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4년 6월 24일 화요일

‘그들 일생일대의 경기’


브라질에서 열리고 있는 월드컵 열기가 화끈하게 달아오르고 있다. 스포츠는 궁극적으로 인간관계와 투쟁 그리고 영혼에 관한 얘기로 그것은 이런 극적 요소를 지니고 있어 영화의 좋은 소재가 되고 있다.
할리웃의 스포츠 영화는 당연히 미국인들의 기호에 맞춰 야구, 농구, 아메리칸 풋볼 등에 관한 것이 많다. 또 액션이 치열한 권투도 즐겨 선택되는 경기다. 이 밖에도 골프, 자동차와 자전거 경주, 스키, 승마 및 서핑마저 소재로 다뤄지고 있다.
그러나 여러 스포츠 중에서도 유독 서자 취급받는 것이 전 세계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인 축구로 이에 관한 할리웃 영화는 눈을 비비고 찾아보려야 볼 수가 없을 정도다. 황소 눈알의 코미디언 로드니 데인저필드가 소녀 사커(미국에서는 풋볼이 아니라 이렇게 부른다)팀 코치로 나온 ‘레이디 벅스’는 졸작. 키라 나이틀리가 스타가 되는데 디딤돌 역할을 한 ‘베컴처럼 차라’는 영미 합작이긴 하나 사실 영국 영화다.
이밖에 세인트루이스의 이탈리안 아메리칸 선수들이 주축이 된 미 대표팀이 1950년 브라질 월드컵 경기에 출전, 선전한 언더독 실화 ‘그들 일생일대의 경기’가 있지만 이것 역시 타작이다.
거장 존 휴스턴이 감독하고 실베스터 스탤론이 주연한 ‘빅토리’는 펠레를 비롯한 왕년의 전 세계 A급 축구선수들이 나온 B급 정도의 영화다. 전쟁포로 얘기를 스포츠 시각에서 다룬 일종의 ‘축구전쟁’ 드라마다.
1943년 독일의 연합군 포로수용소 신임 소장(맥스 본 시도)은 왕년의 축구선수로 영국군 포로이자 역시 축구선수였던 존 콜비대위(마이클 케인)에게 축구경기를 제의한다. 이에 케인은 전 세계 전직 축구선수들로 팀을 구성, 독일 대표팀과의 일전을 준비한다. 한편 연합군 사령부는 이를 기회로 포로선수들의 탈출계획을 마련한다.    
파리의 콜롱브 경기장. 5만 관중이 운집한 가운데 적간의 올스타게임이 벌어지고 독일팀이 전반을 4대1로 리드한다. 해프타임을 이용해 탈출키로 했던 포로팀은 자유를 포기하고 후반전에 들어간다. 과연 누가 이기겠는가.
화면을 가득 채우는 빌 콘티(‘로키’의 음악)의 승천감 드는 음악을 깔고 슬로모션으로 보여주는 펠레의 마이너스킥 등 경기장면이 박력 있고 멋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마지막 20분간의 경기장면을 빼고는 명장 휴스턴의 영화치곤 시종일관 힘이 없고 내용도 엉성하다.
펠레 외에도 바비 모어(영국), 오스발도 아딜레스(아르헨티나), 파울 반 힘스트(벨기에) 등 일류 선수들이 나와 묘기를 선보인다. 그러나 스탤론이 아무리 수퍼스타라고는 하지만 축구 문외한이 짧은 연습 후 신기의 골키퍼로 맹활약하는 것은 믿지 못하겠다.
내가 경이의 눈으로 뜨거운 감동을 느끼며 본 축구영화는 미국 영화와 제목이 같은 기록영화 ‘그들 일생일대의 경기’(The Game of Their Livesㆍ2002ㆍ사진)다. 영국의 댄 고든이 감독한 영화는 1966년 영국에서 열린 월드컵 경기에서 북한의 천리마 축구팀이 이탈리아를 1대0으로 물리친 사실을 담은 것이다.
당시 북한이 이탈리아를 이길 확률은 1,000대1로 이런 확률을 뒤엎고 북한이 승리, 이 경기는 ‘월드컵 사상 최대의 충격’으로 불리고 있다. 고든은 북한에 들어가 코치 등 당시 경기에 참가했던 7명의 선수들을 인터뷰하고 이들을 경기가 열렸던 영국의 미들스브로로 초청, 과거 북한 선수들에게 숙식을 제공하고 그들을 자기 팀처럼 응원했던 마을 주민들과의 감격적인 재회의 장면들을 담고 있다. 이와 함께 당시 북한 카메라 팀이 찍은 컬러 경기장면도 흥미진진하다.
이탈리아전에서 득점한 선수는 배번 7번의 박두익으로 그는 “영국인들은 우리를 그들의 가슴으로 맞아주었고 우리도 그랬다. 나는 축구가 이기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배웠다”고 추억했다. 
팀웍과 개인기가 그림처럼 아름다운 축구가 할리웃의 괄시를 받고 있는 이유를 전문가들은 먼저 이 경기가 미국의 토착경기가 아니라는 데서 찾고 있다. 그리고 축구는 순간 경기이며 득점수가 적고 아메리칸 풋볼과 야구와 농구가 전략 등을 논의하기 위해 쉬는 시간이 많은 반면 축구는 90분간을 거의 쉬지 않고 진행되는 것도 그 이유로 든다. 또 배우들이 효과적으로 경기를 진짜 선수들이 하는 것처럼 눈속임을 하기가 어렵다는 점도 있다.
그러나 할리웃이 축구를 포용하지 않는 이유는 명 영화제작자요 미 프로축구팀 시애틀 사운더스의 공동 소유주인 조 로스가 가장 분명하게 설명하고 있다. 그는 LA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인들은 외국 기피증자들로 자기 나라 밖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제대로 보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편집위원/hjpark1230@gmail.com>

