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4년 10월 2일 목요일

프라이드(Pride)

런던에서 게이와 레즈비언들이 파업광부 지지 퍼레이드를 벌이고 있다.

광부들과 동성애자의 이색적 연대 감동터치


1984년 ‘철의 나비’ 대처 수상이 지배하던 영국에서 일어난 광부들의 총파업과 이들과 그들의 가족을 위해 기금을 모금한 런던의 게이와 레즈비언들의 걸맞지 않는 우호관계를 그린 드라메디로 기를 쓰고 관객의 심금을 울리려고 애를 써 다소 부담이 가지만 대중이 즐길 수 있는 영국작품이다.
나오는 인물들이 너무 많고 또 너무 광범위하게 여러 가지 얘기를 다루고 있어 좀 산만하고 또 잘 몰랐던 사실이지만 일종의 언더독의 승리담이어서 기시감이 있으나 감독 매튜 와커스는 모든 인물들을 사랑하면서 정성과 애정을 다해 다뤄 가슴에 와 닿는다.
광부들의 파업과 이에 대한 대처의 냉정한 반응을 TV 뉴스로 보던 젊은 게이 행동주의자 마크(벤 슈네처-뉴요커로 기막히게 영국 액센트를 쓰는데 실제의 마크는 26세로 에이즈로 사망했다)는 런던 게이행진에 버켓을 들고 나와 광부들의 가족을 돕기 위한 모금을 한다. 여기에 동참하는 것이 런던 교외에 사는 10대의 조(조지 맥케이). 그런데 조는 자신의 성적 기호를 숨기고 있다.
동성애자들과 블루칼러인 광부들은 서로 어울릴 처지가 아닌데도 마크는 둘이 모두 압박 받고 사회에서 밀려난 층이라는 공통점이 있다고 믿고 대처를 공동의 적으로 삼고 일단의 동료들과 함께 ‘광부들을 후원하는 레즈비언과 게이들’(LGSM)이라는 단체를 조직, 광부 돕기 기금모금 캠페인을 벌인다. 
그리고 이들은 파업을 하고 있는 사우스웨일즈의 작은 광산마을을 찾아가나 처음에는 광부들로부터 냉대를 받는다. 남자들과 반대로 이들을 반갑게 맞는 것은 여자들. 그 중에서도 정열적이요 생의 소금과도 같은 동네 반장격인 헤피나(이멜다 스턴튼은 언제나 호연)와 진보적 사고방식을 지닌 젊은 주부 시안(제시카 거닝이 연기를 아주 잘 한다-실제의 시안은 후에 지방의원이 됐다)과 나이 먹은 상냥한 그웬(멘나 트러슬러) 등이 이들을 반갑게 맞는다.
남자 중엔 시를 사랑하는 아름다운 영혼의 소유자인 클립(빌 나이)이 이들을 환영하고 노조의 중재자인 다이(패디 콘시딘)도 이들을 조심스럽게 맞아들인다. 
결국 광부들도 LGSM 회원들의 진심에 감동해 서서히 마음이 녹는데 이런 과정을 서술하면서 여러 가지 판에 박은 에피소드들이 진열된다. 그 중에서 활기찬 것은 게이인 조나단(우락부락하게 생긴 도미닉 웨스트가 역을 잘 소화한다)이 동네사람들이 잔뜩 모인 교회 홀에서 동네 아주머니들과 신나게 디스코를 추는 장면.
LGSM팀이 웨일즈로 내려오고 이에 대답 차 헤피나 등 동네 아주머니들이 런던을 방문하면서 잡다한 에피소드들이 웃음과 눈물을 자아내게 만든다. 여기에 질질 끄는 파업에 서서히 무너져 내리는 광부들의 결단과 광부 돕기와 에이즈 대처 문제를 놓고 일어나는 LGSM의 내부갈등 등 얘기가 지나치게 잔가지를 많이 친다.
그러나 배우들의 연기가 모두 좋고(특히 젊은 배우들이 영화에 넘치는 에너지를 공급한다)드라마와 코미디와 감상적인 면을 고루 잘 섞어 흐뭇한 기분을 느끼게 되는 즐거운 영화다. 1985년 런던에서 열린 게이 퍼레이드에 광부들과 그들의 아내들이 대거 참석하는 마지막 장면은 콧등을 시큰하게 만든다. 
R. CBS Films. 일부 지역.   ★★★½(5개 만점)  <한국일보 편집위원/hjpark1230@gmail.com> 

프라이드 (Pride)

로버트(덴젤 워싱턴)는 어린 창녀를 위해 다시 총을 든다.

