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5년 9월 28일 월요일

인턴(The Intern)


70세의 벤(로버트 드 니로)은 딸같은 사장 줄스(앤 해사웨이)의 인턴으로 취직한다.

70대 인턴과 젊은 여사장의 티격태격


이 가짜나 다름없는 무미건조한 코미디 드라마는 세상이 온통 분홍빛이기만한 내용의 영화를 주로 만드는 여류 낸시 마이어즈(‘베이비 붐’ ‘이츠 캄플리케이티드’)가 각본을 쓰고 연출했다. 온갖 허무한 대사와 배우들의 억지 같은 연기로 관객에게 잘 보이려고 아부를 하는데 결과가 뻔한 얘기를 놓고 상영시간이 2시간이 넘도록 질질 끌고 가는 바람에 좀이 쑤신다.
진실성이라곤 찾아보기 힘든 겉만 달짝지근하고 번드르르한 전형적인 할리웃 메이저의 상품으로 상투적인 것으로 가득해 기시감과 함께 보기에 민망하다. 
각본이 약해 마치 가설극장의 연극 처럼 내용이 허술한데 특히 중간 부분이 공허하기 짝이 없다. 마이어즈는 이런 공백을 메우기 위해 쓸데없이 억지춘향격인 에피소드들을 엮어 엉뚱한 길로 들어서고 있다.
그러나 브루클린과 맨해턴 및 샌프란시스코 등지에서 찍은 촬영과 함께 세트나 의상 같은 것들은 볼만하고 기술적인 부분도 말끔하니 좋다. 눈요깃거리로 시간 죽이기 용으로는 적당하다.    
브루클린에 사는 70세난 은퇴 홀아비 벤(로버트 드 니로)은 따분한 나날이 싫어 어느 날 시니어 인턴을 모집한다는 전단을 보고 이에 응모한다. 회사는 잘 나가는 웹사이트 패션회사로 사장은 젊은 일벌레 줄스(앤 해사웨이). 줄스의 남편은 아내 대신 집에서 어린 딸을 돌보고 밥을 짓고 청소한다.
줄스는 처음에는 자기의 인턴인 벤을 못 마땅하게 여기나 그의 삶의 예지와 오랜 직장생활에서 얻은 사업경험 등에서 귀중한 것들을 배우면서 점점 벤에게 친근감을 느끼게 된다. 영화는 결국 이 두 사람의 관계의 얘기인데 이런 골격을 세워 놓고 이를 둘러싼 얘깃거리가 모자라 공연히 벤과 그의 젊은 직장 동료들과의 아이들 장난같은 에피소드를 비롯해 전연 영화 얘기와 무관한 삽화등 로 땜질을 하고 있다. 참신성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영화다.
한편 벤은 직장 내 마사지사인 섹시하고 아름답고 무르익은 여자(르네 루소가 여전히 섹시하다)와 로맨스를 꽃 피우는데 둘의 관계가 흡족치 못하게 묘사된다.   
그리고 벤은 줄스의 운전사 겸 직장 내 고문이 되다시피 하면서 줄스의 신임을 받고 아울러 일에 지친 그녀의 휴식처 노릇마저 한다. 여기에 느닷없이 줄스의 집안문제가 플롯으로 개입하면서 얘기가 신파조로 내려간다. 그러나 모든 문제는 다 말끔히 해결되고 모두가 다 그 뒤로 내내 행복하게 살게 되었다는 결말이야 뻔한 사실.  
아주 나태한 영화로 유머도 신선하다기보다는 약간 상한 맛이 나는데 그나마 볼 만한 것은 드 니로의 코믹한 연기다. 해사웨이의 연기는 쥐어짜는 식이다. PG-13. WB. 전지역. ★★½(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폴 뉴만의 ‘허드’·‘허슬러’

허드(폴 뉴만)는 도덕성을 상실한 인간 지스러기다.

