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4년 7월 8일 화요일

모피 입은 비너스(Venus in Fur)

여배우 지망생의 성적 매력에 그만…
로만 폴란스키 감독, 남자의 성적환상 다뤄


연극 감독 토마(마티외 아말릭·오른쪽)는 방다(에마뉘엘 세녜)의 성적 도전에 넋을 잃을 정도다.

여자의 막강한 성적 매력에 녹초가 되고 마는 남자의 우월성을 위트 있고 악마적으로 그린 로만 폴란스키의 자기학대성 쾌락에 빠진 2인극 프랑스 영화로 다시 한 번 전지전능한 여성의 성적 힘에 경배를 드리게 만든다.
미국인 극작가 데이빗 아이브스의 연극이 원작(10월 코스타메사의 사우스코스트 레퍼토리에서 공연한다)으로 신작 발표를 앞둔 감독과 뒤늦게 오디션에 나타난 껌을 질겅질겅 씹는 헤픈 자세의 육체파 배우 지망생의 힘의 균형의 변화와 함께 남자들이 잘못 갖고 있는 여자의 성적 매력에 대한 개념과 남자의 자기학대성 환상을 새카맣게 웃어댄 일종의 풍자영화이기도 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극장 안에서 대사로 진행되는데 이런 협소감이 영화의 집념성을 잘 살리고 있으며 두 배우의 뛰어난 연기와 지적이요 때로는 희롱하듯 하면서도 가혹하게 진실한 대사가 재미있다.  
콧대 높은 극작가이자 연극 감독인 토마(마티외 아말릭-폴란스키와 매우 닮아 마치 폴란스키가 출연한 것 같다)가 자신의 차기 작품 ‘모피 입은 비너스’의 주연 여배우 오디션을 끝내고 귀가하려는데 뒤늦게 큰 키에 풍성한 육체를 한 플래퍼 스타일의 방다(에마뉘엘 세녜-폴란스키의 부인)가 들어온다.
껌을 질겅질겅 씹는 방다는 오디션이 끝났다는 토마에게 사정사정하면서 대본을 읽게 해달라고 조른다. 이에 마지못해 방다에게 극본을 읽게 한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방다는 연극 속의 주인공인 방다(이름이 같다)의 내성을 마치 자기 것 같이 잘 알아 대본을 기차게 잘 익어낸다.
여기서부터 극적 굴곡이 교묘하게 높낮이를 이루면서 신과도 같은 감독과 보잘 것 없는 오디션 참가자 간의 힘의 균형이 서서히 바뀌기 시작한다. 토마는 방다의 역해석과 거의 완벽한 낭독에 아연실색하면서 감탄을 한다. 감탄은 서서히 경탄의 지경에 이르면서 토마는 완전히 방다의 개인적 성적 매력과 배우로서의 능력에 휘말려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벌린 입을 닫지 못한다.
방다야말로 또 하나의 팜므 파탈로 남자가 이런 여자에게 한 번 빠지면 패가망신하기 십상인데 과연 토마도(아내에게 거짓말까지 해가면서 오디션을 밤이 늦도록 진행한다) 그랬는지 아니면 오디션 끝에 방다를 발탁했는지에 대해서는 말이 없다.
방다는 이제 마치 풀 죽은 강아지처럼 된 토마에게 남자들이 갖고 있는 여자의 남자에 대한 변태적인 성적 지배력에 대한 관념은 순전히 남자 위주의 것이라고 비난하면서 그것은 남자들의 여자 혐오증을 위한 구실에 지나지 않는다고 대어든다. 
그리고 방다는 토마에게 당신도 순전히 남자의 입장에서 여자를 본 극본을 쓰고 있다면서 옷을 훌훌 벗어젖히고 자기주장을 실증하겠다고 도전한다. 방다의 길고 탐스럽고 미끈한  맨살 다리 밑의 섹시한 검은 하이힐을 신은 발에 입 맞추는 토마. 
세녜와 아말릭의 호흡이 잘 맞는데 기차게 훌륭하고 볼 만한 것은 때론 응석 부리는 순진한 아이 같고 때론 오만방자하고 또 때론 치명적 매력을 지닌 세녜의 자태와 연기다. 이런 여자에게 굴복 당하지 않는 남자는 성인이다. 그리고 알렉상드르 데스플라의 유희하는 듯한 음악도 좋다. 성인용. Sundance Select. 10일까지 뉴아트(310-470-0492), 11일부터는 패사디나와 엔시노 및 오렌지카운티에서 상영.  ★★★½(5개 만점)  <한국일보 편집위원 / hjpark1230@gmail.com>



악으로부터 우리를 구하소서(Deliver Us from Evil)

