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4년 7월 29일 화요일

‘제임스 가너’



모든 것이 너무 무던해도 탈인 것이 17일 86세로 LA서 타계한 배우 제임스 가너의 경우라고 하겠다. 가너는 생긴 것도 무던하고 연기도 무던하고 음성마저 무던한 바리톤으로 철두철미하게 무던했던 배우였다.
그가 자기 또래의 배우로 모가 났던 스티브 매퀸과 클린트 이스트우드 같은 수퍼스타가 못된 것도 바로 이 무던함 때문이다. 가너가 나온 코미디 ‘헬스’를 감독한 로버트 알트만도 “가너는 연기를 너무 쉽게 해서 인정 못 받은 사람”이라고 말한 바 있다.
생전 근면 성실했던 가너는 배우라는 직업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은 배우 같지 않은 배우로 그의 연기는 마치 숨 쉬는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케리 그랜트를 닮았다.
반세기 배우 생애에 80여편의 영화와 TV 작품에 나온 가너는 웨스턴(‘총의 시간’), 드라마(‘그랑프리’) 및 전쟁 액션영화(‘위대한 탈주’) 등 여러 장르에 나왔지만 특히 코미디에 능했다. 도리스 데이와 ‘무브 오버 달링’ 등 2편 그리고 줄리 앤드루스와 ‘빅터/빅토리아’ 등 역시 2편의 로맨틱 코미디에 나와 누워서 떡먹기 식의 경쾌한 연기를 했는데 그의 유일한 오스카상 후보작으로 샐리 필드와 공연한 ‘머피의 로맨스’도 삼삼한 로맨틱 코미디다.
내가 본 첫 가너의 영화는 2차 대전 때 미 해군 잠수특공대의 액션을 다룬 ‘잠망경을 올려라’였다. 그러나 이보다 내게 좋은 인상을 남겼던 그의 영화는 시드니 포이티에를 이색적으로 쓴 웨스턴 ‘디아블로의 결투’와 가너가 와이앗 어프로 그리고 제이슨 로바즈가 닥 할러데이로 나온 ‘총의 시간’이다.  
가너는 영화보다 TV로 더 유명한 배우였다. 가너가 수퍼스타가 된 것은 영화가 아니라 1957년에 시작된 ABC-TV의 코믹터치의 웨스턴 시리즈 ‘매버릭’에 의해서다. 여기서 가너는 ‘쉽게 쉽게 삽시다’는 식의 떠돌이 도박사건 맨으로 나와 총과 주먹보다 조롱기가 섞인 자기 비하적인 말로 상대를 처리한다.
이로 인해 터프하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마지못한 영웅’이 가너의 상표가 되었는데 가너는 이런 자기 풍자적 기질을 코미디 웨스턴 ‘당신 동네 보안관을 지원하라’와 이의 속편격인 ‘당신 동네 총잡이를 지원하라’에서도 잘 써 먹었었다.
가너는 후에 시리즈 ‘매버릭’을 바탕으로 만든 멜 깁슨 주연의 동명영화에서 나이 먹은 보안관으로 나왔다.
빅히트한 ‘매버릭’ 만큼이나 크게 성공하고 가너가 에미상을 받은 TV 시리즈가 1974년에 시작된 ABC-TV의 탐정물 ‘록포드 파일즈’(사진)다. 귀에 익은 가너의 전화녹음 메시지가 나오는 오프닝 크레딧 장면으로 잘 알려진 시리즈에서 가너는 LA 인근 말리부 해변의 트레일러에 사는 빈털터리 사립탐정 짐 록포드로 나온다. 그는 여기서도 총과 주먹 대신 말로 상대를 제압한다.
큰 키에 떡 벌어진 체구의 록포드는 폭력을 싫어해 남을 때리기보다 얻어맞는 경우가 흔했다. 그런데 언젠가 한 번 가너가 할리웃에서 어떤 남자로부터 구타를 당한 사건이 있었다. 나는 당시 이 뉴스를 들으면서 ‘아니 록포드가 얻어맞다니’하면서 혀를 찼었는데 아마 가너는 실제로도 평화주의자였던가 보다.      
록포드나 매버릭이나 시대만 달랐지 사실은 같은 반영웅으로 가너는 쉽게 친근감이 가는 터프가이였다. 영어대사를 제대로 이해는 못했지만 나도 한국에서 ‘록포드 파일즈’를 AFKN-TV로 보면서 즐겼었다.
가너의 또 다른 유명한 TV 출연은 매리엣 하틀리와 부부로 나온 폴라로이드 카메라 광고다. ‘록포드 파일즈’는 몰라도 이 광고 안 본 사람은 아마도 없을 정도로 유명한 광고였다.
오클라호마 태생인 가너는 4세 때 생모를 잃고 계모에 의해 학대를 받으면서 자랐다. 16세 때 고교를 중퇴하고 선원, 유정 노동자 및 카펫 까는 일 등 온갖 잡일을 하면서 살았다. 가너는 현재도 있는 라나 터너도 다닌 할리웃 고교에 잠시 다닐 때 잡지용 수영복 모델로 나오기도 했다. 1950년 한국전이 나면서 가너는 군에 징집돼 전선에서 싸우다 두 번이나 부상을 입고 퍼플하트 훈장을 받은 한국전의 영웅이기도 하다.
가너가 처음 연기를 한 것은 헨리 폰다가 나온 무대극 ‘케인호의 반란’으로 말 한마디 없는 단역이었다. 그란데 가너는 무대공포증이 있어 그 후 무대를 기피했다. 가너는 이브 몽탕과 토시로 미후네가 공연한 자동차 경주 영화 ‘그랑프리’를 찍으면서 이 경기에 빠져 그 후 세 번이나 인디 500에 출전해 직접 차를 몰기도 했다.      
제임스 가너는 여자는 한 번쯤 사랑하고 싶고(줄리 앤드루스의 말) 남자는 친구로 사귀고 싶은 매력적이요 편안한 사람이었다. 그는 어쩌면 할리웃의 이지고잉 스타일의 마지막 배우일는지도 모른다.                 <한국일보 편집위원/hjpark1230@gmail.com>