서부건달로… 도박사로… 폴 뉴만 절정의 연기


★허드 (Hud·1963)
텍사스 목장주 날건달 아들의 도덕적 타락과 옛 서부가 지녔던 이상의 소멸을 우울하고 절망적이면서도 강렬하게 그린 이색 서부영화로 썩을 대로 썩은 허드 역을 신랄하고 오만방자하게 보여주는 폴 뉴만의 연기가 신기에 이른 작품이다. 원작은 웨스턴 작가 래리 맥머트리의 ‘말 탄 사람, 사라져 가다’. 벌거벗은 탐욕과 전통적 가치관의 충돌을 그린 이 작품에서 허드는 한 줌의 체면도 없는 인간 지스러기요 나쁜 놈인데도 매력적인 것은 오로지 뉴만의 연기 탓이다.
반면 허드의 아버지 호머(멜빈 더글러스-오스카 조연상 수상)는 예의와 체면을 존중하는 도덕적인 사람으로 허드를 인간 취급하질 않는다. 그런데 영화는 비도덕적인 허드 보다는 오히려 양심적인 호머를 시대착오적인 사람으로 그리고 있다.
허드와 호머 사이에 있는 것이 허드의 10대난 조카 론(브랜든 디 와일드-‘셰인’의 조이). 론은 허드를 영웅으로 숭배한다. 네 번째 인물이 허드의 동물적 흡인력에 말려든 이 집의 가정부 알마(패트리샤 닐-오스카 주연상 수상). 피곤한 모습이면서도 원시적인 성적 매력이 가득한 알마가 욕망이 가득한 눈길로 허드를 바라보는 모습이 체념적이다. 허드와 알마가 서로를 짐승처럼 원하면서도 감정적으로는 교류를 미룬 채 욕망의 줄다리기를 하는 모습이 긴장감 있다.
호머는 전염병에 걸린 소떼들을 몰살한 뒤 심장마비로 사망하고 허드의 잔인하고 냉정한 비인간성에 혐오감을 느낀 알마도 떠난다.
그리고 론도 허드에게 “너는 공연히 으스대기나 하는 지스러기 같은 인간”이라고 내뱉은 뒤 역시 집을 떠난다. 그러나 그 어느 것도 허드에게는 의미를 지니지 못한다. 손에 집어든 맥주깡통의 마개를 딴 허드가 세상을 비웃으며 덧문을 요란하게 닫으면서 집안으로 들어가는 것으로 끝난다.
뛰어난 흑백촬영으로 제임스 웡 하우가 오스카상을 받았다. 감독은 샐리 필드가 오스카 주연상을 탄 ‘노마 레이’를 연출한 마틴 릿.

★허슬러 (The Hustler·1961)
떠돌이 당구 도박사 패스트 에디 펠슨(폴 뉴만)과 그가 도전하는 전설적인 당구 챔피언 미네소 타 패츠(재키 글리슨) 간의 긴장 가득한 대결을 그린 흑백영화. 침침한 당구장 안에서의 대결이 마치 서부시대 건맨들의 그것처럼 손에 땀을 쥐게 한다. 파이퍼 로리와 조지 C. 스캇 공연. 오스카 촬영상. 이 영화의 속편으로 마틴 스코르세지가 감독하고 뉴만과 탐 크루즈가 공연한 ‘돈의 색깔’(1986)로 뒤 늦게 뉴만이 오스카 주연상을 탔다. 25일과 26일. 뉴베벌리시네마(7165 Beverly Blvd. 323-938-4038) 동시상영.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희비 쌍곡선 오페라