사실감 있게 그린 악령추방 범죄 스릴러


멘도사 신부(에드가 라미레스)가 산티노를 상대로 악령추방 의식을 행하고 있다.
귀신 도깨비영화 치곤 여느 귀신 도깨비영화보다 짜임새가 있고 긴장감 있으며 또 무섭고  사실감 있는 악령추방 범죄공포 스릴러다. 내용이 실화여서 더욱 놀랍고 무서운데 그렇다면 세상엔 분명히 악마와 그 것을 이기는 신성한 영이 있다는 것을 깨우쳐 준다.
영화의 주인공인 뉴욕의 형사 랄프 사치와 리사 콜리어 쿨이 공동으로 쓴 ‘밤을 조심하라’(Beware the Night)가 원작으로 제작은 ‘카리브해의 해적’을 만든 블락버스터 제작자 제리 브루카이머가 했다. 뉴욕과 아부다비에서 찍었다.
영화는 처음에 이라크전에 참전한 3명의 병사가 동굴 속의 적을 찾아 들어갔다가 그 중 한명이 비명을 지르면서 밤의 비오는 뉴욕 뒷골목으로 장면전환 한다. 쓰레기통에서 영아의 살해된 사체가 발견되고 이를 수사하기 위해 형사 랄프 사치(에릭 바나)가 현장에 온다. 이어서 이 사건과 닮은 끔찍한 살인사건이 계속해 일어나는데 피살자들은 다 악마적 의식행위에 의해 살해당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사랑하는 아내 젠(올리비아 먼)과 아이를 둔 랄프는 어렸을 때만 해도 가톨릭 신자로 그 뒤 인간의 만행을 못 본 척하는 신의 처사에 불만을 품고 믿음을 버림 사람이다. 그러나 그의 내면에는 늘 신에 대한 어떤 감정이 도사리고 있다. 
어느 날 랄프에게 홈리스 차림의 신부 멘도사(에드가 라미레스)가 찾아와 피살자 중 한 사람이 자기가 돌보던 귀신 들린 여자라면서 이 사건이 단순 살인사건이 아니라 악마의 행위라며 수사에 동참하겠다고 제의한다. 랄프는 처음에 그게 무슨 도깨비 소리냐고 들은 척도 안 하다가 점차 일반 상식으로는 이해 못할 일들이 벌어지면서 멘도사와 자기 파트너 버틀러(조엘 맥헤일)와 함께 사건을 파고든다. 
그리고 사건의 핵심인물로 이라크전에 참전했던 산티노(션 해리스)가 지목되는데 그의 집을 뒤진 결과 벽에 해독할 수 없는 문자들이 적혀져 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런데 이 글들은 산티노가 이라크의 동굴에 들어갔을 때 목격한 뒤 귀신에 들린 것과 또 같은 것이다(악령추방 영화의 금자탑인 ‘엑소시스트’도 이라크 지하에서 악령이 나온다).                
산티노의 최후 목표는 믿음을 버린 랄프. 마침내 랄프는 산티노를 체포한 뒤 멘도사 신부와 함께 둘이서 산티노에 대한 악령추방 의식을 치르는데 굉장히 오랫동안 행해지는 이 의식이 진짜로 겁난다. 랄프는 이 사건 해결 후 경찰을 떠나 다시 믿음을 찾고 멘도사 신부를 돕는 일을 하고 있다. 스캇 데릭슨 감독. R. Screen Gems. 일부 지역.  ★★★(5개 만점)
                                                   <한국일보 편집위원 / hjpark1230@gmail.com>



‘추악한 놈 투코’