2014년 6월 17일 화요일

경찰 (Policeman)

이스라엘 사실적으로 그린 사회정치영화


쉬라(앞)와 동료들이 결혼식장 하객들을 납치하고 있다.

간장에서 쓴물이 나오도록 에누리 없이 사실적이요 살벌한 이스라엘 사회정치 영화로 전연 다른 두 개의 얘기를 마지막 클라이맥스에 가서 격렬하게 충돌시키는 독특한 서술방식을 갖췄다. 밖으로 폭발하지 않고 안에서 격렬하게 들끓고 있는 감정적 압축감에 부담이 갈 정도로 절제와 방관자적 거리를 느끼게 되는데 내용과 형식적인 면이 다 로베르 브레송이나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영화를 연상케 한다.
테러진압 경찰과 폭력을 앞으로 내세워 이스라엘 시민의 계급과 신분 차이 그리고 그들의 빈부차이를 제3자적 입장에서 냉철하게 묘사한 이색적인 영화로 인내심을 요구한다. 각본을 쓰고 감독으로 데뷔한 나다브 라피드의 솜씨가 뛰어나다.
영화는 정예 테러진압 요원 아론(이프타치 클라인)과 그의 임신한 아내 그리고 그의 동료들 간의 관계를 40분 정도 그리다가 돌연 젊은 이스라엘 무정부주의자들의 테러행위로 뛰어넘는다. 이 둘의 얘기는 마지막 클라이맥스에 가서 강렬한 펀치를 휘두르듯이 부닥치는데 끝이 끝 같지가 않다.
아론은 집에서는 만삭의 아내를 극진히 돌보고 밖에서는 동료들의 우두머리 노릇을 하는 애국자. 진압요원들은 공동체 의식에 매달려 사는 마초들로 최근에 치른 한 작전에서 큰 실수를 저질러 그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이들의 가족 간의 관계와 우정 그리고 집단의식이 아론을 중심으로 다양하게 이야기 된다.
이어 내용은 사회 환경에 불만을 품은 정열적이요 이상적이며 또 정치적으로 극단적인 몇 명의 청춘남녀들의 얘기로 급전환한다. 부잣집 딸 쉬라(야라 펠직)를 비롯한 이들은 이스라엘 사회의 경제적 격차와 계급 차이에 반발, 자신들의 삐딱한 이상을 현실화하기로 한다. 
자신들을 혁명전사요 로빈 후드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백만장자의 딸의 결혼식장을 덮친 뒤 결혼식 당사자들과 하객들을 지하실에 인질로 붙잡아놓고 경찰과 대치한다. 그리고 그동안 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 진압에 멸사봉공해 왔던 아론과 그의 동료들은 자기와 같은 시민들에게 총을 들이대야 하는 난처한 입장에 빠진다.            
촬영도 엄격하게 아름답고 배우들의 연기도 좋은데 무엇보다 라피드 감독의 냉정한 연출솜씨가 돋보인다. 성인용. 일부 지역. ★★★½(5개 만점) 
                                                              <한국일보 편집위원/hjpark1230@gmail.com>


용 길들이기 2 (How to Train Your Dragon 2)

불 내뿜는 용을 타고 대결전


히컵이 투스리스를 타고 신나게 공중비상을 즐기고 있다.