가여운 어린 창녀를 위해 처절한 복수를 펼치는…


덴젤 워싱턴이 나오는 서스펜스와 스타일을 갖춘 폭력적이요 흥분되는 킬러무비로 재미는 있는데 쓸데없이 폭력적이다. 총과 칼과 주먹은 물론이요 코르크스크루와 드릴 그리고 온갖 건축용 날카로운 도구들이 총 동원돼 수많은 러시안 마피아들이 황천으로 가는데 화면에 피가 흥건하다. 고개를 돌리게 된다.
워싱턴이 오스카상을 탄 ‘트레이닝 데이’를 감독한 안트완 후콰가 다시 워싱턴과 콤비를 이뤄 만든 쓴 맛나고 거칠고 사납고 가차 없는 영화인데 흥행에 성공할 것을 자신한 소니사는 벌써 속편을 준비하고 있다.
과거를 지닌 고독하고 과묵한 전직 킬러 스파이가 학대 받는 어린 창녀를 도와주면서 법을 무시하고 자기 마음대로 무력과 폭력을 휘두르는 얘기는 사실 새로울 것이 없지만(이 영화는 보스턴판 ‘택시 드라이버’다) 눈부신 액션과 느와르의 음습한 분위기 그리고 워싱턴의 신비감과 카리스마 가득한 자태와 연기 때문에 볼만하다.
보스턴의 대형 건축자재상 홈마트에서 일하는 로버트 맥콜(워싱턴)은 정결하고 검소한 아파트에서 혼자 사는 과묵한 불면증자로 침착한 도사형. 밤이면 동네 다이너에 찾아가 자기 지정석에 앉아 차를 마시면서 ‘노인과 바다’와 ‘투명인간’ 같은 책을 읽는다. 로버트의 정체는 영화 중간에 가서야 밝혀지나 우리는 이미 그가 과거가 있고 어두운 일에 종사했을 것이라는 추측을 쉽게 할 수 있다.
로버트는 식당에서 10대 러시안 창녀 테리(클로에 그레이스 모리츠)를 알게 되는데 어느 날 테리가 핌프에게 죽도록 얻어맞아 입원한 것을 보고(테리는 그 후 영화에서 사라졌다가 끝에 다시 나타나는데 영화는 철저히 워싱턴의 것이다) 테리의 소유주인 러시안 마피아 본부로 찾아간다. 그리고 현찰 8,000달러를 내밀면서 테리를 해방시키라고 요구한다.
이 요구가 거절되면서 로버트는 방안에 있는 5명의 마피아를 무자비하게 살해하는데 긴 대화에 이어 천둥번개 치듯 하는 살해 장면이 멋지게 안무되고 연출됐다. 로버트는 이들을 살해하기 전에 눈으로 마치 고성능 컴퓨터가 감지하듯이 방안의 마피아들의 위치와 무기로 쓸 만한 것들 그리고 내부구조 등을 전광석화처럼 파악한다. 
보스턴의 술집과 에스콧 서비스와 부패한 경찰까지 손 안에 쥐고 있는(이것이 사실이라면 큰일이다) 러시안 마피아가 이렇게 당하자 러시아의 마피아 본부에서 로버트를 처치하기 위해 교활하고 잔악하고 지능이 뛰어난 사이코 테디(마턴 코카스가 웃으며 사람 잡는 연기를 겁나게 한다)를 보스턴으로 파견한다.      
그러나 테디의 로버트 살해 시도는 늘 테디보다 한 발 앞서가는 로버트 때문에 번번이 실패하고 이로 인해 테디는 좌절감에 빠진다. 영화 중간에 가서 로버트가 과거 자신의 정보부 상사였던 부부(빌 풀맨과 멜리사 리오)를 찾아가면서 그의 정체가 밝혀진다. 
마지막 장면은 홈마트 안에서의 로버트와 테리의 장시간에 걸친 대결로 이어지는데 서스펜스와 잔인한 액션이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이 영화는 에드워드 우드워드가 나온 1985~89년 방영된 미국의 동명 TV 시리즈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R. 전지역.  <한국일보 편집위원/hjpark1230@gmail.com> 

‘로이 최의 쿠바 샌드위치’