흑색이 백색보다 더 강렬하고 어두운 것이 밝은 것보다 더 음모적이며 커브가 직선보다 더 멋있고 죄인이 성인보다 더 구할 것이 많듯이 악인이 선인보다 훨씬 더 매력적이다. 파우스트가 메피스토펠레스의 유혹에 넘어간 것도 악의 치명적 매력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악의 선을 제친 매력과 유혹은 이브가 선악과를 따먹은 이후로 지금까지 맹위를 떨치고 있는데 이런 악의 막강한 위력과 매력 때문에 우리는 선인보다 악인을 더 기억하고 즐기고 또 선호하기까지 한다.
영화에 나온 악인이 선인보다 더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오릭 골드핑거(게르트 프레뵈)가 제임스 본드(션 코너리)보다 더 흥미 있고 ‘케이프 피어’에서 자기에게 불리한 증언을 한 변호사 샘(그레고리 펙)의 가족을 위협하는 사이코 맥스(로버트 미첨)의 벌거벗은 야수성에 주눅이 들게 되는 것도 ‘배디’들의 그늘진 매력 때문이다. 
늘 좋은 사람이나 영웅으로만 나오던 헨리 폰다가 냉정한 킬러 프랭크로 나온 ‘옛날 옛적 서부에’에서 그가 검은 모자에 검은 부츠 그리고 검은 옷을 입고 가차 없이 사람을 쏴 죽이던 모습과 사람 간을 안주로 키안티를 즐기던 한니발 렉터(앤소니 합킨스)의 식인에 공포와 함께 가학적인 매력을 느끼게 되는 것도 역시 이들의 악마성 때문이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악인은 ‘제3의 사나이’의 해리 라임(오손 웰스)이다. 그는 전후 비엔나에서 물탄 페니실린을 팔아 어린 생명들을 희생시키면서 이득을 챙기고도 후회하지 않는 양심을 잊은 자. 그런데도 안나(알리다 발리)가 이 지적이요 냉소적인 악인을 사랑하는 것은  그의 검은 구름과도 같은 카리스마 때문일 것이다. 
악한 여자로 나와 영원히 기억될 여자들도 많다. 그 중에서도 가장 사악한 여자는 아마도 ‘이중배상’에서 보험회사 직원(프레드 맥머리)과 짜고 남편을 살해한 필리스 디트릭슨(바바라 스탠윅)일 것이다. 이에 버금가는 간부가 ‘우체부는 항상 벨을 두 번 누른다’에서 젊은 떠돌이(존 가필드)와 짜고 나이 먹은 여관주인 남편을 살해한 젊은 아내 코라(라나 터너)다. 이들은 모두 팜므 파탈로 소위 남자 잡는 여자들이다. 
많은 영화와 연극과 TV에 나왔으면서도 유독 두 번의 악역 때문에 영원한 악인으로 기억될 일라이 월랙이 6월24일 고향인 뉴욕에서 98세로 사망했다. 말론 브랜도, 몬고메리 클리프트 및 폴 뉴만과 함께 엘리아 카잔이 세운 액터스 스튜디오의 창립멤버인 월랙은 무대배우 출신으로 특히 테네시 윌리엄스의 작품 해석에 뛰어났다. 그는 1951년 윌리엄스의 ‘장미의 문신’으로 토니상을 탔다.
내가 월랙의 간사하고 교활하면서도 미소를 결코 잊지 않는 철저한 악인의 모습을 처음으로 본 것은 존 스터제스가 감독한 웨스턴 ‘황야의 7인’에서였다. 아키라 쿠로사와의 ‘7인의 사무라이’를 미국 판으로 만든 것으로 율 브린너, 스티브 맥퀸, 찰스 브론슨, 제임스 코번 및 로버트 번 등 기라성 같은 스타들이 나오는 액션이 콩 튀듯 하는 명작이다. 이런 액션을 엘머 번스틴의 질주하는 듯한 음악이 박력 있게 뒷받침해 주고 있다. 
월랙은 여기서 멕시코의 작은 깡촌을 정기적으로 터는 산적 두목으로 나온다. 지저분한 모습의 산적 주제에 비단셔츠를 입고 도금한 앞니를 드러낸 채 여우처럼 미소를 지으며 설교조의 사설을 늘어놓으면서 악행을 일과처럼 저질러 더욱 얄미운데도 미워할 수 없는 악인의 매력을 풍긴다. 그래서 그가 끝에 율 브린너의 총에 맞아 죽을 때 섭섭하기까지 했다. 
월랙의 칼베라 역은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공연한 ‘황야의 무법자 시리즈’ 제3편 ‘선인, 악인 그리고 추악한 놈’에서의 추악한 놈 투코 역을 위한 리허설이라고 해도 좋다. 
남북전쟁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에서도 그는 황금에 눈이 먼 멕시칸으로 나와 간악한 목적을 위해선 수단방법을 안 가리는 킬러로 나온다. 늘 경계심을 못 늦춘채 교활하게 눈알을 굴려가면서 감언이설과 가짜 미소를 지으면서 마치 악역을 즐기는 장난꾸러기 아이 같이 굴다가 갑자기 총을 뽑아 사람을 쏴 죽인다. 이 역 때문에 투코와 월랙은 동명이인이 되다시피 했다.
엔니오 모리코네의 이색적인 음악이 강한 인상을 남기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가관이다. 탐욕스런 투코가 남군이 숨겨놓은 거액의 군자금을 차지하려고 자기가 ‘블론디’라 부르는 이스트우드를 집요하게 따라붙으며 성가시게 굴자 블론디는 투코를 붙잡아 묘지의 십자가 위에 세운 채 나무에 그의 목을 매단다(사진). 투코는 바둥바둥 몸부림을 치면서 말을 타고 떠나가는 블론디를 향해 “블론디, 블론디”하고 소리치는데 총소리가 “빵”하고 난다.
오스카 생애업적상을 받은 월랙의 스크린 데뷔작은 카잔이 감독한 윌리엄스의 연극이 원작인 ‘베이비 달’. 그는 여기서 미시시피주의 다소 멍청한 남자(칼 말덴)에게 시집 온 소녀 신부(캐롤 베이커)를 어르듯 하면서 유혹하는 남자로 나왔다. 이 영화는 월랙이 가장 좋아는 영화다. 월랙의 마지막 영화는 올리버 스톤의 ‘월 스트릿: 머니 네버 슬립스’(2010)다.       
                                <한국일보 편집위원 / hjpark1230@gmail.com>



