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5년 3월 16일 월요일

신데렐라 (Cinderella)


신데렐라와 왕자가 무도회에서 월츠를 추고 있다.

현실은 잠시 잊고… 동화 속 거닐어요


살아 있는 동화의 꿈나라에서 노니다 나온 듯이 황홀하다. 영국의 셰익스피어 대가로 영화와 연극의 배우이자 감독인 케네스 브라나가 연출했는데 마치 마술사가 경탄을 금치 못할 재주를 부린 것처럼 어지럽도록 다채롭다.
따스하고 매력적이고 로맨틱하며 또 화려하고 우아하며 위트와 유머와 함께 삶의 예지도 가득한데 브라나는 전통적인 옛 동화에 약간 현대적 색채를 가미해 요즘 아이들이 보기 좋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어른들도 보고 충분히 즐길 만한 생동감 넘치고 알록달록하기 짝이 없는 잘 생긴 작품이다.
두 남녀 주인공의 화학작용도 좋고 의상과 세트와 촬영과 풍성한 음악 그리고 특수효과도 모두 최고급인데 특히 오스카상 수상자인 단테 페레티가 만든 화려한 무도회가 열리는 궁정을 비롯한 세트가 눈부시고 신데렐라가 입은 하늘색 푸른 드레스가 곱기도 하다.
1950년에 디즈니가 만든 만화영화로 잘 알려진 신데렐라 얘기는 이번에 신데렐라를 악조건 속에서도 굴하지 않는 낙천적이며 독립심 강한 여자로 묘사해 현대 여성답게 재생시켰다. 그러나 그런 현대적 터치는 얘기의 고전적 감각에 거슬린다기보다 서로가 잘 섞여들고 있다.
엘라(엘로이즈 웹)가 열 살 때 어머니(헤일리 애트웰)가 죽고 딸과 함께 혼자 살던 여행하는 상인인 엘라의 인자한 아버지(벤 채플린)가 아내 사후 몇 년이 지나 촌스런 두 딸 드리셀라(소피 맥쉐라)와 아나스타시아(할러데이 그레인저)를 둔 허영에 들뜬 레이디 트레메인(케이트 블랜쳇)을 아내로 맞아 데려온다.
얼마 안 있어 엘라의 아버지는 해외에서 사망한다. 이제 집주인이 된 트레메인과 그의 두 딸은 엘라를 신데렐라라고 부르면서 부엌데기처럼 부려 먹는다. 그리고 신데렐라를 다락방으로 쫓아낸다. 그러나 신데렐라는 이런 학대 속에서도 4마리의 쥐를 친구로 위로 받으면서 열심히 산다.
신데렐라(릴리 제임스)는 어느 날 말을 타고 숲 속으로 갔다가 사냥 나온 왕자(리처드 매든)를 만나고 둘은 서로에게 첫 눈에 반한다. 물론 신데렐라는 왕자의 정체를 모른다. 병약한 선군인 아버지(데렉 자코비)가 사망하기 전에 결혼을 해야 할 처지인 왕자는 신붓감을 고르기 위해 무도회를 열기로 한다. 왕자는 민주적이어서 전 세계의 공주들뿐만 아니라 자기 나라의 모든 평민들의 딸도 무도회에 참석하도록 발표한다. 이를 달갑지 않게 여기는 사람이 왕자의 정략결혼을 도모하는 대공(스텔란 스카스가드).
트레메인이 신데렐라는 버려둔 채 두 딸을 데리고 무도회에 가자 착한 신데렐라를 불쌍하게 여긴 요정대모(헬레나 본햄 카터가 재미있다)가 호박과 도마뱀과 개구리와 거위에게 마술을 부려 마차와 말과 마부 등으로 만든다. 그리고 신데렐라에게 푸른색 드레스를 입히고 유리구두를 신켜 마차에 태워 왕궁으로 달려 보낸다. 자정을 알리는 마지막 종소리가 끝날 때 까지 귀가해야 한다는 조건이다.
재회한 왕자와 신데렐라는 중인환시리에 월츠를 추면서 사랑에 빠져 드는데 아뿔싸 자정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린다. 그 다음은 다 아는 얘기. 잘 생긴 선남선녀 릴리 제임스와 리처드 매든의 콤비가 보기 좋고 케이트 블랜쳇이 못된 계모 역을 품위를 지닌 채 사악하게 해낸다. PG. Disney. 전지역.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히로시마, 내 사랑 (Hiroshima, Mon Amour)


헤어져야 할 연인 남자와 여자는 히로시마의 밤을 아쉬워 한다.

