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4년 10월 15일 수요일

세인트 빈센트(St. Vincent)


빈센트(빌 머리)가 올리버(제이든 리버허)에게먼지 마당의 제초작업을 시키고 있다.

괴팍한 늙은이와 이웃소년의 만남과 힐링


심술첨지 중늙은이가 맑고 총명한 어린 소년을 베이비시팅하게 되면서 소년의 순진한 마음에 의해 꽁꽁 얼어붙었던 마음이 녹아내리고 아울러 자기 가슴 속 깊이 잠자고 있던 아름다운 인간성이 모습을 드러내는 걸맞지 않는 한 쌍의 인간관계의 이야기이자 자기 구제의 코미디 드라마다.
전연 새로운 얘기는 아니지만 주인공인 베테런 코미디언 빌 머리의 누워서 떡먹기 식으로 해내는 천연덕스럽고 다채로운 연기와 그와 소년 역의 제이든 리버허의 찰떡궁합 콤비네이션 그리고 주변 인물들로 나오는 조연진의 조화를 이룬 협찬 등으로 인해 남녀노소가 함께 즐길 만한 영화다.
빌 머리에게 너무 의존하고 후반에 들어 ‘아이가 어른의 스승’이라는 많이 듣던 얘기가 제자리를 맴돌면서 신선감을 잃고 있으며 또 다소 감상적이긴 하나 달콤 쌉싸래하고 훈훈한 정이 있어 흐뭇한 감정에 젖게 된다.
브루클린 교외에 혼자 사는 6순의 베트남전 베테런 빈센트(머리)는 술꾼에 골초요 입만 열었다 하면 상소리가 튀어나오는 대인기피증자. 친구라곤 007시리즈에서 본드의 천적 블로펠드가 껴안고 쓰다듬던 페르시아산 백고양이 필릭스 하나다.
인간 친구라곤 자기가 자주 이용하는 임신한 러시안 창녀 다카(네이오미 와츠가 심한 러시안 액센트를 쓰면서 파격적인 연기를 한다). 그런데 빈센트는 매주 요양원에 있는 정체가 안 밝혀진 샌디(다나 미첼)를 찾아가 대화를 나눈다.
빈센트의 옆집에 이혼수속 중인 매기(멜리사 매카시)가 12세난 갈비씨 아들 올리버(리버허)와 함께 이사를 온다. 이사 오는 날 이삿짐 차가 빈센트의 앞마당 나뭇가지를 부러뜨리면서 빈센트와 매기는 반갑지 못한 이웃이 된다.
병원의 의료담당 기술자인 매기는 올리버를 방과 후에 돌봐줄 사람이 없어 돈이 궁한 빈센트에게 시간당 12달러를 주고 아들을 맡긴다. 자기를 퉁명스럽게 대하는 빈센트를 너그럽게 받아들이는 올리버. 이런 중에 둘은 대화를 나누고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서서히 둘 간의 감정의 물꼬가 트인다.
빈센트는 자기가 자주 찾아다니는 바와 경마장에 올리버를 데리고 다니면서 조기 어른 훈련을 시키는데 올리버가 새로 전학한 가톨릭 학교에서 급우에게 시달리자 상대방의 코피를 터지게 하는 쌈질방법까지 가르쳐 준다. 둘은 이제 없으면 못사는 친구가 된다.
그리고 올리버의 선생(크리스 오다우드가 재미있는 연기를 한다)이 아이들에게 너희들 주위에서 성인을 찾아 그에 관한 글을 쓰라는 숙제를 내주면서 올리버는 빈센트를 아는 몇 안 되는 사람들을 만나 빈센트에 관해 조사를 한다.
얘기의 단조로움을 피하기 위해 빈센트와 올리버 간에 불화를 조성하고 불상사를 일으키나 결국 둘은 화해하면서 사랑이 더욱 공고해지고 모두들 한 가족처럼 되어 내내 행복하게 살았노라 하는 얘기.
잘 찾아보면 우리들 주위에 ‘인간 성인’들이 있다는 얘기이기도 한데 이 인간 성인 역을 머리가 기차게 잘해 낸다. 단순한 것 같지만 실은 복잡한 성격의 소유자요 겉으로는 밉상이나 속은 착한 밉지 않은 심술단지 노릇을 속옷 갈아입듯 쉽고 자연스럽게 한다. 실제의 자신을 베껴 먹은 연기다. 시오도어 멜피가 각본을 쓰고 감독으로 데뷔했다.
PG-13. Weistein. 전지역.   ★★★½(5개 만점)  <한국일보 편집위원/hjpark1230@gmail.com>

판사(The Judge)


행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왼쪽)가 아버지 조셉(로버트 두발)과 피고석에 앉아 있다.

