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5년 4월 19일 일요일

‘어벤저스: 얼트론의 시대’크리스 에반스·크리스 헴스워드




“고교 여름캠핑처럼 촬영은 장난·재미 가득”


5월1일에 개봉되는 마블만화를 원작으로 만든 올스타 캐스트의 액션 모험영화‘어벤저스: 얼트론의 시대’(Avengers: Age of Ultron)에서 각기 캡틴 아메리카와 토르로 나오는 크리스 에반스(34·오른쪽)와 크리스 헴스워드(31)와의 공동 인터뷰가 11일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에서 있었다.모두 미남으로 건장한 체격을 지닌 에반스와 헴스워드는 인터뷰 시간 동안 시종일관 서로 이름이 같은 것에 대해 농담을 주고받으며 신이 난 아이들처럼 즐거워했다. 특히 전형적인 미국 미남의 얼굴을 한 에반스가 더 장난이 심했는데 옆에 앉은 헴스워드를 놀려가면서 큰 소리와 제스처를 동원, 질문에 대답했다. 이 영화의 일부를 서울서 찍어 에반스는 한국을 방문해 머물렀는데 인터뷰에서“정말로 대단한 경험을 했다”고 서울 방문 소감을 밝혔다. 그는 영화 홍보 차 다시 서울 방문을 위해 15일 출국했는데 기자가 인터뷰 후 사진을 찍을 때“서울을 즐기도록 하라”고 말하자“그러겠다”며 큰 미소를 지었다.           

-왜 이 영화가 그렇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에반스-(헴스워드를 가리키며) “살아 있는 사람들 중에서 가장 섹시한 남자가 나와서다.”
*헴스워드-“캡틴 아메리카가 있기 때문이다. 얘기가 재미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영웅과 정의와 불의 등 여러 가지 얘기를 지닌 현실을 가상화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그들의 상상력을 사로잡아 그 안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고 본다. 나도 이 영화를 생각하면 팬들처럼 흥분하게 된다.”

-(에반스에게) 당신은 영화 촬영차 한국을 방문했는데 소감이 어떤가.
“당신네들 정말로 대단하더라. 공항에서의 환영인파에 진짜로 놀랐다. 어디를 가도 환영일색이었고 팬들도 열광해 참으로 좋았다. 난 이미 봉준호 감독과도 ‘설국열차’에서 함께 일을 해 한국은 반가운 곳이다. 그리고 한국 영화인과 함께 일하는 것에도 마음 설레고 있다. 따라서 자기 작품에 대해 열광하는 곳에 도착한다는 것은 언제나 고무적이며 바로 그것이 영화를 만드는 것에 대한 보답이다. 난 이번 주 안에 서울에 간다.”

-(헴스워드에게) 토르의 힘은 그의 망치에서 오는데 실제로 당신 자신이 힘은 어디서 오는가.
“힘의 능력은 그 안에 있는 것에서 온다. 내 힘이 어디서 오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여러 다른 것에 대한 다른 동기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이기적일지는 몰라도 나의 동기는 내 삶이었다. 그리고 이젠 내 가족 특히 내 아이들이다. 그들이 나의 힘이요 가장 강한 동기다.”

-어머니날이 곧 다가오는데 어린 아이들을 셋이나 키우느라 수고가 많은 아내에게 무엇을 해주겠는가.
*헴스워드-“아이들은 엄마에게 아침을 만들어 대접할 것이고 난 나대로 멋있고 특별한 대접을 할 것이다. 그리고 그 날은 아이들이 울지 않게 돌보겠다. 그런데 어머니날은 전 세계적으로 같은 날인가 아니면 각기 다른 날인가.”              
‘어벤저스: 얼트론의 시대’의 캠튼 아메리카 역의 크리스 에반스(왼쪽)와 토르(크리스 헴스워드).

-이 영화는 전편보다 유머가 많은데 특히 당신 두 사람의 역이 유머가 남달리 많다. 즉흥적인 것이라도 있는가.
*헴스워드-“각본에 따른 것이다. 그 각본은 영화의 성경과도 같아서 난 내 아이디어를 내놓지 않았다. 그러나 영화 제작 초창기에 조스 웨던 감독과 토르를 보다 유머러스하게 만들자고 논의는 했다. 왕처럼 뻣뻣한 신이 아니라 보다 인간적인 신으로 만들자고 했다. 팬들에게 보다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서다.” 
*에반스-“신인 헴스워드는 엄숙하게 말을 해야 해 유머를 구사하기가 힘들었던 것으로 안다. 그의 대사가 내 것이 아닌 것이 천만다행이다. 난 그것을 해낼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헴스워드는 그런 대사를 아주 우습게 잘 처리했다. 이 차이가 바로 내가 헴스워드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곧 있을 세계적 권투경기인 필리핀의 매니 파퀴아오 대 미국의 플로이드 메이웨더의 시합을 보겠는가.
*(둘이 모두)“물론이다.”
*헴스워드-“난 파퀴아오에게 걸겠다. 난 파퀴아오의 힘과 컨디션 코치인 저스틴 포천으로부터 훈련을 조금 받았다. 난 두 사람 모두의 팬이지만 파퀴아오가 이기기를 바란다.”
*에반스-“난 메이웨더에게 걸겠지만 막상막하의 경기가 될 것이다.”