현재 LA 다운타운의 뮤직센터에서는 희비 쌍곡선을 이루는 두 편의 음악극이 공연되고 있다. 둘 다 한 시간 남짓한 오페라로 영화로 말하자면 2본 동시상영이다. 서로가 완전히 다른 드라마로 음악과 내용이 재미있고 극적인 두 오페라는 모두 영화감독인 우디 알렌이 제작한 ‘지안니 스키키’(Gianni Schicchi)와 프랑코 제피렐리(‘로미오와 줄리엣’)가 제작한 ‘팔리아치’(Pagliacci·사진)로 수년 전에 공연한 것의 재공연이다.
두 오페라는 삼척동자도 아는 소프라노 아리아 ‘오 나의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와 테너 아리아 ‘의상을 입어라’로 유명한데 이 번 공연은 노래나 연주나 다 고만고만한 것이지만 부담 없이 즐겁게 한두어 시간 보낼 수는 있다.  
LA 오페라의 총감독인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74)가 처음에 공연되는 푸치니의 희극 ‘지안니 스키키’에서는 무대에 올라 바리톤으로 목소리를 낮춰 스키키 역을 노래하고 다음 작품인 레온카발로의 처연한 비극 ‘팔리아치’에서는 무대 아래로 내려가 오케스트라를 지휘한다. 바쁘다 바빠!
‘지안니 스키키’는 인간의 탐욕을 야유한 소극이다. 오페라는 시작되기 전 경쾌한 ‘후니쿨리 후니쿨라’에 맞춰 무대 위에 마련된 스크린에 마치 영화의 오프닝 크레딧처럼 오페라의 출연진과 제작진이 소개된다. 재미있는 발상이다.
단테의 ‘신곡’ 중 ‘지옥 편’의 내용을 따 만든 ‘지안니 스키키’는 사망한 플로렌스의 부자 부오조 도나티의 유산을 놓고 일가친척이 한 푼이라도 더 받으려고 난리법석을 떠는 얘기다. 그런데 오페라를 보면서 공연시간 52분간 내내 침대 위와 집 문 밖에서 부동자세로 꼼짝도 않고 있는 부오조역의 배우의 인내심에 감복치 않을 수가 없었다.
그와 함께 눈에 띄는 배우(?)가 부오조의 유산 중 하나인 당나귀로 이 당나귀는 훈련을 잘 받아 경쾌한 음악과 노래의 음들 속에서도 아주 침착한 연기를 했다. LA 매스터코랄의 총감독인 그랜트 거숀의 지휘에 맞춰 오케스트라는 매우 속도 빠른 음악을 탄력 있게 연주했다.
이 오페라에서 가장 유명한 것이 주인공으로 날사기꾼이자 ‘잭 오브 올 트레이즈’인 지안니 스키키의 딸 라우레타가 부르는 서정적 매력을 지닌 아리아 ‘오 나의 사랑하는 아버지’. 감칠 맛 나고 마음을 아이스크림 녹듯이 만들어주는 노래인데 라우레타 역의 아드리아드네 척만이  달콤하니 불렀다. 이 아리아는 역시 둘 다 푸치니의 오페라인 ‘나비부인’과 ‘라 보엠’의 아리아 ‘어떤 개인 날’과 ‘내 이름은 미미’와 함께 아름답기 짝이 없는 소프라노 아리아로 꼽히고 있다.
이 날 오페라 공연서 이색적이었던 것은 수십년간 테너로 노래 부른 도밍고가 바리톤으로 스키키 역을 노래한 것이다. 원래 도밍고는 바리톤으로 가수생활을 시작했다가 테너로 바꿨는데 요즘 들어 나이가 먹으면서 바리톤으로도 노래 부르고 있다. 이 날 그의 노래는 특별히 잘 날 것도 그렇다고 못 날 것도 없는 것이었다. 그뿐 아니라 이 날 노래 부른 가수들의 전반적인 수준도 그저 무난한 편으로 ‘야 정말 잘 부른다’라는 감동은 받지 못했다.
아리아보다는 오히려 앙상블이 듣기 좋았는데 도밍고는 지난 3월 뉴욕 메트에서 공연한 베르디의 ‘에르나니’에서도 바리톤으로 노래 불렀다가 비평가들의 부정적 평을 들은 바 있다. 다분히 반 가톨릭적 의미를 지닌 ‘지안니 스키키’에는 한국인 바리톤 윤기훈이 공증인으로 나온다.
이어 공연된 ‘팔리아치’는 어릿광대라는 뜻으로 이 오페라는 유랑극단의 단원들을 둘러싼 사랑과 욕정과 배신 그리고 살인이 뒤엉킨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격한 드라마다. 먼저 극단의 조연급 광대로 간교한 토니오가 커튼을 젖히고 무대에 나와 “이 오페라는 실화입니다”라고 소개하면서 시작되는 ‘팔리아치’는 한 여자를 둘러싸고 세 남자가 사랑과 욕망의 3중주를 연주하다 칼부림으로 끝나는 치정극으로 옛날에 한국에서 보던 가설극장의 연극 같은 내용이다.
유랑극단의 단장이자 광대인 카니오의 부정한 아내로 역시 배우인 네다를 탐하는 등에 혹이 난 이아고와도 같은 토니오와 네다의 정부 실비오의 삼각관계 얘기인데 도밍고가 매우 로맨틱하고 격정적인 음악을 탐스럽게 지휘했다.
이 오페라에서 듣는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것이 카니오가 아내의 부정을 알면서도 광대복을 입고 무대에 나서야 하는 신세를 탄식하는 아리아 ‘의상을 입어라’이다. 카니오 역의 마르코 베르티가 무난하게 노래했는데 이 서정적 비감을 지닌 감정적으로 또 극적으로 통절한 노래는 테너 아리아 중 가장 처절한 것이라고 해도 되겠다.
‘토스카’에서 총살당하기 직전의 카바라도시가 부르는 ‘별은 빛나건만’도 이 노래의 아픔을 따라오지 못한다. 힘과 유연성을 고루 지녀야 하는 노래로 듣고 있으면 눈물이 난다. 이 아리아는 특히 카루소의 것이 유명한데 그가 1902년에 취입한 음반은 사상 최초로 100만장이 팔렸다, 두 오페라 다 세트가 매우 정교하고 훌륭한데 이탈리아 풍경의 특징인 빨랫줄에 널린 빨래들이 한국의 옛 풍경을 생각나게 만든다. 두 오페라는 오는 10월3일까지 공연된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2015년 9월 21일 월요일

