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4년 2월 18일 화요일

사랑의 힘



생일이니 무슨 기념일이니 하면서 날 잡아놓고 축하하는 것을 별로 탐탁지 않게 여기는 나는 해마다 날 잡아놓고 사랑을 표시하는 밸런타인스 데이가 오면 작은 고민에 빠지곤 한다. 과연 올해도 아내에게 밸런타인스 데이 선물을 할 것인가 아니면 말 것인가 이 것이 문제로구나. 카드와 붉은 장미 한 송이(초컬릿은 살이 쪄서 안 된다)를 사는 것이 힘들어서가 아니다. 39년간 산전수전 다 겪으며 동고동락 해온 아내에게 날 잡아놓고 애정의 표시를 한다는 것이 어쩐지 형식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형식적이라도 좋다는 것이 아내의 태도다.
도깨비장난에 불과한 것이 사랑이지만 그것은 페리 코모도 노래했듯이 지구를 돌아가게 하는 능력을 지녔다. 사랑의 힘이란 기적을 낳고 죽음마저 초월할 수 있다는 것이 로맨틱들의 예찬이다.
지난 일요일 내가 다니는 동부장로교회의 이용규 목사님이 ‘마음에 사랑하는 자’라는 제목으로 설교를 하면서 사랑의 힘에 관한 에피소드를 들려주었다. 홀랜드에 사는 78세의 미망인이 80세의 할아버지를 사랑하게 돼 둘이 결혼을 다짐했다. 문제는 할머니가 과거 50년간 담배를 피워온 골초라는 것.
할아버지가 할머니에게 결혼조건으로 금연을 요구했고 이에 고민을 하던 할머니는 50년간 애호하던 담배를 끊고 할아버지와 결혼했다고 한다. 이게 바로 사랑의 힘이 아니고 무엇이겠느냐는 것이다.
해마다 밸런타인스 데이가 오면 영화사들은 로맨스 영화들을 개봉한다. 소위 데이트 영화들로 서로의 손을 잡고 보는 남녀의 감상성에 아첨하는 것들이다.
오늘 개봉되는 ‘겨울 이야기’(영화평 참조)는 사랑은 기적을 낳고 죽음도 이긴다는 전형적인 여성용 최루물이다. 역시 오늘 나오는 ‘어바웃 라스트 나잇’은 로브 로와 드미 모어가 나온 동명영화의 리메이크이고 ‘엔드리스 러브’도 브룩 쉴즈가 나온 동명영화의 리메이크다. 원작이나 리메이크나 다 타작이다.
이미 개봉된 로맨스 영화 중 여성 팬이 좋아할 만한 것이 자기 집에 숨겨준 탈옥수와 사랑을 하는 젊은 이혼녀(케이트 윈슬렛)의 드라마 ‘레이버 데이’다. 역시 현재 상영 중으로 모든 것이 기계화한 요즘 인간 접촉을 아쉬워하는 별난 로맨스 영화 ‘허’는 먼 그리움처럼 애잔하고 아름다운 얘기다. 고독한 청년(와킨 피닉스)과 컴퓨터의 인공지능 여인(스칼렛 조핸슨의 음성) 간의 사랑의 대화가 심금을 울린다.
며칠 전 TV에서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감독한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다시 보면서 한숨 두숨 다 쉬었다. 아이오와 시골의 ‘전쟁신부’ 프란체스카(메릴 스트립)와 떠돌이 사진작가 로버트(이스트우드)의 나흘간의 뜨거운 사랑의 얘기인데 프란체스카의 이별을 아파하는 모습에 육신의 통증마저 느꼈다. 피아노 위주의 영화음악과 비단결 음성을 지닌 자니 하트만이 부르는 ‘아이 시 유 비포 미’등이 담긴 영화의 사운드트랙이 로맨틱하다.
프랑스 영화 ‘미용사의 남편’은 사랑하면 죽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꼬마 때부터 자기 머리를 감고 깎아주는 여자미용사의 흰 가운 사이로 드러나는 풍만한 젖무덤과 감촉과 냄새를 좋아하던 소년이 커서 여자미용사와 결혼한다. 그런데 사랑이란 어차피 한시적이라는 것을 두려워하던 미용사가 그것을 지키려고 과감한 행동을 취하면서 비극이 일어난다.
‘영국인 환자’는 감각적이요 지적이며 정열적이자 비극적인 사랑의 영화로 감정적 충격에 호흡이 멎는 듯한 느낌을 겪게 된다. 레이프 화인즈와 크리스틴 스캇 토머스의 맺지 못할 사랑이 작품의 무대인 사하라사막처럼 지글거리며 타오르는데 연인들의 처절한 죽음으로 끝난다.
비극이 희극보다 강한 충격을 주는 것이 사실이어서 로맨스 영화도 비극적인 것이 더 잔상에 오래 머무른다. ‘의사 지바고’의 유리와 라라의 사랑도 그래서 더 강렬한데 이 아름다움을 한층 로맨틱하게 채색해 주는 것이 모리스 자르의 음악이다.
우디 알렌의 ‘맨해턴’은 42세의 TV작가(알렌)와 17세의 여고생(매리엘 헤밍웨이-어네스트 헤밍웨이의 손녀)의 사랑을 그린 아이스크림 소다 맛 나는 맨해턴 송가다. 거쉬인의 ‘랩소디 인 블루’가 사랑하고 싶은 무드를 부추긴다.
브룩 벤튼과 에타 존스 등 많은 가수들이 노래한 ‘아임 인 더 무드 포 러브’에서 제목을 빌린 웡 카-와이 감독의 ‘인 더 무드 포 러브’(사진)는 고독과 잠깐이면 사라지는 미와 젊음과 사랑의 이야기. 매기 청이 입은 알록달록한 청삼이 곱기도해 계속해 엇갈리고마는 사랑이 더욱 안쓰럽다. 모두 밸런타인스 데이에 알맞은 사랑의 영화들이다.  
                                                      한국일보  편집위원 / hjpark1230@gmail.com         
                                 