-이 영화는 당신들이 초고도의 기술로 만들어진 적을 무찌르는 얘기인데 당신들은 최신기술에 얼마나 익숙한가.
*헴스워드-“난 트위터도 남이 써 준다. 도통 뭐가 뭔지 모르겠다. 그것이 필요가 없다고 거절하다가도 세상이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기 때문에 결국은 받아들여야 한다고 본다. 아니면 뒤처지게 마련이다. 그런 것이 두려워도 미래는 인공지능 등 새로운 기술들이 나올 것이기에 그에 관한 지식으로 무장해야 할 것이란 생각이다.”
*에반스-“나도 트위터는 요즘에야 알았다. 처음에는 그것을 안 쓰려고 하다가 2년 전에야 시작했다. 헴스워드 말이 맞다. 뒤처질 수는 없지 않은가. 나의 부모님께 온라인 사용법을 가르쳐 드린 기억이 나는데 아마 후에 내 아이들도 내가 새 기술을 몰라 당황해 하면 웃을 것이다. 따라서 어느 정도 새 기술에 대해서 알고 있어야 한다.”  

-세상에서 없으면 못 살 것이 무엇인가.
*에반스-“커피다.”
*헴스워드-“크리스 에반스다.”

-보통 때 날을 어떻게 보내는가.
*헴스워드-“영화에 나올 때와 안 나올 때가 서로 다르지만 아이들 때문에 새벽 5시에 깬다. 그리곤 소란을 떨면서 장난들을 치기 때문에 나도 일어나야 한다. 아이들은 보통 오후 8시에 자는데 난 그 때 한 30분간 TV를 본 후 취침한다.”
*에반스-“난 새벽 5시나 돼야 취침하는데.”

-당신들은 마블만화를 원전으로 한 영화에 나오면서 유명해졌는데 소감이 어떤가.
*에반스-“마블은 우리 둘에게 좋은 결과를 가져다주었고 그로 인해 많은 문들이 열렸다. 연기란 뜨거웠다 차가워졌다 하는 것으로 문이 열렸다 닫혔다 한다. 항해하기가 까다로운 뱃길이다. 그러나 우린 예술가요 창조자들로서 계속해 창조하기를 원하고 또 그것이 지속되길 바란다. 그러나 결국 모든 것은 개인에게 달렸다. 현재에 만족해 계속해 비슷한 작품을 만드는 것과 새 길을 개척하는 것은 개인에게 달렸다. 그것은 어느 정도 도박이다. 그러나 마블이 없었다면 선택의 여지도 좁았을 것이다. 그 선택을 미래의 기회에 어떻게 투자하는가는 개인 문제다.”
*헴스워드-“마블영화에 나왔다고 해서 직업보장이 됐다고 느낀 적은 없다. 이런 영화에 나오다 보면 ‘이것이 언제까지 계속되지, 속편이 끝나면 나도 끝인가’하는 생각을 하는 경우도 있다. 난 이런 생각이 중요하다고 본다. 왜냐하면 그로 인해 자신을 계속해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수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약간의 불확실은 나쁜 것이 아니며 공포란 아주 좋은 동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에서 당신들이 하는 행동을 보면 아이들 장난 같은데 재미있나 아니면 어려운가.
*헴스워드-“무지무지하게 재미있었다. 우리들은 세트에서 마치 고등학생들처럼 웃고 난리법석을 떨며 즐겨 감독으로부터 장난 그만치고 작품에 신경 쓰라는 말까지 여러 번 들었다.”
*에반스-“재미 만점이었다. 재미를 못 느낀다면 왜 영화에 나오는가. 이 영화는 수퍼히로의 영화로 우리 역은 다 초인적인 것이다. 따라서 즐겁지 않을 수가 없다. 마치 여름캠핑 같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것이 무엇인가.
*에반스-“나의 부모는 나보고 누구도 믿지 말라고 가르쳤다. 내가 보스턴에서 LA로 거처를 옮기자 나의 어머니는 내게 절대로 누구도 믿지 말라고 강조했다. 어머니는 내가 사람 잡는 날사기꾼들의 동네로 갔다고 믿고 가족 외에는 아무 것도 또 그 누구도 믿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그래서 처음 LA에 왔을 때 신경을 바짝 세우고 누구도 믿으려 하지 않았다. 그러나 LA에도 믿을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헴스워드-“난 그 정반대다. 내가 호주에서 이곳에 왔을 때 나의 부모는 무엇이든지 하라고 조언했다. 네 몸도 팔고 영혼도 팔라고 조언했다. 우린 배가 고프고 먹어야 하니 무슨 짓이라도 다 하라고 했다. 그리고 즐기라고 충고했다.”

-아이들로 인해 당신 삶이 어떻게 변했는가.
*헴스워드-“여러 가지로 변했다. 일을 하는데 이유와 함께 새 초점을 갖게 되었다. 따라서 자신에 대해 더욱 신경을 쓰게 됐다. 과거에는 주로 나에 대해서만 내 내면과 대화를 나눴는데 이젠 아이들을 어떻게 돕고 또 그들이 어떻게 생존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 생각을 몰두하고 있다. 좋은 일이다. 그리고 난 아이들로 인해 보다 좋은 사람이 되었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탠저린 (Tangerines)


이보(왼쪽)와 마구스는 전화 속에서도 탠저린을 수확하기 위해 집을 안 떠난다.