2014년 7월 24일 목요일

위시 아이 워즈 히어(Wish I Was Here)

“생계 때문에 배우 꿈을 접어야 하다니…” 

에이단(가운데)이 아들 터커와 딸 그레이스를 데리고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배우인 잭 브래프가 감독으로 데뷔하고 주연한 소박한 가족 드라마 ‘가든 스테이트’를 만든지 10년 만에 역시 감독하고 각본을 쓰고 주연도 겸한 차분하게 감정적이요 사실적이며 마음을 파고드는 가족드라마로 코미디 터치를 가미해 심각한 플롯을 경쾌하게 처리했다.
죽음과 종교와 가장으로서의 가족 생계유지와 자신의 꿈을 버리지 않으려는 고집 등 우리가 일상 겪는 문제들을 힘을 주지 않고 약간 변덕스럽고 자기비하적이며 또 우습고 솔직하게 다뤄 충분히 공감하면서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매력적인 작품이다. 다소 과장된 부분이 있긴 하지만 삶의 위기를 맞은 30대 가장의 자신과의 타협을 삼삼하게 그린 드라메디로 배우들의 연기가 좋다.  
브래프가 사람들로부터 제작비를 십시일반 하는 식으로 후원받은 킥 스타터 영화로 총 제작비 500만달러 중 300만달러(4만6,520명 모금)가 이렇게 조달됐다.      
LA에 사는 에이단 블룸(브래프)은 안 팔리는 배우로 오디션마다 뛰어다니지만 최근에 나온 것이 비듬약 광고. 그래서 집안 생계비는 따분한 컴퓨터 일을 해야 하는 직장(남자 동료들의 성희롱을 받으면서)에 다니는 에이단의 아내 새라(케이트 허드슨)가 꾸려나간다. 둘 사이엔 탐보이인 틴에이저 딸 그레이스(조이 킹)와 그의 남동생 터커(피어스 개그논)가 있다.
그런데 힘은 들지만 그런대로 서로 사랑하며 행복하게 살고 있는 에이단의 삶이 암을 앓는 아버지 게이브(맨디 패틴킨) 때문에 균형이 깨어진다. 게이브가 여태껏 지불한 그레이스와 터커의 유대인 학교 학비를 더 이상 낼 수가 없다고 아들에게 통보를 했기 때문.
그런데도 에이단은 아이들을 공립학교에 보내기를 거부하면서 학교 교장인 랍비를 면담해 도와달라고 사정하나 거절당한다. 게이브와 현모양처로 지금까지 아무 말 없이 남편의 배우로서의 꿈을 말리지 않던 새라마저 에이단에게 배우직업을 포기할 것을 종용하면서 에이단은 큰 삶의 시련에 직면한다. 
가족의 위기를 맞은 에이단은 할 수 없이 아이들을 집에서 교육시키기로 하고 집에 있는 날이 더 많은 자신이 선생 노릇을 한다. 그리고 에이단은 감정적으로 힘이 들면 자기가 14세 때 상상하던 환상의 나라로 들어가 수퍼히로 우주인이 되면서 시름을 잊는다.
서브플롯으로 등장하는 인물이 에이단의 노총각 동생 노아(조쉬 개드). 노아는 해변의 트레일러하우스에서 두문불출하듯이 혼자 사는 컴퓨터와 만화 속 인물에 빠져 사는 너드로 아버지와 말을 안 한지 1년이 넘는다. 끝에 가서 그와 게이브가 그레이스의 주선으로 화해하는 모습이 가슴을 싸하게 만든다.         
종교와 신과(유대인을 자아비판하고 비하하는 대사들이 웃긴다) 죽음과 자신의 꿈과 책임 사이에서 애를 먹는 가장의 갈등 그리고 직면한 가족의 죽음에 대한 당황과 같은 여러 가지 영적이요 심각한 요소들을 모가 나지 않게 서로 잘 조화시켜 엮은 연출 솜씨가 좋다. 아주 희망적인 영화다.
연기들이 다 좋은데 특히 눈에 띄는 것은 허드슨(코미디언 골디 혼의 딸)의 연기다. 자주 불면 날아갈 것 같은 로맨틱 코미디(올해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으로 오스카 주연상을 탄 매튜 매코너헤이와 여러 편에서 공연했다)에 나온 허드슨이 매우 굳건하고 꾸밈없고 믿음직한 연기를 한다. 이를 계기로 허드슨도 매코너헤이처럼 괄목할 변신을 하기를 기대한다. 
R. Focus. 일부지역.  ★★★½(5개 만점)   <한국일보 편집위원/hjpark1230@gmail.com>