LA에 음식트럭 붐을 일으킨 ‘고기 바비큐’의 창업자인 로이 최(44)가 프라이팬에 각종 재료를 놓고 쿠바 샌드위치를 만드는 모습이 마치 화가가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는 것 같다. 맞다. 요리도 예술이라고 한다.
한국과 멕시코 음식을 혼성한 요리법을 고안해 전 미국이 알아주는 셰프가 된 로이가 만드는 쿠바 샌드위치의 구수한 냄새가 후각을 자극하면서 아직 저녁을 못 먹은 내 위장을 자극한다.
로이의 삶과 그의 음식트럭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 5월에 개봉, 빅히트한 영화 ‘셰프’(Chef)의 DVD 발매를 기념한 요리시범이 23일 LA의 선셋 타워 호텔에서 있었다. 로이는 영화를 감독하고 각본을 쓰고 주연도 한 존 홰브로의 요리선생으로 자문했고 그가 개발한 디저트 ‘베리즈 앤 크림’도 영화에 선을 보였다.        
요리시범에는 영화에서 셰프로 나온 존과 그의 어린 아들 역의 엠제이 앤소니가 나와 로이의 지시대로 쿠바 샌드위치를 만들었는데(사진) 로이가 재료를 다루는 동작이 마치 요술쟁이가 공 놀리듯 한다. 쿠바 샌드위치의 재료는 빵과 겨자(로이는 빵에 겨자를 바를 땐 빵 전체에 골고루 발라야 한다고 가르쳐 줬다)와 오이지와 돼지고기와 햄과 스위스치즈.
존은 로이의 지시대로 요리를 하면서 “요리는 하나의 비전이며 셰프는 타고난 선생”이라고 로이를 치켜세웠다. 그리고 “난 로이 덕택에 집에서 온갖 음식을 다 해먹는다”고 자랑했다. 시범이 끝나고 쟁반에 담겨 나온 샌드위치를 포도주에 곁들여 먹어보니 맛이 고소하다. “여미.”
내가 로이와 악수를 나누면서 한국일보 기자라고 자신을 소개하니 그는 “반갑습니다”라고 깍듯이 인사한다. 로이에게 “당신에게 있어 음식은 무엇인가”라고 물었더니 그는 “나는 말도 별로 잘 못하고 또 스포츠 같은 것도 크게 즐기는 편이 아니어서 음식으로 사람들과 대화하고  교통한다”고 말했다. 재미있는 음식을 만들어 그것을 통해 상호작용하는 커뮤니티를 조성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신념이다.
‘셰프’는 음식영화이자 부자간의 사랑을 강조한 영화로 로이는 “이 영화는 음식 관계자 모두에게 큰 영감을 주고 아울러 그들에게 명예로운 작품”이라면서 “존이 처음에 각본을 가져 왔을 때 읽고 감동했고 영화도 거의 각본 그대로”라고 존을 칭찬했다.
LA에서 시작해 마이애미로 이동한 뒤 거기서 다시 뉴올리언스와 오스틴을 거쳐 LA로 돌아오는 로드 무비이기도 한 ‘셰프’는 음식과 가족 사랑으로 채워진 코미디 드라마다. 소피아 베르가라, 존 레구이사모, 더스틴 호프만, 스칼렛 조핸슨, 앤디 가르시아, 올리버 플랫 및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등 초호화 캐스트. 시각과 후각과 미각을 자극하는 음식이 화면을 장식, 영화 내내 군침을 삼키다가 영화가 끝나자마자 식당으로 달려가게 만든다.
‘아이언 맨’을 감독하기도 한 존과는 구면이어서 반갑게 악수를 나눈 뒤 “당신이 제일 좋아하는 한국 음식은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존은 “나는 김치라이스가 제일 좋다”면서 “그 걸 집에서도 해먹고 또 코리아타운에 있는 라인호텔의 로이의 식당(로이는 이 밖에도 LA와 인근 도시에 여러 개의 식당을 소유하고 있다)에서 로이의 메뉴를 즐긴다”고 말했다. 옆에서 이를 듣던 로이가 “그 김치 내가 갔다 줬다”며 거들었다.
이어 존은 “로이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다”면서 “앞치마 두르는 방법도 하나의 의식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존은 현재 디즈니의 대규모 액션 모험영화 ‘정글북’을 감독하고 있다.
로이는 중학교에 다닐 때 말썽꾸러기여서 부모가 군사학교에 보낼 정도였다. 20대 초반에는 마약에도 손을 댔고 한때 법대에도 다녔지만 곧 중퇴했다. 로이에게 재생의 문을 열어준 사람이 셰프 에메릴 라가스. 에메릴이 TV에서 요리강좌를 하는 것을 보고 있는데 에메릴이 TV 밖으로 나와 자기에게 “이 냄새 좀 맡아 봐. 이것 맛 좀 봐. 뭐든지 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고 한다. 그래서 로이는 요리학교에 등록했고 에메릴은 로이의 생명의 은인이 된 셈이다.
로이는 덜 풍족한 사람들을 위해 음식을 만들어주기를 좋아한다. 지금도 틈이 나면 사우스센트럴 LA에 가서 학생들에게 요리를 가르쳐 준다. 로이는 “이제 나는 마약 대신 사람들 먹이는 일에 중독됐다”고 말한다. 그리고 동료 셰프들에게도 “특권층만 먹일 것이 아니라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먹이는 방법을 생각하라”고 조언한다.
2010년 ‘10대 최고의 신인 셰프’로 선정된 로이는 자서전 겸 요리책인 ‘LA 선: 마이 라이프, 마이 시티, 마이 후드’(LA Son: My Life, My City, My Food)를 출간했다. 그리고 CNN은 곧 로이의 쇼 ‘스트릿 푸드’(Street Food)를 방영한다. 로이의 옆에 있던 존이 “그 쇼에는 내가 제일  먼저 게스트로 나온다”고 뽐냈다. 쇼의 시청률이 하늘 높이 치솟기를 바란다. ‘코리안 후드 넘버 원!’   <한국일보 편집위원/hjpark1230@gmail.com>