전쟁은 어리석지? 조용히 타이르는 인간애


유혈 폭력의 전쟁의 무모함을 조용하게 설득시키는 평화롭고 감동적인 작은 반전영화로 올해 오스카 외국어 영화상 후보에 올랐던 에스토니아 영화다. 증오와 살육 속에서 피어나는 인간애와 함께 지역과 종교와 인종의 차이를 초월하는 인본주의를 진지하면서도 때로 우습게 그린 인자한 영화다. 
고요하고 평화로운 그림 같은 아름다운 마을을 배경으로 전투가 벌어져 그 참상이 더욱 강렬하게 전달되는데 이런 살벌한 상황 안에서도 결코 꺼지지 않는 인간성을 과묵하고 자비롭게 보여주는 주인공인 베테런 렘비트 울프삭의 연기가 작품을 견실하게 이끌어가고 있다. 
1992년. 동계올림픽이 열린 러시아의 소치에서 불과 5마일밖에 안 떨어진 아브카지아. 소련 공산체제가 무너진 뒤 독립한 국가들의 인종전쟁 중의 하나로 조지아와 아브카지아 간에 치열한 교전이 벌어지고 있다. 소련체제가 붕괴하고 인종전쟁이 일어나면서 아브카지아에 살던 에스토니아인들은 대량으로 옛 조국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목수 노인 이보(렘비트 울프삭)와 이웃인 마구스(엘모 누가넨)는 탠저린을 수확하기 위해 집을 지킨다. 이들은 전화가 바로 자기들 집 문밖에 이르렀지만 결코 평정을 잃지 않고 탠저린 수확에 정성을 쏟는다. 
마침내 전투가 두 사람의 마당 앞에서 벌어지면서 서로가 원수지간인 체첸인 용병 아메드(기오르기 나카쉬제)와 조지아인인 니코(미하일 메스키)가 중상을 입고 이보 집 앞에 쓰러진다. 이보는 둘을 자기 집 안에 들여다 놓고 극진히 간호를 하는데 아픈 몸에도 불구하고 아메드와 니코는 몸만 나으면 서로 죽이겠다고 다짐을 한다.
아메드는 죽은 동료들의 복수를 하겠다고 이를 득득 가는데 니코도 이에 맞서 아메드에게 적의를 표하나 니코는 전쟁 전의 직업이 배우여서 용병인 아메드보다는 덜 호전적이다. 이 두 사람 간의 적의와 증오를 연민의 정과 함께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지켜보면서 인자한 아버지처럼 그들을 돌보는 이보의 모습이 구세주 같다. 
그러나 두 사람의 건강이 회복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한 집 식구처럼 된 둘 간의 적대감도 서서히 녹아들면서 내면에 깊이 잠재해 있던 인간성이 서서히 고개를 든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총격전이 이 마을 덮치면서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된다. 마지막 장면이 슬프면서도 속죄와 구원의 아름다움을 가슴 저며 들도록 숭고하게 그리고 있다. 
촬영이 매우 아름답고 연기들도 좋은데 특히 울프삭의 전능한 연기가 돋보인다. 시적인 작품으로 다시 한 번 전쟁의 어리석음과 흉한 모습을 침묵적 웅변으로 보여주고 있다. 각본과 감독은 조지아인 자자 우루샤제. 성인용. Samuel Goldwyn. 일부지역.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선셋대로 (Sunset Boulevard·1950)


노바(글로리아 스완슨)가 조(윌리엄 홀든) 앞에서 자신의 무성영화를 찬탄하고 있다.

할리웃에 보내는 냉소… 빌리 와일더의 명작


환상과 미혹 위에 세워진 할리웃의 실상과 허상을 통렬하게 고발하고 또 그것들을 웃어 제친 명장 빌리 와일더의 잔인하도록 냉소적인 블랙 코미디다. ‘할리웃의 과거요 현재며 미래’라고 불리는 이 영화는 로맨틱하고 우아했던 1920년대 무성영화 시대를 그리워하는 노스탤지어 이기도하다.
무성영화 시대의 수퍼스타 노마(글로리아 스완슨)의 총격을 받고 그녀의 선셋대로에 있는 저택 풀에 눈을 뜨고 엎드린 채 떠 있는 조(윌리엄 홀든)의 회상조 내레이션으로 시작된다. 각본가로 성공하기 위해 할리웃에 온 조는 빈털터리로 페이먼트가 늦은 자동차를 회수하러 온 사람들을 피해 선셋대로로 내빼다가 노마의 집에 숨어든다. 
그리고 노마의 권유로 이 집에 머물게 된 조는 노마의 젊은 기둥서방이 된다. 노마는 과거의  영광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아직도 자기가 수퍼스타라고 믿는 과대망상증자로 툭하면 자신의 무성영화를 틀어 놓고 자기도취에 빠진다. 그리고 “나는 커. 작아진 것은 영화들이야”라고 큰 소리를 친다.
그러나 뒤늦게 정신을 차린 조가 자기를 떠나려고 하자 노마는 자살을 기도한다. 이에 차마 노마를 못 버린 조가 결국 가방을 싸들고 노마의 집을 나가는 순간 그를 쫓아온 노마가 쏜 총에 맞아 조는 비명횡사하고 만다.
감독상 등 11개 부문에서 오스카상 후보에 올랐으나 각본상과 음악상(프란츠 왁스맨) 등 3개만 받았다. 영화에서 전율스럽도록 뛰어난 것은 스완슨의 연기. 9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온 그녀의 연기는 마치 신들린 무당처럼 광기마저 서린 맹렬한 것이다. 그녀의 나이는 52세였다.
와일더는 현실성을 살리고 또 그것을 조롱하기 위해 무성영화 시대의 빅스타들과 연예인들을 실명으로 출연시켰고 영화 제작사인 패라마운트의 건물과 함께 실제 영화 촬영장면까지 삽입했다. 필견의 명작이다. 흑백. ★★★★★(5개 만점)