전편보다 나은 속편은 ‘대부’ 제2편 등 몇 편에 불과한데 이 입체 만화영화는 전편보다 얘기와 눈부신 애니메이션 그리고 인물 개발과 작품의 무대 및 감정 등 여러 면에서 훨씬 더 확대됐고 또 훌륭하다. 어른들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웬만한 라이브액션 영화보다 월등한 만화영화로 오히려 아주 어린 아이들이 충분히 소화하기엔 다소 내용이 복잡하고 어둡다. 
드림웍스의 대하 스펙터클 액션 모험극인데 굉장한 액션 외에도 가족관계와 개척과 모험정신 그리고 청년의 성장기 및 우정과 로맨스까지 다양한 내용을 화려하고 장엄한 화면 속에 일사분란하게 그렸다. 크레시다 카웰의 영 어덜트를 위한 동명소설 시리즈를 바탕으로 각본을 쓰고 또 연출한 딘 드블로이스 감독의 솜씨가 가히 거장급이다.
2010년에 나온 전편에서 5년쯤 지났다. 외딴 바이킹 마을 버크 주민들은 이제 입에서 불을 내뿜는 용들과 평화공존하며 산다. 청년이 된 모험심 강한 용감한 개척자 히컵(제이 바루켈 음성연기)이 자기가 사랑하는 까만 색깔의 용 투스리스를 타고 역시 용을 탄 자기 애인으로 톰보이인 애스트리드(아메리카 훼라라) 및 다른 친구들과 함께 공중비상 용 달리기 시합을 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이 장면은 ‘해리 포터’ 시리즈의 퀴디치 경기를 연상시킨다.
마을 지도자로 히컵의 아버지인 스토익(제라드 버틀러)은 아들이 자기 대를 이어줄 것을 바라나 모험심 강한 히컵은 그런 책임을 지기보다는 버크의 경계를 넘어 있을 다른 나라에 대한 탐험에 더 관심이 있다.
히컵과 애스트리드는 어느 날 나들이를 나갔다가 노예로 삼기 위해 용들을 잡는 해적 에렛(킷 해링턴)과 그의 졸개들에 붙잡힌다. 에렛은 세상을 지배할 권력에 눈이 먼 사악한 용 사냥꾼 드래고 블러드비스트(자이먼 훈수)의 하수인. 히컵은 여기서 드래고의 흉악한 계획을 막기 위해 애쓰는 자기들 외에 또 다른 용을 타고 비상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히컵과 애스트리드는 투스리스의 막강한 불의 힘을 빌려 여기서 탈출한다.
이어 히컵은 들은 대로 자기와 같은 마음을 지닌 이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마을을 떠나 곧 이어 아름다운 얼음으로 둘러싸인 나라에서 용들과 다른 비상하는 온갖 파충류(다채로운 색깔과 모습을 한 용들의 애니메이션이 진풍경이다)들과 20년간을 살아온 여인 발카(케이트 블랜쳇)를 만난다. 이 얼음나라는 ‘용 중의 용’이라 불리는 비윌더비스트가 지배하고 있다. 
그리고 히컵은 뒤늦게 자기를 찾으러 온 아버지와 애스트리드와 함께 발카로부터 자신의 과거를 배우고 아울러 자신의 앞날의 운명에 대해서도 깨닫게 된다. 이어 지고한 희생이 일어나고 히컵은 마을 사람들과 함께 버크를 침공해 온 드래고 일당을 맞아 대결전을 벌이는데 이 전투장면이 전쟁 극영화를 방불케 한다.
액션과 감정적인 부분을 균형을 맞춰 분배하고 있는데 무엇보다 플롯이 매우 다단하게 이어져 흥미진진한 옛날 얘기를 듣는 것 같다. 색깔이 눈이 따갑도록 알록달록하고 음악이 흥겹다. 제3편이 나오도록 얘기가 끝난다. PG. 전지역. ★★★★(5개 만점)
                                                      <한국일보 편집위원/hjpark1230@gmail.com>



‘남 남쪽 섬의 나라’