원폭의 도시, 암울하고 강렬한 사랑의 불꽃  


핵폭탄의 파괴성과 적의 그리고 그것의 암울하고 긴 잔영을 사랑의 수용 불가능성과 상징적으로 연결시킨 프랑스의 명장 알랭 르네 감독의 사무치게 아름다고 사색적이며 또 비감한 1959년 작 흑백 러브스토리다. 시랑의 망각성과 기억의 아픔을 히로시마의 고통과 원폭투하 불과 14년 만에 서서히 잊혀져가는 기억의 상실과 접목시킨 사랑의 얘기이자 반전영화다.
히로시마라는 범세계적 장소에서 일어나는 두 남녀의 하루 남짓한 이야기는 호텔 히로시마 118호실에서 두 남녀가 벗은 상반신을 꼭 부둥켜안고 있는 모습으로 시작된다. 이어 나신 위에 내려앉은 핵진이 서서히 정사로 촉진된 땀방울로 변하는데 둘의 이런 모습은 핵을 맞아 응고된 두 연인을 상기시킨다.
남자(영화에서 두 사람의 이름은 없다)는 단조로운 톤으로 “당신은 히로시마에서 아무 것도 보지 않았소”라는 독백을 계속한다. 여자(에마뉘엘 리바-‘아무르’)는 히로시마에 평화에 관한 영화를 찍으러 온 파리지엔 배우요 남자(에이지 오카다)는 건축가. 
내일이면 떠나야 할 여자는 2차 대전 때 고향 느베르에서 겪은 독일 병사와의 쓰라린 첫 사랑 때문에 또 다른 살육의 장소인 히로시마에서 또 다른 외국인인 남자의 사랑을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몸부림을 친다.
남자와 여자는 밤새도록 인적이 끊긴 바와 식당의 네온만이 명멸하는 거리를 마치 이별을 연장시키기라도 하겠다는 듯이 천천히 걷는다. 둘의 보조에 맞춰 따라가는 카메라의 걸음과 흑백촬영이 검소하면서도 고혹적이다.
두 사람은 다 기혼자이나 르네는 이들에 대한 도덕적 판단을 내리지 않는다. 여자는 “남겠다”고까지 말하나 그것은 단지 염원일 뿐이다. 둘이 마지막으로 들른 카페는 ‘카사블랑카’. 이어 호텔로 돌아온 여자를 뒤쫓아 남자가 방문을 두드린다. “올 수밖에 없었다”는 남자는 여자의 두 팔을 아프도록 붙잡고 “내 이름은 히로시마, 당신 이름은 느베르”라면서 영화는 사랑의 교착상태로 끝난다. 
이 영화와 함께 르네의 1961년 작으로 상징이 가득한 흑백 예술영화 ‘작년 마리앙바드에서’(Last Year at Marienbad)가 15일 하오 7시30분 이집션 극장(6712 Hollywood Blvd.)에서 동시 상영된다. (323)466-3456.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말러의 ‘비극적’ 교향곡 제6번