★에이스 인 더 호울 (Ace in the Hole·1952)

역시 빌리 와일더 감독의 명화로 센세이셔널리즘을 추구하는 매스컴을 맹렬히 비판한 드라마다. 대도시에서 뉴멕시코주의 깡촌으로 쫓겨난 기자가 좌절에 빠져 살다가 옛 인디언 유적이 있는 동굴에 빠진 사람을 구출하는 내용을 자기 입맛대로 쓰기 위해 부풀려 보도하면서 전 미국의 화제가 된다. 커크 더글러스의 불같은 연기가 볼만하다. 실화가 바탕이다. 흑백. 24일 하오 7시30분, Aero극장(1328 Montana Ave. 샌타모니카). 323-634-4878. 동시상영  ★★★★½(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사운드 오브 뮤직’50주년



앞치마를 두른 단발의 마리아가 눈이 삼림욕을 하듯 시원해지는 알프스가 바라다 보이는 산언덕에 올라 두 팔을 활짝 벌린 채 몸을 한 바퀴 휙 돌리면서 “더 힐 이즈 얼라이브 위드 더 사운드 오브 뮤직” 하면서 노래 부르는 장면으로 시작되는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The Sound of Music·1965·사진)이 올해로 개봉 50주년을 맞는다.
그런데 마리아 역의 줄리 앤드루스(79)는 공중에서 이 장면을 찍는 헬기 프로펠러의 바람에 여러 번 땅바닥에 쓸어져 입과 코에 흙과 풀이 들어가는 고초를 겪었어야 했다고 한다.
영화 제작사인 폭스는 영화의 개봉 50주년을 맞아 영화 특별판 DVD와 사운드트랙을 출반하고 기념책자 발간과 함께 여러 행사가 연중 열리는데 오는 9월부터 LA를 시작으로 무대 뮤지컬의 순회공연도 시작된다. 또 19일과 22일 이틀간 미 전국 500여개 극장에서는 이 영화를 재개봉한다.
‘오클라호마!’ ‘회전목마’ ‘왕과 나’ ‘남태평양’과 같은 걸작 뮤지컬을 만든 콤비 리처드 로저스와 오스카 해머스타인 II이 작곡하고 작사한 ‘사운드 오브 뮤직’은 1959년에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돼 토니상을 탄 무대 뮤지컬이 원작으로(비평가들의 혹평을 받았다) 뮤지컬 ‘웨스트사이드 스토리’를 연출한 명장 로버트 와이즈가 감독했다.
개봉이 되자 빅히트, 작품상 등 모두 5개의 오스카상을 받았는데 인플레를 감안할 때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와 ‘스타워즈’에 이어 사상 세 번째로 높은 흥행 성적을 올린 영화다.
내용이 다소 달짝지근하긴 하나 이 영화는 세월과 세대를 너머 팬들의 끊임없는 사랑을 받고 있는 온 가족용 올타임 페이보릿 뮤지컬이다. 앤드루스는 이에 대해 “곱고 감미로운 음악과 수려한 풍광 그리고 가족애와 로맨스 및 모험 등이 고루 담겨 있기 때문”이라고 언론 인터뷰에서 설명했다.
무대는 모차르트의 고향 잘츠부르크. 나는 지난 2006년 아내와 함께 이 그림엽서와도 같은 도시를 방문, 영화에서 마리아와 그가 돌보는 홀아비 캡틴 본 트랩(크리스토퍼 플러머)의 7남매가 함께 즐겁게 뛰놀며 ‘도 레 미’를 부르던 미라벨 공원을 구경했었다. 영화 장면이 눈에 선하게 떠올랐었다.  
실화에 허구를 가미한 영화의 시대배경은 1930년대 말. 인생을 즐겁게 사는 예비수녀 마리아가 16세난 맏딸 리슬(리슬은 ‘식스틴 고잉 온 세븐틴’하고 노래한다)에서부터 꼬마 막내까지 7남매를 혼자 키우는 냉정하고 독재적인 캡틴 본 트랩 집에 보모 겸 가정교사로 들어온다. 마리아는 엄한 아버지 밑에서 주눅이 든 아이들에게 삶의 생기를 불어 넣어주고 차가운 캡틴 본 트랩의 가슴도 녹여 그와 결혼해 모두가 그 뒤로 내내 행복하게 살았다고 한다.
대한극장에서 큰 화면으로 황홀무아 지경에 빠져 본 영화에는 ‘사운드 오브 뮤직’ ‘모닝 힘’ ‘마리아’ ‘알렐루야’ ‘도 레 미’ ‘마이 페이보릿 딩즈’ ‘클라임 에브리 마운튼’ 및 ‘에델바이스’ 등 주옥같은 노래들이 줄줄이 이어 나온다. ‘에델바이스’하면 내겐 못 잊을 추억이 있다.
난 대학을 막 졸업하고 인천의 남중고에 부임, 중학교 2학년 담임을 맡아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쳤었다. 꼬마들에게 공부시간에 교과서 외에도 음악과 영화와 책에 관한 얘기를 해주었었다. 그 때 아이들에게 가르쳐 준 노래가 ‘에델바이스’다.
칠판에 영어로 ‘Edelweiss Edelweiss every morning you greet me’라고 가사를 적은 뒤 내 선창에 따라 아이들이 교실이 떠나가라고 노래를 불렀었다. 이 노래는 가사와 곡조가 곱고 부르기도 쉬워 난 요즘도 가끔 이 노래를 혼자 부르곤 한다.
앤드루스가 영화에 나왔을 때는 나이가 채 30이 안 됐을 때로 마리아는 사람 좋고 성격이 쾌활한 그에게 딱 맞는 역이다. 그래서 앤드루스 하면 금방 떠오르는 모습이 마리아의 모습이다. 마리아는 겉으로는 양순해 보이나 속은 독립심 강한 여자로 시대를 앞서 가는 신여성이었다. 고루하기 짝이 없는 귀족 캡틴 본 트랩도 결국 마리아의 이런 개혁정신에 굴복하고 만다.
소프라노 음성이 고운 앤드루스는 안타깝게도 1990년대 성대수술을 잘못 받아 더 이상 노래는 못 부른다. 그러나 몇 년 전 기자회견서 만난 앤드루스의 음성은 비교적 맑았다. 영화 ‘공주일기’와 ‘슈렉’(음성 연기) ‘투스 페어리’ 등에 나오면서 쉬지 않고 활동을 하는 그녀는 요즘 딸과 함께 아동서적을 여러 권 써내고 있다.
올 오스카 시상식 때 레이디 가가가 앤드루스가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부른 노래들을 메들리로 불러 무대에 나와 긴 기립박수를 받은 앤드루스의 눈시울을 적시게 했었다. 그런데 앤드루스와는 달리 플러머(85)는 자기 역에 대해 불평불만이 많았다. 그래서 당시 주위 사람들이 그를 ‘사운드 오브 뮤커스’(콧물)라고 불렀다고 한다. 한편 마리아와 캡틴 본 트랩의 역에 각기 도리스 데이와 007 션 코너리가 고려됐었다는 후문이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2015년 4월 13일 월요일