40여년 전 월남전이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였다. 뒤늦게 군에 가 동해안 야간보초를 서고 있는데 분초에서 즉시 들어오라는 지시가 내렸다. 월남 파병령이 떨어졌으니 더플백을 싸놓고 휴식을 취하라는 것이었다. 전쟁에 나가게 됐구나 하고 취침에 들어갔다.
그런데 이튿날 아침 돌연 이 명령이 취소됐다는 연락이 왔다. 난 다시 M16 소총을 메고 허리에 수류탄을 매달고 해안으로 보초를 서러 나갔다. 그 때 내가 월남전에 갔더라면 난 아마 죽었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미국에 진 빚을 갚기 위해 대리전을 치른 베트남에 갔다 왔다. 윤일로가 ‘남 남쪽 섬의 나라 월남의 달밤’이라며 지리학상으로 틀린 노래를 부른 베트남의 항구도시 다낭에서 열린 대한항공의 조현아 부사장이 마련한 기내식과 영화 관계자들의 모임에 초청을 받았다.
베트남하면 ‘디어 헌터’와 ‘지옥의 묵시록’을 통해 본 살육의 땅이라는 선입견부터 떠오른다. 둘 다 내 중ㆍ고등학교 친구들인 황석영이가 글을 쓰기 위해 자진 입대해 전쟁을 겪었고 육사를 졸업하고 소위로 임관한 신양호가 소대를 이끌고 치열한 전투 끝에 부상을 입었던 전쟁터로 기억되는 것이 베트남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6.25를 모르듯이 베트남 젊은이들도 그들의 전쟁에 무심했다. 내가 묵은 올라라니 호텔의 청년 직원에게 “한국이 월남전 때 너의 나라 사람들을 상대로 싸운 것을 아느냐”고 물으니 그는 토끼처럼 눈을 동그랗게 뜨고 모른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공산국가였던 적의 나라에 관광객으로 찾아와 한국 주인의 해변식당에서 해산물과 함께 소주를 마시고 청춘 남녀들이 요란한 음악에 맞춰 광란의 춤을 추는 클럽 인파 속에 서 있던 나는 역사의 역설을 생각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젠 사회주의 국가가 돼 시장이 개방되면서 국민들이 돈벌이에 치열하다는 것이 오랜 역사를 지닌 무역항 도시 호이안으로 가는 관광버스 안내원의 말이다. 그는 “모두 돈과 집과 차가 있는 보다 나은 삶을 위해 열심이다”고 알려줬다. 호이안의 노점에서 국가의 영웅인 호치민의 얼굴이 새겨진 매그닛을 사면서 새삼 자본주의의 위력을 실감했다.
호이안은 ‘귀신 잡는 해병’ 청룡부대가 주둔했던 곳. 다낭에는 아직도 미 해병이 썼던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이 남아 있다. 전쟁이 남기고 간 오물처럼 보인다.
그런데 요즘 베트남 사람들은 한국을 매우 동경하고 있다고 현지 한국인이 알려줬다. 한류바람 외에도 전쟁을 겪고도 잘 사는 한국의 발전을 모델로 삼고 있다는 것.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는 말은 어디서나 들을 수 있다.
조반으로 매일 맛있는 쌀국수만 먹은 숙소의 아오자이를 입은 리셉셔니스트는 “A급 리조트호텔에 취업하기 위해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다”며 미소를 지었다. 호텔 식당에서는 ‘언체인드 멜로디’와 ‘리듬 오브 더 레인’ 같은 옛날 미국 팝송을 계속해 틀어댔다.  
그런데 객실이 300여개나 되는 호텔이 텅텅 비어 이유를 물었더니 최근 중국과의 영토분쟁으로 중국 관광객들과 안전을 우려한 다른 외국인들이 예약을 취소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숙소에서 한강(서울의 한강과 이름이 같다)을 건너 다운타운에 가는 길에 오토바이가 넘쳐흐른다. 아빠 엄마 아이가 탄 가족용 자가용인데 거리에 신호등이 많지가 않다. 베트남 제3의 도시 다낭은 사방에서 공사가 진행 중인 붐타운으로 한국의 1960년대를 연상시킨다.
다낭보다는 유서 깊은 호이안이 진짜 구경거리다. 호이안 올드시티는 1999년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명된 후 관광으로 먹고 사는데 작은 도시에 호텔만 줄잡아 70여개요 연중 관광객이 300여만명에 이른다고. 관광객들로 거리가 바글바글 댄다.
전쟁에도 파괴 안 된 옛 모습 그대로로 시장바닥에 들어서는데 삿갓을 쓰고 베트남 지게에 바나나 등 과일을 담아 파는 아주머니들이(사진) 사달라는 미소를 보낸다. 기념품을 파는 노점에서 영어를 기차게 잘 하는 허슬러 같은 젊은 주인으로부터 매그닛과 기념품을 사고 값은 달러로 냈다. 1달러가 2만동으로 어디서나 달러가 통용됐다. 달러벌이를 적극 권장하고 있음에 분명했다.
낮이고 밤이고 덥고 끈끈하다. 걷는데 온몸에서 땀이 주룩주룩 흘러내린다. 옛날에 에어컨 없던 서울의 여름밤 더위와 습기에 지쳐 후줄근하니 가사상태에 빠졌던 무기력감이 사로잡는다.  
다낭에 도착한 이튿날 새벽 바다로 면한 호텔방 창문이 노랗게 달아오른다. 커튼을 여니 바다 아래서 불뚝불뚝 치솟아 오르는 태양이 자기 몸을 붉게 태우다 못해 백열을 내뿜으며 치를 떤다. 문득 강원도 해안 보초 생각이 났다. 그 때 난 매일 아침 저 불덩어리를 봤다. 베트남은 정말로 덥고 끈적끈적했다.  <한국일보 편집위원/hjpark1230@gmail.com>


2014년 6월 10일 화요일

우리가 최고야! (We Are the Best!)