2014년 2월 7일 금요일

7개의 상자 (7 Boxes)

파라과이 노천시장서 벌어지는 폭력액션

빅터가 손수레를 밀고 시장바닥을 달리고 있다.
파라과이 수도 아순시온의 도심 8개 블락을 차지하는 야외시장을 무대로 펼쳐지는 피와 살육이 판을 치는 사납고 폭력적인 액션영화이면서 다크 코미디인데 플롯이 시장의 미로 같은 좁은 골목들처럼 배배 꼬였다. 인간 탐욕과 순진한 소년의 잘 살아보겠다는 꿈의 얘기이기도 한데 에너지가 충만하고 역설적이며 영특하고 재미있다.
17세난 순진하고 꿈 많은 빅터(셀소 프랑코)는 아순시온의 인파로 붐비는 대규모 노천시장 마켓 4의 외바퀴 손수레 배달꾼. 빅터는 일거리 얻는데 분주하기보다는 TV를 보면서 자기를 드라마 속의 주인공으로 상상하기를 더 즐겨한다. 빅터에겐 적극적인 여친 리스(랄리 곤살레스)와 중국식당 주방에서 일하는 누나 타마라(넬리 다발로스)가 있다.
그런데 빅터의 라이벌인 넬슨(빅터 소사)이 정육점 주인 다리오(팔레티타)로부터 내용물 미상의 상자 7개를 목적지까지 배달하면 후한 돈을 주겠다는 언약을 받는다. 넬슨은 병에 걸린 어린 자식이 있어 이 돈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러나 넬슨이 지각을 하면서 상자를 옮기는 일이 빅터에게 떨어진다.
빅터는 손수레에 상자들을 싣고 좁은 시장골목을 헤치고 다니면서 배달업무를 시작하나 목적지까지 가기 전에 수많은 장애를 극복해야 한다. 우선 자기로부터 일거리를 빼앗으려고 결사적으로 훼방을 놓는 넬슨이 있고 경찰은 순시를 강화하고 골목골목 귀퉁이마다 도둑들이 잠복해 이 상자들을 노린다.
카메라가 빅터가 밀고 달리는 손수레 바퀴의 모습과 속도를 땅바닥에서부터 찍으면서 긴장감 가득한 이야기의 속도와 빅터와 주변 인물들의 심정을 헐레벌떡 대면서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빅터가 계속해 손수레를 밀고 달리는 것과 함께 내용은 점점 더 고약하고 간교할 정도로 동아리를 틀면서 우리는 이 순진하고 아직 아이 티를 못 벗어난 빅터의 장래를 걱정하게 된다. 그리고 영화는 3막에 이르면서 폭력과 살인이 자행되고 사체가 수북이 쌓인다.
가난한 사람의 액션영화로 프랑코를 비롯한 배우들의 연기가 뛰어나고 현장에서 찍은 추격 장면을 비롯해 촬영도 좋다. ★★★½, 성인용. 일부지역. 
                                                                         <한국일보 편집위원 / hjpark1230@gmail.com>   

모뉴먼츠 멘 (The Monuments Men)

“나치 약탈 미술품 찾아라”특공대에 특명

나치가 숨긴 미술품들을 회수하는 특공대원들. 앞줄 왼쪽이 조지 클루니 그 오른쪽이  맷 데이먼.