2014년 6월 30일 월요일

‘멀레피선트' 앤젤리나 졸리

“악에 맞서 싸워야… 아이들이 그걸 배우길”




현재 빅히트하며(23일 현재 흥행수입 1억8,600만달러) 상영 중인 프랑스 동화‘잠자는 숲속의 미녀’를 원작으로 만든 디즈니의‘멀레피선트’(Maleficent)에서 마녀로 나온 앤젤리나 졸리(38)와의 인터뷰가 5월 베벌리힐스의 포시즌스 호텔에서 있었다.‘잠자는 숲 속의 미녀’는 차이코프스키가 발레곡으로도 작곡했고 1959년에 디즈니에 의해 만화영화로도 만들어진 동화로 멀레피선트(나쁘다는 뜻)는 작품 속의 공주 오로라를 영원한 잠에 빠지도록 저주한 마녀다. 이번 영화는 원작을 새로 해석, 차가운 마음을 지닌 멀레피선트가 주인공이다. 갈색 긴 머리에 가슴 윗부분이 들여다보이는 검은 망사 발렌티노 드레스를 입은 졸리는 갈비씨였지만 두툼한 입술과 큰 눈 그리고 윤곽이 뚜렷한 마스크 때문에 카리스마가 있어 보였다. 단정히 앉아 가끔 유머도 섞어가며 진지하면서도 명확하게 질문에 대답을 했는데 심사숙고 형이다.  

*우리는 살면서 멀레피슨트처럼 겉보기엔 악한 사람 같아도 자세히 알고 보면 결코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멀레피슨트가 오로라에게 한 일은 가공스럽고 악한 짓이다. 영화의 요점은 그런 그를 용서하자는 것이 아니다. 단지 어떻게 해서 멀레피슨트가 그런 사람이 되었는가를 이해하려고 했다. 우리는 살면서 누구나 어둡고 악해질 수 있는 경우를 만나지만 그것을 극복하고 저항하는 것은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아이들이 영화에서 그런 메시지를 깨달을 수 있기를 바란다. 악이 자신을 점령하는 것을 허락한다는 것은 잘못이라는 사실을.

*주위에서 악을 목격한 적이 있는가.
-물론이다. 난 유엔을 위해 일하기 때문에 자기 집이 불에 타고 개스공격을 받고 손톱이 뽑혀진 어머니들이 다친 아이들을 데리고 피난 다니는 것을 많이 본다. 분명히 이 세상엔 악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의 근원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에 진실로 대항할 길이 있는가를 찾아 봐야 한다. 그 방법이란 정의와 교육이다. 좋은 에너지를 가진 사람들의 힘을 모아 악에 대항해 싸워야 한다.”   

*당신은 배우이자 감독이며 또 인본주의 운동가인데 셋 중 어느 하나만을 고르라면 어느 것을 선택하겠는가. 
-인본주의적이요 정치적인 일이 먼저다. 그러나 나는 이 세 가지 일에 모두 애착을 느낀다. 감독은 내가 스스로 역과 소재를 고를 수가 있어 좋다. 나는 늘 역사적으로 교훈이 될 수 있는 소재를 좋아한다. 메시지 영화다. 

*당신은 아이가 여섯인데 그 중에 배우가 되고 싶어 하는 아이가 있는가. 
-아이들이 연기에 관심이 있는 것 같진 않다. 만약에 관심이 있다면 난 적극 후원할 것이다. 우리의 뜻은 아이들에게 영화에 대해 관심을 갖게 하면서 또한 영화 외에 다른 것도 있다는 것을 가르쳐주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이 다양한 사람들이 되도록 하고 싶다. 그러나 우리는 단지 아이들의 길잡이일 뿐이지 그들이 어떤 사람이 되는지는 각자에게 맡길 것이다. 

*당신은 인본주의자로서 세계 각지를 다니는데 아이들을 데리고 가는가.
-아이들에게 세상을 알려주려고 가능하면 그들을 데리고 다니려고 한다. 얼마 전 요르단에 갔을 때도 아들을 데리고 갔다. 그러나 아프가니스탄처럼 위험한 곳에는 혼자 간다. 그럴 땐 아이들이 학교에서 선생님과 함께 지도로 내가 간 곳을 찾아 왜 엄마가 사람들을 돕는지 그리고 세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해 얘기한다. 어떤 땐 아이들이 내가 여행을 떠나기 전에 가난한 곳에 사는 아이들에게 주라고 적은 돈과 물건을 주기도 한다. 

*여름에 프랑스에서 브래드와 결혼식을 올린다는 얘기가 있는데 사실인가. 그리고 당신이 프랑스에서 포도주를 양조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결혼 계획 전연 없다. 프랑스제 포도주를 만들고 있으며 포도주에 대해 배우는 일은 아주 재미있는 일이었다. 브래드와 나는 포도주 마시기를 좋아한다.