음악 통해 우정 맺고 삶의 방향 찾는 10대들


13세 난 펑크밴드의 소녀 멤버들인 헤드빅(왼쪽부터)과 보보와 클라라.

비틀즈에 미친 두 10대 소녀의 향수감 가득한 덴마크 영화 ‘트위스트 앤 샤웃’을 연상시키는 스윗하고 따스한 스웨덴 영화로 영화 속의 로큰롤에 심취한 반항적인 세 10대 초반의 소녀들처럼 약간 과격하고 야단스러우면서도 앙증맞고 귀엽다. 따분한 일상과 가정환경에 신물이 난 소녀들이 서로 성격은 다르면서도 음악을 통해 우정을 맺고 즐거움과 삶의 방향을 찾는다는 10대용 영화이지만 남녀노소가 모두 즐길 수 있는 즐겁고 경쾌하고 정신적으로도 고무적인 영화다.
펑크음악이 있는 소녀들의 성장기인 영화의 시간대와 장소는 1982년의 스톡홀름. 안경을 낀 13세난 중학생 보보(미라 바르카머)는 조숙하고 똑똑한 소녀로 일상적인 것에 반항하는 톰보이. 언뜻 보면 남자인지 여자인지를 분간 못할 헤어스타일에 복장차림이다. 보보와 동갑인 친구 클라라(미라 그로쉰)도 역시 조숙한 반항아로 모호크 헤어스타일을 한 남녀동성체 같은 모습의 아이. 
오히려 홀 엄마를 돌봐야 하는 보보는 클라라보다 똑똑하긴 하나 말발 세긴 클라라에게 못 따라간다. 클라라는 자기가 주인 노릇 못하면 견디지를 못하는 소녀다. 이 둘의 잡다한 우정의 모습이 에피소드식으로 묘사된다. 영화 전체가 일관성 있는 얘기로 진행된다기보다 에피소드식이다.
보보와 클라라는 다 특별한 음악적 재능이 없는데도 그냥 속풀이 겸 화풀이의 수단으로 차고에서 2인조 밴드를 결성하고 클라라가 리드싱어 노릇을 자처한다. 둘은 아무래도 음악적 소질이 있는 동지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하고 클래시컬 기타에 재능이 있는 동갑내기로 하늘하늘한 헤드빅(리브 리모인)을 새 멤버로 초청한다. 헤드빅 역시 경직된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부모 밑에서 자라 숨이 막힌다. 
셋이 펑크밴드를 구성하고 신나게 노래하고 연주를 하는데 그 중에서도 걸작은 ‘브레즈네프 앤 레이건 퍼크 오프!’라는 노래. 별 볼일 없던 밴드가 음악적으로 진보하면서 학교 음악선생님의 눈에 띄어 커뮤니티센터의 크리스마스 콘서트 무대에 오른다. 셋은 청중들의 열화와도 같은 박수갈채를 받는다. 그런데 이 셋이 청년들로 구성된 펑크밴드 멤버들을 만나게 되면서 세 소녀 간의 감정적 성숙도의 틈새가 벌어진다.                       
세 소녀 역의 배우들의 연기가 기차게 좋고 성숙됐다. 셋의 콤비네이션도 100%다. 부모님들은 딸뿐만 아니라 아들도 함께 데리고 가서 즐거운 시간을 가지기를 적극 권한다.  이 영화는 감독 루카스 모디손의 아내 코코의 반자전적 그래픽 소설이 원작이다. 
LA 지역 일부극장. New York(안젤리카 필름센터, 엘리노 부닌 필름센터). ★★★★(5개 만점)  
                                                            <한국일보 편집위원 / hjpark1230@gmail.com>



폴트 인 아우어 스타즈(The Fault in Our Stars)

암에 걸린 10대 남녀의 가슴아픈 사랑


헤이즐(셰일린 우들리·왼쪽)과 거스(앤셀 엘고트)가 서로 얼굴을 맞대고 사랑에 취해 있다.

