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4년 11월 28일 금요일

‘이미테이션 게임’ (The Imitation Game)

알란 튜링(베네딕 컴버배치)이 자기가 고안한 암호해독기 앞에 서 있다.

나치 패망에 공헌한 천재 동성애자 이야기


2차 대전 때 나치의 도저히 해독할 수 없는 군사용 암호 ‘에니그마’를 해독하는 기계를 발명해 종전을 앞당기는데 지대한 공로를 남긴 영국의 천재 알란 튜링(베네딕 컴버배치)의 삶을 다룬 준수한 전기 드라마다. 
오만한 천재 튜링은 동성애자였는데 (그리고 장거리 달리기 선수였다) 나치 패망의 원동력이 된 ‘에니그마’ 해독기를 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성적 기호 때문에 경찰에 체포됐고 그 후 자살했다. 2009년 당시 영국 수상이던 고든 브라운은 이에 대해 공식 사과했고 엘리자베스 여왕은 지난해에 튜링을 사면했다.
영화는 튜링이 극비로 구성된 동료들과 함께 암호를 풀 기계를 고안하는 과정과 그의 개인적 문제를 함께 다루고 있다. 매우 짜임새가 좋고 내용도 재미있고 연기도 좋으며 모양새도 반듯하나 영화가 일종의 전쟁영화 치고는 너무 말끔해 보통 잘 만든 영화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또 영화가 너무 현대적인 것도 결점이긴 하지만 매우 지적이며 오락적이요 흥미 있는 작품으로 볼만하다.
오만불손하고 천상천하 유아독존 스타일의 튜링은 남이 못 보는 것을 볼 줄 아는 탁월한 두뇌를 지닌 천재. 그는 나치가 매일 새로 바꿔 자국 해군에 보낸 암호에 따라 공격을 받고 영국과 연합군의 선박들이 무참하게 수장되는 것을 막기 위해 극비리에 조직된 암호 해독팀에 합류한다. 6명으로 구성된 팀은 모두 수학과 체스의 천재들.
고전 스타일의 지휘관 데니스턴(찰스 댄스)이 총괄하고 체스 챔피언 휴 알렉잰더(매투 굿)가 리드하는 팀은 처음부터 무례하고 자기들을 무시하는 튜링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이런 튜링이 지나치게 독단적인 행동을 하자 데니스턴은 그를 해고하나 튜링은 처칠에게 편지를 써 물질적 재정적 지원의 약속을 받아낸다.
팀의 리더가 된 튜링은 통상적인 수단으로 해독하려면 수십년이 걸리는 ‘에니그마’를 해독하기 위해 여러 개의 디스크와 손잡이들이 있는 기계를 조립하는데 이것이 컴퓨터의 원조다. 
이 팀에 유일한 여자인 조운 클라크(키라 나이틀리)가 참여하면서 영화에 감정적 깊이를 주는데 튜링은 유독 조운과만 다정하게 지낸다. 그리고 튜링은 자신의 성적 기호를 아는 조운의 종용에 따라 이 여자와 형식적인 결혼을 한다. 
영화는 많은 시간을 보통 사람은 알아들을 수가 없는 전문용어들을 사용하면서 팀이 암호 해독기를 고안하는 과정에 할애하는데 일반 관객이 좀 이해하기 쉽게 이 부분을 다뤘어야 했다. 여하튼 팀은 2년이 훨씬 지나서야 마침내 해독기를 완성하는데 런던의 정보부 MI6의 국장 스튜어트 멘지시(마크 스트롱)의 지시에 따라 이를 극비에 부친다. 
그리고 나치가 눈치 못 채도록 독일 함정에 대한 공격도 선발적으로 한다. 이에 따라 튜링이 고안한 인공두뇌인 기계는 나치의 공격을 받는 연합국 선박의 생사여탈권을 행사하는 신적인 구실을 하게 된다. 
영화에서 가장 뛰어난 것은 카리스마 있는 컴버배치의 연기다. 그는 BBC의 TV 시리즈 ‘셜록 홈즈’에서도 천재적인 현대판 탐정 역을 멋있게 해내는데 여기서도 지와 감정을 겸비한 사람의 내적·외적 면모를 아주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그가 동성애자로서 고뇌하고 갈등하며 또 아파하는 모습은 보는 사람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다. 오스카상 후보감이다. 감독은 노르웨이 태생의 모르텐 틸둠.
PG-13. Weinstein. 아크라이트와 랜드마크.  ★★★★(5개 만점)  
                                                           < 한국일보 편집위원/hjpark1230@gmail.com>


호러블 보스 2 (Horrible Bosses 2)

사장 아들 렉스(오른쪽)가 데일(왼쪽부터), 커트, 닉에게 가짜 납치극을 설명하고 있다.