‘롱게스트 라이드’ 스캇 이스트우드




“황소 탔다 2초만에 내동댕이… 얼굴 밟힐뻔”

"관계맺기의 어려움 다룬 영화로 모두가 봐주길 기대
아버지는 나의 영웅… 늘 열심히 하라, 겸손하라 조언"


10일 개봉되는 젊은 로데오 불 라이더와 미술을 전공하는 여대생과의 사랑을 그린‘롱게스트 라이드’(The Longest Ride)의 주인공 스캇 이스트우드(29)와의 인터뷰가 3월29일 뉴욕의 리츠 칼튼 호텔에서 있었다. 턱과 볼에 잔 수염을 한 스캇은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아들로 키만 아버지보다 작았지 아버지를 쏙 빼다 닮았다. 손 제스처와 미소와 겸연쩍어할 때 얼굴에 홍조를 띠는 것까지 닮았는데 할리웃 외신기자협회(HFPA) 기자들이 여러 차례 아버지와 관련해 질문을 하자 지겹다는 표정을 감추려고 애쓰는 표정이 역력했다. 그러나 스캇은 직업적으로 그런 질문에 겸손하고 유연하게 대했는데 위트와 유머를 섞어가면서 비교적 짧게 대답했다. 이 영화는 그의 빅 스크린 데뷔 작품. 스캇은 씩씩하고 쾌활한 사람으로 언젠가 아버지의 그늘을 벗어나 빅 스타가 되리라고 장담해도 좋을 것이다. 이 영화는 로맨틱하고 감상적인 베스트 소설들로 역시 영화로 만들어진‘노트북’‘병 속의 편지’ 및‘디어 존’ 등을 쓴 니콜라스 스팍스의 소설이 원작이다.                
 
-이 영화는 일종의 현대판 웨스턴인데 당신과 웨스턴의 관계는 어떤지.
“나는 북가주에 있는 아버지의 큰 목장에서 자랐기 때문에 영화와 같은 분위기에 익숙하다. 그래서 말 타기를 일찍부터 배웠다. 그러나 황소는 타보지 못했다. 이번에 타보니 아주 흥분되고 재미있었다.” 