프랑스 영화 ‘라스트 해머 블로우’(The Last Hammer Blow)는 ‘비극적’이라는 부제가 붙은 말러의 방대한 교향곡 제6번이 플롯의 주요 부분을 차지하는 검소하고 온화한 드라마다. 10년 전에 자기를 버리고 떠난 오케스트라 지휘자인 아버지 새뮤엘과 13세난 아들 빅터와의 관계의 연결을 다룬 소년의 성장기로 이 관계 연결의 촉매구실을 하는 것이 이 교향곡이다.
암을 앓는 어머니를 정성껏 돌보는 빅터가 사는 몽펠리에에서 이 교향곡을 연주하기 위해 오래간만에 도시를 찾아온 새뮤엘은 자기를 만나러온 생면부지이다시피 한 빅터에게 교향곡 제6번의 CD를 주면서 들으면서 느낌을 적으라고 이른다.
며칠 후 새뮤엘이 빅터에게 소감을 묻자 빅터는 대뜸 “길다”라고 대답한다. 그래 맞다. 교향곡 제6번은 참으로 길다. 7일 디즈니홀에서 구스타보 두다멜의 지휘로 LA필이 연주한 제6번은 휴게시간 없이 장장 75분이 계속됐다.  
새뮤엘은 리허설을 하면서 오케스트라 단원들에게 “이 음악이 비극적이라고 해서 훌쩍훌쩍 우는 것은 아니다”면서 “스트레스가 큰 음악”이라고 교향곡의 성질을 설명한다. 그래 맞다, 영육을 스트레스로 질끈 동여매는 음악이다. 그런 스트레스 끝에 느끼는 융성한 기쁨은 가히 마조키스틱하다고 해도 좋겠다. 이어 새뮤엘은 플룻과 클라리넷과 오보 연주자들에게 보다 부드럽고 물 흐르듯 연주하라고 지시한다.
고전과 현대가 혼합된 제6번은 세기말 병 환자요 염세주의자이며 운명론자인 말러의 교향곡 중 가장 어둡고 비극적이며 또 염세적이다. 역설적인 것은 이 음악이 그가 매우 행복했던 때 작곡됐다는 점이다. 아름다운 알마와 결혼해 첫 딸 마리아를 낳고 자신의 음악도 점점 많이 연주되고 또 자신이 감독으로 있는 비엔나 오페라의 공연도 내리 히트를 했던 시기였다.
그런데 말러가 1906년 5월 이 곡을 독일의 에센에서 초연한지 1년 안에 4세난 마리아가 죽고 알마의 부정이 밝혀지고 비엔나 오페라와도 결별하는가 하면 자신이 심장병을 앓고 있다는 진단을 받는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말러가 이 음악에서 자기 미래를 예견했다고들 한다.
말러의 이 같은 운명론은 이 교향곡의 장렬한 제4악장 후반부에 사용되는 떡메 같은 커다란 해머의 두 차례의 강타에서 상징적으로 나타난다. 말러는 마치 타격에 의해 큰 나무가 쓰러지듯 영웅의 종말을 상상했다고 하는데 따라서 교향곡 제6번은 말러의 ‘운명’교향곡이라고 불러도 되겠다. 해머 타격은 원래 세 차례였는데 후에 말러가 둘로 고쳤다. 이에 대해 영화의 빅터는 “말러가 세 번째 타격을 지운 것은 자기 운명을 피하고 또 무시하겠다는 의도를 보인 것”이라고 성숙한 해설을 한다. 
제4악장과 함께 군대의 행진곡 풍으로 시작되는 제1악장을 지휘하는 두다멜은 다소 놀랍게도 사납도록 강건하고 우람찼다. 타악기와 금관악기가 천둥번개를 치고 하늘의 승전가를 연주하듯 눈부신데 나는 말러의 제4악장의 금관악기 소리를 들을 때마다 구름을 타고 하늘에 오르는 느낌을 겪곤 한다.
나는 말러의 음악을 생각하면 헤세의 글이 떠오르곤 한다. 둘 다 자연과 산책을 사랑했는데 둘 다 자연이 자신들의 작품에 큰 영감을 제공했다. 교향곡 제6번의 서정미 그윽한 제2악장은 헤세의 ‘페터 카멘진트’를 연상시키는 말러의 풍경화다. 
말러는 교향곡 제6번을 1903년과 1904년 뜨거운 여름 오스트리아의 휴양지 마이에르니크의 뵈르터제 호숫가의 오두막(사진)에서 작곡했는데 제2 악장에는그가 즐긴 숲속 산책과 함께 오두막 창으로 내다본 자연의 풍광에서 얻었을 악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뭉게구름이 함박꽃 피듯 피어오르고 산새가 지저귀며 푸른 숲이 숱 많은 머리를 풀어헤치면서 바람이 불면 호수가 잔잔한 물결을 규칙적으로 일으키고 멀리서는 워낭 소리가 딸랑딸랑하고 반향을 불러온다. 
꿀빛 부드러움과 피곤한 영혼을 위무하는 듯한 멜로디와 하모니가 고즈넉이 아름답다. 물감 대신 음표로 그린 평화로운 풍경화다. 두다멜은 마치 연인을 끌어안고 애무하듯이 정성들여 아늑하게 지휘했는데 음악에 취한 듯이 보였다. 빈 틈 없는 지휘다.
그러나 교향곡의 뿌리는 제4악장에 있다고 하겠다. 오케스트라 뒷좌석에 앉은 청중들이 미소를 지으면서 지켜본 떡메가 마치 천둥번개의 신 토르가 망치 내려치듯 하는 소리를 내는 마지막 악장은 첩첩산중의 압력으로 몸과 마음을 짓누르는 거대한 무게와도 같다. 감정이 채 다 감당 못할 정도로 크고 장엄하다. 말러의 운명뿐 아니라 모든 인간의 운명을 통고하는 결연하고 치열한 종말이다. 절정에 이르렀다 아래로 내리 곤두박질치듯 허무하다. 
내 몸을 두 팔로 꼭 끌어안고 오케스트라 쪽으로 몸을 내밀고 들을 수밖에 없었다. 대단한 음악이다. 이상하게 두다멜의 팬이 못된 나로서는 장쾌하고 맵시 있는 그의 지휘를 오래간만에 즐겼다. 그리고 음악은 지식으로 아는 것보다 감각으로 느끼는 것이라는 영화 속 새뮤엘의 말이 떠올랐다. 말러의 제6번 교향곡은 이달 말 LA 필의 아주 순회공연 때 한국에서도 연주된다. *‘주말 산책’은 기자의 블로그 <hjpark1230.blogspot.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2015년 3월 9일 월요일

‘그레이의 50가지 색조’ 다코타 존슨




“결국엔 사랑 이야기란 점에 반해서 출연”


