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5년 6월 8일 월요일

스파이 (Spy)


모터사이클을  탄 수전(멜리사 맥카시)이 적을 향해 총을 쏘고 있다.

현존하는 스크린의 최고의 여자 코미디언 뚱보 멜리사 맥카시가 치고 박고 뛰고 달리고 욕질을 해대면서 화면을 주름 잡는 흥미진진한 스파이 액션 코미디로 액션과 코미디가 아주 잘 뒤범벅이 돼 폭소를 터뜨리면서 흥분감에 빠지게 만든다. 
맥카시가 멋진 조연진들의 후광을 받으면서 완전히 영화를 말아먹다시피 하는데 기차게 우습고 활기 넘치는 연기를 한다. 내뱉는 것 같은 짧은 F자 투성이의 욕설과 농담을 비롯한 대사와 역동적인 행동이 어디 하나 못 쓸데가 없다.
맥카시를 스타로 만들어준 ‘브라이즈메이즈’와 ‘히트’를 감독한 폴 휘그(각본 겸)가 맥카시와 세 번째로 손잡고 만든 영화로 둘은 여자들이 주인공인 ‘고스트버스터즈’를 함께 리메이크할 예정이다. ‘스파이’는 일종의 남성 스파이 액션영화의 우스개 액션 여성 판이라고 하겠는데 맥카시는 ‘왜 그런 영화가 남자의 전유물이냐’고 대들 듯이 여성 파워를 과시하고 있다.
여자가 주연하는 액션 코미디의 귀감이 될 만한 작품으로 빅 히트가 예상되는데 상소리가 심하고 때로 액션이 과하게 폭력적인데도 거부감이 가지 않고 귀엽기만 하다. 기차게 재미있고 신나는 영화로 많은 조연진의 제 각각의 모습과 언행이 영화의 재미를 배가시키고 있다.      
영화는 처음에 제임스 본드 스타일의 멋쟁이 CIA 첩보원 브래들리 화인(주드 로)이 불가리아에서 핵폭탄을 가동시킬 수 있는 장치를 찾기 위해 여러 명의 적들과 격투를 벌이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브래들리의 대담무쌍한 액션은 CIA 본부에서 인공위성을 통해 적의 일거수일투족을 파악하고 있는 내근 여직원 수전 쿠퍼(맥카시)가 정보를 브래들리의 귀에 꽂은 리시버를 통해 알려 주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보는 것이다. 그런데 수전은 자기를 거들떠보지도 않는 브래들리를 짝사랑하고 있다.
브래들리가 핵무기 딜러인 독하게 예쁘게 생긴 레이나(로즈 번)에 의해 제거되고 레이나가 “나는 전 세계에 있는 CIA 요원의 신원을 알고 있다”고 공표하면서 수전의 상관(앨리슨 제니)은 레이나가 신원을 모르는 수전을 현장에 파견키로 결정한다. 좋아서 죽겠다는 수전은 사실 내근직 이전에 일선 현장요원으로서 훈련을 받았다. 수전의 일선 파견에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것이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런 요원으로 으스대는 리처드 포드(제이슨 스테이덤이 실수 연발의 스파이 연기를 포복절도 하게시리 해낸다).
수전은 절대로 현장에 뛰어들지 말고 옷가방 크기의 핵폭탄 가동장치를 소유한 레이나의 행적을 추적해 보고만 하라는 지시를 받고 먼저 파리로 간다. 파리에 이어 로마와 부다페스트를 돌아다니면서 상관의 지시를 무시한 수전의 천방지축식 액션이 일어나는데 이런 과정에서 수전을 동행하는 사람이 뚱보여자를 좋아한다는 이탈리아의 플레이보이 첩보원 알도(피터 세라피노위즈). 그리고 수전은 레이나뿐만 아니라 역시 핵폭탄을 노리는 기름이 반질반질 흐르는 세르지오 데 루카(바비 카나발리)도 상대해야 하느라 바쁘다 바빠.       
액션장면 중에서 가장 위험하고 재빠르고 또 박력 있는 것은 주방에서 벌어지는 식칼을 휘두르는 수퍼모델 암살자 대 수전의 격투. 매카시의 육체적 코미디의 절경인데 그가 알루미늄으로 만든 주방기구를 머리에 쓰고 암살자의 칼날을 막는 모습이 가관이다. 진짜 잘 한다. R Fox. 전지역.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러브 앤 머시 (Love& Mercy)


브라이언 윌슨(폴 데이노)이 TV 방송국에서 노래하고 있다.