섹스 테입(Sex Tape)

캐메론 디애즈 몸매만 볼 만한 섹스 코미디

섹스를 위한 준비태세에 들어간 제이(왼쪽)와 애니.

천하고 상스럽고 추하고 야하고 볼품없고 재미없고 우습지도 않은 섹스 코미디로 모든 것이 억지다. 아무 내용도 없는 지극히 공허한 영화로 허무하기까지 한데 별로 우습지도 않은 얘기(?)를 가지고 사람들을 웃게 만들려고 두 주연 배우인 캐메론 디애즈와 제이슨 시겔이 쥐어짜듯이 해대는 연기 같지도 않은 연기가 보는 사람을 오히려 피곤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속빈 강정식의 할리웃 영화로 어떻게 이런 흉물을 보라고 버젓이 내놓았는지 배급사인 소니의 속셈을 알다가도 모르겠다. 하나 볼 것이 있다면 40넘은 나이에도 싱싱한 육체와 뒤태를 지닌 디애즈의 전봇대만큼이나 긴 다리. 디애즈는 ‘내 몸 좀 봐 주세요’라는 식으로 브라와 손수건만한 팬티로 중요한 곳만 가리고 요사를 떠는데 언제나 배우로서 철이 들는지 한심하다.
영화는 처음에 애니(디애즈)가 컴퓨터로 자기와 남편 제이(시겔-공동 각본)가 결혼 초창기 끊임없이 즐기던 섹스장면을 보면서 섹스처럼 즐거운 것은 없다고 자랑하면서 시작된다. 결혼생활 10년에 두 남매를 둔 둘은 여전히 서로를 사랑하나 정열은 시들해진 상태. 그래서 변태적인 스타일까지 동원해 섹스를 즐기려 해도 뜻대로 되지가 않아 좌절감이 심하다. 이에 기발 난 아이디어를 낸 것이 애니로 애니는 제이에게 섹스교본 ‘섹스의 즐거움’에 있는 그대로 온갖 자세로 둘이 섹스를 하는 모습을 비디오로 남기자고 제안한다.        
그리고 애니와 제이는 발가벗고 3시간 난스탑으로 섹스를 하면서 그 모습을 아이패드로 찍는다. 3시간의 마라톤 섹스 후 애니는 제이에게 촬영한 것을 꼭 지우라고 부탁하는데 아뿔싸 제이가 지우는 것을 잊으면서 난리법석이 난다.
애니와 제이의 섹스 비디오가 공공연하게 살포되면서 공포에 질린 둘은 밤새 이것을 회수하려고 친구와 애니의 직장사장 행크(로브 로우)의 집을 찾아 헤맨다. 애니와 제이가 행크의 집에서 벌이는 해프닝은 터무니가 없어 헛웃음이 나오는데 역사의 아이러니랄까 로우는 과거 자신의 섹스 테입을 찍어 스캔들에 올랐던 장본인이다.        
시종일관 철저하게 무리수를 두어가면서 억지를 부린 영화로 다행히 상영시간은 1시간35분이나 그것도 길다. 코미디언 잭 블랙이 사람들이 컴퓨터에 옮긴 섹스 비디오를 대중에게 살포하는 소스의 사장으로 잠시 나온다. 제이크 캐스단(명장 로렌스 캐스단의 아들) 감독. 
R. 전지역. ★★(5개 만점)                <한국일보 편집위원/hjpark1230@gmail.com>

‘인터뷰’