법정드라마 속 가족간의 갈등과 화해 그려


판에 박은 법정 드라마이자 뜻밖의 사건으로 소원했던 부자간의 관계가 재 연결되는 가족 드라마인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로버트 두발이라는 두 거물급의 영화치곤 너무 상투적이다. 상영시간도 쓸데없이 긴 140여분으로 뻔한 결말을 가져오기까지 괜히 얘기를 질질 끌고 간다.
올 토론토영화제 개막작으로 기대가 컸던 영화로 두 배우의 맹렬한 연기는 볼만하나 이런 내용의 영화가 지닌 온갖 구태의연한 요소는 다 갖다 쑤셔 넣은 어디서 많이 보고 들은 천편일률적인 드라마여서 식상한 감이 있다.
시카고의 변호사 행크(다우니 주니어)는 ‘돈 많고 유죄’인 의뢰인만 맡는 잘 나가는 변호사. 행크는 자기 아내가 바람을 피운 것을 알게 되는데 이와 함께 인디애나의 작은 마을에 사는 어머니가 사망하면서 오래간만에 고향에 돌아온다.
고향에는 수십 년간 동네판사로 지내 모두들 ‘판사’라 부르는 행크의 아버지 조셉(두발)과 한때 프로야구 유망주였으나 꿈이 무산된 형 글렌(빈센트 도노프리오)과 정신박약자인 동생 데일(제레미 스트롱)이 살고 있다. 그런데 행크와 독선적이자 권력형인 조셉과는 앙숙지간.
오래간만에 가족이 함께 모이면서 이런 영화가 잘 써먹는 여러 가지 자질구레한 가족문제들이  나열된다. 후회와 회한과 갈등과 애증의 편린들이 옷장에서 쏟아져 나오면서 별로 듣고 싶지 않은 얘기가 많다.
그리고 행크는 동네 바에서 바텐더로 일하는 고교시절 애인 새만사(베라 화미가)를 만나 옛정을 되살리는데 새만사가 마치 옛날에 못 이룬 사랑의 결실을 이제야 맺어보겠다는 듯이 적극적이다. 20여년은 헤어졌다 만나는 둘이 금방 옛사랑을 재 점화한다는 것이 믿어지질 않는다.
얘기는 아내의 장례를 치른 조셉이 28년 만에 처음 마신 술에 취한 상태에서 사람을 차로 치어죽인 혐의로 기소되면서 가족 얘기가 법정 드라마로 변전한다. 조셉의 차에 치여 죽은 사람은 조셉이 과거 20년형을 선고한 동네 쓰레기 같은 인간. 그런데 과연 조셉은 이 사람을 고의로 치어 죽였는가 아니면 실수였는가. 그런데 조셉은 사고에 대해 전연 기억을 못한다.
조셉을 기소한 검사는 베테런 드와잇(빌리밥 손턴)이고 변호사는 신출내기 C.P.(댁스 쉐파드). 그래서 행크가 마지못해 C.P.를 도와 아버지 변호에 나선다. 두발과 다우니 주니어가 부자간의 치열한 갈등 끝의 화해를 이루는 과정에서 뿜어져 나오는 감정적이자 극적인 연기를 가슴 뭉클하니 보여준다. 그러나 얘기가 사전에 그어놓은 줄을 따라 가듯이 너무 작위적이고 또 잘 깎은 잔디처럼 매끄러워 사실감이 안 난다. 데이빗 다브킨 감독.
R. WB. 전지역.  ★★★(5개 만점)         <한국일보 편집위원/hjpark1230@gmail.com>