‘왼손잡이'(Southpaw) 제이크 질렌할




“권투라는 스포츠에 흠 안 남기려 애써”

  5개월간 하루 두 차례 훈련… 실제 경기 중계하듯 찍어

  육체적 한계까지 밀어붙일 때의 감정과 생각 즐기는 편


권투영화이자 보호소에 있는 어린 딸을 되찾으려고 몸부림치는 아버지의 드라마‘왼손잡이’(Southpaw)에서 몰락한 권투선수인 빌로 나와 열연한 제이크 질렌할(34)과의 인터뷰가 베벌리힐스의 포시즌스 호텔에서 있었다. 덥수룩한 수염에 강렬한 눈매를 한 질렌할은 질문에 수줍어하는 듯한 미소를 지어가면서 정성껏 대답했는데 눈웃음을 치는 모습이 미소년 같았다.     

-감정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매우 치열한 영화인데 경험이 어땠는가.
“내가 빌을 사랑하게 된 이유는 그가 권투선수이면서도 매우 민감하고 또 허점이 많은 사람이라는 점이다. 권투란 상대방의 마음을 읽을 줄 아는 정신적 경기여서 민감성이 매우 중요하다. 역을 연구하면서 그들의 이런 민감성에 대해 알고 놀랐다.”

-당신은 자식도 없으면서 영화에선 어린 딸과의 관계가 아주 절실한데 어디서 그런 감정이 나오는가.
“난 아이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할 각오가 돼 있다. 내 아버지가 날 그렇게 사랑하며 키웠기 때문이다. 그는 늘 나와 내 누나(배우인 매기)와 함께 놀며 즐겼다. 아버지가 내게 아이들이 어른보다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남겨준 것이다. 아이들이 어른보다 더 마음에 충실하지 않은가. 난 그들의 순수를 사랑한다. 아이들은 상상력이 자유롭기 때문에 난 연기하는 아이들로부터 오히려 배운다.”

-영화를 위해 어떤 준비를 했는가.
“과거 만들어진 많은 권투영화를 능가해야 한다는 공포가 추진력이 됐다. 감독 안트완 후콰와 함께 가급적 사실과 가깝게 만들고자 했다. 따라서 난 대역을 안 썼다. 대부분 실제 경기를 중계하듯이 찍었다. 5개월 간 하루에 두 차례씩 훈련을 받았다. 권투라는 경기를 욕되게 하지 않고자 애썼다. 나를 겸손케 하는 경험이었다.”

-역을 위해 어떤 권투영화와 실제 경기를 봤는가.
“안트완은 내가 영화에 나오기 전 7개월 동안 가능한 한 많은 권투경기를 보도록 시켰다. 그래서 메이웨더와 매니 파퀴오의 경기를 봤다. 특히 미구엘 코토로부터 많은 영감을 받았다. 그러나 이미 만들어진 권투영화들로부터는 가급적 거리를 두려고 했다. 상투적인 것에 빠질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인물의 성격과 행동에 보다 신경을 썼다. 내 역을 위해 특별히 참고한 것은 켄 로치 감독의 ‘내 이름은 조’다. 그리고 유튜브를 통해 가능한 한 많은 권투경기를 봤다. 

-당신과 매기와의 관계는 어떤가.
“난 아직도 매기에겐 어린 동생으로 누나의 모든 점을 존경한다. 어렸을 때부터 누나의 연기를 보면서 배우고 자랐다.”         

-당신 속에 있는 가장 강한 힘은 무엇인가.
“쓰러졌다 다시 일어날 수 있느냐를 놓고 자기반성을 하는 것이다.”