1960년대 ‘굿 바이브레이션즈’ ‘슬룹 존 B’ ‘서핀 USA’ ‘서퍼 걸’ 및 ‘헬프 미 론다’ 등 수 많은 히트곡을 낸 캘리포니아 서프뮤직의 대표 보컬그룹이었던 비치 보이즈의 프론트 맨 브라이언 윌슨의 정신질환에 시달리는 개인적 삶과 사랑 그리고 그의 음악적 천재성 및 그룹 멤버들과의 관계를 진지하고 감정적으로 깊이 있게 그린 잘 만든 전기 영화다.
1960년대 브라이언이 젊었을 때의 음악활동과 1980년대 그가 정신질환에 시달리며 일종의 라스푸틴과도 같은 개인 의사 유진의 전횡적인 지배와 감시 하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치는 모습을 시간대를 오락가락하면서 그렸는데 이런 시간대의 바뀜이 다소 급작스런 느낌은 있지만 흥미 있고 폭과 깊이를 함께 갖춘 준수한 작품이다.
많은 다른 음악인들의 전기영화와는 달리 이 영화는 비치 보이즈가 열광하는 청중들 앞에서 공연하는 장면이 전연 없고 또 다른 노래하는 장면도 가급적 절제해 묘사하면서 브라이언의 음악가로서의 창조성과 내면의 악마에 시달리면서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에 집중하고 있다.
1980년대 브라이언(존 큐색)이 캐딜락을 사러 갔다가 아름다운 세일즈우먼 멜린다 레드베터(엘리자베스 뱅스)를 보고 첫 눈에 반해 그에게 구애를 한다. 이런 브라이언의 행동을 감시하는 것이 그의 개인 의사 유진 랜디(폴 지아매티). 브라이언과 멜린다가 데이트를 시작하자 유진은 멜린다를 자기 사무실로 불러들여 자신이 정신질환을 앓는 브라이언의 건강에 전적으로 책임을 지고 있으며 그의 법적 대리인임을 밝히면서 데이트 할 때의 브라이언의 행동을 자기에게 보고하라고 지시한다.
장면은 1960년대로 돌아가 브라이언(폴 데이노)과 그룹 멤버들 간의 음악활동이 진행된다. 브라이언은 대중 앞에서의 공연보다 스튜디오에서 녹음하는 것을 더 좋아하면서 인기 있는 서프뮤직을 넘어 보다 진지하고 복잡한 음악을 작곡하려고 한다.
이 때문에 멤버들과 갈등이 생기는데 비치 보이즈가 일본 공연을 갔을 때도 브라이언은 LA에 남아 머릿속에 있는 음악적 영감을 실제로 표현하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엘비스와 시내트라 등 수 많은 유명 가수들의 노래를 반주한 스튜디오 악단 레킹 크루를 고용해 획기적인 음악을 작곡하고 편곡한다. 그리고 브라이언은 서서히 정신질환에 시달리게 된다.
멜린다는 브라이언의 두 번째 아내가 돼 지금까지 행복하게 살고 있고 돌팔이 유진은 법원의 판결에 따라 면허가 취소되면서 브라이언은 마침내 자유의 몸이 된다. 영화는 멜린다가 브라이언의 자유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뛰어난 것은 브라이언의 역을 맡은 두 배우 데이노와 큐색의 연기다. 둘 다 브라이언과 닮은 데라곤 없지만 그의 음악적 천재성과 정신적 육체적으로 자신의 적과 싸우는 내적 연기를 매우 훌륭하게 보여준다. 빌 폴래드 감독. PG-13. Roadside. 전지역. ★★★½(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본드 악인 신재승