현재 빅 히트 중에 있는 소프트 포르노‘그레이의 50가지 색조’(50 Shades of Grey)에서 변태적 성행위를 즐기는 젊은 억만장자 크리스천 그레이(제이미 도난)를 사랑하는 여대생 아나스타시아 스틸로 나오는 다코타 존슨(25)과의 인터뷰가 최근 베벌리힐스의 포시즌스 호텔에서 있었다. 이 영화는 여류 E. L. 제임스(필명)가 쓴 3부작 베스트셀러의 첫 작품이 원작인데 지극히 지루하고 선정적이지도 못한 무미건조한 영화로 존슨과 도난의 화학작용도 미적지근하다. 존슨은 모두 배우인 단 존슨과 멜라니 그리피스의 딸이며 그의 외조모는 히치콕의‘새들’과‘마니’에 나온 금발 미녀 티피 헤드렌이다.‘미스 골든 글로브’인 존슨은 이 영화로 첫 메이저 영화사의 작품에 주연을 맡았다. 긴 갈색 머리에 검소한 차림을 한 존슨은 아직도 소녀 같았다. 인터뷰 경험이 많지 않은 탓인지 경직된 자세로 머뭇거리면서 질문에 간단하게 대답했는데 솔직했다. 가끔 미소로 자신의 어색함과 수줍음을 가렸는데 시간이 한참 지나서야 긴장이 다소 풀린 듯 웃기도 했다.           

-당신은 영화에서 과감히 자신의 나체를 보여주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 중의 하나가 여자의 나신인데 당신은 나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당신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나체에 대해 두려워한다면 불편해지게 마련이다. 난 여자들이 자신의 몸에 대해 수치감을 느끼지 않고 보다 편안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믿는다.”

-왜 이 역을 하기로 결심했는가.
“너무나 잘 알려진 얘기인데다가 얄궂은 섹스가 판을 치는 내용이어서 다소 주저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나는 내용이 사랑의 이야기라는 점에 반했다.”

-부모로부터 자문이라도 받았는가.
“부모의 직업을 답습하는 자식들이라면 당연히 그 껍질을 벗어나려고 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난 내 자신을 나의 어머니와 아버지의 딸이라고 취급 받기를 원치 않았다. 역에 대해선 어머니로부터 자문을 받지 않았다. 어머니도 책을 읽어 내용을 알고 있다. 그러나 나는 출연문제를 전적으로 개인적인 것으로 다뤘다. 어머니와는 그런 일 말고도 상의할 것이 따로 있다.”

-노골적인 섹스신을 찍을 때 기분이 어땠는가.
“제이미와 나 사이에 먼저 신뢰와 이해를 쌓기 위해 섹스신은 촬영 마지막에 찍었다. 그러나 내가 아무리 그 장면에 대해 준비를 했어도 별 도움이 못됐고 촬영할 때 가서야 비로소 스스로를 발견할 수가 있었다. 몹시 노골적이요 또 감정적이어서 취약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내 역을 바닥에서부터 철저히 이해해야 했다.”

-감독 샘 테일러-존슨은 당신에게 그 장면에 대해 어떤 준비를 시켰는가.
“우린 그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눴다. 난 노골적인 성애장면의 모든 면에 대해 정확히 알고자 했다. 카메라 각도는 어떤 것이며 촬영팀은 어디에 있을 것인가를 비롯해 모든 것을 안 뒤 촬영에 임했다.”

-영화제작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이 무엇인가.
크리스천(오른쪽)과 아나스타시아는 변태적 성애를 즐긴다.
“이 기자회견이다(웃음). 감정적으로 강렬히 도전적인 마지막 부분이다.”

-아나스타시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자기 가치관이 투철하고 자신만만한 여자다. 여자에게 있어 처녀성을 잃는다는 것은 상당히 심각한 일이다. 그런데도 아나스타시아는 힘과 자존을 지켰다. 난 그 점을 존경했고 그것의 한 부분이 되고 싶었다. 그리고 보다 많은 여성들이 아나스타시아와 같이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역을 하면서 가장 놀랐던 것은 무엇인가.
“난 처음에 나체와 섹스신을 실제로 할 때가 가장 두렵고 힘들 줄 알았는데 사실은 그것을 하기 전이 훨씬 더 두렵고 힘들었다. 막상 연기에 들어가니 모든 것을 집어던지고 역에 몰두할 수가 있어 보다 쉬웠다.”

-역을 한 뒤로 당신에게 뭔가 달라진 점이라도 있는가.
“사람들 앞에서 말하기가 보다 편해졌다. 그리고 과거보다 자기 가치를 더 많이 얻게 됐다. 또 아나스타시아로부터 힘도 얻었다.”

-인생의 목표는 무엇인가.
“잘 모르겠다. 매주 바뀌는 것 같다.”