2차 대전 종전 직전 나치에게 약탈당한 유럽의 귀중한 그림과 조각 등 미술품 500만여점을 회수하기 위해 프랭클린 D. 루즈벨트 대통령의 특명을 받고 적진 독일에 투입된 미국인 미술전문가들이 주동이 된 특공대의 활약을 그린 실화다. 로버트 M. 에셀의 책이 원작. 
조지 클루니의 5번째 감독 작품으로 그가 제작(공동)과 주연도 하고 각본(공동)도 쓴 올스타 캐스트의 영화. 긴장감과 스릴과 박력 그리고 피와 땀과 액션이 있어야 할 영화가 잘 생긴 클루니의 얼굴처럼 모양만 그럴싸하고 긴박감이 없어 맹물 마시는 기분이다.
일종의 전쟁영화인데도 거칠고 사나운 것을 피하고 온화하게 중도노선을 걷고 있어 극적 흥분감을 느끼지 못하겠다. 드라마틱한 높낮이도 부족하고 감정적 격렬성도 모자라는데다가 다소 설교조인데 위기감을 느끼지 못해 심신이 나른해진다.
소수의 특공대의 적진 활약을 그린 여러 전형적인 2차 대전 영화의 형태를 답습한 이 영화의 내용은 존 프랑켄하이머 감독이 만든 흑백 스릴러 ‘기차’(The Trainㆍ1964)에서도 다뤄졌었다. 버트 랭카스터, 폴 스코필드, 잔느 모로 및 미셸 시몽 등이 나온 이 영화는 시종일관 맥박과 심장이 격렬히 뛰게 만드는 엄청나게 흥미진진한 영화다. 이 영화와 ‘모뉴먼츠 멘’을 한번 비교해 보기를 권한다. 
나치가 퇴각하면서 못 가져가는 세잔과 미켈란젤로와 라파엘 그리고 르느와르 및 피카소 등의 수많은 귀중한 미술품들을 소각한다는 사실을 안 미국인 미술전문가 프랭크 스톡스(클루니)는 루즈벨트 대통령에게 이 같은 내용을 알린 뒤 대통령의 특명으로 미술전문가들로 구성된 미술품 회수 특공대를 조직한다. 
이들은 미술전문가인 제임스 그레인저(맷 데이먼), 건축가 리처드 캠벨(빌 머리), 조각가 월터 가필드(존 굿맨), 미술사가 프레스턴 새비츠(밥 밸라반), 프랑스인 미술품 거래상 장 클로드 클레르몽(장 뒤자르댕) 및 영국인 미술전문가 도널드 제프리스(휴 본느빌).
먼저 총 한 번 안 쏴본 이들에 대한 기초훈련이 실시되는데 여기서 약간 유머가 첨가되나 별로 우습지도 않다. 그리고 이들은 1944년 7월 노르망디 해변을 통해 유럽에 도착한다. 그런데 시간을 다투는 것은 유럽 동부에서 독일로 진격하는 러시아군. 이들은 미술품을 회수해 원 소유주에게 반환하려는 미국 측과는 달리 전리품으로 소유할 생각이다.
문제는 스톡스가 약탈된 미술품들이 숨겨진 도시들은 아나 명확한 장소를 모른다는 점. 이를 돕는 여자가 나치가 약탈한 미술품들을 보관했던 죄 드 폼에서 큐레이터로 일한 프랑스 여인 클레어 시몬(케이트 블랜쳇). 미술품들의 이동상황을 낱낱이 기록해 둔 시몬에게 접촉하는 사람이 서툰 프랑스어를 하는 고지식한 유부남 그레인저. 그와 시몬 간에 로맨스의 분위기를 피워보려는 어수룩한 시도가 있다.
스톡스의 일행은 퇴각하면서 못 가져가는 미술품을 소각하는 독일군과 미술품을 차지하려는 러시아군으로부터 유럽문화의 꽃들인 그림과 조각품들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계륵 같은 영화로 관람은 권한다. ★★★(5개 만점) PG-13. Sony. 전지역.  
                                                          <한국일보 편집위원 / hjpark1230@gmail.com>   