007 제임스 본드 영화에서 주색잡기에 능한 킬러 스파이 본드에 못지않게 흥미 있는 인물이 본드 악인과 본드 걸이다. 특히 본드는 본드 악인이 없었더라면 평범한 술꾼 플레이보이 스파이에 지나지 못했을 것이다.
본드 악인은 냉혈동물 같은 킬러에서부터 거의 어릿광대처럼 구는 인물들까지 다양한데 여러 악인들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인물이 탐욕스럽고 냉소적인 오릭 골드핑거일 것이다. 역대 007시리즈 중 가장 잘 만들었다는 평을 받은 ‘골드핑거’에서 황금광 골드핑거로는 독일 배우 게르트 프뢰베가 나오는데 복덕방 아저씨 같은 모습의 프뢰베가 본드를 가지고 놀다시피 한다.
그런데 이 골드핑거의 바디가드이자 킬러로 벙어리인 아드잡(막일이라는 뜻)은 한국인이다. 거구에 검은 상의와 타이를 매고 치명적인 금속 테두리를 한 샐크햇을 사용해 사람 잡는 아드잡역은 일본 올림픽 역도선수 해롤드 사카다가 했다. 결국 아드잡은 영화 끝에 이 실크햇 때문에 본드에 의해 감전사 당한다.
본드 악인으로 나온 또 다른 한국인으로는 ‘다이 어나더 데이’에서 킬러 자오로 나온 릭 윤(사진)이 있다. 그는 남침을 시도하는 북한군 대령(한국계 윌 윤 리)의 하수인으로 나와 본드와 싸우다 황천으로 간다.
아드잡과 자오에 이어 세 번째로 본드 악인으로 등장하는 인물이 신재승이다. 신재승은 오는 9월8일에 출간될 영국 작가 앤소니 호로위츠의 제임스 본드 소설 ‘트리거 모티스’(Trigger Mortis)에 나오는데 복수심에 불타는 새디스틱하고 간교한 인물이라고 최근 외신이 전했다. 아드잡이나 자오보다 훨씬 비중이 큰 역으로 알려졌다. 왜 호로위츠가 본드 악인으로 한국인을 골랐을까.
호로위츠는 서스펜스 미스터리 베스트셀러 작가로 특히 제임스 본드 소설의 작가 이안 플레밍과 명탐정 셜록 홈즈를 만들어낸 코난 도일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고 한다. 그는 인터뷰에서 “본드와 홈즈야 말로 영국을 가장 충분하게 정의하는 인물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트리거 모티스’는 플레밍 가족의 허락을 받아 쓴 것으로 원고 초본을 읽어본 가족은 “손톱을 깨물게 만드는 소설로 이안의 타이프라이터에서 찍혀 나온 것이나 다름없다”고 칭찬했다고 영국의 텔레그라프지가 말했다.
소설은 호로위츠가 플레밍의 가족으로부터 받은 플레밍의 단편 유고로 TV 시리즈에 사용할 예정이었으나 쓰지 않은 ‘머더 온 휠’(Murder on Wheel)에 자신의 아이디어를 섞어 썼는데 호로위츠는 인터뷰에서 “진짜 본드로 되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얘기는 ‘골드핑거’가 끝난 지 2주 후인 1957년에 시작된다. 