-당신의 다음 영화는 에베레스트 등반 실화인‘에베레스트’인데 역을 위해 어떤 준비를 얼마나 했는가.
빌이 피투성이가 된 채 링에서 포효하고 있다.
“그 영화는 규모가 방대하고 감정적으로 매우 깊숙한 것이다. 그리고 매우 감동적이다. 난 매우 자랑스럽게 느낀다. 네팔과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 접경지대에 있는 해발 1만7,000피트의 돌로마이트 산에서 찍었다. 나는 산을 탄 경험이 있고 만반의 준비를 했지만 막상 산에서 영화를 찍을 때 내가 한 일이란 어떻게 살아남느냐 하는 것이었다. 실제 인물을 연기했기 때문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꼈다. 특히 그의 남은 가족을 위해서 역을 연기한다는 생각으로 했다. 힘은 들었지만 재미도 많았다.”

-등산 경험이 풍부한가.
“어렸을 때 아버지와 자주 캠핑과 등산을 즐겼다. 그래서 난 자연을 사랑한다. 다 아버지 덕분이다.”

-도전자들인 등산가들의 정신적 상태를 어떻게 파고들었는가.     
“나는 육체적으로 나의 한계를 밀어붙이는 것을 좋아한다. 그럴 때의 감정과 생각을 좋아한다. 영화를 위해 2만9,000피트 높이의 같은 환경을 지닌 방에 들어가 15분을 버텼는데 방에 있을 땐 재미있었는데 나온 뒤 1시간이 지나 완전히 나가 떨어졌다. 난 실제로 끝까지 갈대로 가는 사람들로 부터 배우기를 즐겨한다. 무엇이 그들의 추진력인지를 알고 싶다. 내 역은 하산하다 사망한 스캇 피셔인데 그는 생전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말했었다. 그의 이런 생각의 배후를 파악하고 싶었다.”

-실제로도 에베레스트를 등반할 의도가 있는가.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전에 인내심을 키워야 하는데 내게 그런 인내심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에베레스트 등반은 단순히 힘과 자신을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전략이다. 난 아직도 그것을 배우고 있는 중이다.”

-당신의 추진력은 무엇인가.
“나는 무언가를 시도하는 것을 좋아하고 스스로의 기준을 높이 세워 놓고 있다. 근면하고 밀고 나가던 아버지의 영향이다. 난 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을 싫어한다. 난 정말로 열심히 일하는 것을 좋아한다. 내가 맡은 역도 다 자기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다.”

-당신은 매우 폭력적이 될 수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평화로운 사람인가.
“둘 다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 몇 년간 내가 폭력적인 인물을 맡아 한 것도 나의 그런 면을 탐구해 보고 싶어서였다. 그러나 난 침착하고 사랑의 가능성도 지닌 사람이다. 빌 역을  맡은 것도 그가 처음에는 분노로 가득 찬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의 성공도 결국 이 분노가 가져다 준 것이다. 그가 몰락한 것도 같은 분노 때문이다. 따라서 그는 궁극적으로 이 분노와 싸울 줄 아는 방법을 배워야 했다. 내가 빌 역을 맡은 것은 그의 분노의 감정에 대해 호기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신이 나온 동성애를 그린‘브로크백 마운튼’이 나온 지 10년이 지났는데 그동안 얼마나 많은 것이 변했다고 보는가.
“대법원이 동성결혼을 합법화하자 내 어머니가 내게 판결문과 함께 편지를 보내 오셨다. 내용은 전부 사랑에 관한 것이었다. 그 뒤로 많이 변했지만 이직도 변해야 할 것들이 많다. 대법원 판결이 있고 나서 난 그동안 내게 찾아와 ‘브로크백 마운튼’이 자신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지녔는지를 얘기해준 사람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들로 인해 내가 변화에 작게나마 일조할 수 있었다는 믿음을 갖게 됐다.”

-역을 위해 다이어트를 했는가.
“체중만 조금 줄였지 다이어트는 하지 않았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시카리오(Sicario)


케이트(에밀리 블런트)가 마약 루트인 터널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미-멕시코 마약거래 둘러싼 고급 스릴러