둘 다 암을 앓는 10대 남녀의 청순가련하고 순진한 첫 사랑을 곱게 그린 몹시 센티멘털한 멜로드라마로 가끔 다소 들쩍지근하긴 하지만 두 주인공과 작품의 모양과 심성이 아름다워 두 사람과 함께 가슴 깊이 앓이를 하게 된다. 약간 ‘러브스토리’ 분위기가 난다.  
존 그린의 영 어덜트를 위한 동명의 베스트셀러가 원작으로 제목은 셰익스피어의 연극 ‘줄리어스 시저’에 나오는 대사. 의역을 하면 ‘우리의 운명은 우리 탓이 아니다. 우리는 그것을 마음대로 다룰 수가 없다’는 뜻.
삶과 죽음이라는 대명제 하에 10대의 순진하고 가슴 떨리는 첫 사랑과 희열과 아픔과 슬픔  그리고 상실에 대한 두려움과 희망 및 궁극적인 운명의 수용을 주도면밀하고 차분하게 서술하고 있는데 특히 이들 복잡다단한 감정의 내밀한 모습을 정성껏 꾸밈없이 표현한 두 주인공의 호흡이 참 잘 맞는다. 그야말로 찰떡궁합인데 헤이즐 역의 연기파 셰일린 우들리와 거스 역의 앤셀 엘고트는 ‘다이버전트’에서 오빠와 여동생으로 공연한 바 있다.           
울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는데도 눈물이 줄줄 흘러내리는 최루영화로 클리넥스 작은 통 하나씩 들고 가 관람하기를 조언한다. 
생에 대해 정면 돌파형으로 운명을 받아들이는 헤이즐 그레이스 랭캐스터(우들리)는 암환자로 늘 산소통을 끌고 다닌다. 백만달러짜리 미소를 짓는 다소 독선적으로 자신만만한 어거스터스 워터스(엘고트)는 망각되기를 두려워하는 아이로 암으로 다리 하나를 잘라냈다.
둘은 암환자들의 모임에서 만나는데 서로 첫 눈에 반하지만 서서히 관계를 맺으면서 한참을 친구처럼 지낸다. 이들 외에 중요한 역을 하는 사람들이 헤이즐의 건강에 온 신경을 쓰는 어머니(로라 던)와 거스(어거스터스의 애칭)의 낙천적인 성격의 친구로 역시 암을 앓는 아이잭(냇 울프).
헤이즐과 거스는 서로의 꿈과 생각을 나누면서 친구로부터 연인 관계가 되는데 사랑의 기쁨에 희열하면서 웃다가도 시한부 삶이란 운명 앞에서 불안과 고뇌로 울고 아파한다. 그러나 둘은 결코 절망하지 않고 늘 ‘언제나’라는 말로 다시 마음을 곧추 세운다. 그것이 바로 사랑의 힘이다.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헤이즐이 자신에게 큰 영향을 준 소설의 작가 페터 밴 후텐(윌렘 다포)이 살고 있는 암스테르담에 거스와 어머니와 함께 방문하는 장면. 그림엽서처럼 아름다운 도시를 배경으로 헤이즐과 거스는 후텐을 방문하고 앤 프랭크가 숨어 지내던 다락방에 올라가 시시각각으로 다가오는 죽음의 촉수 앞에서도 결코 인간의 선을 포기하지 않았던 앤의 마음에 감동, 뜨거운 포옹을 나눈다. 헤이즐과 거스의 사랑은 무르익고 둘은 여기서 처음으로 서로의 몸을 나눈다. 그 정경이 아름답다.
우들리와 엘고트가 다 연기를 아주 잘 하는데 특히 감탄을 금치 못할 것은 우들리의 연기다. 무슨 역을 맡아도 잘 하는데 여기서도 다소 다 큰 소년 같은 엘고트에 비해 심지가 단단한 연기를 하면서 영화의 기둥 노릇을 한다. 대성할 배우다. 영화의 결점이라면 암과 죽음의 영화치곤 작품이 다소 온화한 동화적으로 처리된 것. 그러나 보면서 실컷 울게 되는 모든 청춘의 영화다. 조쉬 분 감독. 
PG-13. Fox. 일부지역. ★★★★(5개 만점)   <한국일보 편집위원 / hjpark1230@gmail.com>

‘다른 여자' 캐메론 디애즈


“남자가 날 배신해도 난 보복할 배짱 없어”


현재 히트하며 상영 중인 뉴욕의 여변호사가 뒤늦게 자기 애인이 유부남인 것을 발견한 뒤 남자의 부인과 남자의 또 다른 젊은 애인과 함께 동지가 돼 남자에게 복수를 하는 여성용 코미디‘다른 여자’(The Other Woman)에서 여변호사로 나온 섹시 스타 캐메론 디애즈(41)와의 인터뷰가 4월 베벌리힐스의 포시즌스 호텔에서 있었다. 이국적 마스크(아버지가 쿠바계)의 늘씬한 금발미녀인 디애즈는 질문에 커다란 제스처와 함께 새빨간 루지를 칠한 입을 크게 벌리고 “흐 흐 흐 흐”하고 웃어대면서 유머와 위트를 섞어 거침없이 대답했다. 에너지 덩어리인 디애즈는 솔직하고 지혜로운 여자라는 인상을 받았는데 대답하기 싫은 질문에는 딱 잘라 거절했지만 상냥함을 잃지 않고 질문에 응했다. 기자가 그에게“당신은 유부남을 사랑할 수 있는가”라고 묻자 디애즈는“노”라고 대답하면서“당신 지금 내게 구애하는 거예요”고 농담을 건넸다. 이에 기자는“난 당신 애인되기엔 키가 너무 작다”고 말하자 디애즈는 깔깔대며 웃었다. 인터뷰 후 디애즈와 사진을 찍을 때 기자가 다시“난 너무 작아”라고 말하자 디애즈는“아니야, 내가 하이힐을 신어서 그래요. 유 아 스위트”라며 기자를 위로했다.

