가 오는 12월11일에 개봉된다. 이 소설의 제목은 오페라에서 노래로 불려진다. 오페라 ‘모비-딕’은 19일, 22일, 28일 3차례 공연이 남아 있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2015년 11월 10일 화요일

‘화성인’(The Martian)의 맷 데이먼




“내 아이들도 볼 수 있는 영화라 기뻐”

위험한 상황에 유머를 함께 유지하는 것은 큰 도전

LA는 고독에 빠지기 쉬운 곳, 실직자 일 경우 더 해


리들리 스캇리 감독한 흥미 있고 지적인 우주모험영화‘화성인’(The Martian)에서 동료 우주인들과 함께 화성탐사를 갔다가 달랑 혼자 남게 된 뒤 온갖 기지와 생존술을 동원해 구출 받을 때까지 살아남으려고 애쓰는 우주인 마크 와트니로 나온 맷 데이먼(45)과의 인터뷰가 지난 9월 11일 토론토영화제가 열리는 토론토의 리츠칼튼 호텔에서 있었다. 짧은 머리에 간편한 셔츠 차림의 데이먼은 만면에 미소를 지으면서 질문에 대답했는데 그를 만날 때마다 기분이 좋은 점은 그가 도무지 수퍼스타 티를 내지 않는다는 것. 약간 수줍어하는 미소와 함께 소박하고 정이 가는 태도가 바로 이웃집에 사는 마음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 같아서 아주 편하다.              

―각본을 읽었을 때 느낀 소감은 무엇이었는가.
“난 어렸을 때 다른 아이들처럼 우주인 노릇하기를 즐겼다. 그러나 내가 각본을 읽었을 때 깊은 인상을 받은 것은 마크의 유머가 있는 성격이었다. 따라서 내가 느낀 도전은 어떻게 하면 원작인 책의 유머와 마크가 처한 위험을 함께 유지하느냐 하는 것이었다. 즉 영화를 흥분감으로 가득 채우면서 아울러 낙천적이요 재미있게 만든다는 도전이었다.”

―마크는 고립과 동거하며 사는 셈인데 당신과 혼자 있는다는 것과의 관계는 어떤가. 
“지금 난 아이가 넷이나 돼 화성에서 시간을 좀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일을 할 때도 우리 가족은 함께 여행한다. 혼자 있었을 때를 찾는다면 내가 LA에서 배우가 되려고 애쓸 때라고 하겠다. LA는 고독을 아주 쉽게 느낄 수가 있는 곳이다. 특히 실직자일 경우는 더 하다.”

―고독의 느낌을 어떻게 다루었는지.
“그냥 마주 대하는 수밖에 없다. 배우로서 그것에 대해 말하자면 지금 할리웃에는 고독에 시달리는 배우들이 엄청나게 많다. 따라서 서로 친구가 돼 하나의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이 고독에 대처하는 한 방법이라고 하겠다.”              

―마크는 생존하기 위해 여러 가지를 재활용하는데 당신도 실제로 그런가. 그리고 또 마크는 아주 숫자와 수학에 능한데 당신도 그런 것에 능한지.
“우린 철저히 모든 것을 재활용한다. 이 영화는 지능과 셈에 관한 것이기도 해서 난 각본을 쓴 드루 고다드에게 이 영화는 과학에 바치는 연서라고 말했다. 이 영화는 지능과 용감하면서도 똑똑한 사람들에 대한 찬가이기도 하다. 그래서 난 우리나라가 점점 더 멍청해 가고 있는 요즘 이런 영화를 내놓다는 것은 아주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나와 숫자와의 관계를 말하자면 마크만은 못하나 그런대로 괜찮다. 팁 계산도 잘 한다.”

―당신이 마크라면 동료 우주인들이 당신이 죽은 줄 알고 지구로 귀환한 것이 더 나쁜가 아니면 화성에서 생존하려고 애를 쓰는 것이 더 나쁜가.
“혼자 남게 됐구나 하고 처음에 깨달았을 때가 가장 나쁜 순간이라고 본다. 그 후로는 마크가 아주 치밀하게 문제들을 하나씩 풀어나가고 또 언제나 뭔가 할 일들이 있기 때문에 혼자 있어도 미칠 지경은 아니라고 본다.” 
화성에 혼자 남은 마크는 온갖 지혜를 동원, 생존한다.