2014년 9월 23일 화요일

‘이 곳이 내가 당신을 떠나는 곳’ 제인 폰다


“항상 활동적 삶… 아버지 영향 행동주의자”


19일 개봉되는 가족드라마‘이 곳이 내가 당신을 떠나는 곳’(This Is Where I Leave You-영화평 참조)에서 아버지의 장례식에 참석차 오래간만에 귀향한 뿔뿔이 헤어졌던 자식들을 맞는 거대한 인공유방을 한 어머니로 나온 제인 폰다(76)와의 인터뷰가 토론토 국제영화제 기간인 7일 토론토의 페어몬트 로열 요크 호텔에서 있었다. 아버지 헨리를 꼭 닮은 갈비씨 제인은 차가운 기가 감돌 정도로 고고하고 우아했는데 76세의 나이답지 않게 아름답게 늙었다. 목을 감싸는 검은 셔츠 위에 회색 재킷을 입은 금발의 제인은 품위가 있었는데 굵음 음성으로 유머를 섞어가면서 짧고 명백 솔직하고 단도직입적으로 대답했다. 인터뷰를 즐기면서“하 하 하”하고 웃다가도 아버지의 얘기가 나오자 냅킨으로 눈물을 닦으며“나는 아버지를 사랑했다”며 울먹였다.      

―영화를 찍으면서 당신의 거대한 인공유방을 마음껏 즐겼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진짜 즐겼다. 그것 만드는데 3시간이 걸렸다. 솔직히 말해 사람들이 그것을 진짜 내 것이라고 생각해 주길 바랐다. 내 트일러에서 촬영장까지 걸어가면서 지나가는 차들에 대해 내 유방을 보라고 제스처를 쓰면서 즐겼다. 영화에서 그것을 가급적 많이 드러내려고 했으나 션 레비 감독이 말렸다.”

―당신은 50대 초반에 유방확대 수술을 했다가 후에 제거했는데 왜 그랬는가.
“나이가 먹을수록 유방이 자꾸 커지기 때문에 가짜가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영화에서 당신은 여자와 진한 키스를 하는데 남자와 키스할 때와 다르던가.
“물론이다. 여자가 더 감각적이다. 내 현재의 애인만 빼고 나면 여자가 더 감각적이다.”    

―레비 감독은 당신이 겁을 모르는 배우라고 했는데.
“아니다. 난 언제나 공포에 떤다. 매일 촬영장에 갈 때마다 ‘나 오늘 실패할 거야 그러면 사람들이 날 가짜라고 생각하고 해고하겠지’라며 두려워한다. 신경이 예민하지도 않고 무섭지도 않으면 그 건 뭔가 잘못된 것이다.”

―실제로 당신의 가족이 재회할 때 어떤 불편한 점이라도 있는가.
“늘 있다. 가족이 모이면 언제나 문제가 있게 마련 아닌가. 그래서 가족이 모이면 어머니로서 그런 문제들을 처리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한다.”

―당신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의 계기는 무엇이었는가.
“테드 터너를 떠나 다시 혼자 있어야겠다고 깨달았을 때다. 나이 62세로 남자라는 보증수표가 더 이상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그 결정은 내게 있어 매우 중요한 것이었다.”

―부부 간에 어떻게 사랑을 지속시킬 수 있는가.
“결혼을 세 번이나 한 사람에게 그걸 물어보는가. 나 전연 모르겠다.”

―나이 먹은 사람들은 당신이 하는 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는데 그들에게 해 줄 말이라도 있는가.
“가장 중요한 것은 항상 활동적이 되라는 것이다. 나는 옷을 잘 차려 입고 화장을 진하게 하는 것을 싫어한다. 그러려니 닭과 말이 있는 농장에 있겠다. 육체적으로 활동적이어야 레드 카펫에서도 멋지게 보인다. 특히 나이가 먹을수록 활동이 중요하다.”

―동성애 권리를 위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가.
“아니다. 난 그보다는 여성에 대한 폭력방지와 언론매체에서의 여성 참여 확대 그리고 10대 문제에 더 관여하고 있다. 그러나 난 동성결혼을 적극 지지한다. 난 곧 릴리 탐린과 함께 이 문제를 다룰 코미디 시리즈에 나올 것이다.”