우디의 스캔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우디 알렌(78)의 영화 ‘맨해턴’에서 우디는 42세의 TV 코미디 작가 아이잭으로 나와 17세의 여고생 트레이시(매리엘 헤밍웨이)를 사랑한다. 우디가 영화뿐 아니라 실제로도 젊은 여자를 좋아하는 것은 사실이다. 우디가 지금의 부인으로 자기의 애인 미아 패로의 입양녀 순이와 첫 관계를 맺었을 때 그의 나이는 56세였고 순이는 19세였다.
며칠 전 우디와 패로가 입양한 딜란이 뒤늦게 다시 자기가 7세 때 우디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뉴욕타임스에 공개서한을 보낸 먼 원인은 이 우디와 순이의 스캔들(우디는 스캔들은 무슨 스캔들이냐며 반박한다)에 있다고 봐야겠다. 우디와 순이는 1997년에 결혼해 두 아이를 입양해 키우며 행복하게 살고 있다.
패로는 우디와 순이의 관계를 발견한 직후인 1992년 우디와 헤어지면서 자식들의 양육권을 놓고 치열한 법정다툼을 벌였었다. 그리고 둘이 낳은 아들 로난은 후에 자기 성을 패로로 바꾸고 지금까지 우디를 혐오하고 있다. 이 때 딜란이 처음으로 우디가 자신에게 성추행을 했다고 고발, 조사가 있었지만 우디는 무혐의로 기소되지 않았다.
이 후 미아는 우디를 원수처럼 증오해 왔는데 1월에 있은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우디가 생애 업적상을 받는(우디의 옛 애인 다이앤 키튼이 대신 수상) 것을 보고 견딜 수가 없어 딜란을 사주해 편지를 하게 했다고 우디의 변호인 측은 주장한다. 남자로부터 퇴짜를 맞은 여자의 한이라는 것이다.
딜란도 편지에서 우디가 골든 글로브 생애업적상을 받는데 분개해 글을 쓰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우디가 매번 상을 받을 때마다 자기는 질책을 받는 기분이라고 적었다. 골든 글로브상은 내가 속한 할리웃 외신기자협회(HFPA)가 주는 것이니 결국 이번 우디의 스캔들은 우리 탓인 셈이다.
우디의 영화를 보면 대부분 주인공들이 짝이 있는데도 계속해 한눈을 팔거나 창녀와 매춘을 버젓한 직업으로 여기며 찬양마저 하고 있다. ‘마이티 아프로다이티’에서는 창녀 미라 소르비노를 사랑과 미의 여신 아프로다이티처럼 묘사, 소르비노가 오스카 조연상을 받았다
또 4월18일에 개봉될 ‘늙어가는 남창’(Fading Giggolo)에서는 우디가 아예 남창(존 투투로)의 핌프로 나와 재미를 본다. 그는 약간 변태적이라고 하겠는데 우디 영화의 매력은 바로 이런 상식을 일탈한 규칙 위반과 변태를 마치 아이가 죄를 저지르는 것처럼 순진하게 행하고 있는데 있다고 하겠다.    
우디의 열렬한 팬인 나는 그를 몇 차례 만나 악수하고 얘기를 나눴는데(사진) 겁먹은 토끼눈을 한 우디는 아주 재미 있고 아이 같다. 물론 겉만 봐선 속은 모르겠지만 그런 우디가 어린 아이를 성추행 했다고는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는다.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우디 알렌의 영화는 무엇입니까’로 시작하는 딜란의 글은 우디의 자신에 대한 성추행을 생생하게 사실적으로 적고 있다. 거짓말이 아닐 것이라고 여겨질 정도로 극사실적이다. 이와 함께 딜란은 우디의 영화에 나온 배우들인 케이트 블랜쳇과 다이앤 키튼에게 내 경우를 생각해 봤느냐고 도전하고 있다.
우디는 이런 사실을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우리는 그 누구도 단순한 일방적 비난만 가지고는  사람을 단죄할 수는 없다. 기소돼 법절차에 따라 유죄판결이 내려질 때까지는 무죄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우디 스캔들이 터지면서 할리웃에서는 새삼 작품과 작가의 윤리도덕은 따로 여겨야 할 것인가라는 논쟁이 일고 있다. 바그너 얘기가 나올 때마다 유대인 증오자인 그의 음악은 과연 개인의 단점을 떠나 평가돼야 할 것이냐는 논제가 대두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3월2일에 열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우디의 ‘푸른 재스민’이 각본(우디 알렌)과 여우주연상(케이트 블랜쳇) 후보에 올랐는데 아카데미 회원들이 투표할 때 우디의 개인적 문제도 참작해야 하는가 하는 점이다.    
이에 대해 아카데미 측은 “아카데미는 영화업적에 명예를 주는 것이지 영화인과 예술가들의 개인적 생활에 명예를 주는 것이 아니다”고 못 박았다. 아카데미가 LA에서 미성년자를 겁탈하고 파리로 도망간 로만 폴란스키에게 2003년 ‘피아니스트’로 감독상을 준 것이 좋은 예다.
우디는 이번 스캔들로 사실 여부를 떠나 그의 명성에 오점이 남게 됐다. 작년 말 우디를 뉴욕에서 만났을 때 그는 내게 “순이 등쌀에 못 견뎌 나 내년에 마침내 한국에 갈 것”이라고 말했는데 이렇게 골치 아픈 일이 생겨서 한국행이 과연 실현될지 공연히 염려된다.    
                                      <한국일보 편집위원 / hjpark1230@gmail.com>                

2014년 1월 31일 금요일

레이버 데이 (Labor Day)

탈옥수를 집에 숨겨주는 젊은 어머니


프랭크(조쉬 블로린·왼쪽)와 아델(케이트 윈슬렛)이 부엌에서 춤을 추고 있다.