독일 표현주의 영화




내가 한국일보 서울본사에서 LA 미주본사 3년 근무를 자원한 이유 중 하나가 할리웃이 있는 이 도시에서 영화나 실컷 보겠다는 것이었다. LA로 옮긴지 얼마 안 돼 영화에 대해 공부하고 싶어 LACC 야간부 영화사 강좌를 듣기 시작했다. 오랜만의 캠퍼스 생활 재경험이 참 흐뭇했었다.
그때 처음 보고 배운 영화들이 D.W. 그리피스의 ‘국가의 탄생’과 ‘불관용’ 그리고 루이스 부누엘의 충격적인 ‘안달루시아의 개’와 함께 독일 감독 로버트 뷔네가 만든 해괴한 무성영화 ‘칼리가리 박사의 관’(The Cabinet of Dr. Caligariㆍ1919ㆍ사진) 등이었다.
‘칼리가리 박사’는 1차 대전 후 독일의 바이마르 공화국 시절 잠깐 만개했던 표현주의 영화의 대표작 중 하나다. 표현주의 영화들은 심신을 죄어들면서 협소감을 느끼게 하는 삐딱하고 비현실적적인 세트 디자인과 무대극과 같은 화면 구성 그리고 흑백명암이 극적인 대조를 이루는 촬영과 조명 및 도발적인 카메라 테크닉을 이용해 복잡하고 변태적이며 심리적인 주제를 다룬 악몽과도 같은 영화들이 대종을 이루고 있는데 스타일이 아주 고급이다.
나는 강의시간에 이 영화를 보면서 “아, 이런 영화도 있었구나”하고 영화의 신경지를 깨닫는 기쁨에 젖었었다.
대부분 무성영화들인 독일 표현주의 영화들은 전후 천문학적으로 상승하는 인플레와 온갖 악조건에 시달리던 불안하고 혼란스럽고 또 어둡던 당시 독일의 시대상황의 산물로 1933년 히틀러의 득세와 함께 소멸됐다.
그러나 히틀러가 득세하면서 또 다른 표현주의 영화의 걸작 중 하나인 ‘M’(1931: 24일 하오 7시 LA카운티 뮤지엄 내 빙극장에서 1956년작 필름 느와르 ’도시가 잠 잘 때‘와 동시상영)을  감독한 프리츠 랭 등 많은 표현주의 영화인들이 할리웃으로 이주하면서 할리웃 영화에 커다란 족적을 남겼다.
그 대표적 장르가 필름 느와르로 표현주의는 지금까지도 할리웃이 만드는 범죄영화와 공상과학영화 및 공포영화에서 자주 감지할 수 있다.
독일 표현주의에 관한 전시회 ‘사로잡는 스크린: 1920년대 독일 영화’(Haunted Screens: German Cinema in the 1920’s)가 2015년 4월26일까지 LA카운티 뮤지엄에서 열린다.
14명의 감독과 20명의 미술가 및 25편의 영화들과 관련된 250점의 영화 클립과 각본, 사진과 스케치와 포스터 그리고 문서와 카메라 등이 선을 보인다.    
전시회는 4개의 주제로 구분됐는데 표현주의의 태동을 보여주는 첫 번째 ‘광기와 마법’ 전시실에 들어서니 ‘칼리가리 박사’와 파울 베게너 감독의 ‘골렘’(The Golemㆍ1920) 및 로버트 뷔네가 연출한 ‘죄와 벌’(Crime and Punishmentㆍ1923) 등의 정교한 세트 디자인 등이 눈길을 끈다.
둘째 전시실은 ‘신화와 전설’로 랭 감독의 ‘니벨룽겐’(Die Nibelungenㆍ1924)과 F.W. 무르나우의 ‘파우스트‘(Faustㆍ1926: 17일 하오 7시 빙극장에서 1994년작 ’파우스트‘와 동시상영) 등 독일 낭만주의의 영향을 받은 영화들의 각본과 스케치들이 전시된다.
이어 ‘도시와 거리’ 전시실로 들어가면 바이마르 공화국 당시 급팽창한 베를린 및 여러 도시들의 성장과 관련된 작품들의 각종 자료가 진열됐다. 무르나우의 걸작으로 에밀 야닝스가 주연하는 ‘마지막 웃음’(The Last Laughㆍ1924)과 역시 야닝스와 토실토실 살이 찐 마를렌 디트릭이 공연한 ‘푸른 천사’(The Blue Angelㆍ1930) 및 제1회 오스카 여우주연상(재넷 게이너)과 촬영상 등을 받은 무르나우의 ‘해돋이’(Sunriseㆍ1927) 그리고 G.W. 팝스트의 ‘기쁨 없는 거리’(The Joyless Streetㆍ1925) 등의 세트사진과 스케치들이 급성장하는 도시로부터 소외된 인간의 모습을 황량하게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 전시실은 특수효과와 프로덕션 디자인에 의존하면서도 사실주의적인 영화들에 관한 ‘기계와 살인자들.’ 이를 대표하는 영화는 두말 할 것 없이 랭 감독의 ‘메트로폴리스’(Metropolisㆍ1927). 이와 함께 ‘M’과 역시 랭 감독의 ’마부제 박사의 유언‘(The Testament of Dr. Mabuseㆍ1933) 등에 관한 여러 자료들이 보인다.
전시회에는 이들 외에 따로 ‘계단’이라는 주제로 표현주의 영화에 나오는 각양각색의 계단 스케치와 세트디자인 사진들을 따로 마련했다. 이들 계단은 시각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뒤틀리고 불안하며 또 소외당하는 감정을 갖게 만든다. ‘마지막 웃음’과 ‘죄와 벌’ ‘메트로폴리스’와 ‘기쁨 없는 거리’ 등의 계단들이 불길하고 위태로운 기운을 잘 나타내고 있다.
대형 포스터들도 구경거리다. ‘푸른 천사’와 ‘M’ 그리고 ‘메트로폴리스’와 요염한 단발머리 루이즈 브룩스가 주연한 ‘판도라의 상자’(Pandora’s Boxㆍ1929) 등의 포스터가 전시실 한쪽 벽을 가득 채우고 있다.
이와 함께 전시실 내 어두운 두 터널에서는 전시된 영화들의 발췌 필름이 상영된다. 지크프리트가 입에서 불을 뿜는 용을 죽이는 장면(‘니벨룽겐’)과 아동살인자인 M(피터 로레)이 거지와 도둑들에 의해 인민재판을 받는 모습 그리고 ‘해돋이’와 ‘마지막 웃음’의 장면들을 보면서 잠시 현재를 잊고 과거가 소용돌이치는 화면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한편 뮤지엄(5905 Wilshire Blvd.)내 빙극장에서는 전시회에 선보인 표현주의 영화들을 상영한다. lacma.org
                                        <한국일보 편집위원/hjpark1230@gmail.com>