―당신의 동생 피터는 잘 있는가.
“배우로서 전국을 돌며 연기활동을 해 자주는 못 만나나 우린 서로 아주 가깝다. 내년 봄에 아직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온타리오에 있는 어머니의 무덤에 둘이 같이 가기로 했다.”

―당신의 목장 삶에 대해 말해 달라.
“목장에는 3.5마일 길이의 강이 있어 거기서 플라이피시를 한다. 나무도 자르고 돌벽도 만들고 오래 승마를 즐긴다. 기르는 닭에서 나온 계란을 먹는다. 2,300스퀘어피트의 농장을 걷거나 말을 타고 샅샅이 다녀 구석구석을 잘 안다.”
힐라리(제인 폰다)와 아들 저드(저스틴 베이트만)가 조문객을 맞고 있다.

―요리를 하며 즐기는 음식은 무엇인가.
“나 혼자 먹는 것은 요리하나 손님이 있으면 안 한다. 연어와 밥과 샐러드이나 난 요리를 잘 못한다. 오죽하면 내 전 남편이자 감독인 로저 바딤이 셰프가 되었겠는가.”

―목장은 어디에 있는가.
“뉴멕시코에 있는데 팔려고 내놓았다. 몸의 여러 군데에 이상이 생겨 더 이상 말을 못 타겠다. 내 몸에는 지금 금속이 많이 있다. 더 이상 등산도 못하고 낚시하기도 힘들다. 게다가 TV 시리즈를 해 매주 갈 수도 없다.”

―2016년에 누구를 대통령으로 뽑겠는가.
“힐러리다. 힐러리는 명령하는 식의 남자보다 민주적이요 협동적이다. 그가 당선되면 남자처럼 굴지 말고 진정한 여성 대통령이 되어주길 바란다. 그리고 그는 매우 현명하며 또 과거의 실수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고 생각한다.”

―당신은 자연과 매우 연결돼 있는데 기상변화에 대해 우려하는가.  
“그렇다. 그 때문에 때론 잠도 못 잔다. 그러나 전 세계의 각국에는 이를 개선시키려고 노력하는 소수의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약간은 낙관적이다. 아직 안 늦었다고는 하나 나는 우리가 큰 재난에 직면해 있다고 생각한다. 난 내 농장도 누가 사든지 개발 못하도록 등록해 놓았다.”

―언제 어떻게 해서 여성으로서 자기 목소리를 높일 줄 아는 사람이 되었는가.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가 영화에서 한 영웅적 인물을 보면서 자라 행동주의자가 된 것 같다. ‘분노의 포도’와 ‘옥스-보우 사건’ 그리고 ‘12인의 분노한 사람들’과 같은 영화들이다. 정의와 공정을 사랑하고 언더 독을 위해 싸우는 아버지를 따르게 된 것이다. 따라서 난 30대 초반까지는 약간 비현실적으로 살았다. 베트남전이 났을 때 난 프랑스에서 살았는데 그 때 프랑스 사람들이 미국의 잘못을 내게 가르쳐 주었다. 그 때 내 안에서 행동주의가 솟아났다. 여성으로서의 나는 60대가 돼서야 생성됐는데 난 그제야 비로소 내가 나로서 성숙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다시 결혼할 것인가.
“절대 안 한다. 77세에 왜 결혼을 한단 말인가. 테드와 내가 결혼한 이유는 그의 다섯 명의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우리가 결혼을 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아닌 테드가 결혼이라는 안전장치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결혼 아니면 요즘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
“친절이다. 여자가 젊었을 땐 아무도 그들에게 친절에 대해 가르쳐 주지 않는다. 그 대신  성적 매력과 글래머와 함께 놀아줄 사람을 찾으라고 지도한다. 나는 친절과 위협감을 느끼지 않는 남자를 찾는다. 내 현 애인은 유대인이다. 마침내 나는 유대인이 그렇게 감각적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의 어머니는 매우 강해 애인은 강한 여자를 무서워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는 친절하다. 그러나 결혼은 안 한다.”

―왜 아직도 연기를 하는가.
“내 생계비 마련을 위해서다. 내 나이가 되면 고정된 일거리가 있어야 하는데 그래서 난 이번 시리즈를 하게 된 것을 크게 다행으로 여긴다. 이 나이에 배우라는 안정된 직업이 있어 행복하다. 15년 전에 사업을 떠난 것도 매우 불행했기 때문으로 불행을 느끼면 연기를 할 수가 없다. 그동안 한참을 쉬었으니 난 이제 연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나는 책을 쓴다. 7권이나 썼고 앞으로 소설을 써볼 작정인데 어렵다.”