본드가 참가한 유럽 국제 자동차경주대회인 포뮬러 원으로부터 시작해 미국과 소련이 우주전쟁을 벌이는 가운데 본드가 미국의 우주계획을 사보타지하려는 소련의 음모를 분쇄한다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 소설에서 본드 걸이자 본드 악인으로 나오는 여자가 ‘골드핑거’에서 본드 걸로 나왔던 푸시 갤로어라는 점이다. 호로위츠는 본드 소설 중 ‘골드핑거’를 제일 좋아해 푸시 갤로어를 재등장시킨 것으로 알려졌는데 소설에는 푸시 갤로어 외에도 새 본드 걸로 제파디 레인이 나온다고 한다.
레즈비언이기도 한 푸시 갤로어(이름이 아주 음탕하다)는 역대 본드 걸 중에서 가장 품위 있고 농염한 섹스어필을 분출하는 여자다. 영화에서 그 역은 풍만한 육체와 느끼할 정도로 진한 얼굴을 한 오너 블랙만이 맡아 본드 역의 션 코너리와 화끈한 러브신을 보여준다. 굿 콤비네이션!
본드 걸 하면 보통 본드의 성적 노리개로 생각하기 쉬우나 많은 본드 걸들이 본드를 죽이려는 본드 악인들로 나왔다. 이들은 처음에는 본드의 야수적 성적 매력에 굴복, 그와 정사를 나누다가 뒤늦게 제 정신을 차리고 자기 직분으로 되돌아가곤 한다.
여자 본드 악인 중에서 가장 겁나는 사람이 ‘007 위기일발’에서 국제 테러암살단’인 ‘스펙터’의 아주머니 킬러 로사 클렙(롯테 레냐)이다. 로사는 구두 앞꿈치에서 튀어나오는 독침으로 사람 잡는다. 그러나 로사는 나이도 많고 팔등신 미녀가 아니어서 본드와 통정하진 않는다.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으로 여자를 성적 노리개 정도로나 생각하는 본드가 사랑에 빠져 결혼한 적이 있다. ‘여왕폐하의 007’에서 제2대 본드인 조지 레젠비가 유럽 범죄조직의 두목 드라코의 외동딸 트레이시(다이애나 릭)를 사랑해 결혼하나 트레이시는 결혼식 직후 ‘스펙터’의 두목 블로펠드(텔리 사발라스)에 의해 암살된다. 터프 가이 본드가 눈물을 흘린다.  
골드핑거 외에 카리스마 강한 본드 악인으로는 역시 ‘007 위기일발’에서 ‘스펙터’의 킬러로 나오는 도널드 ‘레드’ 그랜트(로버트 쇼)를 꼽을 수 있다. 그랜트는 금발에 준마처럼 탄탄한 체구를 지닌 찬피동물로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파리 잡듯이 살인을 한다.
오는 11월에 개봉될 24번째 007시리즈 ‘스펙터’에서는 오스카 수상자인 오스트리아 배우 크리스토프 월츠가 본드 악인으로 나오고 본드 걸로는 레아 세이두와 모니카 벨루치(50)가 나온다. 벨루치는 역대 본드 걸 중 가장 나이 먹은 여자다.
‘트리거 모티스’가 영화로 만들어지면 과연 한국의 어느 배우가 신재승의 역을 맡게 될지 자못 궁금하다. 옛날처럼 중국이나 일본 배우 쓰지는 않겠지.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2015년 6월 1일 월요일