*당신에게 있어 진정한 사랑의 의미는 무엇인가.
-아이들을 가지기 전까지는 그 뜻을 잘 몰랐다. 그런데 고아원에서 매독스(2002년 캄보디아 고아원에서 7개월 됐을 때 입양)의 눈을 보는 순간 내 세상은 완전히 바뀌었다. 그것이 나의 진정한 사랑의 첫 경험이다. 그를 보는 순간 나는 내가 더 이상 내 세상의 중심이 아니란 것을 깨달았다. 타인이게 자신을 주고 그들이 나의 행복이 되는 것 그리고 그들에게 일어날지도 모르는 위험한 일이 내게 일어나게 해 줄 것을 바라는 것 바로 그것이 진정한 사랑이라고 본다.

*유방 절제수술을 받은 후의 건강상태는 어떤가.
멀레피선트(왼쪽)와 어린 오로라.
-아주 좋다. 난 그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을 아주 잘 했다고 생각한다. 내가 나의 건강문제를 공개한 것은 다른 여자들에 대한 의무감 때문이었다. 나의 건강문제를 공개한 뒤로 많은 다른 사람들과 연결이 되었다. 

*당신과 브래드가 함께 영화를 만든다는 소문이 있는데 사실인가.
-그렇다. 4년 전에 내가 쓴 것이 있다. 그것을 바탕으로 불원 독립적이요 실험적인 영화를 만들까 한다. 내가 감독을 할지도 모른다.

*당신은 많은 여자들의 귀감과도 같다. 당신의 대 여성관계는 어떤 것인가.
-내가 아는 가장 강한 첫 여자는 나의 어머니다. 내가 만난 진정한 첫 여자 친구는 내가 20대 때 유엔을 위해 캄보디아에서 일할 때 만난 여자들이다. 할리웃에서 성장한 나로선 그들이 자기 대신 남을 위해 헌신하는 것을 목격하는 것은 하나의 영감이었다. 어머니가 되고 나이를 먹을수록 더욱 강해지게 마련이다. 내게 가장 많은 것을 가르쳐준 여자들은 그 누구보다 내 딸들이다. 나는 그들에게서 아름다운 희망과 힘과 확신과 독립 그리고 사랑하는 본질을 본다. 

*브래드와 아이들의 관계는 어떠며 그와 당신의 사랑은 여전한가.
-브래드는 딸의 말이라면 뭐든지 들어준다. 그러나 아들들과도 남자만의 시간을 즐긴다. 그와 나는 아이들 앞에서 서로를 돌보고 아끼고 존경하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한다. 브래드는 아들들에게 여자와 어머니를 존경하는 길을 가르쳐 준다. 브래드와 나의 삶은 가족이 중심이다. 처음에 만났을 때는 서로 사랑에 빠져 흥분했지만 지금은 그와 다른 가족적인 사랑이라고 불러야 좋을 것 같다. 단순히 파트너요 연인 간의 사랑이 아닌 하나의 가족이라는 말이다.

*당신에 대한 오해를 경험한 적이 있는가.
-난 나에 대해 쓴 글들을 읽지 않아 그에 대해 잘 모르겠다. 중요한 것은 그런 것에 신경을 안 쓴다는 것이다. 이 동네에서 어떻게 오해가 없을 수 있겠는가. 그저 꾸준히 자기 길을 간다면 결국은 이해 받게 마련이다. 오해하는 사람은 무시하면 된다.

*당신의 패션은 어떤 것인가.
-중요한 것은 최신 유행을 따를 것이 아니라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다. 물론 실수가 있을 수도 있지만 자신이 고른 것인 만큼 밖에 나갈 때면 난 언제나 나 자신을 느끼곤 한다. 

*난소암 수술도 받는다고 알려졌는데 사실인가.
-사실이다. 그러나 수술문제는 내 사적인 일로 수술이 끝난 후 그 문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도대체 어떻게 한 사람이 어머니와 아내와 감독과 배우와 제작자와 각본가 그리고 인본주의 운동가의 일들을 해낼 수가 있단 말인가.
-나는 스케줄에 집착하는 사람이다. 나는 내 일을 사랑하고 내 아이들을 사랑한다. 브래드 같은 파트너를 둔 것이 큰 행운이다. 나는 일할 때 아이들을 데리고 올 수도 있고 또 삶의 여러 가지 일들을 하기 위해 비교적 자유롭게 내 시간을 낼 수가 있다. 내가 받은 것을 돌려주지 못하고 남에게 유용한 사람이 되지 못한다면 난 내게 주어진 삶을 누릴 자격이 없다고 본다. 그것이 내가 최소한 할 수 있는 일이며 또 내 기쁨이다.    