              

2014년 10월 9일 목요일

‘왓 이프’대니얼 래드클리프



“해리 포터 떠나 성인역… 언젠가는 감독이 꿈”


로맨틱 드라마‘왓 이프’(What If)에서 동거애인이 있는 샨트리(조이 카잔-‘워터프론트’와‘에덴의 동쪽을 감독한 엘리아 카잔의 손녀)를 사랑하면서도 이 여자와 친구 사이로 있겠다고 한 약속 때문에 속을 태우는 의대 중퇴생 월래스로 나온 대니얼 래드클리프(25)와의 인터뷰가 베벌리힐스의 포시즌스 호텔에서 있었다. 월래스 역은‘해리 포터’ 시리즈로 성장하고 또 이로 인해 수퍼스타가 된 래드클리프의 본격적인 첫 성인 역이다. 소매가 짧은 짙은 회색 셔츠 차림에 얼굴에 잔 수염을 기른 래드클리프는 동안이었는데 질문자에게“서”라고 깍듯이 존칭을 써가면서 액센트가 있는 어투로 속사포식으로 대답했다.                                                              
―당신은 남자와 여자가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난 남자와 여자가 친구가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거기서 그 관계가 연인 사이로 발전할 수도 있고 또는 친구 사이로 남아 있을 수도 있다. 나의 아버지와 어머니도 2년 정도 친구로 지내다가 연인이 돼 결혼해 지금까지 30여년 간을 잘 살고 계신다. 그러나 영화의 주제는 남자와 여자가 친구가 될 수가 있느냐는 것보다는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부인하는 것이 과연 현명한 일이냐 하는 것이다.”

―영화에서 월래스는 누나의 아이를 돌봐 주는데 당신도 아이들을 돌볼 줄 아는가.
“난 아이들을 좋아해 잘 돌볼 줄도 안다. 나는 두 명의 대자도 있다. 아이들은 어른들보다 훨씬 더 함께 있기가 즐거운데 왜냐하면 그들은 아무 거리낌 없이 자기가 생각하는 대로 얘기를 하기 때문이다.”         

―월래스처럼 실연해 고통해 본 적이 있나.
“월래스처럼 애인에게서 배신을 당해 고통해 본 적은 없다. 따라서 내가 겪은 상심이나 상사병은 남에 의한 것이라기보다 순전히 자해와도 같은 것이라고 하겠다.”    

―당신에게 사랑이란 무엇인가.
“특별한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 느낄 수 있는 행복한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랑이란 각자가 다 다른 것이어서 하나의 정의로는 말할 수가 없다. 사랑이란 멋있고 혼란스러운 것이 아닐까.”

―작년에 당신은 ‘킬 유어 달링스’에선 남자를 사랑했고 이번에는 여자를 사랑하는데 두 역이 다른 점이 무엇인가.
“다를 게 뭐가 있는가. 남자이건 여자이건 간에 매력적인 사람에게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다 같은 일이다. 남자와 어떻게 사랑하지, 아니면 여자와 어떻게 사랑하지 하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남자냐 여자냐가 문제가 아니다. 배우는 모든 장면에 똑 같이 접근한다.”

―길에서 아이들이 당신을 보고 ‘해리 포터네’하고 말하는 것을 들으면 기분이 어떤가.
“나이를 불문하고 사람들이 내게 다가 와 해리 포터에 대해 흥분해서 얘기를 할 때면 그들을 충분히 이해한다. 그들은 나를 그 영화로 인해 알게 됐으니까. 그런데 사람들이 요즘에는 내게 다가와 해리 포터라기보다 내 본명을 부른다. 대니얼 래드클리프라고 부르는 소리를 듣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내가 뉴욕에서 연극에 나왔을 때 팬들이 매일 밤 무대로 통하는 문에서 기다리다가 날 만나면 ‘해리 포터’가 자기들 인생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지녔는지에 대해 얘기를 했다. 그것을 듣는 것은 참으로 환상적인 일이었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주정꾼들이 날 보고 ‘해리 포터’하고 소리를 질러대는 것을 듣는 일은 짜증나고 힘든 일이다. 좌우지간 그 이름을 들을 때마다 깊은 향수감에 젖곤 한다.”

―아침에 혼자 일어나면서 자의식이라도 하는가.
월래스(대니얼 래드클리프·왼쪽)와 샨트리(조이 카잔)가 식당서 대화하고 있다.
“오 노. 그런 생각하면서 일어나지 않는다.”