억지 웃음 강요하는 낡고 엉성한 코미디


2011년에 나와 빅 히트를 한 고약한 사장들에게 시달리는 세 명의 어수룩한 봉급쟁이의 시련과 역습을 다룬 코미디의 속편으로 옛 얘기를 반복하는 것처럼 신선감이 모자란다. 웃기긴 하지만 자연스런 웃음이라기보다 강제된 웃음이라고 해야 옳겠는데 반복되는 플롯을 에피소드 식으로 늘어놓았다.
재미있는 것은 초호화 조연진의 모습과 연기. 갱스터 지망생의 제이미 팍스, 상소리를 내뱉는 투옥 중인 케빈 스페이시, 섹스광 치과의사 제니퍼 로렌스 그리고 간악한 사장과 그의 겉멋 들린 아들로 나오는 크리스토프 월츠 및 크리스 파인 등이 엉성한 영화를 빛내준다.
멍청이라 부를 만한 3인조 닉(제이슨 베이트맨)과 셋 중에 제일 멍청한 데일(찰리 데이) 및 커트(제이슨 서디키스)는 비누와 샴푸와 컨디셔너를 동시에 분사하는 ‘샤워 버디’를 발명한 뒤 물주를 찾는다.
이들이 찾아간 사람이 우편주문 캐털로그사의 간교한 사장 버트(월츠). 버트는 이들에게 샤워버디 10만개를 살 테니 만들라고 제안한다. 그래서 3인은 은행서 50만달러를 융자하고 오합지졸 같은 직원들을 뽑아 주문량을 완성한다.
그런데 교활한 버트가 이들을 파산시키기 위해 주문을 취소하면서 닉과 그의 동지는 큰 일이 났다. 이들이 궁여지책으로 고안해낸 아이디어가 버트의 으스대는 아들 렉스(파인)을 납치해 몸값을 받자는 것.
그래서 납치 아닌 납치를 하는데 렉스가 오히려 자기 아버지를 사기 칠 계획을 마련한 뒤 닉 일행에게 협조해 돈을 나눠 먹자고 꼬득인다. 이에 세 멍청이가 마지못해 범행에 참여하면서 온갖 해프닝이 일어난다. 그런데 렉스는 진짜 나쁜 놈이다.    
닉과 그의 친구들은 렉스를 납치하기 전에 흑인 동네의 딘(팍스)과 살인죄로 복역중인 닉의 전직 사장 데이브(스페이시)를 찾아가 범행에 쓸 물건을 구하고 또 자문을 구하는데 이 부분이 웃긴다. 터무니없는 내용으로 부분 부분은 웃기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짜임새가 전연 없는 넌센스다. 션 앤더스 감독. R. New Line. 전지역. ★★½(5개 만점)
                                                                    < 한국일보 편집위원/hjpark1230@gmail.com>