*난민 구호활동에 관해 말해 달라.
-먼저 목적지에 도착하면 내가 할 일에 대해 알기 위해 브리핑을 받고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많은 시간을 보낸다. 나는 현장에 가면 곧 바로 난민들을 직접 만나 땅바닥에 주저앉아 그들의 고충을 듣곤 한다. 그리고 그들의 애로사항과 메시지를 전파하려고 노력한다. 내가 난민들을 찾는 것은 세상 사람들에게 자기 일상의 일을 떠나 고통에 빠진 사람들을 염려하고 돌보는 일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그런데 난 유엔 친선대사가 된 이래 각국의 대통령과 수상 및 정치인들을 만나 난민문제를 상의하느라 다소 정치적이 됐다. 
                                                    <한국일보  편집위원/hjpark1230@gmail.com>


설국열차(Snowpiercer)

눈과 얼음뿐인 지구, 살아남아야 한다


보안 시스템 전문가 남궁민수(송강호)가 딸(고아성)을 안고 부유층의 객실 쪽으로 가고 있다.

김지운과 박찬욱(이 영화의 제작자)에 이어 할리웃에 진출하는 봉준호 감독의 대하 공상과학 액션 스릴러로 유혈폭력 속에 지구의 환경파괴와 경제적 불평등 그리고 인간성과 도덕의 타락 등 매우 진지하고 심각하며 철학적인 명제들을 다룬 상징이 많은 현대판 우화다. 
지구 종말 후 끊임없이 달리는 열차에 탄 경제적 하류층의 부유층에 대한 불만을 폭력으로 해결하는 내용은 마치 공산주의 혁명을 연상시키는데 이와 함께 구제불능의 인간성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가하면서 과연 인간은 구제받을 가치가 있는가 하고 묻고 있다.
빈곤층과 격리된 열차의 객실에 탄 부유층과 그들의 리더가 마치 나치나 북한(생체실험과 세뇌교육 등)의 실상처럼 묘사됐는데 이와 함께 이들을 태우고 달리는 열차의 신성한 엔진에 대한 절대적 숭배는 프리츠 랭의 ‘메트로폴리스’를 생각나게 한다.
지적이요 야심적이며 총명한 연출력이 돋보이긴 하나 너무나 교훈적인 것이 탈이다. 깃발을 흔들며 구호를 외치듯이 현 세상의 사회적ㆍ경제적 불평등과 인간성ㆍ도덕성의 몰락과 함께 환경문제와 인구문제 등 너무나 잡다한 메시지를 내세워 체하겠다. 다소 절제가 필요한데 이로 인해 오히려 영화의 재미와 함께 감동이 감소되고 말았다. 원작은 프랑스 그래픽노블.
2031년. 17년 전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실험이 실패하면서 지구는 생명체가 살 수 없는 눈과 얼음의 나라가 됐다. 여기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지구를 끊임없이 순환하며 달리는 기차에 탔다. 기차는 축소판 세상으로 거지꼴을 한 가난한 사람들은 기차 뒤 칸에 부유한 특권층 사람들은 앞 칸에 탄 채 두 사회는 여러 개의 강철문으로 차단이 됐다.
기차의 주인은 영화 끝에 나오는 윌포드(에드 해리스)로 그는 자신의 하수인인 틀니를 한 메이슨(틸다 스윈튼이 해괴한 차림으로 코믹한 연기를 한다)을 비롯해 부유층의 신과도 같은 존재다. 윌포드는 기차 내 질서를 유지하고 한심한 인간들을 통제하는 독재자로 히틀러나 김정은과 다를 바가 없다.
부유층의 횡포와 호사에 이를 가는 빈곤층(바퀴벌레로 만든 바를 음식으로 먹는다)은 젊은 커티스(크리스 에반스)와 그의 2인자 에드가(제이미 벨)를 리더로 부유층의 객실을 점령하고 엔진을 확보하기 위해 공격을 시작한다. 유혈폭력 속에 이들은 객실을 하나씩 점령하는데 객실과 객실을 차단한 강철 문을 여는 사람이 기차의 보안 시스템을 고안한 남궁민수(송강호). 민수에겐 ‘기차 베이비’인 17세난 딸 요나(고아성)가 있다.
총궐기한 빈곤층과 부유층의 군대 간의 피가 튀는 전투 끝에 커티스 일행은 마침내 부유층의 객실로 침투한다. 여기서 여태까지 어두컴컴하고 사색을 띠던 색깔이 알록달록한 총천연색으로 바뀌면서 부유충의 호사방탕한 생활상이 초현실적인 만화경처럼 묘사된다. 마약과 술과 디스코텍 그리고 수영장과 병원과 양복점 등이 있는 초호화 지상낙원이다. 이어 인류의 운명을 바꿔놓을 희생이 감행된다. 
촬영과 프로덕션이 훌륭한 반면 컴퓨터 특수효과는 수준 이하. 빈곤층의 정신적 지도자 길리엄(존 허크)과 옥타비아 스펜서를 비롯한 호화 캐스트의 연기는 무난하다. R. Radius-TWC. CGV(213-388-9000), 선댄스 선셋(323-654-2217).  ★★★(5개 만점) 
                                                        <한국일보  편집위원/hjpark1230@gmail.com>


새 출발(Begin Again)

음악으로 재결합하려는 사람들


댄(마크 러팔로·왼쪽)과 그레타(키라 나이틀리)가 음반제작에 관해 대화중이다.
        