-황소를 탄 뒤 배운 것은 무엇인가.         
“난 이번에 불 라이더들을 정말로 존경하게 됐다. 그들은 아주 강인한 사람들이나 막상 그들의 전성기에도 황소를 타고 오래 견디는 사람들은 전체의 절반 정도다. 정말로 어려운 일이다.”

-당신은 영화에서 현대미술을 보고 말똥 같다고 했는데 실제로는 어떤가.
“나의 현대미술에 관한 식견은 영화와 같다.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 앞으로 그것에 대해 좀 배우려고 한다.”

-이 영화를 웨스턴이라고 보는가.
“아니다. 러브스토리라고 본다.”

-아버지의 웨스턴 중 좋아하는 것은.
“‘언포기븐’으로 그 영화 이후 훌륭한 웨스턴이 나오질 않았다고 본다.”

-당신의 아버지는 웨스턴으로 유명한데 그 같은 평가를 어떻게 보는가.
“아버지는 35세 때 ‘황야의 무법자’에 나왔고 65세 때 ‘언포기븐’에 나왔다. 그 같은 진행이야 말로 남에게서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모범적인 것이다.” 

-이 영화를 만들면서 아버지의 웨스턴을 생각했는가.
“아니다. 아버지의 웨스턴은 이 영화와 달리 다 옛날을 재현한 것이다. 난 아버지가 한 것을 결코 모방할 생각이 없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연기는 그 밖에 해낼 사람이 없다.”

-어렸을 때 아버지와 자란 경험은 어땠는가.
“아버지는 구식 사람이어서 내가 혼자서 성장하도록 만들었다 대학도 내 힘으로 갔다. 난 바텐더도 했고 공사장에서도 일했고 또 파킹장 밸릿도 했다. 아버지는 내게 아무 것도 결코 공짜로 준 것이 없다. 아버지도 그렇게 자랐기 때문이다.”

-왜 LA를 떠나 살았는가.
루크와 소피아가 승마의 랑데뷔를 하고 있다.
“모두 날 ‘응, 저 아이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아들이야’라며 날 본격적인 배우로서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신은 로맨틱한가.
“그런 때도 있었다.”

-어떻게 해서 배우가 됐는가.
“난 늘 영화를 정열적으로 사랑했다. 반드시 배우가 되겠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나 영화를 늘 사랑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했을 때 내 가장 친한 두 친구가 해군 특공대에 들어간다고 해 나도 생각이 있었다. 그런데 그 때 두 군데서 오디션이 있어 거기에 나온 뒤로 영화로 발길을 돌리게 됐다.”

-당신의 몸은 섹스심벌 감인데 언제부터 신체단련을 했는가.
“아버지가 육체가 건강해야 정신도 건강하다면서 내가 15세 때부터 신체단련을 하도록 시켰다. 건강하고 활동적일수록 부정적인 생각을 우리 안으로부터 씻어낼 수가 있다. 난 섹스심벌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또 그것이 되려고 신체단련을 한 것도 아니다.”

-왜 과거엔 잠잠히 있다가 이 영화로 처음 홍보활동을 시작하는가.
“이 영화에 대해 진실로 자랑스럽게 느끼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배우활동을 했지만 나설 필요를 못 느꼈었다. 이 영화는 좋은 영화여서 사람들이 다 봐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홍보활동이 편안한가.
“물론이다. 연기나 마찬가지다.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것이 연기나 마찬가지다.”    

-아버지가 유명하다는 것을 언제 알았는가.
“TNT 채널에서 방영하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밤을 보면서였을 것이다.”

-아버지가 여자문제에 대해 어떤 조언이라도 해 주었는가.
“강인한 남자가 진짜 남자라는 것은 틀렸다는 것이다. 여자에게 있어 진짜 남자는 상냥하고 또 여자에게 문을 열어줄 줄 아는 품위가 있는 남자라는 것이다.”      

-아버지가 당신의 데이트에 관해 어떤 조언이라도 해주는가.
“독신인 아버지한테서 그런 조언 원치도 않는다.”                            

-어디 대학을 나왔는가.
“샌타바바라와 샌타모니카 시티칼리지를 나와 로욜라 메리마운트 대를 졸업했다.”

-아버지가 명성에 관해 어떤 조언이라도 해 주었는가.
“우린 둘이 마주 앉아 그런 얘기 해본 적이 없다. 그저 너 자신을 지키면서 현장에서 열심히 일하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겸손 하라는 것이었다. 결코 자만하지 말라는 것이다.”

-어렸을 때 아버지가 가르쳐준 것이 무엇인가.
“골프다. 그리고 아버지처럼 나도 파일럿이다.”

-어떻게 해서 이 영화에 나오게 됐는가. 
“할리웃은 이상한 곳이어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데 특별한 이유가 없이 그저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내 경우도 마찬가지다. 거기에 운도 따라야겠다. 난 다만 이 영화가 성공해 내가 다른 훌륭한 영화에도 나오게 되기를 기대할 뿐이다.”

-굳이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는.
“니콜라스 스팍스의 다른 소설과는 달리 이 얘기는 보다 사실적이고 관계를 맺기가 얼마나 힘든 것인가를 솔직히 표현했기 때문이다.”