-영화에 대한 반응을 어떻게 용감히 받아들일 것인가.
“내 마음 어딘가에 용기가 자리하고 있다고 본다. 이 영화를 좋아할 사람들이 있을 것이고 싫어할 사람들도 있을 텐데 난 그 모두를 순순히 수용하겠다”

-역을 맡고 나서 어떻게 감정적으로 자신을 보호할 수가 있었는가.
“영화 속의 나는 실제의 내가 아니고 또 그 감정도 내 것이 아니다. 그러나 나는 그 감정에 다다르기 위해 매우 취약하고 또 야생적인 곳에 찾아가야 했다. 몹시 지치고 감정적으로 힘들었지만 보람 있는 일이기도 하다. 그리고 나는 작중인물을 집에까지 데려가지 않으려고 노력을 했다.”         

-스크린에서 자신을 본 소감은.
“아주 옛날 일 같기만 하다. 따라서 그것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느낌이다.”

-영화 출연에 대한 당신 부모의 반응은 어땠는가.
“출연이 확정되기 전에는 부모에게 그에 대해 말을 안 했다. 내가 역을 맡았다는 것을 안 뒤로 할머니와 어머니는 나를 전적으로 후원했다. 그들은 그것이 단지 직업이요 연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의 아버지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그들은 모두 이 영화를 안 볼 것이며 나도 그러기를 원한다.”

-당신은 어머니 쪽을 닮았는가 아니면 아버지를 닮았는가.
“나는 할머니의 힘과 우아함을 다소 지녔다고 생각하고 싶다. 내 할머니처럼 우아한 여자도 보기 드물다. 그리고 내 어머니는 영리하고 우습다. 나도 어느 정도 그렇다. 그러나 난 부모 양쪽을 함께 닮은 편이다.”

-나체와 노골적인 섹스가 있는 영화에 나온 뒤로 자신의 몸에 대해 보다 더 편해졌는가.
“난 언제나 내 몸에 대해 상당히 편안하게 느껴 왔다고 생각한다. 그런 장면들은 철저히 기술적인 것이어서 난 내 육체의 이미지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았다.”

-제이미와 섹스신 연습을 했는가.
“훈련과 함께 연습을 했다.

-크리스천과 같은 남자가 당신의 꿈의 남자인가.
“아니다. 내 꿈의 남자는 우습고 나이스한 남자다.”

-부모가 모두 배우여서 당연히 배우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가.
“늘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 속에서 자라 나도 배우가 되리라고 짐작했던 것 같다.”

-영화의 원전인 책을 읽었을 때의 소감은.
“읽어 나가기 쉬운 책은 아니지만 쏜살같이 읽었다. 내가 반했던 점은 내용이 영화로 만들기  딱 좋은 괴상하고 흥미 있는 동화와도 같다는 것이다. 사랑의 얘기라는 점에 사로 잡혔었다. 제1권은 이미 읽었고 나머지 두 편은 내가 할 일을 정확히 알기 위해 오디션 과정에서 읽었다.”

-애인이 있는가.
“없다. 애인이 있다면 이 영화에 대해 나와 자유롭게 대화하고 이해할 수 있는 남자라면 좋겠다. 그래야 내가 존경할 수 있다.”

-영화에 나오기 전에 에로틱한 작품에 흥미가 있었는가.
“난 에로틱한 책을 많이 읽었다. 난 특히 에로틱한 그림에 관심이 큰데 그 중에서도 에곤 쉴레와 그의 여자의 육체에 대한 개념을 좋아한다.”

-당신의 아버지는 남자관계에 대해 당신에게 무엇을 가르쳐 주었으며 당신이 애인을 집에 데려왔을 때 반응이 어땠는가.
“관계에 대해 많이 가르쳐주었다. 언제나 나를 존경하며 또 늘 사랑 받는다고 느끼게 하는 남자여야 한다고 가르쳐주었다. 그리고 아버지는 늘 내가 애인을 집에 데려오면 달가워하지 않을 것처럼 행동했으나 진짜는 그렇지 않았다. 아버지는 이왕이면 스포츠를 좋아하는 애인을 택하기를 바랐다.”                   

-배우가 되기로 한 결정적 계기는 무엇인가.
“17세 때 몰리에르의 ‘건성으로 앓는 남자’를 읽고 극중의 계모 역이 하고 싶어 안달이 났었다. 그리고 난 어렸을 때 매우 격한 감정적 과정을 거치면서 옷도 자주 바꿔 입었다. 그래서 영화에 나와 나 아닌 다른 사람 노릇을 하면 그것이 진짜 내가 될 수 있으리라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무엇이 당신으로 하여금 나체에 대해 편안하게 느끼게 만드는가.
“나는 나 자신에 대해 편안하게 느끼라는 말을 들으면서 자랐다. 내 부모가 내게 자신감을 심어 주었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The Second Best Exotic Marigold Hotel


쿠퍼 부인과 가이(리처드 기어)가 로맨스 무드에 젖어 있다.