서스펜스와 스릴이 가득한 미 멕시코 간의 마약거래를 둘러싼 스릴러로 처음부터 끝까지 숨을 죽이며 작품 속으로 빨려 들도록 강력한 흡인력을 지녔다. 내용과 연출과 연기 그리고 촬영과 음악과 편집이 모두 훌륭한 튼튼한 구성을 한 지적인 마약스릴러다. 
액션과 감정이 풍부하고 법집행자들의 애매한 도덕성까지 회의하는 지적인 작품인데 액션 스릴러로서도 성공했을 뿐 아니라 주인공들의 인물과 성격 개발도 아주 충실하다. 끔찍하고 폭력적인 장면도 많지만 결코 도를 넘지 않는 강건한 스타일을 지닌 영화인데 플롯이 주도면밀하고 복잡하지만 이해 못할 정도는 아니다. 재미 만점의 강렬한 고급 스릴러다.
특히 배우들의 연기가 볼만한데 그 중에서도 순진한 FBI 요원으로 나오는 영국 배우 에밀리 블런트의 뜨겁게 달아오르는 맹렬하고 매서운 연기가 일품이다. 몸과 마음을 꽉 감아쥔 약간의 접촉에도 튕겨날 것 같은 용수철의 긴장을 보는 것 같은데 새파란 눈이 발산하는 비수 같은 총기가 ‘양들의 침묵’의 조디 포스터를 연상케 한다. 
이 영화도 ‘양들의 침묵’처럼 여자가 주인공으로 그녀의 눈을 통해 얘기가 서술된다. 작품을 비롯해 블런트의 연기가 오스카상 감이라는 말이 나돌고 있다. 감독은 뛰어난 스릴러들인 ‘인센디지’와 ‘죄수들’을 만든 프랑스계 캐나다인 드니 비에뇌부.
애리조나주 광야에 덩그러니 혼자 있는 강력한 멕시칸 드럭범죄 집단 소유의 집을 이상주의자인 케이트 메이서(블런트)를 비롯한 FBI 요원들이 포위해 들어가는 모습을 멀리서부터 찍은 첫 장면부터 긴장감이 감돈다(감독의 사람의 마음을 서서히 교살하는 듯한 긴장감 있는 연출력이 좋다). 요원들은 여기서 벽 뒤에 감춘 수십 구의 사체를 발견하고 곧 이어 외딴 채에서 폭탄이 터진다.
이어 케이트는 샌들을 신은 건달 같은 자칭 국방부 고용계약자라는 맷 그레이버(조쉬 브롤린)가 포함된 미 정부의 부처간 통합된 대마약전담반에 의해 수사요원으로 선발된다. 그러나 케이트는 맷이 CIA 요원이라고 의심한다. 여기에 가담하는 사람이 과묵하고 일촉즉발의 위험성이 느껴지는 전직 멕시코 검사 알레한드로(베네시오 델 토로-제목은 히트맨을 뜻하는 스페인어로 알레한드로가 히트맨인데 그의 연기가 압도적이다). 그런데 알레한드로는 정의 구현보다 개인적 복수에 집념한다.
순진한 케이트가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이들 범죄조직이나 별 다름없는 조직에 가입하면서 그녀가 생각하던 정의에 대한 관념이 깊은 의문에 빠진다. 이들의 목적은 미국과 멕시코를 들락날락하면서 멕시코 마약조직의 고위 보스를 이용해 이 자의 위에 있는 최고위 보스를 잡아내는 것.
영화에서 숨을 죽이게 만드는 두 장면 중 하나가 미 멕시코 국경검문소 앞에 장사진을 친 차량들의 밀림 속에서의 미국 수사팀과 멕시코 마약밀매단의 대치. 명 촬영감독 로저 디킨스의 화면 구성과 촬영이 강렬한 서스펜스를 조성한다. 이와 함께 조명을 이용하지 않은 마약밀매단의 마약운반 터널 속을 밤에 침투한 장면도 긴장감 있다. R. Lionsgate. 아크라이트, 센추리15, 랜드마크.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블랙 매스(Black Mass)


지미 벌저(자니 뎁)는 파리잡듯 사람을 죽인다.