―마크는 자신과 동료 우주인들의 인분으로 감자를 재배하는데 당신은 어느 감자요리를 좋아하는가. 그리고 감자 키울 줄 아는가.
“으깬 감자요리다. 추수감사절에도 그걸 먹는다. 이 영화 덕분에 감자 재배법을 배웠다. 촬영장 바로 옆에 감자밭을 만들어놓고 감자를 키웠다.”

―당신의 전신 나체 모습은 대역이 했는데 당신 뜻인가.
“내 뜻이 아니다. 원래는 내가 체중을 감소할 예정이었으나 그렇게 하면 다음 장면을 위해 다시 체중을 늘려야 하기 때문에 제작상 쉬운 일이 아니다. 화성 외부 장면은 요르단에서 찍고 화성의 우주인 거처 장면은 헝가리에서 찍었는데 내 대역은 그래서 헝가리 사람이다. 그러나 난 감독이 허락했다면 나체로 나올 의향이 있다.”

―마크는 영화에서 탐사팀장(제시카 채스테인)이 가져온 디스코 음반을 들으면서 끔찍한 음악이라고 인상을 쓰는데 실제로 당신은 어떤가.
“나도 딱 마크가 좋아하는 만큼만 디스코 음악을 좋아한다. 누가 내게 내가 가장 좋아하는 디스코 노래가 무어냐고 묻는다면 ‘아 윌 서바이브’라고 말하겠다.”  

―리들리 스캇과 일한 경험은 어떤지.
“그는 배우들로 하여금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놔두는 감독이다. 그래서 자기 마음에 들면 그것을 키우는 식이다. 그리곤 배우에게 다가가서 ‘거 참 좋은 아이디어다. 아주 잘 했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그는 배우들이 스스로 운전을 하게 하다가 잘못된 길로 들어서게 되면 시정해 주는 감독이다.”

―요즘 같이 로봇이 모든 것을 하는 때에 왜 화성에 로봇을 보내지 않고 인간이 가야 한다고 생각하나.
“탐험정신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우리 인간들이 언젠가는 지구에서 멸망하지 않기 위해서는 다른 혹성으로 이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어린 아이들도 볼 수 있는 것인데 당신도 그것이 기쁜가.
“그렇다. 내 아이들이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든 것이 아주 흥분된다. 사실 난 그 동안 아이들이 볼 수 있는 영화를 별로 만들지 않았다.”

―영화를 위해 미 국립항공우주국(NASA)이나 제트추진연구소 직원들에게 자문을 구했는지.
“그들은 기술적인 면에서 큰 도움을 주었다. 책을 쓴 앤디 위어의 기본 착상은 고도로 훈련을 받은 우주인이 과연 혼자 화성에서 살아남을 수가 있는가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그 질문에 대해 과학적으로 대답을 해 나간다. 그들은 인간이 불원 화성에 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영화에 나오는 인분으로 감자를 재배하는 법과 우주에서 인간의 몸이 받는 영향 등 모든 것에 대해 연구했다. 나는 역을 위해 현재 우주정거장에 6개월 째 체류하고 있는 우주인과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영화에는 많은 기술적 과학적 용어가 있어 잘 이해를 못하겠는데 당신은 다 이해했는지.
“마크는 공기와 음식과 물 등 모든 것에 대해 이해하기 때문에 나도 내가 작업하고 말해야 하는 것은 다 이해했다. 책이 다소 이해하기 힘든 부분도 있으나 보통 사람들도 읽고 이해할 수 있다. 나도 사실 NASA 직원들의 전문용어는 이해하기 쉽지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이 로켓과학자들의 용어인 만큼 별 수 없지 않은가.”

―학교 다닐 때 과학 성적이 어땠는지.
“난 좋은 과학자가 못 된다. 난 과학자보다는 예술가 편이다.       