―해리 포터의 작가 J.K. 롤링이 새로운 작품을 쓴다면 거기에 나올 생각이 있는가.
“그것에 대해서는 우리들 간에 어떤 논의도 없었다. 롤링은 최근에 신작 단편을 냈는데 아마도 이 때문에 영화 얘기가 나온 것 같다. 그러나 내게 영화 제의가 온 적은 없다.”

―당신은 최근에 마법의 세계 속의 어른에 관한 영화에 나올 용의가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아는데 사실인가.
“아니다. 각본은커녕 아무 것도 아는 것이 없는 일에 관심을 가질 수가 없다. 나는 곧 다리 건설에 관한 영화 ‘무너진 다리’의 촬영을 시작하는데 이것도 각본을 읽고서야 출연에 응했다. 내가 할 말은 나는 다양한 역을 찾아서 부지런히 일하겠다는 것이다. 그냥 과거와 다르다고 해서 각본을 선택한다기보다는 내가 즐길 수 있는 역을 찾을 것이다. 모든 가능성에 대해 저는 문을 열어놓고 있다.”

―당신의 애인에 대해 말해 줄 수 있는가.
“그럴 수가 없다.”

―조이 카잔과의 관계는 어땠고 그에게서 무엇을 배웠는가.
“우린 사실 같이 자란 사이다. 그리고 우리의 부모들도 서로 비슷하다. 조이와 나는 서로 아주 어렸을 때부터 영화계에서 자라 관계가 더 돈독한 것 같다. 그리고 우린 서로 비슷한 점이 많다. 그래서 영화에서 우리의 화학작용이 대단히 좋았던 같다. 우린 책벌레들인 데다가 유머감각도 비슷하다.”  
        
―영화에서 당신은 샨트리를 놀라게 하려고 예고도 없이 비행기를 타고 토론토에서 더블린으로 날아갔는데 실제로도 그런 적이 있는가.
“내가 과거 아일랜드 태생의 애인이 있었을 때 영국에서 아일랜드로 예고 없이 찾아간 적이 있는데 비행시간은 달랑 45분밖에 안 걸려 별 스릴이 없었던 것 같다.”

―사랑에 빠지려면 서로 반대되는 성격을 지녀야 하나 아니면 비슷한 사람들이 돼야 하나.
“어딘가 서로 공통되는 바탕은 있어야겠지만 보통은 서로 상반되는 사람들이 사랑에 빠지기가 쉽다고 본다. 그래서 서로가 상대의 균형을 맞춰줄 수 있으면 좋을 것이다. 나는 매우 다혈질이어서 자연 나보다 침착한 사람에게 마음이 간다.”

―남녀 간 친구지간에도 정열이 타오를 수가 있다고 생각하나.
“친구로 지내면서 서로 함께 성장하고 사귀다 보면 경우에 따라 정열이 서서히 솟아날 수도 있다고 본다.”

―요즘 많은 영화배우들이 TV 작품에 나오고 있는데 당신도 그럴 생각이 있는가.
“언젠가 한 번 흥미 있는 TV 작품의 각본을 읽고 관심이 있었는데 한 번 계약하면 7년은 매어달려야 한다는 바람에 포기했다. 그러나 언젠가는 TV 작품에 나오고 싶다. 단 7년씩은 못하겠다.”

―당신은 얼마 전에 25세가 됐다. 이제 진짜 어른이 된 것인데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계속 글을 쓰고 언젠가는 감독을 하고 싶다. 먼저 뮤직 비디오를 감독한 뒤에 보다 큰 작품을 연출하고 싶다. 내가 과거에 한 일들을 보다 공고히 하면서 새 것을 찾을 것이다. 계속해 연기를 하고 연극에 나오고자 한다. 궁극적으로는 가정을 꾸리겠지만 아직은 생각이 없다.”

―남자와 여자 중에 어느 쪽이 더 당신의 마음 문을 열고 대화가기가 쉽다고 여기나.
“남자들은 친구지간에도 서로 약점을 안 보이려고 심각한 얘기를 하기를 꺼려한다. 그러나 여자들은 안 그래서 그들과 대화하기가 더 편하다.”

―요즘 남자배우들이 수염을 기르는 경향이 있는데 그렇다면 나처럼 말끔히 면도한 남자는 이제 더 이상 핸섬하지 않다는 것인가.
“전연 그렇지 않다. 당신 아주 핸섬한데 어리석은 소리 하지 마라. 난 단지 너무 동안이어서 좀 어른스럽게 보이려고 수염을 기르는 것이다. 당신은 면도한 얼굴이 멋있으니 절대로 수염 기르지 말라.”