히틀러와 스탈린과 김정일 같은 독재자들은 영화의 힘을 파악, 이를 통치의 한 수단으로 이용했다. 내가 1991년 북한을 방문, 평양의 조선영화예술촬영소를 구경했을 때 안내를 맡은 공훈배우 김선남씨도 “김정일 동지는 영화를 통해 인민을 교양할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영화에 더 애착을 둔다”고 말했었다.
그런데 대부분의 독재자들은 괴물들이어서 풍자영화의 좋은 노리갯감으로 쓰이고 있다. 지금 북한이 전쟁 불사를 부르짖으며 노발대발하고 있는 미국제 코미디 ‘인터뷰’(10월10일 개봉ㆍ사진)도 북한이 하느님처럼 떠받들고 있는 김정은에 대한 암살시도를 다룬 것이다.
소니 작품인데 두 TV 저널리스트인 제임스 프랭코와 세스 로겐(공동 각본 및 감독)이 김정은을 인터뷰하게 되자 CIA가 둘에게 김정은 암살을 지시한다는 내용이다. 김정은으로는 한국계 배우이자 코미디언인 랜달 박(40)이 나온다.
얼마 전에 영화의 예고편이 나오자 북한 외무성은 “결정적이요 무자비한 반격을 각오하라”고 으름장을 놓은데 이어 최근에는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가 “주권국가의 현직 지도자에 대한 암살영화를 제작하고 배급하는 것은 노골적인 테러리즘에 대한 후원이자 전쟁행위”라면서 “미국은 즉각 영화의 제작과 배급을 중단하라”는 항의편지를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에게  보냈다. 이에 대해 유엔이 아무 말이 없자 북한은 이번에는 백악관의 오바마에게 이 영화의 배급을 중단케 하라는 서신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
미국이나 소니가 이런 공갈협박에 넘어갈 리가 없으니 ‘인터뷰’는 100만달러짜리 공짜 선전만 받은 셈인데 이 덕분에 영화의 예고편이 전 세계서 큰 인기를 얻으면서 평양에까지 상륙했다고 한다.
악몽이자 공포영화요 공상과학 영화이자 넌센스 다크 코미디와도 같은 북한은 철저한 비밀국가인 데다가 인민은 굶어죽는데 괴물 전직 미 프로 농구선수 데니스 로드만을 초청해 경기를 즐기는 김정은의 기발 난 행동 탓에 풍자영화의 좋은 소재가 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김정은의 아버지로 영화광이었던 김정일도 2004년작 미국산 꼭두각시 영화 ‘팀 아메리카: 세계 경찰’에서 고독한 미치광이 지도자로 묘사돼 화가 난 북한 정부는 체코 정부에 영화의 상영금지 조치를 요청했다가 거부당했었다. 또 제임스 본드 팬이던 김정일은 007 시리즈 ‘다이 어나더 데이’에서 북한이 악의 국가로 그려진 것에 대해서도 크게 역정을 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북한은 같은 미제 영화라도 북한군이 미국을 침공한 ‘레드 던’과 북한 테러리스트가 백악관을 박살내는 ‘올림퍼스 함락되다’에 대해서는 아무 불평을 안 했다. 불평은커녕 북한은 영화의 부분을 북한의 막강한 무력을 과시하는 선전용 비디오로 쓰고 있다고 한다.  
현직 국가수반인 독재자를 무차별 야유 비판한 걸작 코미디가 채플린이 제작ㆍ감독ㆍ작곡하고 각본을 쓰고 1인2역으로 주연한 ‘위대한 독재자’(1940)다. 영화를 만들기 전 이미 히틀러의 암살대상 리스트에 올랐던 채플린은 영화에서 콧수염을 한 독재자로 나와 이웃 국가들을 침략하는데 그 모습이나 행동이 히틀러를 똑 닮았다.
영화가 나오자 나치 정부가 노발대발한 것은 물론. 그래서 당시만 해도 독일과 친선관계를 유지하고 있던 미국의 국무부는 “미국 정부와 이 영화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성명까지 냈었다. 그리고 영국도 처음에는 영화 상영을 금지했다가 독일과 전쟁을 시작한 후에야 상영을 허락했다. 영화는 독일은 물론이요 대부분의 유럽 국가에서 상영이 금지됐는데 빅히트해 채플린의 영화로선 사상최대의 수입을 올렸다.
영화는 히틀러뿐 아니라 무솔리니도 조롱하고 있는데 무솔리니는 막스 브라더스의 요절복통 코미디 ‘누워서 떡 먹기’에서도 가차 없이 야유를 받았다. 물론 이 영화는 이탈리아에서 상영이 금지됐었다.
‘인터뷰’ 때문에 골이 잔뜩 난 북한의 심기를 더욱 불편케 할 또 다른 영화가 ‘수용소의 노래’(해외 제목: ‘평양의 어항’)다. 현재 한국의 북한 전략센터 대표로 있는 강철환씨가 함남 요덕 정치범수용소에서 겪은 10년간의 경험을 다룬 책이 원작으로 최근 제작발표가 있었다. 강철환 역은 AMC-TV의 인기 산송장 시리즈 ‘워킹 데드’에 나와 호평을 받은 한국계 스티븐 연(30)이 맡는데 그는 제작도 겸한다.
북한으로선 또 하나의 ‘전쟁 불사’감이다. 우려이길 바라나 아이가 불장난하듯 노는 북한이 미국 대신 한국에 대해 국지전 형태의 ‘영화전쟁’이라도 일으키지나 아닐까 하는 걱정마저 든다.
그런데 과연 김정은은 ‘인터뷰’를 볼 것인가. 이에 대해 북한의 비공식 대변인인 북한-미 평화센터 김명철 사무국장은 한 인터뷰에서 “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자 로겐은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이 ‘인터뷰’를 볼 것이 분명하단다. 그가 영화를 좋아하길 바란다”고 능청을 떨었다.                     <한국일보 편집위원/hjpark1230@gmail.com>


2014년 7월 15일 화요일

‘폴트 인 아우어 스타즈' 쉐일린 우들리



“첫 데이트는 12세 때… 키스 안할것 서약했죠”