―당신의 일상을 행복하게 해 주는 것이 무엇인지.
“내 아이들과 아내다. 아이들이 세상을 순진한 눈으로 보는 것을 보면 참담한 경우에도 희망을 보게 된다. 아이들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로 인해 나는 스스로를 재충전하고 다음 날을 준비하게 된다.”

―다시 제이슨 번 역을 맡게 된 소감은 어떤지.
“역을 위해서 그 어느 때보다 트레이닝을 많이 했다. 폴 그린그래스 감독이 첫 장면에서 내 모습이 볼썽사나우면 영화는 끝장이라는 말 때문이었다. 나긋나긋하면서도 강인한 몸을 만들기 위해 많은 훈련을 받았다. 지금 1주일 간의 촬영을 마쳤는데 굉장하다. 내년 7월에 개봉한다. 그동안 세월이 많이 지나 난 잿빛머리를 하고 나온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스펙터(Spectre)


스펙터의 정체를 캐기 위해 오스트리아 알프스에 온 본드가 적들과 총격전을 벌이고 있다.

어디서 한번쯤 봤다싶은 액션의 홍수


007 시리즈 24번째로 신선한 소재가 떨어졌는지 독창성과 깊은 감정적 분위기가 부족한 평범한 액션영화에 지나지 않는다. 액션은 소화불량에 걸릴 정도로 많지만 플롯이 산만하고 영특하지 못한 데다가 본드 영화의 중요한 요소인 본드걸과 본드 빌런의 배역 선정이 잘못돼 영화에 대한 흥미를 감소시킨다.
본드 영화의 근본 골격인 월터 PPK 총을 차고 보드카 마티니를 마시는(셰이큰 낫 스터드) 본드와 본드 걸과의 정사 그리고 본드 빌런과 Q(벤 위셔-멋이 없다)가 제조한 각종 신병기와 애스턴 마틴 자동차를 비롯해 본드 빌런에게 붙잡힌 본드가 죽을 고생을 하다가 탈출해 적을 일망타진하고 본드걸과 함께 떠나는 순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데 같은 얘기를 계속해 보고 듣자니 이젠 식상하다.
영화에서 가장 박진한 액션이 있는 멕시코시티의 ‘사자의 날’ 퍼레이드로 시작된다. 본드(대니얼 크레이그)는 전편 ‘스카이폴’에서 사망한 자신의 상관 M(주디 덴치)이 남긴 지령에 따라 교활하고 사악한 프란츠 오버하우저(크리스토프 월츠-카리스마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가 두목인 테러집단 스펙터의 하수인 중 하나인 스키아카라를 처치하기 위해 이 곳에 왔다. 인파로 운집한 광장 위를 나르는 헬기에서 본드와 스키아카라가 벌이는 격투가 장관이다.
본드가 이처럼 본부인 MI6의 새 상관 M(레이프 화인즈)의 명령체계를 무시하고 단독으로 활동하면서 M은 본드를 버리다시피 한다. 이런 본드를 충실히 돕는 여자가 M의 비서 모니페니(네이오미 해리스). 그런데 M은 시건방진 막스 덴비가 주도하는 MI5와 MI6의 통폐합으로 의기소침해 있다. 막스의 포부는 전 세계 정보망을 런던의 본부 하에 관리하자는 것. 이같은 전 세계에 대한 정보 소유가 중요한 플롯이다.    
이어 장소는 로마로 옮겨져 본드는 스키아카라의 미망인(51세의 육체파 모니카 벨루치가 본드영화 사상 가장 나이 먹은 본드 걸로 단 두 장면에 나온다)과 잠자리를 같이하면서 그녀로부터 스펙터 본부의 위치를 알아내고 그 곳으로 침투한다. 여기서 사람을 맨 손으로 잡는 거구의 미스터 힝스(데이브 바우티스타)가 소개된다.
이어 장소는 오스트리아의 알프스로 옮겨지면서 본드는 왕년의 자신의 적이었다가 프란츠를 피해 잠적해버린 와이트의 딸로 스펙터의 정체를 캐내는데 결정적 열쇄를 쥔 정신과 의사인 마들렌 스완(레아 세이두-본드와의 화학작용이 미지근하다)을 만나 둘이 함께 프란츠를 찾아 나선다.
이어 장소는 아프리카의 탠지에스로 이동한다. 달리는 열차에서 본드와 미스터 힝스 간에 무자비하고 가혹한 격투가 장시간 벌어지는데 이 장면은 시리즈 제2편 ‘007 위기일발’에서 션 코너리와 로버트 쇼가 달리는 열차 안에서 벌인 액션 신을 그대로 닮았다. 이 영화 외에도 ‘골드핑거’도 흉내를 내고 있다.
샘 스미스가 부르는 주제가와 토머스 뉴만의 음악 그리고 촬영과 의상과 프로덕션 디자인 등은 다 훌륭하다. 그러나 기시감을 떨쳐 버릴 수 없는 영화다. 감독은 ‘스카이폴’을 만든 샘 멘데스. PG-13. Sony. 전지역.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트럼보(Trumbo)