샌안드레아스 (San Andreas)


구조헬기 조종사 레이(드웨인 잔슨)가 지진으로 쑥대밭이 된 샌프란시스코를 내려다 보고 있다.

LA·SF 덮친 9.2 빅원 “오 마이 갓”


지진 구경하다가 사람 골병들겠다. 정말 피곤한 영화다. 플롯이나 인물들의 제대로 된 개발은 뒷전에 놓고 시종일관 특수효과를 동원해 캘리포니아를 박살내는데 주인공들이 “오 마이 갓”을 후렴처럼 계속해 내지른다. 그래 정말 “오 마이 갓”이다. 제목은 캘리포니아주를 관통하는 지진대 이름.
툭하면 땅이 흔들리는 LA와 샌프란시스코를 비롯해 캘리포니아에 사는 사람들에겐 다시 한 번 지진 대비책을 생각하게 해줄 영화라는 점에서 주정부에 기여하는 바는 있지만 지진의 광란만가지곤 얘기가 부족해 써 넣은 가족애와 전연 어울리지 않는 로맨스 그리고 주인공은 꼭 마지막에 가서야만 구출된다는 상투적인 설정이 어색하기 짝이 없다.
찰턴 헤스턴과 에이바 가드너가 주연한 대형 졸작 ‘지진’(1974) 등 대재난 영화들이 많이 나온 1970년대의 영화들을 연상시키는 영화인데 이번 영화에서 땅덩어리가 칼로 버터 자르듯이 통째로 뭉텅 절단되는 샌프란시스코는 1906년에 대지진이 일어나 3,000여명이 사망하고 도시의 80%가 화재로 파괴됐다. 이 지진은 1936년에 스펜서 트레이시, 클라크 게이블 및 재넷 맥도널드가 공연한 ‘샌프란시스코’라는 영화로 만들어졌는데 필견의 명화다.      
‘샌안드레아스’는 처음에 맛보기로 LA 소방국 소속 베테런 수색 구조요원 레이(레슬러 출신으로 별명이 ‘록’인 드웨인 잔슨)가 헬기로 절벽에 매달린 자동차에서 젊은 여자를 구출하는 장면으로 시작되는데 이 장면은 스릴 있다.
이어 칼텍의 지진 전문 교수 로렌스(폴 지아매티)가 라스베가스 인근에서 발생한 심한 진동이 릭터기에 기록되자 조교 김박 박사(한국계 윌 윤 리로 세상에 이런 한국 이름도 있는지 금시초문이다)와 함께 조사차 후버댐에 간다. 그리고 지진이 일어나고 후버댐이 터지면서 김 박사는 장렬한 죽음을 맞는다. 아무리 소수계 배우지만 너무 빨리 죽는다. 로렌스는 TV 인터뷰에서 이번 지진의 여파는 미 동부에서도 느낄 수 있다고 말하는데 글쎄올시다 이다.
이어 진도 9.2의 지진이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하는데 먼저 LA에서 일어나면서 최근에 지은 것이 분명한 다운타운의 초현대 고층빌딩이 무너지고 빌딩 꼭대기에 있는 식당에 들렀던 레이와 이혼수속 중으로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대규모의 회사 사장 대니얼(아이오안 그루퍼드)과 동거중인 아내 엠마(칼라 구지노)가 “오 마이 갓”을 내지르며 레이에게 구조를 요청한다.
LA의 할리웃 사인과 함께 빌딩들이 무너지고 사람들이 아우성을 치는 가운데 이번에는 지진이 샌프란시스코를 덮친다. 마침 이 곳에 있던 레이와 엠마의 장성한 딸 블레이크(알렉산드라 다다리오)가 역시 “오 마이 갓”을 내지르며 아버지에게 구조를 요청한다.
지진이 나면서 블레이크가 탄 차가 지하 주차장에 갇히는데 이를 구조하는 남자가 빌딩에서 잠깐 만나 인사를 나눈 영국 청년 벤(휴고 존스턴-버트)과 그의 어린 남동생 올리(아트 파킨슨).