암에 걸린 두 10대 남녀의 아름답고 청순한 사랑을 곱게 그린 슬프고 아담한 소품‘폴트 인 아우어 스타즈’(The Fault in Our Stars)에서 헤이즐 역을 맡은 떠오르는 연기파 청춘스타 쉐일린 우들리(22)와의 인터뷰가 베벌리힐스의 포시즌스 호텔에서 있었다. 단발에 갈비씨인 우들리는 명랑하고 다정했는데 약간 굵은 음성으로“흐흐, 헤헤”하고 웃으면서 질문에 속사포식으로 거침없이 대답했다. 생긴 것처럼 매우 총명했는데 명확하고 자기 주장이 뚜렷한 대답을 들으면서 나이보다 성숙한 사람이구나 하고 느꼈다. 계속해 울면서 본‘폴트 인 아우어 스타즈’는 지금까지 1억달러 이상의 흥행수입을 올린 빅히트작으로 영화의 기둥이다시피 한 우들리가 내년도 오스카상 후보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우들리가 처음 비평가들의 호평을 받은 역은 알렉잰더 페인이 감독한‘디센던트’에서 조지 클루니의 딸 역으로 우들리는 올해 영 어덜트 소설이 원작으로 역시 히트한‘다이버전트’에도 주연했다. 대성할 배우다.                     
―당신은 운명과 고통을 얼마나 잘 감수할 수 있는가.
“내가 ‘디센던트’에 나왔을 때 페인 감독이 내게 ‘운명을 믿어라’고 말했다. 당시 18세였던 내게 그 말은 깊은 여운을 남겼고 그로 인해 이 세상에서 살려면 운명을 믿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고통은 행복과 슬픔과 흥분과도 같은 인간만이 느낄 수 있는(난 동물들도 고통을 느낀다고 생각은 하나 그것을 진짜로 증명할 방법은 없다고 본다) 특혜로 비록 아프긴 하지만 그것은 또한 우리가 인간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고 있다.”

―영화에서처럼 실제로 첫 애인을 집에 데리고 갔을 때 당신의 부모의 반응은 어땠는가.
“나의 부모는 모두 심리학자인데 매우 개방적이요 진보적이다. 늘 나를 후원하고 또 염려한다. 내 첫 데이트는 12세 때로 그 아이를 집에 데리고 갔더니 아버지가 우리 둘에게 서약서에 서명을 하도록 시켰다. 내용은 키스를 하지 말 것과 둘이만 방에 있을 때 문을 닫지 말 것 그리고 손을 잡으려면 반드시 사람이 있는 곳에서 잡으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난 지금도 이 서약대로 남이 없는 데서는 남자의 손을 잡지 못한다.”

―당신은 영화에서 당신에게 큰 감동을 준 작가를 만나기 위해 암스테르담엘 가는데 실제로 당신에게 큰 감동을 준 작가는 누구인가.
“작고한 아나이스 닌이다. 그는 정말로 총명한 작가로 그를 만날 수만 있다면 난 무슨 일이라도 다할 것이다.”

―당신은 애인 거스(안셀 엔골트)와 함께 앤 프랭크가 숨었던 다락에 올라갔을 때 여러 사람이 보는 가운데 애인과 뜨거운 키스를 나누는데 기분이 어땠는가.
“다락방까지 오르려면 가파른 계단을 걸어 올라가야 했는데 이 계단은 내가 겪는 질병을 상징하는 것이다. 나는 계단을 올라 다락방에 도착함으로써 내 장애를 극복한 것이다. 키스신은 정말로 사실적으로 하려고 노력했다. 엄청난 고난을 견디어낸 앤이라는 소녀가 헤이즐에게 자신의 장애를 극복할 수 있는 막강한 힘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당신을 위한 조사는 어떤 것이 될 것인가.
거스(왼쪽)와 헤이즐이 암스테르담에서 사랑의 기운에 젖어 있다.
“내가 그 자리에 있지 않을 것이니 알 수가 없다.”

―이 영화에 나오면서 배운 점은 무엇인가.
“삶에서 보장된 것이나 정당화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당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걱정과 죄의식 또는 스트레스에 소모한다는 것은 공정치가 못하다는 것이다. 삶은 순간적이라는 것을 진실로 배웠다. 우리는 앞으로 몇 분을 더 살고 호흡을 몇 번이나 더 할지 모르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매일 아침 일어날 때마다 그 날을 자기 것으로 삼아야 한다. 아침에 일어날 때 세상의 목소리가 아니라 먼저 자신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나 자신을 사랑하고 풍요롭게 하기 위해선 강한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가십을 남발하는 매체에 어떻게 대응하는가.
“남이 날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대해 난 신경을 안 쓴다. 불안이나 불확실성 그리고 취약함은 자기를 외적 환경에 비유하기 때문에 오는 것이다. 이들 대부분은 비현실적인 것이다.  좌우지간 가십들은 다 가짜다.”