*당신은 너무 예뻐 남자로부터 배신을 당해 본 적이 없겠지만 만약에 남자에게 배신을 당한다면 어떤 복수를 하겠는가.
- 난 보복할 만한 배짱이 없다. 가장 좋은 보복은 배신한 사람으로부터 돌아서 그저 가버리는 것이다. 그게 남자의 가슴에 비수를 찌르는 것이다.

*남자의 어떤 면이 여자에게 큰 매력을 준다고 보는가. 그리고 남자는 또 여자의 어떤 점에서 매력을 느낄까.
- 남녀가 서로에게 끌리는 가장 큰 매력은 진정성이라고 생각한다. 스스로 진짜 자신이 누구인지를 깨닫고 그런 진정성으로서 상대에게 접근한다면 매력 만점이라고 본다. 내가 매력을 느끼는 남자도 이런 사람이다.

*당신은 또래의 스타들과 사이가 좋고 경쟁이나 우열의 비교를 안 하면서 잘 지내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어디서 그런 것을 배웠는가.
- 부모님에게서다. 난 16세 때부터 모델을 했는데 같은 모델 친구들과 함께 모델 자리 얻으러 가곤 했다. 누구는 선발되고 또 누구는 빈손으로 돌아오곤 했다. 이 때 부모님은 내게 남이 가지고 있는 것은 네 것이 아니니 탐내지 말라고 가르쳐 주었다. 남들이 가진 것을 축하해 주라면서 네가 가진 것과 네가 남에게 줄 수 있는 것을 귀하게 여기라고 말했다. 그저 최선을 다하면 된다고 격려했다. 그래서 난 어려서부터 남과 경쟁을 하지 않게 됐다. 나의 경쟁상대는 나다. 

*남의 거짓말에 속거나 배신당해 본 적이 있으며 그렇다면 당신은 거기에 어떻게 반응했나. 
- 거짓은 배신이다. 난 거짓이나 배신을 당하지 않기 위해 그럴 만한 상황을 피해 다닌다. 서로 명확히 자기의 뜻을 전달할 수 있는 사람들과만 관계를 가지려고 한다. 물론 나도 거짓에 속고 배신도 당해 봤지만 그 내용을 여기서 밝히고 싶지는 않다.

*당신도 이 영화에서처럼 당신과 매우 다른 성격의 여자 친구가 있는가. 여자 친구란 당신에게 얼마나 중요한가.
- 내게 있어 여자 친구란 모든 것이다. 나도 나와 아주 판이한 여자 친구들이 있다. 여자 친구는 내 삶에 있어 큰 부분을 차지하는데 특히 영화계의 친구들이 내겐 매우 중요하다. 우린 함께 자주 움직이곤 하는데 이렇게 공동생활을 하면서 서로 삶을 최대한으로 즐기고 또 함께 성장한다. 그래서 난 이 직업을 사랑한다.

*당신이 참지 못할 것은 무엇인가.
바람둥이에게 농락당한 세 여자. 레즐리 맨(왼쪽부터), 캐메론 디애즈, 케이트 업턴.
- 다행히도 난 이제 어느 정도 나이를 먹어 경험에 의해 과거처럼 어리석은 선택을 하지 않기 때문에 참지 못할 것이 더 이상 없다고 해도 되겠다. 이젠 더 이상 과거처럼 가치 없고 쓸모없는 것들의 목록을 가지고 있지 않다. 난 다만 이젠 내가 있어야 할 곳의 나 자신을 계속해 찾고 싶다. 내 생활은 지금 완숙하고 난 그것에 대해 감사하고 있다.

*영화 처음에 선데이 러브에 관한 노래가 나오는데 당신의 일요일은 어떤 것인가.
-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을 최대한으로 흡수하는 날이다. 영혼을 가득히 채우고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로 내 주위를 감싼다.