-당신은 아버지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는 전설로 나의 가장 위대한 영웅이다.”

-어떤 여자를 좋아하는가.
“신소리 안 하는 즉흥적이요 즐거운 여자다.”

-성을 바꿀 생각이라도 해 봤는가.
“아니다. 난 그저 머리를 숙인 채 지난 12년간 오디션에 나가고 영화에 안 나올 땐 남들처럼 일을 하면서 살았다. 내가 아버지의 성을 가진 내가 마음대로 어쩔 수가 없는 것 아닌가.”

-오디션 경험에 대해서 말해 달라.
“내 이름만 듣고 날 아예 보려고 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래서 어떤 땐 면접실에 밀고 들어가야 할 때도 있었다.”

-당신은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가.
“연어와 브라컬리다. 고기와 감자를 좋아한다면 아버지가 노발대발할 것이다.”

-어떻게 영화를 선택하는가.
“아버지처럼 각본과 감독에 따라서다.”

-황소 탔다가 다치기라도 했는가.
“탔다가 2초반 만에 내동댕이쳐졌다. 소가 내 얼굴을 밟아 뭉갤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나가 떨어졌었다. 일촉즉발의 위기의 순간이었다.”

-여자를 놀라게 해줄 선물로 무엇을 고르겠는가.
“꽃이다. 여자들은 늘 꽃을 좋아하니까.”

-당신에게 주어진 영화에 대해 아버지와 논의하는가.
“물론이다. 아버지는 조언을 해 준다. 때문에 영화에 출연해서는 안 된다면서 자신에게 좋은 역을 고르라고 말해준다.”

-어떤 것을 좋아하는가.
“나도 아버지처럼 구식이어서 블루스를 좋아한다. 텍스팅 별로 안 한다. 전화를 옆으로 치워 놓고 밥을 먹으면서 대화하기를 좋아한다. 그러나 세상에 적응 안 할 수는 없는 일이니 텍스팅도 어느 정도는 한다. 그리고 난 야외활동을 즐긴다. 서핑과 잠수와 낚시를 즐기고 무술인 지우지추도 한다. 내 친구들도 다 그런 것을 좋아한다.”

-당신의 어머니에 대해 말해 보라.
“참으로 멋있는 여자다. 세상에서 가장 동정심이 많은 사람으로 전 생애를 남을 위해 기여하며 살고 있다. 명성 같은 것은 안중에도 없다. 최고의 엄마로 어머니를 생각할 때마다 난 목이 막힌다. 어머니는 내게 결코 서두르지 말라고 조언한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엑스 마시나 (Ex Machina)


케일렙과 AI 여인 에이바 및 에이바의 창조자 네이산(왼쪽부터)은 두뇌싸움을 벌인다.

미모의 여성로봇과 두 남자의 두뇌싸움


냉정하고 지적이며 긴장감 감도는 스타일 멋있는 인공지능(AI)에 관한 공상과학 영화로 달랑 세 명의 인물(그 중 하나는 로봇)이 단 하나의 세트인 집에서 일종의 두뇌싸움을 벌이는 드라마로 음악으로 말할 것 같으면 공상과학 실내악곡이라고 하겠다.
영국의 각본가 알렉스 갈랜드의 감독 데뷔작으로 연출 솜씨가 주도면밀하고 자신만만한데 글 솜씨가 고도로 사고적이며 영특하다. 서서히 보는 사람을 극중으로 유인하고 있는데 폐쇄된 공간 안에서 일어나는 얘기가 누가 누구를 가지고 노는지를 분간하기가 어려워 노심초사케 만든다.
군더더기란 하나도 없는 이 영화는 일종의 프랑켄스타인의 얘기이기도 한데 인간이 신의 노릇을 하려는 것에 대해 경고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AI는 고도로 발달돼 호텔 종업원 노릇도 하고 의사의 수술도 돕는 세상이 됐는데 AI가 자기를 창조한 인간을 역습하는 것은 이미 ‘2001: 우주 오디세이’에서 ‘핼'(HAL)이 한 바 있다. 결코 꿈만 같은 일이 아니다.
구글 스타일의 컴퓨터회사의 너드형 프로그래머 케일렙(아일랜드 배우 돔날 글리슨)은 회사의 로토에 당첨돼 1주일간 산수경관이 아찔하게 아름다운 첩첩산중에 있는 회사 회장 네이산(오스카 아이작)의 별장에서의 휴가를 부상으로 받는다.
회장의 집은 지하에 있는데 유리창 없는 방과 복도를 비롯해 집안의 모든 것이 지극히 차갑도록 검소하고 초현대적이다. 네이산은 권투연습을 하다가 케일렙을 반갑게 맞는다. 다부진 체구의 네이산과 약골형인 케일렙이 대조적이다.
그런데 케일렙은 복권에 당첨된 것이 아니라 네이산에 의해 선택된 것. 이유는 네이산이 만든 인공지능을 지닌 여자 로봇 에이바(스웨덴 배우 알리시아 비칸더가 곱다)가 감정적으로 또 지적으로 인간과 과연 얼마나 다른가를 시험하는데 케일렙을 보조원으로 쓰기 위해서다. 이들 세 사람(?) 외에 이 집에 있는 사람(?)은 일본인 하녀 교코.
케일렙은 이에 따라 매일 같이 얼굴과 손과 발만 인체를 지녔고 나머지는 금속인 에이바를 인터뷰한다. 이 과정에서 인간과 같은 감정과 지능을 지닌 에이바는 은근히 케일렙을 유혹하고 또 네이산을 절대로 믿지 말라고 경고한다. 그리고 케일렙은 아름다운 에이바를 사랑하게 된다. 둘의 인터뷰는 네이산에 의해 녹화된다.
케일렙은 도대체 누구의 말이 진실인지 몰라 당황하면서 네이산의 편에 서야 할지 아니면 에이바의 편에 서야 할지를 몰라 갈팡질팡하다가 사랑하는 여인의 편에 서기로 결정한다. 그런데 영화 3막에 들어가면서 내용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다가 허무할 정도로 가공스럽게 맺음을 한다.
활화산 같은 아이작의 연기와 가녀린 버들가지 같은 비칸더의 모습과 조용하고 섬세한 연기가 좋은 대조를 이루는데 글리슨은 역에 잘 어울리질 않는다. 촬영과 음악과 세트가 모두 훌륭한 영화로 ‘스테포드의 부인들’을 연상케 한다. R. A24. 일부지역. ★★★½(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롱게스트 라이드 (The Longest Ride)