―당신은 ‘디센던트’에선 버릇없는 못된 10대로 그리고 이 영화에선 성숙하고 지적인 10대로 나왔는데 요즘 10대는 이 중에 어디에 속한다고 보는가.
“우린 다 천성적으로 복잡한 개체여서 난 무언가에 어느 특정 딱지를 붙이고 싶지 않다. 설사 그들이 겉으로 못돼 보이더라도 우린 그들의 머릿속에 무슨 생각이 있는지를 모르는 것 아닌가. 배우가 된 것의 대단한 혜택은 각기 다른 인물들과 이야기들의 내적 복잡한 성질을 탐구한다는 것이다. 어른들이 서로 다르듯이 10대들도 모두 각기 다르다. 10대들은 책이나 미디어 및 영화가 종종 묘사하는 것보다 훨씬 더 지적이요 똑똑하다. 영화의 원작인 소설의 작가 존 그린은 10대들에게 그들의 진정한 음성을 주고 있다. 그는 10대의 음성을 있는 그대로 들을 줄 아는 사람이다.”

―암이 당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기라도 했는가.
“그것은 세상에 만유하는 것이다. 난 영화를 위해 내 또래의 불치의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을 만났다. 그 후 나는 내 삶을 감사하게 되었고 산소마저도 감사하고 있다. 살아 있다는 것과 삶을 찬양하게 되었다. 이 영화가 특별한 것은 암과 죽음을 제물로 삼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당신 삶의 금언은 무엇인가.
“먼저 ‘유 두 유’ 즉 너 자신이기를 충분히 하라는 것이다. 다음은 ‘모든 것은 늘 다 잘 될 것이고 그리고 너는 죽는다’이다. 마지막은 ‘다른 사람들이 날 어떻게 생각하든지 그것은 내 문제가 아니다’이다. 하나 더 추가하자면 ‘연민 없는 정직은 잔인이다’이다.”

―헤이즐은 늘 산소통을 끌고 다니면서 숨을 쉬는데 연기하기가 힘들었는가.
“두 달 내내 산소통을 끌고 다니느라 한 손으로 생활하다시피 했다. 영화 후 산소의 고마움과 우리가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숨 쉬는 것에 대해 진실로 감사하게 되었다.”

―당신에게 우정은 얼마나 중요하며 일하지 않을 땐 어떻게 지내는가.
“다행히도 내 가장 친한 친구 중 한 명이 내 분장사여서 우린 늘 함께 여행한다. 일하지 않을 때는 여러분과 마찬가지다. 집에 가 설거지하고 세탁하는 매우 정상적인 삶이다. 난 50%는 혼자 있는 것이 필요하고 나머지 50%는 친구와 사교활동이 필요한 사람이다.”

―이 영화는 비극적이면서 아울러 로맨틱한데 당신에게 있어 로맨스는 무엇인가.
“난 불치의 로맨틱이요 백일몽가다. 난 그 어느 것도 내가 창조한 기대치를 넘어설 수가 없다고 믿기 때문에 로맨틱한 것을 결코 찾지 못하리라고 생각하고 있다. 가장 로맨틱한 것 중의 하나는 당신과 함께 있으면서 당신의 얘기를 진정으로 들어주는 것이다. 그리고 글을 적은 쪽지 같은 전연 기대치 않은 것을 받는 것도 로맨틱한 일이다.”

―로맨틱하려면 무드가 중요한가.
“순수하고 진짜이고 좋은 의도에서 나온 것이면 충분하다고 본다. 단 한 가지 로맨틱한 무드를 위해 아주 중요한 것은 조명이다.”

―최근에 남자를 보고 숨이 막힌 적이 있는가.
“얼마 전에 파리에 갔을 때 거리를 걷고 있는데 내 옆에 누군가 걷고 있어 올려다 봤더니 숨이 막힐 정도로 멋있는 남자였다. 그런데 그 사람은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운명이 가혹하기도 해라.”

―질과 양 중 어느 것을 더 중요시하는가.
“두 말 할 것 없이 질이다.” 

―당신이 불치의 병에 걸린다면 그것과 싸우겠는가 아니면 그것을 운명으로 받아들이겠는가.
“그런 상황에 처하지 않아 대답할 수가 없다.”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눈물 짜는 로맨스 영화는 무엇인가.
“‘더티 댄싱’과 ‘프리티 우먼’이다. 난 이런 영화에 사족을 못 쓴다.”
                                                                       <한국일보  편집위원 / hjpark1230@gmail.com>

혹성 탈출: 봉기의 새벽(Dawn of the Planet of the Apes)