이에 레이는 엠마와 함께 딸을 구하려고 헬기와 자동차 그리고 경비행기를 번갈아 타고 샌프란시스코로 향한다. 그리고 계속해 샌프란시스코가 박살이 나는데 높이 15피트의 쓰나미 파도가 이 도시를 덮치면서 블레이크는 빌딩과 함께 물 속에 갇힌다. *할리웃 외신기자협회(HFPA)의 동료 일본기자 요코에 의하면 일본에서는 이 영화가 상영되지 않는다고 한다. 브래드 페이턴 감독. PG-13. New Line. 전지역. ★★½(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젬마 보버리 (Gemma Bovery)


빵집 주인 마르탱(오른쪽)은 아름다운 육체파 젬마를 감시하며 탐낸다.

이웃집 여인을 탐하지만… 비극적 코미디


제니퍼 존스와 이자벨 위페르 등이 나온 영화로도 만들어진 플로베르의 소설 ‘보바리 부인’의 경량급 로맨틱 코미디(끝은 코미디는 아니지만 코믹한 비극적 사건으로 종결된다)로 프랑스 노르망디 시골의 풍경과 주인공 역의 아름다운 영국산 육체파 젬마 아터튼이 눈부시다. 
크게 나무랄 데는 없는 미풍 같고 시치미 뚝 떼는 코미디인데 주인공 젬마보다는 오히려 옆집에서 젬마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면서 그녀를 탐내는 빵집 주인 역의 명 코미디언 화브리스 뤼시니가 주인공인 셈이다. 
파리에서 출판업을 하다가 걷어치우고 가업인 빵집을 경영하려고 노르망디의 한 작은 마을 고향집으로 아내(이자벨 캉드리에)와 좀 덜 떨어진 10대 아들(케이시 모텟 클라인)과 함께 내려온 마르탱(뤼시니)의 옆집에 눈부시게 아름답고 육체가 탐스러운 영국인 젬마 보버리(아터튼)가 남편 찰리(제이슨 플레밍)와 함께 이사를 온다. 영화는 마르탱의 해설로 진행된다.
지루하고 따분한 시골생활에 좀이 쑤시는 마르탱은 이 때부터 소설 ‘보바리 부인’의 주인공과 이름이 비슷한 젬마를 감시하면서 탐을 낸다. 뤼시니가 딸 수 없는 열매를 찬탄과 욕망의 눈길로 훔쳐보는 연기를 기차게 잘한다.         
역시 따분하기는 마찬가지인 실내 장식가인 젬마가 이 동네에 거대한 저택이 있는 귀족집의 미남이요 신체 건강하고 젊은 아들 에르베(닐스 슈나이더)를 만나면서 둘은 격정에 휩싸인다.  이를 감시하면서 투덜대는 마르탱. 여기에 과거에 젬마와 관계를 가졌던 플레이보이가 나타나 관계의 재연결을 간청하면서 얘기는 비극이 움츠리고 있는 내리막길로 접어든다.
영화는 젬마의 시각이 아니라 마르탱의 시각으로 전개되는데 그래서인지 젬마의 역이 충분히 살아나질 못한다. 아터튼은 육체적으로 감각적이긴 하나 시골생활의 권태와 질식할 것 같은 가정생활의 무료함에 시달리는 여인의 역을 실감 있게 표현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그녀는 눈요깃거리가 되고 말았다. 
영화는 뤼시니가 말아먹다시피 하는데 마지막에 젬마의 집에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의 여주인공 이름과 비슷한 여자가 이사를 오면서 마르탱의 고전소설과 옆집 여인에 대한 호기심에 다시 불을 댕긴다. 6월12일에 미아 와시코우스카가 주연하는 심각한 ‘보바리 부인’이 개봉된다. 성인용. Music Box. 랜드마크(피코+웨스트우드), 타운센터 5(엔시노), 플레이하우스 7(패사디나).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할리웃‘여성영화 전성시대’열리나