트럼보가 독수리타법으로 각본을 쓰고 있다.

할리웃에 불어닥친 ‘공산당 때려잡기’


2차 대전 종전 직후 미국에 불어 닥친 공산당 때려잡기(Red Scare)의 제물이 되었던 저명한 영화 각본가 달턴 트럼보의 삶을 다룬 향수감 짙은 코믹 터치가 있는 드라마로 할리웃의 옛 모습과 정상을 들여다볼 수 있는 흥미 있는 작품이다. 영화가 스케일이 작아 TV 작품처럼 느껴지는 것이 흠이나 보통 사람들이 잘 모르는 ‘레드 스케어’의 실상을 상세히 기술했고 또  배우들의 연기가 훌륭해 영화사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겐 안성맞춤의 작품이다.
‘레드 스케어’와 맥카시즘으로 인해 할리웃은 배우와 감독과 각본가 등 수 많은 재주 있는 사람들을 잃었는데 이 중 어떤 사람들은 자살했고 또 일부는 해외로 도피했는가 하면 트럼보 같은 사람은 10년간이나 블랙리스트에 올라 남의 이름으로 각본을 써야 했다.
영화는 미 연방하원의 비미국인 활동조사위가 할리웃의 진보파와 좌파들을 때려잡기 위해 의회에서 청문회를 열고 좌파 영화인들을 소환, 각자의 공산당과의 관계를 묻던 1947년부터 시작한다.
1930년대와 40년대 할리웃의 탑 각본가 중 하나였던 트럼보(브라이언 크랜스턴)는 이 때 이미 ‘키티 포일’과 ‘도쿄 상공의 30초’ 및 ‘조라는 이름의 사나이’ 등의 각본을 써 명성을 날릴 때. 줄담배에 술꾼인 트럼보는 쏜살 같이 각본을 쓸 때 자주 목욕탕 욕조에 앉아 썼다.
위트 있고 신랄한 일벌레로 정의파인 트럼보는 MGM 전속으로 한창 잘 나가다가 노동자의 권리를 주창하는 공산당에 가입하면서 의회 조사위의 표적이 된다. 트럼보를 원수처럼 여기는 또 다른 사람이 당시 스튜디오 보스들을 덜덜 떨게 만들 정도로 세력이 강했던 할리웃 칼럼니스트 헤다 호퍼였다. 호퍼 역을 헬렌 미렌이 맡아 밉살스럽게 해낸다.
트럼보는 청문회에 출두, 묵비권을 행사하면서 의회 모독죄로 1950년 1년간 영창생활을 했는데 이 때 트럼보와 함께 묵비권을 써 감옥에 간 10명의 감독과 각본가들을 ‘할리웃 텐’이라고 부른다. 트럼보의 이런 신조 때문에 특히 심적으로 고생이 심한 것이 그의 부인 클리오(다이앤 레인)와 세 남매. 그러나 그들은 트럼보를 굳세게 지원한다.
영화의 후반은 트럼보가 출옥한 뒤의 생활을 그리고 있다. 그는 블랙리스트에 올라 남의 이름을 빌려 글을 쓰면서 싸구려 영화전문 제작자인 프랭크 킹(존 굿맨이 웃긴다)을 위해 싸구려 영화들을 국화빵 찍어내듯 써낸다.
이와 함께 그는 ‘로마의 휴일’과 ‘용감한 소년’의 각본을 써 둘 다 오스카상을 받으나 식장에서 상은 다른 사람이 받았다.            
트럼보의 블랙리스트를 깨어놓은 사람이 커크 더글러스다. 더글러스는 ‘스파르타커스’(1960)를 제작하고 주연도 겸하면서 트럼보에게 각본을 맡긴 뒤 그의 이름을 스크린에 올렸고 이어 오토 프레민저 감독이 ‘엑소더스’의 각본을 쓴 트럼보의 이름을 역시 스크린에 올리면서 블랙리스트도 소멸된다.
재미있는 것은 더글러스와 프레민저 및 극우파인 존 웨인 그리고 MGM 사장 루이 B. 메이어 등을 배우들이 맡아 보여주는 연기다. 생김새도 비슷하고 매너리즘도 비슷해 보기에 즐겁다. 크랜스턴이 약간 심술첨지 같은 연기를 능숙하게 잘 하고 레인과 굿맨을 비롯한 조연진의 연기도 좋다. 제이 로치 감독. R. Bleecker Street. 일부지역. ★★★½(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런던의‘스펙터’