공식적으로 여름철이 끝나는 레이버 연휴 동안에 일어나는 탈옥수와 그를 숨겨주는 젊은 어머니 간의 촛농이 피부에 떨어지는 감각을 느끼게 만드는 여성용 최루물이다. 신파극의 정형과도 같은 영화로 로맨틱하고 또 에로틱한 멜로드라마이자 서스펜스 기운이 담긴 스릴러이기도 하다. 조이스 메이나드가 쓴 소설이 원작으로 젊은 감독 제이슨 라이트만의 인물들에 대한 연민과 이해 그리고 차분한 연출이 가슴에 와 닿는다. 볼만한 작품이다. 
어린 아들과 단 둘이 사는 정서적으로 육체적으로 분출구가 막힌 고독한 여인이 탈옥수를 자기 집 안에 숨겨주면서 밀폐된 공간 안에서 일어나는 3자간의 미묘한 감정적 인간적 관계를 그렸다. 영화는 아들의 관점에서 얘기된다(토비 맥과이어의 내레이션.)
1985년. 8월의 마지막 주말 노동절 연휴. 매서추세츠주의 교외에서 13세난 조숙한 아들 헨리 윌러(개틀린 그리피스)와 단 둘이 사는 이혼녀인 아델(케이트 윈슬렛)은 남자의 사랑과 보호가 필요한 정서적으로 육체적으로 불안정한 여자다.
아델이 개학을 앞둔 행크(헨리의 애칭)와 함께 아들의 옷을 사려고 동네 수퍼에 들렀다가 탈옥수 프랭크 체임버스(조쉬 브롤린)와 만나게 된다. 그리고 아델은 타의 반 자의 반으로 그를 자기 집안에 숨겨준다. 프랭크는 아내 살인죄로 20년형을 살고 있던 중이었다. 그의 과거가 플래시백으로 얘기되는데 이 부분이 현재와 잘 어울리지 않는다.
그런데 프랭크는 아내를 죽인 살인범이라기엔 무척 민감하고 자상하며 또 상냥한 사람이다. 이런 프랭크가 아델과 행크의 삶에 개입하면서 아델에게는 남편 그리고 행크에게는 아버지와도 같은 역할을 하게 된다. 프랭크는 행크에게는 자동차 타이어 바꾸는 법과 야구공 받는 법을 가르쳐 주고 아델에게는 파이 굽는 법을 가르쳐 주면서 이 가족의 일원이 되다시피 한다.
이로 인해 아델은 그동안 갈급했던 애정의 수분을 프랭크로 부터 마음껏 빨아들이면서 영육이 다시 활짝 피어나고 행크도 나름대로 성장한다. 그러나 행크는 프랭크로부터 어머니를 보호하겠다는 본능과 함께 프랭크로부터 자신을 남자로 인정받고자 하는 갈등에 빠진다.
둘 다 서로가 필요한 고독한 두 남녀의 눈물 짜는 멜로물이자 소년의 성장기로 노골적인 섹스신은 없으나 뜨거운 여름을 배경으로 아델과 프랭크가 서로에게 조심조심 접근하면서 암시적으로 보여주는 애정의 작은 제스처와 표정이 매우 에로틱하다. 영화에서 가장 자극적인 장면은 프랭크가 아델의 손을 잡고 파이 굽는 법을 가르쳐주는 장면이다. ‘고스트’에서 패트릭 스웨이지가 드미 모어를 뒤에서 끌어안고 함께 도자기를 만드는 장면을 생각나게 만드는 섹시한 장면이다.
늘 무언가를 동경하는 듯한 슬픈 눈동자를 지닌 윈슬렛이 섬세하면서도 농익은 연기를 보여주고 노스탤지어 무드를 자아내는 꿀빛나는 촬영도 좋다. 지난해 말에 골든 글로브(드라마 부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었다)와 오스카상 후보에 오를 수 있는 자격을 위해 1주일간 상영했다가 이번에 본격적으로 전국적으로 상영된다. PG-13. Paramount. 전지역.
                                                                 <한국일보 편집위원 / hjpark1230@gmail.com> 

제86회 아카데미상 후보작

단편 라이브 액션, 만화영화상 부분



‘부어맨의 문제’
제86회 아카데미상 단편 라이브 액션과 만화영화상 후보에 오른 영화들이 31일부터 2월13일까지 뉴아트(11272 Santa Monica Blvd. 310-473-8530)와 오렌지카운티의 리전시 사우스코스트 빌리지 3에서 상영된다. 두 부문은 따로 입장료를 내야 한다. 뛰어난 작품들을 극장에서 볼 수 있는 유일한 기회로 영화는 과거 이 부문에서 오스카상을 탄 감독들이 소개한다. 금년도 아카데미상 시상식은 3월2일에 할리웃의 돌비극장에서 열리며 ABC-TV가 중계한다.