자니 뎁의 잔인하고 교활한 연기 눈길


1970년대 보스턴 남부의 서민층 동네를 말아먹던 악명 높은 ‘윈터힐 갱’의 두목인 아일랜드계 킬러 갱스터 지미 ‘와이티’ 벌저의 실화로 연기가 좋고 기능적으로도 우수하고 재미도 있지만 보통 갱영화의 범주를 뛰어넘지는 못한다. 피 끓는 열기와 심연 같은 어둠이 존재하는 대신 얘기를 너무 말끔하고 1차원적으로 끌고 가 흥분이 안 된다.
제프 브리지스가 오스카 주연상을 탄 ‘크레이지 하트’를 만든 스카 쿠퍼 감독은 마치 내 영화는 갱영화라기보다 인물과 성격 위주의 드라마라는 듯이 연출하고 있는데 따라서 긴박감이나 스릴이 미약하다. 과거 많이 본 또 하나의 갱영화라는 기시감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볼만한 것은 지미 역의 자니 뎁의 꿈에 볼까 겁나는 사악하고 잔인하며 또 뱀 같이 교활한 연기. 오스카상을 노린 연기인 듯 한데 최근 잇달아 흥행에 실패한 오점을 회복시켜 줄 만한 영화로 그의 연기만으로도 가 볼만하다  
영화는 지미를 배반한 그의 측근 졸개들이 경찰에게 지미의 비행을 까발리는 식으로 진행된다. 1975년. 지미는 보스턴 남부를 완전히 장악하고 온갖 범죄를 저지른다. 그러나 동네사람들은 자신들에게 친절하고 또 때론 도와주는 지미를 마치 로빈 후드로 여기고 지미 자신도 그렇게 생각한다.
이런 지미에게 그의 어릴 적 친구로 FBI 요원이 된 존 카널리(조엘 에저튼이 잘 한다)가 찾아와 이탈리안 마피아를 제거하기 위한 밀고자가 되어 달라고 요청한다. 그 대신 FBI가 지미의 범죄행각을 못 본 척하면서 사실 존은 지미의 공범이 되다시피 한다. 지미의 일당과 동네사람들은 똘똘 뭉쳐 서로 간의 충성이 삶의 신조이다시피 한데 존도 이 때문에 더 지미의 범죄를 묵인한다.
제3의 인물로 등장하는 것이 주 상원의원인 지미의 동생 빌리(베네딕 컴버배치). 그러나 형제간의 드라마는 충분히 개발되지 못했다. 범죄왕국의 왕 노릇을 하던 지미(현재 86세)는 결국 자기 졸개들의 배신으로 도주해 15년간을 숨어 살다가 2011년 캘리포니아의 샌타모니카에서 체포돼 현재 옥에서 두 번의 종신형을 살고 있다.   
가운데 머리털이 다 빠진 채로 검은 안경에 점퍼를 입고 썩은 이빨을 보이면서 잔혹하고 뻔뻔한 모습을 과시하는 뎁의 연기가 일품이다. 안경을 벗으면 마치 송장의 죽은 눈동자로 응시하는데 소름 끼친다. R. WB. 전지역. ★★★½(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오! 캐롤’