*당신이 여자들의 몸에 관해 책을 쓰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
- 내가 39세 때 썼는데 주위의 여자들이 자기 몸에 대해 무지하고 자기 몸을 증오하며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는 말들을 하는 것을 듣고 쓰기로 결정했다. 40년 동안이나 자기가 살아온 몸에 대해 모른다니 말이 되는가. 그것은 교육 부족 때문이다. 자기 몸은 자기만이 건강하게 지키고 돌봐야 하는 각자의 책임이다. 나는 여자들이 적당한 식사방법과 육체적 활동 그리고 자기들의 몸이 과학적 수준에 의해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모른다는 것을 발견하고 글을 쓰기로 했다. 사람은 자기 몸의 가장 작은 부분만 알아도 자기 몸과의 관계가 바뀌게 된다. 그와 같은 이해와 지식은 당신으로 하여금 세상의 모든 것을 달리 보게 하고 과거와 달리 삶에 참여하게 하는 힘을 주게 된다. 

*당신은 유부남을 사랑할 수가 있는가.
- 그럴 수 없다. 그런 쪽으로는 전연 관심도 없다. 미안하지만 그 질문 나에 대한 데이트 요청인가.

*이 영화에 매력을 느껴 만들기로 한 이유가 무엇인가.
- 여자들 간의 우정이다. 난 복수엔 관심 없다. 그것은 단지 코미디를 위한 플롯일 뿐이다.  여자들의 관계에 대해 얘기를 한다는 것은 내게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또 여자 관객들 특히 젊은 여자들이 보라고 만들었다. 스튜디오들은 10대 남자 아이들을 목표로 많은 영화를 만드는데 젊은 여자들도 화면에서 자신들의 얘기를 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 극장으로 몰려든다. 사실 남자들보다 더 떼를 지어 구경한다.

*당신은 이 영화에서처럼 매우 민감한 것에 대해서도 그렇게 공개적이고 대담한가.
- 그런 것 같다. 난 수년 전에 영화 ‘메리에겐 뭔가 있어’에서는 남자의 정액을 머리칼에 묻히기도 했다. 따라서 난 그런 것들을 별로 두려워하질 않는가 보다. 난 늘 매우 직선적이었고 여러 가지에 대해서 별로 민감하지를 않다.

*여자가 직업과 어머니 노릇을 어떻게 서로 균형을 맞춰 할 수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 난 어머니가 아니어서 내 경험을 말할 수는 없지만 회사 고위직에 있는 내 친구들의 경우를 들어 말하겠다. 회사 일을 잘 하는 여자가 엄마 노릇도 잘 하더라. 그러나 그러면서도 때로 두 가지 다 못하겠다고 포기하는 경우도 봤다. 둘 다 최고의 수준으로 할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을 난 믿을 수가 없다.

*당신도 조지 클루니처럼 결혼을 안 하는데 도대체 이유가 무엇인가.
- 사람들은 자기가 선택한 것을 남도 선택하기를 바란다. 그래야 자기가 한 선택이 옳고 또 그것에 대해 기분 좋게 느끼는 것 같다. 결혼한 사람이 미혼자 보고 결혼하라고 적극적으로 권유하는 것은 마치 자기가 먹는 스테이크가 맛있다고 채식주의자에게 고기를 강요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선택은 자신이 하는 것이다. 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는 사람으로 특별히 선택을 하지 않는다. 난 결혼을 안 하겠다고 선언한 적도 없고 아기를 안 가지겠다고 선언한 적도 없다. 난 미리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 난 무얼 공언하는 사람이 아니다.

*당신은 현대 여성의 전형과도 같은 여자로 모든 것을 다 가진 것 같아 부러운데 이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 내가 아이가 없어서 나만의 시간이 많아서 그렇다. 많은 내 친구들은 자신의 행복에 대해 생각할 시간은 없고 늘 남의 행복에 대해서 걱정을 하고 있다. 이렇게 자유롭다는 것은 축복이다. 난 늘 내 개인적 성장과 인간으로서의 진화를 생각하고 있다. 이를 위해 내가 살면서 배울 수 있는 것을 최대한으로 사용하고자 한다. 

*여름에 나올 당신의 다음 영화 ‘섹스 테입’에 대해 말해 달라.
- 그것은 내 진짜 섹스 테입은 아니다. 내 것은 오는 겨울에 나온다(이 농담을 하고 디애즈는 깔깔대고 웃었다). 아이들을 낳고 10여년 간 잘 살고 있는 모두 직장인인 부부가 서로 사랑은 하면서도 아이들 돌보고 직장 일로 피곤해 별로 섹스관계가 없다. 그러던 차에 내가 어느 날 밤 남편(제이슨 시겔)에게 온갖 자세로 섹스를 하면서 그것을 아이패드로 찍자고 제안을 한다. 그리고 신나게 섹스를 하고 나서 내가 남편에게 기록한 것을 지우라고 했는데 남편이 그것을 안 지워서 탈이 난다는 얘기다.
                                                                          <한국일보 편집위원 /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