―아버지에 대한 가장 즐거운 추억은.
“아버지의 장례 후 아버지의 절친한 친구인 지미 스튜어트가 우리 집에 찾아와 내 건너편에  1시간 내내 침묵 속에 앉아 있다가 이윽고 말문을 열었다(이 때 제인 폰다는 눈물을 글썽이며 목이 메었다). 옛날에 둘이 함께 뉴욕에서 살 때 큰 연을 만들어 날렸다는 얘기를 들려주었다. 또 아버지의 분장사는 내게 그가 아버지를 분장할 때면 늘 아버지가 내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난 아버지를 무척 사랑했다.”              <한국일보  편집위원/hjpark1230@gmail.com>

헥터의 행복 추구(Hector And The Search for Happiness)

헥터(사이몬 펙)가 샹하이 관광을 즐기고 있다.

권태로운 삶 탈출 행복 찾아가는 여정 공감


런던에서 좋은 아파트에 아름다운 애인 그리고 훌륭한 직업을 갖고 잘 사는 헥터(사이몬 펙)는 이렇게 남들이 다 부러워할 여건을 갖췄는데도 삶이 도무지 행복하지가 않고 권태롭기만 하다. 아마 그의 직업이 매일 같이 남의 내적 고충을 들어줘야 하는 심리상담의이기 때문일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헥터는 어느 날 느닷없이 애인 클라라(로자문드 파이크-예쁘다)에게 “나 자아 발견을 위해 여행 좀 다녀와야겠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한 뒤 보따리를 싸들고 세계 여행길에 나선다. 이 영국 영화는 우리가 여러 차례 들은 이런 자아발견의 얘기로 기시감이 많긴 하지만 코미디 배우로 알려진 사이몬 펙의 코믹하면서도 극적인 연기와 해롭지 않고 대중이 모두 즐길 수 있는 내용을 담아 보고 즐길 만하다.
심각한 내용과 코미디를 섞은 드라메디라고 하겠는데 얘기가 어쩔 수 없이 에피소드식이고 꽤 감상적이며 어떤 내용은 억지를 부린 듯이 믿어지지가 않는다. 그러나 “아 결국 행복이란 멀리 있는 것이 아니고 바로 내 코앞에 있구나”하고 해묵은 진리를 다시 한 번 깨달으며 밝은 마음으로 극장을 나설 수 있는 온 가족영화다.
그래서 헥터는 런던을 떠나 먼저 상하이로 날아간다(갑자기 자기 혼자 행복 찾아가겠다며 집을 나서는 헥터를 곱게 받아들이는 클라라야말로 성녀다). 이 여정에서 헥터는 부유한 은행가(스텔란 스카스가드는 언제나 잘 한다)를 만나 인생 얘기를 나누면서 인생 공부를 한다. 그리고 클럽에서 만난 아름다운 중국 창녀와도 대화를 나눈다. 또 중국 승려와도 만나 인생에 대해 한 말씀 듣는데 영화는 이렇게 인생 말씀이 많다.
이어 헥터는 아프리카로 날아간다. 여기서 헥터는 가난한 주민들을 만나 그들과의 짧은 삶을 즐기나 무기와 드럭 딜러들에게 납치되면서 죽을 고생을 한다. 매우 어두운 이 부분이 다소 믿어지지가 않는다. 그러나 헥터는 무기거래 두목(장 르노 역시 잘 한다)과의 인연으로 자유의 몸이 된다. 
헥터는 중간 중간에 스카이프로 클라라와 대화를 나누는데 클라라는 여전히 고분고분하다. 헥터는 이 여정을 통해 삶의 여러 가지 다른 부분들의 샘플을 수집하면서 이번에는 대학시절의 사랑 애그네스(토니 콜렛 역시 아주 잘 한다)가 살고 있는 LA로 간다. 애그니스는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두 아이의 엄마. 
이제 헥터는 런던으로 돌아가기로 마음을 먹는다. 행복은 클라라가 있는 런던의 자기 아파트에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변덕스럽고 재치가 있는 즐겁고 가벼운 영화로 펙이 코미디언에서 드러매틱한 배우로 변신하는 계기가 될 영화다. 특히 좋은 것은 조연진의 연기다. 영화에 무게를 주는 작용을 한다. 피터 첼솜 감독. 
R. Relativity. 일부지역. ★★★(5개 만점)  <한국일보  편집위원/hjpark1230@gmail.com>

이 곳이 내가 당신을 떠나는 곳(This Is Where I Leave You)