오스카 주제가상을 받은 영화 ‘원스’의 각본을 쓰고 감독한 아일랜드의 존 카니의 작품으로 음악과 깨어진 관계를 재 연결시키려는 사람들의 노력을 다룬 아름답고 가슴에 와 닿는 영화다. 
감정적으로 솔직하고 깨끗한 영화로 음악의 치유 효과와 순수성을 강조하고 있는데 여러 곡의 발라드풍의 노래가 참 듣기 좋고 편안하다. 이 중 몇 곡은 주연한 키라 나이틀리가 직접 부른다.
로맨스도 있지만 그것은 노골적으로 표현된다기보다 가슴 안에서 맴돌고 있는데 버림받고 헤어진 사람들의 얘기인데도 조금도 냉소적이지 않아 마음에 든다. 쾌적한 기쁨을 맛볼 수 있는 작은 보석과도 같은 영화로 뉴욕 현지촬영도 좋다.            
맨해턴의 바에서 최근 영국에서 온 싱어 송라이터인 그레타(나이틀리)가 동향인 스티브(제임스 코든)에 의해 반강제적으로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부르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손님들의 반응은 시큰둥한데 혼자 박수를 치는 사람이 독불장군식 음반제작자 댄(마크 러팔로).
여기서 영화는 두 차례 과거로 돌아가 그레타와 댄의 배경을 설명한다. 그레타는 영국에서 역시 작곡자인 애인 데이브(애담 르바인)와 함께 뉴욕에 왔는데 데이브가 부른 영화 주제가가 빅히트를 하면서 그레타를 버리고 새 애인에게로 간다.
댄은 음악기자인 아내 미리암(캐서린 키너)과 별거 중으로 10대의 딸 바이올릿(헤일리 스타인펠드)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려고 애를 쓴다. 그는 아직도 미리암을 사랑하고 있다. 댄은 디지털시대 감각이 없는 사람으로 순수음악을 강조하는 데다 최근 실적이 부진, 자신이 물주인 솔(모스 데프)과 함께 세운 음반사로부터 쫓겨났다.
그레타의 노래를 들은 댄은 히트송의 가능성을 직감하고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그레타에게 함께 데모음반을 제작하자고 제의한다. 이 음반제작 과정이 아주 기발 나고 다채롭고 에너지가 넘친다. 댄은 밴드를 급조한 뒤 스튜디오 안에서의 취입 대신 도시의 골목과 지붕 위 그리고 공원과 지하철 구내에서 음반을 만든다. 뉴욕이라는 도시의 생생한 배경이 음악의 효과를 십분 살려주고 있다.     
이런 음악 얘기와 함께 댄과 미리암과 바이올렛과 솔 그리고 그레타와의 인간적 얘기가 충실히 그려지는데 댄과 그레타는 서로에게 깊은 매력을 느끼면서도 이를 밖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할리웃 영화 같지 않게 끝이 나는데(그래서 더 마음에 든다) 나이틀리와 러팔로의 화학작용이 절묘하다. 사운드 트랙을 하나씩 사서 들으시기를 권한다. 대부분의 노래는 뉴 래디칼스의 프론트맨 그렉 알렉잰더가 작곡했다.
R. TWC. 랜드마크(310-470-0492), 아크라이트(323-464-4226), 센추리15(888-AMC-4FUN).  ★★★★½(5개 만점)  <한국일보  편집위원/hjpark1230@gmail.com>