*라이브 액션

▲ ‘내가 아니었어요'(That Wasn't Me-스페인 24분)
내전중인 아프리카의 한 나라에 의료봉사 차 온 여의사가 소년 병사들에게 납치된 뒤 죽음 직전에 이르는 경험을 한다. 그 후 의사는 자기를 납치한 소년 병사를 오히려 구해주면서 둘의 삶이 영원히 연결된다. 강렬하다.
▲ ‘모든 것을 다 잃기 직전에'(Just Before Losing Everything-프랑스 30분)    
폭력적인 남편으로부터 달아나기 위해 수퍼마켓에서 일하는 여자가 10대인 딸과 어린 아들을 데리고 마켓으로 피신해 동료들의 도움을 받는다. 서스펜스와 스릴 있게 도주과정을 그렸다.
▲ ‘헬리움'(Helium-덴마크 23분)
어릴 때 동생을 병으로 잃은 병원 청소부가 불치의 병을 앓는 소년에게 환상적인 얘기를 통해 삶의 기쁨과 행복 그리고 저 세상의 아름다움을 깨닫게 해준다. 아름답고 감동적이다.
▲ ‘내가 다 해야 해요?'(Do I Have to Take Care of Everything?-핀란드 7분)
두 어린 딸과 남편의 시중을 혼자서 들어야 하는 시니와 온 가족이 참석해야 할 결혼식 날에 늦게 일어나 식에 늦지 않으려고 난리법석을 떨면서 준비를 한다. 그런데 온 가족이 헐떡거리면서 뛰어간 결혼식장엘 도착해 보니. 귀염성 있고 우습다.
▲ ‘부어맨 문제'(Voorman Problem-영국 13분)
교도소에 수감 중인 부어맨이 자기가 하나님이라고 주장하면서 이 사람의 정신감정을 위해 정신과 의사 윌리엄이 교도소를 방문한다. 끝의 반전이 아이로니컬하다.

*만화영화

▲ ‘늑대소년'(Feral-미국 13분)
숲 속에서 야생적으로 살던 늑대소년이 사냥꾼에 의해 발견된 뒤 문명세계로 돌아온다. 소년은 학교에 다니면서 새 세계에 적응하기 위해 자기가 숲에서 하던 대로 행동하나 급우들의 조롱만 받는다. 결국 소년이 돌아갈 곳은 야생의 세상이다. 데생 식으로 그린 흑백그림이 훌륭하다.
‘빗자루 위의 방’
▲ ‘겟 어 호스!'(Get a Horse!-미국 6분)-월트 디즈니의 첫 단편 만화영화에 바치는 기념작품으로 미키 마우스와 그의 여친 미니가 마차를 타고 신나게 노래하고 춤추다가 본의 아니게 헤어지면서 미키가 미니를 찾으러 나선다. 손으로 그린 흑백 그림과 컬러 컴퓨터 그래픽을 합성했다.
▲ ‘위블로씨'(Mr. Hublot-프랑스 11분)
기계 부품과 고철 등으로 만들어진 인물들이 사는 미래 세계(프리츠 랭의 ‘메트로폴리스’를 연상케 한다)에 사는 위블로씨는 외출을 꺼려하는 내성적인 사람. 그가 어느 날 로봇 강아지를 거리에서 주워 다 키우면서 위블로씨의 삶이 엉망진창이 된다. 디자인이 좋다.
▲ ‘귀신 들린 남자'(Possessions-일본 14분)
18세기. 폭풍우가 휘몰아치는 숲 속을 가던 수선공이 비를 피해 작은 사당엘 들어가자 사당이 다른 세상의 방으로 변한다. 남자는 여기서 속에 한을 품은 찢어진 우산들과 키모노를 정성껏 수선하자 날이 밝는다. 그림과 컬러가 섬세하고 아름답고 화려하다.
▲ ‘빗자루 위의 방'(Room on the Broom-영국 25분)
자기가 늘 데리고 다니는 고양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개와 새와 개구리를 차례로 자기 빗자루 위에 태운 친절한 마녀가 새 친구들에 의해 입에서 불을 뿜는 용으로부터 구원을 받자 고마움의 표시로 멋진 새 빗자루를 만들어 모두 함께 하늘을 비행한다. 마법적 매력을 지녔다.

                                                                 <한국일보 편집위원 / hjpark1230@gmail.com> 

`월스트릿의 늑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사기꾼들의 방탕, 있는 그대로 담았어요”



1980년대 말 월스트릿의 20대 날사기꾼 조단 벨포트(52)의 한탕성 급성장과 탐욕 그리고 호화방탕과 무분별 및 비도덕과 무책임 끝의 몰락을 그린 블랙 코미디이자 광란의 소극인‘월스트릿의 늑대’(The Wolf of Wall Street)에서 벨포트로 나온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39)와의 인터뷰가 뉴욕의 런던 호텔서 있었다. 디카프리오와 마틴 스코르세지 감독이 다섯 번째로 손잡고 만든 영화로 벨포트가 쓴 자전적 글이 원전. 디카프리오는 벨포트 역으로 12일에 열린 2014년도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주연상(코미디/뮤지컬)을 탔다. 이 영화는 현재 상영 중이다. 얼굴과 코 밑에 잔 수염을 해 나이에 비해 동안인 모습이 다소 어른스럽게 보이는 디카프리오는“그동안 잘들 있었습니까”라는 인사말을 하면서 인터뷰장에 들어섰다. 흰 셔츠에 단정한 정장차림의 미남 신사인 그는 약간 사무적이요 차갑게 보이긴 했지만 겸손하게 질문에 답했다.     