―이 역이 앞으로 당신의 성인 역의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나.
“그렇다. 해리 포터와 나를 쉽게 떼어 놓을 수야 없겠지만 나는 이 역이 광범위한 관객에게 어필할 수 있다고 믿는다. 하여튼 나는 나를 흥분시키고 또 정열적으로 만드는 일을 계속할 것이다.”
                                                                          <한국일보 편집위원/hjpark1230@gmail.com>

곤 걸(Gone Girl)

닉(벤 애플렉)이 실종된 아내의 행방에 대해 대중에게 도움을 청하고 있다.


아내의 실종… 한꺼풀씩 벗는 부부의 딴 모습


아내가 살해당하거나 실종되면 제일 먼저 용의선상에 오르는 사람이 남편이다. 이 영화도 이런 내용을 바탕으로 부식해 가는 결혼의 모습을 파헤친 멜로물이자 서스펜스 스릴러다. 뛰어난 감독 데이빗 핀처(‘소셜 네트웍’)도 이 영화는 겉으로는 단란해 보이나 안으로는 썩어 문드러져 가는 결혼생활을 다룬 진지한 작품이라고 말하나 그렇게 깊이가 있는 작품은 아니고 다분히 오락성 위주의 선정적인 영화다.
총천연색 필름 느와르라고 하겠는데 배신과 음모와 살인이 있는데다가 ‘남편 말이 맞아, 아니면 아내 말이 맞아’라는 식으로 얘기를 알쏭달쏭하게 이끌어가 재미는 만점이다. 남편 측과 아내 측의 얘기를 병행식으로 나열하면서 현재와 과거가 오락가락하는데 완벽하게 뽑은 주ㆍ조연 배우들(닐 패트릭 해리스 빼고)의 눈부신 연기와 나무랄 데 없는 구조와 연출력과 촬영과 음악 및 프로덕션 디자인 등 여러 면에서 훌륭하다.  
그러나 얘기가 자연스럽다기보다 조작한 느낌이 들고 종결부를 다소 엿가락 늘이듯이 늘인 점과 일부 믿어지지 않는 장면 등은 옥에 티라고 하겠다. 9월25일에 시작된 뉴욕영화제 개막작인데 상감은 되지 못한다.
원작은 연예주간지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의 TV 담당기자로 일하다가 경기침체 때 해고당한 길리언 플린의 베스트셀러인데 내용의 일부는 이런 자기 경험을 담았다. 아주 고약하고 사악하며 냉소적인 영화인데 그래서 더 재미가 있다.     
미주리주 노스카테이지의 천편일률적인 교외 주택지에 사는 닉 던(벤 애플렉)이 이른 아침 집 앞에서 어딘가 불안하고 수상쩍은 모습으로 서 있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는 이어 쌍둥이 여동생 마고(캐리 쿤이 잘 한다)와 함께 경영하는 자신의 바에 들러 동생과 함께 이른 버본을 마시면서 오늘이 아내 에이미(로자문드 파이크)와의 결혼 5주년이 되는 날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닉은 집에 돌아와 리빙룸의 커피테이블이 박살이 난 것을 발견한다. 그리고 에이미가 실종된다. 영화는 여기서부터 닉의 얘기와 에이미가 자기 일기를 읽는 형식으로 두 갈래로 진행된다.   
닉과 에이미는 몇 년 전만해도 뉴욕에 살던 여피 부부로 둘 다 잡지기자였는데 경기침체와 함께 모두 해고당한다. 그리고 닉의 어머니가 암에 걸리면서 둘은 시골로 이사를 온 것이다. 에이미의 부모는 유명한 아동소설 작가로 소설의 주인공은 에이미다. 
닉이 에이미의 실종을 신고하면서 여형사 론다(킴 딕킨스가 빼어난 연기를 한다)와 파트너 짐(패트릭 휴짓)이 수사를 맡는다. 그리고 닉의 집에서 에이미의 혈흔이 발견된다. 이어 닉은 미디어를 통해 아내의 실종을 알리고 대중의 도움을 요청한다. 
경찰이 우선 닉을 심문하면서 도시인을 별로 안 좋아하는 동네 사람들과 미디어가 닉을 아내 실종의 주범으로 몰아붙인다(영화는 작은 마을 사람들의 편협한 생각과 미디어 서커스도 싸잡아 비판하고 있다). 여기에 닉이 어린 여자와 바람을 피웠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그는 완전히 살인자로 찍힌다. 이에 닉은 뉴욕의 유명 변호사 태너(타일러 페리도 잘 한다)를 고용한다.    
한편 에이미가 읽는 일기는 따분한 시골에서 백수로 지내는 닉과 자신의 관계가 갈수록 상하면서 점점 닉으로부터 심각한 위협을 받는다고 말한다. 그리고 영화가 시작된 지 1시간(상영시간 2시간 반)쯤 지나 플롯이 충격적으로 변전하고 에이미의 대학시절 애인 데지(닐 패트릭 스미스)가 에이미가 두는 장기판의 말로 등장한다. 그런데 도대체 에이미는 어디로 사라졌는가. 영국 배우 파이크의 과거 이미지를 깨어버릴 영화로 독성이 있는 백합과 같은 모습으로 강인한 연기를 한다. R. Fox. 전지역.  ★★★½(5개 만점)  <한국일보 편집위원/hjpark1230@gmail.com>

해방자(The Liberator)

시몬 볼리바(에드가 라미레스)가 독립군을 이끌고 진격하고 있다.