‘피치 퍼픽 2’는 15일 개봉 첫 주말 6,900만달러를 벌었다.


남성위주의 할리웃이 계속해 젊은 남자 관객들을 위한 만화 속 수퍼히로들이 판을 치는 액션영화를 양산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들어 여성 팬들을 겨냥한 영화들이 빅히트를 하면서 할리웃이 여성용 영화제작 방향으로 키를 움직이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LA타임스가 보도했다.
최근 ‘여성파워’의 위력을 과시한 영화가 안나 켄드릭과 레벨 윌슨 등 여러 명의 여자 배우들이 주연한 ‘피치 퍼픽 2’. 노래와 춤이 있는 대학교 아카펠라 합창단원들의 코미디인 이 영화는 15일에 개봉, 주말 3일간에 무려 6,920만달러의 흥행수입을 냈다. 이 영화는 감독도 배우이기도 한 여류 엘리자베스 뱅스인데 뱅스는 여성 감독 데뷔작으로 할리웃 사상 최고의 주말 3일간의 수입을 올린 기록을 냈다.
‘피치 퍼픽 2’의 수입은 같은 주말 흥행 2위를 한 ‘매드 맥스: 분노의 길’이 낸 4,540만달러를 훨씬 앞지르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매드 맥스’의 주인공은 매드 맥스라기보다 샬리즈 테론이 맡은 여전사 퓨리오사라고 할 수 있다. 테론은 매드 맥스 역의 탐 하디 못지않게 액션을 과시하고 있어 이 영화는 남성위주의 액션영화라는 틀 속에 ‘여성파워’를 강조한 영화라고 하겠다.
올 들어 여성영화로서 성공한 것은 이들 외에도 ‘신데렐라’와 ‘그레이의 50가지의 색조’가 있는데 이들은 올 들어 현재까지 흥행수입 3위와 4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경우에 여성영화로서 흥행에 성공한 것은 앤젤리나 졸리가 나온 ‘말리피슨트’와 10대용 최루영화 ‘폴트 인 아우어 스타즈'. ‘폴트 인 아우어 스타즈’는 같은 주말에 개봉된 탐 크루즈 주연의 ‘에지 오브 투모로’의 흥행수입을 앞지르고 4,820만달러를 벌어들였다.
곧 개봉될 여배우 주연의 여성용 영화로 빅 히트가 예상되고 있는 것이 멜리사 맥카시가 첩보원으로 나오는 액션 코미디 ‘스파이’(6월6일 개봉). 이 영화는 역시 맥카시가 주연해 빅 히트한 ‘신부 들러리들’과 ‘히트’를 감독한 폴 휘그가 연출했는데 같은 주말에 개봉될 남성영화 ‘앙투라지’의 흥행을 능가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그런데 휘그 감독은 지금 남자들 대신 맥카시 등 여배우들이 나오는 ‘고스트버스터즈’ 리메이크를 연출 중이다.
이어 7월1일에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나오는 남성영화 ‘터미네이터: 제네시스’에 맞서 개봉되는 여성용 영화 ‘매직 마이크 XXL’과 7월17일에 만화가 원전인 남성영화 ‘앤트맨’에 맞서 개봉될 여자 코미디언 에이미 슈머가 나오는 ‘트레인렉’도 빅 히트가 예상되고 있다.
스튜디오들은 사실 총 관객의 절반을 구성하는 여성파워를 이미 감지하고 있었다. 최근 들어 액션위주의 블락버스터 영화에 여자들을 과거보다 많이 등장시키고 있는 것이 그 좋은 예다. 현재까지 빅 히트를 하고 있는 ‘어벤저스: 얼트론의 시대’에서 스칼렛 조핸슨이 맡은 블랙 위도 역을 보다 폭 넓게 다루고 있고 조핸슨 외에 스칼렛 위치 역으로 또 다른 여배우 엘리자베스 올슨을 기용한 것이 그같은 경우라고 타임스는 말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여성영화의 장르를 로맨틱 코미디나 로맨틱 드라마에만 국한시킬 것이 아니라 액션영화를 비롯한 모든 장르로 확대시켜야 할 것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이들은 ‘피치 퍼픽 2’에 이어 올 여름에 나올 여성영화들이 빅히트가 예상되면서 2015년도 총 흥행수입이 할리웃 사상 초유의 112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인기 여배우들이 나온 여성영화라고 해서 모두 흥행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8일에 개봉된 리스 위더스푼과 소피아 베르가라가 나온 버디 코미디 ‘뜨거운 추격’은 개봉 첫 주말 1,330만달러를 번데 이어 두 번째 주말에는 관객이 59%나 감소했다. 이 영화는 여류 앤 플레처가 감독했으나 여성 팬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그러나 할리웃은 아직도 남성위주의 세상이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에 흥행 탑들을 기록한 영화의 주인공들 중 여배우들이 차지하는 비율은 달랑 12%에 지나지 않는데 이것은 2013년에 비해 3%가 줄어든 수치다. 그리고 지난해에 할리웃의 6대 스튜디오들이 배급한 영화들 중 여자 감독이 만든 것은 불과 4.6%에 지나지 않는다. 이에 따라 미 민권자유 유니언은 최근 이 같은 고용 불균형을 수사해 달라고 당국에 의뢰했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아푸’3부작