흑과 백



둘 다 흑인인 덴젤 워싱턴과 오프라 윈프리를 인터뷰 한 적이 있었다. 나는 워싱턴에게 “당신은 인종차별을 불치의 병으로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그는 이에 “그렇다”면서 “아마 앞으로 100년이 지나도 그 병은 고쳐지지 않을 것이다”며 심각한 표정을 지었었다.
나는 윈프리에게는 “당신은 흑백차별이 인간의 본성에서 나오는 것으로 여기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윈프리는 정색을 하면서 “아니다. 그것은 교육에 달린 문제다”고 대답했었다.
그러나 나는 윈프리와는 생각이 다르다. 나는 인종차별이 인간의 원초적 본능에 기인한 것으로 생각한다. 자기와 다른 것에 대한 동물적인 반응이다. 따라서 우리는 모두 인종차별주의자들이다.
자기와 다른 것에 대한 인간의 타고난 거부반응은 관용과 인내와 인간성 그리고 사랑과 연민 또 윈프리의 말처럼 교육으로 휴면시키는 수밖에 없다.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카운티 대배심이 퍼거슨시의 비무장 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을 총격 사망케 한 백인 경관 대런 윌슨에 대해 불기소 결정을 내리자 퍼거슨을 비롯해 전미 대도시에서 격렬한 시위가 벌어지면서 약탈행위도 자행되고 있다. TV로 이를 보면서 4.29폭동이 생각났다.
그 때 사우스LA의 한인 가게들이 흑인들에 의해 큰 피해를 입었는데 흑인 동네에서 장사하다가 애꿎게 흑인들의 분풀이 상대가 된 한인 가게가 나오는 영화가 스파이크 리가 감독하고 주연도 한 ‘똑바로 살아’(Do the Right Thing·1989)이다.
뜨거운 여름 브룩클린의 흑인 동네에서 일어나는 인종갈등을 그린 화끈한 영화로 난동 흑인이 한인 가게에 들어가 마구 기물을 파괴한다. 난 언젠가 리를 인터뷰했을 때 그에게 이 장면에 대해 물었더니 리는 “어, 그 거 특별히 한국 사람들에 대한 거부반응을 보인 것은 아니다”면서 “어쨌든 미안하다”고 어물쩍 넘어갔다.
미국의 흑인에 대한 차별과 멸시는 현실에서 뿐만 아니라 할리웃에서도 무성영화 때부터 있어 왔다. D.W. 그리피스의 걸작으로 우드로 윌슨 대통령이 “번개로 쓴 역사”라고 찬양한 무성영화 ‘국가의 탄생’(Birth of a Nation·1915)도 흑인 박해 단체인 KKK를 찬양해 지금까지도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또 할리웃 최초의 유성영화 ‘재즈 가수’(Jazz Singer·1927)에서는 백인 알 졸슨이 얼굴에 검은 칠을 하고 노래를 불러 구설수에 올랐고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는 스칼렛의 흑인 하녀들인 매미와 프리시가 하잘 것 없거나 맹하게 묘사돼 흑인차별 영화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이렇게 미 백인들의 흑인에 대한 차별과 멸시 때문에 라나 터너가 주연한 영화 ‘인생의 모방’(Imitation of Life·1959)에서는 흑인 가정부의 백색 피부를 지닌 딸(수전 코너)이 어머니를 외면했다가 뒤늦게 후회하고 대성통곡을 한다. 또 ‘핑키’(Pinky·1949)에서도 하얀 피부 때문에 백인 행세를 하던 젊은 여인 핑키(진 크레인)가 고향인 남부에 돌아왔다가 자신의 정체를 인식하고 고향에 봉사하기 위해 정착한다.
내가 어렸을 때 본 영화로 백인의 흑인에 대한 혐오에 혀를 찬 것이 한국전 영화 ‘모든 젊은 남자들’(All the Young Men·1960)이다. 인종차별주의자인 미군 하사관 킨케이드(앨란 래드)가 적의 탱크에 팔이 깔려 절단되면서 수술을 받는다.
이 때 킨케이드에게 수혈을 해주는 전우가 킨케이드가 증오하는 흑인 하사관 에디(시드니 포이티에)다. 에디의 피가 킨케이드의 혈관 내로 들어가면서 흑백통합이 이뤄진다.
영화 ‘흑과 백’(The Defiant Ones· 1958)에서는 흑인을 사갈시 하던 탈옥수 존(토니 커티스)이 쇠사슬에 매인 수갑으로 서로 연결된 흑인 노아(시드니 포이티에)와 같이 숨이 턱에 차도록 도주를 하다가 노아의 인간성에 감복, 흑인에 대한 증오감을 저버리게 된다. 사회문제에 관심이 깊었던 스탠리 크레이머 감독의 긴장감 있고 훌륭한 연기를 볼 수 있는 드라마다.
포이티에는 흑인 최초로 오스카상을 탄 배우로 여러 편의 흑백문제를 다룬 영화에 나왔다. 그 중에서도 역시 크레이머가 감독하고 스펜서 트레이시와 캐서린 헵번이 공연한 ‘초대 받지 않은 손님’(Guess Who’s Coming to Dinner·1967)은 흑백문제를 다룬 명화들 중의 하나다.
백인 처녀(캐서린 휴턴-헵번의 실제 질녀)가 약혼자인 흑인 변호사(포이티에)를 처음으로 부모에게 소개시키는 드라마로 당시만 해도 미국의 많은 주에서는 흑백 결혼이 불법이어서 큰 화제가 됐었다. 트레이시의 유작으로 그의 마지막 인간성에 대한 긴 대사는 눈시울을 적시게 만든다.
2015년 1월에 나올 ‘흑이냐 백이냐’(Black or White·사진)도 흑백문제를 솔직하게 다룬 준수하고 재미있는 드라마다. 태어났을 때부터 흑인 손녀를 혼자 키워온 외조부(케빈 코스너)가 갑자기 손녀의 흑인 친할머니(옥테이비아 스펜서)로부터 손녀 양육권에 대해 소송을 당하면서 흑백문제가 야기되는 좋은 얘기다. < 한국일보 편집위원/hjpark1230@gmail.com>

2014년 11월 24일 월요일

‘퓨리’ 브래드 핏



“난 언제나 본능에 따라 사는 게 생활지침”


현재 상영 중인‘퓨리’에서 1945년 4월 2차 대전 종전 직전 독일전선에 투입된 미군의 셔만탱크를 4명의 전우들과 함께 몰고 독일군과 치열한 교전을 벌이는 고참상사 단‘워 대디’ 칼리어로 나온 브래드 핏(50)과의 인터뷰가 뉴욕에서 있었다.“늦어 미안하다”며 보무당당하게 인터뷰장에 들어선 콧수염을 한 핏은 작은 모자에 엷은 갈색 선글라스를 썼는데 나이답지 않게 젊어 보였다. 씩씩한 청년 같았는데 제스처와 함께 악동 같은 미소를 지으면서 농담을 섞어 차분하면서도 진지하게 질문에 대답했다.                                             
  
―영화에서 당신의 전우들로 나온 배우들과의 관계는 어땠는가.
“데이빗 에이어 감독은 우리를 급박한 상황에 넣어 우리들로 하여금 자신들의 강점과 약점을 배우도록 했다. 영화를 찍는 3개월 동안 우리는 맹훈련을 해 탄탄한 동아리로 뭉쳤다. 각기 성격과 배경이 다른 우리는 일종의 찢어진 가족으로 전쟁의 정신적 타격과 전쟁의 공포가 가져다주는 심리적 부담을 짊어져야 했다. 그 중에서도 나는 지도자여서 내 약점을 전우들에게 보여줄 수가 없었다.”