지능이 고도로 발달한 원숭이들의 습격


인간 언어를 스는 시저(댄디 서키스)가 원숭이들을 이끌고 사냥에 나서고 있다.
투 머치 몽키 비즈니스다. 이건 완전히 원숭이판이다. 지능이 고도로 발달한 원숭이들이 말하고 글 쓰고 사냥하고 사랑하고 증오하고 배신하고 음모를 하는데 결국 인간과 원숭이가 다를 것이 없다는 얘기다. 인간을 증오하는 원숭이 코바는 말을 타고 달리면서 양손에 든 총으로 인간을 공격하는데 그 모습이 꼭 존 웨인이 오스카상을 탄 웨스턴 ‘트루 그릿’의 장면을 닮았다. 그는 또 램보처럼 한 손으로 기관총을 들고 가차 없이 사격, 사람을 잡기도 한다.   
입체영화로 기술적인 면 특히 배우들의 동작과 표정을 포착해 원숭이들의 그것으로 사용한 컴퓨터 특수효과가 뛰어난데 너무나 원숭이들이 판을 쳐서 다소 부담감이 가고 황당무계한 감은 있지만 지적인 면과 막강한 액션 스릴을 잘 겸비한 좋은 오락작품이다.
2011년에 나온 ‘혹성 탈출: 원숭이들의 봉기’의 속편으로 주인공들이 원숭이기 때문에 인간 배우들은 B급을 썼다. 전편은 실험실에서 탈출한 원숭이들이 샌프란시스코를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으면서 끝난다. 그로부터 10년 후. 바이러스로 인간들이 대량 사망하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외부와 분리된 채 원숭이들의 공격이 무서워 무기를 대량으로 비축해 두었다. 인간들의 리더는 전직 경찰 드라이퍼스(게리 올드맨). 
한편 원숭이들은 샌프란시스코 북쪽의 뮈어 숲속에서 평화롭게 살고 있다. 2,000마리의 원숭이들의 리더는 평화주의자요 온건파인 시저(앤디 서키스). 시저는 전편에서 어릴 때부터 인간에 의해 키워진 고도로 발달된 지능을 지닌 지혜로운 리더다. 
시저 외에 중요한 역을 맡은 원숭이들은 평화를 사랑하는 서커스 오랑우탕 모리스(카린 코노발)와 상냥한 코넬리아(주디 그리어) 그리고 투사 로켓(테리 노타리)과 실험실에서 살아남아 인간을 극도로 증오하는 코바(토비 케벨) 등. 대부분의 원숭이들은 수화로 소통하고 시저 등 몇 마리의 뛰어난 지능을 가진 원숭이들은 인간 언어를 쓴다. 
시저의 통치 하에 원숭이들은 사냥하고 새끼들 교육시키고 험악한 육식동물과 싸우고 집을 지으면서 평화롭게 살고 있는데 인간들이 숲속에 나타나면서 원숭이 대 인간의 충돌이 불가피하게 된다. 전력이 끊긴 인간들이 숲속에 있는 수력발전소를 재가동시키기 위해 나타난 것. 
발전소 설계자 말콤(제이슨 클라크)과 그의 간호사 애인 엘리(케리 러셀) 그리고 말콤의 10대난 아들 알렉잰더(코디 스밋-맥피)와 몇 명의 전기공들이 숲속에 들어오면서 코바를 비롯한 원숭이들은 이들을 제거하려고 하나 시저가 이를 말린다. 그리고 인간을 극도로 증오하는 코바가 쿠데타를 일으켜 리더 자리를 차지한 뒤 원숭이들을 이끌고 인간을 공격하면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다.  
온건파인 시저와 극보수파인 코바 간의 불화와 충돌 그리고 인간 대 원숭이의 전쟁에서 볼 수 있듯이 이 영화는 요즘 시의에도 맞는 내용으로 원숭이의 입장에서 본 인간의 얘기라고 하겠다. 수려한 촬영과 프로덕션 디자인 그리고 근육질의 음악 등이 다 좋은데 무엇보다 경탄을 금할 수 없는 것은 전편에서도 시저 역을 맡은 서키스의 눈 연기. 희로애락의 감정이 미묘하게 흐르는 영혼 충만한 연기다. 그는 2011년 이 눈 연기로 오스카상 후보에 올라야 한다는 평을 들었다. 
카메라가 시저의 응시하는 강렬한 눈동자를 서서히 클로스업 하면서 시작되고 끝이 나는데 제3편을 예고하면서 막이 내린다. 맷 리브스 감독. PG-13. Fox. 전지역. ★★★½(5개 만점)
                                                         <한국일보  편집위원 / hjpark1230@gmail.com>


‘양키즈의 자랑’