인도의 벵갈 깡촌에서 태어난 소년 아푸의 삶의 서클을 그린 인도의 명장 사티아짓 레이의 ‘아푸’(Apu) 3부작은 인도 영화를 세계적인 예술영화의 무대에 올려놓은 인생과 인간성에 관한 풍요한 찬미다. 인도 영화계의 마하트마 간디라 불린 레이의 이 3부작은 세계 영화 사상 최고의 걸작 중 하나로 꼽히고 있는데 비부티부산 배너지의 2권으로 된 베스트셀러가 원작. 영화는 1955년 제1편이 만들어진 뒤 5년간에 걸쳐 3편이 완성됐다.
마치 이탈리아의 네오리얼리즘을 연상케 하는 자연광과 현장을 이용한 영화들은 가난하고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낙천성과 함께 강한 생명력을 구사하는 아푸의 삶을 어려서부터 아버지가 될 때까지 윤회하듯이 아름답고 정직하고 또 민감하게 그렸다.
가슴 다한 연민의 정과 자비롭게 통찰하는 눈길 그리고 시적인 붓질로 인생을 관조한 심오한 영화인데 절제되고 정적인 카메라가 포착한 인간성의 적나라한 내면의 조감도라고 하겠다. 흑백화면이 광채를 발휘, 보는 사람을 아름다운 이미지 속으로 침잠케 만든다.
특히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배우들이 마치 거리에서 만날 수 있는 보통 사람들 같아 작품의 사실성을 더욱 북돋우는데 대화가 별로 많지 않은데도 찌들고 여윈 삶을 헤쳐 나아가는 아푸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의 삶의 궤적이 웅변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고요와 함께 소용돌이치는 역동성이 오묘한 조화를 이루는 영화로 가깝고 상냥하며 비탄적이면서도 삶에 대한 긍정으로 술렁거리는데 이런 영화의 분위기와 내용을 인도의 세계적 시타 음악가인 라비 샨카르의 음악이 뒤에서 효과적으로 반주해 주고 있다.  
1955년에 만든 3부작의 제1편 ‘파터 판찰리’(Pather Panchali)는 ‘작은 길의 노래’(Song of the Little Road)라는 뜻으로 레이의 영화 데뷔작이다.
벵갈의 깡촌에서 평승려인 아버지와 잔소리가 많지만 굳건하고 실제적이며 다정한 어머니 밑에서 태어난 아푸가 검고 큰 눈으로 세상의 경이를 보고(사진) 경험하면서 자라는 얘기다. 카메라가 아푸의 눈에 비친 모든 것이 새롭기만 한 시골 정경을 조용하고 곱게 화폭에 담는다.
아푸의 또 다른 가족은 아푸의 독립심 강한 어린 누나와 죽음의 변두리에서 서성대지만 장난기를 잃지 않은 깡마른 꼬부랑 할머니(이 할머니를 통해 우리는 닥쳐올 죽음을 관조할 수 있다). 아버지는 출장이 잦아 아푸는 여자들 틈에서 자라는 셈이다. 인간적이요 솔직하며 아름다운 영화다.
제2편은 ‘아파라지토’(Aparajito)로 ‘정복되지 않는 사람들’(The Unvanquished). 원래 레이는 속편을 만들 생각이 없었으나 ‘파터 판첼리’가 세계적으로 성공하면서 속편을 만들었다.
아푸의 누나가 병으로 죽으면서 슬픔에 빠진 가족이 시골을 떠나 시끌벅적한 도시 베나레스로 이사 온다. 카메라가 도시의 혼란의 소리와 풍경을 있는 그대로 스크린에 담아낸다. 호기심과 지적 욕구가 많은 10대 소년 아푸가 콜카타에서 공부하며 성장하는 모습과 그와 어머니와의 관계(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성장과정과 비슷한 어머니를 둔 아푸가 나처럼 느껴졌다)를 표현력 풍부하게 묘사했는데 1957년 베니스영화제서 대상인 황금사자상을 탔다.
제3부는 ‘아푸 산사르’(Apu Sansar)로 ‘아푸의 세계’(The World of Apu). 이 영화는 레이가 그의 또 다른 걸작 ‘음악실’(The Music Room)로 세계 영화계의 전설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만들었다.
20대가 된 아푸는 작가로 평생을 살기로 결심하면서 박봉에 콜카타의 달동네에 살면서도 글쓰기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그의 낙천성과 생명력에 감염이 된다. 어느 날 아푸는 친구와 함께 시골에 있는 친구의 친척집에 놀러 갔다가 남의 부인이 될 젊고 아름답고 총명한 여자와 벼락치기로 결혼을 하게 된다.
아푸와 아내는 콜카타의 쪽방에서 행복한 신혼살림을 하는데 아내가 임신을 하면서 출산 차 친정으로 내려간다. 그리고 아내가 아들을 낳으면서 사망한다. 깊은 슬픔에 빠진 아푸는 아들을 보기조차 마다하고 집을 떠나 방랑의 길로 접어든다. 그리고 그동안 써놓은 귀중한 소설 원고도 바람에 날려 보낸다.
전3부작을 통해 가장 감동적인 장면이 제3편의 마지막 장면. 아푸가 다시 방랑의 길을 떠나기 전 아내의 집에 와 어린 아들과 대면하는데 아들은 아푸에게 돌팔매질로 자기를 버린 아버지를 탓한다. 부자간의 짧지만 긴장감 감도는 갈등이 끝나고 아들을 목마 태우고 미래를 향해 발길을 옮기는 아푸의 얼굴에 미소가 감돈다. 콧등이 시큰해진다. 이로써 아푸의 삶이 한 바퀴 돌아온 셈이다.
레이의 또 다른 명화들로는 ‘데비’(Devi), ‘미들맨’(The Meddleman), ‘체스하는 사람들’(The Chess Players), ‘방문객’(The Visitor) 등이 있다. 나는 ‘아푸’ 3부작을 최근 웨스트LA에 있는 뉴아트 극장에서 아침부터 오후에 걸쳐 오래간만에 다시 봤는데 가득한 사랑에 숙연해 졌었다. 당신의 영혼의 깊이를 더욱 깊이 파주는 평화로운 작품으로 영화의 근본적인 힘을 깨닫게 된다. 디지털로 복원된 ‘아푸’ 3부작이 6월4일까지 뉴아트(11272 샌타모니카·310-281-8223)에서 상영된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