―당신은 여기서 독일어를 할 줄 아는 미군으로 나와 독일군을 때려잡는데 ‘인글로리어스 배스타즈’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 당신의 전쟁영화다. 당신과 독일과의 관계는 어떤 것인가.
“독일어 하느라 땀깨나 흘렸다. 나는 독일 미술의 열렬한 팬이다. 이 영화는 사람들이 한 이념에 매였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아까도 말했지만 영화는 인간의 공포에 흠집을 내는 전쟁의 충격을 다루고 있다. 난 독일어를 좋아하는데 부드럽게 말할 땐 아주 아름다워 고운 음악 같다.”

―2차 대전 참전 군인들의 자문을 받았는지.
“벌지 전투에서부터 여러 전투에 참전했던 사람들과 대화를 나눴다. 그들에 의하면 독일 탱크가 우리 것보다 성능이 월등했다고 한다. 그들의 포탄은 우리 탱크를 관통할 수 있을 정도로 막강했다. 그래서 우리 탱크 병사들이 많이 전사했는데 많은 군인들이 탱크 안에서 소사했다고 한다. 그들의 말에 충실한 영화를 만들려고 했다.”

―전쟁은 지금도 끊이지 않고 일어나고 있는데 이런 현상과 2차 대전과 어떤 상관관계라도 있다고 보는가.
“그것에 대한 명답은 모르겠다. 그 때와 지금이 다른 점이 있다면 그 때는 전쟁명분이 뚜렷했던 반면 지금은 그것이 애매모호하다는 점이다. 여하튼 나는 이 영화처럼 탱크부대를 자세히 묘사한 영화를 본 적이 없다. 이 영화는 잠수함 전투를 그린 독일 영화 ‘보트’의 탱크판이라고 하겠다. 나는 영화를 찍는 동안 ‘서부전선 이상 없다’를 읽었다. 책은 독일 보병의 얘기이지만 그것이 우리의 얘기와 너무나 같다는데 놀랐다.”
‘워 대디’(앞줄 왼쪽)가 이끄는 미군 탱크가 적진을 향해 달리고 있다.

―당신이 유럽에서 이 영화를 찍을 때 당신의 부인 앤젤리나는 호주에서 또 다른 전쟁영화를 찍으면서 서로 사랑의 편지를 교환했다고 들었는데.
“우린 동시에 일하지 않는데 이번엔 스케줄이 잘 못돼 나는 유럽에서 앤젤리나는 태평양에서 일하게 됐다(연말에 개봉될 태평양전쟁 실화인 ‘언브로큰’을 감독). 그래서 우리는 옛날에 군인들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편지를 썼듯이 이메일과 스카이프로 편지를 교환했다.”

―얼마 전의 결혼을 축하한다. 그 후로 뭐 변한 것이라도 있는가.
“이제 진짜로 결혼한 남자처럼 느껴진다. 우린 이미 아이가 여섯이나 있어서 결혼은 이미 지나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이들이 우리가 결혼하기를 원했다. 결혼 후 그것이 단지 하나의 축하행사가 아니라 서로의 언약을 더욱 깊게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영화는 시상시즌에 앤젤리나의 영화와 경쟁을 할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내 영화는 종종 내 친구들의 것과 상을 놓고 경쟁을 하는 수가 있었다. 그것은 나로서나 내 친구로서나 다 축하할 일이다. 앤젤리나의 영화는 엄청난 난관을 이겨낸 인간 정신의 승리에 관한 것으로 규모가 크고 매우 훌륭하다. 우린 서로 결코 경쟁하지 않는다. 나는 앤젤리나가 모든 상을 다 타기를 바란다.”              

―당신과 앤젤리나는 어떻게 서로 스케줄을 조절하는가.
“언제나 누군가는 아이들과 같이 있도록 번갈아가면서 일하도록 짠다. 내가 배우로 일할 때는 앤젤리나가 감독으로 일하는 식이다. 어쨌든 이번에는 우리가 서로 아이들을 반씩 나눠 돌보면서 시간이 나면 서로 방문하는 식으로 보냈는데 시간 짜기가 쉽질 않았다.”     

―당신은 제작자이기도 한데 제작자와 배우가 서로 다른 점은 무엇이며 감독도 하겠는가.
“감독은 시간을 너무 많이 요구하는 일이어서 다른 할 일이 많은 나로선 할 생각이 없다. 디자인 계통의 일을 하고 싶다. 제작자로선 뭔가 문화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을 만든다는 것에 자부심을 갖게 된다. 난 내 견해와 취향에 맞는 얘기를 영화로 만든다는 주관이 뚜렷하다.”     
―당신은 지금 아내가 감독하고 공연도 하는 영화 ‘바이 더 시’(By the Sea)에 나오고 있는데 아내는 세트에서 어떤 주인 노릇을 하는가.
“엄청나게 엄격하다. 유럽을 무대로 슬픔을 다루는 부부에 관한 아름답고 우아하며 또 내밀한 얘기다. 굉장히 도전적인 작품이다. 아내가 하는 일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 결혼 14년에 접어든 부부의 미래에 대한 회의와 그들 주변 사람들에 관한 매우 고상한 얘기다.”