이국적 풍광 속 결말 뻔한 ‘실버 로맨스’


2011년에 나와 히트한 은퇴한 영국 남녀 노인들의 인도 자이푸르에서의 삶과 티격대격과 로맨스를 그린 코미디 드라마의 속편인데 나태하고 당분이 너무 많은 소프 오페라다. 전편에 나온 영국의 연기파들이 다시 나오는데 이번에는 국제적으로 돈을 벌 목적으로 미국 배우 리처드 기어를 영국 노인들 사이에 편입시켰다.
‘물 떠난 물고기’ 얘기인 전편은 감상적이요 플롯도 크게 놀랄 것 없었지만 그런대로 재미있었는데 속편은 같은 인물들 모아놓고 아이디어가 달려 옛 애기를 반복하다시피 하고 있다. 이렇게 얘기가 궁하다 보니 공연히 노인네들의 사랑의 줄다리기를 억지로 엮어 뻔한 결말에 장애물을 놓아 서술이 덜컹거린다. 
아무 생각 없이 그저 내로라하는 고참 배우들과 자이푸르의 풍족과 가난이 범벅을 이룬 이국적이요 다양한 풍경을 보고 즐길 만은 하지만 영화 너무 사탕발림 식인데다가 모든 것이 다 말끔하고 행복하게 마무리 지어지는 지극히 비현실적인 처리 때문에 노인용 동화를 보는 것 같다. 
전편에서 구닥다리 호텔을 개수해 거주를 겸한 호텔로 만들어 크게 성공한 매리골드 호텔에는 전편에서 남은 여섯 명의 영국인 노인 거주자들이 그대로 살고 있다. 주인은 아름다운 미망인 어머니 쿠퍼 부인(릴리엣 더비)과 함께 호텔을 운영하는 활기찬 청년 소니(데브 파텔이 호들갑을 떤다). 소니가 호텔 직원으로 고용한 영국인 할머니는 산성 혀를 지닌 뮤리엘 도넬리(매기 스미스). 
파텔은 호텔을 프랜차이즈로 만들려고 샌디에고에 와서 투자회사 사장 타이 벌리(데이빗 스트레테언)에게 융자를 요구한다. 자이푸르로 돌아온 소니는 벌리가 보낼 신분을 숨긴 호텔 평가자를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한다. 이 때 달랑 가방 하나를 들고 나타난 남자가 미국인 가이 체임버스(리처드 기어). 그와 같은 시간에 영국인 여자 라비니아 비치(탐신 그레이그)가 어머니를 위해 호텔을 둘러보러 왔다며 투숙한다.
한편 소니는 호텔 확장에 온 신경을 집중하면서 결혼식을 앞둔 약혼녀 수나이나(티나 데사이)를 소홀히 하면서도 수나이나가 자기 오빠의 번지르르한 친구 쿠샬(샤자드 라티프)과 시간을 보내자 질투를 부린다.
노인들이라고 연애 못하라는 법 있느냐는 듯이 두 쌍의 노인들의 애정문제가 서브플롯으로 나선다. 전편에서 서로에게 호감을 표시한 이블린(주디 덴치)과 더글러스(빌 나이)는 공연히 아직도 사랑의 줄다리기를 하고 부부인 노만(로널드 피컵)과 캐롤(다이애나 하드캐슬)은 서로 사랑하면서도 바람을 피워댄다. 그리고 노인 섹스덩어리인 매지(셀리아 임리)는 두 명의 동네 부자로부터 구애를 받는다. 
여기에 가이가 쿠퍼 부인과 로맨스를 엮으면서 노인들의 사랑에 반주를 넣는데 둘의 로맨스는 아주 어색하고 기어도 내가 왜 이 영화에 나왔지 하며 어리둥절해 하는 표정이다. 끝은 요란하고 화려한 춤이 있는 소니의 결혼식으로 장식된다. 뒤는 빈민촌인데 겉만 다색으로 페인트칠한 건물과도 같은 영화다. 존 매든 감독. PG. Fox Searchlight. 일부 지역.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채피 (Chappie)


좋은 로봇 채피(오른쪽)가 나쁜 로봇을 공격하고 있다.