스페인으로부터 해방전쟁 이끄는 영웅 일대기


남미를 300여년 간의 스페인의 혹독한 통치에서 해방시키는데 초석이 된 베네수엘라의 영웅 시몬 볼리바의 파란만장한 30여년 간의 삶을 그린 전기영화로 허우대는 멀쩡하고 볼만은 하나 감정적으로 개입이 안 되는 영혼이 부족한 작품이다. 이 영화와 엘리아 카잔이 만든 멕시코의 영웅 사파타의 인생을 그린 ‘비바 사파타!’를 비교해 보면 과연 전기영화는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가를 알게 될 것이다.
베네수엘라 태생의 알베르토 아르벨로가 감독하고 에드가 라미레스(‘칼로스’)가 주연한 이 영화는 역시 베네수엘라 태생으로 현 LA 필의 상임지휘자인 구스타보 두다멜이 처음으로 영화음악을 작곡해 화제가 됐는데 음악 역시 교과서적인 영화처럼 평범하다.
영화는 1828년 볼리바가 자신에 대한 암살시도를 모면한 1828년부터 시작해 1800년대 초기로 거슬러 올라가 베네수엘라 지방 부농의 아들인 볼리바가 스페인 궁정을 방문하는 장면으로 변전한다. 여기서 그는 아름다운 마리아-테레사 델 토로(마리아 벨베르데)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둘은 결혼해 볼리바의 고향으로 간다.
그러나 신혼 6개월 만에 마리아-테레사가 황열병에 걸려 사망하면서 볼리바는 파리로 가 방탕한 삶에 탐닉한다. 이런 그에게 남미 해방의 소명을 심어주는 사람이 급진보주의자요 인간적인 볼리바의 옛 스승 시몬 로드리게스(프란시스코 데니스).
볼리바는 집의 부를 사용해 소규모의 독립군을 조직하고 그의 군대는 서서히 동맹군을 얻게 된다. 영화는 독립군과 막강한 스페인군 간의 전투 액션과 볼리바의 개인적 삶과 그의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를 번갈아가면서 엮었다.
남미의 영웅이 된 볼리바는 1819년 스페인으로부터 해방된 대륙의 북쪽지방을 통틀은 그랜 콜롬비아의 대통령으로 취임하나 독립군의 내분과 스페인의 집요한 공격으로 그랜 콜롬비아는 볼리바가 음모에 말려들어 암살된 후 수개월 만에 해체된다.
극적인 요소를  모두 갖추었으면서도 그것을 제대로 요리 못한 혁명영화로 혁명얘기가 에너지가 모자라고 불꽃이 튀질 않는다. 
라미레스의 연기는 좋지만 이 역시 피와 살이 있는 실물이라기보다 그림 같다. 
R. 일부 지역. ★★★(5개 만점)         <한국일보 편집위원/hjpark1230@gmail.com>

존 윌리엄스 축하

(Mathew Imaging)