―어렸을 때 가족이 한 식탁에 앉아 저녁을 먹었는가.
“우리는 언제나 저녁을 함께 먹으려고 노력했다. 그 시간이야 말로 각자의 느낌과 하루의 일을 얘기하는 시간이었다. 그러나 우리도 다른 모든 가족처럼 어쩌다 식탁에 모여 다툴 때가 있었다.”

―앤젤리니와 함께 한국에 간다는 말을 들었는데 사실인지.
“앤젤리나의 ‘언브로큰’ 스케줄을 몰라 함께 갈지는 모르겠지만 난 가려고 한다. 내일 무슨 일이 생길지는 모르지만 다시 그 곳에 가려고 시도하고 있다. 11월 중순 쯤이 될 것 같다.”

―당신은 이제 50세인데 25세 때 당신이 생각한 50세의 당신은 어떤 모습이며 지금 당신은 자신의 미래에 대해 확신감을 느끼는가.
“나는 내가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고 또 나의 아이들과 아내로부터 무엇을 원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명확히 알고 있다. 난 5년 또는 10년 앞을 계획하고 살지는 않는다. 난 언제나 본능에 따라 살았고 또 그것을 믿는다. 그것이 나의 생활 지침입니다.”

―당신은 지난해에 오스카 작품상(12년 노예생활)을 탔고 앤젤리나는 영국 여왕으로부터 훈장을 받았는데 삶에 얼마나 만족하는가.
“아내가 훈장 받은 것 정말로 훈훈한 일이다. 우리 가족의 아름다운 날이었다. 우리 가족이 모두 왕실 접견을 했는데 아이들이 고개를 숙여 ‘여왕 폐하’라고 인사를 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정말로 기쁜 일이었다.”                  

―당신 아내보다 12살 많은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정확히 말해 11살 반이다. 그러나 우린 다 같은 성숙한 나이다. 그것이 우리 부부간 조화의 비결이다. 우린 전연 다른 점을 못 느낀다. 난 언제라도 젊음과 지혜를 바꿀 용의가 있다. 

―오는 크리스마스를 어떻게 보낼 것인가.
“아직 거기까진 안 생각했지만 일을 잠시 접어놓고 가족과 함께 여행을 하고 싶다.” 

―밀폐된 탱크 안에서 무엇을 생각했는가.
“탱크 안은 사실 평화로웠다. 마치 수영장 물에 머리를 담근 기분이었다. 비록 냄새가 나는 좁은 공간 안에 다섯 명이 비비고 앉아 있었지만 곧 익숙해졌다. 사흘이 지나니 아주 편하더라. 마치 자궁 안에 있다는 느낌이었다. 어떤 날은 아침에 탱크 안에 들어가 저녁에 나올 때도 있었는데 점심도 그 안에서 먹었다.”

―배우로서 어떻게 당신의 연기를 연마하는가. 영화를 보는가.
“영화를 본다. 각본을 읽고 감독을 만나기 전까지는 영화 출연에 마음을 안 둔다. 일단 출연을 정하면 준비를 하는데 준비야 말로 모든 것이다. 준비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좋은 연기와 진짜로 좋은 연기의 차가 난다. 그래서 나는 역을 위해 연구하고 조사하기를 부단히 한다.”   

―앞으로 더 성취하고자 하는 목표가 무엇인가.
“영화인과 아버지 그리고 남편과 아내의 동반자로서 나를 발전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디자인에 대한 열망을 이루고 싶다.”

―배우로서 어떻게 성장했다고 생각하는가.
“시간이 흐르면서 자신의 기능과 재능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난 요즘 재능 있는 젊은 배우들이 자신들의 재능을 충분히 개발하기도 전에 스스로를 소모하는 것에 대해 우려한다. 배우란 자기 기능을 부단히 연마할 때 비로소 성공할 수가 있다. 배우고 이해하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수수께끼를 푸는 것과도 같은데 난 지금도 카메라 앞에 서면 이 수수께끼를 푸는 일에 몰두하곤 한다.”
                                                   <한국일보 편집위원 / hjpark1230@gmail.com>
    

‘헝거 게임: 목킹제이 제1부’ (Hunger Games: Mockingjay Part 1)

캐트니스(제니퍼 로렌스·앞)와 게일(리암 헴스워드)이 캐피톨의 공습을 피해 도주하고 있다.