“평화를 지켜라” 착한 로봇의 분투


액션이 요란한 로봇과 인공지능의 얘기로 공상과학 영화들인 ‘디스트릭 9’과 ‘엘리지움’을 감독한 남아공의 닐 블롬캠프가 연출하고 각본을 썼다. 무대는 남아공의 요하네스버그로 블롬캠프는 자기 영화에서 늘 사회경제적 문제도 다루고 있는데 여기서도 마찬가지다.
보통 인공지능을 지닌 로봇 영화는 초능력을 지닌 사악한 로봇이 인간세상을 풍비박산 내기가 일수인데 이번에는 채피라는 이름을 지닌 로봇이 범죄가 판을 치고 싸움질을 하는 세상을 평화롭게 만들려고 애를 쓴다. 못난 인간을 계도하는 로봇인데 괜히 하는 소리다.  
휴 잭맨과 시고니 위버 같은 빅스타가 나오고 요즘 매우 분주한 인도 청년 데브 파텔(위 영화 참조)이 나오긴 하지만 영화는 평범한 공상과학 액션영화의 수준을 못 벗어나고 있다. 과거   의 여러 로봇영화들을 얘기를 짬뽕한 것처럼 신선미가 부족한데 마치 비디오게임을 보는 것 같다. 그리고 너무나 많은 프로덕트 플레이스먼트(상품을 장면에 내놓는 것)도 눈에 거슬린다. 컴퓨터와 액션 좋아하는 젊은 층을 위한 영화다.
멀지 않은 미래. 요하네스버그는 범죄가 판을 치는 험악한 도시로 전락했고 치안을 담당하는 것은 로봇들. 경찰서장 미셸(시고니 위버)이 관리하는 로봇 조종실의 프로그래머 디온(데브 파텔)은 로봇에 인공지능 칩을 넣어 사람과 또 같이 생각하고 느끼도록 하는 연구에 몰두한다.
이런 디온에 적수로 등장하는 사람이 역시 같은 경찰서에서 일하는 엔지니어 빈센트 모어(휴 잭맨). 그는 자기 나름대로 자기 지시대로 행동하는 거대한 로봇 무스를 고안, 디온에 한 발 앞서 가려고 한다. 둘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과정에서 일단 디온이 먼저 인공지능 칩을 개발해 로봇에 집어넣고 이를 채피라 명명한다.
채피(‘디스트릭 9’의 주연 샬토 코플리의 음성)의 인공지능은 아직 어린 아이의 수준이어서 아기 같이 군다. 이런 채피를 남녀 3인조 갱이 훔쳐다 자기들 졸개를 만드는 과정이 우습고 재미있다. 닌자와 요-란디 및 양카라는 이름을 지닌 3인조는 아이 같은 지능의 채피에게 도둑질하는 방법과 총 쏘는 기술을 가르쳐주면서 범죄로봇으로 교육시킨다. 이를 막는 것이 채피의 창조자인 디온.
한편 빈센트는 마치 ‘로보캅’처럼 자기가 기계 안에 들어가 자의대로 조종할 수 있는 무스를 동원해 채피를 처치하려고 나선다. 그리고 보통 체격의 채피와 덩지가 산 만한 무스 간에 생사결단의 격투가 벌어진다. 여기에 채피를 위험분자로 간주한 당국마저 채피 처리에 나서면서 채피의 위험은 배가한다.
고철처럼 덜렁거리는 고장난 장난감 같은 영화로 나오는 인물들이 한 결 같이 1차원적인데다가 플롯이 씨도 안 먹히는 소리를 하고 있어 관심이 안 간다. 연기도 볼 것 없다. 
PG-13. Sony. 전지역.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다운턴 애비’