- 당신은 벨포트와 몇 달간을 함께 지냈다고 들었는데.
“그렇다. 그런데 벨포트는 사실 법의 허점을 이용하고 어수룩한 사람들을 착취해 쉽게 돈을 벌려고 한 서푼짜리로 그는 보다 큰 월스트릿의 거물 사기꾼들의 축소형일 뿐이다. 난 그와 함께 지내면서 그가 복용한 약물을 비롯해 자세한 모든 것에 대해서까지 물었다. 벨포트는 월스트릿 당시를 돈과 여자와 약물에 빠졌던 제정신이 아닌 시기로 인정한다. 그러나 그는 이제 개과천선했다.”  

- 당신은 이 영화의 제작자로서 어떤 활동을 했나.
“요즈음에는 이렇게 극단적으로 난잡하고 영화의 한계를 밀어 올리는 영화를 만들기가 힘들다. 스튜디오들은 이런 규모가 방대한 R등급(16세 미만 관람 때 부모나 성인 동반요)의 드라마를 만들기를 꺼려한다. 그래서 스튜디오 밖의 독립자본을 찾아야 했다. 우리는 월스트릿의 탐욕과 방탕과 과도를 극한적으로 사실적으로 그리려고 했다. 제작자로서 각본과 캐스팅을 비롯해 모든 부문에 관여했다.”

- 영화에서 가장 광적인 장면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난장판 집단 섹스 신으로 현대판 칼리귤라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영화는 자기밖에 모르는 자들의 과다와 방탕의 블랙 코미디다. 우리는 월스트릿의 사람들에 대해 연구한 뒤 그들의 과도와 방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려고 했다.” 

- 영화는 탐욕에 관한 것인데 당신은 탐욕을 어떻게 생각하나. 
“탐욕은 삶의 내성에 속한 것이다. 기회주의와 탐욕 없이는 그 무엇도 살아남을 수가 없다. 그러나 지적인 삶의 형태인 우리는 남을 착취하거나 이용하지 않고 서로 화목하게 공존하면서 진보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궁극적으로 가능한 한 많은 것을 소비하고 남을 전연 무시하고 가능한 한 많은 부를 취하겠다는 개념이 팽배하고 있다. 이것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이런 생각이 모든 잘못의 뿌리다. 우리가 이런 생각을 초월할 수 있는 길을 찾기 전까지는 영원히 같은 잘못을 저지르게 될 것이다.”

- 당신이 콸루즈라는 약물을 복용한 뒤 부작용으로 쓰러져 몸부림치는 장면이 있는데 대역이라도 썼나.
“아니다. 그 장면을 촬영하다가 등을 몹시 다쳐 촬영을 하루 중단해야 했다. 내가 경련을 일으키는 장면은 유튜브에 있는 약물을 섭취한 뒤 진짜로 경련을 일으킨 어떤 사람의 모습을 보고 그대로 모방했다.”

- 영화에서 코케인을 밥 먹듯이 하는데 그 가루가 무엇인가.
“아기용 비타민이다. 하루 종일 그것을 코로 들여 마시느라 코가 다 헐었다. 그런데 가장 안전한 비타민이라는 B-12를 너무 많이 섭취하는 바람에 마치 진짜 약물을 복용한 듯이 들뜬 기분이었다.”

- 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벨포트가 회사원들을 상대로“열심히 돈벌라”고 독려하고 있다.
“인정받는 것을 싫어한다면 그것은 거짓말이다. 그러나 진실은 개인이 그것에 대해 마음대로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결국 연기와 작품이 모든 것을 말해 줄 것이다. 내가 아무리 내 영화에 관해 선전한다고 해도 개인들의 그것에 대한 반응은 각자에게 달려 있다.”   
- 조단 벨포트를 연기하면서 당신 성격에 어떤 변화라도 일지 않았는가.
“난 근본적으로 착한 사람이지만 자기밖에 모르는 탐욕스런 그를 매일 같이 연기하다 보니 그의 성격이 나를 어느 새 잠식하고 든다는 느낌을 경험했다. 그래서 때로 나 자신을 조절해야만 했다. 이렇게 하기 힘든 역도 없었다.”              

- 어떻게 해서 마틴 스코르세지가 감독을 맡게 되었는가.
“그와 난 이 영화를 7년 전쯤에 만들려고 했었는데 예산문제가 해결이 안 돼 중단했다. 그 뒤 레드 그래닛이라는 독립영화사가 날 보고 제작비를 대겠다고 제의하면서 내용과 표현에 한계를 두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난 영화를 만들려고 7년간이나 별렀던 차여서 스코르세지에게 가서 예술적으로 전연 한계를 두지 않을 테니 영화를 만들어보자고 말했다. 스코르세지는 그것이 마음에 들어 영화제작에 응했고 우린 둘이 각본의 초기단계에서부터 함께 일했다.” 