“캐트니스, 혁명의 지도자가 되어주오”


 3부작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만든 빅히트작의 제3편으로 ‘해리 포터’와 ‘트와일라이트’ 시리즈 마지막 편이 둘로 나뉘어 만들어졌듯이 이것도 제1부와 제2부로 갈라서 만들었다. 시리즈 종결편인 제2부는 내년 11월에 개봉되는데 돈벌이가 된다면 무슨 짓이라도 하는 영화사(이 영화는 Lionsgate가 배급)의 탐욕이 관객을 우롱하는 행패다.
‘헝거 게임’은 골수팬들이나 즐길 영화로 시리즈를 계속 따라가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무의미한 영화에 지나지 않는다. 이 영화는 제니퍼 로렌스를 비롯한 올스타 캐스트가 나오는데다가 모양새도 좋고 액션과 드라마를 고루 섞어 그런대로 즐길 만은 하나 제2부를 위한 2시간짜리 예고편 같은데 생명력이나 살아 숨 쉬는 기운이 결여돼 그냥 손상된 곳 없이 만들어진 물품 같다.
제2편은 주인공인 캐트니스 에버딘(로렌스)에 의해 헝거 게임이 완전히 파괴되는 것으로 끝난다. 제3편의 제1부는 억눌린 자들의 혁명 봉기를 고취시키는 역을 맡은 일종의 잔 다크로 나오는 캐트니스의 혁명 지도자가 되는 과정을 그렸다. 
캐트니스가 캐피톨의 독재자 스노(도널드 서덜랜드)의 공격을 피해 지하 깊숙이 콘크리트 벙커를 만들어 사는 피압박자들의 본거지로 혁명의 온상인 디스트릭 13에서 충격과 악몽에서 깨어나면서 시작된다. 스노의 지배하에 있는 파넴의 한 부분인 디스트릭 13의 대통령은 알마 코인(줄리안 모어). 
알마의 목표는 캐트니스를 캐피톨을 전복시킬 혁명의 지도자가 되도록 설득시키는 것. 알마와 함께 캐트니스를 설득하는 사람들은 스노를 배신한 헝거 게임 고안자 플루타크(필립 시모어 하프만-영화를 올해 마약과다 복용으로 사망한 그에게 헌정했다)와 컴퓨터 귀재 비티(제프리 라이트). 
이들은 캐피톨을 뒤엎을 혁명을 학수고대하는 디스트릭 13의 주민들을 위해 캐트니스가 지도자로 나서줄 것을 요구하나 캐트니스는 처음에 이를 거절한다. 이런 캐트니스의 마음을 돌리게 하는 것이 죽은 줄 알았던 사랑하는 피타(조쉬 허처슨)의 TV 방송 인터뷰. 그런데 캐피톨의 포로가 된 피타는 방송을 통해 디스트릭 13 주민들에게 봉기를 포기하라고 종용한다. 세뇌를 받았음이 분명하다.
캐트니스는 피타의 이런 말에 실망을 하지만 그를 구하겠다는 일념과 자기가 살던 디스트릭 12가 캐피톨의 공격을 받고 폐허가 되고 주민들은 피난민들이 된 참혹한 모습을 보고 마음을 바꾼다. 이런 캐트니스의 옆을 바짝 따르는 남자가 캐트니스의 충실한 친구 게일(리암 헴스워드). 
그리고 알마는 캐트니스의 일거수일투족을 크레시다(나탈리 도머)가 이끄는 4인조 비디오카메라 촬영팀으로 하여금 영상으로 담게 한 뒤 이를 파넴 전체 주민들의 혁명분위기 고취용으로 쓴다. 우디 해럴슨과 엘리자베스 뱅스가 전편에 이어 다시 나온다. 배우들의 연기를 거론할 그런 영화는 아니다. 프랜시스 로렌스 감독. PG-13. ★★★(5개 만점)
                                                    <한국일보 편집위원/hjpark1230@gmail.com>