조문객을 맞을 채비를 한 웬디(왼쪽부터), 폴, 힐라리, 저드 그리고 필립.
미망인과 네 자녀의 왁자지껄 회상과 화해

무슨 소리인지 알다가도 모를 제목을 가진 이 영화는 흔해빠진 쪽박 찰 가족의 드라메디로 이런 드라마의 상투적인 것은 골고루 다 집대성한 무미건조한 교과서 같은 영화다.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기 위해 뿔뿔이 헤어졌던 형제자매들이 귀향해 서로 울고불고 다투고 화해하고 자기 문제 남의 문제를 얘기하면서 시끄럽기 짝이 없다.
미망인과 그의 자녀 4명이 주인공인데 이들 외에도 아내와 남편과 현 애인과 전 애인에 이웃과 동네 사람들까지 모여들어 떠들어대는데 짜증이 난다. 어디서 많이 본 영화로 앙상블 캐스트가 소모된 타작이다. 하나 볼 것이 있다면 달리 파튼이 울고 갈 제인 폰다의 부풀어 터질 것 같은 인공 젖가슴. 폰다는 섹스에 굶주린 할머니로 나오는데 어쩌자고 이런 역을 맡고 스타일을 구기는지 모르겠다.
처음에 토크 라디오 제작자 저드(제이슨 베이트만)가 아내 퀸(애비게일 스펜서)의 생일에 일찍 퇴근해 생일 케익을 들고 귀가하니 아내가 밥맛없는 자기 보스 웨이드(댁스 쉐파드)와 섹스를 하는 것을 발견한다. 
이어 저드의 부친 사망소식이 날아들면서 저드는 어머니 힐라리(폰다)가 있는 고향집을 찾는다. 동네에 아직 살고 있는 것은 어머니 외에도 고지식한 저드의 맏형 폴(코리 스톨). 그런데 폴의 아내 앨리스(캐스린 한)는 아기가 갖고 싶어서 안달이 났다.
여기에 불만족스러운  결혼생활을 하는 외동딸 웬디(티나 페이)와 집안의 망나니 막내 필립(애담 드라이버)이 연상의 애인 트레이시(카니 브리턴)를 데리고 귀향한다.
그리고 이들은 대제사장 같은 어머니의 지시에 따라 유대교 전통대로 1주일간 문상을 받는다. 이들은 그동안 서로 다투고 끌어안고 용서하고 문제를 털어놓고 과거를 회상하면서 가족의 과거와 비밀의 뼈다귀들이 벽장 밖으로 굴러 나오는데 보고 듣자니 번거롭다.
이와 함께 저드는 고교시절 애인 페니(로즈 번)를 만나 사랑을 재점화하고 웬디도 집 앞에 사는 옛 애인 호리(티머시 올리판트)와 오래간만에 만나 이루지 못한 사랑을 아쉬워한다. 웬디의 남편은 일 때문에 일찍 떠나고 트레이시도 철든 남자를 만나야겠다며 필립을 두고 떠난다. 이 와중에 퀸이 저드를 찾아와 임신했다며 화해를 하잔다.
마지막에 힐라리의 깜짝 놀랄 비밀이 밝혀지는데 너무 급작스러워 믿어지질 않는다. 연기들은 무난한 편으로 베이트만과 드라이버가 그 중 낫다. 듣고 본 내용 반복하느라 분주한 영화로 흥행이 잘 안 될 것 같다. 션 레비 감독. R. WB. 일부지역  ★★1/2 (5개 만점) 



‘타락한 여인’