미 전국민들의 오락인 야구의 시즌이 어느 듯 중반에 접어들었다. 비록 류현진은 10승 도전에 세 번째 실패했지만 LA 다저스는 10일 현재 내셔널리그 서부조 2위에 올라 있다. 
7월4일은 미 독립기념일이기도 하지만 야구팬들에게는 지금으로부터 75년 전 뉴욕 양키즈의 강타자로 나이스 가이였던 루 게릭이 병으로 조기 은퇴하면서 남긴 감동적인 작별사로 기억되는 날이다.
‘철마’라 불렸던 퍼스트 베이스맨 게릭(1903~1941)은 선수생활 17년간 연속 2,130경기에 출전하면서 493개의 홈런과 3.40의 타율 그리고 1,995개의 타점을 낸 공포의 강타자였다. 이 같은 성적은 모두 당시 최고의 기록이었다.
그런데 게릭은 1939년 갑자기 슬럼프에 빠진다. 그 해 6월 병원서 검사를 받은 결과 치명적인 희귀병인 신경조직 붕괴병이라는 진단결과가 나왔다. 이 병은 후에 게릭의 이름을 따 통상 루 게릭병이라고 불리고 있다. 
게릭은 곧 은퇴를 선언했고 그의 은퇴기념식이 7월4일 양키스테디엄에서 6만1,00여명의 팬들이 운집한 가운데 워싱턴 세네터즈와의 더블헤더 중간에 열렸다. 평소 수줍음이 심했던 게릭은 선물을 받고 팬들에게 손인사만 하고 퇴장하려고 했으나 팬들이 “우린 루를 원해”라고 합창을 하는 바람에 마이크 앞에 섰다고 한다. 
게릭은 목이 멘 음성으로 “지난 2주간 여러분들은 불운에 대해 읽으셨을 것입니다. 오늘 나는 나 자신을 지구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고별사를 했다(사진). 이 “지구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사람”이라는 말은 지금까지도 미 역사상 가장 감동적인 고별사의 한 부분으로 기억되고 있다. 
게릭은 이 고별사를 남긴지 2년 후 37세라는 젊은 나이로 타계했다. 지난 4일 다저스를 비롯한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유니폼에 ‘75’라는 숫자를 새긴 마크를 달고 경기를 한 것은 게릭의 은퇴를 기념하기 위해서였다. 
게릭의 삶은 그가 죽은 바로 다음 해 명 제작자 새뮤얼 골드윈(우리 생애의 최고의 해)이 제작하고 샘 우드(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가 감독한 흑백명화 ‘양키즈의 자랑’(The Pride of the Yankees)에서 약간 감상적이지만 고상하고 품위 있게 다루어졌다.
게릭 역은 자기를 닮은 게리 쿠퍼가 맡아 성실하게 표현했는데 게릭이 ‘인생의 반려자’로 지극히 사랑한 아내 엘리노어 역은 백합의 청순미를 지닌 테레사 라이트가 맡았다. 둘의 화학작용이 절묘하다.
전기영화요 스포츠영화이자 로맨스영화인 ‘양키즈의 자랑’은 게릭이 어렸을 때부터 시작해 1920~30년대의 선수로서의 전성기를 거쳐 그의 은퇴식으로 클라이맥스를 맺는다. 담담하고 진지한 영화로 물론 영화이니만큼 사실에 허구를 접목했다.
뉴욕 이스트할렘의 가난한 이민자 집에서 태어난 게릭은 컬럼비아대학에 다니면서 부모의 뜻대로 엔지니어가 되려고 했다. 그러나 어렸을 때부터 방망이질에 괴력을 보인 게릭은 틈만 나면 야구장을 찾는데 그의 실력을 목격한 스포츠 기자 샘(월터 브렌난)이 게릭을 양키즈에 소개하면서 그의 야구인생이 시작된다. 
영화에는 게릭과 쌍벽을 이루던 강타자 베이브 루스와 명캐처 빌 딕키 및 마크 코닉 등 양키즈의 실제 선수들이 나와 사실감을 살리고 있다.    
이 영화의 장점은 유별나게 뛰어나거나 눈부신 것이 없다는 점이다. 게릭이라는 인물처럼 매우 평범하고 솔직한 영화로 유머가 있고 달콤 쌉싸래하며 로맨틱하고 자연스러운 데다가 아주 인간적이어서 친근감이 간다. 그리고 얘기가 진실해 믿음성이 있을 뿐 아니라 장면 하나 하나마다 정성이 깃들어져 있어 감동을 준다. 
쿠퍼는 게릭 역을 맡게 되자 야구코치와 함께 몇 주간 피나는 연습을 한 뒤 촬영에 들어갔다. 그러나 문제는 오른손잡이인 쿠퍼가 왼손잡이인 게릭이 공을 때리거나 던지는 흉내를 제대로 내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쿠퍼로 하여금 오른손으로 배팅을 하게한 뒤 그 장면을 찍은 필름을 역회전해 왼손잡이처럼 보이게 했다. 또 쿠퍼가 왼손으로 공을 던지는 장면은 대역을 썼다.
영화에 추억의 감미로운 기분을 주는 것은 어빙 벌린의 노래 ‘얼웨이즈’. 이 노래는 게릭과 엘리노어가 좋아하던 사랑의 노래다. 그런데 골드윈은 처음에 영화의 아이디어를 듣고는 “흥행에 망할 아이디어”라면서 “사람들이 야구를 원하면 야구장에 간다”라고 콧방귀를 뀌었다고. ‘양키즈의 자랑’은 비평가들의 호평과 함께 작품과 남녀 주연 등 총 10개 부문에서 오스카상 후보에 올랐으나 편집상 하나로 그치고 말았다. 
둘 다 미 프로권투 미들급 챔피언이었던 록키 그라지아노와 제이크 라모타가 각기 그들의 삶을 그린 영화 ‘상처뿐인 영광’과 ‘성난 황소’로 인해 우리의 인식에 뚜렷이 남게 됐듯이  게릭도 ‘양키즈의 자랑’ 때문에 팬들의 기억에 더욱 깊이 머무르게 됐다고 하겠다.                                                               <한국일보  편집위원 /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