루크(스캇 이스트우드)와 소피아(브릿 로번슨)가 데이트를 즐기고 있다.

희생과 난관 없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성격과 배경이 판이하게 다른 두 젊은 남녀의 우여곡절이 많은 사랑과 관계의 로맨스 스토리로 로맨틱하고 감상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니콜라스 스팍스의 소설이 원작이다. 그의 소설 ‘노트북’과 ‘디어 존’ 및 ‘로단테의 밤’ 등은 모두 영화로 만들어져 히트를 했는데 손수건 없이는 못 볼 영화들로 이 영화도 소위 ‘칙 플릭’(여성용)이다. 데이트 무비인데 그의 다른 작품에 비하면 덜 감상적이요 사카린 맛도 덜 난다.
‘사랑은 희생을 요구한다’라는 케케묵은 말이 중심 플롯으로 내용이 너무 환상적이어서 현실이라기보다 동화라고 해야겠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아들과 찰리 채플린의 손녀 그리고 존 휴스턴의 손자 등 세 명의 할리웃 전설의 자손들이 나온다. 
노스캐롤라이나주(스팍스의 소설은 다 이 곳이 무대다)의 윈스턴-세일렘의 웨이크 포레스트 대학의 미술전공 4년생 소피아(브릿 로벗슨)는 뉴욕의 유명 갤러리에 인턴 취업이 돼 새 생활 시작에 들떠 있다. 소피아는 동창이 조르는데 못 견뎌 불 라이딩 대회를 구경 갔다가 깊은 사랑에 빠지게 될 늠름한 미남 청년 루크(스캇 이스트우드)를 만나게 된다.
1년 전 황소를 타다가 큰 부상을 입고 재기를 노리는 루크가 황소에서 떨어져 날아간 모자가 소피아의 무릎 위에 떨어진 것이다. 이렇게 해서 서로 모든 것이 다른 두 남녀가 데이트를 시작한다. 그런데 구식인 루크는 죽어도 불 라이딩을 포기 못한다고 우기고 소피아는 뉴욕엘 가야 하니 과연 이 둘의 사랑은 얼마나 파고가 심한 파도를 타게 될 것인가.
둘이 데이트를 하고 집으로 돌아가던 비 오는 날 밤 둘은 자동차 사고로 실신한 91세난 아이라(앨란 앨다)를 구해 준다. 그리고 불타는 차 안에서 아이라의 편지가 가득 든 박스를 꺼낸다. 병원에 입원한 아이라를 찾아간 소피아에게 아이라가 박스 안의 자기가 옛날에 아내 루스에게 쓴 편지들을 읽어 달라고 부탁하면서 영화는 아이라의 과거로 돌아간다.
편지들은 1940년 나치를 피해 비엔나에서 노스캐롤라이나로 이주한 루스(우나 채플린)와 수줍음 많은 아이라(잭 휴스턴)의 사랑과 우여곡 절이 많은 관계를 들려주는데 이런 둘의 사랑의 관계가 소피아와 루크의 그것과 병행돼 묘사된다.
소피아가 뉴욕으로 떠날 날이 가까워 오면서 두 청춘 남녀는 다투고 울고불고 하는데 과연 사랑은 모든 것을 극복하고 승리할 것인지. 소피아와 루크의 사랑에 걸림돌을 놓으려고 얘기가 다소 억지를 부리고 있는데 그것은 스팍스 영화의 상투적인 수단이다. 카메라가 부단히 스캇의 떡 벌어진 드러난 상반신과 얼굴을 포착하느라고 정신을 못 차리는데 그와 브릿과의 콤비가 잘 맞고 연기도 괜찮다. 조지 틸맨, 주니어 감독. PG-13. Fox. 전지역.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