‘인천’은 터키다

캡션 추가

27일은 매사에 감사하면서 터키고기를 먹는 추수감사절이다. 그런데 나는 미국에 산지 30년이 넘는데도 아직까지도 터키고기가 별로다. 먹긴 먹는데 그레이비 맛에 먹는다고 하겠다.
이런 터키고기를 먹을 때마다 생각나는 것이 영화계서 흥행에 참패한 영화를 터키라고 부른다는 사실이다. 1920년대부터 형편없는 연극이나 영화를 터키라고 부르기 시작했는데 그 이유가 터키는 미련하기 때문이라고.
터키고기 먹으면서 구경할 만한(?) 할리웃 역사에 길이 남을 터키 영화를 몇 편 소개한다.
먼저 맥아더의 인천상륙작전을 다룬 ‘인천’(1982·사진)은 한국인들에겐 씁쓸한 뒷맛을 남기는 터키다. 로렌스 올리비에가 맥아더 장군으로 주연하고 토시로 미후네, 재클린 비셋 그리고 이낙훈과 남궁원이 공연했는데 혹평과 함께 흥행서도 망 했다.
통일교 돈으로 만들어 말이 많았는데 나는 서울의 한국일보 김포공항 출입기자 시절 영화촬영차 한국을 방문한 올리비에를 만나 인터뷰를 했었다. 어쩌자고 셰익스피어의 대가가 이런 영화에 나왔는지 불가사의할 뿐이다.
그러나 터키 중 터키로 영화사를 들어먹은 영화는 ‘디어 헌터’로 오스카 감독상을 탄 마이클 치미노의 ‘천국의 문’(Heaven’s Gate·1980)이다. 1880년 와이오밍주의 존슨카운티에서 일어난 유럽서 이민 온 농부들과 이들을 몰아내려는 돈과 권력을 쥔 목축업자들 간의 결전을 그린 웨스턴이다.
크리스 크리스토퍼슨, 크리스토퍼 월큰 및 이자벨 위페르 등 호화 캐스트의 영화는 제작비 및 제작기간 초과로 화제가 됐었는데 완성된 영화는 상영시간이 무려 219분. 개봉되면서 비평가들의 악평을 듣고 며칠 만에 극장서 거둬들인 뒤 149분짜리로 재편집해 내놓았지만 비평가나 관객의 반응은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영화를 만든 유나이티드 아티스츠(UA)의 모회사인 투자보험회사 트랜스 아메리카는 UA를 MGM에게 팔아넘기고 영화사업에서 손을 뗐다. 이 후 ‘천국의 문’은 지금까지 흥행 참패 영화의 대명사가 되고 있다. 나는 219분짜리로 영화를 봤는데 생각보다 훨씬 좋았다. 나는 몇년 전에 한 파티에서 여성으로 성전환중이던 치미노를 만났을 때 그에게 “나는 ‘천국의 문’을 좋게 봤다”고 말했더니 치미노는 “고맙다”며 미소를 지었었다.
영화사상 최악의 캐스팅 영화라는 오명을 지닌 것이 ‘정복자’(The Conqueror·1956)다. 존 웨인이 콧수염을 한 징기스칸으로 나오고 내가 좋아하던 빨강머리의 수전 헤이워드가 타타르족 공주로 나오는 해괴망측한 액션 사극이다.
하워드 휴즈가 제작한 영화는 네바다주의 핵폭탄 실험장소에서 가까운 유타주의 세인트로지에서 찍었는데 공교롭게도 출연 배우들인 웨인과 헤이워드 및 아그네스 모어헤드와 페드로 아르멘다리스 그리고 감독 딕 파웰이 모두 암으로 사망했다.
모두 오스카 수상자들인 워렌 베이티와 더스틴 호프만이 공연한 코미디 ‘이쉬타’(Ishtar·1987)도 역사적인 터키다. 돈 벌어 보겠다고 모로코에 온 서푼짜리 라운지 가수들의 얘기로 베이티와 호프만의 연기가 가관이다. 5,500만달러의 제작비를 들여 14만3,700달러를 벌었다.
오리가 터키가 된 영화가 만화가 원작인 ‘오리 하워드’(Howard the Duck·1986)다. 무지무지하게 재미없고 엉성한 영화로 가혹한 평을 받아 주연 리아 탐슨 등 출연 배우들의 할리웃 생애가 내리막길을 걷게 된다.        
‘인천’처럼 종교단체가 만들어 구설수에 올랐다가 비평가와 관객 모두로부터 외면을 당한 영화가 ‘배틀필드 어스’(Battlefield Earth·2000). 사이언톨로지 창시자 L. 론 허바드의 책을 원작으로 사이언톨로지의 신봉자인 존 트라볼타가 나온 공상과학 영화로 나는 영화를 보다가 견디지 못하고 중간에 나왔다.
‘원초적 본능’을 만든 폴 베어호벤 감독이 연출한 ‘쇼걸즈’(Showgirls·1995)도 야한 터키다. 베가스 쇼걸들의 일상을 다룬 영화인데 본의 아니게 우습다. 혹평을 받아 주연 엘리자베스 버클리의 연기생활이 석양 길로 접어들고 말았다. 스타들이 역 선정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당시 연인 사이였던 제니퍼 로페스와 벤 애플렉이 공연한 ‘질리’(Gigli·2003)는 하마터면 둘의 생애를 망쳐 놓을 뻔했던 악화다. 제작비 5,400만달러에 수입은 고작 600만달러. 버클리와 달리 ‘쇼걸즈’보다 더 나쁜 터키에 나오고도 정정한 여배우가 할리 베리다. 베리는 목불인견의 영화 ‘캣우먼’(Catwoman·2004)에 나와 공연히 몸을 비비 꼬아대 그 해 ‘래지’ 여우주연상을 탔다.
‘래지’(Razzies) 상은 해마다 오스카 시상식 전날 한 해 최악의 작품과 감독 그리고 배우 등에게 주는 상. 이상을 탄 배우들로는 실베스터 스탤론, 패리스 힐튼 및 에디 머피 등이 있고 B급 배우 로널드 레이건은 생애업적상을 탔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할리웃 터키의 원조는 ‘글렌 또는 글렌다’(Glen or Glenda·1953)와  ‘외계로부터 온 플랜 9’(Plan 9 from outer Space·1959)을 감독한 에드 우드 주니어다. 돈도 재능도 없었던 그의 영화는 아이들의 홈무비 수준이다. 우드 주니어의 얘기는 팀 버튼이 감독하고 자니 뎁이 주연한 ‘에드 우드’(Ed Wood·1994)에서 재미있게 재현됐다. 해피 댕스기빙!
                                <한국일보 편집위원/hjpark1230@gmail.com>

2014년 11월 19일 수요일

타이론 파워 탄생 100주년

 ‘카스틸의 캡튼’. 여배우는 진 피터스.