마치 중세 기사영화의 나팔수들처럼 기를 단 트럼핏을 들고 무대 좌우의 객석에 서있던 14명의 미군 헤럴드 트럼핏 팀은 LA필과 함께 존 윌리엄스가 1984년 LA올림픽을 위해 작곡한 ‘올림픽 팡파르와 주제’를 요란하게 불어댔다.
30일 LA 다운타운의 디즈니 콘서트홀에서 구스타보 두다멜의 지휘로 열린 LA필의 시즌 개막 연주회는 오스카상을 5번이나 탄 영화음악 작곡가 존 윌리엄스(82)를 축하하는 행사로 진행됐다. 연주곡은 모두 그의 것으로 발췌곡식으로 연주됐다. 그런데 나는 발췌곡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짜깁기 형식이어서 완성된 음악적 만족감을 느끼기가 쉽지 않다.
팡파르에 이어 무대 위에 설치된 대형 화면에 디즈니 홀의 모습을 담은 비디오가 영사되고 윌리엄스가 이 콘서트홀의 개막을 축하하기 위해 지은 현대 음악풍의 ‘사운딩스’가 연주됐다. 이어 바이얼리니스트 이츠학 펄만이 등장, ‘쉰들러 리스트’의 음악과 윌리엄스의 첫 오스카 수상 음악인 ‘지붕 위의 바이얼린’의 카덴자를 연주했다. 아름답고 섬세하면서도 힘 있는 연주다.
윌리엄스의 녹음된 육성이 “난 어렸을 때 칼싸움 영화를 좋아했다”고 과거를 회상하면서 스필버그의 만화영화 ‘틴 틴의 모험’ 중 결투장면을 그린 음악이 “휙 휙”하고 칼바람 소리를 내면서 홀을 메웠다.
화면에는 진 켈리, 타이론 파워, 버트 랭카스터, 스튜어트 그레인저, 에롤 플린 등 왕년의 펜싱영화의 스타들과 요즘의 해리슨 포드와 안토니오 반데라스 등이 나온 ‘스와시버클러’의 장면들의 몽타주가 쏜살같이 지나갔다. 이 날 영화장면이 영사된 것은 이 때 뿐인데 아마도 음악이 연주될 때마다 영화장면을 보여주면 청중들이 음악에서 멀어질 것을 염려해서인 것 같다.
윌리엄스와 스필버그는 단짝이어서 이 날도 여러 편의 스필버그 영화의 음악이 연주됐다. 이어 연주된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손가락 튕기는 소리를 곁들인 장난기 짙은 재즈풍의 음악이 있는 ‘캐치 미 이프 유 캔’도 스필버그의 영화다.
두다멜이 마이크를 집어 들더니 오케스트라 석에 부인과 함께 앉아 있는 윌리엄스를 향해 “우리는 음악하면 바흐와 말러 그리고 쇼스타코비치를 생각하지만 오늘 바로 여기에 존 윌리엄스가 있다”면서 “그는 위대한 음악가이자 위대한 인간”이라고 윌리엄스를 찬양했다.
그런데 두다멜도 3일 개봉된 남미 해방의 영웅 시몬 볼리바의 삶을 그린 영화 ‘해방자’(‘위크엔드’판 영화평 참조)의 음악을 작곡, 영화음악 작곡가로 데뷔했다.
이어 두다멜은 “여러분이 잘 아는 음악”이라더니 ‘스타 워즈’의 음악을 전신운동 하듯이 활발한 제스처를 써가면서 힘차게 연주했다. 화면에는 애니메이션으로 된 영화장면의 스케치가 음악에 맞춰 우주선의 속도로 맹렬히 달려갔다.
앙코르는 LA 아동합창단과 엔젤레스 코랄이 부른 서정적이요 아름다운 ‘아미스태드’의 노래 ‘너의 눈물을 말려라 아프리카.’ 음악이 갑자기 분위기를 바꾸더니 두다멜이 ‘조스’의 겁나는 첫 소절을 짧게 연주했다. 무대 위에 있던 아동합창단원들이 “악 악”하고 비명을 지르면서 퇴장했다. 이날 연주회는 이렇게 쇼 기분이 다분했다.
이어 만면에 미소를 머금은 두다멜은 윌리엄스에게 다가가 그를 무대 위로 안내하면서 바톤을 넘겼다. 윌리엄스는 ‘스타 워즈’의 유명한 ‘제국의 행진’을 위풍당당하게 연주했다(사진). 음악 속에 영화에 나온 백색제복의 ‘제국의 스톰트루퍼’들과 함께 흑색망토에 흑색헬멧을 쓴 다트 베이더가 적색 광선검을 휘두르면서 무대에 등장, 클라이맥스를 장식했다. 천장에서 색종이가 떨어져 내리는 가운데 청중들이 기립박수로 노 음악가의 업적을 치하했다.
원래 이런 갈라 스타일의 음악회는 진짜 음악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보기엔 화려한데 내실이 아쉽게 마련이다. 뭘 먹긴 먹었는데 여전히 허기가 지는 느낌이다.
연주회 내내 기다린 것이 ‘E.T.’와 ‘잃어버린 성궤의 약탈자’ 그리고 ‘제3 세계와의 조우’의 음악인데 이들과 함께 ‘스타 워즈’와 ‘조스’의 음악을 조곡식으로 연주했더라면 훨씬 더 즐거웠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작년에 ‘책 도둑’의 음악을 작곡한 존 윌리엄스를 인터뷰했다. 인자한 미소를 띤 윌리엄스는 자상하고 친절한데다가 매우 겸손해 절로 존경심이 우러났다. 윌리엄스는 그때 “내가 작곡한 음악은 다 내 자식과 같아 모두 사랑스럽다”면서 “그 중에서 특별히 고르라면 ‘스타 워즈’와 ‘제3 세계와의 조우’”라고 말했다.
연필로 종이 위에 작곡을 한다는 그는 “8순에도 여전히 작곡을 할 때면 도전과 흥분을 느끼곤 한다”면서 “밤 9시에 작곡을 시작해 새벽 3시에 끝낸다”고. 그래서 이제 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건강이라고 덧붙였다.
나는 음악가들을 만날 때면 늘 영감이 어디에서부터 오는가 라고 묻는다. 윌리엄스는 이 질문에 “번뜩 악상이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수주간에 걸친 노력 끝에 나온다”면서 “작곡은 내게 하나의 발견의 과정”이라고 말했다. 윌리엄스의 무병장수를 기원한다.  
                                     <한국일보 편집위원/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