제임스 본드는 자신의 말을 물리지 않는 남자인줄 알았는데 제6대 본드인 대니얼 크레이그는 오리발을 내미는 남자였다. 그는 6일 개봉된 최신작 007시리즈 ‘스펙터’(Spectre) 촬영이 끝난 뒤 가진 한 인터뷰에서 “다시 본드 역을 맡겠느냐”는 질문에 대해 “다시 본드를 하느니 차라리 유리를 깨 손목을 끊겠다”면서 본드와의 작별을 선언했었다.
나는 크레이그가 이런 극언을 했을 때 ‘자기를 세계적 스타로 만들어주고 또 천문학적 숫자의 돈을 안겨준 본드에게 무슨 원한이 있어 저렇게 악에 받힌 소리를 하는가’하고 그의 인간성에 대해 회의를 했었다.  
그런데 지난달 런던에서 만난 크레이그는 같은 물음에 대해 “지난 2년간 ‘스펙터’에 매달려 당분간 본드를 원치 않는다”면서 “그러나 앞일은 모르겠다”고 과거 자기가 한 말에서 한 걸음 물러섰다.  
‘스펙터’의 제작자와 감독과 배우들과의 인터뷰는 할리웃 외신기자협회(HFPA)원들이 묵은 템즈 강변의 로열 호스가즈 호텔 건너편의 코린티아 호텔에서 있었다. 샘 멘데스 감독과 함께 가진 인터뷰장에 입장한 크레이그는 마지못한 미소를 지으면서 질문에 짤막하게 대답을 했는데 달랑 20분짜리 인터뷰가 끝난 즉시 “와 줘서 고맙다”더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도망가듯이 인터뷰장을 빠져나갔다. 
소설 속의 본드는 비록 턱시도를 입고 다닐지는 모르지만 매우 무례하고 거칠고 사나우며 여자 알기를 신발털이 깔개 정도로 아는 남자로 인간성이 아주 고약한 사람이다. 나는 크레이그의 무례를 목격하면서 저 사람이 본드 노릇을 여러 번 하다보니 진짜로 본드 닮아 가는구나 하는 생각을 지워 버릴 수가 없었다. 
크레이그 본인도 자기가 한 말을 바꿨지만 007시리즈 제작권 소유자인 바바라 브로콜리도 “크레이그를 결코 놓아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으니 몇년 후 크레이그를 다시 본드로서 만날 가능성이 많다. 
나는 브로콜리에게 최근 읽은 최신 본드소설 ‘트리거 모티스’를 영화로 만들 계획이냐고 물었다. 이에 브로콜리는 “나도 그 책을 재미있게 읽었지만 내용이 미소간 냉전시대의 얘기여서 현재를 시간대로 한 요즘 본드 얘기에 맞지 않아 영화로 만들지 않기로 했다”고 대답했다. 소설의 본드 빌런이 한국인인 신재성이어서 영화화에 대한 기대가 컸는데 실망이다.