- 힘과 부와 명성을 지닌 사람으로서 당신은 어떻게 과도와 과다를 적절히 조절하는가.
“균형을 유지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쉬운 일이 아니다. 늘 당신 주변에서 누군가가 당신을 통제해 주는 사람이 필요다. 나도 젊었을 때 모든 것을 다 아는 것처럼 행동하고 과다 과도하게 산 적이 있다. 그러나 다행히 일찍 나를 통제해 줄 사람이 있었다. 그로 인해 내 세계는 결국 예술과 자신의 업적에 기반을 둔 상상의 세계라는 것을 알게 됐다. 지금의 내 인생은 불과 10년 전과도 매우 다른 것이다. 난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감사할 뿐이다.”          

- 제작자로서 어떻게 작품을 선정하는가.
“먼저 나를 위한 보다 나은 작품을 찾기 위해 제작자가 되기로 했다. 이렇게 시작한 제작사는 서서히 성장하면서 내가 연기하지 않는 작품들을 구해 내 제작사의 특성이 드러난 영화들을 만들게 되었다. 나는 제작하는 영화의 감독에게 절대적 권한을 준다. 그러나 내가 주연을 겸할 경우는 철저히 간섭한다. 제작자로서의 보람은 스튜디오의 간섭을 떠나 철저한 자유를 누린다는 것이다.”

- 주식이나 증권에 투자하는가.
“안 한다. 우리나라의 경제는 70~80년을 주기로 한 번씩 붕괴되곤 하는데 이것은 우리가 과거의 잘못으로부터 배우지 못하기 때문이다. 통제 없는 시장경제에서는 사람들이 가능한 한 이득을 취하려 들게 마련이다. 그런 체제에는 너무나 허점이 많아 사람들은 어떻게 해서든지 남을 이용해 이득을 취하고자 하게 마련이다. 따라서 우리는 균형과 견제를 요하는 새 법이 필요하다. 내가 과다하게 무언가를 취득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미술품이다. 미술시장도 완전히 날라리 시장이다. 나도 사선 안 될 미술품들을 사긴 했지만 재미는 봤다.”

- 당신은 영화에서 천재적 세일즈맨으로 나오는데 그런 기술로 여자를 어떻게 유혹하겠는가.
“근본적으로 늘 자신이 있는 그대로 남아야겠다. 자기가 아닌 다른 것이 되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 그래 봐야 들통이 나게 마련이다. 나는 늘 만나게 될 사람이라면 만나게 마련이라는 태도를 견지해 왔다. 억지로 되는 수가 없다.”

- 팬들과 당신이 하나로 연결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는가.
“젊었을 때는 팬들의 관심을 즐겼다. 그러나 그 뒤로 그런 것은 쉽게 뒤집어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바로 이 때문에 나는 내가 원하고자 하는 배우요 예술가가 되고자 하는 것이다. 결국 팬들은 내가 개인으로서 선택하는 역에 반응하게 마련이다. 난 그들이 내가 늘 같은 사람으로 남아 있지 않고 예술가로서 진화하기를 기대한다고 믿는다.”

- 당신에게 있어 가장 큰 유혹은 무엇인가.
“재킷이다. 난 재킷이 쓸데없이 너무 많다. 난 멋진 차나 비행기는 없지만 재킷은 많다.”

- 당신은 부를 도에 넘치게 갖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가.
“사람들이 자신들의 삶을 채울 다른 것이 없을 경우 부에 더욱 집착하게 마련이다. 난 그런 사람들을 여럿 알고 있다. 그들은 영양을 섭취할 기본이 없어서 그렇다고 본다. 물론 나도 성공을 원한다. 그러나 그것이 당신의 집념이 되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 당신 나이 39세인데 지금까지 이룬 것 중에 무엇이 가장 자랑스러우며 앞으로 5~10년간 무엇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가.
“난 16세 때 배우가 되면서 인생이 달라졌는데 바로 이처럼 배우가 되기로 결정한 것이 나의 큰 자랑이다. 배우로서 난 늘 보다 나아지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개인적으로는 보다 자유롭고 보다 많은 기회를 포착하려고 애쓰고 있다. 난 환경보호를 위해 많은 일을 했다. 난 지난 한 해를 거의 쉬면서 나 자신과의 재연결을 시도했다. 인생에는 연기만큼 흥미 있는 다른 일도 있다는 것을 안다는 것도 중요하다.”

- 이 영화가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로 중요한 영향을 주리라고 생각하는가.
“이 영화에서처럼 인간의 어두운 면을 탐구하는 일은 우리가 누구인지를 정직하게 보여주는 일이다. 이 영화는 단순히 주의나 경고성 의미만을 지닌 것이 아니라 주인공이 자신의 행위에 대한 응분의 결과를 받음으로써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계몽적인 생각을 갖게 하는 영화다.”  

- 당신은 어떻게 건강을 유지하는가.
“이제 더 이상 극단적인 운동은 하지 않는다. 그냥 정기적으로 운동을 한다. 적당한 운동을 하고 쉬면서 죽을 정도로 위험한 지경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내 건강 유지법이다.”

- 지금까지 산 물건 중 가장 비싼 것은 무엇인가.
“어머니에게 사 준 집과 워홀의 그림이다.”     

                                                                    <한국일보 편집위원 / hjpark1230@gmail.com>