예루살렘, 예루살렘


예수가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 언덕을 향해 걷던 ‘고통의 길’은 좁은 길 양쪽으로 빼곡히 들어선 상점에서 외치는 상인들의 호객소리와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한 가게는 자기 전생활비인 동전 두 닢을 연보한 과부를 칭찬한 예수의 말을 적은 입간판(사진)을 세워놓고 기념동전을 팔고 있었다.
2,000년 전 예수는 성전에서 매매하는 자들을 내쫓으며 “기도하는 집을 강도의 굴혈로 만든다”고 질책했었다. 2,000년이 지나도록 거룩하고 성스러운 것을 상품화해 팔아먹는 아이러니는 여전했다.
텔아비브에서 각기 찍는 USA와 FX-TV의 ‘딕’(Dig)과 ‘독재자’(Tyrant) 세트 방문차 이스라엘에 다녀왔다. 지중해변의 숙소인 데이빗 인터콘티넨탈 호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모든 것이 구약성서로부터 기인하는 이 ‘성지’에 발을 딛는 순간 마치 신과 접촉이나 한 듯한 흥분감을 느꼈다.
비록 유대인과 팔레스타인인들이 공존하고 있지만 이스라엘은 끊임없는 분쟁의 땅이다. 할리웃 외신기자협회원들이 이스라엘에 도착하기 며칠 전 이스라엘 점령지인 웨스트뱅크에서 3명의 10대 유대인 소년들이 납치돼 이스라엘은 초비상사태였다.
우리는 이런 긴장상태에도 불구하고 예루살렘의 올드시티를 찾아갔다. ‘성의’와 ‘벤-허’ 등 많은 성경영화에서 본 돌로 깐 보도와 굽어진 골목들이 낯설지 않다. 시온 문을 지나 2,000년 전의 장터를 거쳐 ‘통곡의 벽’으로 가는 길에 야물케를 쓰고 검은 정장을 한 걸인들이 땀을 뻘뻘 흘리면서 구걸을 한다.
나는 1회용 흰색 야물케를 머리에 쓰고 두 손으로 벽을 짚었다. 다윗이 통곡으로 속죄하며 십계명이 든 성궤에 두 손을 짚는 모습이 그려졌다. 종이에 ‘나의 가족을 축복해 달라’는 글을 적어 벽 틈에 꽂고 기도했다. 특히 목사인 아들을 부탁했다.
벽 바로 뒤에 황금돔을 머리에 인 회교성전이 보인다. 벽을 사이에 두고 유대교와 회교가 공존하고 있지만 그 공존은 언제든지 갈등으로 갈 수 있는 불안한 것이다. 예루살렘은 종교가 불러일으킨 많은 전쟁의 역설의 땅이자 영혼의 집결지요 또 인류 역사의 개요의 현장이다.
엄격한 마음으로 ‘고통의 길’로 들어섰다. 언덕길을 가득 메운 인파와 소음 속에서 예수가 십자가를 지고 이 길을 걸었을 때 사람들이 그의 고통에 통곡하는 소리와 함께 그를 야유하던 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예수가 힘에 겨워 처음으로 쓰러진 곳과 그가 잠시 쉬려고 벽을 짚은 손자국 자리를 지나 골고다 언덕 위의 성묘교회에 들어섰다.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곳과 그의 매장을 준비한 자리 그리고 무덤이 다 이 교회 안에 있다.
순례객들과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느라고 분주하다. 나도 사진을 찍으면서도 자신의 행동에 자괴감을 느꼈다. 예수의 무덤에서 기도를 하면서도 나를 비롯한 사람들이 자아내는 디즈니랜드 같은 분위기에 죄책감을 느꼈다. 이런 난장판 관광지 기운 탓에 거룩하고 성스러워야할 가슴이 피해를 입는 기분이었다.
예수가 제자들과 최후의 만찬을 한 방과 다윗의 무덤(진짜는 어딘지 모른다)을 둘러보고 호텔로 돌아왔다. 이 모든 장소에 대해선 이설이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실제 장소라기보다 믿는 마음이다. 자기 마음이 교회일 테니. 뜨거운 태양 아래 하루 성경체험을 하면서 예수는 어떻게 40일간 광야에서 이 뜨거움을 견뎌냈을까 하고 궁금해 했다.
돌아오는 길에 저 멀리 팔레스타인인들의 주거지 한복판을 갈라놓은 ‘벽’이 보인다. 안내원이 “벽에 대한 비판도 있지만 그 덕분에 자살폭탄 차량이 없어졌다”고 자랑한다. 남의 집과 정원을 한 가운데서 갈라놓은 횡포의 물증을 보면서 남북한 간의 분단의 벽을 비롯한 모든 분리의 상징인 벽의 존재가 미웠다. 벽들은 허물어져야 한다.      
귀국 전날 예수도 먹었을 마른 빵과 양고기와 포도주를 먹는 자리에서 하이파에서 대학을 다니면서 한국 정치를 선택과목으로 공부했다는 팔레스타인계 이스라엘 시민 청년과 얘기를 나눴다. 내가 그에게 “너는 팔레스타인의 국가 설립을 원치 않느냐”고 묻자 그는 “이 자리에 혹시 유대인이 없느냐”고 속삭이며 대답을 회피했다. 이스라엘인 친구가 많다고 자랑하던 청년의 이런 태도에서 속박 받는 사람들의 피해의식을 봤다.
그런데 이스라엘은 입국은 쉬운데 오히려 출국심사가 매우 까다로웠다. 그리고 여권에 입국허가 도장을 찍는 대신 체류허가증을 주었다. 일생에 한 번 있을 영적 경험을 마치고 귀국행 비행기에 오르면서 “예루살렘, 예루살렘”을 속으로 되뇌었다.
                                       <한국일보  편집위원/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