‘오! 캐롤 아임 벗 어 풀/달링 아이 러브 유 도우 유 트릿 미 크루얼/유 허트 미 앤드 유 메이크 미 크라이/벗 이프 유 리브 미 아일 슈어리 다이/’
참 옛날이다. 뛰어난 피아노 연주자로 수많은 히트 팝송을 작곡하고 노래 부른 닐 세다카(76·사진)가 1959년에 불러 전 세계적으로 빅히트한 이 노래를 내가 처음 들은 것이 고등학교 1학년 때였다. 그 때 나는 서울 명동에 있던 지하 음악감상실 ‘돌체’를 내 집 드나들다시피 해 감상실의 표를 받는 여자로부터 “이 학생 여기서 개근상을 주어야겠네”라는 칭찬(?)을 받기도 했다.
나는 ‘오! 캐롤’의 가사를 선배 감상실 단골로부터 적어 받아 달달 외워 혼자 흥얼대곤 했는데 이 노래는 당시 동네 꼬마들까지 ‘오! 캐롤 아임 벗 어 풀’하며 노래할 정도로 장안의 인기를 독차지 했었다.
그 때 ‘돌체’에서 들은 또 다른 빅히트곡이 폴 앵카가 부른 ‘다이애나’와 ‘크레이지 러브’다. 그 뒤로 ‘올디즈 벗 구디즈’ 팬이 된 나는 음반으로만 듣던 세다카와 앵카의 노래를 세리토스 공연센터(12700 Center Court Drive)에서 들었는데 그야 말로 감개무량이었다.
세리토스 공연센터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공연장으로 클래시컬 뮤직에서부터 팝과 연극과 발레를 비롯해 서커스까지 다양한 프로를 공연한다. 핼 홀브룩이 주연하는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도 여기서 봤고 탐 존스와 태미 위넷과 글렌 캠벨 그리고 앤디 윌리엄스와 자니 마티스, 고기 그랜트, 패티 페이지 및 팻 분 등의 노래와 로저 윌리엄스 피아노 연주도 다 여기서 들었다.
내가 세다카의 공연을 관람한 것은 근 20년 전이다. 거의 여자 음성 같은 맑은 고음에 예쁘장하게 생긴 그의 히트송들인 ‘오! 캐롤’ ‘런 샘슨 런’ ‘유 민 에브리싱 투 미’ 및 ‘캘린더 걸’ 등을 들으며 흥에 겨워 박수를 치면서 즐거워했던 기억이 삼삼하다.
‘인 더 바이블, 1,000 이여즈 BC/데어즈 어 스토리 오브 에인션트 히스토리’하면서 시작되는 ‘런 샘슨 런’은 천하의 요부 딜라일라에게 빠진 샘슨에게 그 변장한 악마를 피해 빨리 달아나라고 조언하는 노래다. 이 노래에 비하면 탐 존스는 빅히트곡 ‘딜라일라’에서 배신녀 딜라일라를 칼로 찔러 죽였으니 세다카와 존스는 서로 국적과 생김새와 체구와 창법도 다를 뿐 아니라 요부에 대한 대처 수단도 다르다.
‘캘린더 걸’은 1월부터 12월까지 달력 속에 있는 달콤한 여자들의 사진을 보면서 1년 내내 매일 같이 그들을 사랑한다고 고백하는 경쾌한 노래다. 세다카는 달력의 9월 여자를 보면서는 ‘아이 라이트 더 캔들즈 앳 유어 스윗 식스틴’하며 이 달에 16세가 된 애인의 생일을 축하하고 있다. 나는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고등학생 때 플레이보이 달력에 스케치로 그린 섹시한 여자들을 탐하던 생각이 난다.            
‘해피 버스데이 스윗 식스틴’은 세다카의 또 다른 히트곡이다. 그는 여기서 ‘해피 버스데이 스윗 식스틴/투나이츠 더 나잇 아이브 웨이티드 포/비커즈 유어 낫 베이비 에니모어’하며 소녀티를 막 벗어난 애인을 찬미하고 있다.
그런데 난 ‘캘린더 걸’이나 ‘해피 버스데이 스윗 식스틴’ 같은 즐거운 노래들보다는 ‘원웨이 티켓’이나 ‘브레이킹 업 이즈 하드 투 두’ 같은 실연과 상심의 노래가 더 좋다. 두 노래 다 애인에게서 버림받은 사내가 속 아프다며 울고 부는 노래들이다.
브루클린에서 태어난 세다카는 9세 때부터 줄리아드에서 피아노를 공부한 귀재로 13세 때 아르투르 루빈스타인에 의해 뉴욕의 클래시컬 뮤직 방송쇼 연주자로 선택될 만큼 실력이 훌륭했으나 팝에 강렬한 매력을 느껴 클래시컬 뮤직을 포기했다.
그가 먼저 팝송 작곡가로 대뜸 이름을 날리게 된 곡이 줄리아드 장학생 시절인 18세 때 카니 프랜시스를 위해 쓴 ‘스튜피드 큐피드’다. 역시 프랜시스가 나오고 노래도 부른 영화 ‘웨어 더 보이즈 아’의 주제가도 세다카가 작곡했다. 세다카는 프랜시스 외에도 다른 많은 팝가수들을 위해서 작곡을 했는데 탐 존스의 ‘퍼핏 맨’과 시내트라의 ‘더 헝그리 이여즈’ 및 캡튼 앤 터닐의 그래미상 수상작 ‘러브 윌 킵 어스 투게더’ 등이 그 대표곡들이다.
세다카가 처음 직접 불러 히트한 노래들은 1959년에 나온 ‘다이어리’와 ‘아이 고 에이프’ 및 ‘오! 캐롤’ 등인데 그의 음반은 이 때부터 생애 가장 인기가 높았던 1960년대 초까지 무려 2,500만여장이나 팔렸다. 세다카는 1963년부터 가수로서의 인기가 느슨해지자 작곡에만 전념하다가 1970년대 초 엘튼 존의 도움을 받아 출반한 두 음반 ‘세다카즈 백’과 ‘더 헝그리 이여즈’가 빅히트를 하면서 재기에 성공, 지금까지 60여년 간을 노래하며 살고 있다.
7순 중반의 나이에도 꾸준히 순회공연을 하고 있는 세다카가 오는 20일 하오 3시 세리토스 공연센터(562-467-8818)에서 노래 부른다. 나도 20년 만에 그를 다시 만나 ‘오! 캐롤’을 들으면서 추억과 동무를 하려고 내려갈 예정이다. 그동안 나도 늙었지만 세다카도 이젠 많이 늙었겠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