오페라의 프리마 돈나들은 참 불쌍하게들 죽는다. 지금 LA에서는 폐병에 걸린 비올레타가 애인 알프레도의 품에 안겨 죽고 뉴욕에서는 역시 폐병에 걸린 미미가 애인 로돌포의 품에 안겨 죽는다. 
비올레타는 LA 오페라의 시즌 개막작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La Traviataㆍ사진)의 주인공인 고급 창녀이고 미미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가 23일부터 공연할 푸치니의 ‘라 보엠’의 주인공인 재봉사다. 19세기만 해도 폐병은 현재의 암과 같은 불치병이었다.
비올레타와 미미 외에도 많은 프리마 돈나들이 비명횡사하거나 비극적 죽음을 맞는다. 
질다(‘리골레토’)는 아버지 리골레토의 칼에 찔려 죽고 카르멘은 애인 호세의 칼에 찔려 죽는다(‘카르멘’). 아이다는 애인 라다메스와 함께 생매장 당하고(‘아이다’) 데스데모나(‘오텔로’)는 남편 오텔로가 목을 졸라 죽인다.
토스카는 투신자살하고(‘토스카’) 치오-치오 산은 하라키리 칼로 목을 베고 자살한다(‘나비부인’). 루치아(‘람메르모어의 루치아’)는 미쳐 죽고 노르마는 불에 타 죽는다(‘노르마’). 그리고 이졸데는 애인 트리스탄이 칼에 찔려 죽자 자기도 따라 죽고(‘트리스탄과 이졸데’) 요부 마농은 기운이 빠져 죽는다(‘마농’).
비극이 희극보다 더 극적인 감동과 충격을 주기 때문에 이렇게 많은 프리마 돈나들이 희생을 당했는지도 모른다. 생애 30편의 오페라를 작곡한 베르디의 작품 중 희극은 단 2편뿐인 까닭도 이런 맥락에서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그런데 이들 프리마 돈나들은 죽을 때 그렇게 순순히 죽지를 않는다. 드러누워 죽었는줄 알았는데 다시 벌떡 일어나 할 말 다하고 부를 노래 다 부르고 다시 쓰러진다. 이젠 그만 죽었겠거니 하고 생각하면 다시 또 일어나 열창을 하고나서야 쓰러져 영면에 들어간다.
이를 두고 오페라적 죽음이라고 하는데 13일에 본 ‘라 트라비아타’에서도 쇠약해 소파에 누워있던 비올레타(조지아 태생의 니노 마차이제)가 다시 일어나 알프레도와 알프레도의 아버지 제르몽 그리고 자기를 돌봐주던 의사 그랑빌과 하녀 안니나에게 할 말 다하고 부를 노래 다 부르고 작별인사까지 하고 나서야 다시 쓰러져 죽는다.
‘라 트라비아타’(타락한 여인이라는 뜻)는 베르디의 오페라 중 가장 유명한 작품으로 옛날에 한국의 전쟁영화 ‘5인의 해병’에서 육군 졸병 곽규석이 “리비아모 잘 났다 못 났다”하면서 이 오페라의 ‘축배의 노래’를 불렀을 정도로 대중적인 오페라다.
황금의 마음을 가진 창녀와 순진한 시골 청년 간의 애틋한 사랑을 그린 오페라의 원작은 알렉상드르 뒤마 피스의 소설 ‘동백 아가씨’. 그런데 뒤마 피스가 마게리트(소설 속의 이름)를 사랑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구원의 여인으로 묘사한 까닭은 자기 아버지 뒤마 페르가 쓴 소설 ‘삼총사’에서 여주인공 스파이 밀라디를 교활하고 사악하고 부정한 여자로 묘사한데 대한 반박이라는 설이 있다.
비올레타의 얘기는 여러 번 영화로도 만들어졌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것이 조지 큐커가 감독한 ‘춘희’(Camilleㆍ1937)다. 비올레타로는 의문부호와도 같았던 스웨덴 배우 그레타 가르보가 그리고 알프레도로는 왕년의 절세 미남 수퍼스타 로버트 테일러가 나왔다.
가르보를 위해 만들었다고 해도 될 만큼 그의 신비하면서도 정열적인 성질에 딱 맞는 영화다. 무지무지하게 로맨틱한데 가르보와 테일러의 콤비가 절묘하다.
현재 LA 다운타운의 도로시 챈들러 파빌리언에서 공연 중인 ‘라 트라비아타’는 LA 오페라 단장인 플라시도 도밍고의 아내 마르타가 2006년에 제작 연출한 것으로 마르타는 프로덕션 디자인도 담당했다. 
시대는 ‘로어링 투웬티즈’요 재즈시대라 불린 미국의 1920년대를 파리로 옮겨왔다. 이때는 금주령시대로 시카고의 악명 높은 갱스터 알 카폰이 밀주를 팔아 떼돈을 벌던 때다. 
비올레타는 당시 사치와 방탕을 일삼던 신여성 플래퍼(한국에서는 후라빠라고 불렀다)로 나오는데 당시 이런 화류계의 여성들의 모습은 영화 ‘파리의 아메리카인’에서 진 켈리와 공연한 시드 채리스와 ‘카바레’에 나온 라이자 미넬리가 잘 보여주고 있다.
시동 스타일의 헤어스타일과 헐렁한 드레스에 긴 담뱃대를 물고 밀주를 마시면서 ‘인생을 마음껏 즐기자’는 것을 삶의 모토로 삼았던 여자들로 돈 많은 애인이 한둘이 아니었는데 극중 비올레타의 주위의 화류계 여자들이 이런 모양을 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이번 오페라는 참신함과 독창성이 안 보이는 기시감 가득한 공연이었다. 서툴고 엉성하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하나 뛰어난 것은 마차이제의 노래. 약간 까칠까칠한 감촉이 나는 아름다운 음성이다.
그러나 알프레도 역의 멕시칸 테너 아르투로 차콘-크루스는 음성의 폭이 매우 좁고 빈약했는데 연기도 어색했다. 제르몽으로 나온 도밍고(바리톤으로 노래했는데 가슴에 깊이 와닿질 안는다)의 그림자에 주눅이라도 든 듯이 노래와 연기가 모두 허술했다. 28일까지 공연한다.                              <한국일보  편집위원/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