본드영화의 필수품인 ‘스펙터’의 두 명의 본드걸 중 먼저 역대 시리즈 중 가장 나이가 많은 본드걸이라 해서 화제가 된 이탈리아 배우 모니카 벨루치(51)를 만났다. 긴 브루넷 머리에 위풍당당하고 육감적인 몸과 입술과 눈을 비롯해 모든 것이 짙은 얼굴을 한 벨루치는 성형수술에 관한 질문에 대해 “젊음의 미가 사라지고 나이가 먹으면 내면의 미가 있다”고 대답했다. 자기 나이를 51세라고 서슴없이 밝히는 그녀는 요가와 수영으로 몸매를 유지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본드걸은 프랑스 배우 레아 세이두. 조용한 소녀 같았는데 내가 “당신은 본드걸로 불리는 게 아무렇지도 않은가. 내가 듣기엔 마치 본드의 월터 PPK나 오메가시계처럼 그의 소유물 같이 들린다”고 물었다. 이에 세이두는 “난 그렇게 불리는 것에 상관 않는다”면서 “요즘 본드걸들은 시대변화로 옛날 본드걸들보다 강해졌다”고 대답했다.
그런데 세이두는 월터 PPK가 본드가 애용하는 권총인줄을 몰라 내게 “월터 PPK”하고 되물었다. 본드걸로 나오는 여자가 사전준비가 부족하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세이두는 본드영화에 나온 것은 꿈의 실현 이상이라면서 다시 본드영화에 나오고 싶다고 바랐다.
세이두는 본드의 상관 M의 여비서 모니페니 역의 네이오미 해리스와 함께 인터뷰를 했다. 내가 해리스에게 물었다. “옛날 본드영화의 모니페니는 본드를 진짜로 사랑했는데 당신은 본드를 욕망하지 않느냐.” 해리스는 이에 “나도 그를 몹시 원한다”고 대답하기에 내가 이번에는 “그런데 영화에서 보니 당신 애인이 있던데”라고 물었다. 이에 해리스가 말하기를 “그 사람은 내가 본드를 기다리는 동안의 대용품”이라고 대답, 모두들 깔깔대고 웃었다.
본드영화에서 본드걸보다 더 중요한 본드 빌런인 ‘스펙터’의 두목 프란츠 오버하우저로 나온 여우처럼 생긴 오스트리아 배우 크리스토프 월츠는 생긴 것처럼 대답도 교활했다. 태도가 요사스럽고 말투가 사뭇 조롱조였는데 질문에도 미꾸라지 빠져나가는 듯이 대답했다. 크레이그와 함께 만나서 불쾌한 또 다른 인물이었다.
머무는 동안 런던은 깊은 가을답게 잿빛이었다. 인터뷰 후 시간이 나 템즈 강변을 산책했다. 강 좌우로 런던 아이와 빅벤이 얼굴을 내민 의사당이 요즘과 옛의 보기 좋은 조화를 이루고 있다. 런던에 갈 때면 자주 찾는 워털루브리지에 섰다. ‘애수’에서 비비안 리가 이 다리에서 달려오는 차에 몸을 던져 자살하던 장면이 생각났다. 
내친 김에 ‘스펙터’의 대형 포스터가 걸린 원주형 건물(사진)을 돌아 비비안 리가 전선으로 떠나는 로버트 테일러를 전송하던 워털루 스테이션으로 발길을 옮겼다. 역 구내는 영화에서처럼 인파로 붐볐다. 여기 어디선가 리와 테일러가 재회의 포옹을 나누고 있으리라는 착각을 즐기면서 밤길을 걸어 숙소로 돌아왔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