잘 생긴 게 ‘핸디캡’... ‘진지한 배우 꿈’ 못 이루고 44세에 요절


할리웃에서 잘 생긴 얼굴 때문에 연기력을 제대로 인정 못 받고 또 통속적인 오락영화에만 나와야 했던 대표적인 배우가 할리웃 황금기의 수퍼스타 타이론 파워였다. 6피트 키에 새카만 눈썹과 깊고 큰 눈 그리고 코끝이 약간 도드라진 절세 미남이자 매력 만점인 파워하면 대뜸 떠오르는 영화가 스와시버클러인 칼싸움 영화다. 그의 많은 스와시버클러 중에서도 가장 유명 것은 아마도‘조로의 마크’(The Mark of Zorro·1940)일 것이다. 여기서 조로로 나오는 파워가 사악한 라이벌 바질 래스본과 칼부림을 하는 마지막 클라이맥스는 칼싸움 영화의 백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파워는 22세 때 영국의 보험회사에 관한 드라마인 ‘런던의 로이즈’(Lloyd’s of London·1936)에 나오면서 대뜸 할리웃의 스타로 부상했는데 이 영화의 프리미어 후 6개월이 채 안 돼 차이니스극장 앞 콘크리트에 손과 발자국을 남겼다.
1939년에 이르러 그는 미키 루니에 이어 두 번째로 흥행성적이 좋은 남자 배우로 부상했는데 이 해 나온 그의 두 영화로 웨스턴인 ‘제시 제임스’(Jesse James)와 멜로드라마 ‘비가 내렸다’(The Rains Came)는 그 해 최고 흥행성적 4위권 안에 들었다.
그러나 연극계서 활동한 가정에서 태어난 파워는 스타로서만 만족 못하고 진지한 배우로 인정  받으려고 노력했으나 당시 배우를 전속으로 계약한 뒤 회사 마음대로 사용하던 스튜디오 체제 때문에 제대로 이 꿈을 이루지 못했다. 파워는 생전 배우가 되기 훨씬 이전에 스타가 된 사람이다.
파워는 1914년 5월5일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에서 출생해 1958년 11월15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44세로 요절했다. 이탈리아의 글래머 스타 지나 롤로브리지다와 공연하던 ‘솔로몬과 시바’(Solomon and Sheba)를 촬영하던 중 심장마비로 사망했는데 파워의 대타로 율 브린너가 솔로몬으로 나왔다.
올 해로 파워 출생 100주년을 맞아 할리웃 뮤지엄(1660 노스 하일랜드)에서는 ‘타이론 파워: 남자, 신화 & 영화 우상’이라는 제목으로 전시회를 연다. 전시회는 연말까지 계속된다.
전시회에는 파워의 개인적 및 영화인으로서의 삶과 세 번의 결혼과 세 명의 자녀에 관한 자료를 비롯해 그가 나온 영화들의 각종 기념물 등 총 400여점이 전시된다. 전시품들 중에는 파워가 투우사로 나온 ‘혈과 사’(Blood and Sand·1941)의 의상과 다른 영화들의 로비 카드와 포스터와 프레스킷과 책자 및 영화음악의 악보와 각본들이 선보인다.
이와 함께 14일에는 반스달 갤러리 극장(4800 할리웃·전화번호 323-644-6275)에서는 파워가 나온 뮤지컬 ‘알렉잰더의 랙타임 밴드’(Alexander’s Ragtime Band·1938)를 그리고 15일에는 그의 또 다른 명작 스와시버클러 ‘카스틸의 캡튼’(Captain from Castile·1947)이 각기 상영된다. 또 15일 오전에는 할리웃의 할리웃 포레버 장지에 있는 파워의 무덤에서는 그를 추모하는 모임이 열린다. 
전문가들은 파워가 진지한 배우로서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한 이유를 그가 너무 잘 생겼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파워도 이런 핸디캡(?)을 극복하고 진지하고 심각한 역을 맡으려고 무진 애를 썼으나 그의 전속사인 폭스가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피워는 2차 대전에 해병으로 근무한 뒤 제대해 할리웃에 복귀하면서 자신의 상표가 되다시피 한 칼싸움 영화나 로맨틱 코미디를 피하려고 마음을 먹었다. 그래서 그는 폭스사 사장에게 “5편 이상의 이런 종류의 영화에 나올 테니 대신 내가 원하는 영화에도 나오게 해 달라”고 간청, 뛰어난 느와르 영화 ‘악몽의 골목길’(Nightmare’s Alley·1947)에 나왔다. 
여기서 파워는 순회곡예단의 손님 끄는 남자로 나와 마음을 읽는 여자와 짜고 목적을 위해 음모를 꾸미는데 훌륭한 연기를 한다. 그러나 폭스는 이 영화를 위해 선전도 하지 않고 일찍 극장에서 철시를 한 뒤 ‘카스틸의 캡튼’을 예정보다 빨리 개봉했다. 
파워가 나온 또 다른 훌륭한 드라마로는 빌리 와일더가 감독한 ‘검사 측 증언’(Witness of the Prosecution·1957)과 진 티어니와 공연한 서머셋 모음의 소설이 원작인 ‘면도날’(Razor’s Edge·1946)이 있다. <한국일보  편집위원/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