PBS-TV에서 매주 일요일 오후 9시에 방영하는 영국 드라마 ‘다운턴 애비’(Downton Abbey)는 TV 드라마 사상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시청자들이 관람하는 의상 드라마다. 영국 TV의 자랑거리인 ‘매스터피스 클래식’의 한 작품인 이 드라마는 영화 ‘고스포드 팍’으로 오스카 각본상을 탄 줄리안 펠로즈의 역작으로 한 번 보기 시작하면 TV에서 눈을 뗄 수가 없을 정도로 흥미진진하다.    
나도 이 드라마의 중독자로 얼마 전 본 극중 주인공 백작 로버트 크롤리의 대저택 다운턴 애비에서 그의 온 가족과 하인들이 모인 가운데 열린 크리스마스 파티로 말미를 장식한 시즌 5가 끝나는 것이 아쉽기만 했다. 콧등이 시큰해지는 피날레였다. 현재 시즌 6를 촬영 중이다.
역시 ‘매스터피스’ 시리즈의 하나인 ‘업스테어즈, 다운스테어즈’를 연상시키는 ‘다운턴 애비’는 1910년에 즉위한 국왕 조지 5세의 통치기간에 요크셔 카운티의 다운턴 애비에서 벌어지는 로드 그랜담(로버트 크롤리를 이렇게 부른다)의 가족과 친척과 친지와 하인들의 얘기로 시즌 5는 영국 사회가 서서히 현대화하면서 귀족계급이 신분의 변화를 느끼게 되는 1924년에 끝났다.
수많은 인물들이 나왔다 사라지고 또 새 인물이 등장하면서 드라마가 엮어지는데 주요 인물만 해도 수십명에 이른다. 이들이 각자 사연과 비밀이 있고 또 사랑하고 이별하니 그 사정이 얼마나 구구각색이겠는가.
다운턴 애비의 주인은 권위 있고 인자한 로드 그랜담(휴 본느빌)과 그의 돈 많은 현모양처 미국인 아내 레이디 코라(엘리자베스 맥거번). 과거 한 때 돈 많은 미국 여인들이 거액의 지참금을 싸들고 와 영국의 돈이 궁한 귀족 남자들과 결혼했는데 코라도 그 중 하나다.
이들 부부의 장녀로 차가운 젊은 미망인 메리(미셸 도커리)를 비롯한 딸들과(로드 그랜담의 사촌남자 상속자는 타이태닉호의 희생자다) 친척과 친지들이 위층 사람들이요, 우두머리 하인인 미스터 카슨(짐 카터)과 우두머리 하녀 미시즈 휴즈(필리스 로간)를 비롯한 하녀와 발레와 후트맨과 쿡들이 아래층 사람들.
그런데 하인층에서도 계급의식이 위층만큼이나 철저해 미스터 카슨이 식당엘 들어오면 모두들 기립한다. 어깨에 힘 들어간 위층 사람들의 얘기도 재미있지만 이에 못지않게 흥미 있는 것이 아래층 사람들의 시시콜콜한 얘기다.
위층 사람들 중에(다운턴 애비에서 떨어진 곳에 살긴 하지만) 톡톡 튀는 사람이 로드 그랜담의 어머니인 백작 미망인 바이올렛(매기 스미스-시즌 6로 드라마에서 퇴장할 예정이라고 한다). ‘앙시앙 레짐’의 전형적인 인물인 이 냉소적인 독설가가 “주말, 주말이 뭐야”라며 평민들을 깔보는 발언을 할 때면 웃으면서도 심기가 뒤틀린다. 놀고 먹는 그에겐 매일이 주말이니까 나온 말이다.
아래층 사람들 중에서 내가 가장 관심 있고 흥미롭게 보는 사람은 미스터 카슨이다. 그는 하인을 천직으로 여기는 사람으로 로드 그랜담보다 더 권위적이요 구식이다. 그래서 얼마 전 ‘다운턴 애비’의 세트 방문차 런던에 갔을 때도 나는 저녁식사 자리에서 미스터 카슨의 옆에 바짝 붙어 앉아 그동안 궁금했던 것들을 물어보았다.  
내가 “카슨씨, 당신은 로드 그랜담보다 더 보수적이요 귀족적이네요”라고 말을 건네자 그는 “아무렴 그렇지요”라며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큰 코와 검고 굵은 눈썹에 묵직한 마스크를  한 그의 육중한 저음이 오페라에 나왔으면 딱 맞겠는데 그래서 내가 “카슨씨, 오페라 출연 제의 받은 적 있나요”하고 물었더니 “나 음치입니다”라며 껄껄대고 웃었다.
2월의 런던답게 런던서 차로 1시간 반쯤 떨어진 다운턴 애비의 실제 모델인 촬영장소 하이클레어 캐슬에 찾아간 날은 하루 종일 비가 내렸다. 뿌연 연무 속에 저 멀리 다운턴 애비(사진)가 보인다. 아는 집이나 방문하듯 반가웠다. 이 캐슬은 1749년에 지은 것으로 현 주인 레이디 카나본이 할리웃 외신기자협회(HFPA)의 우리들을 반갑게 맞았다.
로드 그랜담과 레이디 메리가 도서실에서 리허설을 하는 모습을 구경하고 저택 안팎을 둘러 본(무지무지하게 넓고 크다) 뒤 출연진들과의 기자회견에 이어 점심을 그들과 함께 했다. 줄리안 펠로즈와 매기 스미스를 비롯해 자리에 함께한 배우들이 초면인데도 TV로 자주 봐 구면 같다. 식사 장소에는 귀족들이 사냥할 때 입는 빨간 코트와 검은 모자 등 드라마의 의상이 진열돼 있어 나도 코트 입고 모자를 쓰고 사진을 찍었는데 후에 보니 아주 어색하다. 귀족이 될 팔자가 아닌가 보다.
런던에 돌아와 상류층 프라이빗 클럽인 새빌 클럽에서 미스터 카슨의 “레이디즈 앤 젠틀멘 디너 이즈 서브드”라는 통보에 따라 로드 그랜담과 레이디 코라 등 극중 인물들과 함께 포도주를 겸한 저녁을 들면서 훈훈한 기운 속에 얘기를 나눴다. 제일 궁금한 것이 시리즈가 언제 끝날까 하는 점. 그러나 이에 대해 펠로즈를 비롯해 출연진 모두가 “그 건 나도 몰라요”라고 오리발을 내밀었다. 하긴 미리 알면 재미가 없긴 하지. 시즌 6가 학수고대 된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